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지난 5월 16일자 신문에서 '가요 가사를 통해 본 남녀 권력관계'라는 부제가 붙은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렉시의 하늘 위로, 아이비의 유혹의 소나타, 길건의 흔들어 봐, 서인영의 너를 원해 등 여자 가수들의 노랫말과
sg워너비의 아리랑, M.C the MAX의 가슴아 그만해, 윤건의 사랑으로 빚진 날들, 이승철의 시계, 이기찬의 미인 등
남자 가수들의 노랫말을 서로 비교하면서, '가사에 나타난 권력이동 현상'이라는 비교표까지 제시한 기사였는데요.
즉 남자 가수들은 지고지순(至高至順)의 사랑이나 절망적 사랑에 빠져있음을 노래하면서 사랑의 객체가 된 반면에
여자 가수들은 도리어 남자를 휘어잡을 것 같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사랑을 노래한다면서
노랫말에서 남성들은 갈수록 마초성을 잃고 있고 여성들은 능동적 성향을 드러내는 것이 사회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합니다.
그걸 설명하기 위하여 중년 남성의 위기론이나 메트로섹슈얼, 크로스섹슈얼 등의 단어를 열거하면서 말입니다.
그리하여 기사 말미에 이르러 '자연히 발라드 특유의 서정성이 남자 가수들을 지고지순하게' 만든다고 하고
한편 '감각적인 섹시 댄스는 여성 가수들을 육체적 사랑에 목마른 '작업녀'로 보이게' 한다고 얘기합니다.
덧붙여 '남성의 마초적 이미지와 여성의 순종적 이미지를 깨는 것이 현재 가요계에서 '쿨'한 문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하는
음악평론가 임진모의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기사는 끝나는데요.
● 2007년 5월 16일자 동아일보의 기사 <유혹 노래하는 '알파걸' 순정 부르는 '베타보이'> 바로가기
Alpha Girls | 기사에는 어느 문화 평론가의 아래와 같은 진단도 인용되어 있습니다.
엄정화, 이효리같이 섹시하고 당당한 여성상이 각광을 받는 반면
남자 가수들은 이를 능가할 만한 메세지를 전달하지 못했고 결국 사랑의 주도권을 빼앗겼다. |
우리나라 가요계의 그러한 경향에 대해서는 그 기사 이전에도 저도 그런 느낌을 가지고 있었고
기사에 인용된 노랫말의 예시를 통해서도 '그건 그렇다'는 동의가 충분히 구해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경향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그런 경향의 원인으로 제시되는 것에는 고개가 갸웃거려집니다.
그게 과연 '쿨한 문화'라서 그럴까요? 정말 남자 가수들은 '사랑의 주도권'을 빼앗겨서 그럴까요? |
그러니까, 저는 그러한 '경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그걸 바라보는 '시각'이나 그것의 '원인'에 대한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대중음악이라는 '상품'과 이를 만들어내는 '생산자' 그리고 이를 소비하는 '소비자'라는 개념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보면,
그러한 '경향'은 '쿨한 문화'에서 비롯되었다기 보다는, 그리고 '사랑의 주도권'이 옮겨간 것이 주된 요인이라기 보다는
대중음악이라는 상품의 주된 소비자가 그 상품을 통해 자신의 잠재적인 소망을 해소할 수 있게 한다거나,
또는 대리체험/추체험이 가능하도록 하여 그 상품의 히트를 노리는 생산자의 의도된 경향이 아닌가 하는 것이죠.
즉 남자 가수들은 지고지순의 사랑이나 절망적 사랑을 노래하면서 사랑의 객체가 된 것 같지만‥, 실은 그래서가 아니라,
그런 상품의 주된 소비자들을 - 아무래도 여성이 되겠지요 - 그 '지고지순의 사랑'의 대상으로 만들어줌으로써 상품 소비를 촉진하고
한편 남자 가수가 노래하는 절망적 사랑을 통하여, 대중음악의 주된 소비자인 여성들을 '사랑의 주체'로 격상시켜줌으로써
신상품의 소비를 촉진 나아가 대박을 노려본다는 생산자의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 가장 큰 요인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여자 가수들의 경우, 도리어 남자를 휘어잡을 것 같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사랑을 노래한다는데
이 역시 상품, 생산자, 소비자 등의 경제학적 개념을 염두에 두고 보면 역시 앞서와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니까 그러한 '경향'은 남녀 간에 서로 '사랑의 주도권'을 빼앗고 빼앗기고 하는 문제에서 비롯되었다기 보다는,
해당 상품을 통해서 여성 소비자들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사랑을 대리체험/추체험 가능할 수 있도록 하여
여성 소비자의 잠재적인 욕망을 만족시켜주는 효과를 담은 상품으로 생산자가 의도적으로 만든 것은 아닐까 한다는 겁니다.
게다가 이 상품의 경우 여성 가수의 '감각적인 섹시 댄스'까지 덧붙여 '작업녀' 모드로 포장하면,
남성 소비자의 성적 욕망도 채워주는 역할을 해서 예상 소비자의 범위를 확대할 수도 있어서 생산자가 선호할 만한 것이기도 하겠지요.
해당 기사를 읽어보면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이 같은 가사를 대부분 남자 작사가들이 만들고 있다는 것.'
제가 보기에 남자 작사가들이 그러한 노랫말을 만들고 있다는 것은 '특이한 점'이 아니라, 바로 그러한 '경향'에 대한 해답입니다.
다시 사랑한다 해도
다른 누군가를 만나도
나는 너와 같은 사람
다시 만나진 못해 |
∼ 이기찬의 미인 중에서. (안영민 작사) | 부담 없이
난 그저 짧은 사랑을
원하는 거야
너를 원해 오늘 하루만 |
∼ 서인영의 너를 원해 중에서. (정연준 작사) |
즉, 그러한 '상품'이 일련의 과정을 거쳐 '생산'된 다음, 소비자인 우리가 직접 '소비'하는 단계에 있어서는
이기찬같은 남성 가수를 통해서 또는 서인영같은 여성 가수를 통해서 그 상품이 소비될 것이지만,
'남성의 마초적 이미지와 여성의 순종적 이미지를 깨는 것'은 남자냐 여자냐 하는 성(性)의 문제가 아니라
애당초 이 상품을 만들어내는 생산자의 판매전략적 의도에서 비롯된 바가 클 것이라는 짐작입니다.
작사/작곡자, 제작자 등 음반 제작의 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생산자'들의 여러가지 의도들이
자본주의적으로 작용하여 소비자의 구미에 맞는 상품으로 내놓는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알파걸' 그리고 '베타보이'가 운위되는 작금의 사회현상과 대중음악 노랫말이
서로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기사에서 얘기하는 '경향'을 두고 성(性)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 않나 하는 것이지요. |
서인영 |
ⅱ
光の川
少し動き出した週末の渋滞の中で
隣をゆっくり過ぎる車に目がとまった
助手席に確かに君がいたように見えた
見間違うわけはないんだ
心がざわついた
君の姿を確かめようとしたけど
僕らをむすぶ距離は離れてしまうばかりで
何か叫ぼうと身を乗り出したけど
僕にはたった一つの言葉さえ浮ばなかった
低く嘲笑うようなバイクの音と共に
君の車はもうずっと先に進んでしまった
僕らはこの世界で孤独を飲み込むたびに
苦笑いの振りをして
大人になろうとしたんだ
君の心を救いたいと願ったけど
僕らはその涙の拭い方も分らなくて・・・
君の姿を追いかけようとしたけど
信号で僕の車は人の波に止まってしまった
途切れた願いは消えてしまうのではなくて
僕らはその痛みで明日を知るのかもしれない
全ての祈りが輝きはしないけど・・・
車はいつの間にか光の川に消えてしまった | 빛의 강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 주말의 교통체증 속에서
옆을 천천히 지나가는 자동차에 눈이 멈추었어
조수석에 확실하게 네가 있는 것처럼 보였어
잘못 봤을 리는 없다고
마음이 술렁거렸어
너의 모습을 확인하려고 했지만
우리 사이의 거리는 멀어져버릴 뿐이어서
무언가 외쳐보려 몸을 내밀었지만
내게는 단 한마디의 말조차 떠오르지 않았어
낮게 비웃는 듯한 오토바이 소리와 함께
네가 탄 자동차는 벌써 저만큼 앞으로 가버렸어
우리는 이 세계에서 고독을 참고 삼킬 때마다
쓴 웃음 짓는 체하며
어른이 되려고 했어
네 마음을 구하고 싶다고 원했지만
우리는 그 눈물을 닦는 방법조차 몰랐는 걸‥
너의 모습을 좇으려 했지만
신호때문에 내 차는 인파 속에서 멈춰버렸어
끊어진 소원은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니라서
우리는 그 아픔으로 내일을 아는 것인지도 몰라
모든 기도가 반짝이는 것은 아니지만‥
자동차는 어느 사이엔가 빛의 강 속으로 사라져 버렸어 |
光の川
2004-10-27
TIME
2004-11-17
ALL SINGLES BEST
2007-01-24 |
최근 새로운 CD를 여러 장 듣게 되었는데, 블루스 뮤지션인 채수영의 CD를 제외하면 나머지 모두 일본의 대중음악 CD들이었습니다.
그 중의 몇몇을 꼽아보면, 메렝게(メレンゲ)의 첫 레귤러 앨범과 LOST IN TIME의 최근 발매 앨범은 제가 스스로 선택한 CD였고
레미오로멘(レミオロメン)의 라이브 앨범과 코부쿠로(コブクロ)의 싱글 베스트 앨범은 친구의 취향과 권유로 구입한 것입니다.
그 외에, 들어보라고 건네받는 바람에 엉겹결에 듣게된 CD로는 스가 시카오(スガシカオ)의 2장짜리 베스트 앨범이 있습니다.
SMAP의 히트곡 중 하나이고 노랫말이 아름다워서 일본의 중학교 음악교과서에도 실렸다는 노래,
夜空ノムコウ(Yozora no Mukou, 밤하늘의 건너편)의 노랫말을 썼고 몇년 뒤 그 곡을 스스로 셀프 커버하기도 했으며
KAT-TUN의 데뷰곡인 Real Face의 노랫말을 제공하기도 했던 싱어송라이터 스가 시카오.
애니메이션 허니와 클로버(ハチミツとクローバー)를 보면서 삽입곡에 귀를 기울였다면
스핏츠(スピッツ)말고도 스가 시카오의 8月のセレナーデ(Hachigatsu no Serenade, 팔월의 세레나데)를 기억할 겁니다.
그리고 실사판 영화 허니와 클로버의 엔딩곡으로 쓰였던 아라시(嵐)의 アオゾラペダル(Aozora Pedal, 파란 하늘 페달),
그 노래를 작사 작곡한 사람도 바로 스가 시카오라고 합니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ウィキペディア) 일본 싸이트에서 스가 시카오를 찾아보니 이런 대목이 나오더군요.
男心を赤裸々に書いてリアルに言葉が迫ってくる歌詞が特徴
남자의 마음을 적나라하게 써서 리얼하게 문장이 다가오는 노랫말이 특징 |
ⅲ
최근에 구입하거나 건네받아 듣게 된 CD 중에서 스가 시카오의 베스트 앨범이 가장 좋았던 것은 비록 아니지만,
대중음악의 노랫말이 소재가 된 어느 신문 기사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생각을 써나가게 되니,
일본의 뮤지션들 중에서 유려한 노랫말로 잘 알려진 스가 시카오의 노래를 덧붙이게 됩니다.
그래서 골라본 것이 그 베스트 앨범에도 수록되어있는 光の川(Hikari no Kawa, 빛의 강)인데요.
들어보니, 어떤가요? '남자의 마음'이 ‥ '리얼하게' ‥ 다가오나요? ^^
P.S. ①
원래 이 글의「ⅰ」부분은, 앞서의 글에서 M.C the MAX 이야기를 하면서 함께 언급하고자 했던 부분이었습니다만,
'절친'이 제게 준 선물에 대한 고마움을 말하고자 하는 글에서 그런 언급은 다소 딱딱한 느낌을 줄 듯해서 관두어버렸는데
결국은 이렇게 스가 시카오의 노래를 들으면서 써나가게 되었네요. ^^
P.S. ②
キクチ先生、(この記事を読むわけがないですけど・・・) どうもありがとうございました。
「夜空ノムコウ」の場合、SMAPのバージョンよりスガシカオのほうが気に入りましたね!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