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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평한 세계, 건드릴 수 없는 쥐 フラット化する世界、アンタッチャブルなネズミ |
ネズミの進化 Nezumi no Shinka 쥐의 진화 |
ⅰ
머리도 식힐 겸 해서 펴보는 책들이 평소에는 소설책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얼마 전에는 자주 접하지 않는 분야인 '세계화' 관련 책을 펼쳐보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의 금융 위기가 순식간에 전지구적 위기 상황으로 커져서 매일 헤드라인 뉴스가 되더니
급기야 제 주위에서도 20% 감봉이니 한 달 무급휴가니 하는 말이 들리기 시작해서 울적한 요즈음.
시절이 이렇게 수상해지니, 나라 밖 사정이나 나라 안팎의 관계 등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저도
도대체 '세계화'라는 게 그동안 어떻게 진행되어 왔길래 세상 꼴이 이렇게 되었나 궁금하기도 해서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라는 제목의 책을 (뒤늦게) 읽어본 것입니다.
소설책들은 잠시 뒤로 물려두고 붙잡은 그 책은 2005년에 출간된 650쪽 정도의 두툼한 책인데,
저자가 뉴욕 타임즈의 칼럼니스트라 그런지 마치 심층 취재 기사를 읽을 때처럼 책장이 잘 넘어갑니다.
(언젯적 책인데 그걸 붙잡고 뒤늦게 가타부타 자불대는 거냐고 말을 듣는 것은 아닌지 약간 걱정되네요) |
세계는 평평하다 |
「21세기 세계 흐름에 대한 통찰(A Brief History of the Twenty-first Century)」라는 부제가 붙여진 이 책에서
저자 토머스 프리드먼(Thomas L. Friedman)은 '평평화'란 이름의 세계화가 모든 사람에게 번영을 약속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제 세계화는 다국적 기업들에 의해서 만이 아니라 개인도 각자 자기 계발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세계화를 진행해야 하며
'평평화된 세계'에서의 낙오자도 아우르는 안전망이 갖추어진 '신자유주의' 세계를 지향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책 전반에 걸쳐 미국의 위상을 강조하고 결국 기득권자 중심의 세계화를 이야기하는 저자의 주장에는
치솟는 환율로 '일인당 국민소득 이만달러'라는 수치도 순식간에 의미를 상실하는 나라에 사는 저같은 사람이 동조하기가 쉽지 않아서,
책 맨 앞에 콜럼버스의 글을 인용한 저자가 수시로 말하는 '세계는 평평하다'는 표현에 '세계는 울퉁불퉁하다'고 대꾸해주고 싶고
인심 써서 한발 양보해서 얘기한다면 '세계가 평평하다고 해도 기울어져 있어서 강물이 한쪽으로만 흐른다'고 딴죽을 걸고 싶어집니다.
세계가 급변하다보니 '세계 흐름에 대한 통찰' 어쩌구 하는 이런 책들은 출간된 지 몇 년 지나면 자칫 시의성(時宜性)을 잃기 쉬운데
(그래서 그런지 이 책도 출간된 지 일 년 만에 개정 증보판이 나왔는데 830쪽 정도로 더 두꺼워졌다고 합니다)
이 책은 삼 년 전에 출간된 2005년의 초판본으로 읽어도 매우 흥미있게 읽히는 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얼기설기 얽혀서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게 '평평화'된 금융 파생상품 등 '금융의 세계화'는 이 책에서 다루고 있지 않아서
금융 위기에서 시작되어 이젠 실물경제의 위기로까지 내몰려 가는 작금의 상황에 대한 진단을 내려주는 책은 될 수가 없지만
갑작스레 '한밤중에 노젓기'같은 상황에 빠진 우리들에게 이 책은 반성, 때늦은 깨달음 또는 전망의 단초를 제공해줄 수도 있겠더군요.
그 전망이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전망이든 반면교사(反面敎師)라는 의미에서 비롯되는 전망이든, 뭐든 말입니다.
| 지난 5월 월 스트리트 저널에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 대가(guru) 20인'을 선정했는데,
빌 게이츠를 바로 한 칸 아래 3위로 누르고 2위로 선정된 사람이 바로 토머스 프리드먼이었다고 하는데요.
프리드먼이 말하는 '평평화'에 대해서 저로서는 심정적으로 고개를 외로 꼬게 되는 부분이 있다해도
그의 주장을 무작정 외면하고 세계가 '평평화'가 되었거나 어쨌거나 나몰라라 할 수 만은 없는 것이,
경제를 다룬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 영향력을 인정받는 사람이 강력하게 내세우는 의견이라면
그 의견에 우호적인 파워 엘리트들의 동력과 잇따르는 탄력으로 '그들 방식의 평평화' 쯤은 이루어질테고
'평평화'된 세계에서는 나라 밖의 사정까지도 일개인에 불과한 저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그의 이야기니
'대가(guru)'의 논리 하나 정도는 곁눈질로라도 알아둬야 밥줄이 끊기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
ⅱ
앞서 잠깐 얘기했듯이 프리드먼은 개인도 각자 적극적으로 세계화를 진행해야 한다고 하는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계발을 통하여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대체할 수 없는 사람 또는 그의 일을 아웃소싱할 수 없는 사람 즉,
한마디로 '언터처블(Untouchable)'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 언터처블.
'평평화'라는 표현을 내세우며 세계화와 지역적 분화를 설파하는 프리드먼의 '통찰'이 적절한 것인지는
정부 경제부처의 정책입안자, 기업체의 CEO, 경제연구소의 연구원, 경제학자, 경영학자,
또는 (요즘 장안에 화제가 되고있는) '미네르바'와 같은 인터넷 경제 논객들이 따져볼 일일테고
저는 오래 전에 봤던 영화 제목이 떠오르는, 이 '언터처블'에서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
The Untouchables |
프리드먼은 '언터처블'을 다음 네 가지로 구분하는데요.
특별한(special) 노동자. 전문화된(specialized) 노동자. 자리잡은(anchored) 노동자. 적응을 잘하는(really adaptable) 노동자.
평평화된 21세기의 흐름을 잘 타려면 이 네 가지 중 하나에 자리매김이 되어야 한다고 프리드먼은 말하는데, 흐음‥. 어떤가요?
① 특별한(special) 노동자.
세계를 상대로 자신의 재능을 파는 사람 즉, 빌 게이츠와 같은 사람을 말하는 거라고 합니다.
구분을 하자니 그렇다는 것이고 이 분류에 해당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니 저같은 저잣거리의 필부에게는 의미가 없겠지요.
② 전문화된(specialized) 노동자.
수요가 크고 대체할 수 없는 기능을 가진 다양한 지식노동자를 말한다고 하는데
전문 변호사, 뇌수술 전문 의사, 최첨단 컴퓨터 설계자, 최신 로봇 기술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니, '언터처블'이 확실하군요.
③ 자리잡은(anchored) 노동자.
특정한 장소에서 고객, 환자, 관중과 얼굴을 맞대고 일을 하고 일 자체가 대개 디지털화, 대체, 아웃소싱 등이 어렵다고 하는데
요리사, 의사, 변호사, 청소부, 연예인, 전기 수리공, 간호사, 단골 식당의 웨이트리스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하네요.
하지만 위 ① '특별'과 ② '전문화'와는 달리 상황이 달라지면 아웃소싱의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하기야 흔치는 않지만 신용불량자가 된 의사도 있다고 하고 변호사인데도 은행대출 안되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도 들리는 걸 보면
누군가에게 대체되고 어딘가에 아웃소싱되어 즉, '자리잡은' 직종에서 '자리'를 빼앗기고 나면 더 이상 '언터처블'이 아니겠지요.
④ 적응을 잘하는(really adaptable) 노동자.
끊임없이 노력해서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능력을 갖춤으로써 아웃소싱할 수 없도록 하는 노동자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평범 이상의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익혀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을 뜻한다는 거죠.
이를테면 자신이 처해있는 환경이 이전과 달라져서 자신이 대체 또는 아웃소싱될 가능성이 보인다거나 할 때
최신 초컬릿 소스를 만들어내거나 새로운 아이스크림 제조법을 창안하는 등, 재빨리 적응력을 갖출 줄 아는 사람.
ⅲ
위 네 가지 '언터처블' 중에서 ①과 ②는 (지금까지든 앞으로든) 저와 무관한 게 틀림없고
이제와서 제가 어딘가 제대로 된 포지션에 '자리잡을' 것 같지는 않으니 ③ 역시 저와 상관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④ '적응을 잘하는(really adaptable) 노동자' 이것 하나 뿐인데‥,
장바닥에서 눈 먼 돈 없나 두리번거리는 저같은 사람에게는 ④도 뭔가 역량이 엄청나게 필요할 듯 합니다.
직업 변동은 앞으로 점점 심해질테고 혁신 속도 역시 빨라질 것이 틀림없는 이 '평평한 세계'에서
적응력을 갖춘다는 것이, 다시 말해 '항상 새로운 언터처블'이 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일까 싶거든요. | |
①과 ②의 수준은 언감생심 바라지도 않는 것이지만, 일단은 낮은 수준의 스페셜리스트라도 되어야 퇴출 대상에서 벗어나겠지요.
하지만 그런다 해도 안심의 나날은 잠깐, 그 분야도 경쟁이 치열해져서 레드 오션이 되어버리는 게 그리 멀지 않을테니
미리 그 분야에서 요구하는 심화 역량을 갖추든지 또는 (역시 낮은 수준이겠지만) 인접 타 분야의 업무도 배워둬야겠지요.
결국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세계에서 맞닥뜨린 환경에 항상 거기에 걸맞게 적응해나간다는 것은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제 딴에는 스페셜(special)한 역량을 두루두루 갖춘 제네럴리스트가 된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제네럴리스트(generalist)는 여러 분야에 능력은 있으나 각각의 분야에 깊이가 부족한 사람이니,
한동안은 잘 헤쳐나갈지 모르나 자칫하면 아웃소싱되거나 대체될 지도 모릅니다.
결국 아주 높은 수준의 - 그러니까 ①이나 ②와 같은 - 스페셜리스트가 못된다면
적정 수준의 스페셜한 역량들을 다양하게 갖춘 '다재다능한 인물(versatilist)'은 되어야 한다는 것 같습니다.
그게 프리드먼이 말하는 네번째 언터처블, 「적응을 잘하는(really adaptable) 노동자」인 듯 합니다.
아이고‥, 이렇게 길게 쓰려고 했던 것이 아닌데, 분명 가볍다고는 할 수 없는 이야기가 꼬물꼬물 길어지기까지 했습니다.
게다가 '언터처블' 어쩌구 하는 대목을 쓰기 시작할 즈음엔 '힘들수록 주먹 불끈!'이라는 느낌으로 써내려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언터처블'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가 긍정적인 느낌은 없고 도리어 무한경쟁으로 내몰리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글이 되고 말았네요.
그렇지 않아도 감원이다 감봉이다 뭐다 해서 흉흉하기 짝이 없는 시절에 말입니다.
'힘들수록 주먹 불끈!'이라는 느낌으로 쓸 거라 생각했던 것은 프리드먼의 어느 한 마디 때문이었는데요.
그 이야기만 덧붙이고, 평평화된 21세기의 흐름을 어떻게 타느냐든지 세계화가 어쨌다느니 하는 무거운 이야기는‥, 이제 그만 두죠.
저자는 '적응을 잘하는(really adaptable) 노동자'를 설명하면서 평평한 세계에서 적응력을 갖는 것을 두고 이렇게 기술하더군요.
「'어떻게 배워야 할지를 배우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라고.
제게는 울림이 컸던 이 말은, 낮잠 베개를 해도 될 만큼 두툼한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서도 한참 동안 가슴 속에 남았습니다.
ⅳ
지난 11월 16일, 일본에 있는 제 친구가 Zepp Tokyo에 가서 스핏츠(スピッツ) 공연을 보고 왔는데요.
(연주한 곡 모두가 다 좋았겠지만) ネズミの進化(Nezumi no Shinka, 쥐의 진화)가 특히 좋았답니다.
進化のための長い旅に出る 진화하기 위한 긴 여행을 나설 거네 |
친구가 이 노래를 마음에 들어한다니까 저도 요즘 이 노래를 자주 듣고는 했습니다.
컴퓨터로도 자주 듣게 되니 '윈앰프' 프로그램의 플레이리스트에도 기본으로 올라가게 되었구요.
그 바람에 이 글을 쓰는 동안 이 노래가 되풀이해서 듣고 있던 노래들 중 하나가 되기도 했는데
액션K의 엉뚱하면서도 지루한 이번 글을 읽으시는 동안 하품을 한 번이라도 적게 하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딱딱한 독후감에 슬그머니, 스핏츠의 이 노래를 덧붙여 봤습니다. |
2007-10-10
スピッツ
さざなみCD |
그 친구 덕분에 요즘 여러 차례 듣게 된 노래이긴 하지만, 프리드먼의 '평평화'와 스핏츠의 '진화'와는 그 어떤 상관관계도 없는데
글을 끝내려고 노래를 백업시킨 다음 (c) spitzHAUS에 방문해서 ネズミの進化(Nezumi no Shinka, 쥐의 진화) 노랫말을 읽어보니
후렴 한 대목에서, 프리드먼을 읽고난 제 심정의 일단(一端)을 반어법의 레토릭(rhetoric)으로 들려주나 싶어, 실소하고 말았습니다.
君の言葉を信じたい ステキな嘘だから / いつか 目覚めたネズミになる
너의 말을 믿고 싶다 훌륭한 거짓말이기 때문에 / 언젠가 잠에서 깬 쥐가 될 거네 |
ⅴ
● 스핏츠 팬들을 위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덧붙임, 열기
이 노래, ネズミの進化(Nezumi no Shinka, 쥐의 진화) 도입부에서부터 들을 수 있는 퍼커션 사운드는
타악기 연주자 카와세 마사토(川瀬正人)가 들려주는 사운드입니다.
스핏츠의 1996년 앨범 インディゴ地平線(Indigo Chiheisen, 인디고 지평선) 레코딩에도 참여했으니
그는 스핏츠와의 인연을 어느덧 십 년도 넘게 맺어온 뮤지션입니다.
그리고 약간은 복고적인 분위기의 오르간을 연주해주는 뮤지션은 미나가와 마코토(皆川真人)라고 합니다.
그는 밴드 레미오 로멘(レミオロメン)의 공연에 키보드 써포터로 참여한 적도 있는 건반 연주자인데
검색을 해보니, 시이나 링고(椎名林檎)와 함께 스핏츠의 노래를 연주한 적도 있더군요. |
川瀬正人 |
2000년 11월 25일 토쿄(東京) 하라주쿠(原宿)의 어느 연주회장에서 학대 글리코겐(虐待グリコゲン)이라는 묘한 이름의 밴드가
그 해 여름에 발매되었던 스핏츠의 9번째 정규 앨범에 수록된 곡인 8823(Hayabusa, 하야부사)를 연주했다고 하는데요.
그 학대 글리코겐이란 밴드는, 시이나 링고가 라이브 투어를 하던 중, 한정적으로(?) 결성한 밴드였던 것 같습니다.
시이나 링고의 전남편도 포함된 그 밴드에서 신디사이저 등 건반을 담당했던 멤버가 바로 미나가와 마코토라고 하네요.
참고로 학대 글리코겐이라는 이름 만큼에 걸맞는(?) 또는 엽기적인 멤버 이미지를 한번 보시겠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기 바랍니다.
● 시이나 링고 실연투어(実演ツアー) 「하극상 엑스터시(下剋上エクスタシー)」 출연자 학대 글리코겐 이미지 보기 CLICK
위 링크를 클릭하여 학대 글리코겐의 멤버들을 보신 분들 중에서
스핏츠 광팬이라면 '어라, 이 사람?' 하면서 살짝(!) 놀랐을 멤버가 있을 겁니다.
네, 토쿄지헨(東京事変)의 베이시스트 카메다 세이지(亀田誠治)입니다.
스핏츠의 10번째 앨범 三日月ロック(Mikazuki Rock, 초승달 록)부터
지금 백업되는 노래 ネズミの進化(Nezumi no Shinka, 쥐의 진화)가 수록된
12번째 앨범 さざなみCD(Sazanami CD, 잔물결 씨디)까지 3장의 정규 앨범,
25번째 싱글 さわって・変わって(Sawatte Kawatte, 만져줘 변할 거야)부터
지난 11월 5일 발매 34번째 싱글 若葉(Wakaba, 어린 잎)까지 10장의 싱글,
이 모든 음반을 프로듀싱한 프로듀서, 바로 그 카메다 세이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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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ネズミの進化 노랫말(우리말 번역)의 출처는 (c) spitzHAUS 입니다.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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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11/28 17:08 | 스핏츠/ALBUM | trackback (0) | reply (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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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쳐 들어가는 곳은 언제나 세포 속 逃げ込むのはいつも細胞の中 |
迷子の兵隊 Maigo no Heitai 길 잃은 군대 |
ⅰ
풀어두긴 했지만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채 베란다 한켠에, 책상 아래에, 가구 들어선 자리 남은 한쪽 구석에 쟁여 둔 박스들.
여전히 정리되지 못하고 있는 그것들은 이사한 지 두어 달이 넘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저의 '주말 숙제'입니다.
그건 저의 게으름에서 비롯되었다가 해야할 일의 선순위를 잊어버리는 건망증까지 더해져서 '숙제'로 남겨져 있는 것이지요.
Queen
Greatest Video Hits 1 | 몇 해 전에 이사를 할 때 짐 옮기는 와중에 퀸(Queen)의 두 장짜리 DVD를 잃어버린 적이 있었습니다.
CD, LP, DVD 등은 저의 정리 정돈 목록에서 뒤로 미뤄질 품목이 아니라서 미리 대충 정리를 마쳐 두었고
제대로 정리가 안되고 미뤄둔 것들이라 할지라도 그 나름대로 '소재 파악'은 제 머리 속에 되어 있었는데
유독 그것만 보이지도 않고 소재 파악이 되질 않아 결국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고 무척 아쉬워 했었지요.
그런데 얼마 전 어느 주말, 미처 정리하지 못한 이삿짐을 풀어서 정돈하는 '주말 숙제'를 하다가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던 배낭의 작은 수납공간 안에서 퀸의 그 DVD를 찾았습니다.
지난 몇 해 동안 그것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잃어버린 게 아니라 찾지 못하고 있었던 거죠.
따지고 보면 얼마 전의 그 '주말 숙제'는 애당초 몇 해 전에 했어야 했던 '주말 숙제'였던 셈입니다.
아무튼 '주말 숙제'는 이렇듯 발견의 기쁨, 아니 재발견의 기쁨을 맛보여 주기도 하는데
그 '재발견'은 저를 몇 해 전의 기억 속으로 보내기도 하고 때로는 더 예전의 추억 속에 빠뜨리기도 합니다. |
이를테면 퀸의 DVD는 해운대에 있는 어느 오피스텔에서의 저녁으로 저를 보냅니다.
바다가 보이는 고층의 오피스텔에서 한동안 지내던 시절, 친구들이 찾아와 밤늦도록 담소화락에 흠벙덤벙 했던 적이 있는데
그 때 그 시간, 백그라운드로 보고 듣고 했던 것이 퀸의 그 DVD와 기타리스트 타카나카 마사요시(高中正義)의 DVD였습니다.
소개해주고 싶은 음악, 그 즈음 봤던 영화, 어떤 소프트웨어의 새로 알게 된 기능, 그 즈음 인터넷에 뜨고 있던 글과 그림 등.
그렇게 적당히 가벼운 이야기, 아마 그런 이야기들로 자정을 넘기고 있었을 겁니다.
그 당시는 우리 모두가 헤비 스모커였던 탓에 내내 켜두었던 촛불의 이미지가 지금도 바로 어제 일처럼 떠오릅니다.
생계 유지의 수단이 이대로 괜찮은지, 최소한의 종잣돈은 어떻게 마련할 건지,
말하자면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의 고민도 그 날은 잠시 접어둔 채
오디오 스피커에서 퀸의 사운드가 흐르거나, TV 모니터에서 타카나카의 DVD 영상이 AV기기 광고용 화면처럼 흐르거나 그랬고.
ⅱ
재발견의 기쁨을 주는 그 '주말 숙제'를 하면서 그 기억 속으로 또는 저 추억 속으로 드나들다가 문득 느꼈습니다.
아무리 거슬러 올라간다 해도, 저를 미성년의 시절까지 되돌려 보내는 '주말 숙제'는 거의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 앨범 그리고 몇 장의 사진을 제외하고는, 작정하고 굳이 찾아보려 해도 찾아지지 않을 듯 합니다.
미성년 시절의 저를 떠올리려면 이제는 온전히 기억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이 드니 기분이 묘합니다.
어떤 나날에 대해서는 흐릿하거나 또는 훗날 다른 느낌으로 덧칠되었을 수도 있는, 어쩌면 스스로도 가끔 믿기 어려운 그 '기억'에만?
ⅲ
전투 ∼ 남진우
일군의 병사들이 숲으로 행진해 들어갔다. 숲은 깊고 고요했다. 조만간 병사들은 보이지 않았다. 다시 일군의 병사들이 숲으로 행진해 들어갔다. 어쩌면 그들은 적군이었는지도 모른다. 곧 그들도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숲은 깊고 고요했고 다시 또 다른 일군의 병사들이 숲으로 행진해 들어갔다. 어쩌면 그들은 적군의 적군이었는지도 모른다. 전쟁은 계속되었고 병사들은 이쪽에서 저쪽으로 저쪽에서 이쪽으로 숲을 향해 들어갔다. 하지만 그 누구도 숲에서 나오지는 못했다. 숲은 깊고 고요했고 달도 없는 어두운 밤이면 간혹 병사들이 행진하며 내는 북소리와 무기 부딪는 소리, 모닥불 옆에 앉아 주고받는 웃음소리가 들려오곤 했다.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전쟁이 끝나고 한 소년이 숲으로 들어갔다. 나뭇잎을 헤치고 덩굴을 걷어내며 조심조심 걸어가던 소년의 발에 무엇인가 밟혔다. 몸을 굽히고 들여다보니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장난감 칼이었다. 주워 드는 순간 갑자기 불어온 바람에 주위의 나무들이 일제히 술렁거렸다. 몸을 일으키며 둘러보니 사방에 수많은 병사들이 총과 칼을 겨눈 채 소년을 에워싸고 있었다. |
세계의 문학 2008년 봄 |
ⅳ
예전에‥, 어느 시절엔가‥, 좋아했던 시인 중에 하재봉, 이문재, 박덕규, 그리고 언젠가부터 이름을 류시화라고 바꾼 안재찬 등,
읽고 있으면 기분 좋게 몽롱해지는 시를 썼던 (그들이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제가 잘 모르긴 했지만) 시인들이 있었습니다.
그 일군의 시인들은 그들이 이십대 초반 시절에 결성했던 '시운동'이라는 문학 그룹의 동인들이었는데
앞에 인용한 시를 쓴 남진우도 그 '시운동' 동인으로 활동했던 시인이고, 이 시는 올해 봄에 어느 문학 계간지를 통해 발표한 시입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민음의 시」 등의 시집들이 책꽂이 한두 칸을 넘게 늘어나던 시절도 제게 있긴 하지만
지금은 서점 계산대에 시집을 내밀어 본 적이 언제였던가 까마득할 정도로 시 또는 시집들로부터 한참 멀어져 있습니다.
그렇게 '시'같은 것은 잊고 지낸지 오래라서, 한때 그가 쓴 시를 좋아했었다고 말하려니 쑥스럽기도 하네요.
이 시를 통해서 시인은 우리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는지는 모르지만, 저는 이 시를 읽자 남진우가 부러웠습니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어른이 된 시인이 어느 날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장난감 칼'을 '주워 드는 순간'
그를 에워싸고 있는 세계 전부가 미성년 시절의 세계로 (또는 아예 유년의 나날로) 바뀌는 감성을 가진 시인이 부러웠습니다.
남진우가 묘사하는 '장난감 칼'처럼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그 '무엇'이 저에게는 없는데,
졸업 앨범이나 몇 장의 사진 말고는 미성년을 떠올릴 수 있는 그 '무엇'이 없는데,
설혹 그런 것이 제게 있다 해도
시인의 감성처럼 사위가 스산하게 술렁거리고 제 자신이 누군가의 총칼에 겨누어지는 과녁으로 느껴질 만큼
긴장감이 충만한 추억 속으로 빠져들진 못할텐데.
ⅴ
주말이면 아니 주말이 되어서야 간신히, 그것도 하는 둥 마는 둥 '주말 숙제'에 게으름을 피웁니다.
틈이 나면 주중이라 해도 짬짬이 해야 하는데 짬이 나는 대로 하기는 커녕,
그 '주말 숙제'에서 비롯된, 아마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을, 약간의 탄식까지 동반한,
몇몇 상념에 빠져서 또 정신줄을 놓고 있습니다.
남진우의 시에서, 숲으로 들어가 사라져 버린 병사들의 이미지가 단초가 되어
스핏츠(スピッツ)의 옛 노래 하나가 떠올라 그것을 반복해서 들으면서, 그냥 멍하니 있습니다.
逃げ込むのはいつも細胞の中
도망쳐 들어가는 곳은 언제나 세포 속
‥ ‥ ‥
迷子の兵隊・・・
길 잃은 군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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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09-21
スピッツ
空の飛び方 |
● 迷子の兵隊 노랫말 살펴보기
√ 迷子の兵隊 노랫말(우리말 번역)의 출처는 (c) spitzHAUS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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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11/06 13:52 | 스핏츠/ALBUM | trackback (0) | reply (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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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나카 마사요시,
하재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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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져 있는데도 이어져 있는 듯한 느낌 離れているのにつながっている感じ |
君と暮らせたら Kimi to Kurasetara 너와 살아갈 수 있다면 |
ⅰ :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라디오의 목소리는 록 밴드 '스피츠'의 보컬처럼 약간 허스키한 고음이다.
"우리 집은 부유하지도 가난하지도 않았어. 부모님도 이혼하지 않은 평범한 가정이었지. 지금부터 5년 전인 중학교 2학년 봄에 부모님은 나한테 이과 실습용 조립품을 사 줬어. 드라이버 하나와 납땜인두만 있으면 조립할 수 있는 에프엠 송신기야. 일요일 오후에 온갖 정성을 쏟으며 열심히 조립했어. 그리고 저녁을 먹은 뒤에 결심했지. 오늘 밤에 꼭 시험 방송을 해 보겠다고. 그래서 한밤중에 일어나 몰래 밖으로 나갔어. 송신기 스위치를 ON으로 켜 놓은 채."
‥ ‥ ‥
이윽고 라디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멀리서 울리는 듯한 목소리.
"실패했다는 애들도 있지만, 그 무렵에 막 나온 유투의 앨범을 좋아해서, 「스테이」라는 노래를 엔드리스 테이프에 녹음해서 송신기에 연결하고 집을 나섰어. 그런 다음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아다녔지. 자전거에 작은 에프엠 라디오를 싣고. 푸근한 봄날 밤이었어. 거리의 모퉁이를 돌 때마다 잡음이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하면서, 내 방송국에서 틀어 놓은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라디오로 흘러나왔어. 어떤 길로 접어들자 갑자기 활짝 핀 하얀 벚꽃하고 보노의 안개 같은 편안한 노랫소리가 겹쳐졌어. '아주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이렇게 가깝네‥‥‥.' 그 노래의 가사야. 곧게 뻗은 거리를 전파가 안 잡힐 때까지 달리기도 하고,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집에서 멀어져 보기도 했지. 여름밤의 바다를 헤엄치는 돌고래도 그만큼 즐겁지는 않을 거야. 떨어져 있는데도 이어져 있는 듯한 그 느낌. 원래 친구도 별로 없었던 탓에 그때부터 점점 전파에만 빠져들었지. 석 달쯤 지나 여름이 될 즈음엔 나한테 라디오라는 별명이 붙어 있더군."
라디오는 행복한 녀석이다. 어쨌든 자기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과 만날 수 있었으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순간을 맛보기 어렵다. 그러니까 마약이 잘 팔리는 거다.
∼ 이시다 이라(石田衣良)의 소설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池袋ウエストゲートパーク) 중,
오아시스의 연인(オアシスの恋人)에서 발췌. |
池袋ウエストゲートパーク |
'라디오'라는 별명의 인물이 이 소설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그가 묘사되는 이 대목이 주는 느낌이 좋아서 천천히 한번 더 읽었다.
「스테이」. 맞아, 그 노래 좋지. 그래서 책을 읽다 멈추고 노래를 찾아서 들었다. 오랜만이다. 여전히 좋다.
Faraway, so close
Up with the static and the radio
With satelite television
You can go anywhere
And if you listen, I can't call
And if you jump, you just might fall
And if you shout, I'll only hear you |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이렇게 가깝네
잡음 섞인 라디오나
위성 텔레비전으로
넌 어디라도 갈 수 있지
그리고 난 너를 부를 수 없지만 네가 듣고있다면
그리고 네가 굴러 떨어진 만큼 뛰어오를 수 있다면
그리고 나만 들을 수 있도록 소리쳐준다면 |
U2
Zooropa |
살펴보니 U2의 Stay (Faraway, So Close!)는 1993년에 나왔는데, 그 즈음에 나는 어떤 노래를 좋아했었지?
(비록 소설 속 인물이긴 해도) '라디오'가 중학교 2학년 때 그 노래를 좋아했다면 중학교 2학년 때 내가 좋아했던 노래는 뭐였더라?
1993년이든 중학교 2학년 때였든 그 시절에 어떤 노래를 좋아했는지 제법 한참 생각해봤지만‥, 특별히 떠오르는 건 없었다.
ⅱ : 부산항 국제크루즈터미널
지난 팔월 마지막 월요일 새벽.
서울역 매표구에서 지금 바로 떠나는 열차표를 달라고 해서 경부선 KTX에 탑승한 것은,
비록 간밤에 하행선 첫차가 언제 있는지 살펴봤다고는 해도 다분히 충동적인 행동이었다.
특별한 일정도 없이, 그저 오랜 친구 한두 명 만나고 오겠다는 생각 정도 뿐이었고
게다가 부산역 광장으로 빠져나와서 낮시간에 친구가 있을 만한 동네로 이동할 때까지 그에게 연락도 하지 않았으니.
갑작스런 방문이 혹시 바쁠지도 모를 그에게 방해가 될 수도 있어서 그저 잠깐 티타임 정도의 짬만 생겨도 다행이라 생각했다.
예전보다 더 검게 그을린 듯한 그의 얼굴,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의 등짝을 툭 치는 그의 손바닥이 주는 느낌. 좋았다.
겸사겸사해서 할 일이 없나 따져본다든지 하지않은 게 다행이다 싶었다. 그랬다면 떠나지 못했을테니까. 이렇게 만나지 못했을테니까.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연락도 없이 웬 일이냐?'라든지 '어떻게 지내냐?'면서 허허대다가, 뭔가 떠올랐는지 갑자기 그가 그랬다.
― 우리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밖으로 나가자. 내가 어제 우연히 '발견한 곳'인데 거기 좋아. 시간, 괜찮지? 거기 가자.
| 주차장에는 차가 거의 없다시피 했고 입국장과 출국장이 있는 듯한 건물의 문도 잠겨 있었다.
오후 너댓시 쯤에 그랬으니, 모르긴 해도 '크루즈'라는 배가 매일 분주하게 드나드는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부산항 국제크루즈터미널.
터미널 관계자라고는 주차관리인 한 명만 눈에 띌 뿐이었고 우리 둘 말고는 낚시하는 사람 서넛 남짓.
바다를 바로 눈 앞에 발 밑에 두고 앉아서 그와 내가 함께 지냈던 지난 날과 따로 지낸 요즘을 이야기했다.
‥ 노천의 커피 자동판매기에 동전이 여러 차례 들어갔다. |
ⅲ :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순간을 맛보기 어렵다
우리가 친구가 된 것은 중학교 이학년, 같은 반이 되면서부터였다.
돌이켜보면 그 때는 너나 할 것 없이 둘다 '열다섯 살 즈음의 허점투성이(十五の頃の スキだらけ)'였다.
스핏츠(スピッツ)의 노래 君と暮らせたら(Kimi to Kurasetara, 너와 살아갈 수 있다면) 노랫말처럼.
(가끔은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다.
그저 마음 뿐이지 돌아갈래야 돌아갈 수도 없지만.)
언젠가 뜬금없이 합창 공연을 보러오라길래 가봤더니 대학 시절 내내 합창 동아리 활동을 했다던 그.
그는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어문학 전공자가 보통 그렇듯) 전공과는 상관없는 길을 걷기 시작했는데
한 해 두 해 지나자 주위에서 보기에는 그 상관없는 길이 마치 애당초 선택했야 할 전공같기도 했다. |
1995-09-20
スピッツ
ハチミツ |
그렇게 걸어오던 길, 이제는 그 누구도 '상관없던 길'이라 말할 수 없게 된 그 길에서 그가 벗어나고자 했던 게 얼마 전의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그 길에서 벗어나 다른 길을 걸었다. ‥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최근에 다시 '전에 걷던 길'로 되돌아 왔다.
잠시 벗어나 다른 길을 걷고있던 동안. 그때를 두고 그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그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았다‥'고.
| 힘들어서 도움이, 직접적인 도움이 필요했을 때 그 도움을 친구에게는 받기가 어렵더라고 그랬다.
친구에게는 힘들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뿐이고 또 그것을 기꺼이 들어주는 게 친구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그런 말과 함께 '잠시 벗어나 있던 동안'에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었고 난 고개를 주억거리며 들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나에게 맞는 일 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
그것을 제대로 찾아내고 거기에 인생을 걸어본다는 것은 정말 힘들다.
(스스로 아직은 청춘이라고 생각될 때 그걸 찾기라도 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
생각보다 짠 내가 덜한 바닷바람이 그가 피우는 담배 연기를 날려보냈고 일회용 종이컵은 겹쳐진 채로 쌓여가다 뭉쳐서 구겨졌다.
라디오는 행복한 녀석이다.
어쨌든 자기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과 만날 수 있었으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순간을 맛보기 어렵다. |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만나기는 정말 그렇게나 어려운 것일까?
'라디오'처럼 중학교 이학년 때는 아니더라도 대학 시절에라도, 스무살 시절이 끝나기 전에라도 그런 순간을 맛볼 수는 없을까?
아니, 청춘은 고사하고 덕지덕지 낀 생활의 때가 지워질 리 없는 지금에라도 혹시 맛볼 수는 없을까? 그런 순간을.
텅빈 국제크루즈터미널에서 우울한 생각, 가라앉은 이야기만 나눈 것은 아니었다.
여름 휴가를 다녀와보니 애완동물로 키우던 뱀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아 혼비백산했었다는 이야기로 날 웃겨주기도 했으니까.
ⅳ : 너와 살아갈 수 있다면
연휴 내내 별 일 없이 집에서 몇 권의 스파이 소설을 읽으면서 주전부리로 이것저것 먹다보니 살만 찌는 기분이 들고
체중계에 올라서니 실제로 체중이 불기도 해서 개천절 연휴 마지막 날 오후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고 한강으로 나갔다.
서강대교와 당산철교 사이에 있는 한강 북단 둔치의 잔디밭에 앉아 강 건너편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누군가 라디오인지 mp3P인지 음향기기를 자전거에 부착하고 달리며 내 앞을 지나갔다.
무슨 노래인지는 모르지만 업템포의 노래가 마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패닝되는 듯 들렸다가 사라졌다.
이시다 이라의 소설에서 인상깊게 읽었던 대목과 국제크루즈터미널에서 친구와 보냈던 시간이 떠올랐다.
그리고 「떨어져 있는데도 이어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
성산대교 북단에 이르자 둔치에는 산책나온 사람들로 붐볐고 한강에는 제트스키 등 물놀이 하는 사람들도 제법 많이 보였다.
앞서 당산철교 직전의 잔디밭에 앉아 쉬기도 했고 가지고 나온 물도 반병이나 남아서 매점에 들릴 일도 굳이 없으니
산책하는 사람이든 자전거 타는 사람이든 흔히들 쉬어가는 성산대교 북단을 지나쳐 오른쪽으로 튼 다음 홍제천을 타고 올라갔다.
자전거 타고 홍제천은 처음이기도 하고 천변이 아직 제대로 정비가 되어있지 않기도 해서 천천히 달렸다.
사천교, 홍연교, 백련교 등 차 타고 지나다닐 때 도로 표지로만 눈에 익던 작은 다리들이 머리 위로 지나쳤다.
그랜드힐튼 호텔이 있는 곳까지 다다르자 천변에는 더이상 산책로나 자전거길이 없는 듯 하다.
다음에는 불광천을 타고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천변을 벗어나 차도 쪽으로 올라섰다.
가게에 들어가 음료수를 사면서 또다른 어문학 전공의 친구를 잠깐 떠올렸다.
스무살 시절에 일본문학을 전공으로 선택해서 지금까지 그걸 공부하고 있는 그는 어떨까?
자기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과 만날 수 있었다는 '라디오'와‥ 같을까?
만약 그렇다면 그는 그 때가 언제였는지.
스무살 초입이었을까 아니면 본격적으로 공부하려고 일본으로 떠나던 무렵이었을까? | |
남은 음료수는 케이지에 넣고 헬멧의 버클을 채우고 페달을 밟아 다시 천변으로 내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홍제천 그리고 성산대교 북단을 지나 붉게 물든 해를 뒤로 하고 한강변을 달리면서 스핏츠의 멜로디를 흥얼거렸다.
「떨어져 있는데도 이어져 있는 듯한 느낌」의 친구를 생각하면서, 이시다 이라가 상상한 '라디오'의 목소리가 그런가 하면서.
● 君と暮らせたら 노랫말 살펴보기
ジグザグこだましながら 声が遠くまで届いていきそうな
見上げれば 雲の流れに 今いる場所を忘れちゃいそうな
寂しいあの街で 君と暮らせたら
지그재그 메아리치면서 목소리가 멀리까지 닿아 갈듯한
올려다보면 흘러가는 구름에 지금 있는 곳을 잊어버릴 듯한
외로운 그 거리에서 너와 살아갈 수 있다면 |
√ 君と暮らせたら 노랫말(우리말 번역)의 출처는 (c) spitzHAUS 입니다.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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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10/06 18:55 | 스핏츠/ALBUM | trackback (0) | reply (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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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본 그 장소에 서는 날까지 ユメで見たあの場所に立つ日まで |
夢追い虫 Yume Oi Mushi 꿈을 쫓는 벌레 |
ⅰ : 추석 연휴는 아직이던, 구월의 첫째 주.
간밤에 꾼 꿈에 내가 나왔다고 하길래 어떤 꿈이었는지 물어봤다.
꿈 속에서 내가 국민은행 문을 열고 들어가더란다.
뒤따라 들어가보니 은행 안에 타코야키가 산처럼 쌓여있고
거기서 내가 그 타코야키를 배가 터지도록 먹고 있더란다.
.
.
그런데 너무 많이 먹어서 그랬는지, 먹다가 _ 내가 죽었‥다고 한다, 꿈 속에서.
프하하! 그 얘기를 하면서 우리는 함께 폭소를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먹다가 배불러서 죽다니. | |
| 누군가 죽는 꿈은 좋은 꿈이라고 들었는데, 내가 꾼 것은 비록 아니지만 내가 죽는 꿈이라니. 오호!
동그란 모양의 타코야키는 로또 공을 떠올리게 하는데 게다가 은행에서? 이거···, 느낌, 격하게 오는데?
올해부터 로또복권 사업자가 바뀌어서 이제 국민은행은 로또와 전혀 상관없다고들 하지만
그렇게 디테일한 부분까지 꿈과 현실이 똑같으면 그게 도리어 '꿈같잖은 꿈'이라서 비현실적인 거지.
아무튼, 돈을 다루는 은행에서 로또 공같이 생긴 타코야키를 먹다가 배불러 죽다니.
용꿈, 돼지꿈이나 똥바가지를 뒤집어 쓰는 꿈만큼이나 생생하면서 또한 충분히 '상징적'이잖아?
그렇다면? ··· 그래, 이건··· 그거다! |
그런 꿈 얘기를 들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그 얘기를 듣고 '그래, 이건··· 그거다!' 싶어서 그랬는지
그 며칠 동안 길가다가 타코야키 노점상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없던 타코야키 노점상이 내가 주로 다니는 길목에 갑자기 생겨나고 늘어난 것도 아닌데.
금방 얹은 카츠오부시가 파래김 옆에서 꼬무락거리며 자리잡는 따끈한 타코야키.
그냥 눈에 띄는 정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들어오니 사먹고 싶어졌다.
오래 전 홍대앞 주차장 골목 어딘가에서 먹었던 타코야키의 맛이 다시 입 안에 맴도는 듯.
다른 곳과 달리 와사비 소스를 뿌려줘서 매운 맛이 적당히 자극적이던 타코야키였는데.
하지만 꾹 참았다. 타코야키를 '미리' 사먹으면 안될 것 같아서. 그렇게 일주일 내내.
おかしな ユメですが リアルなのだ 本気でしょ?
이상한 꿈이지만 리얼한 것이다 진짜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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たこ焼き |
| 가끔 로또복권을 산다. 그 동안 당첨된 적은 고작 오천 원짜리 딱 한 번뿐이지만, 그래도 가끔 산다.
천 원어치든 오천 원어치든 확률적으로는 똑같은 거나 진배없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설사 확률이 그렇다 해도 천 원으로 한 줄만 맞춰보기에는 아무래도 아쉽기에 늘 이천 원어치 산다.
하지만 이번에는 큰 마음먹고 오천 원을 내밀었던 거다. 용산우체국 앞 로또 가판대에서 자동선택.
여섯 개의 번호가 다섯 줄 나란히, 모두 서른 개의 번호로 가득 찬 게임슬립을 반으로 접어 지갑에 넣었다.
··· 오천 원짜리 당첨자 수는 백만 명이 넘었는데 나는 거기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_ 다섯 줄 모두 꽝. +_+
일주일 내내 타코야키 먹고 싶어하던 마음, 언제 그랬냐 싶게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피식. |
ⅱ : 추석 연휴 동안, 구월의 두번째 주말.
추석 전날 밤,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추석에 뭐 할거냐고.
별 일 없다고 하니, 자기도 명절 쇠러 간 곳이 남양주라서 일찌감치 서울로 들어올 수 있다면서
사정이 있어 고향에 내려가지 못한 또다른 친구와 함께 셋이서 점심이나 먹자고, 그랬다.
명절에 문을 여는 식당을 찾기도 힘들고 메뉴도 적당하질 않아서 연중무휴의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정했다.
고향에 내려가지 못한 친구는, 복권 당첨되는 꿈을 꾸었다면서 로또를 사야겠다고 했다.
타코야키 꿈보다 더 확실한 꿈. '그 꿈, 내가 살까?'라는 내 말에 우리는 서로 낄낄대었다.
헤어지고 나서 잠깐 통화할 일이 있었는데 그 때 그가 하는 말. '로또 못샀어. 깜박 했어.'
약속장소에 제일 먼저 도착한 친구는, 아침에 차례만 지내고 곧바로 서울로 돌아왔다고 했다.
우리 셋의 약속도 약속이지만 친지들로부터 들어야 하는 덕담이 부담스럽기도 해서 일찍 나온 거라고 했다.
"그게‥ 그렇지?" 딱히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해 그러고 말았는데 헤어질 때 그가 하는 말. '다음달에 보자!'
僕らは少しずつ進む あくまでも
우리는 조금씩 나아갈 거다 끝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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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있어 고향에 다녀오지 못한 친구 그리고 차례만 지내고 바로 돌아왔다는 친구, 둘 다 얼굴에 미소가 엷어진 듯 했다.
그 누구보다 표정이 밝은 친구들이었는데. 친구로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지켜보는 것뿐. 계절이 바뀌고 또 그렇게 당분간.
ⅲ : 추석 연휴가 끝나고, 구월의 셋째 주.
평소 즐겨보던 연재물도 아니고 그날도 그냥 지나치던 눈길에 잠깐 걸린 틈에 쳐다보던 카툰.
내용은, 얼마 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우린 액션배우다>를 소개하는 것이었는데
신예희라는 작가가 그 영화 얘기는 어떻게 풀어가든, 내게 그것은 별 관심이 되지 못했지만
그 카툰 한복판에 자리한 캡션 한 대목이 내 눈길을 끌었다.
꿈이 뭐냐고 묻는 말엔
두근두근 가슴이 뛰지만
꿈이 뭐였냐는 말은 슬퍼요.
다 끝났단 소리 같아서···. |
이번 추석에 고향에 다녀오지 못한 친구, 차례만 지내고 바로 돌아온 친구.
그 두 친구들은 어떨까?
ユメで見たあの場所に立つ日まで
꿈에서 본 그 장소에 서는 날까지 |
이루고 싶은 꿈이 생기고 하늘 향해 주먹을 내질렀을 때는 두근두근 기대에 찬 가슴이 뛰었겠지만
꿈을 향해 달리기 시작해서 반환점도 지나서 결승점이 이제 곧 닥친다 싶은, 이 계절엔 어떨까?
'기대의 두근두근'은 반환점도 지나기 전에 사라진 것 같은데 그런데도 가슴은 여전히 뛴다.
그것은 '불안의 두근두근' 때문일까? (그건 아니라고 도리질 쳐보기도 하지만)
아니, 말을 돌리지 말자, 그 친구들이 어떨지는 제쳐 두고, 나는?
'기대의 두근두근'은 고사하고 '불안의 두근두근'조차도 없잖아.
이제는 더 이상 달리지도 않으니까. 오래 전부터 이렇게 멀거니 서 있기만 했으니까.
한달에 한 번 정도는 로또 게임슬립을 반으로 접어 지갑에 넣는 나는,
··· 꿈이 뭐지? 아니, 뭐였지? ···
···
··· |
실컷보고 딴소리 No.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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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 그리고 夢追い虫(Yume Oi Mushi, 꿈을 쫓는 벌레).
● 열기
上見るな 下見るな 誰もがそう言うけれど
위 보지 마 아래 보지 마 누구나가 그렇게 말하지만
消憧れ 裏切られ 傷つかない方法も
그리워하고 배신당하고 상처입지 않는 방법도
身につけ 乗り越え どこへ行こうか?
몸에 익히고 극복해서 어디로 갈까? |
스핏츠(スピッツ)의 夢追い虫(Yume Oi Mushi, 꿈을 쫓는 벌레)가 수록된 음반은 다음과 같은데요.
2001-06-06 발매 3번째 DVD ジャンボリー·デラックス(Jamboree DeLuxe, 잼보리 디럭스),
2001-10-11 발매 24번째 싱글 夢追い虫(Yume Oi Mushi, 꿈을 쫓는 벌레),
2004-03-17 발매 2번째 B-SIDES 앨범 色色衣(Iroiro Goromo, 이어붙여 기운 옷),
2006-03-25 발매 싱글 컬렉션 앨범 CYCLE HIT 1997-2005.
아 참, 2006년의 싱글 컬렉션 앨범의 초회 한정판에는 보너스 CD가 한 장 더 있는데
거기에 이 곡이 「early version」이라고 덧붙인 타이틀로
다른 버전의 夢追い虫(Yume Oi Mushi, 꿈을 쫓는 벌레)가 따로 수록되어 있기도 합니다.
ユメで見たあの場所に立つ日まで
꿈에서 본 그 장소에 서는 날까지
僕らは少しずつ進む あくまでも
우리는 조금씩 나아갈 거네 어디까지나
ユメで見たあの場所に立つ日まで
꿈에서 본 그 장소에 서는 날까지
削れて減りながら進む あくまでも
깎여지고 닳으면서 나아갈 거네 어디까지나
あくまでも
어디까지나 |
그리고 싱글 부클릿에 의하면, 이 노래의 레코딩에 스핏츠와 함께한 뮤지션은 다음과 같습니다.
쿠지 히로코(クジヒロコ) background vocals
이시다 쇼우키치(石田小吉) background vocals
미야지마 테츠히로(宮島哲博) reverse & effects (ending) | ● 夢追い虫 노랫말 살펴보기
ジャンボリー·デラックス
夢追い虫
色色衣
CYCLE HIT 1997-2005 |
쿠지 히로코와 이시다 쇼우키치는 다른 글에서도 몇 번 언급한 적이 있는 뮤지션들인데 반하여
(관심있으시다면 글 아래 「Tags」에서 クジヒロコ 또는 石田小吉를 클릭하시기를)
미야지마 테츠히로는 이번이 처음인데, 레코딩 엔지니어인 그는 스핏츠의 다른 앨범 작업에도 여러 차례 기용된 바가 있다고 합니다.
스핏츠의 1994년 앨범인 空の飛び方(Sora no Tobikata, 하늘 나는 방법)에서 그들과 인연을 맺은 듯 싶은데,
그 다음 앨범 ハチミツ(Hachimitsu, 벌꿀) 그리고 1998년의 앨범 フェイクファー(Fake Fur, 페이크 퍼)에서도 엔지니어링을 담당합니다.
ⅴ : 한번더 夢追い虫(Yume Oi Mushi, 꿈을 쫓는 벌레).
● 열기
이 곡의 노랫말에는 「夢(Yume, 꿈)」도 여러 차례 등장하고 「虫(Mushi, 벌레)」도 나오긴 하지만
제목인 「夢追い虫(Yume Oi Mushi, 꿈을 쫓는 벌레)」라는 표현이 따로 나오지는 않는데요.
일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거나 또는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夢追い虫」의 의미와
일본어가 서툰 입장에서 '꿈을 쫓는 벌레'라는 우리말 표현으로 받아들이는 느낌,
그 둘 사이에는 제법 큰 간극이 있을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일본어에서 「虫(Mushi, 벌레)」는 '벌레'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인데요.
이 단어와 다른 단어가 합쳐지면서 생긴 합성어 중에는
진짜 '벌레'가 아니라 어떤 특성을 가진 '사람'을 의미하는 단어가 여럿 있다고 하네요.
이를테면 「泣き虫(Nakimushi, 울보)」, 「弱虫(Yowamushi, 겁쟁이)」같은 단어가 그렇구요.
'책밖에 모르는 사람'이란 표현으로 「本の虫(Hon no Mushi)」라는 표현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고보니 이런 사람을 두고는 우리네 표현으로도 '책벌레'라고 하네요.) | |
그러니까 일본어에서 「∼虫(∼mushi)」라는 단어 중 몇몇은 우리말로 하면 「∼보」, 「∼쟁이」, 「∼뱅이」라는 뜻의 단어라는 거죠.
우리말에서 보자면 '먹보', '털보'라든가 '겁쟁이', '고집쟁이', '방귀쟁이'라든가 '게으름뱅이' 등과 같은 단어에서처럼
'어떤 특성을 가진 사람'을 가리킬 때의 접미사로 「∼보」, 「∼쟁이」, 「∼뱅이」가 사용되듯이, 「∼虫(∼mushi)」가 그렇다는 거죠.
일본어에서 「∼虫(∼mushi)」로 표현되는 이런 단어들이 모두 부정적인 느낌의 표현만은 아닙니다.
앞서의 「本の虫(Hon no Mushi)」와 같은 표현은 상황에 따라 긍정/부정의 느낌을 다 가질 수 있는 표현이기도 하죠.
하지만 「屁っ放り虫(Heppirimushi, 방귀쟁이)」라든가 「点取り虫(Tentorimushi, 점수벌레)」처럼,
이런 표현들은 상대의 어떤 특성을 조롱하여 이르는, 부정적인 표현인 경우가 대부분일 겁니다.
여성들을 괴롭히는, 아주 질이 나쁜 남성을 뜻하는 「悪い虫(Waruimushi)」 정도면, 아마 최악의 「∼虫(∼mushi)」가 되겠네요.
그렇다면 「夢追い虫(Yume Oi Mushi)」는 우리말로 어떻게 번역하는 것이 매끄러울까요?
우리나라의 스핏츠 팬싸이트 중 으뜸인 (c) spitzHAUS의 욱병이님은 「꿈좇보」, 「꿈보」 정도를 떠올렸다가
그 어감이 좋지 않아 관두고 「꿈을 쫓는 벌레」라는 직역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하는데, 저 역시 공감이 가는 이야기입니다.
● 욱병이님의 '꿈을 쫓는 벌레' 코멘트 바로가기
그렇다고 꿈을, 꿈을 쫓는다는 것을 「∼쟁이」 또는 「∼뱅이」에 붙여봐도 그다지 신통치 않아 보일 뿐 아니라
어감이 어떠냐는 측면에서도 「∼보」의 경우보다 딱히 나을 것도 없이 매한가지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어떤가요? 「夢追い虫(Yume Oi Mushi)」. '꿈을 쫓는 벌레'를 또다르게 표현해본다면?
√ 夢追い虫 노랫말(우리말 번역)의 출처는 (c) spitzHAUS 입니다.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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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9/20 22:34 | 스핏츠/SINGLE | trackback (0) | reply (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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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 자는 기분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다 晝寢したるこそをかしけれ |
鈴虫を飼う Suzumushi wo Kau 방울벌레를 기른다 |
ⅰ
'어정칠월 건들팔월'이라는 말은, 원래 바쁜 농사일도 끝나고 추수할 일만 남아 한가해진 농촌을 두고 하는 말이긴 합니다만,
저의 이번 여름은 마치 그 표현처럼, 어정어정하다가 칠월이 그리고 건들건들하다가 팔월이 다 지나가버리는 듯 합니다.
따져보면 칠월에는 이사도 했고 팔월에는 난데없이 입원해서 수술도 치렀고 했으니 '어정건들'했던 날들은 분명 아닌데
어수선해도 이사온 집에 어느새 익숙해지고 조그만 흉터가 생긴 아랫배도 굳이 들여다 봐야 수술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되니
그런 큰 행사가 있었어도 이 여름을 '어정칠월 건들팔월'이라고 느끼나 봅니다.
가끔 엊그제 일도 깜박깜박 해서 난감할 때가 있는데, 이런 면에서는 적당한 건망증이 나쁘지마는 않습니다.
폭염이니 열대야니 하는 것도 언제였나 싶게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하고 한낮에도 그늘없는 도로 위가 아니라면 견딜 만 하네요.
흔히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책읽기 가장 좋은 계절은 폭염이 오기 전 초여름이나 요즘 같은 늦여름이라고 생각합니다.
밖으로 나가면 땀에 젖지만 집 안에서는 그다지 더위를 심하게 느끼지 않은 요즈음, 이를테면 주말의 한낮.
소파에 길게 드러누워서, 마루에 대충 엎드려서 또는 화장실에 갈 때도 들고가서 읽는 추리 소설이나 스릴러 소설.
올림픽이 끝나서 오랜만의 TV도 재미없고 인터넷 써핑도 시들해진 요즈음, 저녁 식사를 마치고 슬그머니 무료해지는 저녁.
그럴 때 적당한 인문과학이나 자연과학 서적 또는 오래 전부터 읽고 싶어 했으나 미뤄두기만 한 두툼한 책을 펼쳐드는 뿌듯함.
ⅱ
작년, 재작년만 해도 대학의 도서관에 드나들 일이 잦은 환경 속에 있어서,
열람실에 들려 집에서 구독하지 않는 신문을 읽거나 눈길가는 잡지를 뒤적거릴 기회도 있었고
동작도서관에도 몇 번 들려서 인터넷이 되는 3층 휴게실에서 노트북컴퓨터를 연결하기도 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여름이 한참이었던 최근에 이르기까지 도서관을 향하는 발길이 끊어졌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자격증 시험일자가 임박해서 '열공'에 지쳐 힘들어 하는 친구의 전화를 받고는
그 녀석이 공부하고 있던 중랑구립정보도서관 앞에서 그를 만날 일이 있었는데
그 도서관은 근처에 신내근린공원도 있고 봉화산으로 올라가는 길목도 가깝고 해서 그런지
초록이 무성한 도서관 인근 풍경이 너무 좋아서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와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머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도서관에 들어가 본 지도 오래되었구나' | |
| 게으름 탓에 책읽기가 뜸해진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 해를 거듭한 지도 오래된 일인데
올해는 여름의 끝무렵에 이르러 다행스럽게도 여러 권의 책을 연거퍼 읽을 수 있었습니다.
모두 도서관에서 관외대출한 책들인데 특별한 주제없이 그저 서가에서 손가는대로 뽑아든 것들이었지요.
히가시노 케이고(東野圭吾) 의 추리 소설 짝사랑(片想い)이라든지 (서점에서는 눈에 띈 적이 없었는데)
평소에 일본 고전문학사 쪽으로는 제대로 가까이 가본 적도 없고 이 여름에 특별한 관심을 가진 것도 아닌데
뜬금없이 별책부록까지 챙겨서 대출해 온 550페이지짜리 일본 중고(中古)시대 문학의 대표작품이라든지.
아마도 중랑구립정보도서관 앞 풍경에서 받은 자극이 오랜만의 책읽기로 연결되었는지도 모르겠네요. |
ⅲ
별 생각없이 빌려와서는 주로 마루에서 쉬엄쉬엄 읽었던 일본의 고전문학 중 하나는,
겐지이야기(源氏物語)와 함께 일본 고전문학의 대표작이라고 하는 마쿠라노소시(枕草子)입니다.
천황을 보필하는 뇨보(女房:고위궁녀)인 여성이 쓴 작품으로 일본 수필문학의 효시가 되는 작품이라는데
('마쿠라노소시'라고 하는 이 책의 제목, 이것을 우리말로 풀이하자면 '베갯머리 서책' 정도 된다네요)
무겁지 않은 주제에 감상적인 면이 상당한 글이라, '고전'이라는 느낌은 거의 없이 편하게 읽어지더군요.
두툼한 두께는 '마쿠라(枕, 베개)'라는 제목처럼 한두 차례 낮잠베개가 될 만큼 적당하기도 했습니다. ^^ | |
고유명사와 옛일본의 관직명 등이 낯설게 등장하는 궁중생활을 묘사한 부분은 가끔 건너뛰기도 하면서 대충대충 읽은 책이지만
저자가 초고(草稿)를 완성한 때가 1001년이라고 하니 지금부터 무려 천년도 넘는 옛날의 글임에도 불구하고
읽다보면 천년 전 이웃나라 여성이 썼다는 것이 어느새 잊게 되는 글이 많아서, 책장을 덮고난 울림이 은근히 남다른 '고전'입니다.
예를 들어, 천년 전 이웃나라 여성이 묘사한 어느 7월 여름날의 느낌을 읽으면, 어쩌면 이렇게나 지금과 똑같을까 싶더라구요.
천년 쯤 지난 후의 바다 건너편 나라에서 사는 사람이 주말이면 비오던 어느 해의 여름날에 느끼는 분위기랑 말이지요.
7월 더운 때 바람이 세게 불어 빗발이 어지럽게 날리는 날, 몹시도 시원해서 부채를 까맣게 잊고, 땀내가 조금 밴 면옷을 푹 뒤집어쓰고 낮잠 자는 기분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다.
∼ 마쿠라노소시(枕草子) 중에서 제41단(段) 극락이 따로 없다
지은이 세이쇼나곤(清少納言). 옮긴이 정순분. 펴낸곳 갑인공방.
일본어 원문
七月ばかりに、風のいたう吹き、雨などのさわがしき日、大かたいと涼しければ、扇もうち忘れたるに、汗の香少しかかへたる衣の薄き引きかづきて、晝寢したるこそをかしけれ。 |
출처 : http://www.geocities.jp/rikwhi/nyumon/az/makuranosousi_zen.html | |
ⅳ
앞서 인용한 부분을 옮겨 쓰느라 책을 펼쳐서 뒤적이니 그 제41단의 바로 앞, 제40단이 눈에 들어오는데
옮긴 이가 운치 있는 벌레라는 제목을 붙인 그 글에서는 여러가지 벌레들이 등장합니다.
저자가 손꼽는 벌레 중에는 '방울벌레(鈴虫)'도 있네요.
끝나가고 있는 여름의, 지난 여름의 느낌 속에서 이 글을 쓰고 있었는데
나도 몰래 '방울벌레(鈴虫)' 덕분에 가을의 느낌으로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이제 이틀만 지나면 구월이고 이십사절기로 하자면 입추(立秋), 처서(處暑)도 벌써 다 지나갔으니
아직 반팔 차림으로 다니고 목덜미에 땀이 나도 우리는 이미 가을에 들어와 있는지 모릅니다. | |
名前をつけてやる | 그래서, 이 글을 쓰다 멈추고는 잊고 지내던 노래 하나를 찾아 듣습니다.
스핏츠(スピッツ)의 옛노래 鈴虫を飼う(Suzumushi wo Kau, 방울벌레를 기른다)를.
鈴虫の夜 ゆめうつつの部屋 방울벌레 우는 밤 꿈결 같은 방
鈴虫の夜 一人きりゆめうつつの部屋 방울벌레 우는 밤 혼자뿐인 꿈결 같은 방 |
● 鈴虫を飼う 노랫말 살펴보기 |
ⅴ
올 여름을 '어정칠월 건들팔월'로 기억하면서 읽어도 그만 읽지 않아도 그만인 책을 짬짬이 읽던 제가 있는가 하면,
앞서 얘기한 친구처럼 올 여름을 강의실에서 도서관에서 방안에서 밤늦도록 '열공'의 시간으로 보낸 친구들도 있습니다.
봄이든 여름이든 계절의 바뀜에 상관없이 치열하게 '열공'하고있는 또다른 친구가 얼마 전 이런 말을 하더군요.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선선해지는 게 무서워' ‥라고.
진학이거나 취업이거나 우리가 무언가를 목표로 두고 매진할 때 그 노력의 결실이 한 해를 단위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순서로 사계절을 가진 우리네는 보통의 경우 그 마지막 계절인 겨울에 그 결과를 맞이하게 됩니다.
땀흘리며 강의실과 도서관을 오가다가 어느날 문득 날씨가 선선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느끼고 무서워졌다는 그 친구.
이제는 '닥치고 열공!' 해야하는 나날 중에서 남은 날들이 보낸 날보다 적다는 것에서 오는 조바심을 얘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중랑구립정보도서관의 그 친구, 선선해지는 게 무섭다는 그 친구, 지난 겨울부터 그들이 보낸 것과 같은 봄 여름을 보낸 사람들 모두,
다가오는 올 가을과 겨울에도, 지난 계절과 마찬가지로 치열하게 '달리면' 올 겨울의 끝자락에는, 원하는 결실을 얻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힘들어도 무서워도‥ 참고 조금만 더 달리면 될 겁니다. 그렇게 믿습니다. 모두 힘내십시오.
ⅵ
● 스핏츠 팬들을 위한 덧붙임 하나.
스핏츠의 노래는 노랫말은 물론 멜로디까지 보컬리스트 쿠사노 마사무네(草野マサムネ)가 만든 것이 대부분인데요.
이 곡의 노랫말은 쿠사노 마사무네가 만들었지만 멜로디는 그가 만든 곡이 아닌, 흔치 않은 경우입니다.
鈴虫を飼う(Suzumushi wo Kau, 방울벌레를 기른다)를 작곡한 사람은 기타리스트 미와 테츠야(三輪徹也)입니다.
● 미와 테츠야가 멜로디를 만든 곡의 목록이 있는, 또다른 myspitz story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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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8/30 13:27 | 스핏츠/ALBUM | trackback (0) | reply (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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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이렇게 될 거라 알고 있었는데 はじめからこうなるとわかってたのに |
ⅰ
지난번 이사 때 그리고 지지난번 이사 때, 잡지같은 것은 남김없이 다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또 나온다.
일반 잡지들이나 보통의 단행본에 비해 판형이 조금 커서 그랬는지 아무튼 몇몇 화집들이 꽂혀있던 자리에 같이 있던 것들.
이번에 이사를 한 후 짐을 정리하면서 마음 속으로 결정을 한 것이 있다. 「적어도 하루에 하나는 버린다」
그래서 제일 먼저 손에 잡혀서 버려지게 된 것이 그것들. 그렇게 뒤늦게 발견된(?) 미술 관련 잡지들.
짐 정리를 하다말고 방안에 쭈그리고 앉아서 한참 뒤적거린 후에 버려지기도 하고, 화장실에 잠깐 들고갔다가 버려지기도 한다.
재활용 쓰레기장에 갖다두기 전에 한번 훑어보던 그 잡지들 중에서 눈길이 잠시 머문 글. 어느 낯선 청년 화가의 글과 그림.
지난 해 어느 고등학교 축제에 들렸을 때 그 학교 문예부의 시화전을 둘러보던 시간이 문득 떠오른다.
바다, 새, 저녁
수평선을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솟았다.
내속 어느 한 부분이 위로받을 길 없어
바다처럼 넓은 공간이 필요했던 것일까?
낮게 그림자를 떨구며 날아가는 새의 궤적을
그림자 속에서 지켜보았다.
나의 그림자는 그림자 속에서 고요하다.
무겁게 내려앉은 저녁이었다.
따뜻했던 새의 가슴 털을 헤집는 벌레처럼
저녁 속을 걸어 나갔다.
기억으로 되살아난 풍경들이 옆으로 멀어져갔다.
다가와서 멀어져가는 나무 한 그루
기억처럼 서 있었다.
∼ 안중경의 illustrated essay 풀밭에 별처럼 눕다 중에서 |
trans trend magazine
2006년 여름호 |
ⅱ
지난 칠월 어느 날, 서로 바쁜 탓에 만난 지가 꽤 된 친구 녀석에게서 전화가 왔다.
― 이번 여름 휴가를 팔월 초에 잡아서 일주일 정도 해운대로 갈 예정인데, 같이 가자.
― 그래? 그거 좋지. 으음, 근데 이 달 말에 이사가는데 그것 때문에 어수선해서 지금 당장 답을 내기가 좀‥.
― 이사는 이번 달이라며? 부산에 가자는 건 팔월이야, 팔월.
― 실은 팔월 초순에 꼭 치러야 할 행사도 마침 있어서 그래. 하필 아직 그게 날짜가 확정나질 않아서.
― 그래? 알았어. 암튼 같이 가면 좋겠다.
그 친구와 나 그리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바닷가에서 왁자하던 지난 날의 분위기가 떠올랐다. | |
정리정돈이야 쉬엄쉬엄 하면 되는 거니까 이사를 마치면 나도 해운대에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슬금슬금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 친구처럼 일주일씩 있다 오는 것은 무리일테지만 이삼일 정도야 뭐. 게다가 이렇게 말이 나왔을 때 가야지 안그러면 가기 쉽지 않지.
이사를 마치고 하루이틀 지나서였나? 또다른 친구에게서 문자메세지가 왔다. 자우림의 샤이닝 한번 들어보라고.
그 친구, 요즘 심정이 그렇다고 했다. 요즘은 잘 듣지않던 자우림. ‥서너 번 연거퍼 들었다. ‥그에게 답신을 보내지 못했다.
ⅲ
박하향은 분명 아니고 뭔가 알듯 말듯한 냄새가 나는 것 같고 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컴퓨터단층(CT)촬영을 위한 조영제(造影劑)가 손등의 혈관을 타고 들어오기 시작한 모양이다.
이사를 마친 그 다음 날부터 배가 조금씩 아프더니 일주일이 지나도 가라앉지 않고 여전히 불편했다.
그래서 병원에 들렸다. 주사 한 대 맞고 내복약 처방전을 받아서 나올 거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통증이 시작되고 일주일 정도 그저 불편할 뿐이었는데. 그래서 그건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뜻밖의 검사 결과. 맹장염. 곧바로 수술을 해야한다고 했다. 머뭇머뭇하는 사이에 입원 절차가 시작되었다. | |
단추 하나 없이 끈으로 등 뒤로 묶는 수술복 상의. 누군가의 도움없이는 제대로 입을 수도 없다. 일반 환자복하고 또 다르다.
반지, 안경은 물론 팬티같은 속옷 한 장도 허용되지 않는다.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난 순간 문득 느낀다. 「이보다 더 무력할 순 없다」
이동하는 베드에서 병원 복도 천장을 향한 싯점으로 빠르게 달리는 것은 영화에서만 익숙한 장면이었는데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은. 쯔.
어지러워서 눈을 감는다. 다행히 멈춘다. 춥다. '잠시만요' 하고 간호사는 어디론가 가버린다. 혼자다. 그런데 여긴 왜 이렇게 춥지?
'오늘 정말 피곤해' 누군가의 목소리가 지나간다. 수술실 앞 복도같다. 잠시 후 '전신마취할 겁니다' 바로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
수술실. 너댓명의 의료진들. 여기 원래 추운 건가요? 팔다리를 가볍게 묶으면서 누군가 대답한다. '곧 괜찮아질 겁니다' ‥ 정신, 잃는다.
| 밤 열시에 시작해서 한 시간 쯤 걸려서 끝이 난 수술은, 수술 그 자체로는 간단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리고 개복 수술이 아니라 복강경 수술이라서 입원 기간도 짧고 회복도 빠르며 흉터도 없다시피 하다해도
그건 메스를 쥔 사람의 얘기지, 맹장인지 충수돌기인지 아무튼 뭔가 잘려나가는 나는, 얘기가 다르다.
회복실을 거쳐 병실로 실려온 후 마취에서 풀려나기 시작해서 새벽 한시까지 약 두 시간, 정말 고통스러웠다.
나중 전해들으니, 그 때 나는 큰소리로 쌍욕을 해대기까지 했단다. '아, 씨바! 진짜 아파 죽겠다!'고.
그리고 다시 정신을 잃었는지 또는 잠들어 버렸는지 아무튼 그랬다. 메슥거렸다. ‥ 더이상 생각나지 않는다. |
수술 그 뒤로는 무료하기 짝이 없는 시간들. 병실에서 복도에서 화장실에서 마주치는 환자들 모두 하나씩 주사 맞고있는 링거액들.
카비벤페리, V/S, 올리클리노멜, D/V 등 이름만으로는 도대체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링거액들이 각자의 몸 속으로 들어가고
병실의 환자들은 모두 베드에 누워 볼륨을 줄인 텔레비전을 통해 막 개최된 베이징 올림픽을 본다. 보는 듯 마는 듯 건성건성.
하지만 그것도 잠깐잠깐 그렇고 다들 설핏설핏 잠에 빠져든다. 나도 그렇다. 나도 스르르 잠든다.
그렇게 얕은 잠에 빠졌다가 깨기를 반복한다. 그러면서 꿈을 꾸기도 꾼다. 꿈속에서 바다가 보인다. 언듯언듯.
ⅳ
팔월 초에 해운대에 가자고 친구가 그랬는데, 나는 베드 여기저기 금식 표찰이 붙어있는 병실로 왔다.
그리고는 꿈속에서 바다를 본다. 그것도 엉뚱하게 해운대가 아닌 송정해수욕장에서 바라보는 바다를.
돌이켜보니 해운대에서 살 적에도 가까운 해운대 해변보다는 송정의 해변에 더 자주 갔던 것같다.
해운대보다는 조금 멀지만 한적해서 좋고 해변 테이크아웃 커피도 즐길 수 있고 갈매기도 더 많이 보이는.
明日になれば僕らもこの世界も 내일이 되면 우리도 이 세계도
消え失せているのかもしれないしね 사라져버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고 말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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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海ねこ 노랫말 살펴보기 |
서울 도심 한복판의 어느 종합병원 병실에서 자다 깨다 하면서 설핏설핏 꾸던 꿈. 그 꿈 속에서 언듯언듯 바라보던 바다.
퇴원하고 난 지금, 그 꿈 속의 이미지를 다시 떠올려보니 과연 그게 송정의 해변에서였는지 명확하지 않다. 뭐 아무려면 어때.
그것이 송정에서 바라보는 바다가 맞다고 해도 거기서 몇년 전에 느꼈던 감정을 이제와서 그때와 똑같이 느낄 수는 없을테니까.
오늘과 다른 지난 날의 바다를 생각하니, 문득 예전에 봤던 영화 아비정전(阿飛正傳)이 겹쳐진다.
장궈룽(張國榮, Leslie Cheung)은 장만위(張曼玉, Maggie Cheung)에게 말한다.
'1960년 4월 16일 오후 3시. 우린 1분 동안 함께 했어.
난 잊지 않을 거야. 우리 둘만의 소중했던 1분을.
이 1분은 지울 수 없어. 이미 과거가 되었으니까.'
장만위의 독백이 이어진다.
'그는 이 1분을 잊겠지만 난 그를 잊을 수 없었다.' | |
오후 5시, 해운대 동백섬 쪽에서 바라보는 바다 색깔. 해변 주차장에서 차 천장을 두드리는 빗소리와 함께 바라보던 송정의 바다.
꿈 속에서든 실제로든 그 바닷가의 이미지는 생생하게 떠올라 잊을 수 없는데, 거기서의 나는 어땠는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아직 전신마취가 덜 깼나? 풉! 그냥 스핏츠(スピッツ)의 이별 노래나 듣자. 슬픈 이야기를 신나게 노래하는 스핏츠의 노래를. 볼륨 업!
はじめからこうなるとわかってたのに 처음부터 이렇게 될 거라 알고 있었는데
宝物のありかはわかってたのに 보물이 있는 곳은 알고 있었는데 |
ⅴ
1992년 4월 25일 발매 스핏츠(スピッツ)의 미니 앨범
オーロラになれなかった人のために(Aurora ni Narenakatta Hito no Tame ni).
'오로라가 될 수 없었던 사람을 위해서' 그 네번째 트랙,
海ねこ(Umineko, 괭이갈매기). 연주시간 4분 2초.
● 스핏츠 팬들을 위한 덧붙임 하나.
앨범 부클릿 마지막장에 나와있는, 이 노래의 'ADDITIONAL MUSICIANS' 목록.
라이온 메리(ライオン・メリィ) Hammond Organ,
에릭 미야시로(ERIC MIYASHIRO), 나카자와 켄지(中澤健次) Trumpet,
카기와다 미치오(鍵和田道男) Trombone,
타카노 마사미키(高野正幹), 우에사토 미노루(上里稔) Tenor Saxophone,
요시다 오사무(吉田治) Baritone Saxophone,
그리고 리듬 어레인지먼트는 스핏츠. |
オーロラになれなかった人のために |
√ 海ねこ 노랫말(우리말 번역)의 출처는 (c) spitzHAUS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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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8/16 12:26 | 스핏츠/ALBUM | trackback (0) | reply (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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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정전,
안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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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이벤트는 아직 앞으로 다가올 날에 있을 거야 最高のイベントは まだ先にあるはず |
ⅰ
얼마 전 제 친구가 중국에서 생산된 자전거 한 대를 구해주는 덕분에 자전거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접이식 자전거라서 한강시민공원 주차장까지 차에 싣고 가서는 꺼내어 타기만 하면 되어서 편했습니다.
덕분에 평소에 차창 밖으로만 쳐다보던 강변 풍경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게 되어서
건강을 위한 스포츠의 의미는 물론, 그런 의미에서도 그 자전거를 구해준 친구가 한번 더 고마웠지요.
압구정 쪽 한강시민공원에서 잠실대교 남단까지, 또 하루는 여의도를 지나 방화대교 남단까지,
또 어떤 날 저녁에는 잠수교를 건너가서는 강북 쪽 자전거도로를 타고 잠실대교 북단까지 가서
그 자전거를 구해준 그 친구가 밤낚시를 즐기는 모습을 보고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 |
그런데 한강변에서 몇차례 자전거 타기를 즐기고나니 속도 문제라든지 하는 약간의 아쉬움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하더군요.
그 아쉬움들을 해결하고픈 마음이 커지자 제 눈길은 한강변을 달리는 다른 자전거들을 향하고 쇼핑몰 검색창에 자전거를 입력했고
결국, 친구가 구해준 자전거로 새로운 즐거움에 빠져든지 보름도 채 지나지 않아 인터넷을 통해 새 자전거를 '지르게' 되었습니다.
처음 탔던 자전거는 16인치의 작은 바퀴에다가 기어 변속도 되지 않는 자전거라서
오르막길을 만나면 허벅지가 긴장할 수 밖에 없고 기어 변속도 안되니 힘 조절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최고 속도도 20km/h 정도가 고작인가 싶으니, 한마디로 그저 '샤방샤방'한 느낌으로 타는 자전거였죠.
그래서 26인치 싸이즈의 바퀴에 기어 변속도 가능한, 평범한 모양새의 자전거를 새로 산 거죠.
모양새는 MTB 스타일인 '유사MTB'인데 실제로 산에서 타서는 안된다는 스티커가 붙은 생활자전거입니다. |
ALTON alobics 500 |
이전의 자전거와 달리, 새로 산 자전거는 만약 차 트렁크에 싣고 내리고자 하면 바퀴와 프레임 등을 분해하고 조립해야 했는데
제가 그런 방면으론 젬병이라서, 그럴 밖에야 차라리 집에서 한강시민공원까지 약 5km는 그냥 도로를 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ⅱ
5km 정도의 자전거도로라면 일이십분 안쪽의 '샤방샤방 라이딩'이겠지만, 일반도로 5km는 초보자인 제게 상당한 모험이었습니다.
차도는 쌩쌩 달리는 차 때문에, 인도는 자전거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행인들이 있어서 긴장을 한순간도 늦출 수 없고,
근력도 부족한데다 기어 변속도 능숙하지 않아서 오르막길은 죽도록 힘든 한편, 내리막길은 그 가속도에 무서워졌습니다.
특히 국립도서관 앞의 고갯길은 도로 주행 초보자인 저에게 한강변에서의 30∼40km보다 훨씬 힘든 코스로 여겨졌지요.
(한강변으로 다녀올 때마다 그 고갯길을 넘다보니, 이제는 도리어 고갯길 오르막의 힘겨움을 약간 즐기기까지 합니다)
up! up! | 예전에는 '마뉘꿀고개'라고 하는 재미있는 이름으로 불렀다는 고개.
대법원과 국립중앙도서관 사이의 그 고갯길, 오르막에서 헉헉대고 내리막에서 긴장하던 제가
어느 일요일엔가는 양재천변의 자전거 도로로 나가 탄천을 끼고 분당까지 다녀오기도 했고
'힘들어도 한 번 올라가면 뭔가 달라진다'는 말에 혹해서 얼마 전에는 남산에까지 올라갔습니다.
자전거 탄지 이삼년된 '라이더'들의 부추김에, 끌려가듯 한편 솔깃한 마음에 오르기 시작한 남산이었는데
한남대교를 건너 국립극장까지 가서 한숨 돌린 다음 전망대를 거쳐 꼭대기에 이르렀을 때의 기분이란!
'초보인 나도 업힐(up hill)해봤다'고 얘기해도 부끄럽지 않을, 오르막 도전의 성공이기도 했습니다. |
높이가 해발 300m에도 못미치고 또 정상까지 포장도로가 나있어서 '진짜' 산을 오르내리는 라이더에게는 별 것 아닌 남산이겠지만‥,
그리고 정상을 코 앞에 두고 약 20m만 더 가면 되는데 그만‥, 결국 힘에 부쳐서 페달에서 발을 내리고 '굴욕의 끌바'를 하고 말았지만,
남산에 올라가봤다는 게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건 아니잖냐고 누군가 그럴지라도, 스스로에게는 작은 업그레이드라도 끝낸 듯한 느낌!
참! 자전거를 타게 되니 앞서의 '끌바'라든지 또는 '멜바'와 같은,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쓰는 신조어같은 용어를 접하게 되더군요.
혹시 지금 처음 접하는 신조어라 해도 아마 짐작될 듯한데, '업힐할 때 너무 힘들어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는 것'을 '끌바'라 하고,
'끌고 가기에도 험한 길이거나 또는 계단 등에서 자전거를 메고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을 두고 '멜바'라고 말한다는군요. ^^;;
ⅲ
그 동안 제가 평소에 들고 다니는 가방은 두 가지였는데요.
하나는 노트북 컴퓨터까지 넣을 수 있는 배낭 겸용 숄더백이고 또 하나는 포트폴리오 백 느낌의 서류가방이었습니다.
패션이나 뭐 그런 것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그저 그날 그날 들고 다녀야 할 것들에 따라 바꿔서 들고 다니는 것이지요.
노트북 컴퓨터를 가지고 움직이는 월요일과 금요일 정도를 제외하고는 어깨끈이 있는 서류가방을 들고 다니는 게 보통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가방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새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고 얼마 있지 않아 그렇게 되었지요.
mp3P 아이리버의 제조회사인 레인콤에서 사은품으로 나왔던 검정색 미니 배낭이 그것인데
흔히 쓰는 배낭과 비교하면 싸이즈가 다소 작긴 하지만 자전거 탈 때의 제게는 딱 맞는 싸이즈의 배낭입니다.
| 기계 만지는 건 젬병이라 해도 도움을 받으려면 응급용 공구는 구비하고 있으라는 친구의 오랜 충고에 따라
튜브가 펑크날 때를 대비해서 필요한 펑크 패치와 육각렌치를 포함한 휴대용 공구 세트 등을 챙겨 넣고
흘러내리는 땀을 닦기 위한 수건 등도 넣어 다니려니 배낭이 하나 있어야겠다 싶어 메기 시작한 배낭인데
한번 메기 시작하니, 여분의 안경도 챙겨 넣어 다니고, 초코바나 양갱같은 간식(?)을 넣어다닐 때도 있습니다.
보면, 요즘은 복장도 자전거용 슈트로 갖춰 입고 신발도 클릿(cleats)슈즈로 갖춘 사람이 제법 많던데요.
저는 아무 것도 갖춘 것 없이 배낭만 메고 다녔는데, 제가 자전거로 남산에 처음 올라가던 날,
함께 갔던 지인이 보기 안쓰러웠던지 아니면 초보자 격려 차원에서인지, 자전거용 헬멧을 선물해주었습니다. |
사실, 자전거를 타고 한동안은 그런 '용품'에 대해서 저는 관심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비상시 대비를 위한 정비도구 말고는, 선수도 아닌데 굳이 그렇게까지 필요하나 싶었습니다.
자전거용 슈트를 비롯해서 몇몇 용품은 '괜한 허영'으로까지 여겨졌습니다.
특히 사타구니 부분에 패드가 부착된 슈트 하의는 쳐다보기도 은근히 민망스러운 '쫄바지'였구요.
그런데 자전거를 탄지 한달쯤 지나니 그것들이 각자 필요한 기능을 가진 용품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더군요.
저녁나절 강변을 끼고 달릴 때 자칫하면 날벌레가 입 안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어느날 실제로 뭔지 모를 날벌레 하나가 부지불식간에 제 입 안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마스크로, 두건으로, 모자로 때로는 헤어밴드로도 쓸 수 있는 버프(buff)라는 용품에 고개를 끄덕이고
허벅지에도 땀이 솟아 바지가 다리에 감겨서 페달질을 할 때마다 거치적거려 힘들게 되면
보기 민망하든 어떻든 일단 자전거 탈 동안은 편하겠다는 생각에 그 '쫄바지'를 사야겠다는 의지를 굳힙니다. | |
그러다 어느날 지하철 안의 행상에게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데 저만 사려니 좀 그래서 머뭇거리다가) 스포츠용 토시 한벌을 삽니다.
안그래도 피부가 까만 편인데 햇볕에 타면 팔이 더 새까맣게 될 것같아서 샀는데 껴보니 3,000원이라는 가격 대비 성능 탁월!, 이네요.
인터넷 쇼핑몰에서 버프를 주문하면서 실소를 하고맙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더군요. 버프는 1,900원인데 배송료는 2,500원.
사는 김에 자물쇠도 하나 삽니다. 작정하고 훔쳐가는 사람에게는 어떤 자물쇠도 소용없을테니, 그냥 휴대하기 편하게 아주 작은 것으로.
ⅳ
요즘 유행하는 '되고송'처럼 이러면 저렇게 하면 되고 하는 식으로 마음 편하게 일이 풀려간 적은, 꽤 오랫동안 없었던 듯 싶습니다.
잘 풀려가는 것은 아예 바라지도 못하고 그냥저냥 대강대강 살아지면 다행이다 하면서 지내는 것이 습관처럼 되기도 했는데,
웬걸, 도리어 지난 해부터는 이래도 안되고 저래도 안되는 식으로 매사 막막해서 남몰래 한숨만 푹푹 내쉬기 일쑤였지요.
| 그러다 달포 전부터인가, 꼬여가기만 하던 여러가지 것들 중 어떤 것은 슬그머니 더이상 꼬이지 않더군요.
그렇다고 특별히 잘 풀려나가는 일이 생긴 것은 아니고, 어디서 예상치 않은 공돈이 들어온 것도 아닙니다.
공돈은 커녕 제가 보유한 주식은 손절매의 타이밍도 놓친지 오래인데 이달 들어 더욱 추락하고 있으니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그리고 그외 여러가지 면에서도 여전히 꼬여가고있는 상태 그대로가 대부분이죠.
수치로 계산되어 보여지는 것들이 풀리긴 커녕 더 꼬여가도 (그래서 그쪽으로는 스트레스가 여전하지만)
몇몇의 어떤 사안은 '더이상 나빠질 것도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상황이 악화된 채 가라앉은 상태에서 침체(?)가 지속되다보니 어쩔 수 없이 그런 생각이 든 것인지
그런 생각이 '상황 악화'를 멈추게 한 것인지 또는 상황에 대한 저의 인식이 바뀐 것인지는 모르지만
돈은 못벌어도 한숨은 줄기 시작했는데 우연히도 그 시기가 제가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것과 맞물립니다. |
물론 자전거 타기가 '상황 악화 멈춤'에 어떤 역할을 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더이상 나빠질 것도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그게 긍정적인 마음가짐이든 체념의 마음가짐이든 자전거랑 별 상관없는 것이겠지요.
다만, '상황 악화 멈춤'이 '일시정지'의 모양새로 잠깐이 아니라 혹시 요즈음의 저에게 '악재소멸 호재만발'로 이어진다면
그리고 그런 이어짐이 가능한 이유가 제가 저의 시각, 인식, 태도를 긍정적인 것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라면
저의 그런 변화에 촉매 역할을 하는 것은 아마 요즈음의 자전거 타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슬쩍 드네요.
伸びて縮んでくうちに なんとかなるだろう 펴지고 움츠러들고 하는 중에 어떻게든 되겠지
なんとかなるだろう どうにか出来るだろう 어떻게든 되겠지 그런대로 잘 되겠지 |
ⅴ
연일 폭염이라고 하니 일요일이라 해도 낮시간에 자전거를 타기는 아무래도 그래서 어제는 오후 6시쯤 한강으로 나갔습니다.
압구정 쪽 한강시민공원에서 숨 좀 돌렸다가 동호대교, 성수대교, 영동대교, 청담대교, 잠실대교를 지나 성내천으로 들어선 다음
올림픽공원, 한국체육대학교를 끼고 한달음에 달려서는 오금동에 있는 어느 삼겹살집에서 늦은 저녁을 먹었습니다.
어제 함께 달린 멤버들은 모두 집이 그쪽이라서 식사를 마치고 헤어져서 돌아오는 길에는 혼자가 되어 코스를 바꾸어서 달렸는데요.
양재천을 빠져나와 경부고속도로 양재IC와 서초IC 구간을 왼편으로 바라보는 일방통행 오르막길을 넘어올 때 문자메세지가 왔습니다.
‥ 「나 이제 슬럼프 끝낼 거야! 지켜봐 줘.」
| 엊그제 토요일 낮에 다른 친구들과 함께 잠깐 만나서 점심시간을 같이 했던 그 친구는
'정신줄을 놓고 다닌다'고 투덜대었는데, 요즈음 그 '정신줄'이라는 게 잘 잡히지 않던 모양입니다.
최근 그는 어디에서 그랬는지도 모른 채 손지갑을 잃어버리기까지 해서 속상한 모습도 보였습니다.
저랑은 원인도 증상도 다르긴 하지만, 그 친구도 아마 그 동안 슬럼프로 꽤나 힘들었나 봅니다.
저는 자전거를 타면서 그게 어떤 탈출구로 향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고 슬쩍 바라고 있는데
제가 고속도로를 옆눈으로 보며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을 때, 그 친구,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슬럼프를 스스로의 의지로 끝내겠다고 다짐하며 제게 지켜봐 달라고 얘기하고 싶었나 봐요. |
望まないことばかり 起こるこの頃
바라지 않는 일만 일어나는 요사이
ペダル重たいけれど ピークをめざす
페달 무겁지만 정상을 노린다 |
오랜만에 스핏츠(スピッツ)의 11번째 앨범 スーベニア(Souvenir, 기념품)를 꺼내 들어봅니다.
10번째 트랙 自転車(Jitensha, 자전거)는 평소에 즐겨 듣던 트랙은 아닙니다.
제게는 멜로디와 리듬이 동요스러운 느낌이라 그랬는데, 오늘, 노랫말을 함께 보면서 들으니 또 다르군요.
'感動のチャプターは もうちょい大事にとっておこう 감동의 장(章)은 조금만 더 소중히 간직해 두자' 라든지
'最高のイベントは まだ先にあるはず 최고의 이벤트는 아직 앞으로 다가올 날에 있을 거야' 같은 노랫말이,
가끔 접하는 '좋은 말'이나 그다지 다름없어서 다소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
スーベニア
● 自転車 노랫말 살펴보기 |
하지만 스스로 슬럼프를 끝내겠다면서 지켜봐달라는 그에게라면, 힘든 가운데에서도 목표를 분명히 하고 달리고 있는 그에게라면,
다가올 날에 있는 최고의 이벤트는 분명 너의 것일테니 그 날에 터질 감동을 지금은 가슴에 담아두자는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ⅵ
지난 주 수요일 독서대학 르네21에서 소설가 김훈의 강좌를 듣고 온 「사랑하는, 나의, 오랜 친구」가
저를 위해 그날의 주제 도서였던 김훈의 자전거 여행에 저자 싸인을 받아 주면서 같이 들었다면 제가 좋아했을 거라고 하더군요.
강좌에서 김훈은 페달을 돌려 스스로의 동력으로 달려나가는 자전거를 처음 탔을 때의 느낌을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마치 벼락을 맞는 듯한 기분이었다' 고.
저는 그렇게까지야 아닙니다만, 아무튼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일은 신나는 일입니다.
제가 자전거를 탄다고 하니, 면목동에 사는 대학 동기 녀석이 각자 자전거를 타고 나와서 서울숲에서 한번 만나자고 하더군요.
이제 막 한달 정도 넘긴 초보자라서, 저는 아직 자전거로 가보지 않은 곳이 많습니다.
서울숲은 물론 중랑천을 타고 그 녀석이 사는 동네를 지나 의정부 쪽으로도 달려보고 싶고
불광천이나 홍제천은 어떤지도 궁금하고 행주대교 지나 일산 방향 어느 길목에 있다는 국수집에 국수 먹으러도 갈까 싶네요!
√ 自転車 노랫말(우리말 번역)의 출처는 (c) spitzHAUS 입니다.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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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7/14 16:42 | 스핏츠/ALBUM | trackback (0) | reply (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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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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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은 거리를 헤엄치네 한번 더 어둠도 하얀 밤 慣れない街を 泳ぐもう一度 闇も白い夜 |
エトランゼ(TANAYAMIX) Etranger(TANAYAMIX) 에뜨랑제(타나야믹스) |
ⅰ
음악도 듣는것만 자꾸 듣게 되어서 가끔은 '오늘은 자주 듣지않던 CD를 한번 찾아서 들어볼까' 싶은 마음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줄지어 꽂혀있는 CD를 눈으로 훑어내려가는데‥ 그럴 때 가끔 난감한 경우를 맞닥뜨립니다.
'아, 맞아! 거의 듣진 않았지만 이런 CD도 있었지, 오랜만에 한번 들어볼까', 싶은 마음에 꺼내서 수록곡 목록을 살펴보면
열서넛이나 되는 수록곡 중에 멜로디가 흥얼거려지는 곡이 단 한 곡도 없는, 그래서 일순 당황스럽게 만드는 음반이거나
멜로디는 고사하고 그 앨범 중에 어느 곡이 타이틀 곡이었는지도 곡의 제목만으로는 감이 잡히지 않을 때가 그런 경우입니다.
구입했을 당시에는 적어도 한번 이상은 들어봤을텐데, 다시 들어봐도 방금 새로 산 음반처럼 모든 트랙이 다 생소하지요.
음반 리뷰를 읽고 관심이 생겨서 샀는데 다소 과장되거나 필자의 개인 취향에 상당히 기운, 제 취향에 맞지 않는 음반이었다든지
뮤지션 이름도 처음 들어보지만 앨범 표지 디자인 등으로 미루어 보건대 '이거 뭐 있겠다' 싶었는데 '아차, 속았다' 였다든지
제 값이면 그냥 지나쳤을 음반인데 폐업 직전의 매장에서 「50% SALE」이라는데 혹해서 구입했던 음반들 중의 이것저것.
이를테면 사이겐지(Saigenji)라는 일본 기타리스트의 앨범 등과 같은 CD들이 제게는 그런 것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낯선 CD'보다 더한 경우도 있는데, 그것은 사기만 해두고 읽지 않고 어쩌다 그만 잊혀진 책들입니다.
적어도 한번은 들어봤을 CD와 달리 겉표지의 카피 정도만 읽고는 잠깐 미뤄둔 것이 그만 계절과 해가 바뀔 때까지 내버려둔 책들.
당장 눈에 띄는 걸로 뭐가 있나 싶어 책꽂이로 고개를 돌려보니, 캐럴 앤셔(Carol Anshaw)의 소설 아쿠아마린(Aquamarine).
한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장르인 레즈비언·게이 문학이라 해서 눈길이 갔고 출판사도 신뢰를 할 만한 곳이라서 샀던 책인데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주말 하루 이틀 한 나절만 시간 내면 되는 분량인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벌써 두 해나 넘겨버렸습니다.
책뿐만 아니라 DVD도 그렇네요. 12장짜리 DVD 박스세트 하나는 제 책상 위에서 엉뚱하게 북엔드 역할만 하고 있습니다.
타카하타 이사오(高畑勲) 감독이 연출한 모두 50화 분량의 TV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赤毛のアン).
저 DVD 박스세트를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할 때의 심정은 분명 몇날밤을 꼬박 새워서라도 '당장 한번에' 해치울 듯 했을텐데 말입니다.
다시 눈에 띈 지금도 기약없기는 마찬가지. 일단 6장짜리 프리즌 브레이크(Prison Break) 씨즌2부터 끝내야 해서요. ^^
이런 CD, 그런 책, 저런 DVD를 쳐다보면서 몇가지 상념에 잠깁니다.
세상에는 왜 이렇게 들을 음악이, 읽을 책이 그리고 볼거리이 넘쳐나는 것인지‥.
한번 언뜻 읽고 설핏 듣고 흘낏 보고 지나치기에도 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로 매일매일 쏟아져 나오니.
제 능력으로 봐도 제대로 소화는 커녕 주마간산(走馬看山) 정도의 맛보기도 쉽지 않을 듯 싶은데
욕심만 부려서 결국 방 안 여기저기 쟁여 두는 꼴만 되었지 사실 '알맹이'는 아직 내 것이 아니라는‥.
한편 이걸 듣고 그걸 읽고 저걸 본다는 것이 앞으로의 삶에 무슨 큰 의미를 가지냐고,
정말 중요한 것은 밥 잘 먹고 똥 잘 싸는 것이지 사실 그런 것들은 다 부질없는 것이 아니냐고‥. | |
ⅱ
한때 음반과 책이 제가 가지고 있던 유형의 재산 대부분을 차지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용돈이 생기면 생기는대로 레코드숍과 서점으로 달려가서 용돈 전부를 거기다 쏟아부었던 미성년의 시절.
세월이 흘러 성년이 되고 그리고 나이를 더 먹어가면서, 소득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점점 감소하는 엥겔계수처럼,
용돈에서 음반 구입비와 서적 구입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었지만, 실제 지출되는 절대비용은 늘어만 갔습니다.
제가 가진 재산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여전히 (그리고 주저없이) 그것은 음반과 책들이었습니다.
어느 해던가 이사를 하고나서 가구 등 대강의 큰 정리를 마친 후 음반을 정리하려다가,
알파베트 순으로 제가 따로 포장해둔 음반 중에서 하필이면 「B」항목의 꾸러미 하나가 사라진 것을 알았을 때의 낭패감이란‥.
그렇게 사라져버린 비틀즈(The Beatles)의 LP들.
특히 레어 아이템이 되어버린 '미국 발매'의 앨범 Rarities. (나중에 CD로도 구할 길이 없게 된)
LP든 CD든 구분없이, 음반이라면 그리고 책이라면 움켜쥐고 놓지 않으려고 했던 시절이 꽤 오랫동안 지속되었습니다.
제 손에서만 귀할 뿐, 관심없는 사람에겐 재활용도 곤란한 중고 물품이나 무게로 가격을 매기는 폐지로 여길 수도 있는 것인데.
The Concert
for Bangla Desh | 음반 컬렉션의 집착(?!)에서 한두 발자국이라도 벗어나기 시작한 때가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계기가 되었던 것은 사진집까지 포함된 3장짜리 LP 박스세트 The Concert for Bangla Desh였습니다.
저의 LP 컬렉션에서 그 음반을 발견한 친구 녀석이 그것을 달라고 졸라 대던 어느날.
아끼고 아끼던, 일본 발매의 수입 LP 박스세트였던 그 음반을 결국 옜다 하고 그에게 넘겨주고 말았습니다.
그날 이후 가끔,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가 조르거나 하면 그럴 때마다 많은 LP들이 제 손을 떠났습니다.
조만간 이사를 가야한다든지 하는 일정이 나올 때면 (한참의 고민 끝에) 버려지는 LP까지 있었습니다.
이사 날짜가 잡히면 책부터 정리해서 버리기 시작한 것도 아마 그 즈음부터인가 싶습니다. |
그다지 큰 미련없이 제일 먼저 버려진 것은 계간지나 월간지 같은 정기간행물이었는데,
주로 헌책방을 통해서 과월호로 모았던 영화잡지 월간 KINO.
문학 계간지보다 더 오랫동안, 마지막까지 버틴 것이었지만 결국에는 한 권도 남김없이 모두 버려졌습니다.
대학시절 구입했던 ○○○개론 또는 ○○○입문 등의 책들 역시 저에게 일찌감치 버림받은 책들입니다.
낱권으로 산 책과는 달리 전집이라면 그 중에서 잊혀진 채 먼지 쌓이는 것이 한두 권 이상 꼭 있게 마련이죠.
제게는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郎)의 전집이 그러한데 잊혀진 정도를 넘어 아예 없기까지 합니다.
살 때는 큰 마음 먹고 목돈을 지불했던 것인데, 그 중의 몇 권은 읽기도 전에 어디론가 사라져버려서
책꽂이의 어느 부분은 마치 이빨 한두 개가 빠진 듯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뒤늦게 이제라도 한번 읽어보려면 재간행된 단행본으로 그 책을 다시 구입해야 하는데,
아마 그러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전집의 남아있는 '이빨'들도 조만간 버려질지 모르니까요. | |
ⅲ
| 얼마 전 어느 주말, 명동역 근처 회현지하상가에 있다는 중고 LP 레코드숍 두세 군데에 들렸습니다.
얘기는 들은 적 있지만 직접 가보기는 그날이 처음이었는데, 정확한 위치가 어딘지도 궁금했지만
가볍게 들고 갈 분량을 훨씬 넘어서는 LP를 팔려면 매매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미리 알아둘 필요도 있었서요.
장르가 주로 어떤 쪽이고 분량은 어느 정도 되냐고 묻길래 대부분 가요 음반이라고 하니까
한 장 당 후하게 쳐주면 천원, 흔한 것은 이삼백원 정도인데, 일단 가져오는 건 전부 구매해준다더군요.
이문세나 변진섭처럼 수십만장 팔렸던 시절의 것은 가격을 거의 기대하지 마라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차에 싣고 와서 정차하고 연락 주면, 살펴보고 매입 가격을 정하는 건 십분도 걸리지 않는다고 하면서요. |
가격 매김에 있어서 음반의 보존 상태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레어 아이템'이란 것도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요소가 되는 모양입니다.
한편 '언젯적 음반'인지 물어보면서 제가 대답도 하기 전에 80년대 음반은 돈이 안된다는 등, 미리 못을 박아두는 듯한 얘기에서
음반 시장 특히 가요 음반의 황금기였던 시절이 중고 LP의 최저 가격을 가리키는 잣대가 된다는 것이, 기분을 묘하게 만들었습니다.
중고 LP라고 하는 취급 물품의 특성 상, 구매 계층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고 (게다가 앞으로 아마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일테고)
구매자들의 취향도 제각각이라 매입으로 잡았다가 원매자를 만나지 못하면 자칫 악성 재고로 안고 가야 하는 위험부담도 있고
매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임대료 등 기본적인 경비까지 고려한다면, 그들이 제시하는 매입 가격을 수긍하지 못할 것도 아니지만
손님들이 찾을 만한 것 말고 엔간한 것은 한 장에 고작 이삼백원 정도로 밖에 쳐줄 수 없다니‥.
그러니까 '엔간한 것'이라고 치부되는 음반이라면 그 LP의 그루브 라인을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
그 무형의 가치는 (수요에 비해서 공급이 넘치면 당연히 그렇다는 경제원칙에 의해) 아예 무시되고
그저 동그랗고 까만 비닐 판떼기라는 재활용품 정도의 가치로 환산되어 거래된다는 것이지요.
손님들이 찾을 만한 음반도 후하게 쳐서 천원 정도라니‥.
그렇다면 그런 것조차도, 재활용품의 가치는 넘어선다 해도, 거기서 거기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서로의 입장 차이야 어쩔 수 없는 것이긴 하지만
오랜 세월 애지중지하던 것들이 한 장에 고작 이삼백원을 받고 제 손에서 떠나보내야 한다니.
명함을 받고 돌아오는 길. 아직 팔지는 않고 그저 물어만 보고 오는 길인데도 기분이 착잡해졌습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조만간, 결국에는, 그 LP를 그렇게 떠나보낼 것이 분명해서 그랬나 봅니다. | |
ⅳ
몇 번 밖에 듣지 않아서 기억나지 않는 CD. 읽는다 하고는 그만 잊고 쌓아둔 책. 욕심내서 사고는 아직 보지 못한 DVD.
듣고 읽고 볼 내용이 온전히 남아있으나 잊혀진 것이나 진배없는, 그런 것들이 있는가 하면‥,
한편 멜로디도 내용도 장면도 이미 다 겪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가까이 하지 않는 것들도 있습니다.
수년 넘게 턴테이블에 올려보지 못한 LP. 너무 오래 꽂혀있어서 색이 바랜 부분과 그러지 않은 부분이 확연한 책들.
그리고 또 있습니다. 싱글CD. 요즈음의 맥시 싱글CD가 아닌, 예전의 8cm 규격의 싱글CD.
LP에서 CD로 음반 매체가 넘어온지도 그게 언제인지 갸웃할 정도로 오래되었고
CD조차도 mp3때문에 뒷전이 되어가는 요즈음이지만, 저는 아직도 되도록이면 CD로 음악을 들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컴퓨터를 마주하고 있으면서 음악을 들을 때는 거의 mp3로 들으니, mp3로 듣는 경향이 점점 커지고 있긴 합니다.
게다가 집에서 느긋하게 자리잡고 앉아 오디오에 CD를 로딩시킬 여유가 점점 없어지다보니
결국 CD로 음악을 듣는 시간은 운전하는 동안의 차 안에서의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流れ星
エトランゼ(TANAYAMIX)
愛のしるし (LIVE'98 version) | 차 안에서는 무엇보다 운전이 우선이기 때문에, 차에서 듣는 음악은 평소와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집에서는 거의 듣지 않지만 차에서는 'BEST가요리믹스2'와 같은 CD도 흥겹게 듣습니다.
한편 싱글CD의 경우는 아무래도 앨범CD와 달리 자주 듣게 되지는 않습니다. 연주시간이 짧으니까요.
운전하면서 CD를 교체하는 것은 안전운전에 방해되니까 두세곡 수록의 싱글CD는 피하게 되는거죠.
그렇다고 아주 피하는 건 아닙니다. KREVA의 싱글CD를 무한반복으로 들을 때도 가끔 있거든요.
그런데 차에서는 절대로 듣지 않는 CD가 있습니다.
스핏츠(スピッツ)의 20번째 싱글 流れ星(Nagare Boshi, 별똥별)와 같은, 8cm 규격의 싱글CD인데요.
'차에서는 절대로 듣지 않는다'라고 극단적인 표현까지 쓰는 이유는,
카 오디오의 CD드라이브는 컴퓨터의 그것같은 트레이 방식이 아니라 슬립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슬립방식의 CD드라이브에 8cm 싱글CD를 넣으면 이젝트 버튼을 눌러도 나오지 않을듯 싶어서요.
(어떻게 되나 한번 해보신 분 있나요? 분명히 문제가 될 것 같아서 저는 한번도 해 본 적 없거든요) |
그런 이유로 8cm 싱글CD는 차에서는 들어본 적이 한번도 없고, 집에서도 여유있게 들을 시간이 마땅찮을 경우가 많고,
그러다보니 결국 流れ星(Nagare Boshi, 별똥별) 같은 8cm 싱글CD는 컬렉션의 대상으로만 남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싱글CD의 수록곡이라 해도 싱글 타이틀곡은 그 즈음에 (또는 오래지 않아) 발매되는 앨범에도 수록되게 마련이고
(물론 앨범 발매 시에는 싱글 버전과 다른 것으로 수록할 수도 있으니 그런 경우 엄밀한 의미에서의 같은 곡은 아니지만)
8cm 싱글CD의 커플링곡도 스핏츠의 경우 B-SIDES 앨범 花鳥風月(Kachofugetsu, 꽃 새 바람 달)를 통해 재수록되었기 때문에
저는 카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다른 앨범들의 트랙을 통하여 8cm 싱글CD의 수록곡 대부분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스핏츠가 B-SIDES 앨범 花鳥風月를 제작하려고 했을 때, 커플링곡이 싱글에 수록되던 그 당시 미발표곡이 아니었을 경우,
그러니까 기존 곡의 라이브 버전이었거나 또는 기존 곡의 다른 편곡일 경우는 B-SIDES 앨범에 수록하지 않기로 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빠진 곡이, うめぼし(Umeboshi, 매실장아찌)와 愛のしるし(Ai no Shirushi, 사랑의 표시) 두 곡의 라이브 버전,
그리고 지금 이 글의 BGM으로 흐르는 エトランゼ(TANAYAMIX) (Etranger TANAYAMIX, 에뜨랑제 타나야믹스)입니다.
ⅴ
스핏츠의 8번째 앨범인 フェイクファー(Fake Fur, 페이크 퍼)의 첫번째 트랙이 이 곡의 오리지날 버전인데
1998년의 원곡은 연주 시간이 1분 30초 남짓으로 그들의 노래 중 가장 짧은 노래인데 반하여
1999년의 타나야믹스 버전은 도리어 연주 시간이 가장 길다는 얘기를 예전에 했던 적이 있는데요.
● 또다른 エトランゼ myspitz story.. 바로가기
이 글을 쓰면서 수년 만에 이 8cm 싱글CD를 꺼내어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이 타냐야믹스 버전의 エトランゼ(Etranger, 에뜨랑제)는 연주 시간이 가장 긴 노래인 것은 물론이고
스핏츠의 노래 중에서 노래 제목으로도 가장 긴 노래가 아닌가 싶은 '새로운 발견'을 했습니다. |
フェイクファー |
이 곡이 수록된 8cm 싱글CD의 부클릿 뒷면을 보면 2번째 트랙의 곡 제목이 エトランゼ(TANAYAMIX)라고 나와있긴 합니다.
열어서 안쪽을 봐도 - 다른 곡과 달리 이 곡은 노랫말이 없긴 하지만 - 곡 제목은 역시 エトランゼ(TANAYAMIX)라고 되어 있구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8cm 싱글CD 자체의 겉면에는 이 곡의 제목이 이렇게 나와있다는 겁니다.
「エトランゼ(TANAYAMIX) 目を閉じてすぐ 浮かび上がる人 / ウミガメの頃 すれ違っただけの / 慣れない街を 泳ぐもう一度 闇も白い夜」
부클릿과는 달리, 싱글CD의 겉면에는 테두리를 동그랗게 말아가면서 3행으로 이루어진 노랫말 전부를 제목으로 붙여두었더군요.
마치 델리 스파이스의 명곡 차우차우 - 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해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처럼, 그렇게 노랫말 전부를요.
● エトランゼ 노랫말 살펴보기
ⅵ
제대로 듣지 않은 CD, 아직 첫장을 넘기지 못한 책, 쟁여두고 있는 DVD 등으로 시작된 이런저런 상념은,
미성년의 시절부터 시작해서 성년이 된지 한참인 최근까지도 여전했던, 음반과 책을 움켜쥐려고만 했던 자신을 떠올렸다가
마지막까지 남겨두었지만 결국 떠나보내려는 수백장의 LP와, 박스에 담긴 채 오랫동안 잊고지냈던 8cm 싱글CD에 잠깐 머뭅니다.
그러다가 스핏츠의 타냐야믹스 버전의 エトランゼ(Etranger, 에뜨랑제)까지 떠올리구요. ^^
요즈음 「사랑하는, 나의, 오랜 친구」가 스핏츠의 음악을 '적극적으로' 듣기 시작했습니다.
그 친구, 유년시절부터 스핏츠가 익숙한 밴드이긴 했지만 저만큼 좋아한 것은 아니고 그저 '들리면 듣는' 정도였던 것 같은데
최근 들어서는 이 앨범 저 앨범 예전의 앨범들도 찾아서 듣는 것 같고 DVD를 통해 P/V 영상이나 공연의 모습도 즐깁니다.
空も飛べるはず(Sora mo Toberuhazu, 하늘도 날 수 있을 거다)였나? 아직 서툴긴 하지만 어쿠스틱 기타로 퉁겨보기도 하더군요.
그 친구, 스핏츠의 음악을 파고들다가 이 타나야믹스 버전의 '레어 아이템(!)'도 발견하게 될지 어떨지 ^^* 은근히 궁금해지네요.
ⅶ
스핏츠의 음악을 좋아하지만 이 노래는 처음 들어보시거나 또는 들어보긴 했지만 음반을 갖고있지 않은 분들을 위해
부클릿에 나와있는, 이 곡과 관련된 퍼스넬을 그대로 옮겨 적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エトランゼ(TANAYAMIX)
作詞 作曲 : 草野正宗
remixed by 棚谷祐一 with association of 伊藤俊治(ya-to-i) engineered by 太田桜子
棚谷祐一 farfisa organ, guitar and some electronic devices
伊藤俊治 programming, synthesizers 三輪テツヤ guitar |
키보드 플레이어 타냐야 유우이치(棚谷祐一)와 이토 토시하루(伊藤俊治) 그리고 레코딩 엔지니어 오타 유우코(太田桜子).
스핏츠와는 어떤 인연에서 비롯되어 음반 작업에 참여한 것인지 또 어떤 뮤지션들인지 궁금하긴 하지만,
인터넷 검색을 시작하기에는 시간이‥, 으음, 귀가시간이 늦어버렸네요. 이제 노트북을 덮어야겠습니다.
√ エトランゼ(TANAYAMIX) 노랫말(우리말 번역)의 출처는 (c) spitzHAUS 입니다.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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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5/27 21:49 | 스핏츠/SINGLE | trackback (0) | reply (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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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꿈꾼다면 헤어핀 커브 따위 개의치 않아도 돼 明日を見たら ヘアピンカーブなんか気にかけなくてもいい |
夕陽が笑う、君も笑う Yuuhi ga Warau, Kimi mo Warau 저녁해가 웃네, 너도 웃네 |
ⅰ
― 그걸로 고른 거야?
― 응, 읽고 싶어서 찍어둔 책인데 훑어보니까 재미있을 것 같아.
― 그래? 어떤 건데?
― ‥ 아냐, 관둘래.
― 읽고 싶었던 거라며? 근데 왜?
― 그냥. ‥ 아무래도 여유가 없을 것 같아서.
― 뭐야? 그냥 사서 보면 되는 거지, 일껏 골라놓고 여유가 없다는 건 또 뭐야?
― 두께도 장난 아냐. 600페이지야. 됐어, 안살래. ‥ 넌? 다 고른 거야? 그럼 나가자.
사서 읽겠다고 제 딴에는 마음 속에 '찍어둔' 번역서 중의 하나였지만
사지 않고 그냥 서점을 빠져나와 버린 탓에, 결국 '찜'만 해두고 잊혀질 책이 될 수도 있었는데. | |
서점에 가는 것이 원래 목적이었는지 단지 만남의 장소로 서점을 정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그날.
그날로부터 한달 쯤 지났던가? 아무튼 한참 지난 어느 날. 그날 서점에 함께 갔던 그 친구가 '선물'이라면서 내게 불쑥 내미는 것.
그것은 리차드 도킨스(Richard Dawkins)의 「만들어진 신Ⅰ신은 과연 인간을 창조했는가(The God Delusion)」.
2008년 1월.
도킨스의 논증에 동의하든 반박하든, 신의 존재를 믿든 부정하든, 신앙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든 아니면 종교 따위는 똥으로 여기든,
그런 것은 일단 제쳐 두고 말이지, 나는 그 친구 덕분에 감탄할 만한 과학 서적 한 권을 읽는 즐거움으로 2008년 새해를 시작했다.
ⅱ
모든 행운이란 그런 것이라네. 저절로 만들어지는 행운 같은 건 세상에 없어.
행운의 절반은 스스로가, 나머지 절반은 친구들이 만들어내는 것이지.
따라서 자네의 성취는, 자네의 친구들이 간절히 바랐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게.
누군가의 친구가 된다는 것은, 그로 인해 아픔을 겪을 일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네.
때로는 그 고통과 시련을 나누어 둘러메야 하니까 말이야.
그렇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감수할 수밖에. 아픔을 딛고 일어날수록 우리는 성장해가는 것이지.
친구들과 함께 풍요로운 인생을 즐기게, 친구.
그리고 자네와 자네의 커피숍이 세상의 많은 친구들에게 행운을 만들어주기를 바라네.
∼ 스탠 톨러(Stan Toler)의 「행운의 절반Ⅰ친구 (The Secret Blend)」 중에서. | |
앞으로 이렇게 다 함께 만나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다들 생각한 참이라, 강남역사거리에서 다시 만나서 저녁을 함께 하기로 했다.
그날 낮. 앞으로 행보를 서로 달리 할 우리들 중 한 친구는, 배려심 깊은 그는 선물이라면서 각각 다른 책을 친구들에게 건넸었다.
어떤 친구에게는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의 소설책을, 나에게는 스탠 톨러의 「행운의 절반Ⅰ친구」라는 제목의 책을.
표지를 넘기니, 「나의 소중한 친구 ○○○에게」라고 한 다음 올망졸망한 그의 글씨로 한 줄의 덕담을 덧붙여 둔 것이 눈에 띄었다.
그날 저녁, 어느 패밀리 레스토랑의 뷔페에서 '우리가 함께 했던 지난 날들'을 떠올리며 다들 웃어댔다. 늦게까지 모두 즐거웠다.
2008년 2월.
며칠 뒤 「행운의 절반Ⅰ친구」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난 다음 앞 표지 안쪽에 적힌 그의 한 줄 덕담에 다시 눈길을 돌렸다.
건방지게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그에게 행운의 절반을 만들어주는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아니, 되어야겠다고.
ⅲ
책 제목이 다소 자극적인 혹은 선동적인 것은 아무래도 출판사에서 그렇게 정한 듯 싶은데,
아무튼 그런 제목과 표지 장정 때문에/덕분에 적당한 무게로 부담없이 느껴지기도 하는 책.
하지만 각 장마다 참고문헌의 목록과 각주가 열거되는 만큼 때때로 페이지 넘기기가 쉽지 않은 책.
김종덕 등 10명의 일본 고전문학 전공자가 쓴, 「그로테스크로 읽는 일본 문화」.
김후련의 「그로테스크의 정수, 일본의 성문화」가 첫번째 장이라서 제일 먼저 읽게 되었는데,
에도(江戸)시대 풍속화인 우키요에(浮世絵)의 한 장르인 마쿠라에(枕絵)에 대한 언급도 상당했다.
일본에 갈 일이 생기면 컬러 도판의 마쿠라에가 수록된 화집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 「음양사(陰陽師)」를 DVD로 사두고는 어쩌다 보지도 않은 채 제쳐두었는데,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미루고 있었던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한정미의 5장 「이인 음양사의 세계」, 이용미의 9장 「일본 요괴 문화의 계보」부터 읽을 참이라서. | |
후라이드 치킨이든 찜닭이든 닭으로 만든 요리라면 뭐든지 좋아하는 나는, 지난 3월 어느 날 그와 점심으로 삼계탕을 먹었다.
그 역시 가끔 삼계탕을 즐기는 듯 해서 다행이었는데, 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이런 저런 얘기 중에 그는 책 한 권을 내게 건넸다.
예상치 않았던 책 선물에 기쁜 마음이 앞서, 식탁에서 「그로테스크로 읽는 일본 문화」의 목차를 살펴보면서 잠깐 훑어봤더니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隠し)」에 녹아있는 일본 전통 문화에 대한 언급 등,
잠깐 접했다가 지나친 것들, 한때 관심을 가졌다가 잊혀진 것들, 새롭게 관심이 가질 만한 것들이 여기저기에서 눈길을 잡아 끌었다.
2008년 3월.
앞으로는 서로 편하게 지내자 어쩌구 하면서 요란스럽게 선언을 하고 그런 것은 딱히 아니지만
그리고 서로의 호칭이 달라지거나 말투가 변한 것 역시 결코 아니고, 그동안 서로 갖추어오던 예(禮)도 앞으로 여전할 것이지만
올해 봄이 되자 슬그머니 그가 친구로 느껴졌다. (혼자 엉뚱하게 짐작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 역시 그런 듯 싶었다.
ⅳ
책읽기의 즐거움, 600페이지 만큼의 두툼한 즐거움을 주는 친구. 그가 그리고 내가 유신론자든 무신론자든 상관없이 그냥 좋은.
친구가 겪을 아픔을 기꺼이 나누어 둘러메고픈 친구. 행운의 절반을 만들어주고픈 친구. 그래서 인생은 풍요롭다고 믿는.
처음에 친구로 만난 것도 아니고 무엇 하나 달라진 것도 없는데 어느새 스스로는 그렇게 느껴진 친구. 그도 그럴 거라고 끄덕이는.
ヘアピンカーブ | 스핏츠(スピッツ)의 7번째 앨범 インディゴ地平線(Indigo Chiheisen, 인디고 지평선) 수록곡,
夕陽が笑う、君も笑う(Yuuhi ga warau, Kimi mo Warau, 저녁해가 웃네, 너도 웃네)를, 지금 듣는다.
ヘアピンカーブじゃ いつも傷ついてばかり
헤어핀 커브(Hairpin Curve)에선 언제나 상처만 입을 뿐 |
내게 책 선물을 해준 친구들을 떠올리고 있던 참에 이 노래를 듣고있어서 그런지,
그들 중 한 친구의 요즈음에 문득 '헤어핀 커브'의 이미지가 오버랩된다.
하지만 스핏츠의 노래와 달리, 그는 그다지 상처 입지 않을 것 같다. 그의 '운전' 솜씨를 믿으니까. |
夕陽が笑う 君も笑うから 明日を見る
저녁해가 웃네 너도 웃으니까 내일을 꿈꾸네 |
내게 '두툼한 즐거움'을 안겨주는 그 친구, 그 녀석의 미소 띤 얼굴도 저녁해 만큼이나 예쁘다.
흐음‥, 그런데 그가 꿈꾸는 내일은 어떤 것일까?
勝手に決めた リズムに合わせて歩いていこう
멋대로 정한 리듬에 맞춰서 걸어가 보자 |
그리고 그가 가질 행운의 절반을 만드는데 내 몫도 있었으면 하는 그 친구.
'멋대로 정한 리듬'을 그에게 대입시키면 그것은 그 녀석의 '자유의지(自由意志)'를 뜻하는 게 될 거다.
그 스스로 품고있는 이상을 향해서 한발 두발 나아갈 때 그가 선택한 리듬.
그 자유로운 의지, 리드미컬하게 통통 튀는 듯한 느낌의 의지. 그래‥, 리듬에 맞춰서 걸어가 보자구.
● 夕陽が笑う、君も笑う 노랫말 살펴보기 |
1996-10-23
インディゴ地平線 |
√ 夕陽が笑う、君も笑う 노랫말(우리말 번역)의 출처는 (c) spitzHAUS 입니다.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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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4/14 16:43 | 스핏츠/ALBUM | trackback (0) | reply (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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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의 추억을 안고 コンサートの 思い出を抱いて |
砂漠の花 Sabaku no Hana 사막의 꽃 |
ⅰ
2001/05/26 서울. 대학로 라이브. 隼2001 (하야부사 2001).
2001/12/10 부산. 금정문화회관. 純情2001 (순정 2001).
2003/04/20 부산. 경성대학교 콘써트홀. 双六2002-2003 (스고로쿠 2002-2003).
2005/04/08 부산. 동래문화회관. あまったれ2005 (응석쟁이 2005).
2005/04/10 서울. 건국대학교 새천년홀. あまったれ2005 (응석쟁이 2005).
2005/11/19 후쿠오카. Zepp Fukuoka. あまったれ2005 (응석쟁이 2005).
그리고 2008년 3월 8일 오후 6시. 서울. 멜론악스홀.
SPITZ JAMBOREE TOUR 2007-2008 さざなみOTR (잔물결 OTR).
스핏츠(スピッツ)의 내한 공연, 어느덧 다섯번째.
헤아려보니 저에게는 스핏츠와의 일곱번째 만남.
이년 삼개월 만이군요. 스핏츠. 그들을, 그들의 음악을 만나고 왔습니다.
君と出会えなかったら
너와 만날 수 없었더라면
モノクロの世界の中
모노크롬의 세상 속
迷いもがいてたんだろう
헤매며 바둥거리고 있었겠지
「あたり前」にとらわれて
「당연함」에 사로잡혀서 |
| |
이번 내한 공연에서 연주한 곡들은 모두 23곡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01. 僕のギター (Boku no Guitar, 나의 기타)
02. 不思議 (Fushigi, 신비함)
MC ①
03. ヒバリのこころ (Hibari no Kokoro, 종달새의 마음)
04. けもの道 (Kemo no Michi, 짐승이 지나간 길)
05. トビウオ (Tobiuo, 날치)
06. 点と点 (Ten to Ten, 점과 점)
MC ②
07. チェリー (Cherry, 체리)
08. 群青 (Gunjoh, 군청)
09. ルキンフォー (Lookin' for, 루킨 포)
MC ③
10. P (P, 피이)
11. 楓 (Kaede, 카에데)
MC ④
12. 桃 (Momo, 복숭아) | 13. ネズミの進化 (Nezumi no Shinka, 쥐의 진화)
14. 夜を駆ける (Yoru wo Kakeru, 밤을 내달린다)
MC ⑤
15. Na・de・Na・deボーイ (Nade Nade Boy, 쓰담쓰담 보이)
16. スパイダー (Spider, 스파이더)
17. 8823 (Hayabusa, 하야부사)
18. 俺のすべて (Ore no Subete, 나의 전부)
19. 砂漠の花 (Sabaku no Hana, 사막의 꽃)
MC ⑥
20. 漣 (Sazanami, 잔물결)
앵콜곡
21.아름다운 사람 (개사/작곡/노래 서유석)
22.みそか (Misoka, 그믐날)
MC ⑦
23.魔法のコトバ (Mahoh no Kotoba, 마법의 말) |
SPITZ JAMBOREE TOUR 2007-2008 さざなみOTR 전반전의 세트리스트는
사이타마(埼玉)현의 카와구치(川口)와 치바(千葉)현의 마츠도(松戸)를 제외하고는 줄곧 '패턴3'의 진행으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다섯번째 내한 공연인 이번 3월 8일의 서울에서도 역시 그 '패턴3'의 순서로 연주되었습니다.
그래서 오후 6시, 공연의 시작은 '패턴3'의 오프닝 곡인 僕のギター (Boku no Guitar, 나의 기타).
이어서 그들의 음악을'생(生)으로 다시 만난다'는 감정이 솟구치게 만든 '사랑의(恋の)' 不思議 (Fushigi, 신비함).
아마도 정규 공연에서는 거의 빠지지 않고 연주되는 그들의 데뷰곡 ヒバリのこころ (Hibari no Kokoro, 종달새의 마음).
다른 멤버들이 잠깐 숨고르는 동안 베이시스트 타무라 아키히로(田村明浩)의 베이스 인트로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けもの道 (Kemo no Michi, 짐승이 지나간 길)의 강력한 사운드.
노랫말 첫부분의 '토쿄(東京)'를 '서울'로 바꿔서 불러주는 쿠사노 마사무네(草野マサムネ).
비록 예상한 것이라고 해도 그 순간의 감동이란‥! 「ソウルの日の出 すごいキレイだなあ 서울의 일출 대단히 아름답구나」
업템포 계속. 이번 앨범을 듣고있자면 어김없이 볼륨을 올리게 되는 트랙. トビウオ (Tobiuo, 날치).
「直接さわれる ホンマモンのエクスタシー 직접 만질 수 있는 진짜배기인 엑스터시」 정말, 엑스터시를 느끼해 주는 '날치'
「まっすぐに君を見る うしろは知らない 똑바로 너를 본다 뒤는 모른다」는 点と点 (Ten to Ten, 점과 점).
마사무네가 '봄 같은(春っぽい)' 노래라고 소개하면서 연주해준 チェリー (Cherry, 체리).
P/V에서 마사무네가 보여줬던 율동을 이번에는 관객들이 스핏츠에게 보여줄 것 같았던,
하지만 팬들 모두가 율동을 하기에는‥ 구역별로 가득 찬 공연장의 상황이 다소 아쉽기도 했던 群青 (Gunjoh, 군청).
그리고 ルキンフォー (Lookin' for, 루킨 포).「不器用なこの腕で 届きそうな気がしてる 서툰 이 팔로 닿을 듯한 기분이 드네」
스핏츠의 공연을 한번 이상 다녀온 팬이라면 익숙한 키보드 써포터 쿠지 히로코(クジヒロコ)의 연주로 시작하는 P (P, 피이).
마사무네의 청아한 보컬에 빠져든 동안 스며들 듯 드러머 사키야마 타츠오(崎山龍男)의 퍼커션 연주가 입혀지고
시작은 마치 마사무네 솔로 곡 같았던 그 노래가 어느새 타무라의 베이스와 미와 테츠야(三輪テツヤ)의 기타 연주까지.
그리고 드디어 라이브로 듣게되는 명곡, 楓 (Kaede, 카에데). 「聴こえる? 들리니?」
「あの日々にはもう二度と戻れない 그날들로는 이제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네」 ‥ 桃 (Momo, 복숭아).
「いつか 目覚めたネズミになる 언젠가 잠에서 깬 쥐가 될 거네」 ‥ ネズミの進化 (Nezumi no Shinka, 쥐의 진화).
2003년 双六2002-2003 (스고로쿠 2002-2003) 내한 공연에서의 오프닝 곡 夜を駆ける (Yoru wo Kakeru, 밤을 내달린다).
「抜け出して見上げた夜空 몰래 빠져나가 올려다본 하늘」 ‥ 피크로 기타 현을 긁어내리는 미와 테츠야에게 눈길이 가는 전반부,
그리고 쿠지의 키보드와 어우러져 관객들을 몽환적인 세계로 빠뜨리는 사키야마의 드러밍. 환상 그 자체였던 夜を駆ける ♡
마사무네의 '유창한(!)' 한국말 「가자! 알았어!」와 함께 Na・de・Na・deボーイ (Nade Nade Boy, 쓰담쓰담 보이).
어느덧 공연의 후반부. 이제부터다. 숨이 턱 밑에 차오를 때까지 달리는 거다. 끝까지 가는 거다. 그냥 그냥‥ 죽는 거다!
관객 모두가 외쳐 불렀던「今なら言える알았어 지금이라면 말할 수 있는 '알았어'」
마사무네가 놓친 「楽しすぎる」, 하지만 관객 모두가 하나 되어 「楽しすぎる 本当にあるんだろう」
얼굴, 목, 팔, 아마 손등까지도 살갗이 톡톡 튀는 듯한 느낌. 아아‥ 오늘 정말 죽는구나‥.
사실 CD로 들을 때는 공연에서 만큼 강하게 오지 않는 スパイダー (Spider, 스파이더).
하지만 공연에서는 미치게 만드는 「ラララ 千の夜を飛び越えて 走り続ける 라라라 천 밤을 뛰어넘어 계속 달려가네」의 무한반복.
그리고 8823 (Hayabusa, 하야부사). 공연에서 스핏츠와의 첫만남은 바로 8823였는데. 그것은 2001년 대학로의 추억.
그 추억을 다시 떠올리는 지금, 2008년. 휘몰아치는 테츠야의 기타 스트로크. 노랫말처럼 「ギター炸裂! 기타 작렬!」
공연장에 입장하기 전 팬클럽 운영진이 꽃종이를 나눠주면서 하던 말. '테츠야 기타 간주 다음에 誰よりも 나올 때 날리자구요'
통통 튀던 기타 사운드가 스트로크로 '작렬'할 때 화악 밝아지는 조명 그리고 불꽃놀이처럼 터져 오르던 꽃종이. ☆
탬버린을 손에 든 마사무네. 그래, 그건 이제 모두 같이 끝장!을 보자는 신호. 俺のすべて (Ore no Subete, 나의 전부)의 시작.
무대 이 끝에서 저 끝까지 휘젓던 타무라. 맨 앞줄의 팬들을 실신시킬 듯한 마사무네의 핸드 터치. ‥, 이대로 끝까지 가자‥.
연주가 끝났어도 俺のすべて는 여전히 가슴에 둥둥거리는데‥, 타무라의 베이스 그리고 연이어 쿠지의 키보드 사운드.
아‥, 이것은 砂漠の花 (Sabaku no Hana, 사막의 꽃). 공연은 이제 막 시작된 것 같았는데.벌써 종반이라니. 아냐 아냐.
「終わりと思ってた壁も 新しい扉だった 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벽도 새로운 문이었다」 ‥
어느덧 마지막 곡. 漣 (Sazanami, 잔물결).
공연의 감동은 정점에 올랐고 마지막 곡이라는 것 때문에 아쉬움이 밀려오던 이 곡에서, 마지막 후렴부에서, 귀에 익숙하지 않은 노랫말.
'뭐야? 우리말로 부르잖아?!'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끝나버린 '사자나미(さざなみ、잔물결)' 아니 그것은 '츠나미(つなみ、큰물결)'.
조명이 꺼진 무대. ‥ 객석에서는 '앵콜! 앵콜!‥' 그러다가 '나·와·라! 나·와·라!‥' ^^
투어 티셔츠로 갈아입고 다시 무대로 나온 스핏츠.
앵콜 첫곡 연주. 낯선 인트로. 순간 '신곡이구나!' 쿄토(京都) 공연에서 앵콜곡이었다는 그 신곡?
그런데 그것은 신곡이 아니라‥ 서유석의 아름다운 사람. (아니, 세상에 이럴수가!!)
漣 (Sazanami, 잔물결)에서의 '한소절 한국말'에도 깜짝 놀랐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정확한 발음으로 아름다운 사람을 노래해준 마사무네.
그것은 한국의 팬들을 위한 특별한 선물이자 아울러 예상할 수 없었던 최고의 써프라이즈! |
아름다운 사람 |
앵콜 두번째 곡 みそか (Misoka, 그믐날). 그래, 이렇게 끝낼 수는 없어. 달려, 한번 더. 한번 더 「駆け出す 달리기 시작한다」
멤버 소개. 베이시스트 타무라. 드러머 사키야마. 기타리스트 테츠야. 보컬리스트 마사무네 그리고 키보드 써포터 쿠지 히로코.
그리고 魔法のコトバ (Mahoh no Kotoba, 마법의 말).
また会えるよ 約束しなくても 다시 만날 수 있어 약속하지 않아도
会えるよ 会えるよ
만날 수 있어 만날 수 있어 |
‥
‥
SPITZ JAMBOREE TOUR 2007-2008 さざなみOTR 서울 공연. ‥ 끝.
ⅱ
이번 공연에서의 특징적인 면을 꼽자면, 먼저 마사무네의 '한국어'가 무척 늘었다는 것입니다.
거의 우리말로 MC를 다 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으니까요.
거기다가 앞서 얘기했듯이 漣 (Sazanami, 잔물결) 후렴 일부분을 우리말로 노래하고,
앵콜에서는 아예 우리네 노래를 레파토리로 삼았을 정도이니 한국의 스핏츠 팬들은 느낌이 남다릅니다.
그리고 이번 서울 공연은 예전과 달리 투어의 공식 일정에 포함되었다는 것도 특징적입니다.
그동안의 '내한'은 공식 일정표에는 나오지 않아 한국의 팬들을 위한 '비공식 공연'의 의미를 가졌는데
이번 공연은 공식 일정표에도 나와 있고, 그리고 투어 티셔츠에도 프린트되어 있듯이,
스핏츠 정식 투어 일정에 포함된 공연이라는 것이지요. | |
| 그리고 또 하나의 특징은, 마이크와 관련한 마사무네의 스테이지 액션입니다.
P (P, 피이) 그리고 砂漠の花 (Sabaku no Hana, 사막의 꽃)가 연주될 때
마사무네는 마이크 스탠드에서 마이크를 뽑아 손에 쥐고 노래를 불렀는데, 이런 모습은 상당히 낯선 모습입니다.
록 밴드에서의 보컬리스트가 마이크 스탠드에서 마이크를 분리하여 노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한데
- 마사무네가 기타를 연주하지 않는 俺のすべて (Ore no Subete, 나의 전부)의 경우에도 마이크를 '뽑아' 들지는 않죠 -
위 두 곡의 연주에서는 마치 발라드 가수처럼 마이크 스탠드에서 마이크를 '뽑아' 쥐고 열창을 했다는 점입니다. |
ⅲ
공연 후기에 해당하는 이 글의 BGM은 공연 후반부 막바지에 연주되었던 砂漠の花 (Sabaku no Hana, 사막의 꽃),
앨범 さざなみCD (Sazanami CD, 잔물결 씨디)의 마지막 트랙입니다.
꿈같던 공연이 끝난지도 어느덧 이틀이나 지나갔는데, 온몸에서 웅웅‥ 砂漠の花가 계속 울리는 것 같습니다.
쿵쿵거리는 드러밍이 가슴으로, 건반의 음률이 머릿속에, 배 아랫쪽으로 베이스의 둔중한 음이,
일렉트릭 기타 사운드가 이쪽 귀에서 저쪽 귀로, 그리고 마사무네의 음성이‥.
ずっと遠くまで 道が続いてる
훨씬 멀리까지 길이 계속되고 있어
終わりと思ってた壁も 新しい扉だった
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벽도 새로운 문이었다
砂漠の花の 思い出を抱いて
사막의 꽃의 추억을 안고
ひとり歩いていける まためぐり会う時まで
혼자 걸어갈 수 있어 또 만날 때까지 |
● 砂漠の花 노랫말 살펴보기
ⅳ
참고로, 이 곡에서 어쿠스틱 피아노를 연주하는 뮤지션은 (물론 공연에서는 키보드 써포터인 쿠지 히로코가 이 파트를 담당하지만)
오쿠다 타미오(奥田民生)의 키보드 써포터로 알려져 있는, 1968년생의 사이토 유타(斉藤有太)라는 키보드 플레이어입니다.
그에 대해서 조금 더 상세한 정보를 원한다면, 그가 속한 피아니스트 그룹 Crazy Fingers의 웹싸이트를 방문해보시기 바랍니다.
● Crazy Fingers 오피셜 웹싸이트 바로 가기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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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3/10 22:30 | 스핏츠/ALBUM | trackback (0) | reply (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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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면 今しか出来ないことがあるなら |
短い手紙 Mizikai Tegami 짧은 편지 |
ⅰ
지금은 관두고 말았지만, 일본어를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품었던 건방진(?) 생각 중의 하나는
'사라센(サラ川)'이라고도 하는 샐러리맨센류(サラリーマン川柳)를 사전을 펴보지 않고 즐겨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본어로 된 문건 중에서 관심이 먼저 생긴 장르는 5·7·5 형식의 짧은 정형시인 하이쿠(俳句)였지만
'하이쿠'라고 하면 왠지 일본의 고전문학과 역사에 대한 기초 소양이 있어야 할 듯 싶어서 겁이 슬금 났고
사라센은 하이쿠처럼 '짧은 글'이면서도 요즈음의 트렌드와 유머를 담고 있는 '가벼운 글'이라 재미있겠다 싶었던 거죠.
그런데, 그렇게 마음 한구석에 '나중에 공부할 것'까지 챙겨두면서 딴에는 호기롭게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는데
초급 딱지는 간신히 뗄 수 있게 되었다 싶을 때 그만‥, 사정 상 일본어 공부를 관두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사라센이라는 장르를 제대로 음미해보겠다던 그 건방진 생각도 더불어 슬그머니 사라지게 되었지요.
공부를 관두게 되니‥, 요즈음 들어서는 전자사전을 펴봤던 날이 도대체 언제였던가 싶고 그렇습니다.
(책상 왼쪽 구석에 밀어 둔 전자사전은 이제 마치 스탠드 램프처럼, 그러니까 '그 자리'에서 붙박이 가구처럼 되었네요.)
|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그만두게 된 일본어 학습. 그래서 더 쉽게 잊혀져 가는 듯한 일본어.
'사라센(サラ川)'은 고사하고 일본어능력시험(JLPT)에 응시할 마음 조차 없어진지 오래되었는데
일본어 학습 교재를 펴보던 시절의 어느 날이 마치 먼 추억처럼 떠오르는 일이 얼마 전에 있었습니다.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제법 남아 있어서 일본어 문법을 익혀가던 지난 해, 아마도 초여름.
일본어가 능숙해지면 즐겨보겠다던 사라센을 다시 상기시켜주는 일본어 텍스트를 접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이쿠처럼 5·7·5 형식을 가지는 사라센과는 다르지만 '짧은 글'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텍스트였는데요. |
「일본에서 가장 짧은 편지(日本一短い手紙)」라고 부르는 이 텍스트는,
형식이랄 것은 특별히 없고 두세줄 정도로 행가름한 한두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글자 수로 하자면, 최소 25자에서 최대 35자 분량의 짤막한 편지입니다)
내용은 대부분 어머니, 아버지 등에게 보내는 편지의 글이거나 부모님, 가족 등을 추억하는 글인데
그 짧은 형식과 가족애의 내용이 어우러져 읽는 이에게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텍스트입니다.
게다가 글쓴 이가 보통의 일반인들이라서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누가 대신 해준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한두 편, 예를 들자면 이런 것들입니다. | |
「私、母親似でブス。」娘が笑って言うの。
私、同じ事、泣いて言ったのに。
ごめんね、お母さん。
― 田口信子 (群馬県・38歳)
「나, 엄마 닮아서 못생겼잖아」 딸이 웃으면서 그러잖아요.
나, 똑같은 말, 울면서 말했었는데.
죄송해요, 엄마.
― 다구치 노부코 (군마현・38세) | 合格発表の日、
掲示板に僕の番号を見つけて僕を殴った父さん。
うれしかった。
― 大石悠太 (東京都・17歳)
합격자 발표날,
게시판에 내 번호를 발견하고 날 한대 치는 아빠.
기뻤다.
― 오오이시 유타 (토쿄・17세) |
本多作左衛門重次 | 「일본의 제일 짧은 편지(日本一短い手紙)」라는, 이 짧은 편지 글은
1500년대 일본 전국시대의 혼다 사쿠자에몬 시게츠구(本多作左衛門重次)에게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전국시대를 통일하고 에도(江戸)막부를 연 토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의 가신(家臣)이었던 시게츠구는
일본의 중세 역사에 등장하는 풍운의 인물 중에서 '도깨비 사쿠자(鬼作左)'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인물인데,
1575년 나가시노(長篠)에서의 전투 중에 그가 진중(陣中)에서 그의 아내에게 보낸 '짧은' 편지가
바로 이 「일본의 제일 짧은 편지(日本一短い手紙)」의 기원이라고 하는데, 그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一筆啓上 火の用心 お仙泣かすな 馬肥やせ
몇자 적습니다. 불조심, 아이 울리지 말고, 말은 살찌우고.
|
|
●「혼다 시게츠구의 一筆啓上」 관심있다면 열기 CLICK
이에야스와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연합군이 타케다 카츠요리(武田勝頼)와 싸웠던 나가시노(長篠)의 싸움에서
혼다 시게츠구가 아내에게 보냈다는, 이 「 몇자 적습니다(一筆啓上)」의 짧은 편지에서
「 お仙」은 그 당시 혼다 시게츠구의 어린 아이였던 적자(嫡子) 「 센치요(仙千代)」를 말하는데
센치요라는 이 어린이는 나중 후일 에치젠(越前) 마루오카(丸岡)의 지방 영주가 되는 혼다 나루시게(本多成重)입니다.
그리고 「 아이 울리지 말고(お仙泣かすな)」는 사실은「 아이 야위게하지 말고(お仙痩せさすな)」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아무튼‥. |
혼다 시게츠구의 그 편지에 나오는 '아이(お仙)'가 나중에 마루오카(丸岡)의 지방 영주가 되었다는 연고에서 착안,
1993년 후쿠이(福井)현 마루오카에서 '일본에서 가장 짧은,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日本一短い「母」への手紙)' 대회를 열었는데요.
인구도 고작 3만 남짓 정도의 작은 마을에서 주최한 이 대회에 전국 각지에서 3만통이 넘는 응모작이 쇄도했다고 합니다.
이듬해의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家族」への手紙)'와 1995년 '사랑의 편지(「愛」の手紙)'에서는 각각 6만통이 넘었고
1996년 '아빠(父)', 1997년 '엄마의 추억(母への想い)', 1998년 '고향의 추억(ふるさとへの想い)'에 이어
1999년 '친구에게(友へ)'에 이르러서는 전국 각지에서 12만통이 넘는 응모작이 쏟아졌다고 하네요.
이후에도 '나에게(私へ)', '생명(いのち)', '희노애락(喜怒哀楽)' 등 다양한 주제로 응모작을 받으면서
우수작품에는 '몇자 적습니다(一筆啓上)'라는 이름의 상도 주고 응모작품은 간추려서 1회분부터 책으로 출간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2003년부터는 대회 이름을 '일본에서 가장 작은 이야기(日本一小さな物語)'라고 바꾸고
그해에는 '엄마와 주고받은 편지(母との往復書簡)', 2004년에는 '가족과 주고받은 편지(家族との往復書簡)',
2005년에는 '사랑의 왕복편지(愛の往復書簡)', 2006년에는 '아빠와 주고받은 편지(父との往復書簡)'라는 주제로 응모작을 받다가
2007년 다시 '일본에서 가장 짧은, 미래에의 편지(日本一短い「未来」への手紙)'이란 주제로 대회를 열었다고 합니다.
입상자에게 주는 상의 이름도 '신 몇자 적습니다(新一筆啓上)'로 바뀌고 응모작의 형식도 왕복편지로 바뀐 이후,
12만통을 넘어서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응모하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고 해도 두세줄의 편지 글이 주는 잔잔한 감동은 여전합니다.
가습을 뭉클하게 만들고 눈을 적시게 만드는, 또는 입가에 엷은 미소를 짓게 만드는, 짧은 편지(短い手紙). 몇편 더 소개하자면‥.
雪のふる中、校門をくぐるお母さん。
僕ははじめて、悪いことをしたと思いました。
― 林真 (愛知県・25歳)
눈오는 날, 교문을 빠져나가는 엄마.
나는 처음으로, 나쁜 짓을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 하야시 마코토 (아이치현・25세) | ぼくは、かあさんを、にくたらしい人だと思ってます。
五ばんめに、すきです。
― 上伏秀平 (福井県・7歳)
저는, 엄마를, 밉살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다섯번째로, 좋아해요.
― 우에부세 슈우헤이 (후쿠이현・ 7세) |
お父さん、気づいてますか?
私と お父さん、2人の写真が
まだ1枚もないことを。
― 廣部恵子 (女性・20歳)
아빠, 알고는 계세요?
저랑 아빠, 두 사람 같이 찍은 사진이
아직 한 장도 없다는 걸.
― 히로베 케이코 (여성・20세) | 胸を張って言えるよ。
「私はお母さんになる人を選んで
産まれてきた」って。
― 内山理恵 (愛知県・19歳)
가슴을 펴고 말할 수 있다구.
「나는 엄마가 될 사람을 선택해서
태어났다」고 말이야.
― 우치야마 리에 (아이치현・19세) |
ⅱ
졸업 씨즌은 2월 하순이겠거니‥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고등학교는 2월 초에 하더군요.
얼마 전 길을 가다가 꽃다발, 교복을 입은 고교 졸업생, 가족들 등의 모습을 보고 새삼 깨달았죠.
'아‥ 어느덧 졸업 씨즌이구나' 싶으면서 한편 두서없이 여러 상념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습니다.
주위에 이번 2월에 졸업하는 친구들도 있는데다가, 졸업이라는 것에 저도 나름대로 소회(所懷)가 있어서
꽃다발을 든 고교 졸업생의 모습에서 이번에 대학을 졸업하는 제 친구들의 어제와 오늘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그들 중 어느 한 친구를 생각하며 그 친구의 내일은 과연 어떨지 궁금해졌습니다. | |
익숙해진 지금도 얼굴을 보지 않고 전화로 얘기할 때면 가끔은 되묻게 될 정도로, 빠른 말투의 그 친구.
졸업을 하는 친구는 그 친구 말고도 여럿 있지만, 특별히 그 친구의 '내일'이 어떨까 궁금해진 것은
취업이라든지 상급 학교로의 진학이라든지 하는, 보통의 선택을 적어도 지금 당장은 하지 않기로 그가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그 친구, 어쩌다 고민을 얘기할 때 커다란 눈망울이 젖어오기도 하지만 엔간해서는 밖으로 내비치지 않고 안으로 삼키는 친구인데요.
가끔 제가 그 친구에게 '문제는 의지박약이야!'라고 말하긴 하지만, 말만 그렇지, 사실은 '조용히 그러나 강한 의지'를 가진 녀석입니다.
요즈음 취업이나 진학도 만만치 않은데, 그러한 일반적인 선택도 굳이 능동적으로 거부한 그의 '내일'은 어떤 모습일런지.
그의 '내일'이 어떤 모습일지 저는 알 수 없고 아마 그 자신도 아직 뚜렷하게는 모르겠지만
'오늘'의 그가 어떤 확신을 가지고 '내일'을 준비하고 있는지는 어느 정도 짐작됩니다.
이를테면, '일본에서 가장 짧은 편지「나에게」(日本一短い手紙「私へ」)' 입상 작품 중의 하나,
거기서 느낄 수 있는, 일본의 어느 대학생의 심정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私にしかできないことがある。きっとある。
今は分からない。
でもある。きっとある。
― 黒木かつよ (宮崎県・大学1年生 19歳) | 내가 아니면 안되는 일이 있다. 분명히 있다.
지금은 모른다.
하지만 있다. 분명히 있다.
― 쿠로키 카츠요 (미야자키현・대학1학년 19세) |
|
頑張ってね!! |
ⅲ
ボクニデキルコト
作詞 : MIZUE、作曲 : 徳永英明
同じ夢を何度も見るよ
いつも此処で目が覚める
どうしてだろう? 大事なものは
儚くて失くしやすい
心を離れない
あの空も あの風も
微笑む あなたと
僕に出来る ことがあるなら
諦めないと誓う
少しずつ
傷つくたびに 強くなればいい
明日のために
流れ星を探してますか?
交わす願い届くように
果てない旅路の上
足跡を刻んでく
希望を携え
僕がきっと 守り抜くから
僕のすべてを懸けて
だからもう
悲しまないで 笑顔のままで
また逢う日まで
今しか出来ない ことがあるなら
振り向かないで 進もう
少しでも
傷つくたびに 強くなりたい
明日のために
僕に出来る ことがあるなら
諦めないと誓う
少しずつ
傷つくたびに 強くなればいい
明日のために | 내가 할 수 있는 것
작사 : MIZUE, 작곡 : 토쿠나가 히데아키
똑같은 꿈을 몇 번이나 꿔
늘 이쯤에서 잠에서 깨어나네
어째서일까? 소중한 것은
부질없고 잃어버리기 쉽지
마음에서 떠나지 않아
그 하늘도 그 바람도
미소짓는 그대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다짐한다
조금씩
상처입을 때마다 강해지면 돼
내일을 위하여
별똥별을 찾고 있나요?
주고받는 소원이 이루어지도록
끝없는 길 위
발자국을 새겨 간다
희망을 지니고서
내가 꼭 지켜낼테니까
내 모든 걸 걸고
그러니까 이제
슬퍼하지 말고 웃는 얼굴로
또 만나는 날까지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면
뒤돌아보지말고 나아가자
조금이라도
상처입을 때마다 강해지고 싶어
내일을 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다짐한다
조금씩
상처입을 때마다 강해지면 돼
내일을 위하여 |
徳永英明
UMCK-5138
SAYONARAの理由
ボクニデキルコト
2006-02-01 |
ⅳ
서두에, 일본어 학습 교재를 펴보던 시절의 어느 날이 마치 먼 추억처럼 떠올랐다고 얘기했듯이,
고교 졸업생의 모습에서 떠오른 것이 큰 눈망울에 빠른 말투의 그 친구를 비롯한, '졸업하는 친구들'만은 아니었습니다.
이 글에서 예닐곱 편 이상 인용한 「일본에서 가장 짧은 편지(日本一短い手紙)」.
그 텍스트로 제게 초급 일본어를 가르쳐준 선생님도 떠올랐습니다. 친구같은 분위기의 그 선생님도.
그나마 제 딴에는 공부한다고 할 시절에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드렸어야 하는데, 그만 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자주 뵐 수 있었을 때 그랬어야 했는데‥ 싶고, 뒤늦게 그러자니 그것도 또 새삼스러워서 겸연쩍고‥, 결국 그냥 지나치고 맙니다.
얼마 전 인터넷 어느 웹 페이지에서 「일본에서 가장 짧은 편지(日本一短い手紙)」와 비슷한 형식의 글 한 편을 발견했습니다.
일본의 어느 중학교 일학년 학생이 초등학교 시절의 선생님께 쓴 '짧은 편지((短い手紙)'가 그것인데요.
'일본에서 가장 짧은 편지(日本一短い手紙)' 대회에서 '선생님께(「先生」へ)'라는 주제로 대회를 연 적은 아직 없는 걸로 아는데
그렇다면 이 '짧은 편지' 글은 그 대회 응모작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先生へ。
卒業するその前に先生が私に言ってくれたこと、
「あなたの笑顔は素敵だよ」あの言葉があったから、
今でも私は笑顔でいます。本当にありがとう。 | 선생님께.
졸업하기 전에 선생님께서 제게 말해주신 것,
「너의 웃는 얼굴은 멋져」그 말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도 저는 웃는 얼굴로 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
ⅴ
참고로 이 글의 BGM으로 사용한 노래,
토쿠나가 히데아키(徳永英明)의 ボクニデキルコト(Boku ni Dekiru Koto, 내가 할 수 있는 것).
이 곡은 TV 애니메이션인 가이킹(ガイキング)의 엔딩 테마곡으로도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인용한 「일본의 제일 짧은 편지(日本一短い手紙)」의 출처는
재단법인 마루오카쵸(丸岡町) 문화진흥사업단입니다.
이 싸이트에는 1993년부터 2002년까지 10년간의 입상작 중에서 일부가 게재되었는데요.
매회 10편씩 모두 100편의 '짧은 편지(短い手紙)'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2003년부터 2006년까지의 '주고받은 편지(往復書簡)'도 20편 있는데
이건 저도 아직 보지 못했는데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관심있으신 분은 오른쪽 링크를 참조하시기를. ● (재)마루오카쵸문화진흥사업단 바로 가기 |
UMCK-9136
ガイキング
2006-02-01 |
ⅵ
○○ちゃん。君にしかできないこと、きっとあるよ。
○○先生。本当にありがとう。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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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2/11 13:52 | 일본어 | trackback (0) | reply (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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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응달, 우울의 늪 心の日陰、憂うつの沼 |
アブソリュートリー・ゼロ Absolutely Zero 앱솔루틀리 제로 |
ⅰ
처음 당신을 알게 된 게 언제부터였던가요. 이젠 기억조차 까마득하군요. 당신을 처음 알았을 때, 당신이란 분이 이 세상에 계시는 것만 해도 얼마나 즐거웠는지요. 여러 날 밤잠을 설치며 당신에게 드리는 긴 편지를 썼지요.
처음 당신이 나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전갈이 왔을 때,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득히 밀려 오는 기쁨에 온몸이 떨립니다. 당신은 나의 눈이었고, 나의 눈 속에서 당신은 푸른 빛 도는 날개를 곧추세우며 막 솟아올랐읍니다.
그래요. 그때만큼 지금 내 가슴은 뜨겁지 않아요. 오랜 세월, 당신을 사랑하기에는 내가 얼마나 허술한 사내인가를 뼈저리게 알았고, 당신의 사랑에 값할 만큼 미더운 사내가 되고 싶어 몸부림했지요. 그리하여 어느덧 당신은 내게 <사랑하는> 분이 아니라, <사랑해야 할> 분으로 바뀌었읍니다.
이젠 아시겠지요. 왜 내가 자꾸만 당신을 떠나려 하는지를. 사랑의 의무는 사랑의 소실에 다름아니며, 사랑의 습관은 사랑의 모독일테지요. 오, 아름다운 당신, 나날이 나는 잔인한 사랑의 습관 속에서 당신의 푸른 깃털을 도려내고 있었어요.
다시 한번 당신이 한껏 날개를 치며 솟아오르는 모습이 보고 싶습니다. 내가 당신을 떠남으로써만‥‥‥ 당신을 사랑합니다.
∼ 이성복의 시집 남해 금산 (1986년 7월 초판) 뒷표지글 |
남해 금산 |
어쩌다가, 정말 어쩌다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는지, 왜 이렇게 되어야만 했는지 알 듯 하면서도 모르겠다. 답답하다.
내게 상처주려던 것이 결코 아님을 왜 내가 모르겠는가. 그것은 분명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각자의 사정을 고려한 그대의 배려가, 하필이면 별 것 아닌 듯한 한 두 마디 말과 겹쳐지면서, 약간 어긋났을 뿐인데.
마치 그 어느 등장 인물도 잘못한 게 없고 좋지 않은 의도를 가진 것도 아닌데 상황은 꼬여만 가는, TV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그런 줄 알면서도, 이성적으로는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야속함으로 마음 한구석이 응어리지는 것은 어떡해야 하는지.
ⅱ
Absolutely Zero
You. You were a friend. You were a friend of mine I let you spend the night.
You see it was my fault. Of course it was mine.
I'm too hard at work. Have you ever heard of anything so absurd ever in your life?
I'm sorry for wasting your time.
Who am I to say this situation isn't great? Well It's my job to make the most of it.
Of course I didn't know that it would happen to me. Not that easy.
Hey what's that you say? You're not blaming me for anything that's great.
But I don't break that easy. Does it fade away?
So that's why I'm apologizing now for telling you I thought that we could make it.
I just don't get enough to believe that we've both changed.
Who am I to say this situation isn't great? It is my time to make the most of it.
Of course I didn't know that it would happen to me, not that easy, no no no no.
If all along the fault is up for grabs, why can't you have it?
If it's for sale what is your offer, I will sell it for no less than what I bought it for.
Pay no more than absolutely zero.
Well neither one of us deserves the blame because opportunities moved us away.
It's not an easy thing to learn to play a game that's made for two that's you and me.
The rules remain a mystery. See how it's so easy.
Who am I to say this situation isn't great? Well it's our time to make the most of it.
How could we ever know that this would happen to me, not that easy, no no oh oh.
All along the fault is up for grabs and there you have it.
Well it's for sale go make your offer, well I sell it for no less than what I bought it for.
Pay no more than absolutely zero. |
Jason Mraz
Waiting for My Rocket
to Come
2002-10-15
track 08
Absolutely Zero |
아마 거의 다 사라졌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를 우울(憂鬱)의 늪으로 내몰던 마음의 응달.
내 마음 여기저기가 그늘져 있던 시절도 있긴 했다. 그게 고작 몇 년 전이긴 하지만 어쨌든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남아있다 해도 신경 쓸 만큼은 아닐 것같았던‥, 마음의 응달.
그것이 갑자기 커지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혹시라도 그 우울의 늪으로 다시 내몰려 가는 건 아닐까‥?
다시 그 늪으로 내몰려 가는 것, ‥무섭다. ‥ 정말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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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1/31 15:49 | 그리고 | trackback (0) | reply (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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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림은 멈추고 외로움도 사라지게 될테니까 慄くことは止まて、寂しさも消えるようになるはずだから |
ⅰ
창 밖으로 내려다 보이는 운동장에서는 유니폼을 제대로 갖춰 입은 학생들이 추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 축구 시합을 하고 있었습니다.
연일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다가 조금 풀렸다고는 하지만 점심 먹을 나절에도 여전히 영하의 기온이었던 엊그제,
저를 포함해서 세 사람은 경영대학 옆 건물 3층의 식당에 들어가 그런 풍경의 창가 테이블에서 점심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 지난 해 어느 날, 제 친구는 걸려온 전화를 통해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주고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끊어졌다 다시 이어지고 하면서 통화가 여러 차례 계속되던 그 때 그 자리에 마침 저도 같이 있던 바람에
어쩌다가 저까지 통화를 하게 되었고 그 통화 말미에 '다음에 한번 저녁이라도 같이 먹자'라고 했는데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난 엊그제, 어느 대학 구내 식당에서 그를 만나서 점심을 같이 하게 되었던 겁니다.
친구에게 그에 대한 얘기를 약간 들은 바도 있고 지난 해 저와도 그 한 차례의 통화가 있어서 그랬는지
처음 만나는 사람끼리의 어색함은 그다지 오래 가지 않았고 편안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
지난 번 통화에서의 '고민'은 더 이상 얘기되지 않았습니다.
모르긴 해도, 그 당시의 고민은 이제 그의 가슴에 남아있지 않은 듯 싶었습니다.
그는 다른 이야기를 했습니다. _ '다시 한번 더 도전'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하더군요.
목표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함께 자리했던 친구도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었기에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스로 '다시 한번 더 도전'하기로 그가 이미 결심했기에
저는 도전의 긍정적인 면에만 방향을 맞추어 그의 의지를 북돋아주는 쪽으로 얘기를 건넸습니다. | |
| 또래 친구들은 올해 2월에 대학을 졸업하기도 하는데 내년 입학을 목표로 '다시 한번 더 도전'하려는 그.
솔직히 제 마음 한 구석엔 떨쳐내기 어려운 걱정도 생겼지만, 그렇다고 그걸 입 밖으로 말하진 않았습니다.
저로서는 그 날이 그와 처음 만나는 날이었는데, 그런 날에 걱정이나 우려를 말하는 것은 무례한 일이니까요.
처음부터 '다시 한번 더 도전'해보겠다는 그와 그리고 마침 요즈음 여러가지 면에서 '전환점'을 맞이한 제가
(더불어 '새로운 도전'에 주먹을 불끈 쥔 제 친구도) 비록 맞닥뜨린 사정은 서로 제각각이라 할지라도,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그의 (사실은 우리의!) 의지 박약을 걱정하는 것보다는
지금부터 굳게 이어갈 (또는 이어가야 할) 그의 (또는 우리의) 의지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낫기도 하구요. |
ⅱ
未来飛行
作詞 / 作曲 : 徳永英明
歩く足元を見ながら答え捜してた
別に不器用な生き方したわけじゃないさ
愛が僕らを生み出している 笑顔の中に溢れてる
いつのまにか大人になって
次の場所に駆けてくだけで
心休めて空を きれいと言えない
時が僕に教えたものは
忙しさに負けちゃいけない
だから今を迎えて あなたにありがとう
遠い昔なら僕らの小さな瞳が
ひまわりみたいなスマイル投げていたんだろう
そして僕らに託したんだろう 愛の深さに気づいてさ |
いいか君も大人になって
素敵な夢叶えてくれと
期待を込めて僕を 抱いてる写真が………
全てそこに答えはあるよ
生きることをなまけちゃいけない
だから今を迎えて あなたにありがとう
そして僕らは未来を描くよ
プロペラのない飛行機でも動かせてみせるよ
いつのまにか大人になって
次の場所に駆けてくだけで
心休めて空を きれいと言えない
時が僕に教えたものは
忙しさに負けちゃいけない
だから今を迎えて あなたにありがとう |
徳永英明
太陽の少年
1995-12-08 |
ⅲ
지난 해 연말, 한 친구가 일본으로 떠났습니다.
며칠 전 어느 늦은 밤, 메신저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 힘들어 했습니다.
특별히 삶의 방식같은 게 서툰 것도 아니고(別に不器用な生き方したわけじゃないさ)
천성적으로 밝기만 한 그 친구를 힘들게 만드는 '환경'이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올해 3월말이나 4월초에 또 한 명의 친구도 일본으로 떠날 예정입니다.
그러고보면 다들, 어느덧 어른이 되어(いつのまにか大人になって)
중간 쉼표를 찍고, 다음의 장소로 달려가고 있습니다.(次の場所に駆けてく) | |
| 앞서 얘기한 점심 식사 자리를 함께 했던 그 친구. 그 친구까지 어디론가 떠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친구도 '새로운 도전'을 위하여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어딘가에 스스로를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그 친구, 다음 달이면 대학을 졸업하기 때문에 3월부터는 더 이상 어디에도 속하지 않게 됩니다.
흔히 얘기하듯 '○○대학 학생이다'라든지 '○○회사에 다닌다'라고 하는 식의 '신분'의 자리매김이 아닌,
스스로든 타인에게든 지금까지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자리매김을, 스스로에게 해야 하는 거죠. |
그동안은 굳이 '삶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生きることをなまけちゃいけない)'고 마음을 굳게 다잡지 않아도 괜찮았을 겁니다.
지금까지 그 친구의 자리매김은 대학에 다니는 학생이었으니까요.
길잡이가 되어주는 선생님이 계시는, 앞서거니 뒷서거니 함께 나아가는 친구가 있는 학교에서는
게을러지기는 커녕 '져서는 안된다(負けちゃいけない)'는, 좋은 의미의 호승심(好勝心)까지 뒷받침되기도 하니 괜찮았겠지요.
이제는 더 이상 학생 신분이 아닌 그 친구 그리고 '다시 한번 더 도전'하는 그, 두 사람 모두 새로운 자리매김을 어떻게 할지 궁금합니다.
그 어떤 수식어도 없이 그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이름 석자로만 세상에 드러나는 것은 외롭고 떨리는 일이기도 한데요.
그들이 2008년의 자기자신을 어떻게 자리매김할지 저는 잘 모르긴 하지만, 적어도 이름 석자만으로 두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학생 ○○○'도 아니고 '직장인 ○○○'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저 '○○○'만으로 자신을 자리매김 하지는 않을 겁니다.
そして僕らは未来を描くよ 그리고 우리들은 미래를 그리지
プロペラのない飛行機でも動かせてみせるよ 프로펠러가 없는 비행기라도 움직이게 해보겠어 |
혹시 가까운 친구에게조차 얘기하지 않았는지 모릅니다. 다가올 미래에 자신이 어떤 모습을 하고 싶은지를.
그리고 그 모습을 꼭 이루기 위하여 지난 밤에도 남몰래 아랫입술 깨물고 다짐에 다짐을 거듭했다는 것을.
이루고 싶은 꿈을 위하여 정진하는 자신의 노력이 얼마나 힘든지, 앞으로 흘려야 할 땀방울도 또 여전하다는 것을.
그래서 그들은 올해의 자신을 그냥 '○○○'(으)로 두지 않고 '무언가를 해낼 ○○○'(으)로 자리매김할지도 모릅니다.
그 '무언가'를 '원하는 대학의 09학번'과 같이 구체적인 것으로 설정해도 상관없겠지요.
(아니, 구체적이기에 어떤 면에서는 더욱 좋을 수도 있겠지요.)
아무튼 그 '무언가'가 '○○대 09학번'이든 '비행기라도 움직이게 해보겠다(飛行機でも動かせてみせるよ)'는 것이든 뭐든
그것을 해낼 거라는 다짐으로 자신을 자리매김하고 정진한다면, 그 때부터 떨림은 멈추고 외로움도 사라지게 될테니까요.
ⅳ
BGM으로 사용한 노래는 토쿠나가 히데아키(徳永英明)의 未来飛行(Mirai Hikou, 미래 비행)입니다.
이 노래는 1995년 11월 1일에 그의 20번째 싱글로 발매되었으며,
1995년 12월 8일에 발매된 9번째 정규 앨범인 太陽の少年(Taiyo no Shonen, 태양의 소년) 수록곡이기도 합니다.
이 노래의 P/V가 혹시 있나 싶어 살펴봤더니, 마침 며칠 전에 YouTube에 올라 왔더군요.
● YouTube에 있는 未来飛行 P/V 보기
혹시 이 글에 첨부되어 있는 토쿠나가 히데아키의 음악이 마음에 드신다면,
이 글 아래 Tags의 <徳永英明>를 클릭하여 그의 또 다른 노래가 첨부되어 있는 포스트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오전 내내 내리던 눈도 이제는 그친 듯 싶고 날씨도 많이 풀린 듯 싶지만, 응달진 곳은 빙판길 되기 쉽겠더군요. 조심하십시오.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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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1/21 15:58 | 그리고 | trackback (0) | reply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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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마음에 귀를 가까이 대고 그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내려가고 싶어 君の心に耳を押し当てて その声のする方へ下りてゆきたい |
ⅰ
[MiN..], ^^, 1004ant, 19, aikons, BEW, BlissBless, blue, Bohemian, cafeterrace, camomile, celli, cha*ya, chris, Dreaming Blue Sky..., Dyce, EGOISTsoyi, eh, elyu, enkoko, FUWA, h,
hansol728, hongng, hyangii, Ichiro, inaba, jinnuri, JooJiYeon, josh, jsk, jtirnya, kiku, Les Paul, liebemoon, masami, Maya, mazamune, miami, mj, momo, Mr.zin, mukku, NEON, Nestari, nightgreen, oo...., Ramones, Rhtn, Sarak, someone, SOSO, Space Cowboy, SURF, syrup, tomiko Van, Tube, umeboshi, xeno3002, yoda, Zikk,
가나, 가을이, 가을하늘™, 感, 감정생활, 강동현, 강민재, 개념, 거짓말, 검은새, 桂銀晶, 光, 궁극미중년, 궁금, 그녀, 나미, 뉴메카, 늑돌이, 더블레인, 라디오키즈, 로라걸, 류동협, 류사부, 魔女, 메이, 모운, 미도, 미도리, 미루키, 미미씨, 미키군, 밀크티, 바라미냥, 방랑마녀, 배창완, 버트, 베토벤, 보리차, 분랑, 상큼토끼, 샤르르, 샤리반, 서희, 솔잎추출물, 水波色時~, 시크리엘, 신유선, 씨리얼, 아오리, 애인이다, 앰플, 여우비, 오디, 와니, 우태욱, 욱병이, 원명희, 유상병, 유우, 은향비, 이나미미, 이무기, 이시태, 이즈미, 재희, 조나쓰, 좋은친구, 지미키튼, 짜짜라, 天漁, 초류향, 친구, 七色, 칼라, 태양을 삼킨 새, 틸, 피아, 하츠, 함경완, 호루라기~, 홍경, 황용호, 후이, 희미,
とろ、ナカムラ ユエ、はな、みろりん、ロビタ。 그리고 비공개로 글을 남겨주신 ○○님(들).
(알파베트, 가나다, カナ 순 : 존칭 생략함을 혜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004년 3월 27일 이후 오늘까지,「myspitz story .. 僕のスピッツ話」에 코멘트를 남겨주신 모든 분들,
편안한 연말을 보내셨나요? 연말은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지나가더니, 이제 2008년입니다. | |
위에 거명한 분들은 물론, 코멘트는 남기진 않았더라도 그동안 이곳을 드나들면서 조금이라도 편안한 시간을 보내셨던 분들,
그리고 오늘 이 곳에 처음 오신 분들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Happy New Year!! あけましておめでとうございます。
ⅱ
연말연시가 되면 여기저기 그 동안 이런 저런 핑계로 소홀히 했던 분들께 안부 인사를 보내게 됩니다.
예전에는 연하장도 많이 보내고 받곤 했는데 요즈음은 저도 주로 휴대폰 문자메세지가 대세입니다.
이 곳을 방문해서 세상 사는 얘기를 들려주시는 분들께 항상 고맙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연말연시 안부 인사를 드려야겠다는 생각에 연말이면 (지금처럼) '연하장 포스트'를 쓰곤 했는데요.
돌이켜보니 2005년, 2006년 두 해 연거퍼 크리스마스 씨즌에 썼더라구요.
딱히 그렇게 미리 정해놓은 것도 아닌데‥ 해마다 그 씨즌에 써서 그런지, (고작 두 해에 불과하지만) 2007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번에도 그럼 지금쯤 쓸까?'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하더라구요.
관례라든지 전통이라든지 그런 것들이 이렇게 해서 생겨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정작 크리스마스를 앞두고는 별 것도 아닌 일들에 바빠지던 바람에 그냥 지나쳐 버리고 말았습니다. _._ | |
그래서 2007년 크리스마스와 연말 포스팅은 생략. 더불어 크리스마스 송 BGM 역시 생략. (게으른 포스팅 아실테니‥ 이해하실테고.)
그렇다고 '연하장 포스트'를 생략할 수는 없겠죠? ^^ 그래서 약간 늦어버린 '연하장'의 BGM은 무엇으로 할까 잠깐 고민 중이었는데
연말연시를 고향에서 지내고 있는 친구가 엊그제 휴대폰으로 보내온 멀티메일 메세지에서 떠오른 노래, 粉雪(Konayuki, 가랑눈).
ⅲ
粉雪
作詞/作曲 : 藤巻亮太
粉雪舞う季節はいつもすれ違い
人混みに紛れても同じ空見てるのに
風に吹かれて 似たように凍えるのに
僕は君の全てなど知ってはいないだろう
それでも一億人から君を見つけたよ
根拠はないけど 本気で思ってるんだ
些細な言い合いもなくて
同じ時間を生きてなどいけない
素直になれないなら
喜びも悲しみも虚しいだけ
粉雪 ねえ 心まで白く染められたなら
二人の孤独を分け合う事が出来たのかい
僕は君の心に耳を押し当てて
その声のする方へすっと深くまで
下りてゆきたい そこでもう一度会おう
分かり合いたいなんて
上辺を撫でていたのは僕の方
君のかじかんだ手も
握りしめることだけで繋がってたのに
粉雪 ねえ 永遠を前にあまりに脆く
ざらつくアスファルトの上シミになってゆくよ
粉雪 ねえ 時に頼りなく心は揺れる
それでも僕は君のこと守り続けたい
粉雪 ねえ 心まで白く染められたなら
二人の孤独を包んで空にかえすから | 가랑눈
작사/작곡 : 후지마키 료타
가랑눈 흩날리는 계절에는 언제나 엇갈려
인파에 섞여도 같은 하늘을 보고있을텐데
바람에 날려 닮은 듯이 얼어버릴텐데
나는 너의 모든 걸 알고 있지는 않을 거야
그런데도 일억명 중에서 너를 찾아냈어
근거는 없지만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는 거지
사소한 말다툼도 없이
같은 시간을 지낸다는 등은 안돼
솔직해질 수 없다면
기쁨도 슬픔도 덧없을 뿐
코나유키 있잖아 마음까지 하얗게 물들일 수 있다면
두사람의 고독을 서로 나눌 수 있었을까?
나는 너의 마음에 귀를 가까이 대고
그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훌쩍 깊은 곳까지
내려가고 싶어 거기서 한번 더 만나자
서로 이해하고 싶다, 라니
외양을 어루만지고 있었던 것은 나의 쪽
얼어서 곱아진 너의 손도
움켜쥐는 것만으로 이어져 있었는데
코나유키 있잖아 영원을 앞에 두고 너무나 여리게
까슬까슬한 아스팔트 위 얼음이 되어 가
코나유키 있잖아 때로는 불안하게 마음은 흔들려
그런데도 나는 너를 계속 지키고 싶어
코나유키 있잖아 마음까지 하얗게 물들일 수 있다면
두사람의 고독을 감싸안아 하늘로 돌려줄테니까 |
レミオロメン
粉雪
2005-11-16
レミオロメン
Horizon
2006-05-17
レミオロメン
Flash and Gleam
2006-11-01 |
2005년의 후지(フジ)TV 드라마 1리터의 눈물(1リットルの涙, Ichi Liter no Namida)을 보신 분이라면,
또는 밴드 레미오로멘(レミオロメン)을 좋아하거나 일본의 대중음악에 익숙한 분이라면, 아마 이미 익숙한 노래일 겁니다.
그리고 이러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거 레미오로멘이 아니잖아? 후지마키(藤巻) 목소리가 아닌데?」
ⅳ
일본의 TV 프로그램 중에는 TBS에서 방영하는 것으로 우타방(うたばん)이라는 유명한 음악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2001년 오다 카즈마사(小田和正)의 셀프커버 앨범 Looking Back 2가 히트하자 우타방의 스태프는 그에게 출연 요청을 합니다.
그런데 이 요청이 거절되자 어떡하든 오다를 TV에 출연시키고 싶었던 스태프들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합니다.
새 프로그램 제작에 즈음하여 스태프들은 유명 아티스트 일곱 팀에게 출연을 의뢰했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거절당하는 일이 생깁니다.
이에 스태프들이 납득할 수 없게 되자 오다는 단독 라이브 형식의 공개방송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그의 그러한 모습에 관계자들은 감격하게 되고 시청자의 요청에 따라 그 프로그램이 재방송 되는 등 화제가 되자
이후 매년 크리스마스 씨즌에 クリスマスの約束(크리스마스의 약속)이라는 타이틀로 제작, 방송되기에 이릅니다.
그렇게 시작된 TBS의 크리스마스 특집 프로그램은 2002년에도 게스트 없이 오다 카즈마사 단독의 라이브로 진행되다가
2003년, 남성 듀오 유즈(ゆず)와 Mr.Children의 사쿠라이 카즈토시(桜井和寿) 등이 게스트로 출연하기 시작하고
2005년에는 SMAP의 나카이 마사히로(中居正広), 2006년에는 남성 듀오 스키마스윗치(スキマスイッチ),
지난 2007년 12월 25일의 クリスマスの約束2007(크리스마스의 약속 2007)에는 밴드 쿠루리(くるり) 등이 출연합니다.
| 일년에 단 한번의 이 크리스마스 공연에서 오다 카즈마사가 연주하는 곡으로는
밴드 오프 코스(オフコース) 시절의 히트곡과 솔로 활동 시의 히트곡은 물론
일본 대중음악계의 동료, 선후배들의 히트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데요.
예를 들면 2001년에는 우타다 히카루(宇多田ヒカル)의 Automatic이라든지,
2002년에는 아라이 유미(荒井由実)의 海を見ていた午後(바다를 보고있던 오후)를,
2003년에는 스핏츠(スピッツ)의 チェリー(체리)를 노래합니다. |
12월 25일에 방영하던 예년과 달리, 12월 28일에 방영된 2006년의 クリスマスの約束2006(크리스마스의 약속 2006)는
밤 11시 30분부터 다음날 새벽 1시 24분까지 약 두 시간 가까이 방영되었는데,
이 공연에서 그는 우리나라에서 번안된 곡이기도 한 오자키 유타카(尾崎豊)의 I LOVE YOU도 부르고
자신이 만들어 KAT-TUN에게 제공했던 僕らの街で(우리들의 거리에서)를 셀프커버 하기도 합니다.
남성 듀오 스키마스윗치가 게스트로 나온 자리에서는 그들의 히트곡 全力少年(전력소년)을 함께 노래하는데요.
그날 그가 다른 뮤지션의 노래를 커버한 곡 중에는 바로 지금 BGM으로 흐르는 粉雪(Konayuki, 가랑눈)도 있습니다.
ⅴ
보통의 경우, 이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레미오로멘의 오리지날 버전으로 익숙하겠지요.
저는 1리터의 눈물도 차일피일하다가 아직 보질 못했고 레미오로멘의 음반도 한정 라이브 음반인 Flash and Gleam 뿐이라서
이 노래가 레미오로멘의 라이브 버전으로만 익숙해 있었는데 (오리지날 버전과 그다지 큰 차이가 없긴 하지만)
어느 날 친구 덕분에 이 クリスマスの約束2006(크리스마스의 약속 2006)에서의 오다 카즈마사 버전으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연주 시간은 레미오로멘에 비하여 오다 카즈마사의 것이 훨씬 짧습니다.
앞서의 노랫말을 보면서 BGM을 들으셨다면 또는 이 노래를 오리지날 버전으로 노랫말을 다 아는 사람이라면 이미 눈치챘겠지만
오다 카즈마사는 粉雪의 2절을 부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노랫말에서 흐릿하게 표시한 부분이 오다가 생략한 부분입니다.)
오다는 제가 예전에 그의 노래를 한번 포스팅한 적이 있는데, 1947년생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미성(美聲)의 뮤지션입니다.
그러니까 그는 1948년 전후한 일본의 베이비붐 시기에 태어난, 이른바 단카이(團塊)세대에 속하는 사람인데,
일본의 전후 경제부흥세대에 속하는 단카이 세대는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은퇴가 시작된, 이제 막 환갑을 넘기는 세대입니다.
자신들의 아들딸 세대도 이미 스무살의 청춘시절이 지나간지 오래고, 본인들은 이제 황혼이 시작되는 세대에 속한 오다 카즈마사.
하지만 그는 <가요무대>같은 프로그램에 나오는 '퇴물' 뮤지션이 아니라, 2007년에도 2장의 싱글을 발매할 정도로 '현역'입니다.
● 오다 카즈마사 이야기가 있는, 또다른 myspitz story .. 바로가기
오다 카즈마사에 대한 사전정보 없이 그의 노래를 듣는 사람은 거의 다 아니 모두 그가 그렇게 나이 많은 뮤지션인줄 모를 겁니다.
2007년 12월 현재 오리콘(オリコン)차트의 주간 1위 최연장자 기록은, 앨범과 싱글 둘 다 오다 카즈마사의 것인데
모두 2007년 발매의 싱글 こころ(Kokoro, 마음)와 앨범 自己ベスト 2(Jiko Best 2, 자기 베스트 2)로 이 기록이 세워졌습니다.
그는 미성의 보이스 컬러 뿐만 아니라 그가 만든 곡의 멜로디와 어레이지먼트로 이 시대의 젊은이들까지 매료시키고 있는데요.
그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예를 들 수 있는 것이, 오리지널 앨범으로는 가장 최근 앨범인 そうかな(Soukana, 그럴까나)입니다.
相対性の彼方(Soutaisei no Kanata, 상대성의 저편)라는 써브 타이틀을 가진 이 앨범은 발매 당일 오리콘 차트 1위를 기록했는데
오다 카즈마사 스스로 작사, 작곡, 편곡한 11곡의 수록곡 모두가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TV광고 등에 타이업되었습니다.
차트의 기록도 그럴테지만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은 기본적으로 젊은이들을 주된 대상으로 하는 것들이기에
그런 것들은 물론 로보트 콘테스트의 테마곡으로까지 타이업되는 오다의 노래는 젊은이들의 취향에도 어울린다는 증거가 되지 않나요?
ⅵ
이 노래를 레미오로멘의 오리지날 버전으로 좋아하시는 분들은,
「오다가 커버한 것을 BGM으로 한다 해도 그렇지, 레미오로멘 얘기는 하나도 없잖아?」 라고 하실지 모르겠네요.
드라마 1리터의 눈물 덕분에, 이 노래는 록 밴드 스타일의 음악에 제법 거리가 있던 사람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곡이 되었기에
레미오로멘의 오리지날 버전의 粉雪든지 레미오로멘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웹페이지에서도 쉽게 찾아질테니까
[myspitz story .. 僕のスピッツ話] 여기서는 모른척 넘어가 주시기를. ^^
아‥, 실은 '연하장 포스트'가 늦어진 탓도 있고 해서, 노랫말은 생략하거나 다른 웹페이지를 참고하시라고 하려고 했는데
네이버나 엠파스 검색창 등에 '코나유키'라고 해서 나오는 웹페이지들에 나와있는 노랫말을 읽어보니 조금 난감해져서
(정말 오랜만에) 카시오 전자사전을 꺼내놓고 끙끙거리면서 제 나름대로 노랫말 해석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난감해진 액션가면ケイ의 갸웃갸웃」관심있다면 열기 CLICK
웹페이지 여러 군데를 살펴보았는데 다들 한 군데 출처에서 복사가 되었는지 똑같았습니다.
그건 제가 상관할 바 아니기도 하고, 비교 검토할 텍스트가 결국 하나 뿐인 셈이라서 편하긴 했습니다만,
클릭해봤던 여러 웹페이지들의 노랫말 번역이 모두 하나의 출처에서 비롯되어 복제 재생산된 거라니, 조금 허탈해지더군요. _._
아무튼‥ 난감해진 대목을 예로 들자면, 오다는 부르지 않는 2절에서 나오는 부분이긴 한데요.
「ざらつくアスファルトの上シミになってゆくよ」에서의 「シミ」를 「染み」로 봤는지 이를 '얼룩'으로 해석했던데,
노래 전체 분위기로 볼 때 이는「凍み」 즉, '얼음'으로 해석해야 옳을 듯 하더군요.
후렴부의 「時に頼りなく心は揺れる」에서의 「時に頼りなく」는 어떤가요?
다른 웹페이지에서는 '시간에 의지하지 않고'라고 해석되어 있던데, 저는 이것이 '때로는(時に) 불안하게(頼りなく)'로 해석됩니다.
역시 2절 앞 부분의 「その声のする方へすっと深くまで」에서 '가볍게 재빨리 움직이는 모양'을 뜻하는 단어인「すっと」가 나오는데
이것을 「ずっと」로 오독하여 해석하기도 했더군요. (앨범 Flash and Gleam의 부클릿으로 확인해보니 「すっと」였습니다.)
후렴부에서의 「粉雪」를 '가랑눈'이라 하지 않고 그냥 '코나유키'라고 한 것은 (서투르지만) 저의 노랫말 해석 취향 중의 하나입니다.
스핏츠의 楓(Kaede, 카에데)에서 「楓」가 '단풍나무'라는 뜻이지만 한편 '카에데'라는 고유명사일 수 있듯이
Mr.Children의 くるみ(Kurumi, 쿠루미)도 '호두나무'라는 뜻이 있는 한편 '다가올 미래(来る未来)'라는 의미를 가진 고유명사일 수 있듯이
「粉雪」 역시 '가랑눈'이면서 한편 '때로는 불안하게 마음은 흔들리지만 그래도 지켜주고픈' 누군가를 지칭하는 고유명사로 본다는 거죠. |
ⅶ
예년에 비해 늦어진 '연하장 포스트'로 짧게 쓴다는 것이 그만‥ 짧기는 커녕,
クリスマスの約束(크리스마스의 약속)의 비하인드 스토리, 오다 카즈마사에 대한 이러쿵 저러쿵에다가
노랫말 해석을 놓고 갸웃갸웃 하다보니, 일없이 더 길어지기만 하고 이게 무슨 '연하장 포스트'냐 싶기까지 하네요. 죄송.
혹시 느끼실지 모르겠으나, 저는 요즈음 들어서 초기의 글에 비해서는 되도록 음악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제가 무슨 음악평론가도 아니고 제가 쓰는 정도의 음악 이야기라면 인터넷을 잘 뒤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
그리고 음악에 대한 취향은 모두 제각각이라, 누군가가 그다지 즐기지 않는 음악에 대해서 저만 좋다고 주절주절 해봤자‥ 라서요.
그런데 오늘, 그런 이야기가 대책없이 길어지고 말았습니다. 더구나 새해 덕담으로 가득차야 할 '연하장 포스트'에 말입니다.
이왕 여기까지 써내려 온 것을 지우기는 그렇고 해서‥ 이쯤에서 멈추고,
지난번에는, 지지난번에는 '연하장 포스트'에 뭐라고 썼나 싶어 살펴봤습니다.
그러다 2006년 '연하장 포스트' 근처의 연말에 쓴 글을 읽어보니
그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만화 소라닌(ソラニン)에 제가 감명을 받았더군요.
주인공 메이코(芽衣子)의 모놀로그 중에는 이런 대목도 있습니다.
내가 산 새 구두는 조금은 딱딱하고 헐렁헐렁 벗겨질 것 같지만
내 마음에 쏙 들어 샀으니까 닳아 없어질 때까지 신어야지.
머뭇거리며 발을 내딛고
오늘은 새로운 날들을 향한 나의 첫걸음. |
|
ソラニン |
지난 해를 어떻게 보냈든 이제는, 새해, 2008년입니다. 새해가 지난 해와 그리 다를 바 없는 나날이 되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상급 학교로 진학을 한다거나, 사회인으로 첫발을 내딛는다거나 하는, 새로운 세계를 향한 두근거림의 2008년일 수도 있지요.
한편 자신을 업그레이드하여 새로운 직장의 문을 두드리는 등, 인생의 여러 전환점 중의 하나를 맞이하는 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2008년 1월의 어느 날. 다들 어디서든 어떤 형식으로든, 새해를 맞이하여 나름대로 각오를 다질 것입니다.
집에서, 자취방에서, 도서관에서, 회사에서, 전철 안에서, 버스 안에서, 술집에서 또는 화장실에서.
라면을 끓이면서, 혼자서 다이어리의 첫장에, 둘이서 맥주잔을 부딪히며 또는 오늘도 변비에 시달리면서 두루마리 휴지를 움켜쥔 채.
어쨌든 그 각오는 '새로운 날들을 향한 나의 첫걸음'입니다.
그리고 올해 12월의 어느 날. 지난 일년을 돌이켜 볼 때 그 '새로운 날들을 향한 첫걸음'이 큰 의미를 가진 것으로 느껴지길 바랍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 모두가 그러기를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오다 카즈마사가 노래하는 粉雪(Konayuki, 가랑눈)를 떠올리게 해준 그 친구의 멀티메일 메세지.
휴대폰의 메세지함을 다시 열어 봅니다. 온 세상이 하얗게 눈으로 뒤덮힌 이미지. 그 이미지 아래에 그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자고 일어나보니 하얗게 눈내려있어 완전 예쁘삼~ ㅋㅋㅋ 폭설이라 아빠 엄마는 걱정이라지만,, 나는 신남 ㅋㅋㅋㅋ |
그 친구가 맞이하는 2008년의 모습도 '완전 예쁘고 신나는' 것이고 그가 '새로운 날들을 향한 의미있는 걸음'을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표현, 좀 웃기게 들릴지 모르겠습니다만) 2008년에는 저도 복 많이 받고 싶습니다.
ⅷ
●「덧붙임 : 오다 카즈마사가 노래하는 粉雪(Konayuki, 가랑눈)를 연주하는 뮤지션들」
먼저 오다 카즈마사의 백업 밴드인 Far East Club Band의 멤버들입니다.
드러머 키무라 만사쿠(木村万作), 베이시스트 야마우치 카오루(山内薫), 기타리스트 이나바 마사히로(稲葉政裕),
색소폰과 퍼커션의 소노야먀 미츠히로(園山光博), 키보디스트 쿠리오 나오키(栗尾直樹), 코러스의 키노시타 토모아키(木下智明).
그리고 스트링 섹션을 연주하는 킨바라 치에코 스트링스(金原千恵子 ストリングス)의 멤버들입니다.
리더인 바이올리니스트 킨바라 치에코(金原千恵子), 역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후지이에 모토코(藤家泉子),
비올라의 토쿠타카 마나미(徳高真奈美) 그리고 첼리스트 호리사와 마사미(堀沢真己).
오다 카즈마사는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합니다.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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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1/01 13:26 | 그리고 | trackback (0) | reply (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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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만날 수 있어 약속하지 않아도 また会えるよ 約束しなくても |
魔法のコトバ Mahoh no Kotoba 마법의 말 |
ⅰ
다시는 펼치지 않을 것이 분명한 책 몇 권. 치약, 치솔 그리고 우산. 오랫동안 잊혀진 채 구석에 남아있던 티백과 커피백 몇 봉.
모으다 만 치킨집 쿠폰과 중국집 스티커. 제 때 버리지 못한 탓에 자기네들끼리 비닐 파일 안에 적당히 겹쳐있는 프린트 여러 장.
며칠 전, 지나치는 사람도 거의 없어서 스산하고 쓸쓸한 분위기의 복도에 홀로 서서 사물함을 정리했습니다.
종이컵도 남았더라면 지금 커피 한잔 마실 수 있는데‥, 복사지는 이면지로 쓸까?‥, 우산은 챙기고 치솔은‥ 그냥 버려야겠다‥
결국 엔간한 것은 다 버리는 것으로 끝날 걸 알면서도, 어떡할까?, 잠깐 잠깐의 고민. 그러다가 사물함에 남은 것은 스프링 공책 한 권.
ⅱ
7/10 날씨 구림 ㅠ
정말 집에 가고 싶어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어제 얘기하면서 정말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서웠다, 사람들이. ㅠ. 우린 사기당한 거야... ㅆㅂ... 그래서 어제 벌벌 떨면서 잠도 설치고.. ○○언니랑 둘이 끌어안고 잤다.. ㅠ 내일이 안왔으면 좋겠다 ㅠㅠ
7/11 날씨가 왜 이래 -_-?
시간이 너무 안가는 것 같다. 오늘도 8시에 일어나 아침밥을 먹으러 고고싱!! 어째 항상 똑같은 밥, 똑같은 반찬(?). 그래도 열심히 먹어댔다 ㅋㅋ 신주쿠로 갔다.. 비오는 거리를... ○○언니와 함께 100¥숍에 가서.. 이것저것 사고 >_< ○○언니랑 쇼핑도 하고 >_< 너무 즐거웠다... 이렇게만 가면 좋으련만 ㅠ? 숙소 와서 쉬고 >_< 언니들과 맥주와 과자를 먹으며 신나는 밤을 보냈다... 내일이 오지말길 ㅠ | |
7/12 맑다 흐리고 비옴
○○을 만나러 신주쿠에 갔다. 반가웠다 ㅠ 모스버거 가게 가서 아무 것도 없이(?) 이야기만 했다. 그것도 흡연석에서 ㅠㅠ 답답해 죽을 뻔 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신주쿠에서 ○○○랑 ○○랑 전화를 했다. 너무 반갑고 그리워서 눈물이 펑펑 났다. 미친 또라이 ㅠ 너무 눈물이 헤퍼 ㅠㅠ 언니랑도 전화를 했다. 일본에서 더 공부하고 가고 싶다고... 언니는 우선 2달 뒤 들어와서 얘기 좀 하자고 했다. 우선 2달 뒤에 가서 얘기를 해봐야겠다. 옷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고... 도쿄에서의 마지막 밤... 뭔가 슬프다 ㅠㅠ 머리 속에 하얗다. 머리 아프다.. 걱정된다.. 고생할텐데... | |
7/13
비도 많이 오고.. 정말 너무 습하다. 내일부터 일하는데... 떨린다. 잘 할 수 있겠지? 화이또 ♡♡
7/14
오늘부터 일 ㅠㅠ 너무 힘들다. ㅆㅂㅆㅂ... 발 아파 ㅠㅠ.
7/15
죽을 꺼 같애 ㅠㅠ 발 아파... | |
ⅲ
제가 사물함을 정리하기 열흘 쯤 전이었던가? 저보다 앞서 사물함을 정리하던 친구가 버리는 것들 중에 공책 한 권이 있었습니다.
연습장처럼 쓰기도 하고 수첩처럼 메모도 하던 공책이었는지 필기의 순서도 없이 사용한 페이지와 빈 페이지가 두서없는 공책이었는데요.
이미 사용한 부분을 뜯어내기가 편리한 스프링 공책이었기에 남은 부분을 연습장으로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친구에게 그거 버릴 거라면 내게 달라고 해서, 제 사물함에 넣어두었지요.
| 그렇게 남겨졌던 공책이 며칠 전 제 사물함 정리에 이르러서 맨 마지막 순서로 남게 되자
'에이.. 그냥 버릴까?' 하는 마음이 저도 생겨서 어떡할까 고민되기 시작했습니다.
남은 부분을 쓰는 것도 좋긴 하지만 새 공책이 없는 것도 아니고.. 괜한 욕심 같았거든요.
재활용의 마음이었는지 문방구에 대한 일없는 욕심이었는지 저도 모르지만, 어쨌든 결국 쓰기로 하고,
사물함 앞에서 선 채로 그 공책을 뒤적거리면서 필기한 흔적이 있는 페이지를 뜯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JLPT 1급을 앞두고 단어 공부를 한 듯, 반복해서 단어를 써나간 페이지도 보였습니다. |
그 친구가 공부에 열중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떠오르는 그런 페이지를 거의 다 뜯어내고 이제 빈 페이지만 남았다고 여겨질 즈음,
어느 날은 연필로, 어느 날은 빨강색 펜으로 써내려간, 깨알같은 글씨로 행 가름도 없이 빽빽하게 쓰여진 부분에 눈길이 갔습니다.
빨강색 펜으로 쓴 부분이 있어서 눈에 띄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무심코 뜯어내어 버렸을 뻔했던 페이지.
아‥ 그것은 지난 여름, 그 친구가 일본에서 지내던 나날 중에서의 며칠, 7월 10일부터 7월 20일까지 11일간의 일기였습니다.
한낮이었지만 전등을 켜지 않아 약간 어둑한 복도에서 그것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서웠다, 사람들이.」 ‥ 그랬었구나. 얼마나 힘들었겠니. 「내일이 오지말길.」 ‥ 매일밤이 그랬다니. 아‥.
명치 끝이 저려오고 두 눈 언저리가 뜨끈해져서 지나치는 사람도 없이 휑한 없는 복도를 괜히 둘러보았습니다.
「신주쿠에서 ○○○랑 ○○랑 전화를 했다. 너무 반갑고 그리워서 눈물이 펑펑 났다.」
그 때 그 친구의 전화 목소리는, 우리가 평소에 그를 '초딩같다'라고 얘기하는 것처럼 변함없이 밝고 맑은 느낌이었는데.
자기를 만나러 ○○랑 같이 일본에 놀러오는 것은 언제쯤이냐고, 마치 옆동네 놀러오라는 듯 통통 튀는 목소리로 얘기했는데.
그런데 그 때, 그러니까 바다 건너, 신주쿠 어딘가에서, 햄버거 가게에서 아무 것도 주문하지 못하고 앉아있다가 나와서,
공중전화 수화기를 들고 일본에서의 하루하루가 마냥 재미있고 즐거운 듯 재잘거리던 그 때, 신주쿠 어느 공중전화 박스 안에서 그는,
사실은 눈물을 펑펑 쏟으며 울고 있었다니. 이제 와서 알고보니 날씨 조차도 잔뜩 찌푸렸거나 혹은 비내리던 신주쿠 어딘가에서.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시작 부분의 날씨 요약도 앞의 3일 정도에 그치고 이후로는 날씨 요약도 없고 내용도 한 줄 정도로 줄어들고 있었고
그것 조차도 7월 16일부터는「10:30∼15:30、17:00∼20:50 レスポ」등과 같은 업무성 '메모'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7월 16일은 딱 한 단어만 쓰여져 있었습니다. 「야스미」. 쉬는 날(休み). 그것이 제 가슴을 더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아마도 그날이 쉬는 날이었던 모양인데, 가타부타 아무런 얘기도 없이 그저「야스미」라고만 적고 공책을 덮었을 그.
퉁퉁 부은 발. 모자란 잠. 사회인으로의 첫경험. 언어도 그다지 익숙치 않은 낯선 곳에서의 하루 하루. 그런 나날 중의「야스미」.
‥ 빈 페이지만 남아 얇아져버린 공책을 가방에 챙겨넣고 엘리베이터 하행 버튼을 눌렀습니다.
さざなみCD | 시간이 조금 남아 커피를 한잔 사들고는, 주차시킨 차 안에서 스핏츠(スピッツ)의 새 앨범을 들었습니다.
부끄럽게도, 사람의 마음이란 아니 제 마음이라는 것도 어지간히 얄팍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앨범 さざなみCD(Sazanami CD, 잔물결 씨디) 부클릿을 펴들고 트랙에 따라 노래를 흥얼거리다보니
지난 여름 낯선 곳에서 힘들어 하던 그를 떠올리며 아팠던 심정은 저도 몰래 사라져버렸기 때문입니다.
밝은 분위기의 트랙 몇몇을 지나면서는 흥얼거림을 넘어 어줍잖게 따라부르기까지 하면서 그걸 잊었다가
9번째 트랙인 魔法のコトバ(Mahoh no Kotoba, 마법의 말)에 이르러서야 문득 다시 생각났습니다. |
ⅳ
倒れるように寝て 泣きながら目覚めて
쓰러지듯이 잠들고 울면서 잠에서 깨고 |
내일이 오지 말기를 바라며 잠들었다는, 반갑고 그리워서 눈물이 펑펑 났다는,
그 친구의 힘들었던 여름날을 알게된 지 한시간도 되지 않아서 어떻게 잊어버릴 수가 있었을까.
君は何してる? 笑顔が見たいぞ
너는 뭐하고 있니? 웃는 얼굴이 보고 싶어 |
아‥, 사람의 감정이란 어찌 이렇게 간사한 것인지.
한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앞서의 감정을 그렇게 까마득히 잊어버리다니.
● 魔法のコトバ 노랫말 살펴보기 |
魔法のコトバ |
순식간에 저를 그렇게 만들어버린 스핏츠의 노래들를 원망해야 할지, 아니면 다시 생각나게 해줘서 고마워해야 할지.
아무튼 부클릿을 펼쳐들고 노랫말을 눈으로 읽어가면서 듣지 않았더라면,
魔法のコトバ(Mahoh no Kotoba, 마법의 말)에 그 친구의 이미지가 연결되지 못했을텐데.
이제 제가 듣는 魔法のコトバ에는 그 친구의 이미지 뿐만 아니라
그 친구가 떠오르는 추억과 상념, 그리고 몇몇의 다른 이미지들도 각인되었습니다.
모두를 즐겁게 해주는, 초등학생같이 천진난만하게 활짝 웃을 때 그의 얼굴과 웃음 소리.
지난 여름 신주쿠의 어느 공중전화 박스에서 그가 펑펑 쏟았을 눈물의 느낌.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틈으로 언듯 보였다가 사라졌던‥, 휑한 복도와 을씨년스러운 사물함.
낯선 세계에 들어간다는 것. 홀로 선다는 것. 그리고 결국 그렇게 어른이 된다는 것. 그 의미. | |
ⅴ
그 친구, 올해가 가기 전에 다시 일본으로 떠납니다. 지금 12월 중순이니‥, 그렇군요, 일주일 정도 지나면 떠나게 되는군요.
| 숙소를 알아본다, 일자리를 알아본다 어쩐다 하면서 신경쓰이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라고도 하고
그 친구, 천성이 착하기만 해서 남의 말도 너무 쉽게 믿는 순진함도 있어서 은근히 걱정도 되지만,
지난 여름의 힘들었던 나날을 돌이켜보면 사회생할의 '선행학습'을 치른 것으로 여길 수도 있어서
그것이 앞으로의 시행착오를 막아주는 역할을 어느 만큼은 하지 않을까 싶네요. 잘 해낼 거라고 믿습니다.
그리하여, 그 친구의 마음을 더 가라앉히고 힘들게 만들었던 지난 여름의 흐린 날씨와는 달리, 이제부터는
그 친구의 마음으로 들어오는 그곳의 계절이 맑고 푸르고 구름도 이쁜 날씨로만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
魔法のコトバ의 후렴부에서, 이 노래를 만든 보컬리스트 쿠사노 마사무네(草野マサムネ)는 이렇게 노래하네요.
また会えるよ 約束しなくても
또 만날 수 있어 약속하지 않아도 |
지난 여름, 놀러오지 않을 거냐는 여러 차례의 국제전화에 '갈 거야'라고 매번 대답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가보지 못했습니다.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한 셈인데, 그래서 이번에는 꼭 그러겠다고 섣불리 약속하기도 조금 민망하지만,
내년 봄 어느 날, 그 친구가 있는 곳으로 가서 낯선 곳에서 당당하게 홀로 서서 언제나처럼 환하게 웃는 그를 만나보고 싶습니다.
약속할 수는 없지만. ‥ 약속하지 않아도. ‥ 「また会えるよ 約束しなくても」
●「덧붙임 ① : 스핏츠 팬들을 위하여」
앨범 부클릿을 보면 이렇게 나와있습니다.
金原千恵子グループ strings on 「魔法のコトバ」「漣」
魔法のコトバ는 (스핏츠의 DVD 어느 영상처럼)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듣고 싶은 곡 중 하나인데
그런 생각이 들도록 하는 것은 스트링 섹션 킨바라 치에코 그룹(金原千恵子グループ)의 연주입니다.
킨바라 치에코(金原千恵子)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짤막하게나마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 킨바라 치에코 이야기가 있는, 또다른 myspitz story ··· 바로가기 |
金原千恵子 |
●「덧붙임 ② : 智ちゃんへ」
智ちゃん、(君がこの記事を読むわけがないけど・・・) 行ってらっしゃい !!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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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12/19 01:52 | 스핏츠/SINGLE | trackback (0) | reply (44) |
Tags : Spitz,
スピッツ,
金原千恵子,
스핏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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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드 버리는 것도 의외로 프라이드가 필요한 일이지 プライド捨てんのも 案外プライドいるんだよね |
ⅰ
일본의 대중음악을 제가 즐기는 정도에 비한다면 일본의 TV 드라마는 아직 그다지 많이 접해보지 못한 편입니다.
일음을 즐긴다고 해도 고작(?) 스핏츠(スピッツ) 뿐이지 않냐 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액션가면ケイ이지만. ^^
아무튼 그동안 제가 봤던 일본의 TV 드라마를 하나 둘.. 모두 꼽아봐도 열 손가락을 다 채우지 못하네요.
소위 '일드' 중에서 제가 처음으로 본 것은 1999년 방영 드라마 오버 타임(オーバー・タイム, Over Time)이었는데
그 드라마에 대한 직접적인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스핏츠의 노래가 어떤 장면에서 흘러나오는지 궁금해서 보게된 것이지요.
그 이후 본 드라마로는 2005년의 전차남(電車男, Denshaotoko), 2003년에 방영되었다는 굿럭(GOOD LUCK!!)이 있고
2006년작 노다메 칸타빌레(のだめカンタービレ, Nodame Cantabile)는 보다가 말았습니다.
그 드라마를 끝까지 다 보지못한 채 중간에 관둬버려서 그랬는지‥, 이후 '일드'에 대한 관심도 뜸해진 듯 했습니다.
제대로 시작도 못했는데 그렇게 슬그머니 '일드'로부터 멀어졌다가 최근에 여러 편의 '일드'를 연거퍼 보게 되었습니다.
최종회의 경우 그 시청률이 41.3%까지 올라갔다는 2000년의 뷰티풀 라이프(ビューティフルライフ, Beautiful Life)로 시작해서
며칠 전 극장판으로 국내에도 개봉된 바 있는 드라마인, 2001년의 히어로(HERO)와 2006년의 히어로 특별편,
그리고 주제가를 비롯하여 삽입곡으로 Queen의 히트곡들이 도배되다시피 한, 2004년의 프라이드(プライド, Pride)까지.
예전의 대장금과 같은 히트작이나, 지금의 태왕사신기와 같은 우리네 TV 드라마도 본 적이 없고
최근 꽤나 시청률이 높았다던 커피프린스 1호점도 한두 회 밖에 보지 않았을 정도로 TV 드라마에 심드렁한 제가
각각의 회수로 꼽으면 삼십 회도 넘는 분량의 '일드'를 봤다는 것은, 잠깐 동안이나마 제 나름대로는 '일드 폐인'이 되었다는 말이지요.
지금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를 '거의 실시간'으로 즐긴다는 진짜 '일드 폐인' 또는 '미드 폐인'이 들으면 코웃음칠 얘기지만요.
뷰티풀 라이프, 히어로, 프라이드. 일본의 TV 드라마에 익숙하다면 바로 알아챘을 겁니다.
네. 최근에 제가 연달아 봤던 것들은 모두 키무라 타쿠야(木村拓哉) 주연의 드라마입니다.
제가 굿럭을 볼 때만 해도 그 선택 기준이 키무라 타쿠야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지만
이번의 '일드 달리기'의 선택 기준은 키무타쿠(キムタク) 즉, 키무라 타쿠야였습니다.
혹시 이번의 저처럼 키무타쿠가 출연하는 드라마를 여러 편 보신 적이 있다면
어떤 드라마가 가장 인상적이었나요? 혹시 제가 봤던 이 네 편 중에 있나요? |
新番組 プライド |
각 회별로 하나의 사건이 완결되는 히어로는 그 다음 회에 대한 갈증이 상대적으로 덜해 '폐인 모드'로 빠지지 않아 편안했고(?)
줄거리 흐름으로 보자면, 위에 언급한 것 넷 중에서는 키타가와 에리코(北川悦吏子) 각본의 뷰티풀 라이프가 마음에 듭니다.
제 맘에 드는 캐릭터를 연기한 키무타쿠라면 굿럭을 꼽고 싶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타케나카 나오토(竹中直人)가 출연하기도 했구요.
이미 키무타쿠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기에, 거두절미하고 오로지 키무타쿠에게만 집중하겠다는 팬이라면 프라이드일 수도 있겠네요.
ⅱ
그 중에서 프라이드.
2004년 1월 12일부터 3월 22일까지 방영되었던, 후지(フジ)TV의 월요일 밤9시 드라마.
해외로 떠난 후 2년째 소식 한 번 주지 않는 남자를 기다리고 있는 아키(亜樹).
친구들과 보러갔던 아이스 하키 경기의 뒷풀이 장소에서 하루(ハル)를 만나게 되고‥.
아이스하키 실업 팀 블루 스콜피온즈의 캡틴인 하루.
연애는 게임과 같은 것이라면서, 아키에게 남자가 돌아올 때까지만 게임처럼 사귀자고 하는데‥.
남녀관계의 진지함을 의식적으로 피하던 그가 아키를 사귀면서 서서히 변해가고.
달라진 하루가 그녀에게 '게임 오버'라고 하면서 이제는 진심으로 '시작' 하려고 할 때.
먼저 그녀를 붙잡지 못하고 선택을 그녀에게 넘기는 하루, 그런 그에게서 떠나갈 수 밖에 없었던 아키‥.
| |
그렇게 헤어진 후 어느 날. 같은 팀의 야마토(大和), 마코토(真琴), 토모(池上友則) 등이 하루의 집에 모이고.
팀의 막내 마코토(真琴)는 심부름 나가고 야마토(大和)는 실연의 아픔으로 술 취해 쓰러져 잠들었을 때.
같은 팀의 동료이자 한편 하루의 친구이기도 한 토모(池上友則)는 하루에게 넌즈시 충고를 하는데‥.
토모 | 너 너무 폼 잡는단 말이야.(お前 格好つけすぎなんだよ。)
마지막에 가서는 잡아주지 않을 것같은 느낌이 들어.
가지 말아달라고 말했어? 애인한테 돌아가지 말라고 울면서 매달려 봤어? | 하루 | 울면서 매달리다니 뭐야, 그게? | 토모 | 눈물은 여자만의 것이 아니야. | 하루 | 아~. 그런 게 너의 신용? 그런 건 한심하잖아. | 토모 | 필요하다면 난 무릎이라도 꿇어. | 하루 | 그거 한번 하라고 부탁하는 거야? | 토모 | 어쨌든, 어떻든 말이야. 뭐, 무릎 꿇는 건 오버지만.
「자, 애인이 돌아왔습니다. 이만 안녕. 그동안 즐거웠어」라는 건 여자 쪽도 어쩔 수 없다구.
「뭐야? 이 정도 밖에 좋아하지 않았던 건가?」라고 말이야. | 하루 | 난 그 쪽이 더 편한 걸. | 토모 | 겉멋든 말 하지마, 하루!(きれい事 言うなよ、ハル!)
좋아하는 여자 앞이라면 좀더 보기 힘든 일해도 괜찮잖아.
그렇지 않으면 살아가는 게 힘들다구. 방귀도 안 뀌면 가스가 가득 차서 힘들다~. | 하루 | 난 방귀같은 거 안뀌는데 뭐. | 토모 | 왠지 좀 귀여운데. | 하루 | 뭐야, 그게? | 토모 | 프라이드 버리는 것도 의외로 프라이드가 필요한 일이지.
(プライド捨てんのも 案外プライドいるんだよね。) |
∼ TV드라마 프라이드(プライド, Pride) 8화 비극(悲劇) 中에서 |
TV ドラマ プライド
Period 8 |
토모(友則) 역의 이치카와 소메고로(市川染五郎)와 하루(ハル) 역의 키무라 타쿠야가 나누는 다이얼로그인데요.
그 다이얼로그 중에서「너 너무 폼 잡는단 말이야.(お前 格好つけすぎなんだよ。)」라든지
또는「겉멋든 말 하지마, 하루!(きれい事 言うなよ、ハル!)」같은, 하루를 향한 토모의 대사는
드라마 안에서 주인공 하루에게 토모가 그의 친구로서 건네는 충고의 말이지만
그 대사가 제게는 드라마 프라이드에서의 키무라 타쿠야를 단적으로 표현해주는 말처럼 들리기도 했습니다.
'오른손으로 왼쪽 가슴 부여잡기' 세리머니라든지, 씨익 웃으며 입버릇처럼 말하는「메이비(メイビー, Maybe)」등을 비롯,
'너무 폼 잡는(格好つけすぎ)' 그리고 '겉멋 든 말을 하는(きれい事 言う)' 키무라 타쿠야의 모습이 넘치는 프라이드거든요.
키무라 타쿠야가 연기한 하루(ハル)는 나무랄 데 하나 없는, 혹은 있다 해도 그것 조차도 멋있게 표현되는 캐릭터라서
몇몇 장면에서는, 이거‥ 조금 지나친데? 라든지 이거‥ 약간 만화같다, 싶어서 저도 몰래 피식 쓴웃음이 지어지기도 했지만
그의 팬이라면 아마도 '모양이 나고(格好をつける)' '멋있다(きれいだ)'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프라이드에 열광하는지도 모릅니다.
ⅲ
We Will, We Will Rock You !! | 영국의 밴드 Queen을 좋아한다면, 이 드라마 프라이드는 또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매회 오프닝으로 나오는 주제곡 I Was Born to Love You를 제외하고도
매회 적어도 한 곡 이상 그들의 곡이 나올 만큼 Queen의 음악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주요 남자 출연진 모두가 아이스 하키 선수 또는 코치의 역할을 맡은 드라마이기 때문에
경기 장면에서 당연히 흘러나올 것이라고 짐작되는 We Will Rock You를 시작으로
RADIO GA GA, 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 Another One Bites the Dust,
Somebody to Love 등의 히트곡은 물론,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곡들까지
Queen의 팬이라면 '아~ 그 노래, 오랜만이야!'라고 할 만한 곡들이 여럿 흘러나옵니다. |
특히「사랑이라는 이름의 긍지(愛という名の誇り)」라는 부제가 붙은 마지막 회에서
그린 몬스터와의 시합 도중 쓰러져 잠깐 실신한 하루가 '얼음의 여신(氷の女神)'을 보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곡은
바로 수많은 Queen의 노래 중 최고의 명곡이라 일컬어지는 Bohemian Rhapsody로,
Freddie Mercury의 노랫말과 Queen의 연주가 프라이드 최종회에서의 그 장면과 한데 어우러지는 한 편의 뮤직 비디오이기도 합니다.
이런 드라마라면 We Are the Champions나 Spread Your wings와 같은 곡도 들어갔어야 하는 것 아냐? 싶기도 했는데
Queen의 곡이라고 해서, 그런 곡들을 삽입곡으로 추가하는 것은 너무 도식적인 선곡일 거라는 느낌이 금방 들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제가 (제 마음대로의 생각으로) 프라이드에 삽입곡을 하나 더 덧붙인다면
1976년에 발매된 Queen의 다섯번째 정규 앨범 A Day at the Races 수록곡 중 하나로
기타리스트 Brian May가 만든 Teo Torriatte (Let Us Cling Together)는 어떨까 싶네요.
프라이드에서는 이 앨범 수록곡 중 Long Away, Somebody to Love 그리고
Good Old Fashioned Lover Boy 이렇게 세 곡을 삽입곡으로 쓰고 있는데
'손을 맞잡고(手を取り合って)'라는 뜻을 가진 일본어의 영문 표기를 제목으로 한 마지막 트랙,
Teo Torriatte (Let Us Cling Together)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노래이지만
이 드라마 프라이드에서 어딘가 어울릴 것 같은 장면이 있을 듯 싶습니다.
영어권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후렴부가 일본어로 불리워지기도 한다는 것도 나름 의미있어 보이구요. |
A Day at the Races |
● Teo Torriatte (Let Us Cling Together) 노랫말 열기 CLICK
When I'm gone
No need to wonder if I ever think of you
The same moon shines
The same wind blows
For both of us, and time is but a paper moon
be not gone
Though I'm gone
It's just as though I hold the flower that touches you
A new life grows
The blossom knows
There's no one else could warm my heart as much as you
be not gone
Let us cling together as the years go by
Oh my love, my love
In the quiet of the night
Let our candle always burn
Let us never lose the lessons we have learned | Teo torriatte konomama iko
Aisuruhito yo
Shizukana yoi ni
Hikario tomoshi
Itoshiki oshieo idaki
Hear my song
Still think of me the way you've come to think of me
The nights grow long
But dreams live on
Just close your pretty eyes and you can be with me
dream on
When I'm gone
They'll say we're all fools and we don't understand
Oh be strong
Don't turn your heart
We're all
You're all
For all
For always |
* 일본어 노랫말의 영문표기는 앨범 부클릿에 의거한 것입니다.
ⅳ
이런.. 새벽 4시군요. 걱정거리가 있어 잠도 오지 않기에 두서없이 주절거리다보니 그만..
무슨 얘기를 하려다가‥ 그만둔 모양새가 되었네요. 그렇다고 내일 다시 고쳐 쓰기도 그렇고.
프라이드 이야기에 슬그머니 끼워서 하려던 말은, ‥꺼내지도 못하고 말았습니다.
뒤늦게 프라이드와 상관없이, 키무라 타쿠야와 무관하게, 이 새벽, 애당초 하려던 말을‥ 곱씹어 봅니다.
프라이드 버리는 것도 의외로 프라이드가 필요한 일이지.
プライド捨てんのも 案外プライドいるんだよね。
― 안녕히 주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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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11/06 03:50 | 보기 | trackback (0) | reply (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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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되나요 내 마음을 알아주면 無理なのかな、僕の気持ちを分かってほしい |
花樣年華 in the mood for love 화양연화 |
ⅰ
요즘 제가 즐겨 듣는 음악 중에서 최신 곡을 꼽자면 휘성의 최근 발매 앨범 수록곡 중 몇몇을 들 수 있습니다.
타이틀 곡으로 내세운 사랑은 맛있다♡도 괜찮고, '휘성표 발라드' 스타일인 다쳐도 좋아도「역시 휘성!」이라는 느낌이 옵니다.
제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차안남녀라는 제목의 곡도 상당히 마음에 드는데,
이런 곡을 발견하는 기쁨은 역시 앨범 단위로 음악을 즐길 때 누릴 수 있는 것이기도 하지요.
Eternal Essence of Music | 다만, 최근 우리 가요계에서 '마이다스의 손'으로 통하는 작곡가 박근태가 프로듀싱한 음반이면서도
14 트랙의 수록곡 중에 왜 외국곡을 세 곡이나 넣었을까 하는 의문으로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것,
그리고 CD 케이스가 (개인적인 불만이겠지만) 자칫하면 모서리가 상하기 쉬운 종이 재질이라는 것,
그 두가지 정도가 아쉽다는 느낌이 들 뿐입니다. (케이스는, 사실 '문제'랄 것도 없는 것이고. ^^)
이 의문과 불만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마음에 들고 완성도 역시 높은 앨범으로 생각되더군요.
이 앨범이 발매되기 직전인 지난 8월 말, 친구가 저에게 휘성 콘써트 보러가자고 했는데
9월 들어서 그의 신곡을 즐기고 나서야, 그 때 왜 곧바로 '그러자!'고 말못했을까 아쉬워졌습니다. |
아무튼 그 친구는 휘성의 콘써트「2007 WHEESHOW / Welcome to Realslow World」에서 받은 감동으로 황홀한 듯 했는데
저는 휘성의 신곡을 그리고 이참에 오랜만에 안되나요 등과 같은 예전의 히트곡을, 고작(!) 카 오디오로 듣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지요.
「아니면 그 사람 사랑하면서 살아가도 돼요 / 내 곁에만 있어준다면」
얼마 전 그 친구가 휘성의 안되나요를 들으며 흥얼거리다가 문득 제게,
저런 감정이 가능하냐고, 그런 것도 과연 사랑이냐고 말을 건넸는데
그 말의 품새로 추측컨대, 그것은 그런 감정이나 사랑에 대한 '궁금증'이라기 보다는
저런 감정이 도대체 가능하냐, 그게 과연 사랑이라 할 수 있냐는 '의구심'인 듯 했습니다.
이미 '다른 사람 곁에' 있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그 곁에서 '힘들어하는 표정 없이 행복해 하는 그대'가 싫긴 하지만
다른 사람을 '사랑하면서 살아가도' 그대가 '내 곁에만 있어준다면' 된다는 사랑.
혹시 그것도 안된다면 '나를 그 사람이라고 생각해도' 괜찮다는.. 어쩌면 불가해(不可解)한 듯한 사랑. |
Like a Movie |
양차오웨이(梁朝偉). 화양연화(花樣年華)
장만위(張曼玉). 화양연화(花樣年華) | 안되나요
작사 박경진
작곡 이현정
노래 휘성
너무 힘들어요 다른 사람 곁에 그대가 있다는 게
처음 그댈 본 날 훨씬 그 전부터 이미 그랬을 텐데
어쩌면 헤어질지 몰라 힘겨운 기대를 해봐도
단 한번 힘들어하는 표정 없이 행복해 하는 그대가 싫어요
안되나요 나를 사랑하면 조금 내 마음을 알아주면 안돼요
아니면 그 사람 사랑하면서 살아가도 돼요
내 곁에만 있어준다면
하루는 울고있는 그대 멀리서 지켜본 적 있죠
그렇게 울다 지쳐서 그 사람과 이별하게 되길 기도하면서
안되나요 그대 이별하면 이제 그 자리에 내가 가면 안돼요
아니면 그 사람 사랑하면서 살아가도 돼요
내 곁에만 있어준다면
힘들 그대 모습 생각해보면
벌써 그대 때문에 아플 나를 만나지만
사랑할 수 없는 그대를 보면
너무 아픈 가슴 다 쓰러져만 가는데
안되나요 나를 사랑하면 조금 내 마음을 알아주면 안돼요
아니면 나를 그 사람이라고 생각해도 돼요
그대만 내게 있으면 그대만 있어준다면 |
저런 감정이 생기는 것이 누구에게라도 가능한 건지 그런 모양새의 사랑이 예사로 있는지, 잘 모르기는 저 역시 마찬가지고
그런 감정과 사랑의 당사자라고 가정하고 자문해봐도 그게 정확히 어떤 감정 또는 어떤 사랑인지 '궁금증'만 더 커질 뿐
그런 궁금증에 대한 '해답'은 쉽사리 찾아지지 않습니다.
혹시 그것은 애당초 해답(解答)이란 것을 찾을 수 없는, 불가해(不可解)한 사랑일까요?
저런 감정이 가능하냐고, 그런 것도 과연 사랑이냐는 친구의 말에, 무어라 바로 대답할 수 없었던 저는‥
대답 대신에 그 친구에게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의 영화 화양연화(花樣年華) 이야기를 잠시 건넬 수 있었습니다.
휘성의 그 노래 제목이 정확히는 ..안되나요.. (부제:화양연화)였던 것이, 마침 생각난 덕분이었지요.
ⅱ
in the mood for love | ― 1962년 홍콩.
같은 날 이사를 와서 서로 이웃이 된 양차오웨이(梁朝偉) 그리고 장만위(張曼玉).
어느 날 장만위가 들고 다니는 핸드백이 양차오웨이의 아내의 것과 같다는 것에서
게다가 양차오웨이의 넥타이 마저도 장만위의 남편의 그것과 같다는 것에서
그리고 그 핸드백과 넥타이가 홍콩에는 없고 해외에서만 구할 수 있는 물건들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들은 그들 각자의 아내와 남편이 자기들 몰래 만나는 사이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같은 아픔을 가지게 된 양차오웨이와 장만위. 서로의 가슴 속으로 다가가게 된다. 스스로 알지 못한 채. ― |
왜 갑자기 떠나려 하죠?
주위에서.. 우리 소문이 무성해요.
우리만 결백하면 되는 것 아녜요?
나도 처음엔.. 당신처럼 생각했죠. 우린 그들과 다르다고.
그런데 틀렸소. 당신을 위해서라도.. 내가 떠나야해요.
.. 날 사랑했다는 말인가요?
나도 모르게.. 첨엔 그런 감정이 아니었소.
하지만.. 조금씩 바뀌어 갔소.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당신이 남편과 있다고 생각하면.. 미칠 정도로.
난 나쁜 놈이오. |
― 그러면서도 장만위에게 함께 떠나자고 하고 기다리는‥
하지만 결국 혼자 싱가포르로 떠나게 되는 양차오웨이. ― |
화양연화(花樣年華, in the mood for love) |
― 우리는 '그들'과는 다르다고 했던 양차오웨이와 장만위. 고작해야 손 한번 잠깐 쥐었다가 놓은 정도일 뿐.
서로의 가슴 속으로는 다가갔지만 결국 한 발자국도 가까워지지 못하고 그냥 그렇게 헤어지고 마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
― 1963년 싱가포르. ―
모르죠? 옛날엔 뭔가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다면 어떻게 했는지.
알 게 뭐야?
산에 가서 나무를 하나 찾아 거기에 구멍을 파서..
자기 비밀을 속삭이곤 진흙으로 봉했다고 하죠.
비밀은 영원히 가슴에 묻고.
산까지 갈 바엔 잠이나 한숨 더 자겠어.
그래요?
난 자네처럼 감출 비밀이 없어. 고민 있으면 내게 털어놔.
.. 고민 없어요. |
|
화양연화(花樣年華, in the mood for love) |
― 1966년 홍콩.
홍콩으로 돌아와 예전에 살던 집에 들려보는 양차오웨이.
새로운 집주인에게 지나가는 말처럼 옆집에는 요즘 누가 사느냐고 물어보자 '애 딸린 여자 한 사람이 산다'는 집주인의 대답.
그녀가 바로 장만위임을 알지 못하고‥ 그 집을, 그녀와의 추억이 어린 그 동네를 떠나는 양차오웨이. 그렇게 어긋나고 마는 남녀. ―
― 1966년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
그는 지나간 날들을 기억한다.
먼지 낀 창틀을 통하여 과거를 볼 수 있겠지만
모든 것이 희미하게만 보였다.
사라져버린 세월은 한 무더기 벽과 같다.
먼지 쌓인 유리벽처럼, 볼 수는 있어도 만질 수는 없다.
그는 줄곧 과거의 모든 것에 사로잡혀 있었다.
만약 그가 먼지쌓인 벽을 깨뜨릴 수만 있다면,
그는 이미 사라진 세월로 되돌아갈 수 있으리라. |
|
화양연화(花樣年華, in the mood for love) |
― 앙코르와트의 어느 유적 앞에서, 석벽에 패어있는 구멍에 자신의 오랜 비밀을 속삭이는 양차오웨이.
그 시절 화양연화(花樣年華)의 사랑을, '가장 아름다운 한때 혹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의 사랑을,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사랑을, 수천년 동안 말없이 서있던 석벽의 구멍에 남기고는 그 자리를 봉인하고 돌아선다. ―
ⅲ
친구와 화양연화 이야기를 끝내고는 이런 얘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 안되나요가 수록된 Like a Movie 앨범이 발매된 2002년에는, 휘성이 스무살 시절에 막 들어섰을 무렵일텐데,
‥ 이미 '다른 사람 곁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면서 그 곁에서 '힘들어하는 표정 없이 행복해 하는 그대'가 싫긴 해도
‥ 다른 사람을 '사랑하면서 살아가도 내 곁에만' 있어주길 바라고, 혹시 그것도 안되면 '나를 그 사람이라고 생각해도' 괜찮다는,
‥ 불가해(不可解)한 듯한 사랑을, '어른'들의 사랑을,
‥ 그 즈음에야 미성년을 지나쳐온 휘성이 과연 그런 감정을 가슴으로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을까?
제 마음대로의 짐작입니다만, 저는 2002년의 휘성이 아마 그렇게까지는‥ 아니었으리라 생각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되나요가 절절하게 와닿는 노래가 되어 크게 히트쳤던 것은 아마도 아니 분명,
걸출한 보컬 솜씨에서 비롯된, 휘성의 곡 해석 능력이 듣는 사람들의 감성을 깊숙하게 건드렸기 때문이겠지요.
스무살에 들어섰을 때의 감성으로 노래했던 안되나요에서 오년의 세월이 흐른 뒤
휘성은 새로운 앨범 Eternal Essence of Music의 더블 타이틀 곡 중 하나인 다쳐도 좋아에서도
오래 전 안되나요에서 노래했던 것과 비슷한 감정을 노래합니다.
너무 사랑하니까 너뿐이니까 죽어도 너여야만 하니까
한 발짝도 너를 떠나선 살 수 없는 나니까
다쳐도 좋아 아파도 좋아 이대로 난
너를 바라보면서 그리워하면서 널 기다리면서 그렇게 살면 돼 |
|
휘성 |
어쩌면 안되나요와 비슷한 감정 정도가 아니라, 그 이상인지도 모르겠군요.
뭐랄까요, 안되나요에 비한다면 상대적으로 더 피학(被虐)적인 감정을 노래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스무살 초입 무렵과는 달리 이십대 중반을 들어선 지금의 휘성은, 그동안 혹시 겪었을지도 모를 사랑의 아픔을 노래하는 것일까요?
ⅳ
가끔, 말입니다. ‥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어린이집, 유치원에서부터 시작하여 고등학교,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짧게는 십여년 길게는 이십년 가깝게 그 사회 나름대로의 규범에 벗어나지 않는 교육을 받습니다.
전문 분야를 배우는 대학에서는 그것이 '필수 과목'에서 벗어나겠지만,
적어도 고등학교까지는 '사회 규범'에 대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지요.
그 과목의 타이틀이 '바른생활'이든 '도덕'이든 '윤리'든 그 무엇이든 말입니다.
그런데도 왜 사랑은, 그렇게나 교육받은 '사회 규범'이라는 틀 안에서만 이루어지지 않고
가끔 그리고 여기저기서 '삐딱선'을 타는 것일까요? |
花樣年華 |
사랑은 눈에 콩깍지가 끼는 것이어서 어쩔 수 없는 것일까요?
사랑이라는 것의 속성에는 원래 '사회 규범'과는 그다지 상관없이 동작하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인가요?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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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10/02 23:26 | 보기 | trackback (0) | reply (62) |
Tags : 박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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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웨이,
이현정,
장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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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멀리 갈 거야, 공중정원, 사랑이 뭘까, 대안의 그녀 あしたはうんと遠くへいこう、空中庭園、愛がなんだ、対岸の彼女 |
角田光代の小説 Kakuta Mitsuyo no shousetsu 카쿠타 미츠요의 소설 |
ⅰ
2006년 4월 해냄출판사 간행. 가쿠다 미쓰요(角田光代)의 소설 내일은 멀리 갈 거야(あしたはうんと遠くへいこう)에서 발췌.
"우습게 보는 거 없어."
노부테루는 정말 성가셔 죽겠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말이란 어쩜 이리 편리하고 거짓스러운 데다 부드러울 수 있는지.
우리는 그것을 입 밖에 내어 장황하게 떠들고 싶어지지만, 그런 얘기를 도무지 어떤 말로 어떻게 풀어내야 좋을지 알 수 없다. 그래서 결국 아무 말도 않고, 좀더 어학 실력이 있었으면 하고 피차 그런 생각을 하겠지만, 설령 우리가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 해도, 우리가 안고 있는 어떤 한 가지는 결코 언어가 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우리가 똑같이 무언가에 목말라 있고, 그것에 대해 언어를 다해 이야기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피차 알아차리고, 황급히 웃는 얼굴을 지어 보이며, 내일 봐, 그렇게 말하고 헤어진다.
마지막에 한마디, '힘내!'라고 적혀 있었다. 나한테는 그 마지막 글자가, 자전거로 달리면서 짓밟았던 양의 똥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말야 이즈미. 불과 몇 달 만에 사람의 운명이 확 달라질 수도 있나 봐."
몇 달이 아니다. 인간의 운명을 크게 바꿔버리는 일이 발생하는 건, 단 하루면 충분하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는 그 사소한, 천진난만하고 죄없는, 아이처럼 솔직하고 무모한 감정이 별안간 우리의 일상으로 파고들어 와, 믿기 힘든 완력으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비틀어버린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마음의 출처는 대체 어디란 말인가. 싫은 점이며 맞지않는 점을 아무리 들어도 그 사람이 싫어지지 않는 건 어째서일까. |
2001年 9月
マガジンハウス
あしたはうんと遠くへいこう |
일년에 한 차례 정도나 될까? 가끔씩 조차도 만나지 못하는 그로부터 건네받은 것들. 그렇다. 말 그대로 '건네받는다'.
마치 전달해야 할 메모지를 건네듯 그렇게 스윽 내민다. 특별한 날도 아니기에 그것이 내게 주는 '선물'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아챈다.
이를테면 나가부치 츠요시(長渕剛)의 싱글도 그런 선물 중 하나이고, 내일은 멀리 갈 거야라는 제목의 소설책도 그런 것이다.
가끔 메신저 프로그램을 통해 그의 존재를 확인한다. 요즘 그의 닉네임은 이렇다.「一年間の 一長春夢も いよいよ 終りだね」
일년 간의 일장춘몽도 드디어 끝? 나쁜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만, 무언가 쓸쓸한 느낌이 살짝 든다. (Dyce.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ⅱ
2005년 8월 지식여행 간행. 가쿠타 미츠요(角田光代)의 소설 공중정원(空中庭園)에서 발췌.
도망치고 싶다. 마음속으로 여전히 그렇게 중얼거려보았지만 다음 순간에 처음으로 의문을 품었다. 어디로? 도망치고 싶다는 그 도피처가 이 작은 집이 아니라면 나는 도대체 어디로 도망치고 싶다는 말인가?
가족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나는 항상 생각한다. 마치 전철에 함께 탄 사람들 같은 관계. 내 쪽에는 선택할 권리가 없는 우연으로 함께 살게 되어, 숨 막히는 공기 속에서 짜증을 내고, 진절머리를 내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그래도 일정한 기간 동안 그곳에 계속 있어야만 하는 관계. 따라서 믿는다거나 의심한다거나 착하다거나 악하다거나, 그런 개인적인 성품은 전혀 관계가 없다.
난 가족을 만들지 않는다. 전문대를 나온 스무살 때, 어떤 일을 할지는 정하지 않았지만, 이것 하나만은 굳게 결심했다. 스물세 살이 되고, 스물다섯을 넘고, 다음 달에 스물일곱을 바라보아도 가족을 만들지 않겠다는 결심은 여전하다.
혼자 있을 때는 비밀이 되지 않는 일인데 가족들이랑 같이 있으면 숨길 필요가 생긴다. |
2002年 11月
文藝春秋
空中庭園
第3回 婦人公論文学賞 |
붐비지 않는 시간대에 타는 지하철. 약간 기댈 수 있는 가장자리 좌석에 앉았을 때. 그리고 승객끼리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을 때.
그런 조건을 갖춘 지하철은 책읽기에 가장 쾌적한 공간 중의 하나가 된다. 특히 이렇게 무더운 여름철에는 더욱 그렇다.
물론 한강을 건너는 구간에서는 차창을 통해 들어오는 풍경을 즐기기 위하여 잠시 책에서 눈을 뗀다. 그러한 '일시 멈춤'도 좋다.
한꺼번에 사놓고는 미뤄둔 채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던 공중정원, 사랑이 뭘까 그리고 대안의 그녀(対岸の彼女).
지하철의 에어컨 덕분에 순식간에 목덜미가 뽀송뽀송해져서 상쾌하던 어느 날 문득 그 책들이 떠오른다.
「내일은 멀리 갈 거야 말고 카쿠타 미츠요(角田光代)의 소설, 다른 것들도 읽어 볼까? 요즘 지하철 시원해서 책 읽기 딱 좋은데.」
ⅲ
2005년 6월 지식여행 간행. 가쿠타 미츠요(角田光代)의 소설 사랑이 뭘까(愛がなんだ)에서 발췌.
"제발 그만둬, 데루.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는 것 말야. 데루가 말하는 좋은 방향이라는 건, 현실에 기점을 두고 긍정적인 사고와 부정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현실에서 벗어난 거라니까."
"서른 살이 가까워지니까 이런 생각이 절실하게 드는 거야.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으면 패밀리 레스토랑에 어울리는 얼굴이 되고, 100엔 숍에서 물건을 사면 100엔 숍 얼굴이 되는 거라고. 내가 아는 여자 중에도 있는데, 몇 살인가 연하의 남자를 먹여 살리는데 정말이지 빈티나는 얼굴을 하고 있다니까. 나는 절대로 그렇게는 되고 싶지 않아."
얼굴이 내 취향이라든지 성격이 상냥하다든지 어느 한 면이 뛰어나서, 아니면 좀더 마음이 잘 맞아서라도 좋다. 무언가 플러스적인 부분을 좋게 생각해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면 싫어지는 것도 간단하다. 플러스적인 요인이 하나라도 마이너스로 바뀌면 될 테니까.
"한밤중에 갑자기 사람이 만나고 싶어지는 건 나나 데루코 같은 사람들이에요. 원래 한없이 사람이 그리워지는 사람이 나 같은 행동을 한다는 사실을‥. 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이라는 걸 알았어요. 그렇게 되지 않는 사람이라서 우리 같은 사람들이 다가가는 것이고요." |
2003年 3月
文藝春秋
愛がなんだ |
사랑이 뭘까. 사랑이 뭐길래, 도대체 뭐길래 그토록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인지. 게다가 때로는 한 번에 그치지 않고 거듭해서.
ⅳ
2005년 7월 지식여행 간행. 가쿠타 미츠요(角田光代)의 소설 대안의 그녀(対岸の彼女)에서 발췌.
최근 깨달았다. 수다를 떠는 것이 이렇게 기분 좋은 것이라는 사실을. 시어머니의 일도, 남편의 괘씸한 발언도, 이렇게 말을 하면 코메디 같아져서 금세 잊어버릴 수 있다. 말을 하지 않고 담아두면 사사로운 일들도 갑자기 무거운 의미를 갖게 되어 비극적이고 심각해진다.
"난 무서워. 무섭다는 건 대단한 거야. 난, 어른이 되어서 제대로 혼자서 돈도 벌고 있고 영업에도 뛰어들고 훨씬 나이 많은 남자와 싸워서 이길 자신도 있어. 그런데 아이를 낳는 것이 무섭다니, 뭐라고 할까. 좀 한심해. 하지만 자기가 낳은 아이가 성장해서 내가 모르는 일로 절망하거나 상처받을 걸 생각하면 상상만 해도 무서워. 내가 부모님께 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 그런 아이였거든. 나 같은 아이가 나오면 난 정말 싫을 것 같아."
"전에도 말했듯이, 나는 소중한 것이 아니면 정말로 나머지는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어. 정말로 소중한 것은 한두 개고 나머지는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고 무섭지도 않고 괴롭지도 않아."
무엇을 위해 우리는 어른이 되는 걸까? 어른이 되면 스스로 무언가를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걸까?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고 가고 싶은 방향을 향해 걸어 나갈 수 있을까?
믿는 것이다. 그렇게 정했다. 그러니까 이제 무섭지 않다. 바보 같은 거짓말을 지어내 협박하는 남자가 있는 세계가 있는 한편, 일을 팽개치고 걷고 또 걸어서 빈 싸구려 숙소를 찾아주고 감사의 인사도 듣지 않고 사라지는 남자가 있는 세계도 있다. 마찬가지다. 나나코가 없는 이 세계가 있는 한편, 모르는 사람들과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나나코가 존재하는 세계도 있다. 그렇다면 나는 후자를 믿겠다.
그 생각으로 얼굴을 빛내면서 벌써 메뉴를 생각하고 있는 그 부인을 보면서 사요코는 드디어 깨닫게 된 것 같았다. 왜 우리가 나이를 먹는지. 생활 속으로 도망가서 문을 닫아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시 만나기 위해서다. 만남을 선택하기 위해서다. 선택한 장소를 향해 자신의 발을 내딛기 위해서다. |
2004年 11月
文藝春秋
対岸の彼女
第132回 直木賞 |
나오키(直木)상을 받은 이력이 있는 소설이기도 하고 아마도 그의 작품 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기도 할 대안의 그녀.
책 표지를 넘기면 첫 장에 제목이 나와 있고 그 제목 아래에 작은 글씨로 [대안 對岸_강 건너 기슭]이라고 해두었는데
그렇다면 처음부터 우리말 제목을 대안의 그녀로 하지 말고 차라리「강 건너 기슭의 그녀」라고 했으면 훨씬 좋았을 것을.
ⅴ
네 권의 소설책 그 마지막 장들을 지하철에서 넘기고 난 어느 날, 서점에 들린다.
일본 소설을 모아둔 코너에서 그리고 신간 코너에서 같은 작가의 또다른 소설책을 발견한다.
인생 베스트 텐(人生ベストテン)이란 것 그리고 신간으로 나온 죽이러 갑니다라는 제목의 소설책.
둘 다 집어 들었다가 장편소설이 아니고 단편소설집이란 것을 알고는 슬그머니 내려 놓는다.
그러다가「角田光代(かくたみつよ)」라는 작가의 이름 표기가 은근히 마음에 걸린다.
'해냄출판사'라는 곳에서는 가쿠다 미쓰요,
'지식여행' 또는 '작품'이라는 이름의 출판사에서는 가쿠타 미츠요,
죽이러 갑니다를 간행한 '미디어2.0'에서는 가쿠타 미쓰요.
(혹시 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눈에 띈 것만 해도 이렇게 세 가지나 된다.
아무튼 가쿠다 미쓰요, 가쿠타 미츠요, 가쿠타 미쓰요 중에서
어느 것이 원어민의 발음과 가장 유사한 것일까? 궁금하다.
혹시 이도 저도 아니고 .. 카쿠타 미츠요? |
2005年 3月
講談社
人生ベストテン |
ⅵ
내일은 멀리 갈 거야.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먼저 읽었던 그 소설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분명 내게 지식은 없다. 지식도 소양도 감성도 없으니, 그저 좋은지 싫은지를 말하는 수 밖에 없다. 좋다 싫다 한마디로 끝낼 수 없기 때문에, 개인적인 사정이라든지 내면이라든지 기억이라든지, 하나의 곡에서 떠오르는 그런 여러 가지 것들을 뒤집고 이어 붙여 문장으로 만들 뿐이다. |
지하철로 오가면서 카쿠타 미츠요의 장편소설 네 편을 읽고난 지금의 내가 그렇다.
개인적인 사정이라든지 내면이라든지 기억이라든지, 하나의 소설에서 떠오르는 그런 여러 가지 것들을 뒤집고 이어 붙여 문장으로 만들 수도 없으니, 이렇게 소설의 본문 만을 장황하게 인용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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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8/11 00:22 | 읽기 | trackback (0) | reply (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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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속에 안부 인사 드립니다 暑中お見舞い申し上げます |
暑中見舞い Shochuumimai 여름 안부 편지 |
○○씨에게.
침대칸에 누웠다가 생각이 나서 연락드립니다.. 건강하시죠
언젠가 같이 기차타고 차도 렌트 해가며 여행하고 싶네요.. 아무 생각없이 |
베이징(北京)에서 허난(河南)까지 8시간 걸린다는 야간열차 안에서 보낸다는 ○○씨의 문자메세지.
바다 건너에 있는 ○○씨와 문자메세지를 주고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씨. 어떻게 지내나요? 그 문자메세지 이후 한 달 남짓 지난 듯한데‥ 귀국은 했겠지요?
아니면 혹시 지금도 중국 대륙의 어느 기차 안에서 창밖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지요?
오랜만에 주고받은 그 문자메세지 때문에도 그랬지만, 그것 말고도 요즘 ○○씨를 떠올릴 일이 있었습니다. |
暑中お見舞い申し上げます |
몇 달 전 이사할 때 꾸려두었다가 다시 헤쳐서 정리하지 않은 것들이 있는데, 며칠 전 무언가 찾기 위해 그걸 뒤적거릴 일이 생겼는데요.
그런데 그렇게 뒤적거리다 보면, 정작 찾아야 할 것은 슬그머니 잊어버리고 뒤적거리고 있던 다른 것들에 정신을 놓기도 하잖아요?
그 날도 그랬습니다. 찾던 것을 제쳐두고 지난 날의 기억들을 더듬게 한 그것은, 지난 날의 전시회 팸플릿들이었어요.
2001년「슬픈 섬 사할린」, 2002년「日本、東海地域の朝鮮学校」, 2003년「라오콘의 거울」, 2004년「MARRIAGE」.
그 팸플릿들 사이에서 팔랑거리며 빠져 나온 종이 한 장. 거기에 적힌 ○○씨의 메모.
코까지 골며 깊이 잠들어서 안 깨우고 나갑니다.
지금 바로 전화주세요.
들어올 동안 온수전용(녹색버튼) 눌러서 샤워하시고 기다려 주세요.
냉장고에 빵하고 우유 있으니 전자렌지에 데워서 드세요. |
날이 훤하게 샐 때까지 '상처'에 대해서 얘기했던 그 밤, 그 새벽. 아마 2004년 초여름의 어느 날.
그러다 한쪽 벽면 가득하게 책만 가지런히 꽂혀 있던 방에서 쓰러져 잠들었다가 깨어났을 때
○○씨는 물론이고 그 책들의 주인도 없는 집에 홀로 덩그마니 남겨진 제 머리맡에 놓여있던 그 메모.
○○씨도 기억하고 있을 그 날, 그 즈음의 추억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제법 한참 동안. |
상처받은 사람들 |
그 때로부터 어느덧 여름도 몇 차례 지나가 버렸군요. 그 날 우리가 나누었던 이야기들, 그 '상처'에 대해 주고받았던 이야기들.
그 때의 그 이야기들이 떠올려 보려고 하니 먼저 그 즈음의 몇몇 이미지들이 머리를 스쳐 가더군요. 마치 영화의 스틸 컷과 같이.
몇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이야기는 배경 화면으로 녹아 들어가 버리고 이제는 그 이미지들이 그 이야기를 대신하듯.
그렇게 떠오르는 이미지들.
거기가 정확히 어디였는지 이제는 기억나지 않는 어느 아파트 안의 벤치. 거기에 앉아서 맞이했던, 해 뜰 무렵의 풍경.
팔공산 어느 자락의 카페 안에서 저와 마주하고 앉아있던 ○○씨의 뒷배경. (○○씨는 아웃포커스로 빠져버리는 묘한 이미지)
그 도시를 벗어나는 저에게 ○○씨가 건네주었던 도스또예프스끼(F. M. Dostoevskii)의 소설 상처받은 사람들의 표지.
아.. 그러고보니 그 책을 저에게 건네면서 그런 말을 했었지요. '읽다가 관두게 된 소설인데요, 한 번 읽어보세요' 라고.
지금 그 책, 상처받은 사람들은 같은 출판사의 또다른 도스또예프스끼 소설들과 함께 제 방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 있는데요.
저 역시 그 해 여름이 다가도록 다 읽어내지 못하고 잠시 덮어둔 것이 그만 책갈피를 끼워둔 채로 해를 넘기고 말았답니다.
Reborn
∼ performed by Syrup16g
昨日より今日が 素晴らしい日なんて
わかってる そんなこと 当たり前のことさ
時間は流れて 僕等は歳をとり
汚れて 傷ついて 生まれ変わってゆくのさ
愛する心が どんな色であっても
優しい気持ちだけで 夜は明けてゆくよ
つじつま合わせるだけで精一杯の
不細工な毎日を僕等は生きてゆくのさ
手を取り合って 肌寄せ合って
ただなんかいいなぁって空気があって
一度にそんな 幸せなんか
手に入るなんて 思ってない
遠回りしていこう
期待して諦めてそれでも臆病で
本当の気持ちだけが置き去りになっていくよ
手を取り合って 肌寄せ合って
ただなんかいいなぁって空気があって
一度にそんな 幸せなんか
手に入るなんて 思ってない
遠回りしていこう
昨日より今日が 素晴らしい日なんて
わかってる そんなこと 当たり前のことさ
時間は流れて 僕等は歳をとり
汚れて 傷ついて 生まれ変わってゆくのさ | Reborn
∼ performed by Syrup16g
어제보다는 오늘이 멋진 날이라는 건
알고 있어 그런 건 당연한 일인 거지
시간은 흐르고 우리들은 나이를 먹으며
더러워지고 상처입으며 다시 태어나는 거지
사랑하는 마음이 어떤 색깔이어도
부드러운 기분만으로 날은 밝게 되지
이치에 맞추는 것만으로 힘껏
서투른 매일을 우리들은 살아가고 있지
손을 맞잡고 살결 맞대며
그저 어쩐지 좋은 듯한 공기가 있는
한 번에 그런 행복같은 게
손에 들어올 거라 생각하지 않아
멀리 돌아서 가자
기대하고 포기하고 거기에다 겁쟁이라서
진심만이 완전히 내버려지게 되지
손을 맞잡고 살결 맞대며
그저 어쩐지 좋은 듯한 공기가 있는
한 번에 그런 행복같은 게
손에 들어올 거라 생각하지 않아
멀리 돌아서 가자
어제보다는 오늘이 멋진 날이라는 건
알고 있어 그런 건 당연한 일인 거지
시간은 흐르고 우리들은 나이를 먹으며
더러워지고 상처입으며 다시 태어나는 거지 |
delayed
2002-09-25
遅死10.10
2005-01-26
静脈
2006-08-23 |
저는 요즈음 외출할 때면 운전을 하지 않고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그렇게 지낸지도, 꼽아보니, 어느덧 보름도 넘었네요.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니까,다른 사람들처럼 저도 mp3 플레이어에 연결된 이어폰을 귀에 꽂은 모습으로 다니게 되더라구요.
(얼마 전 mp3P를 하나 장만할까 생각 중이었는데 마침 선물로 mp3P를 받게 되어서 요즘 지하철에서 자주 이용한답니다.)
운전하면서 사용하는 CDP와 '뚜벅이 생활'에서의 mp3P는 서로 여러 면에서 다르겠지만 (그리고 저는 여전히 CDP를 선호하지만)
mp3P는 그 나름대로의 장점도 있더군요. 예를 들자면 랜덤 플레이를 통해서 듣게되는 뜻밖의 노래들도 그런 것들입니다.
열서너 곡 정도가 수록된 앨범 단위로 듣는 CDP에서의 랜덤 플레이와 달리
(그러니까 CDP에서는 적어도 그 앨범 컨셉트에서 벗어나는 곡이 나오지는 않는데)
2기가급 용량의 노래 파일들이 저장되는 mp3P에서의 랜덤 플레이는 가끔 뜻밖의 곡을 들려주더군요.
들어보라고 전송해줘서 메신저로 받았다가 분류없이 쌓여진 mp3 폴더에 묻혀서 지나쳐왔던 노래라든지
- 이를테면 아오보우즈(藍坊主)의 노래와 스키마스윗치(スキマスイッチ)의 노래같은 것들 -
한 때 좋아했지만 어느덧 오랫동안 듣지않게 되어 잊고 지내던 옛노래같은 것이 그런 것들입니다.
- 오랜만에 듣게 되는 키스기 타카오(来生たかお)라든지 Sing Like Talking의 노래들 -
아.. mp3P라든지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한 것이 아닌데.. 이야기가 그만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네요. |
iTend IV100 |
제가 요즘 자주 타고다니는 버스는 창밖으로 홍제천을 보여주기도 하고 내부순환도로의 고가차도 아래를 지나치기도 합니다.
그렇게 물끄러미 내부순환도로의 교각과 상판 아래를 버스 창을 통해 쳐다볼 때, 문득 기시감(旣視感)을 느꼈다고 생각했는데요.
갸웃거리면서 생각하다가‥, 알게 됩니다. 그것은 기시감같은 것이 아니라 몇 해 전 ○○씨와 함께 했던 어느 날의 이미지라는 것을.
상처받은 사람들이란 소설 제목에 서로 마주 보며 쓴웃음 짓던 그 날, 그 쓴 웃음을 뒤로 하고 들어서던 고속도로 진입램프.
홍은동 어딘가를 버스로 지나치면서 창밖으로 보이는 내부순환도로의 그늘진 바닥과 잿빛 교각에서
그 날 그 도시를 벗어나려할 때 들어섰던 고속도로 진입램프를 느끼고, 그 이미지는 ○○씨와의 그 날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상처'의 기억 따위를 더듬는 것은 우스운 일. 그저 얼마간 쓸쓸한 느낌 정도랄까‥, 그런 배경으로 말이지요.
○○씨.
고가도로의 콘크리트와 홍제천변의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고 머릿속으로는 ○○씨가 사는 도시 어딘가의 이미지가 떠오를 때
어느 순간 그 두가지 모두 마치 뮤직 비디오의 영상처럼 보여지기도 (느껴지기도) 해요.
외부의 생활 소음은 차단된 채 이어폰을 통해 흘러 들어오는 mp3P의 노래 때문에. 또는 덕분에.
예를 들면 때마침 이런 노래, Syrup16g의 Reborn같은 노래가 흘러나올 때.
時間は流れて 僕等は歳をとり 시간은 흐르고 우리들은 나이를 먹으며
汚れて 傷ついて 生まれ変わってゆくのさ 더러워지고 상처입으며 다시 태어나는 거지 |
○○씨. 이렇게 편지를 쓰고 있으니‥, 보고싶네요. 제가 그 도시로 한번 가든지 ○○씨가 이리로 한번 오시든지 해야겠어요.
이제 장마 끝나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답니다. 더운 여름, 건강 조심하시고‥, 건승 바랍니다. (暑中お見舞い申し上げます。)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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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7/27 03:07 | 그리고 | trackback (0) | reply (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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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좋아, 키무타쿠 やっぱり いいわ、キムタク |
ニコン 一眼レフカメラ Nikon DSLR 니콘 일안리플렉스 카메라 |
일본의 대중문화에 관심이 있다면 다들 알 만한 키무타쿠(キムタク). 네, 그렇습니다. SMAP의 키무라 타쿠야(木村拓哉)입니다.
그가 출연하는 광고, 2006년에 출시된 니콘(Nikon)의 일안리플렉스(SLR) 카메라「D80」의 TV용 광고 중에서 60초짜리 버전.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면 15초짜리, 30초짜리 등 여러가지 버전으로 손쉽게 찾아서 볼 수 있는 동영상인데다가
또 우리말 버전으로 국내에도 방영된 바 있는 TV 광고라고 하니, (정작 저는 TV에서 이 광고를 본 적이 없습니다만.)
굳이 키무타쿠의 팬이 아니더라도 이미 여러 사람들에게 익숙해진 광고 영상인 듯 싶어서 포스팅하기가 주저되긴 했습니다.
すっげぇ・・・。
대단한데‥.
やっぱり いいわ、ニコン。
역시 좋아, 니콘.
かっけぇ!
멋지다! | 한국어 버전의 광고에서는「역시 니콘!」이라고 우리말을 '제대로' 발음하는 키무타쿠를 볼 수 있는데
위에 인용한 일본어 버전의 광고 60초짜리 버전에서는 키무타쿠가 왼쪽과 같이 혼잣말을 합니다.
처음의「すっげぇ・・・。」그리고 마지막의「かっけぇ!」
「すっげぇ」는 '굉장하다' 또는 '대단하다'는 의미인「すごい」의 남성 회화체라고 하더군요.
「かっけぇ」는 '멋지다' 또는 '모양이 좋다'는 의미인「格好(かっこう)いい」의 남성 회화체이구요. |
그리고「やっぱり いいわ、ニコン。」에서「やっぱり」는 '역시'라는 의미로「やはり」와 같은 말인 한편 강한 발음의 표현입니다.
'좋다'라는 뜻의「いい」에 붙은「わ」는 종조사(終助詞)로, 놀람·영탄·감동·결의 등을 나타내는데
주로 여성들이 잘 사용한다고 하는, 소위 '여자말'입니다. (일본어는 일부 표현에 있어 남성어, 여성어의 구별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知(し)らないわ。(몰라요)」또는「あら、いやだわ。(어머나, 싫어요)」같은 표현에서처럼 말이지요.
하지만「いいわ。」만큼은 남성들도 많이 쓴다고 합니다.
보시다시피 이 광고에서의 키무라 타쿠야도「いいわ。」라고 하네요.
Nikon D80 | 키무라 타쿠야 얘기가 나온 김에 언급하자면, 그는 그 나름대로의 '말투'가 있다고 하더군요.
이를테면「あのさー」또는「でもさー」에서와 같은「さー」를 자주 사용하는 것도 그의 '말투'라고 합니다.
문말(文末)에 쓰여서 가벼운 주장·다짐의 종조사(終助詞)로서든,
문중(文中)에 쓰이면서 어조를 돋우거나 고르고 상대의 주의를 끄는 역할의 간조사(間助詞)로서든,
「さ」와「ね」는 서로 유사한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그 뉘앙스는 상당히 다르다네요.
「∼ね」가「∼さ」보다 좀더 부드러운 표현으로,「あのねー」가 '저기 있잖아요~'의 분위기라면
「あのさー」는 상대적으로 거칠거나 건방진 듯한 느낌의 '저기말이야' 정도의 표현이라고 하는군요. |
일본의 TBS에서 올해 초에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 화려한 일족(華麗なる一族)에서의 키무라 타쿠야를 두고,
그의 말투와 헤어 스타일이 드라마의 시대 설정에 맞지 않아서 '혼자 떠있다'는 안타까움을 얘기한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앞서 얘기한「あのさー」식의 말투는 이전에 출연한 드라마에서도 그가 자주 썼던 표현으로
(일본에서는 그가 '국민적 아이돌'임에도 불구하고) 여성들 중에는 그런 표현을 거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제법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래의 인용문은, 키무라 타쿠야를「D80」의 이미지 캐릭터로 기용한다는, 2006년 8월 25일자 니콘(Nikon)의 보도자료인데요.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보도자료인 만큼 한자로 된 단어가 많은 문건이라서, 일본어 초급자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デジタル一眼レフカメラ「ニコン D80」のイメージキャラクターに木村拓哉さんを起用
디지탈 일안리플렉스 카메라「니콘 D80」의 이미지 캐릭터에 키무라 타쿠야씨를 기용
株式会社ニコン(社長:苅谷 道郎)の子会社、ニコンカメラ販売株式会社(社長:西岡 隆男)は、
2006年9月1日に発売予定のデジタル一眼レフカメラ「ニコン D80」のイメージキャラクターとして、
国民的タレントであるSMAPの木村拓哉さんを起用します。
木村さんは、歌手、俳優、声優などマルチな才能を発揮し、幅広い層から圧倒的な人気を博しています。
주식회사니콘(사장 : 카리야 미치오)의 자회사, 니콘카메라판매주식회사(사장 : 니시오카 타카오)는,
2006년 9월 1일 발매 예정의 디지탈 일안리플렉스 카메라「니콘 D80」의 이미지 캐릭터로서,
국민적 탤런트인 SMAP의 키무라 타쿠야씨를 기용합니다.
키무라씨는, 가수, 배우, 성우 등 다양한 재능을 발휘해, 폭넓은 층으로부터 압도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D80」は、ミドルクラスのデジタル一眼レフとして、
画質、コンパクト性、操作性、価格などの各ポイントをきわめて高い次元で実現し、幅広いユーザーの期待に応えるニコンの自信作です。
絶大なカリスマ性を持ち、誰からも愛される木村さんが「D80」の目指すイメージと重なることから、今回の起用が決定しました。
「D80」은, 미들 클래스의 디지탈 일안리플렉스로서,
화질, 콤팩트성, 조작성, 가격 등의 각 포인트를 대단히 높은 차원에서 실현하여, 유저의 폭넓은 기대에 부응하는 니콘의 자신작입니다.
절대의 카리스마를 지녀,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키무라씨가「D80」이 지향하는 이미지와 중첩되기에, 이번 기용이 결정되었습니다.
9月1日から放映される木村さん出演の「D80」テレビコマーシャルは、
“本物”にこだわるニコンをイメージした「黒」を基調にし、
木村さんと「D80」の放つクールかつスタイリッシュな雰囲気を際立てた内容となっています。
ニコンでは、テレビコマーシャルのほか、木村さんを起用した新聞広告、屋外広告も予定しています。
9월 1일부터 방영되는 키무라씨 출연의「D80」TV 광고는,
"진짜"를 고집하는 니콘을 이미지한「검정」을 기조로 하여,
키무라씨와「D80」이 발하는 쿨하고도 스타일리쉬한 분위기를 두드러지게 할 수 있었던 내용이 되고 있습니다.
니콘에서는, TV 광고 외, 키무라씨를 기용한 신문 광고, 옥외 광고도 예정하고 있습니다. |
① 一眼(いちがん)レフカメラ :「一眼レフレックスカメラ(Single-Lens Reflex Camera)」의 준말. 더 줄여서「レフ」라고도 함.
② マルチ :멀티(multi). 다수의. 복수의. 복합의. 다중(多重)의.
③ 幅広(はばひろ)い : 폭이 넓다. 폭넓다. 광범위하다.
④ 博(はく)する : (명예나 이익 등을) 얻다. 차지하다. 떨치다.
⑤ きわめて : 極めて、극히. 더없이. 대단히. 지극히.
⑥ 応(こた)える : 절실하게 느껴지다. (가슴에) 벅차다. 사무치다. 보답하다. 응하다.
⑦ コマーシャル : 방송 광고.「コマーシャルメッセージ(Commercial Message)」의 준말.
⑧ ∼に こだわる : ∼에 구애되다.
⑨ 放(はな)つ : 놓아주다. 풀어주다. 해방하다. 멀리하다. 물리치다. 쏘다. 발사하다. (빛·소리·냄새 등을) 발하다.
⑩ かつ : 且つ、몇 가지 동작이 같이 행해지는 모양. 동시에. 한편. 그 위에. 게다가. 또.
⑪ 際立(きわだ)つ : 두드러지게 눈에 띄다. 특출한 데가 있다. |
√ 동영상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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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6/28 00:43 | 일본어 | trackback (0) | reply (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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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단 한마디의 말조차 떠오르지 않았어 僕にはたった一つの言葉さえ浮ばなかった |
ⅰ
지난 5월 16일자 신문에서 '가요 가사를 통해 본 남녀 권력관계'라는 부제가 붙은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렉시의 하늘 위로, 아이비의 유혹의 소나타, 길건의 흔들어 봐, 서인영의 너를 원해 등 여자 가수들의 노랫말과
sg워너비의 아리랑, M.C the MAX의 가슴아 그만해, 윤건의 사랑으로 빚진 날들, 이승철의 시계, 이기찬의 미인 등
남자 가수들의 노랫말을 서로 비교하면서, '가사에 나타난 권력이동 현상'이라는 비교표까지 제시한 기사였는데요.
즉 남자 가수들은 지고지순(至高至順)의 사랑이나 절망적 사랑에 빠져있음을 노래하면서 사랑의 객체가 된 반면에
여자 가수들은 도리어 남자를 휘어잡을 것 같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사랑을 노래한다면서
노랫말에서 남성들은 갈수록 마초성을 잃고 있고 여성들은 능동적 성향을 드러내는 것이 사회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합니다.
그걸 설명하기 위하여 중년 남성의 위기론이나 메트로섹슈얼, 크로스섹슈얼 등의 단어를 열거하면서 말입니다.
그리하여 기사 말미에 이르러 '자연히 발라드 특유의 서정성이 남자 가수들을 지고지순하게' 만든다고 하고
한편 '감각적인 섹시 댄스는 여성 가수들을 육체적 사랑에 목마른 '작업녀'로 보이게' 한다고 얘기합니다.
덧붙여 '남성의 마초적 이미지와 여성의 순종적 이미지를 깨는 것이 현재 가요계에서 '쿨'한 문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하는
음악평론가 임진모의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기사는 끝나는데요.
● 2007년 5월 16일자 동아일보의 기사 <유혹 노래하는 '알파걸' 순정 부르는 '베타보이'> 바로가기
Alpha Girls | 기사에는 어느 문화 평론가의 아래와 같은 진단도 인용되어 있습니다.
엄정화, 이효리같이 섹시하고 당당한 여성상이 각광을 받는 반면
남자 가수들은 이를 능가할 만한 메세지를 전달하지 못했고 결국 사랑의 주도권을 빼앗겼다. |
우리나라 가요계의 그러한 경향에 대해서는 그 기사 이전에도 저도 그런 느낌을 가지고 있었고
기사에 인용된 노랫말의 예시를 통해서도 '그건 그렇다'는 동의가 충분히 구해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경향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그런 경향의 원인으로 제시되는 것에는 고개가 갸웃거려집니다.
그게 과연 '쿨한 문화'라서 그럴까요? 정말 남자 가수들은 '사랑의 주도권'을 빼앗겨서 그럴까요? |
그러니까, 저는 그러한 '경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그걸 바라보는 '시각'이나 그것의 '원인'에 대한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대중음악이라는 '상품'과 이를 만들어내는 '생산자' 그리고 이를 소비하는 '소비자'라는 개념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보면,
그러한 '경향'은 '쿨한 문화'에서 비롯되었다기 보다는, 그리고 '사랑의 주도권'이 옮겨간 것이 주된 요인이라기 보다는
대중음악이라는 상품의 주된 소비자가 그 상품을 통해 자신의 잠재적인 소망을 해소할 수 있게 한다거나,
또는 대리체험/추체험이 가능하도록 하여 그 상품의 히트를 노리는 생산자의 의도된 경향이 아닌가 하는 것이죠.
즉 남자 가수들은 지고지순의 사랑이나 절망적 사랑을 노래하면서 사랑의 객체가 된 것 같지만‥, 실은 그래서가 아니라,
그런 상품의 주된 소비자들을 - 아무래도 여성이 되겠지요 - 그 '지고지순의 사랑'의 대상으로 만들어줌으로써 상품 소비를 촉진하고
한편 남자 가수가 노래하는 절망적 사랑을 통하여, 대중음악의 주된 소비자인 여성들을 '사랑의 주체'로 격상시켜줌으로써
신상품의 소비를 촉진 나아가 대박을 노려본다는 생산자의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 가장 큰 요인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여자 가수들의 경우, 도리어 남자를 휘어잡을 것 같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사랑을 노래한다는데
이 역시 상품, 생산자, 소비자 등의 경제학적 개념을 염두에 두고 보면 역시 앞서와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니까 그러한 '경향'은 남녀 간에 서로 '사랑의 주도권'을 빼앗고 빼앗기고 하는 문제에서 비롯되었다기 보다는,
해당 상품을 통해서 여성 소비자들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사랑을 대리체험/추체험 가능할 수 있도록 하여
여성 소비자의 잠재적인 욕망을 만족시켜주는 효과를 담은 상품으로 생산자가 의도적으로 만든 것은 아닐까 한다는 겁니다.
게다가 이 상품의 경우 여성 가수의 '감각적인 섹시 댄스'까지 덧붙여 '작업녀' 모드로 포장하면,
남성 소비자의 성적 욕망도 채워주는 역할을 해서 예상 소비자의 범위를 확대할 수도 있어서 생산자가 선호할 만한 것이기도 하겠지요.
해당 기사를 읽어보면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이 같은 가사를 대부분 남자 작사가들이 만들고 있다는 것.'
제가 보기에 남자 작사가들이 그러한 노랫말을 만들고 있다는 것은 '특이한 점'이 아니라, 바로 그러한 '경향'에 대한 해답입니다.
다시 사랑한다 해도
다른 누군가를 만나도
나는 너와 같은 사람
다시 만나진 못해 |
∼ 이기찬의 미인 중에서. (안영민 작사) | 부담 없이
난 그저 짧은 사랑을
원하는 거야
너를 원해 오늘 하루만 |
∼ 서인영의 너를 원해 중에서. (정연준 작사) |
즉, 그러한 '상품'이 일련의 과정을 거쳐 '생산'된 다음, 소비자인 우리가 직접 '소비'하는 단계에 있어서는
이기찬같은 남성 가수를 통해서 또는 서인영같은 여성 가수를 통해서 그 상품이 소비될 것이지만,
'남성의 마초적 이미지와 여성의 순종적 이미지를 깨는 것'은 남자냐 여자냐 하는 성(性)의 문제가 아니라
애당초 이 상품을 만들어내는 생산자의 판매전략적 의도에서 비롯된 바가 클 것이라는 짐작입니다.
작사/작곡자, 제작자 등 음반 제작의 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생산자'들의 여러가지 의도들이
자본주의적으로 작용하여 소비자의 구미에 맞는 상품으로 내놓는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알파걸' 그리고 '베타보이'가 운위되는 작금의 사회현상과 대중음악 노랫말이
서로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기사에서 얘기하는 '경향'을 두고 성(性)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 않나 하는 것이지요. |
서인영 |
ⅱ
光の川
少し動き出した週末の渋滞の中で
隣をゆっくり過ぎる車に目がとまった
助手席に確かに君がいたように見えた
見間違うわけはないんだ
心がざわついた
君の姿を確かめようとしたけど
僕らをむすぶ距離は離れてしまうばかりで
何か叫ぼうと身を乗り出したけど
僕にはたった一つの言葉さえ浮ばなかった
低く嘲笑うようなバイクの音と共に
君の車はもうずっと先に進んでしまった
僕らはこの世界で孤独を飲み込むたびに
苦笑いの振りをして
大人になろうとしたんだ
君の心を救いたいと願ったけど
僕らはその涙の拭い方も分らなくて・・・
君の姿を追いかけようとしたけど
信号で僕の車は人の波に止まってしまった
途切れた願いは消えてしまうのではなくて
僕らはその痛みで明日を知るのかもしれない
全ての祈りが輝きはしないけど・・・
車はいつの間にか光の川に消えてしまった | 빛의 강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 주말의 교통체증 속에서
옆을 천천히 지나가는 자동차에 눈이 멈추었어
조수석에 확실하게 네가 있는 것처럼 보였어
잘못 봤을 리는 없다고
마음이 술렁거렸어
너의 모습을 확인하려고 했지만
우리 사이의 거리는 멀어져버릴 뿐이어서
무언가 외쳐보려 몸을 내밀었지만
내게는 단 한마디의 말조차 떠오르지 않았어
낮게 비웃는 듯한 오토바이 소리와 함께
네가 탄 자동차는 벌써 저만큼 앞으로 가버렸어
우리는 이 세계에서 고독을 참고 삼킬 때마다
쓴 웃음 짓는 체하며
어른이 되려고 했어
네 마음을 구하고 싶다고 원했지만
우리는 그 눈물을 닦는 방법조차 몰랐는 걸‥
너의 모습을 좇으려 했지만
신호때문에 내 차는 인파 속에서 멈춰버렸어
끊어진 소원은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니라서
우리는 그 아픔으로 내일을 아는 것인지도 몰라
모든 기도가 반짝이는 것은 아니지만‥
자동차는 어느 사이엔가 빛의 강 속으로 사라져 버렸어 |
光の川
2004-10-27
TIME
2004-11-17
ALL SINGLES BEST
2007-01-24 |
최근 새로운 CD를 여러 장 듣게 되었는데, 블루스 뮤지션인 채수영의 CD를 제외하면 나머지 모두 일본의 대중음악 CD들이었습니다.
그 중의 몇몇을 꼽아보면, 메렝게(メレンゲ)의 첫 레귤러 앨범과 LOST IN TIME의 최근 발매 앨범은 제가 스스로 선택한 CD였고
레미오로멘(レミオロメン)의 라이브 앨범과 코부쿠로(コブクロ)의 싱글 베스트 앨범은 친구의 취향과 권유로 구입한 것입니다.
그 외에, 들어보라고 건네받는 바람에 엉겹결에 듣게된 CD로는 스가 시카오(スガシカオ)의 2장짜리 베스트 앨범이 있습니다.
SMAP의 히트곡 중 하나이고 노랫말이 아름다워서 일본의 중학교 음악교과서에도 실렸다는 노래,
夜空ノムコウ(Yozora no Mukou, 밤하늘의 건너편)의 노랫말을 썼고 몇년 뒤 그 곡을 스스로 셀프 커버하기도 했으며
KAT-TUN의 데뷰곡인 Real Face의 노랫말을 제공하기도 했던 싱어송라이터 스가 시카오.
애니메이션 허니와 클로버(ハチミツとクローバー)를 보면서 삽입곡에 귀를 기울였다면
스핏츠(スピッツ)말고도 스가 시카오의 8月のセレナーデ(Hachigatsu no Serenade, 팔월의 세레나데)를 기억할 겁니다.
그리고 실사판 영화 허니와 클로버의 엔딩곡으로 쓰였던 아라시(嵐)의 アオゾラペダル(Aozora Pedal, 파란 하늘 페달),
그 노래를 작사 작곡한 사람도 바로 스가 시카오라고 합니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ウィキペディア) 일본 싸이트에서 스가 시카오를 찾아보니 이런 대목이 나오더군요.
男心を赤裸々に書いてリアルに言葉が迫ってくる歌詞が特徴
남자의 마음을 적나라하게 써서 리얼하게 문장이 다가오는 노랫말이 특징 |
ⅲ
최근에 구입하거나 건네받아 듣게 된 CD 중에서 스가 시카오의 베스트 앨범이 가장 좋았던 것은 비록 아니지만,
대중음악의 노랫말이 소재가 된 어느 신문 기사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생각을 써나가게 되니,
일본의 뮤지션들 중에서 유려한 노랫말로 잘 알려진 스가 시카오의 노래를 덧붙이게 됩니다.
그래서 골라본 것이 그 베스트 앨범에도 수록되어있는 光の川(Hikari no Kawa, 빛의 강)인데요.
들어보니, 어떤가요? '남자의 마음'이 ‥ '리얼하게' ‥ 다가오나요? ^^
P.S. ①
원래 이 글의「ⅰ」부분은, 앞서의 글에서 M.C the MAX 이야기를 하면서 함께 언급하고자 했던 부분이었습니다만,
'절친'이 제게 준 선물에 대한 고마움을 말하고자 하는 글에서 그런 언급은 다소 딱딱한 느낌을 줄 듯해서 관두어버렸는데
결국은 이렇게 스가 시카오의 노래를 들으면서 써나가게 되었네요. ^^
P.S. ②
キクチ先生、(この記事を読むわけがないですけど・・・) どうもありがとうございました。
「夜空ノムコウ」の場合、SMAPのバージョンよりスガシカオのほうが気に入りましたね!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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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6/19 02:58 | 듣기 | trackback (0) | reply (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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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채로 엠씨 더 맥스 裸のままで エムシーザーマクス |
裸のままで Hadaka no Mamade 벌거벗은 채 |
이전의 글에서 '빠돌이'와 '빠순이'란 표현을 잠깐 쓰긴 했습니다만, 저는 신조어를 받아들이는데 상당히 더딘 편입니다.
제가 더디다고 하는 것은, 신조어에 둔감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일상 언어로 사용하는 것에 부담을 안는다는 얘기입니다.
그런 제게 있어 거부감없이 일상 언어로 사용하게 된 신조어 중에 '절친'이란 것이 있습니다.
아마 아시겠지만, '더할 나위 없이 아주 친하다'는 뜻의 형용사인 '절친(切親)하다'의 어근(語根)인 '절친'만 떼어내서는,
'더할 나위 없이 아주 친한 친구' 즉 '절친한 친구'라는 뜻으로 명사화시킨 신조어인데요.
모친, 부친, 선친 등과 같은 단어와 소리값이 같기에 '사람을 뜻하는 명사'로 받아들이는데 그다지 부담이 덜했던 것같습니다.
僕の仲良し | 누구나 다 그러하다고 일반화시킬 수는 없는 것이지만, 중고교 학창시절을 지나고 나면
더욱이 학창시절을 끝내고 사회인이 되면, 새롭게 '친구'가 생기는 경우가 흔치 않은 듯 싶습니다.
그런 마당에 친구도 그냥 친구가 아니라 '절친'이라 말할 수 있는 누군가가 생기는 것은 더욱 흔치 않을텐데
지난 해에 알게 된 어느 친구 하나가 지금의 제게는 '더할 나위 없이 아주 친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제가 그를 알고 지낸지는 이제 고작 일년하고 조금 넘은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요즘의 신조어를 빌어서 그를 표현하자면 '절친(切親)'이란 말이 딱 제격인 친구이지요.
얼마 전 바로 그 '절친'인 그에게서 선물을 하나 받았습니다.
'서프라이즈'를 해주고 싶었는데 그게 여의치 않아서 그냥 주게 되어 재미없다면서, 넌지시 건네는 선물.
예상치 않은 선물에 당황해 하면서 포장지를 뜯어보니, 그것은 M.C the MAX의 5집 앨범 Returns. 2CD. |
그가 M.C the MAX의 음반을 제게 선물한 것은 제 취향이 아니라 그 자신의 취향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그리고 제가 최근 M.C the MAX에 대하여 어떤 연유로 관심이 생겼는지 그는 아마 모르겠지만,
'절친'으로부터의 예상치 않은 음악 선물은, 평소 제가 그다지 즐기지 않던 장르에의 초대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M.C the MAX를 두고 그 이름만 가지고 한동안 힙합 그룹으로 잘못 알고 있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MC Hammer, 우리네 MC 스나이퍼를 연상해서는, 알아보지도 않고 그런 오해를 했었지요.)
X-Japan의 Tears를 누군가가 리메이크했다고 했을 때도 그게 M.C the MAX인 줄 몰랐다가
안젠치타이(安全地帯)의 ショコラ(chocolat, 쇼콜라)를 리메이크한 사랑의 시가 나왔을 즈음에 이르러서야
M.C the MAX라는 이름과 사랑의 시라는 제목이 제대로 매치되기 시작했습니다. |
M.C the MAX |
하지만 고작해야 이름과 노래 제목 정도만이 매치되고 M.C the MAX가 힙합 그룹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뿐,
저는 그들을 두고,「포맷은 sg워너비와 같은 3인조 보컬 트리오, 장르는 발라드」일 거라고 제 마음대로 짐작하고 지냈습니다.
그런데 몇 개월 전 'M.C the MAX 상표 서비스표 사용금지 가처분신청' 뉴스를 접하고서야 비로소
그들이 보컬 트리오가 아니라, 보컬리스트 이수, 베이시스트 제이윤, 드러머 전민혁으로 이루어진 '밴드'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고
M.C the MAX의 전신이 바로 문차일드였으며, M.C the MAX는「Moon Child the Maximum」의 약자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문차일드의 1집 앨범이 발매되었을 때, 저는 '괜찮은 밴드가 하나 나왔구나' 싶었습니다.
부산의 어느 레코드숍에서 그 앨범의 동명 타이틀 곡인 Delete를 반복해서 들을 때였는데
(그 당시 그 레코드숍에서는 문차일드의 데뷰 앨범을 집중적으로 프로모션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일렉트로니카, 테크노 등의 단어가 떠오르는 장르의, 그러면서도 팝적인 요소가 상당한,
그래서 일반적인 록 밴드보다는 훨씬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밴드가 나오는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그만이었고 그 이후로는 제 관심 영역 밖으로 사라져버리는 바람에,
제게 있어 문차일드는 오랫동안 잊혀져버린 - 잠시 떠올랐다 사라진 - 밴드가 되고 말았습니다. |
Delete |
裸のままで | 그랬던 문차일드를 제가 다시 주목하게 된 것은 그들의 노래 중에 태양은 가득히라는 곡이
스핏츠(スピッツ)의 어느 노래와 후렴부가 상당히 비슷하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1993년 7월 25일에 발매된 6번째 싱글 裸のままで(Hadaka no Mamade, 벌거벗은 채)가 그 곡인데
혹시 태양은 가득히의 멜로디가 기억난다면‥, 어떤가요?‥ 후렴구가 비슷하다는 느껴지나요? |
스핏츠의 裸のままで(Hadaka no Mamade, 벌거벗은 채)는 문차일드의 태양은 가득히 보다 6~7년 전에 나온 곡이니까
태양은 가득히를 작곡한 윤일상은 스핏츠의 그 곡을 이미 들어본 적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제가 듣기에는 두 곡의 후렴부가 비슷하기는 해도 표절이라고까지 말하기는 좀 곤란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어쨌든 문차일드에서 M.C the MAX로 이름을 바꾸고도 몇 년이 지날 동안 그 둘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지내다가
M.C the MAX와 소속사 간의 분쟁이 관련된 '소송' 뉴스를 접하고서야 비로소 문차일드를 다시 떠올리게 되고
그래서 그들에 대한 관심이 다시 생기자 (마치 그 낌새를 알기라도 한 듯) '절친'은 M.C the MAX의 CD를 선물로 제 손에 쥐어줍니다.
그래서 몇 차례 거듭해서 들어보니,「M.C the MAX표 발라드」에 열광하는 팬이라면
가슴아 그만해, 사랑이 사랑을 버리다처럼 주목받는 작곡가인 신인수가 작곡, 편곡한 곡을 비롯하여
이별 이후를 애절하게 노래하는 모래시계, 눈을 감아도 같은 발라드 트랙에 가슴 저려할테고
이수의 보컬을 여전히 좋아하지만 이제는 '록 밴드' M.C the MAX를 느끼고 싶은 팬들은
문득 문차일드 시절의 Delete를 떠올리게 하는 Returns를 비롯하여
(Returns를 작곡한 Vink가 그들과 인연을 맺은 것은 문차일드 1집 때부터라고 하네요.)
Oh! Plz나 Moment같은 업 템포 트랙을 주목할 것같기도 합니다.
한편 그동안 이수에게 집중되어 있던 시선을 이제 제이윤과 전민혁에게도 나누어 보려는 팬들이라면
HOPE, Rain 그리고 What a Wonderful World 같은 트랙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겠구요. |
Returns |
제 취향으로는, 문차일드로 데뷰했을 때 제가 원했던 느낌을 떠올리게 만드는 Returns같은 트랙이 가장 먼저 귀에 들어오고,
HOPE와 What a Wonderful World에서 'M.C the MAX의 6집 앨범'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만듭니다. (특히 HOPE.)
그렇다고 해서 M.C the MAX의 5집 앨범 Returns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를테면 Rumble Fish의 최진이와 함께 부른 곡인 Oh! Plz의 노랫말같은 것이 그렇습니다.
나이트클럽에서 마주친 남녀의 엇갈리는 모습을 묘사한 이 노래의 경우, 멜로디는 마음에 드는데 노랫말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수가 작사 작곡한 트랙 중의 하나인 Moment의 노랫말을 부클릿에서 살펴보면
'꿈을 꾸게 돼'로 표기되어야 할 것이 '꿈을 꾸게 되'로 표기된 것은 교정 미스 또는 오타로 여기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혹시 요즘 우리말 문법이 바뀐 건가요? 최근에 이렇게 표기하는 사람을 여럿 봤습니다.)
'Cum on N Dance with me'라고 해서, 'Come on'을 비속어 표현인 'Cum on'이라고 표기한 것도 볼 수 있는데
노랫말과 멜로디, 편곡 등 전체적인 분위기를 미루어보면 Moment는 비속어가 자주 등장하는 힙합이나 랩 분위기도 아닌데
- 도리어 틴에이저용 '캔디팝' 느낌의 곡인데 - 왜 굳이 '19금 비속어'로도 읽혀지는 단어로 표기했는지 모르겠습니다.
(NAVER에서 'cum'을 검색어로 하여 검색을 해보십시오. 이 속어는 성인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 단어입니다.)
그리고 이 곡의 코러스 부분에서는 'I've got universe'라고 하는데, 'I've got the universe'라고 해야 하지 않나요?
제가‥ 정관사, 부정관사 등에 관한 영문법에 자신이 없어서 딱히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는 없지만요.
Crispy! |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M.C the MAX에 대한 제 인식의 경로에는 스핏츠가 스치듯 지나치기에,
M.C the MAX 5집 앨범 수록곡의 노랫말에 대한 잡념을 떠올릴 때도 문득 스핏츠가 지나쳐 갑니다
どんなに遠く 離れていたって 君を愛してる
아무리 멀리 떨어져있어도 너를 사랑하네
ほら 早く!早く! 氣づいておくれよ
자 빨리! 빨리! 깨달아다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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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핏츠의 노래는 거의 대부분이 보컬리스트 쿠사노 마사무네(草野マサムネ)가 작사 작곡한 것인데
싱글 발매 두 달 후 발매된 네번째 앨범 Crispy!에도 수록된 이 곡, 裸のままで(Hadaka no Mamade, 벌거벗은 채)는
마사무네가 '사랑한다(愛してる)'라는 표현을 노랫말에 처음으로 구사한 곡이라고 합니다.
● 裸のままで 노랫말 살펴보기
오래 전 제가 쓴 글 중「스스로의 금기를 깨는 심정 自分のタブーを壊す気持ち」이란 제목의 글에서
산울림의 김창완이 '사랑'이라는 단어를 상당히 오랫동안 의도적으로 기피해 오지 않았는가 하는 얘기를 한 적도 있습니다만,
마사무네도 김창완만큼은 아니라도, 그 역시 '사랑한다(愛してる)'라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사용하는데는 상당히 주저했던 것 같습니다.
● ハニーハニー myspitz story .. 바로가기
(이런 비교는 의미없는 것이지만) 마침 M.C the MAX를 얘기하던 참이라 그들의 5집 앨범 Returns 수록곡들과 비교하자면‥
사랑의 시, 사랑은 아프려고 하는거죠 등 히트곡들이 담긴 CD 2는 제외하고, (어쩜‥^^*, 제목에서부터 '사랑'이 넘치네요.)
신곡이 수록된 CD 1의 15곡 중에서도 연주곡인 Intro도 빼고, 두가지 트랙으로 실린 곡은 1곡으로 계산해서 13곡 중에서,
(이번에도 역시 제목에 나오는 '사랑'을 제외하고서도) '사랑'이란 표현이 무려 스무 번도 넘게 나오는 것과는 너무 다르군요.
잡지 아레나써티세븐(アリーナサーティセブン, ARENA37°C) 1996년 4월호의 권두대특집 SPITZ에 의하면,
스핏츠의 베이시스트 타무라 아키히로(田村明浩)는 裸のままで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이 곡을 녹음할 때 혼(horn)이 들어간 것을 듣고,
"이상하게 다른 곡이 되어버렸어" 라며 불안감을 느꼈던 게 기억나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불안감도 하나의 변화였지요.
그 때에는 멤버 하나하나가 도를 지나칠 정도로 이상하게 자기 고집들을 부리고 있어서요...
하지만 그 변화가 "이런 새로운 방법도 있구나!"라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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田村明浩 |
笹路正徳 | 스핏츠는 이 앨범 직전까지는 소속사의 사장인 타카하시 노부히코(高橋信彦)가 프로듀스했지만
이 앨범부터는 사사지 마사노리(笹路正徳)가 프로듀서로 영입되어 레코딩을 합니다.
이에 따라 스핏츠는 그동안의 것과는 자못 다른 스타일의 사운드를 들려주는데요.
사사지 마사노리는 관악기의 혼(horn) 섹션과 현악기의 스트링(string) 섹션을 적절히 구사하여
스핏츠의 사운드가 좀더 풍부한 느낌이 나게 만든 사람으로 스스로 레코딩 세션으로 참여도 합니다.
사사지 시절의 스핏츠 음악을, 사사지 이전이나 이후의 그것보다 낮게 평가하는 시각도 있지만
그의 그러한 어레인지먼트 특징은 스핏츠를 좀더 많은 대중들에게 다가가게 만든 효과가 큽니다.
베이시스트 타무라도 혼(horn) 섹션이 들어가는 사사지 방식의 어레인지먼트에 불안감을 가졌지만
그 불안감은 변화에의 인식에서 기인하는 것이며 결국 수용 가능한 여러 방법 중의 하나로 깨닫게 됩니다. |
며칠 전 가끔 들리는 커피숍 노천 테이블에서 '절친'인 그와 생과일쥬스와 커피를 마셨습니다.
입 밖으로 꺼내서 한 얘기도 있었지만, 마음 속으로 저는 그에게 더 많은 얘기를 건네고 있었습니다.
곧 다가올 가까운 미래에 대해서. 어떻게든 중간 마침표를 찍고 건너가야 하는 삶의 다음 단계를.
모든 것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그래서 무섭기도 한 '어른의 시간'을. 아마 외로울지도 모를.
人は誰もが寂しがりやのサルだって 今わかったよ
사람은 누구나가 외로워하는 원숭이란 걸 지금 알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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喫茶店「クーバック」 |
그는 삶의 다음 단계를 맞닥뜨리는 것에 불안감을 안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 단계를 슬쩍 비껴서서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그 불안감은 사실 막연한 것에 불과하고 자신에게 충실하면 그것이 사라질 것이라고 그도 믿고있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요?
하지만 저는 '절친'한 그를 믿고 있습니다.
비록 덤벙대기도 하고 주춤거릴 때도 있는 친구이지만, 그런 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
꾸준하게 스스로에게 충실하기는 분명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그렇게 노력해나가다 보면
그도 타무라처럼, 불안감이란 것을 새롭게 받아들이는 무엇인가로 치환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やがて光は 妖しく照らしだす
이윽고 빛은 믿을 수 없게 비추기 시작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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シロツメクサと僕の仲良し |
스핏츠는 裸のままで의 후렴에서 이렇게 노래하는데, 저는 가까운 미래에 그의 주변 모습이 이 후렴부와 같기를 바랍니다.
꾸준히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하면서 그렇게 중간 마침표를 찍고 건너간다면, 빛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그를 비추기 시작할테지요.
√ 裸のままで 노랫말(우리말 번역)의 출처는 (c) spitzHAUS 입니다.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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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5/26 04:09 | 스핏츠/SINGLE | trackback (0) | reply (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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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고 있었던 거지 너와 만날 날까지 探していたのさ 君と会う日まで |
혹시 스핏츠(スピッツ)의 노래를 찾아 이 곳에 들린 분이라 해도
(하지만 '빠돌이' 또는 '빠순이'라 불리울 만큼 열성 팬이 아니라면)
이 글은 그다지 흥미가 유발되지 않는 글일 수도 있습니다.
오른쪽의 동영상은 후지(フジ)TV에서 1999년에 방영했던 드라마,
오버 타임(オーバー・タイム, Over Time) 제8회의 한 장면입니다.
외람되지만 이 곳을 스핏츠 팬 블로그로 자처하고 있다보니
스핏츠 관련 자료 중의 하나를 소개하는 차원의 글입니다.
대단한 열성 팬이라면 이 장면을 아마 봤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이 장면을 따로 소개한 인터넷 웹페이지는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과문한 탓일 수도 있겠지만요.)
혹시 스핏츠 때문에 이 드라마를 봤던 열성 팬인가요?
또는 적어도 싱글로 발매된 정도의 히트곡은 모두 다 알고 있나요?
아니면 혹시 스핏츠의 명곡 楓(Kaede, 카에데)를 좋아하나요?
● 오버 타임 제8회 다이얼로그 우리말로 살펴보기 |
ドラマ オーバー·タイム 第8回 |
이 장면은 남자 주인공이 일감도 받을 겸 예전 신문사 후배를 만나서 술을 마시면서 여자 문제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는 장면인데요.
각본을 쓴 키타가와 에리코(北川悦吏子)는 주요 인물의 이름을 각각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연상되는 것으로 작명했는데,
그 중에서 소리마치 타카시(反町隆史)가 연기하는 남자 주인공의 이름은 가을을 연상시키는 카에데 소이치로(楓宗一郎)입니다.
스핏츠의 팬들에게는, 이 장면에서의 다이얼로그 내용이라든지 진행 등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스핏츠의 팬들이라면, 그런 것들보다는 술집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이게 되겠지요.
1998년 7월 7일에 발매된 스핏츠의 19번째 싱글. 楓(Kaede, 카에데).
보시다시피 오버 타임 제8회 이 장면에서의 이 노래는 삽입곡으로 쓰여졌다기보다는
마치 실제 술집의 BGM인양 처리하여 술집에서의 소음에 묻혀서 잠깐 나오기 때문에
(이처럼 이 부분만 따로 추출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를 보다가 이 장면을 지나칠 때는
비록 이 곡을 아는 사람이라 해도 알아채지 못하고 깜박 놓칠 수도 있는 장면입니다. |
楓
● 楓 myspitz story.. 바로가기 |
「그 이상한 한자, 글자 하나로 된 스핏츠 노래, 그거 뭐라고 읽어?」,「진짜 좋아! 무한반복 중이야! ㅋㅋㅋ」
얼마 전 친구에게서 이런 문자 메세지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상한 한자? 글자 하나? 아! 카에데.. 楓(Kaede, 카에데).
SMAP의 키무라 타쿠야(木村拓哉)를 좋아하는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핏츠라는 밴드의 음악을 전혀 알지 못하다가
최근 空も飛べるはず(Sora mo Toberuhazu, 하늘도 날 수 있을 거다)로 그들의 음악을 처음으로 접하게 된 친구인데요.
그가 그렇게 楓(Kaede, 카에데)를 언급하는 바람에, 그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스핏츠에 대한 얘기를 '자주' 하게 되었는데
어느 날 그런 저를 보고「스핏츠 '빠돌이' 아냐? 맞지? ㅋㅋ 맞아, 맞아! ㅋ」하면서 깔깔대기도 했습니다.
KAT-TUN의 아카니시 진(赤西仁)도 좋아하는 그는 흔히 '아이돌'이라 부르는 장르의 일본 문화에 상당히 익숙한데
어느 날 '아이돌'이 화제가 되었을 때 칸쟈니 에이토(関ジャニ∞)를 좋아하는 또다른 친구를 얘기하면서
「팬 블로그'까지!' 운영할 정도니까 '빠순이'가 틀림없다」고 말하더군요.
물론 집중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좋은 뜻으로 한 이야기였지만, 순간, 저는 움찔했습니다.
칸쟈니 에이토는 아니지만, 저 역시 이렇게 스핏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이런 사실을 키무라 타쿠야와 아카니시 진을 좋아하는 그는 전혀 모르고 있는데 말입니다.
어쨌든, ‥ 그가 좋아하는 일본의 연예인 목록에 키무타쿠와 아카니시 진 등에 이어 스핏츠도 포함되면 좋겠네요. ^^a
● オーバー・タイム 8회 동영상 추출에 도움을 주신 moonsnow님깨 감사를 드립니다.
√ 동영상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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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5/13 12:14 | 스핏츠/RARITY | trackback (0) | reply (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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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 선택되지 않았던 우리들이지만 昨日まで選ばれなかった僕らでも |
ハイブリッド レインボウ Hybrid Rainbow 하이브리드 레인보우 |
친구들과 노래연습장에 놀러갔을 때의 그는 주로 김종국이나 sg워너비의 노래 등을 곧잘 부르곤 했습니다.
제가 아는 바로는, 그가 평소 좋아하는 노래가 김종국이나 sg워너비의 것이 아니라 서태지와 넬의 것이었지만,
아마 노래연습장의 한껏 고조되는 흐름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인지 서태지와 넬을 굳이 부르지 않는 듯 싶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그를 포함한 여러 친구들과 홍대입구역에서 만나서 저녁을 먹고 노래연습장에 갔을 때였습니다.
노래연습장에 들어온 지 한 시간쯤 지났을 때였나, 아무튼 그 때부터 그는 넬의 노래만 연달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검색 가능한 넬의 노래 거의 전부를 리모컨으로 예약하면서 제게 '오늘 넬 노래 다 부르고 가겠다'는 귀엣말을 하기도 했구요.
얼음 산책, Last Advice, 고양이, Stay 등 넬의 노래가 계속되었고 유령의 노래를 부를 때는 저를 쳐다보며 싱긋 웃기도 했습니다.
제가 그 노래, 넬의 여러 노래 중에서도 특히 그 유령의 노래를 좋아한다는 것을 그가 알기 때문이었지요.
그렇게 넬과 서태지가 잇달았던 그 날의 마지막 곡은, 함께 갔던 친구 누군가가 예약해 둔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였지만
반주가 흘러나오고 얼마 있지 않아 누군가「이건 아닌데?」라고 중얼거렸고 그러자 다들 주섬주섬 겉옷을 챙겨들기 시작했습니다.
결코 이등병의 편지 노랫말이 떠올라서가 아니라, 마치 그저 그 멜로디나 템포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라는 듯이.
친구들아 군대가면 편지 꼭 해다오
그대들과 즐거웠던 날들을 잊지않게 |
그도, 다른 친구들도 모두 마치 이등병의 편지 노랫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듯이, 그렇게 모른척 하며 노래연습장을 나섰습니다.
닭도리탕과 감자탕으로 시작해서 노래연습장으로 이어졌던 송별 모임은
영등포구청역 출구 앞에서 서로 씨익 웃고 돌아서는 것으로 마감되었습니다.
금요일 밤의 송별 모임과 월요일 오후 한시의 논산 육군훈련소 입소.
그 사이의 주말 이틀 동안 간간히 그와 문자메세지를 주고받기도 했습니다.
「뭐해?」,「머리, 깎았어?」, 같은.
그리고 드디어 월요일. |
ノンサン 陸軍訓練所 |
연병장 집합이 한 두 시간 정도 남겨두고, 다시 그와 이런저런 얘기를 뜨문뜨문 나누긴 했지만 그저 겉도는 얘기일 뿐이었습니다.
작별 인사는 다 마쳤지만 기차가 출발할 시간은 아직 남아있는 플랫폼에서의 떠나는 사람과 남아있는 사람의 느낌과 비슷한.
아무튼, 해도 그만이고 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얘기를 주고 받는 사이사이, 그도 나도 일없이 서로에게 자꾸 헛웃음만 날렸습니다.
Hybrid Rainbow
ほとんど沈んでるみたいな無人島
地球儀にのってない 名前もない
昨日は近くまで 希望の船が来たけど
僕らを迎えに来たんじゃない
太陽に見惚れて少しこげた
プリズムをはさんで 手を振ったけど
Can you feel?
Can you feel that hybrid rainbow?
昨日まで選ばれなかった僕らでも
明日を待ってる
ほとんどしぼんでる僕らの飛行船
地面をスレスレに浮かんでる
呼び方もとまどう色の姿
鳥達に容赦なくつつかれるだろう
Can you feel?
Can you feel that hybrid rainbow?
きっとまだ
限界なんてこんなもんじゃない
こんなんじゃない
Can you feel?
Can you feel that hybrid rainbow?
ここは途中なんだって信んじたい
I can feel
I can feel that hybrid rainbow
昨日まで選ばれなかった僕らでも
明日を持ってる | Hybrid Rainbow
거의 가라앉고 있는 듯한 무인도
지구본에 실려 있지도 않아 이름도 없어
어제는 근처까지 희망의 배가 왔지만
우리들을 맞이하러 왔던 건 아냐
넋을 잃고 태양을 바라보다 살짝 타버렸어
프리즘을 사이에 두고 손을 흔들었지만
Can you feel?
Can you feel that hybrid rainbow?
어제까지 선택되지 않았던 우리들이지만
내일을 기다리고 있어
거의 오그라들고 있는 우리들의 비행선
지면에 닿을락 말락 떠 있어
뭐라고 부를지도 갈피가 잡히지 않는 빛깔의 모양
새들은 사정없이 쪼아대겠지
Can you feel?
Can you feel that hybrid rainbow?
틀림없이 아직
한계 따위, 이런 게 아냐
괴로운 건 아냐
Can you feel?
Can you feel that hybrid rainbow?
여기는 도중이라고 믿고 싶어
I can feel
I can feel that hybrid rainbow
어제까지 선택되지 않았던 우리들이지만
내일을 기대하고 있어 |
The Pillows
LITTLE BUSTERS
1998-02-21
KICS-666
キングレコード
track 07
Hybrid Rainbow
The Pillows
Fool on the planet
2001-02-07
KICS-850
キングレコード
track 16
ハイブリッド レインボウ
|
노래연습장을 즐기는 그와는 달리, 저는 그와 함께 노래연습장에 몇 차례 가긴 했어도 제가 노래를 부르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런 저를 알기에 그도 저에게 노래를 권한 적이 그동안 한 번도 없었는데, 그 날만은 제게 '딱 한 곡만 해보라'고 졸라댔습니다.
노래를 잘 부르지도 못하는데다가 혼자서든 남들 앞에서든 노래를 부르는 것을 무척 싫어하는 저로서는 난감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제가 노래를 부르든 부르지 않든 그는 앞으로 당분간 저랑 그런 자리를 함께 할 수 없을텐데.
'듣기'는 좋아해도 '부르기'는 싫어하는 걸 뻔히 아는 그가 졸라대는데, 주말만 지나면 떠나야 할 그 금요일 밤에.
좋아하는 노래이긴 하지만 제가 The Pillows의 Hybrid Rainbow을 불러본 것은 그 금요일 밤이 처음이었습니다.
노래도 못하는데다가 불러보는 것도 처음이었으니 노랫말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어설픈 것은 당연했구요.
평소같으면 '간주점프' 버튼을 사용하는 그가 하필 어설픈 제 노래에서는 그 버튼도 누르지 않아서 약간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노래방 기기가 간주 부분을 들려줄 때 그는 저에게 '처음 듣는 노래인데 노래가 무척 마음에 든다'고 얘기하며 미소짓더군요.
그가 지내온 삶 중에서 지난 일 년 동안, 그 일 년 동안의 생활 중에서도 일정 부분에는 제가 곁에 서있었던 적도 있습니다.
제가 그의 삶 일부분에 무슨 대단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 결코 아니라, 말 그대로 그냥 곁에 서있기만 했다는 것이지만요.
곁에 서있으면서 잘못 느낀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의 이십대 초반을 The Pillows의 Hybrid Rainbow에 약간 기대어 말하자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없었던 건 물론, 무언가로부터도 '선택되지 않았던(選ばれなかった)'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최악의 경우까지는 아니겠지요. '한계 따위, 이런 게 아냐(限界なんてこんなもんじゃない)'라고 할 정도의 여유는 있었겠지요.
스물 한두 살의 청춘은 정말 '뭐라고 부를지도 갈피가 잡히지 않는 빛깔의 모양(呼び方もとまどう色の姿)'일지도 모릅니다.
'Rainbow'의 시절. 그러니까 그만큼 다양한 빛깔을 가지고 있는 시절. 하지만 'Hybrid'인 시절. 표준(?!)과는 다른 '하이브리드'.
이십대의 희망이라는 것은 하늘을 찌를 듯해야 할텐데, 그러기는 커녕 '지면에 닿을락 말락(地面をスレスレ)' 할 만큼 가라앉아버린 희망.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Hybrid Rainbow에서 The Pillows는 이렇게 외칩니다.
'여기는 도중이라고 믿고 싶다(ここは途中なんだって信んじたい)'고.
아울러 이렇게도 노래합니다.
'내일을 기다리고 있다(明日を待ってる)'고. 그리고 '내일을 기대하고 있다(明日を持ってる)'고.
'선택할 수도 없었던' 이십대 또는 '선택되지도 않았던' 이십대.
이십대의 시작이 설혹 그랬다 하더라도, 저는 그가 '지금'을 '도중(途中)'이라고 생각했으면 합니다.
지난 날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날들에 더 많은 선택, 더 바람직한 선택이 기다리고 있고,
군문(軍門)에 들어선 '지금'은, 그 선택을 만나기 전에 잠시 숨고르는 '도중(途中)'이라고 말입니다.
「Can you feel that hybrid rainbow?」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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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4/30 02:07 | 듣기 | trackback (0) | reply (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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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그를 만나러 가는 길 春、彼に会いに行く途中 |
요즘은 덜해졌지만 예전의 제 버릇 중에 하나로, 가위로 종이를 잘게 자르는 이상한 버릇이 있었습니다.
화가 난다든지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든지 아무튼 네거티브한 쪽의 감정 처리가 잘 되지 않을 때는,
마치 무로 채를 썰듯 가위를 들고 종이를 자르는 것이었지요. 둥둥 떠다니는 감정이 가라앉을 때까지.
저의 그런 모습을 본 적 있는 친구가 어느 날 제게 문서세단기(Paper Shredder)를 선물로 주더군요.
물론 그 선물을 받은 이후에도, 감정 정리를 위한 '명상의 시간'에는 여전히 가위를 사용해야 했지만, |
文書細断機 |
그 문서세단기는 저를 미소짓게 만들기도 해서 ^^a 가끔은 그걸 쳐다보는 것 만으로도 '감정의 모드 전환'이 가능하기도 한데요.
| 몇달 전 어느날 그 문서세단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불현듯 그걸 선물해준 친구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전화 통화 잠깐, 그리고 달려갔습니다. 제한 속도를 넘나들 듯 달려도 한시간 가까이 걸리는 그를 만나러.
함께 늦은 저녁식사를 하면서 그리고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아마 마석 가구단지 만큼 많지는 않겠지만, 여기도 이제 외국인 노동자들이 제법 많아.」
「과일같은 것도 인터넷으로 사먹어. 이제 엔간한 건 다 온라인으로 사. 그런지 제법 되었어」
「이렇게 밤에만 오지말고 언제 한 번 낮에 와 봐. 여기 경치, 아직까지는 괜찮거든.」 |
그러고 보면 그 때까지만 해도 그가 사는 곳에 제가 들릴 때면 그것은 언제나 한밤중이었습니다.
굳이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그랬던 것도 아니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늘상 한밤중에 가게 된 것 뿐인데,
낮에 와보라는 말을 듣고나니, 그를 찾아가는 길의 이미지는 늘 한밤중에 달리는 국도의 이미지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더군요.
언제적부터 친구였는지 떠올리려면 서로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로 오랜 친구인 그와는 참으로 많은 추억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와 함께 떠난 여러 번의 여행 중에서, 오래 전 겨울 경상북도 울진의 불영(佛影)계곡에 갔던 날들도 그런 추억 중의 하나입니다.
기차에 내려 불영계곡 어딘가에 들어설 무렵에는 해 넘어간지 오래라서 칠흙같이 깜깜한 길을 걸어 어느 산장에 도착했던 기억.
산장에서는 그 겨울에 손님이 있을 거라고 예상치 않았던지 미리 난방을 해둔 객실이 없었고 (그날 투숙객은 저희들 뿐이었습니다)
게다가 장작을 때서 온돌을 데우는 식의 난방이라, 방에다 배낭만 부려놓고는 아궁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 직접 불을 지폈습니다.
그 다음날 들렸던 불영사(佛影寺)도 지금은 기억에 남아있지 않고, 부석사(浮石寺)에 갔던 것이 그 여행에서였는지 헷갈리기조차 합니다.
그러나 지금도 분명한 것은, 아궁이 안에서 벌겋게 타오르던 장작더미들과 말그대로 밤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던' 별들, 별들입니다.
벌겋게 노랗게 타오르는 불길을 보며 그 넘실거리는 불꽃에 황홀하다는 느낌까지 받으며 얼굴은 익을 듯 뜨거워지는데
그러는 한편 살을 에이는 추위로 견디기 어려워질 정도로 차가워진 등짝을 데우고자 몸을 돌려 아궁이를 등지고 밤하늘을 마주했을 때
계곡과 산과 밤하늘의 경계를 알 수 없을 만큼 칠흑같이 까만 밤, 그 밤하늘에 쏟아부어놓은 듯 흩뿌려진 별들, ☆ 별들. ☆
쏟아부은 듯 그렇게 많은 별들을 본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고, 그 때 이후 지금까지도 그 만큼의 별들을 본 적은 없습니다.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환히 밝혀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이런 시대에 있어서 모든 것은 새로우면서도 친숙하며, 또 모험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결국은 자신의 소유로 되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는 무한히 광대하지만 마치 자기 집에 있는 것처럼 아늑한데, 왜냐하면 영혼 속에서 타오르는 불꽃들은 별들이 발하고 있는 빛과 본질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세계와 자아, 천공의 불빛과 내면의 불빛은 서로 뚜렷이 구분되지만 서로에 대해 결코 낯설어지는 법이 없다.
∼ 게오르그 루카치(Georg Lukacs)의 소설의 이론(Die Theorie des Romans)
심설당 간행. 반성완 역. 1985(1998 중판) p.25 중에서 | |
불영계곡 어느 산장의 아궁이에서 타오르던 장작불 앞에서 마치 배화교(拜火敎)의 신도라도 된 듯 황홀감에 빠졌던 그 때‥,
사위(四圍)의 경계도 알 수 없이 까만 밤, 밤하늘에 쏟아부어놓은 듯 흩뿌려진 별들에 입을 다물지 못했던 그 때‥,
저는 알 수 없었습니다. 함께 장작불과 별을 바라보던 그 친구도 아마 알 수 없었을 겁니다.
'영혼 속에서 타오르는 불꽃'이 우리들에게도 분명히 있었을 바로 그 때 그 시절이
'모든 것은 새로우면서도 친숙하며, 또 모험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결국은 자신의 소유로 되는' 나날이었다는 것을.
La Nuit Etoilee a Saint-Remy | 장작불과 쏟아지는 별들을 바라보던 그 때로부터 시간 아니 세월이 한참 지나버린 지금,
그것들을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것처럼‥ '타오르는 불꽃'같은 것도 제 마음 속에서 만나기는 힘듭니다.
스핏츠(スピッツ)의 노래, スターゲイザー(스타게이저, Stargazer)의 한 구절과 같은 세상에서,
이를테면 그저 '올바르게 꾸며진 세계에서(正しく飾られた世界で)'
누군가의 기준에 맞추어 '올바르게(!)' 꾸며진 이 세계에 제가 어울리지 않는 듯 하다 싶어지면
새로움도 모험도 저 스스로 먼저 슬그머니 피하면서 이 세계의 경계 밖에 발 내딛기를 두려워 합니다. |
며칠 전, 앞서 얘기한 그 친구와 또 한 차례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를 만나러 갔습니다.
그는 대학에서의 전공이 동양화였지만 사회에 나온 지금은 화선지 대신에 얼굴에 붓질을 하는 분장사인데요.
최근 한두달 일거리가 없는 틈에 자동차 튜닝 등 전기와 관련된 DIY를 새로운 취미로 삼았다는데
취미를 위해 장만한 각종 장비는 마치 건축 현장에서 작업하는 전기공의 그것을 방불케 했습니다.
LED 램프 제작 과정을 설명하면서 저항, 회로 등의 단어들을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그가 신기하기도 했고
그가 만든 '평활회로(平滑回路)장치'라는 것이 뭔지 잘 이해가 안되어서 머리를 갸웃거리기도 했습니다. |
CYCLE HIT 1997-2005 |
「뒷 범퍼 쪽에 카메라를 부착해볼까 해. 센서? 아, 그런 건 많지. 하지만 그것보다 카메라말이야. 어때? 괜찮지 않아?」
「난 아무 것도 아냐. 자동차 튜닝 DIY 동호회 들어가보면, 장난 아냐. 트레이 방식으로 노트북을 매립하는 사람도 있더라니까.」
「일? 있으면 좋긴 하지만, 뭐‥ 없으면 없는대로 가는 거지 뭐. 안달복달한다고 해서 없던 일거리가 갑자기 생기는 것도 아니니까.」
「일없으니까 살찌드라. 이거 아니다 싶어서 먹는 양을 무조건 반으로 줄였어. 그랬더니 한달 만에 3kg 빠지드라구.」
주민등록 주소에 '구'나 동'이 아니라 '읍'이나 '리' 등의 지명이 들어가는 곳으로 그가 이사 들어간 이후,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은 언제나 한밤중이었으나,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함께 점심으로 칼국수를 먹으면서, 요즘 들어 바꾸었다는 그의 커피 취향을 같이 즐기면서,
주차장에서 그의 최근 취미 생활을 구경하면서, 그렇게 오랜 만에 그와 함께 보낸 시간.
그 쯤에서 멈추기는 아쉬웠지만 다음에 또 만나기로 하고 해지기 전에 그 곳을 떠났습니다.
서울로 들어올 즈음, 해질 녘의 한강변 풍경을 보고 '아.. 좋다' 하는 순간, 아차 싶었습니다.
그가 얘기했던 그 동네의 풍경을 느긋하게 본다는 걸 그만 깜박 잊고 서둘러 서울을 향했기 때문입니다. |
スターゲイザー |
며칠 전부터 서울은 벚꽃축제 기간입니다. 개나리는 활짝 피었고 길가 여기저기 벚꽃으로 화사함이 가득합니다.
사실 저는 벚꽃이 필 때보다는 벚꽃이 질 때가 더 좋습니다. 불어오는 봄바람에 마치 비오듯 흩날리는 꽃잎의 풍경을 좋아해서지요.
또 벚꽃이 질 때가 더 좋은 또다른 이유 하나는 그 즈음에 되어서야 비로소 나무들이 초록빛을 제대로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벚꽃이 만개했어도 몇몇 다른 나무들은 아직 앙상하게 가지만 남아있으면 아직 봄이 오지 않은 듯한 느낌이 들잖아요.)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벚꽃이 질 때, 그리고 나무들이 모두 초록으로 충만해질 때 그에게 한번 더 가볼까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깜박 잊고 눈여겨 보지 못했던 그 동네 풍경도 즐기고, 순대국밥도 먹으면서 저녁 늦게까지 놀다가 와야겠습니다.
色色衣 | 遠く 遠く 果てしなく続く 道の上から
멀리 멀리 끝없이 이어지는 길 위에서
強い 思い あの光まで 届いてほしい
격한 마음 저 빛까지 닿았으면 좋겠네
ひとりぼっちがせつない夜 星を探してる
외톨이가 견딜 수 없는 밤 별을 찾고 있어
明日 君がいなきゃ 困る 困る
내일 네가 없으면 곤란해 곤란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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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핏츠의 スターゲイザー(스타게이저, Stargazer) 수록 음반 리스트.
2004년 1월 21일 발매 싱글 スターゲイザー(스타게이저, Stargazer).
2004년 3월 17일 발매 앨범 色色衣(이어붙여 기운 옷, Iroiro Goromo).
2006년 3월 25일 발매 앨범 CYCLE HIT 1997-2005.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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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4/09 00:34 | 스핏츠/SINGLE | trackback (0) | reply (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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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로 하지 않고「매트릭스」1편만이었다면‥ シリーズとせずに「マトリックス」1作のみだったら・・ |
マトリックス・トリロジーThe Matrix Trilogy 매트릭스 삼부작 |
오래 전 Francis Ford Coppola 감독의 대부 3(Mario Puzo's The Godfather Part III)이 개봉되었을 때
그 전편인 대부(Mario Puzo's The Godfather), 대부 2(Mario Puzo's The Godfather Part II)를
연대기 순으로 재편집하여 A, B, C, D로 나눈 네 권짜리 비디오 타이틀 대부가 출시된 적이 있었습니다.
대부 3의 개봉이 그 전편인 대부와 대부 2 이후 이십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시점에서 이루어졌던 것이어서
3편 개봉 시점의 관객들 중에서 오래 전에 1편과 2편을 봤던 사람들에게는 새롭게 전편들을 상기시켜주고
전편들을 보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는 3편의 감상에 도움말을 제공해주는 비디오이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영화관에서 개봉했었던 대부와 대부 2는 그것 만으로 이미 두 편 모두 각각 명작 반열에 들어섰고
서로 연관된 내용이라해도 각각 다른 영화를 그런 식의 재편집하는 것은 원작을 훼손하는 것이기도 해서,
그렇게 '쉽게 가는' 판본이 굳이 출시되는 이유는 애들이라도 짐작할 만큼 뻔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
The Matrix |
The Matrix Reloaded | 1, 2편을 묶어서 연대기 순으로 재편집했기 때문에 원래의 편집에서 비롯된 템포와 사건의 긴박감,
그리고 감정의 고조 같은 것이 느슨해지거나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것이긴 했는데, 그런데‥,
'대부'라는 것이 하나의 장르로 여겨질 만큼 1편은 물론 속편 격인 2편도 명작이어서 그런지
시간 순서로 재편집되어 TV드라마같았다 할지라도 다시 한번 감동을 받을 만한 '새로운' 판본이었습니다.
헌데 대부 A부터 대부 D까지를 한 번에 다 보려면 무려 여섯 시간이 넘게 걸리는 '큰 일'이라서
아무런 약속이 잡혀있지 않는 어느 주말의 토요일을 골라서, 그러니까 '날을 잡아서' 봐야 했습니다.
그렇게 정말 밤이 새도록 보고난 다음 동틀 무렵의 창밖 풍경을 내다보는 느낌이란. ^^
그렇게 날을 잡아서 '시리즈' 영화를 다시 한번 연이어서 보는 그런 경험을, 최근에 또 했더랬습니다. |
매트릭스(The Matrix), 매트릭스 - 리로디드(The Matrix Reloaded) 그리고 매트릭스 - 레볼루션(The Matrix Revolutions).
오래 전 영화관에서 봤을 때도 그랬지만 최근 DVD로 다시 보고나서도 그런 느낌이 오더군요.
'첫번째' 매트릭스는 역시 명작, SF라는 장르를 넘어서는 명작이라는 느낌 말입니다.
네오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잠깐 화면에 잡히는 바람에 '매트릭스' 이야기가 나오면 꼭 언급되는 책인,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의 시뮬라시옹(Simualtion)을 저는 읽어본 적이 없고
(그러니까 당연하게) 그때나 지금이나 '시뮬라크르(Simulacra)'같은 개념도 저는 알지 못하지만
'첫번째' 매트릭스를 다시 보면서 '철학적 사유를 요구하는 영화'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느꼈다는 것일 뿐, '첫번째' 매트릭스를 보면서 제 머릿속에 두서없이 떠오른 것은
기독교적 세계관에서의 메시아 개념과 장자(莊子)에 나오는 호접지몽(胡蝶之夢) 정도일 뿐,
Wachowski 형제가 보여주고자 하는 상징과 은유들을 한두 번 만에 명확히 알아내기는 어렵더군요. |
The Matrix Revolutions |
하지만 매트릭스 - 리로디드 그리고 매트릭스 - 레볼루션을 보고나서는, '어어, 이건‥ 아닌데' 싶었습니다.
헐리우드의 수많은 액션 영화를 통해 이제 익숙해졌기에 엔간한 수준의 카 체이스에는 무덤덤한 정도까지 되어버렸지만,
매트릭스 - 리로디드의 고속도로 추격 씬은 그야말로 박진감 그 자체여서 저 역시 다시 보는 그 장면에서 감탄을 하게 되고,
매트릭스 - 레볼루션에서의 빗속 결투 씬 등 2, 3편의 화려한 CG와 특수효과는 매트릭스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2, 3편이 그 화려한 액션과 CG, 특수효과로 관객의 눈을 즐겁게 했지만, 한편 '첫번째' 매트릭스의 심오함은 간 곳 없었습니다.
게다가 비밀결사 리더같던 분위기의 모피어스가 2, 3편에서는 마치 스타워즈에서의 공화국 소속 장군과 같이 되어버린 생뚱맞음.
결국 1편에 비하여 볼거리는 많아도 '이야기'는 엉성한 2, 3편이라 (특히 3편!), 다시 생각해봐도 '역시, 이건‥ 아닌데' 였습니다.
화려한 볼거리에 버금가는 이야기 구조를 2, 3편이 가졌더라면 정말 세 편 모두 명작이 되었을 매트릭스 삼부작일텐데‥.
아마 영화에서는 최초로 복제인간(replicants)에게 인성(人性)을 부여했던 명작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가 연상되듯,
매트릭스 2편에서 프로그램(!)인 스미스 요원에게 인성이 생겨나는 것이나 (비록 선한 면이 아닌 악한 면의 인성이 생기는 것이지만)
매트릭스 2, 3편의 시대적 배경에서는 세계의 중심이 인간이 아니고 기계이며 (그래서 인간들에게 여기가 디스토피아적 세계든 어쨌든)
인간은 열등한 존재로 기계와 공생하는, 아니 '간신히' 기계에 기생하여 존재하는 바이러스와 같은 존재일 수도 있다는 세계관이나
세계의 창조와 소멸 조차도 '설계자'가 몇번에 걸쳐 해본 예정조화(豫定調和)의 '가벼운 시도'에 불과하다는 것 등,
그 이야기 구조를 좀더 정밀하게 짰더라면 1편 못지않는 아니 능가하는 2, 3편이 만들어졌을 거라는 생각에‥, 아쉽습니다.
더구나 매트릭스 3편의 끝에 가서는 기계신(機械神, 데우스 엑스 마키나, deus ex machina)이란 존재까지 내세울 것이면서‥
매트릭스 2편과 3편의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는 왜 그리도 허술했는지.
뭐랄까, 1편에서처럼 2, 3편에서도 SF영화의 새로운 룰을 만들 수 있는 이야기를 안에 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도 CG와 특수효과의 화려함만 부각되고 '이야기'는 제대로 풀어보지도 못한 채 엔딩을 향해 달린 영화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언젠가 친구들과 두서없이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에 매트릭스 이야기가 나왔던 적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 도중, 한 때 공학도이기도 했던 한 친구가 이런 얘기를 해주더군요.
영화 매트릭스에서 기계에 사육당하는 인간의 가상현실 프로그램인 '매트릭스'라는 단어의 뜻을 대하여
흔히 '자궁(子宮)'이라고 말하는데 (네오가 인큐베이터에서 깨어나는 장면에서 '자궁'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수학 용어인 '행렬(行列, matrix)'로도 이해된다면 영화 매트릭스에 대한 이해가 더 넓어진다, 고. |
行列式 |
하지만 수학이라면 어릴 때부터 젬병이었던 저로서는‥, 이를테면 행렬이론, 벡터공간, 선형대수학, 프랙탈(fractal) 등‥.
그런 종류의 단어는 듣기만 해도, 시쳇말로 '토(吐)나올 것' 같아서, 영화 매트릭스에 대한 이해는 그저 이쯤에서 멈춥니다.
시간이 되면 어느 주말에 또 한두 번 정도 날을 더 잡아서는, 작정하고 밤을 샐까‥, 생각 중입니다.
시리즈로 된 영화로는 매트릭스 말고도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도 있고 해리 포터(Harry Potter)도 있어서요. |
| 2007/03/11 15:17 | 보기 | trackback (0) | reply (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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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애국자라고? 僕が愛国者‥って? |
ⅰ
제가 구독하고 있는 '종이' 신문은 중앙 일간지 둘 그리고 경제지 하나 이렇게 모두 세 부가 되기 때문에
헤드라인을 중심으로 대충 본다 해도 신문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었을 때는 자칫 아침 나절이 다 지나간 뒤가 되기 일쑤입니다.
게다가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서도 포털 싸이트 메인 페이지에 간추려져 있는 몇몇 뉴스도 서넛 정도는 결국 클릭하게 되니..
드러내놓고 가타부타 말을 안한다 뿐이지, 이런 저런 세상사에 무심한 듯 지내기가 저로서는 애시당초 글러먹은 일입니다.
그런 세상사 중에서 짜증나는 정치 이야기나 우울해지는 경제 이야기는 제쳐두고 대중문화 기사를 떠올려 보자면,
아침 나절 화장실에서 펼쳐든 신문에서 그리고 포털 싸이트로 중계되는 뉴스를 통해 제가 접한 것들 중에는 이런 것들이 있더군요.
● 2007년 2월 12일자 조선일보에 게재된 박진영의 칼럼 <내가 애국자라고?> 바로가기
● 2007년 2월 13일자 마이데일리의 기사 <신해철 "동방신기 노래는 좋은데..."> 바로가기
예나 지금이나 박진영의 음악은 저의 취향과는 맞지 않아서 아쉽게도 그의 음반은 제게 한 장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 칼럼을 통한 그의 발언에는 100% 동의하게 되더군요. (저와는 다른 의견을 가진 분들도 많겠지만.)
꼭 한국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하면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다만 난 ‘우리나라 문화 알리기’보다는 ‘이웃나라와 친해지기’에 더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사실 저는 아이돌 취향의 보이 밴드의 음악에는 소극적으로 조차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 편견을 가지고 있긴 합니다만
(그것이 '노란' 풍선이든 '빨간' 풍선이든) 저도 다섯손가락의 오리지날보다 동방신기의 리메이크 버전이 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도 동방신기 자체보다는 풍선의 편곡 쪽에 무게 중심을 둔 호감이니까‥, 제 편견은 아직까지는 어쩔 수 없는 것인 듯 싶네요.)
어쨌든 동방신기가 우리 대중음악 씬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할 때, 신해철의 발언에는 저도 공감하는 바가 상당합니다.
오로지 소녀들을 위한 비주얼 ‥ 나도 너희 노래가 좋고 너네 팬이 될 준비가 됐는데 이렇게 다 내쳐야겠느냐는 생각을 했다. |
ⅱ
雪の華
のびた人陰を 舗道にならべ
夕闇のなかをキミと歩いてる
手をつないでいつまでもずっと
そばにいれたなら泣けちゃうくらい
風が冷たくなって
冬の匂いがした
そろそろこの街に
キミと近付ける季節がくる
今年、最初の雪の華を
2人寄り添って
眺めているこの瞬間に
シアワセがあふれだす
甘えとか弱さじゃない
ただ、キミを愛してる
心からそう思った
キミがいると どんなことでも
乗りきれるような気持ちになってる
こんな日々がいつまでもきっと
続いてくことを祈っているよ
風が窓を揺らした
夜は揺り起こして
どんな悲しいことも
ボクが笑顔へと変えてあげる
舞い落ちてきた雪の華が
窓の外ずっと
降りやむことを知らずに
ボクらの街を染める
誰かのためになにかを
したいと思えるのが
愛ということを知った
もし、キミを失ったとしたなら
星になってキミを照らすだろう
笑顔も涙に濡れてる夜も
いつもいつでもそばにいるよ
今年、最初の雪の華を
2人寄り添って
眺めているこの瞬間に
シアワセがあふれだす
甘えとか弱さじゃない
ただ、キミとずっと
このまま一緒にいたい
素直にそう思える
この街に降り積もってく
真っ白な雪の華
2人の胸にそっと想い出を描くよ
これからもキミとずっと… | 눈의 꽃
길어진 그림자를 길에 드리운 채
땅거미가 진 어둠 속을 너와 걷고 있어
손을 잡고 언제까지라도 계속
옆에 있을 수 있다니 눈물이 날 것만 같아
바람이 차가워지며
겨울 냄새가 났어
슬슬 이 거리에
너와 가까워진 계절이 오네
올해 첫 눈꽃을
둘이 가까이 붙어서
바라보고 있는 이 순간
행복이 넘쳐나네
어리광이나 약한 게 아냐
오직 너를 사랑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어
그대가 있으면 어떤 일이라도
헤쳐 나갈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들어
이런 날들이 언제까지라도 반드시
계속되기를 기도하고 있어
바람이 창문을 흔들었어
밤을 흔들어 깨우고
아무리 슬픈 일이라도
내가 미소로 바꿔줄 거야
흩날리며 내려온 눈꽃이
창 밖에 계속
쌓이는 걸 모른 채
우리의 거리를 물들인다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게
사랑이란 것도 알았어
만약 너를 잃게 된다면
밤하늘 별이 되어 너를 비출 거야
웃는 얼굴도 눈물에 젖은 밤에도
언제나 언제까지라도 옆에 있을게
올해 첫 눈꽃을
둘이 가까이 붙어서
바라보고 있는 이 순간
행복이 넘쳐나네
이리광이나 약한 게 아냐
그저 너와 줄곧
이대로 함께 있고 싶다고
솔직히 그렇게 느껴져
이 거리에 쌓여가는
새하얀 눈꽃
두 사람의 가슴에 살며시 추억을 그린다
앞으로도 너와 계속.. |
徳永英明
VOCALIST 2
2006-08-30
UMCK1212
Kitty Mercury
雪の華 01
いい日旅立ち 02
あの日にかえりたい 03
未来予想図Ⅱ 04
かもめはかもめ 05
セカンド・ラブ 06
シングル・アゲイン 07
あなた 08
恋人よ 09
なごり雪 10
M 11
瞳はダイアモンド 12
For You… 13 |
미안하다 사랑한다 | 2004년 겨울 KBS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삽입곡이었던, 박효신의 눈의 꽃으로 잘 알려진 곡인데
원곡은 나카시마 미카(中島美嘉)가 부른, 같은 제목의 노래 雪の華(Yuki no Hana, 눈의 꽃)입니다.
취향에 따라서 어떤 사람은 '역시 나카시마 미카의 오리지날이 제일이야!'라고 할 것이고
한편 박효신의 독특한 음색이 자아내는 분위기로 듣는 눈의 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텐데요.
나카시마 미카의 원곡과 박효신의 번안곡 중에 어느 곡이 더 좋은가요? 또는, 자신의 취향에 맞나요?
제 취향으로는 박효신은 음색이 조금 부담스럽고 나카시마 미카는 뭐랄까, '깊이'를 느끼기 힘듭니다. |
제가 이 노래 雪の華를 처음 들었을 때는 그것이 나카시마 미카의 오리지날이었고 그 이후 박효신의 것도 접했지만,
둘 다 어딘가 길을 걷다가 또는 카페에서 들려오는 것으로 스치듯 들었을 뿐 굳이 찾아서 들을 만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니까 일본의 원곡이든 우리네 번안곡이든 굳이 음반을 구입할 만큼은 아니었다는 것이지요. 적어도 제게는.
이 곡이 괜찮게 들리기 시작한 것은, 토쿠나가 히데아키(徳永英明)가 리메이크한 버전의 雪の華를 듣고나서부터입니다.
VOCALIST |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 9월에 이승기가 여성 뮤지션의 노래만 리메이크한 앨범을 발매한 적이 있지요.
일본의 경우에도 그런 앨범은 발매된 적이 있는데 이를테면 토쿠나가 히데아키의 앨범이 그렇습니다.
그는 2005년 9월에 원곡의 보컬이 여성이었던 노래만 리메이크한 커버 앨범 VOCALIST를 발매했는데
Dreams Come True의 명곡 Love Love Love를 비롯한 13곡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앨범은 그 해 일본골든디스크대상「기획 앨범 오브 더 이어」를 수상하는 등 호평을 받게 되고
이후 2006년 8월 토쿠나가 히데아키는 같은 형식의 커버 앨범 VOCALIST 2도 발매합니다. |
VOCALIST 2의 수록곡을 보면 10대, 20대가 좋아할 나카시마 미카의 雪の華를 첫번째 트랙으로 하여,
30대와 40대의 추억을 건드릴 이츠와 마유미(五輪真弓)의 恋人よ(Koibitoyo, 연인이여), (이 곡도 우리나라에 번안된 적이 있지요)
우리나라 같으면 최진희나 김수희 스타일의 성인 가요 분위기인 타카하시 마리코(高橋真梨子)의 For You… 등,
원곡부터 그 분위기가 다양한 곡들을 선곡한 커버 앨범인데
피아노와 기타의 어쿠스틱 사운드를 중심으로 한 사카모토 마사유키(坂本昌之)의 유려한 편곡을 통해서,
원곡 못지않는 恋人よ를, 또는 새로운 해석의 For You…를, 또는 원곡을 넘어서는 雪の華를 들려줍니다.
('원곡을 넘어선다'는 것은 순전히 제 개인적 판단에 불과하니 나카시마 미카의 팬들께서는 괘념치 마시기를.)
즉, 이 앨범은 앞서의 VOCALIST와 함께 둘다 남녀노소 누구든지 좋아하게끔 기획된 리메이크 앨범인 것이지요.
그런 기획 의도가 맞아 떨어졌는지 오리콘 차트에 VOCALIST는 5위, VOCALIST 2는 3위까지 올랐다고 합니다.
ⅲ
'종이' 신문의 기사든 인터넷의 뉴스든 읽다보면 고개를 끄덕일 만큼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반면에 '왜들 그러지?'하는 생각에 짜증이 밀려오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이런 경우가 더 많은 듯 해요.)
예를 들자면, 정부가 '한(韓)스타일 종합 육성 계획'같은 것을 마련했다는 기사같은 것입니다.
● 2007년 2월 16일자 중앙일보의 기사 <`한스타일`로 한류 잇는다> 바로가기 |
HAN STYLE
KOREA THE SENSE |
대중음악, TV드라마 등은 물론 비보이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대중문화가 '한류'라는 이름으로 다른 나라로 뻗어나가는 걸 보고는,
정부가 나서서 (그것도 10개 정부부처가 함께) 한식, 한복, 한옥 등 전통문화 컨텐트로 신(新)한류를 육성한다는 것이 골자인데
정부의 그러한 의도, 당초의 전략, 기획의 긍정적인 측면 등이 이해될 듯 하면서도, 그 진행과 결과에는 고개가 갸웃거려질 듯 싶어서요.
'한복 홍보대사 선정'이라는 전시행정의 표본같은 것이 주요 계획 중 하나인 걸 보면 짜증이 곧바로 올라옵니다.
'문화'가 잘 성숙될 수 있도록 잘못된 법령을 고치고 인프라 구축에 힘쓰는 등 정부는 그저 조용히 뒤에서 도와주면 되는 것이지,
브랜드인지 로고인지 몰라도 한스타일이라는 것까지 만들어가면서 정부가 앞장서서 나대는 행태를 보면 짜증이 납니다.
6대 고유 문화 열몇개 분야에 또 각각 무슨 위원회니 뭐니 만들고 거기 월급 주고 어쩌구 하다보면,
5년간 2700억원의 예산 중에서 해당 컨텐트 육성에 실제적으로 투입되는 돈이 과연 얼마나 될까‥, 고개를 가로 젓게 되구요.
그동안 스스로 자리를 마련해나간 '대중문화'에 슬그머니 '전통문화'를 업혀서 '쉽게' 가려는 정부의 편의적 태도에도 짜증나고
'휴대전화 벨소리 등에 필요한 국악음악 개발'과 같은 구체적인 계획을 '굳이' 정부가 해대니‥, 전통문화의 모양새도 서글픕니다
잠깐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곱씹어보는 박진영의 칼럼.
다른 나라에서 한류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몰라도 우리가 우리 대중문화에 꼭 한류라는 말로 태극마크를 붙일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그것을 우리나라의 자랑, 우리 민족의 자긍심 고취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일까? |
ⅳ
며칠 전 백화점에 잠시 들렸다가 '신학기 중고교 학생복 대전' 이라는 행사 광고 입간판을 보게 되었는데요.
스마트는 동방신기, 엘리트는 SS501 그리고 아이비클럽은 슈퍼주니어를 광고 모델로 삼았더군요.
문득 앞서의 그 기사, 동방신기와 관련된 마이데일리의 그 기사가 떠올랐습니다.
단순히 1980년대 추억의 노래를 리메이크한다고 팬 층의 확장이 자연스레 이뤄지지는 않는다.
노래를 제외한 다른 콘셉트는 철저하게 10대 팬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
그리고 제가 동방신기 각 멤버의 얼굴과 이름을 바르게 연결짓지 못한다는 것도 깨달았으며
SS501은, 그동안 김형준의 얼굴에 엉뚱하게 김현중의 이름을 떠올려왔다는 것도 뒤늦게 알았습니다.
이들에 대한 저의 관심이 이 정도 밖에 되질 않았으니 뭐‥, 슈퍼주니어야 더 말할 것도 없겠지요. |
동방신기 스마트
SS501 엘리트 |
아무튼‥ 박진영의 칼럼, 동방신기에 대한 기사를 접하면서 마주하게 된 한류, 민족, 리메이크 등의 단어들은
대중문화 생산자가 겨냥하는 소비계층, 그리고 그 소비계층의 확산 등 경제학적 측면에서의 대중문화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게 하고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념들은 박진영이나 동방신기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토쿠나가 히데아키의 雪の華 커버를 듣게 만드네요.
ⅴ
● 徳永英明의 또다른 노래가 있는 myspitz story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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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2/17 04:07 | 듣기 | trackback (0) | reply (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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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손을 잡고 있던 것도 꿈같은 게 아니잖아 君と手をつないでいたことも 夢なんかじゃない |
ⅰ
혼마는 산책하기 싫어하는 개처럼 내 뒤를 따라 걸었다. 별을 올려다보며 '아, 또 이러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혼마가 인사불성이 되어 잠이 들면 좋으련만. 그렇게 되면 섹스를 하지 않아도 될텐데, 라고 생각했다. 왜 혼마에게만 이런 마음이 드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누구하고나 해버린다. 좋고 싫고는 별로 상관없다. 외로워서 그러는 게 아니다. 망설이지 않는다. 서로의 거리를 재면서 힘들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보다 그냥 자버리는 편이 자연스럽고 편하다. 술을 마시고 적당히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할래?'라고 한마디 물으면 거절하는 남자는 여간해서는 없다. 하지만 해버리면 그걸로 끝이다. 그래서 내 주변에서는 남자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감춘다. 그건 빵을 굽는 것만큼 단순한 일이다. 이유도 명목도 없다. 납작한 토스트는 먹어치우면 정말로 아무 것도 남지 않으니까.
∼ 이토야마 아키코(絲山秋子)의 소설 잇츠 온리 토크(イッツ・オンリー・トーク) 中에서. |
イッツ・オンリー・トーク |
얼마 전 김천∼여주 구간의 45번 중부내륙고속도로에 있는 어느 휴게소에 들렸더니, 뜬금없이 그런 곳에서 도서 할인 판매.
3,000원 '균일가'로 파는 책들 중에 소설책 한 권을 골랐다. 책 뒷면을 보니 정가는 9,500원에 2006년 4월 15일 초판 1쇄 발행.
그것이 이토야마 아키코의 소설집 잇츠 온리 토크. 수록 작품은 중편소설 두 편. 잇츠 온리 토크 그리고 일곱 번째 장애물(第七障害).
한줄 요약 : 괜찮기는 한데, 뭐랄까‥, 가볍다. (요즘 서점에 쏟아져 나오는 일본소설의 특징 중 하나?)
ⅱ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그거, 원래 제목이 뭔지 혹시 알아?」
「그‥, 무슨 실화, 일본 여자 말이지? 잠시만. 인터넷으로 찾아봐 줄게. 그런데 그건 갑자기 왜?」
「으응, 여기 교보문고에 와 있는데, 그거 일본책으로 사려구. 그거 읽어 봤어?」
「아니. 그런 종류는 취향이 아니라서. 찾았다! 오오히라 미츠요(大平光代)의 だから、あなたも生きぬいて. 우리말 제목이랑 똑같네.」
전화를 끊고는 잠시 후 문자메세지를 보냈다.「그걸 일본어로 읽는 거야? 부럽다 ^^」(그런 능력이 내겐 없으니까, 정말 부럽다.)
ⅲ
Casino Royale |
Munich |
The Departed |
Babel |
Me and You and
Everyone We Know |
자리를 깔고 누울 만큼 아픈 건 아니지만 감기 기운이 있어 조심하다보니 요즈음 집에서 쉬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렇게 컨디션이 좋지 못할 때는 아무래도 책 읽는 것 보다는 DVD를 본다거나 하는 것이 편하다.
그래서 그런가? 몸살 기운으로 상태가 좋지 못하면서도 영화는 5편이나 봤다. 거의 매일 한 편은 본 셈이다.
새로운 '제임스 본드'로 Daniel Craig가 출연한, Martin Campbell 감독의
007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
007 영화는 그것 자체가 하나의 장르로 여겨질 정도였는데, 이번 007 카지노 로얄에서는 그런 느낌이 없다. 그건 그렇고, 재미있다.
그러니까 이전의 '본드'가 가진 이미지를 좋아했든 싫어했든,「이거, 007 맞아?」할 정도로 달라졌다는 거다. 그리고 재미있고.
Steven Spielberg 감독의 영화라고 하길래 '기본 이상의 무엇'은 있을 거라고 기대하며 본 뮌헨(Munich).
인상적인 장면. 주인공 스스로도 테러의 위협을 느껴 침대 매트를 뜯어보고 전화기를 분해하는 장면.
그런 장면을 분명히 다른 영화에서 본 적이 있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지금 머릿속에서 그 장면이 그려지기까지 하는데.
게다가, 엔드 크레딧에서 Daniel Craig 이름이 나오는 걸 보고는,「어? 언제 나왔지?」싶었다.
하루 전날 봤던 영화가 007 카지노 로얄이었는데, 스스로 기가 찰 노릇. 이거‥, 왜 이렇지?
사람마다 틀리겠지만, 나는 Martin Scorsese가 리메이크한 디파티드(The Departed)보다 원작 영화 무간도(無間道)가 낫다.
지켜야 하는데도 흔들리고 스스로도 알 수 없어지는 정체성을 서로 다른 모습으로 보여주는 두 인물을 극명하게 묘사했던 무간도에 비해,
디파티드에서는 그런 것은 찾을 길 없고 오직 Jack Nicholson만 남는다. Martin Scorsese가 그것에 촛점을 맞추었다면 할 말 없고.
Brad Pitt는 앞서의 디파티드를 제작하기도 했는데, 그가 주연한 바벨(Babel)을 연이어 봤다.
감동 먹었다. 그래서 영화를 다보고 뒤져보니 감독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Alejandro Gonzalez Inarritu).
아아.. 몇 년전에 감동먹었던 영화 21그램(21 Grams)의 감독. 역시. 바벨, 가슴이 먹먹해진 영화.
Miranda July 라는 낯선 이름의 감독이 만든 영화, 미 앤 유 앤 에브리원(Me And You And Everyone We Know).
그녀는 이 영화에서 비디오 아티스트라는 캐릭터로 연기를 하기도 하는데, 언젠가 훗날 대단한 감독이 될 수도 있을 듯.
혹시 Steve Buscemi가 출연했던 영화, 판타스틱 소녀 백서(Ghost World)같은 영화가 좋았다는 사람이 있다면, 강추.
아, Jim Jarmusch의 브로큰 플라워(Broken Flowers)같은 영화가 취향인 사람이라면 그런 경우에도 역시, 강추.
ⅳ
声
その声が届かない
場所まで僕は 来てしまった
君の手が届かない
場所まで僕は 来てしまった
誰も来る事のない
場所から僕は 願っている
華やいだ あの季節のような
場所から僕は 願っている
大声で 大声で 汗は もう
冷えてしまった 汗は もう
あの日 あの場所で
起こったことは 夢じゃない
君と手をつないでいたことも
夢じゃない 夢じゃない
夢じゃない 夢じゃない
夢なんかじゃない | 목소리
그 목소리가 닿지 않는
곳까지 나는 와 버렸어
너의 손이 닿지 않는
곳까지 나는 와 버렸어
아무도 오는 일이 없는
곳에서 나는 바라고 있어
화려해진 그 계절과 같은
곳에서 나는 바라고 있어
큰 목소리로 큰 목소리로 땀은 벌써
식어 버렸어 땀은 벌써
그 날 그 곳에서
일어난 것은 꿈이 아니잖아
너와 손을 잡고 있던 것도
꿈이 아니잖아 꿈이 아니야
꿈이 아니잖아 꿈이 아니야
꿈같은 게 아니잖아 |
LOST IN TIME
1st DVD 秒針
2005-03-09
初回生産限定特典
シングルCD付き
UKLB-043CD
track 01
声(新録ヴァージョン) |
ⅴ
私は振り返らずに車に戻る。エンジンをかける。今日もクリムゾンだ。ロバート・フリップがつべこべとギターを弾き、イッツ・オンリー・トーク、全てはムダ話だとエイドリアン・ブリューが歌う。
나는 뒤돌아보지 않고 차로 돌아왔다. 시동을 건다. 오늘도 크림슨이다. 로버트 프립이 기타를 튕기고 잇츠 온리 토크, 모든 것이 잡담이라고, 에이드리언 벨루가 노래한다. |
앞서 얘기한 이토야마 아키코의 소설 잇츠 온리 토크는 이렇게 끝이 난다.
지금부터 4시간 후, 나도 시동을 걸 것이다. 잇츠 온리 토크의 그녀는 King Crimson이었지만 나는 LOST IN TIME의 声(Koe, 목소리)다.
그 날 그 곳에서 너와 손을 잡고 있던 것은 꿈이 아니지 않냐고, 카이호쿠 다이스케(海北大輔)가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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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2/01 00:48 | 그리고 | trackback (0) | reply (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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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잃어도 빠져나가자 이런 시절을 力無くしても 駆け抜けよう こんな時代を |
슬그머니 연락이 뜸해지더니 결국 서로 소식을 모른 채 몇년의 세월을 보내버렸고 그러는 동안 가끔 그를 잊고 지내기도 했습니다.
오래 전 그 무렵의 그는, 그로서는 원치않는 방향으로 급물살을 타는 현실 앞에서 자신감을 잃고 방향타를 놓친 듯 싶었고,
자신감 넘쳤던 그의 예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어 안타까우면서도 한편 그 당시의 제 눈에 그렇게 비친 그가 답답해 보이기도 했고
그동안 자신이 속해있던 세상으로부터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면서 숨어드는 듯한 그의 태도에 은근히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몇 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그 당시 그의 사정과는 다르지만) 저 역시 무력해져버린 저 자신을 돌아보고 있었고
그런 나날을 여러 차례 겪으면서 그 당시의 그처럼 저도 숨어들기 시작했더랬습니다. 한 발짝 두 발짝, 조금 더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저도 그렇게 어느 구석으로 숨어들게 되자‥, 그를 떠올리는 시간이 잦아졌습니다. 그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그는 지금 어떨까?
| 얼마 전, 수화기 저 너머로 그 친구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여보세요?」,「‥여보세요?」,「저‥, ○○씨 폰, 아닌가요?」,「맞아. XXXX 이거, 니 전화번호잖아? 」
제 전화번호는 지워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나 그는 아직도 제 번호 뒤 네자리를 기억하고 있었고
참으로 오랜만에 나누게 되는 그와의 통화를 무슨 이야기로 시작해야할지, 저는 순간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마치 사전에 약속이나 한 듯 '공백 기간'에 있었던 자신의 이야기는 되도록 아끼면서
예전에 우리와 함께 했던 다른 친구들의 요즈음 모습에 대한 이야기만 주고 받았습니다. |
주위 친구들의 근황이야, 당장은 문안 편지의 계절 인사처럼 일단 간단히 언급만 하고, 뒤로 미루어도 되는데‥,
'공백 기간' .. 그 동안 그는 어떻게 지내고 살았는지 또 저는 어땠는지, 당장 듣고 싶고 건네고 싶은 이야기는 그런 것이었을텐데‥.
‥ 하지만 그는 물론 저 역시 쉽사리 그러지 못했고, 가까스로 서로 자신의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을 때에는,
그러니까「나, 요즘 서울에 살고 있어. 여기로 이사온 지 제법 되었어.」라든지,
「작년 초에 몇 달, 건강이 좋지 않았지. 하지만 지금은 괜찮아.」등의 제 얘기를 하나 둘 꺼낼 즈음,
하필이면 그 친구 쪽의 사정상 전화를 끊어야 했기에 나중에 다시 통화하기로 하고 전화를 그만 끊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 비록 수화기 너머였지만, 몇 년만의 듣게 된 그의 목소리는 그 덕분에 알게 된 친구들도 떠올리게 했습니다.
나가부치 츠요시(長渕剛)의 シェリー(Sherry, 쉐리)가 괜찮더라면서 그 곡을 어쿠스틱 기타로 퉁겨주던 DJ.
이태 전 겨울이던가, 기타숍 지캣에서 우연히 재회했던 CW,「아직도 기타를?」하며 멋적어 하던 그 날.
더불어 떠오르는 DY, 어눌하던 말투와는 달리 음악 얘기엔 눈을 빛내던 그도 이젠 음악을 잊고 살겠지만.
이제는 희미해진 더 오래 전의 그 날들, 음악 얘기를 나누며 죽치던 CW의 다락방, 그 시절의 그들과 나.
그리고 아직도 내 전화번호를 기억하는 그 친구‥. 오래 전 그 시절로 잠깐이나마 돌아갈 수 있다면‥.
이를테면 그 다락방에서 아무렇게나 기대 앉아 기타를 퉁기며 쑥덕거리고 키득거리던 그 시간으로. |
多摩川
青白き多摩川に 思い浮かべて
すべるように 穏やかに 今日が暮れてゆく
風の旅人に 憧れた心よ
水面の妖精は 遠い日々の幻
僕の中に 君の中に
風の旅人に 憧れた心よ
水面の妖精は 遠い日々の幻
僕の中に 君の中に
青白き多摩川に 思い浮かべて | 타마천
푸르스름한 타마천(多摩川)에 생각 떠올리고
미끄러지듯 평온하게 오늘이 저물어가네
바람의 나그네를 동경했던 마음이여
수면의 요정은 머언 날들의 환상
내 안에 네 안에
바람의 나그네를 동경했던 마음이여
수면의 요정은 머언 날들의 환상
내 안에 네 안에
푸르스름한 타마천(多摩川)에 생각 떠올리고 |
Crispy!
● 多摩川 노랫말
(ふりがな 표기) 살펴보기 |
多摩川 | 스핏츠(スピッツ)의 앨범 중에 요즘 제 차의 CDP에 자주 로딩되는 앨범은 Crispy!(크리스피!)인데요.
특히, 앨범 수록곡 중에서 CD 막바지에 이를 때면 흘러나오는 노래, 多摩川(Tamagawa, 타마천).
어쩌다 늦은 밤 강변북로나 올림대로 등 한강을 끼고 달릴 즈음에 이 노래가 하필 흘러나오게 되면,
정말 대책없이 마음이 처연해지면서‥, 떠나온 그 곳을, 그 곳의 사람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다들‥ 잘 지내고 있나요? 아니, 다들‥ 잘 지내고 있죠? |
+ 1
포스트 제목은 Do As Infinity의 Yesterday & Today의 노랫말에서 빌려왔습니다.
愛しい友よ 力無くしても 駆け抜けよう こんな時代を
愛する人よ やがて互いに この街に 永遠を咲かそう
そして私は いつの日か又 歌うだろう 旅立つのだろう |
+ 2
아, 몇 년 만에 목소리를 들었다가 제대로 얘기도 나누지 못하고 사정상 전화를 끊어야했던 그 날의 그 친구.
혹시 그것으로 또 연락이 끊겨버리는 것이 아닌지 은근히 걱정되기도 했었는데, 엊그제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그 동안의 '공백 기간'에 대하여, 앞으로 차근차근 얘기 나눌 듯 합니다.
음.. DJ, CW 그리고 DY의 소식도 물어봐야겠네요.
√ 多摩川 노랫말(우리말 번역)의 출처는 (c) spitzHAUS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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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1/20 12:25 | 스핏츠/ALBUM | trackback (0) | reply (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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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새복! とにかく、明けおめ! |
ハッピーニューイヤー Happy New Year 해피 뉴 이어 |
● 2006년 12월 31일 23시 40분.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앞. 새해 맞이를 하러 나온 사람들. 하얀색 풍선과 따뜻한 커피.
카운트 다운 시작. 10― 9― 8― 7― 6― 5― 4― 3― 2― 1.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지붕에서 하늘 위로 터져 올라가는 폭죽.
새해의 소망을 담아 날려보내는 풍선, 풍선, 하얀 풍선들. 여기 저기 서로 건네는 덕담,「새해 복 많이 받아요.」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마주 바라보는 서로의 미소 안에서 넘쳐나는 사랑의 감정. 새해 맞이 불꽃놀이 속에서.
arco
album
restraint
2004-10-18
track 11
Happy New Year | Happy New Year
january sky like a slate wiped clean
and stillness of air where nothing has been
wait for your word as if to say
another last chance lives from today
happy new year - the world just keeps turning
day into night, night into day
holding on tight, millions all hoping
something like love will light up the way
dying for change, but the feeling won't last
summer will come and be over too fast
grow into sun, fade into rain
a miniature life to live over again | happy new year - the world just keeps going
tumbling round, screaming through space
holding on tight, millions all hoping
something like love will light up their face
happy new year to everyone hurting
praying this time it all becomes clear
here when the light is pale and uncertain
happy new year
happy new year
~ performed by arco
● 노랫말 출처 : http://www.arco.org.uk/ |
● 2007년 1월 1일의 시작.
갑자기 몰아쳐 왔던 한파도 완전히 수그러든 한밤. 따뜻한 마음의 밤. 새로운 해의 시작.
아직 조금은 이지러진 채였지만 그래도 보름달처럼 둥근 달을 보며 귀가.
해돋이 보러 갔다는「친구」로부터 새벽 전화. 수화기를 통해 건네오는 새해 덕담.「그래, 너도 새해 복 많이 받아!」
The Constant
Gardener |
Good Night,
and Good Luck |
Cinderella Man | 세 편의 영화를 DVD로 감상.
존 르카레의 소설 성실한 정원사(The Constant Gardener).
소설로는 읽은 적이 없고 영화로 보게 된, 콘스탄트 가드너.
George Clooney가 조연으로 출연하면서 감독한,
흑백영화 굿나잇 앤 굿럭(Good Night, and Good Luck).
경제 대공황기라는 영화의 배경이 은근히 마음을 짓눌러서
여러 차례 스톱 버튼을 누르고 창 밖을 쳐다보게 만든 영화.
Ron Howard 감독의 신데렐라 맨(Cinderella Man). |
● 2007년 1월 2일 새벽.
약 8개월 만에 처음 해보는 카 내비게이션 프로그램과 맵 데이타의 업그레이드.
목표만 지정해주면 언제 어디서든 거기로 나를 데려다주는「삶의 내비게이터」가 있으면 좋겠다는, 공상 또는 망상.
일년 뒤는 '그나마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년 뒤를 상상하니까 문득 '무섭다'는 생각에 진저리치던 새벽.
오규원 시 전집 1 |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잠자는 일만큼 쉬운 일도 없는 것을, 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밤 1시와 2시 사이의 틈 사이로
밤 1시와 2시의 공상의 틈 사이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내 머리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붓는다.
할 말 없어 돌아누워 두 눈을 멀뚱하고 있으면,
내 젖은 몸을 안고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
악마 같은 밤이 나를 속인다. |
● 2007년 1월 2일 낮.
신데렐라 맨을 보다가 일없이 마음이 복잡해졌다든지 하는 이야기는 굳이 하지 않았지만,
내가 새벽녘 설핏 잠들었다 다시 깨고 나서는 그만 밤을 새우고 말았다는 것을 알게 된,「사랑하는, 나의, 오랜 친구」.
그가 내게 마치 사소한 잡담을 하는 듯, 별 것 아닌 일을 지나치는 듯 건네는 말.
「오랜만에 오규원을 읽는데, 역시 좋아. 생각 나지? 일테면, 음‥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그런 것말이야.」
그러면서 나즈막히 오규원의 그 시를 내게 암송해주는 그를 향해 내가 할 수 있었던 말이라고는 고작,
「그걸 어떻게 다 외울 수 있는 거지? 난, 온전히 외울 수 있는 시는 단 한 편도 없는데. 아직도 그런 걸 다 기억하다니, 대단하다.」
● 2007년 1월 2일 오후 그리고 저녁.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정독도서관 근처 커피숍에서 티 타임. 언제나 그렇듯 고민은 일년 정도 조차도 불투명한 근미래에 대한 것.
해가 지고난 후, 홍익대학교 앞의 노래방 질러넷에서 만났던 또다른 친구. 그에게 불러달라고 해서 들었던 노래, 넬의 유령의 노래.
난 느껴질 수도 없고 보여질 수도 없는 그런 모습으로
외로움 속에 괴로움 속에 널 부르고 있어 |
● 2007년 1월 3일 저녁 그리고 밤.
이제 일본어능력시험(JLPT)의 계절은 지나갔으니.. 싶어서, JPT 대비용 '유형공략집'이란 것을 구매.
하지만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후회. 말하자면「전투력 상실.」
'잠자는‥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밤을 새는 지금, 공부 '따위'가 될 리가 없는데.
내가 지금 가장 열중해야 할 일은 바로‥, 돈을 버는 것인데. 아무튼.
친구에게서 전화. 사람과 사람과의 '사이'에서 생긴 고민이 속을 메슥거리게 만든다고. ‥어떡하니?
문자메세지.「사랑하는, 나의, 오랜 친구」그가 마침 세종문화회관에 있다길래 종로에서 광화문으로 이동.
정명훈의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연주하는 베토벤과 드보르작을 즐기러 광화문으로 간 그는
비록 가장 싼 가격의 티켓으로 구석진 자리에서 감상하는 2007 신년음악회였다고 해도,
마치고 나와서 만난 나에게 '참 좋았다'고 말하는 그에게 있어서 그것은 '만원의 행복'. |
JPT점수를 확 올려주는
5가지 시험요령
& 30가지 급소포인트 |
커피를 손에 들고 광화문을 걸으며, 지하철을 타고는 건너편에 앉은 사람들의 재미난 모습에 서로 빙긋 웃으며,
이미 밤10시를 넘긴 시간이기에 뭘 먹기는 이미 늦어버렸는데도 키득거리면서 치킨집에 들리고, ^^a
그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사이'에서 힘들어하는 그 친구를 떠올리고, 2월에는 이사를 가야하는 나 자신의 일을 떠올리고.
● 2007년 1월 4일 새벽.
볼륨 낮춰서 또 듣게 되는 arco의 Happy New Year. ‥‥ 'here when the light is pale and uncertain'
희미하고 분명하지 않은 불빛만 비춰지고 있는 여기, 지금 여기에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
나는, 이대로, 지금 이대로, 과연‥ 괜찮은 걸까? ――― 자신이 없어. 아무튼 해피 뉴 이어.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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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1/04 15:15 | 그리고 | trackback (0) | reply (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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