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 버터와플, 카레
건국대 새천년홀에서의 스핏츠(スピッツ) 내한 공연 후였던가,
팬 클럽을 위한 다이어리에 보컬리스트 쿠사노 마사무네(草野マサムネ)가 쓴 글을 읽고
국내 팬들 사이에서 '크라운 버터와플'이 한동안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카레는 베이시스트 타무라 아키히로(田村明浩)가 무척 즐기는 메뉴라는 것,
'우와사(うわさ, 이런저런 이야기)'까지 깊숙히 파고 들어가는 스핏츠 '덕후'가 아니더라도
그들에 대해 약간이라도 관심을 기울여본 팬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알게 되는 이야기지요.
장 보러 갈 일이 있을 때 저는 롯데마트 서울역점으로 가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요.
거기가 일본인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 중 하나가 되어선지 점내에 일본인을 위한 코너도 있습니다.
"일본인 관광객에게 인기가 있는 상품(日本人観光客に人気のある商品)"이라는 광고 문안과 함께
진열되어 있는 상품 중에 '크라운 버터와플'이 있는 것을 볼 때면 곧바로 마사무네가 떠오릅니다.
저는 '카레보다 커리' 취향이라서 일본식 카레를 먹으러 가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긴 한데
카레를 식사 메뉴로 선택한 경우 중 몇 번은 스핏츠 팬들끼리의 모임이 있던 날입니다.
그런 날은 이미 서로 알고 있는 것인데도 당연한 듯 타무라의 음식 취향이 다시 한번 얘기됩니다.
사실, 그런 날의 메뉴가 카레로 되는 것 자체가 타무라를 향한 '빠심(!)'에서 비롯된 것이니까요. |  |
'빠심', 조금 순화해서(?) 말하자면 '팬심'이란 것은 평범한 일상의 사소함에도 어떤 동력을 주나 봅니다.
마침 지금 제가 이런 내용의, 스핏츠 멤버의 음식 취향에 대한 글을 쓰고 있어서 그런지
'그럼 말이 난 김에 내일 저녁은 코코이찌방야 아니면 아비코에서 토핑은 새우로 올린 카레를?' 이라는 생각을 이미 하고 있고
'언제 한번 마트 들리면 버터와플 한 통 사서 책상 서랍에 넣어두고 커피 마실 때 가끔 먹어야겠다'는 생각도 드는 걸 보면요.
ⅱ : 아보카도
JAMBOREE TOUR 2009 "Sazanami OTR Custom" @ Saitama Super Arena.
2009년 11월 4일에 발매된 스핏츠의 라이브 DVD.
잼보리 투어 2009 "잔물결 OTR 커스텀" 앳 사이타마 아레나.
그 DVD(초회 한정)에 포함된 보너스 CD를 통해서 마사무네의 새로운 식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해 1월 18일 사이타마(さいたま) 슈퍼 아레나에서 있었던 공연의 음원이 담긴 이 CD에는
마사무네가 "아보카도를 김 조림에 버무려서 먹으면 맛있다"고 얘기하는 걸 들을 수 있습니다.
제가 봤던 그 전날의 공연에서도 그가 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
제가 일본어 듣기가 서투른 탓에 공연을 볼 그 당시엔 그런 얘기가 나왔다는 것도 몰랐지만요.
저는 아직까지 아보카도라는 과일을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어서 모르긴 하지만
단 맛 나는 과일을 고명으로 얹어서 밥을 먹다니,
일본의 절임 식품인 '츠케모노(漬け物)'의 '달큰, 짭쪼롬'한 맛을 고려한다 해도
과일을 김 조림과 버무려서 먹으면 맛있다는 이야기가 제게는 쉽게 와닿지 않습니다. | 
JAMBOREE TOUR 2009
さざなみOTRカスタム |
도대체 아보카도는 어떤 맛이길래 마사무네가 그런 얘길 하는지 궁금해진 참에
마침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잠깐 생활한 적이 있는 친구가 곁에 있어서
혹시 거기 있을 때 아보카도라는 과일을 먹어본 적이 있냐고 물어보니
얇게 썰어서 샌드위치에 끼워 먹었는데 맛있었다면서 고소한 것이 버터 맛 같기도 하다더군요.
버터 맛의 과일이라니까 더욱 궁금해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흔하게 파는 과일이 아니라서
'팬심'을 발동해서 한번 맛보려 한다면 과일 코너가 넓은 마트를 찾아가야 할 듯 합니다. |  |
아보카도가 다른 사람에겐 익숙한데 저만 아닌가 싶어서 네이버 화면의 검색창에서 '아보카도'라고 넣어봤는데
'아보카도 먹는 법', '아보카도 맛', '아보카도 요리' 등의 검색어가 자동 완성으로 뜨는 걸로 미루어 보건대,
또 마사무네가 얘기하는 분위기로 짐작해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에서도 양쪽 다 흔히 먹는 과일은 아닌 듯 싶습니다.
저는 아직이지만 이 글을 읽고계신 분들 중에는 이 아보카도라는 과일을 먹어본 사람이 있겠지요.
마사무네처럼 김 조림에 버무려서 밥 위에 고명으로 올린 다음 먹어본 사람까지 있을 지도 모르구요.
이쯤 되니 슬그머니 조금 더 강력한 '팬심'이 발동됩니다.
먼저 일본 식품 전문점인 모노마트에 가서 츠쿠다니(つくだに, 조림 반찬)를 사고 (기왕이면 마사무네가 언급하는 걸로)
홈플러스나 이마트 같은 곳의 수입 과일 코너에 들려서 아보카도를 산 다음 마사무네의 레시피에 따라 밥을 한번 먹어본다?
ⅲ : 스핏츠 팬을 위한 덧붙임 셋 그리고 '짤'
● 마사무네의 레시피, 열기
アボカドって・・・あるんじゃないっすか。
アボ「ガ」ドじゃないんだよ、あれね、アボカドなんだ、ってさ。
アボカドはね、あの・・・「ごはんですよ!」とか、ああいうのりのつくだにと和えて食べるとね、
おいしいです。はい。
え、次はですね、あの・・・もう14年前の曲になるんですけれども、
えー、ずっと歌い続けて参いりましたが、あの・・・懐かしいなと思う方もいるかも知れないし、
だけど・・・えー、今な、今の気持ちで歌ってみようかなと思います。
「ロビンソン」という曲を聴いてください。
아보카도라고··· 있지 않습니까?
아보'가'도가 아니고, 저기, 아보카도라는 거, 말이죠.
아보카도는요, 그··· '고항데스요!'라든가, 그런 김 조림과 버무려서 먹으면요,
맛있습니다. 네.
음, 다음은요, 저··· 벌써 14년 전의 노래가 됩니다만,
네~ 줄곧 계속해서 노래해왔습니다만, 저어··· 그립구나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지 모르는데요,
그렇지만··· 음, 지금, 지금의 기분으로 노래해볼까 합니다.
'로빈슨'이라는 곡을 들어주세요.
∼ 2009년 1월 18일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 공연에서 나왔던 마사무네의 MC 중에서. | 
草野マサムネ |
● 노랫말, 열기
ロビンソン ∼ スピッツ
新しい季節は なぜかせつない日々で
河原の道を自転車で 走る君を追いかけた
思い出のレコードと 大げさなエピソードを
疲れた肩にぶらさげて しかめつら まぶしそうに
同じセリフ 同じ時 思わず口にするような
ありふれたこの魔法で つくり上げたよ
誰も触われない 二人だけの国 君の手を離さぬように
大きな力で 空に浮かべたら ルララ 宇宙の風に乗る
片隅に捨てられて 呼吸をやめない猫も
どこか似ている 抱き上げて 無理やりに 頬よせるよ
いつもの交差点で 見上げた丸い窓は
うす汚れてる ぎりぎりの三日月も僕を見てた
待ちぶせた夢のほとり 驚いた君の瞳
そして僕ら今ここで 生まれ変わるよ
誰も触われない 二人だけの国 終わらない歌ばらまいて
大きな力で 空に浮かべたら ルララ 宇宙の風に乗る
大きな力で 空に浮かべたら ルララ 宇宙の風に乗る
ルララ 宇宙の風に乘る
作詞・作曲 ∶ 草野正宗 | 로빈슨 ∼ 스핏츠
새로운 계절은 어쩐지 힘든 날들인데
강가 자갈밭 길을 자전거로 달리는 너를 뒤쫓아갔다
추억의 레코드와 과장된 에피소드를
지친 어깨에 늘어뜨리고 찡그린 얼굴 눈부신 듯이
같은 말 같은 시간 무심코 말할 것 같은
흔하게 있는 이 마법으로 만들어 냈지
아무도 만질 수 없는 둘만의 나라 너의 손을 놓지 않도록
커다란 힘으로 하늘에 떠올리면 루랄라 우주의 바람을 탄다
한구석에 버려져 호흡을 멈추지 않는 고양이도
어딘지 닮았다 안아 올려서 억지로 뺨 가까이 댄다
평소와 같은 건널목에서 올려다본 둥근 창은
조금 더러워져 있다 사라질 듯한 초승달도 나를 보고 있었다
숨어서 기다렸던 꿈의 언저리 놀랐던 너의 눈동자
그리고 우리들 지금 여기서 새롭게 태어나지
아무도 만질 수 없는 둘만의 나라 끝나지 않는 노래 흩뿌리고
커다란 힘으로 하늘에 떠올리면 루랄라 우주의 바람을 탄다
커다란 힘으로 하늘에 떠올리면 루랄라 우주의 바람을 탄다
루랄라 우주의 바람을 탄다
작사·작곡 ∶ 쿠사노 마사무네 |
● ロビンソン 노랫말 (후리가나 표기) 살펴보기
● 고항데스요!, 열기
마사무네의 MC 중에서, 자칫했으면 끝까지 무슨 소린지 모를 뻔했던 것이 있습니다.
「ごはんですよ!」とか、ああいうのりのつくだにと和えて食べるとね、
'고항데스요!'라든가, 그런 김 조림과 버무려서 먹으면요, |
이 대목의 처음은 "'밥입니다!'라든가···" 말고는 다른 뜻으로 해석이 안되는데
하지만 그렇게 해석하면 이게 또 연이어 오는 말과 맥락이 닿지 않아서
잘못 들었나 해서 몇 번을 다시 듣고 해도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결국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른 채 포기할 뻔 했는데···,
혹시 하는 마음에 일본에 체류 중인 사람에게 물었더니 단박에 답이 나왔습니다.
(스핏츠 팬이기도 한, 현재 일본에 유학 중인 ○○○님, 고맙습니다!) |  |
그것은 우리말로 하면 '밥입니다!'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고항데스요!(ごはんですよ!)'라는 식품의 상품명으로 밥에 얹어 먹는 조림 반찬이라네요.
창업한지 90년이 넘는 식품회사 모모야(桃屋)의 대표 제품인 <고항데스요!(ごはんですよ!)>는,
그 회사에서 만드는 에도 무라사키(江戸むらさき)라는 김 조림 제품 시리즈 중 하나인데
이 시리즈는 1950년부터 발매되었다고 하니까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상품인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직접 밥을 해먹거나 하는 생활을 해본 적 없고 몇 차례 여행 다녀본 정도의 저로서는
그것이 상품 이름이라고 누가 가르쳐 주기 전에는 알아낼 방도가 없는 것이 당연한 듯. |  |
● 스핏츠와 상관없는 '짤', 열기
마사무네의 '아보카도' 덕분에 한동안 잊고 있던 뮤지션의 음악이 떠올랐습니다.
마이클 헤지스(Michael Hedges)라는 기타리스트입니다.
스핏츠와 상관없지만, 혹시 어쿠스틱 기타 연주에 관심있다면 클릭.
● The Funky Avocado
'아보카도' 얘기가 나오는 바람에 이 곡이, 그리고 이 뮤지션이 생각난 겁니다.
중간에 어디서 들어본 멜로디다 싶은 보컬 리프가 중간에 나오는데
그것은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의 Miss You를 공연에서 살짝 끼워넣은 겁니다.
● Aerial Boundaries
왼손은 코드를 태핑으로, 오른손은 핑거 스타일의 여러가지 주법을 섞어 연주하는 이 명곡은
혼자 연주하는 것이 맞는지 영상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을 정도의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 Because It's There
영상이 시작되고 조금 지나면 특이한 모양의 기타로 바꿔 메고 그 악기와 연주할 곡을 설명합니다.
그의 뛰어난 연주 실력은 '하프 기타(harp guitar)'로 연주하는 이 영상에서도 확인 가능합니다. | 
Live on the Double Planet |
공연 때 잠깐 언급한 이야기 가지고 뭐 이렇게까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소리를 늘어놓나 싶기도 하겠습니다.
딱히 중요하지도 않고 사소하기까지 한 것을, 누가 물어보지도 않는데 일없이 파고 들어가는···,
스핏츠와 상관없는 것까지 떠들어 놓고는 글 말미에 굳이 핑계를 대자면, '팬심'이란 게 뭐~ 원래 그런 거잖아요, 후훗.
● 싱글 버전의 ロビンソン을 들을 수 있는, 또다른 myspitz story ··· 바로가기
√ 마사무네의 MC 청취와 해석에 도움을 주신 ○○○님께 감사드립니다.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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