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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진 찻잔 또는 물먹은 솜 壊れた湯飲み または 濡れた綿 |
그것이 큰 감동이든 작은 감동이든 상관없이, 음악을 통해 마음이 움직인다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어느날 길을 걷다 노점상 앞에서 사랑은 아무나 하나를 우연히 듣고 기분이 좋아졌다면
책상 위 이런저런 CD들 틈에 먼지 쌓여가는 베토벤의 콘체르토 보다
해적판 카세트 테이프를 통해 다가오는 태진아가 우리 삶에 더욱 윤기를 더해줄 것입니다.
비록 그 장소가 노점상 앞이었든 혹은 노래방이나 유흥업소 안이었다 손치더라도 말입니다.
그런데 어느날 꿀꿀했던 마음을 쿨~하게 달래주거나 또는 떠있는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준 음악이
다름아닌 스핏츠(スピッツ)의 노래였다면? 두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 | 
사랑은 아무나 하나 |
우리나라의 스핏츠 팬 클럽, 카페 푸른차 타고 나타난 spitz.
그 카페 회원 중 한사람이, '스핏츠의 プール(Pool, 풀)을 듣고 마음이 달래졌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
스핏츠의 두번째 앨범 名前をつけてやる의 6번째 트랙인 プール의 경우,
우리가 흔히 듣는 노래들과 유사한 구조로 이루어진, 일반적인 형태입니다.
말하자면, A A B A A B C A, 이런 전개로 이루어져 있지요.
A 일절 君に会えた‥‥少しだけ搖れながら
A 이절 街の隅のドブ川にあった‥‥かすかに消えながら
B 후렴 孤りを忘れた世界に‥‥大きな姿が泳ぎ出す
A 일절 君に会えた‥‥少しだけ搖れながら
A 간주 미와 테츠야(三輪テツヤ)의 기타
B 후렴 孤りを忘れた世界に‥‥大きな姿が泳ぎ出す
C 간주 쿠사노 마사무네(草野マサムネ)의 스캣(SCAT) ああ‥‥
A 일절 君に会えた‥‥少しだけ搖れながら | 
名前をつけてやる |
 | 가라앉아있던 그 친구의 마음이 쿨~하게 달래졌던 결정적인(?) 대목은,
(순전히 제 마음대로 생각이지만) 두번째 간주가 들어가는 C 부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일절, 이절 그리고 후렴 한번 돌고 다시 일절, 같은 멜로디의 간주 부분이 지난 다음
후렴을 또 듣고 나면, 즉 두바퀴 쯤 돌면서 듣는 이의 가라앉은 마음이 풀리기 시작했다가···
실은 곡 초반부에서부터 백업되어왔지만 다른 악기 연주에 가려져서 그다지 두드러지게 들리지 않았던
야시로 츠네히코(失代恒彦)의 멜로디 무그, 스즈키 나오키(鈴木直樹)의 신디사이저가 백업되면서
(그 사이 드러머 사키야마 타츠오(崎山龍男)의 드러밍이 쉬어가는 가운데)
쿠사노 마사무네가 아련하게「ああ‥‥」하면서 스캣을 넣는 바로 그 C 부분에 접어들면···
● 야시로 츠네히코 이야기가 있는, 또다른 myspitz story ··· 바로가기 |
뒤로 깔리는 건반악기 음은 마치 일렁이는 수영장 즉, プール의 물처럼 느껴지고
배영 자세로 그냥 편안하게 물 위에 떠있으면서 눈감고 햇빛을 받는 기분에서 들려오는, 쿠사노 마사무네의 아련한 스캣「ああ‥‥」 |
마음이 아무리 깨어진 찻잔같다 하더라도, 그리고 몸은 물먹은 솜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하더라도,
쿠사노 마사무네의 아련한 스캣「ああ‥‥」까지 오면, 몸과 마음이 쿨~ 해지지 않을 수 없겠지요. |
예를 들면 유재하의 유작 앨범에 수록된 곡 중에서 지난 날을 들어보면,
스핏츠의 이 곡 プール처럼 한두 바퀴 돌고 기타 간주를 한 다음
생각없이 헛되이 지낸다고 하지 말아요
그렇다고 변하는 것은 아닐테니까 지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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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 생각 나나요?
스핏츠의 プール에서 C 부분은 그런 것과 유사한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후렴부와는 다른, 그러면서도 어떤 의미에서는 하이라이트 느낌의 그런 것 말입니다.
(음악하는 사람들 끼리는 그런 부분을 '브릿지' 또는 '싸비..'라고 일컫나 봐요.) | 
사랑하기 때문에 |
또 한편 스핏츠의 プール를, 기승전결(起承轉結)이라는 구조와 A A B A A B C A 로 가는 구조를 서로 묶어서 보자면,
앞의 A (起), A (承), B (轉)로 작은 구조의 기승전결,
그 다음의 A (起), A (承), B (轉)로 작은 구조의 또다른 기승전결 일테고
이것을 큰 구조로 보자면 A A B (起), A A B (承), C (轉), A (結) ..일테니,
C라고 하는 전환점에 와서는 듣는 이들의 감정이 최고조에 오른다는 .. |
ㅅ.ㅡ 이야기를 잘못 풀어나간 것 같습니다.
어떤 음악을 듣고 기분이 쿨~해지는 기쁨을 누렸으면 그것으로 된 것이지,
구조가 이렇다든지 기승전결이 저렇다든지 하는 이야기는 도리어 쿨~해진 기분을 반감시키겠지요.
그저 뒤로 깔리는 건반악기 음을 마치 일렁이는 수영장의 물처럼 느껴면서
귓전에서 살랑거리는 마사무네의 아련한 스캣으로 편안하게 쿨~해지면 그만인 것이지요. |
구조를 따져가며 생각하든 그저 느낌만 따라가든, 위의 이러저런 이야기는 그저 저의 주절주절에 불과하고
'스핏츠의 プール(Pool, 풀)을 듣고 마음이 달래졌다..'는 그 친구의 마음이 쿨~해졌던 진짜 이유는,
바로 아래와 같은 プール의 노랫말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일본어의 청해가 우리말처럼 쉽게 되는 사람이었다면 말입니다.)
君に会えた 夏蜘蛛になった
널 만날 수 있었다 여름거미가 되었다
ねっころがって くるくるにからまってふざけた
뒹굴며 뱅글뱅글 휘감겨서 장난쳤다
風のように 少しだけ搖れながら
바람처럼 조금만 흔들리면서 |
● プール 노랫말 살펴보기 |
君に会えた 夏蜘蛛になった 널 만날 수 있었다 여름거미가 되었다 |
쿠사노 마사무네의 노랫말 중, 저는 개인적으로 이 대목을 무척 좋아합니다.
마치 한편의 하이쿠(俳句)를 접하는 느낌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짧은 정형시라는 하이쿠의 기본인 '5.7.5의 리듬감을 가진 17음'과는 거리가 멀어서
이 대목에서 하이쿠를 들먹이는 것은 분명 난데없는 소리이긴 하지만, 그저 제 느낌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자신을 사로잡는 '누군가'를 만났을 때의 감정을,
제게는 마치 17음의 하이쿠처럼 짧고 강렬하게 표현했다고 생각들어서인 듯 싶습니다. |  |
만약 スピッツ의 콘써트를 볼 기회가 생기고, 마침 プール가 연주된다면,
무대 위의 쿠사노 마사무네가 그를 바라보는 관객들 중 오로지 그대 한사람 만을 위하여
이렇게 노래한다고, 아니 속삭여준다고 생각해보시기를.
君に会えた 夏蜘蛛になった
ねっころがって くるくるにからまってふざけた
風のように 少しだけ搖れなが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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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무리 깨어진 찻잔같다 하더라도, 게다가 몸까지도 물먹은 솜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하더라도,
쿠사노 마사무네가 당신에게 그렇게 속삭인다고 생각하면.. 행복해질 것입니다. |

草野マサムネ | 마사무네가 이 노래, プール(Pool, 풀)의 악상을 떠올렸던 때는 대학시절 끝무렵이었다고 합니다.
대학교 졸업작품을 하고 있었을 때 리서치로 토쿄(東京) 주변 도시의 도시구조를 조사한 적이 있었죠.
그 때 이바라키(茨城)현의 우시쿠(牛久)에 갔었는데요.
이상하게도 우시쿠(牛久)역에서 이 곡이 떠올라버렸어요.^^
「プール」라는 단어는 가사에는 들어가 있지않은데도 곡제목은 プール라고 되어있죠.
ロビンソン(Robinson, 로빈슨)하고 그런 점에서는 비슷한 것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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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무네가 プール의 악상을 떠올렸던 곳, 우시쿠(牛久)는 토쿄(東京) 동북방향에 있는 작은 도시입니다.
그리고 마사무네의 말대로 プール의 노랫말에는「プール」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습니다만,
아래와 같은 구절을 통하여 プール를 대신하는 이미지를 노랫말로 들려줍니다.
孤りを忘れた世界に 水しぶきはね上げて
혼자를 잊었었던 세계에 물보라 차올리며
バタ足 大きな姿が泳ぎ出す
물장구치는 두 발 커다란 모습이 헤엄치기 시작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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牛久駅 |

笹舟 CLICK .. ↑ | プール 노랫말 이절을 들어보면「笹舟(ささぶね, Sasabune)」라는 단어를 만날 수 있는데
이는「조릿대잎을 접어서 만든 장난감 나뭇잎배」를 뜻하는 단어인데요.
조릿대를 뜻하는「笹(ささ, Sasa)」그리고 배를 뜻하는「舟(ふね, Fune)」가 합쳐진 단어로서
이 두 단어가 만나면서 일종의 음편현상이 일어나게 되어「笹舟(ささぶね, Sasabune)」로 발음되지요.
(음편현상 : 발음하기 어려운 음들이 연속적으로 올때 발음의 편의를 위해 음이 변화하는 현상)
壞れそうな笹舟に乘って流れた
부서질 듯한 사사부네(나뭇잎배)를 타고 흘러갔다
霧のように かすかに消えながら
안개처럼 희미하게 사라지면서 |
왼쪽에 나와있는 사사부네(ささぶね) 이미지를 클릭하면 그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
√ プール 노랫말(우리말 번역)의 출처는 (c) spitzHAUS 입니다.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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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8/31 21:16 | 스핏츠/ALBUM | trackback (0) | reply (18) |
Tags : Spi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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