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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게 되자, 힘들게 되었습니다 好きになるや、よわり切るようになりました |
初恋クレイジー Hatsukoi Crazy 첫사랑 크레이지 |
2004년 여름 최고의 시청률을 올렸던 TV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이동건(수혁)이 김정은(태영)에게 했던
'이 안에 너 있다. 니 맘 속에는 누가 있을지 모르지만 이 안에 너 있다.'라는 고백은
드라마를 시청했던 많은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하여 한동안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

Notting Hill | 소설, 드라마 또는 영화 등에서 (때로는 만화에서도) 가끔 접할 수 있는, 사랑의 고백은
때로는 낯간지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만약 그 순간 사랑에 빠져있는 사람의 경우라면
'나도 그/그녀에게 저렇듯 멋있게 사랑을 표현하고싶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할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Pocahontas)에서의
'당신을 모르고 백년 사는 것 보다는 당신을 알고 지금 죽는 게 제일 나아요'라든지
영화 노팅 힐(Notting Hill)에서 Julia Roberts가 Hugh Grant에게 하는 말,
'난.. 그저 사랑해달라며 한 남자 앞에 서있는 여자일 뿐이에요.' 라는 고백 말입니다. |
천커신(陳可辛)감독, 리밍(黎明), 장만위(張曼玉) 주연의 영화 첨밀밀(甛蜜蜜, Tianmimi)에서
'매일 눈을 떴을 때 너를 볼 수 있기를 바래.' 같은 표현은 다소 진부하게 들릴지라도
사랑에 빠져있는 남녀라면 진부하기는 커녕 도리어 절실한 표현으로 와닿겠지요.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배경으로 한 영화 글루미 선데이(Gloomy Sunday)를 보신 분이라면
자신이 경영하는 레스토랑의 피아니스트와 밤을 보내고 온 연인에게 건네던 말을 잊지못할 것입니다.
아픔을 안고가는 사랑, 무조건적인 사랑, 지독한 사랑 또는 그 특별한 사랑의 고백을 말입니다.
당신을 잃고 살아가는 것보다 당신의 반이라도 사랑하며 살아가야 난 행복할 것 같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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甛蜜蜜 |
어느날 문득 그/그녀에게 사랑의 감정이 생기고 그 감정을 직접 전하고픈 마음에 조바심 내다가
마침내 용기내어 그 사랑의 감정을 처음 드러내는 날, 두근거리는 마음을 간신히 다스리며 얘기하는 첫 고백.
그 날, 그대는 그/그녀에게 어떤 표현으로 그 사랑의 감정을 고백했나요? |
영화, TV드라마는 영상을 함께 하기에 사랑의 고백을 담은 장면이 뚜렷한 기억으로 남기도 하지만
소설의 경우 텍스트로만 이루어져 있기에 강렬하진 않더라도 그 대목이 은은하게 스며들어 오래 남기도 하지요.
이를테면, 저는 아름다운 문장으로 이루어진 어느 외국 소설에서도 강렬한 그리고 오래 남는 사랑의 고백을 접한 적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고향을 떠나 십년도 넘는 세월이 흐른 뒤 이제는 카톨릭 신학생이 된 남자 주인공이
고향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했던 여자친구를 만나, 그녀와 둘이서 계획하지않은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두사람의 여행길, 그 며칠 동안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면서
세속적인 사랑과 구도자의 길 사이에서의 고민 그리고 그 둘의 조화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었는데요. |
그 소설, 브라질 태생의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의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에서,
용기가 없어서 오랫 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그 감정을, 이십년 넘는 세월이 흐른 뒤 남자는 여자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
"난 메달을 찾았어.
하지만 광장으로 돌아갔을 때는 이미 오랫동안 연습했던 그 말을 할 용기가 사라졌지.
그래서 나 자신과 약속했어.
내가 그걸 완전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을 때 네게 메달을 돌려주겠다고.
거의 이십년 전 일이야.
오랫동안 잊으려고 했지만, 그 문장은 늘 그곳에 있었어.
그 문장을 속에 담고는 더이상 살 수가 없어."
그는 들고 있던 커피잔을 내려놓고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는 오랫동안 천장을 올려보았다.
"아주 짧은 문장이야."
그는 이윽고 나를 바라보았다.
"사랑해."
-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의 소설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Na margem do Rio Piedra eu Sentei e Chorei) 中에서 | 
Paulo Coelho |
우리말이든 일본어든 또는 코엘료가 모국어로 쓰는 언어든, 언어마다 조금씩 다르긴 할지라도
말그대로 '아주 짧은 문장'이면서도, 마음에 늘 담고있고 '그 문장을 속에 담고는 더이상 살 수가 없'다는 그 말. '사랑해.' |
가슴 안에만 머물 수 없어 터져나오는 사랑의 감정을 담은 말 '사랑해'를 처음 고백할 때의 두근거림은
(그 표현이 파리의 연인과 노팅 힐의 그것과 비슷하든 아니면 낯간지러운 것이든 또는 어눌한 표현이든 상관없이)
그 사랑이 비록 노팅 힐과 같은 해피 엔딩이 아니라 글루미 선데이와 같은 비극적 결말로 치닫는다 하더라도
적어도 그 순간 만큼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 만이 누릴 수 있는, 포기할 수 없는 기쁨이겠지요. |

インディゴ地平線 |
1996년 발매 앨범인 インディゴ地平線에 담긴 初恋クレイジー(Hatsukoi Crazy, 첫사랑 크레이지)에서
'첫사랑에 빠져(初恋クレイジー)' '말로 할 수 없는 기분(言葉にできない気持ち)'은 이렇게 표현됩니다.
誰彼すき間を拔けて おかしな秘密の場所へ
이사람 저사람 빈틈을 빠져나가 신비한 비밀의 장소로
君と行くのさ 迷わずに
너와 갈거다 헤매이지않고 |
때로는 마치 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을 듣는 듯한 느낌을 받는 初恋クレイジー는
스핏츠(スピッツ)의 곡 중에서도 그다지 알려지지않은 곡이지만 저에게는 들을 때 마다 흥이 나는 곡입니다. |
이 곡 初恋クレイジー는 앨범 インディゴ地平線(Indigo Chiheisen, 인디고 지평선)의 두번째 트랙에 수록되어 있지만
첫 트랙은 연주시간이 2분이 되지않는 짧은 곡으로 인트로적인 느낌이 강한 곡이기에
앨범 전체를 두고 감상해보면 두번째 트랙인 이 노래가 앨범의 '본격적인 시작'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따라서 비록 싱글로 커트된 곡은 아니지만, 앨범 インディゴ地平線 제작 당시
이 곡에 대한 스핏츠의 애정이 상당하지 않았을까 짐작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랑을 '처음' 느낀 심정을 표현한 곡 初恋クレイジー가 수록된 이 앨범을 스핏츠가 발표한 때가 1996년 10월이니,
이 노래가 일반대중에게 소개된 그 즈음의 쿠사노 마사무네(草野マサムネ)는 물론 당시의 멤버 전원이 서른의 나이를 막 앞두고 있었고
그해 6월 한다 요시코(半田嘉子)와 결혼한 베이시스트 타무라 아키히로(田村明浩)가 신혼의 단꿈에 빠져있을 시절이기도 합니다. |
그런 점들을 미루어보자면, (비록 첫사랑의 감정은 주로 십대 혹은 이십대에 찾아오는 것이라 할지라도)
'첫사랑'의 감정을 표현하고픈 마음은 굳이 십대나 이십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지않나 싶습니다. |
첫사랑 .. 하지만 첫사랑은 그 단어에서부터 이미 '처음'이라고하는 순서가 자리매김되어 있음으로 하여
우리는 그 사랑이 '지금 우리의' 사랑이 아니라, '그날 그/그녀와의 과거완료형' 사랑임을 압니다.
아울러 그 스스로 부정적인 결말을 속으로 품고있으면서 그 '다음' 사랑이 나타났음을 은연 중 알려줍니다.
하기사 사랑의 열병 그리고 원치않는 파국적 결말은 '첫사랑'만의 몫은 아니겠지요.
'첫'사랑이든 '다음'사랑이든 아니 몇번째의 사랑이든 구분없이 그 사랑의 당사자는 겪게되는 것이겠지요. |
소설, 영화, 대중음악 등에서 첫사랑의 열병 그리고 그 파국적 결말에의 고통을 자주 이야기하고 노래하지만
사랑의 감정이 생겼을 때의 그 부풀어 터질 듯 한 기쁨부터 그 사랑이 떠나버렸을 때의 죽음과 같은 슬픔의 바닥까지
그 폭과 깊이에 있어서, 첫사랑의 그것이 가장 크고 깊다고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때묻지않고 철없던 시절의 '첫사랑'의 기쁨과 슬픔보다는,
신산스러운 삶을 겪은 후에 맞닥뜨리는 사랑에서 비롯되는 그것이 더욱 크고 깊을지도 모르는 것이지요.
때로는 '사랑같지도 않은 사랑'에서도 어줍잖은 첫사랑의 그것보다 더 크고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아사다 지로(浅田次郎)의 단편 러브 레터(ラブ·レタ―)를 원작으로 한 송해성감독의 영화 파이란.
제가 감동적으로 봤던 우리 영화 중의 한편입니다.
용돈 몇푼을 위하여 위장결혼을 했지만 그 사실 조차 잊어버린 삼류건달 최민식(강재).
불법체류를 위하여 강재의 '서류 상 아내'가 된 장바이즈(張伯芝)(파이란).
얼굴도, 사는 곳도 몰랐던 '법적 아내'의 사망에 따른 서류정리를 하러 길 떠나는 강재.
강재씨 덕분에 한국에서 계속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여기 사람들 모두 친절합니다.
그치만 가장 친절한 건 당신입니다. 왜냐하면 나와 결혼해 주셨으니까요. |
강재는 동해 바닷가 어딘가에서 세탁부로 일하던 파이란이 보낸 편지를 기차 안에서 읽으며
자신의 주민등록등본 안에서만 존재하던 그녀가 천천히 자신에게 다가옴을 느낍니다. | 
파이란 |
그리고 강재는 그녀가 살았던 집에 남겨져있던 그녀의 마지막 편지를 뒤늦게 읽게 되고
세상 누구도 알아주지않는 자신을 고마운 사람으로 여겨준 단 한사람 파이란을 통해서,
뒤늦게 다가와 그제사 '만나게 된' 그녀의 순수한 영혼을 통해서,
자신의 보잘 것 없고 무가치한 삶을 돌아보게된 강재는 회한의 눈물을 뿌립니다. |
삼류건달 강재가 눈물을 쏟아내던 그 장면에서 최민식이 보여준 연기가 너무나 인상적이었던 영화 파이란.
강재를 향한 파이란의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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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강재는 파이란을 사랑하기는 커녕 그녀의 존재 자체도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왔고
파이란의 가슴아픈 그리고 때늦은 사랑고백을 접하고 뿌리는 눈물은, 앞서 이야기했다시피
어긋난 사랑에 대한 때늦음에 뿌리는 눈물이 아니라,
뒤늦게 만나게된 그녀의 순수한 영혼이라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보잘 것 없는 삶을 쳐다보면서 흘리는 눈물이지요. |
영화 파이란은 여주인공 장바이즈(張伯芝)보다는 최민식의 연기로 관객의 가슴을 저리게 만들었던 영화이지만,
스핏츠의 初恋クレイジー를 듣고있는 지금의 저는 영화 파이란의 줄거리는 잠시 접어둔 채
'좋아하게 되자, 힘들게 되었습니다...'라는 장바이즈의 '고백' 만을 마음 속으로 되뇌어봅니다. |
첫사랑이든 다음사랑이든 또는 몇번째의 사랑이든, 그/그녀를 만나서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래서 初恋クレイジー 노랫말 첫부분처럼 '너의 탓으로 커진 미래(君のせいで大きくなった 未來)'에 가슴 부풀고
'내가 돌아올 수 없을 정도로 부서져있더라도(僕が 戾れないほどに 壞れていても)' 너와 함께 갈 듯 싶었는데..
그 열정을 둘러싸고있는 환경은 그리고 (그 열정의 시작이기도 한) 두사람 마음의 여러 모습은
왜 가끔, 자주 그리고 결국은 그 열정을 열정 그 자체 만으로 그냥 두지않는 것일까요?
사람이 사람에게 가질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감정을, 왜 그냥 그대로 두지않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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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게 되자, 힘들게 된다는 것. 그것 역시 마주치면 피할 수 없는 사랑의 한 모습인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게 되자마자 힘들게 됨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그 사랑마저도 결국에 가서는 몇번째인가로 자리매김되고 다음번 사랑의 그늘 아래로 숨겨져버린다해도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저 그 뜨거운 열병을 껴안고 갈 수 밖에 없겠지요.
사랑의 감정은, (코엘료의 표현처럼) 마음 '속에 담고는 더이상 살 수가 없'는 것이니까요.
사랑은.. 그런 것인가 봅니다. |
첫사랑에 빠진 기분을 밝은 분위기의 멜로디와 리듬으로 들려주는 初恋クレイジー.
하모니카 간주를 지나서 쿠사노 마사무네는 이렇게 노래합니다.
泣き虫になる 嘘つきになる 星に願ってる
울보가 되네 거짓말쟁이가 되네 별에게 염원하고있네
例えば僕が 戾れないほどに 壞れていても
예를 들면 내가 돌아올 수 없을 정도로 부서져있더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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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한편 사랑은, 또 그런 것이기도 하겠지요.
'울보(泣き虫)'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어쩔 수 없이 '거짓말쟁이(嘘つき)'가 되기도 하지만
설혹 '돌아올 수 없을 정도로 부서(戾れないほどに 壞れて)'진다 하더라도
함께 '너와 갈거다(君と行くのさ)'라고 다짐하는 마음. 그리고 그 기쁨.
만약 그런 다짐의 마음과 기쁨이 가득한 사랑이라면
'좋아하게 되자 힘들게 되었다'는 파이란 식의 쓸쓸한 고백도 다음과 같이 고쳐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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川瀬正人 | 참고로 앨범 インディゴ地平線의 첫 곡 花泥棒(Hana Dorobou, 꽃도둑) 그리고 이 곡 初恋クレイジー에서
퍼커션(PERCUSSION)을 연주하는 사람은 스튜디오 뮤지션인 타악기 주자 카와세 마사토(川瀬正人)입니다.
그리고 初恋クレイジー 노랫말에는 작은 일한사전에서는 찾아보기 쉽지않은 단어가 하나 나오는데
이 '베제(ベーゼ)'라는 단어는 '입맞춤'을 뜻하는 프랑스어 'Baiser'에서 비롯된 단어라고 합니다.
● 初恋クレイジー 노랫말 살펴보기 |
√ 初恋クレイジー 노랫말(우리말 번역)의 출처는 (c) spitzHAUS 입니다.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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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9/09 02:27 | 스핏츠/ALBUM | trackback (0) | reply (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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