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V든 라이브든 일반적으로 영상은 아무래도 프런트맨인 보컬리스트 중심이다.
그래서 그 외의 멤버들은 상대적으로 영상에 노출되는 시간이 적게 마련인데
기타리스트는 간주 부분에서 프런트로 나서기도 하니 그래도 나은 편이고
베이시스트는 비록 클로즈업은 많지 않아도 밴드 멤버 전부를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드럼 세트에 많은 부분이 가려진 드러머와 달리 전신이 노출되니 다행이라 할 수 있다.
스핏츠(スピッツ)의 渚(Nagisa, 해변).
이 영상에서 드러머 사키야마 타츠오(崎山龍男)는 멤버들 중 맨 마지막으로 등장하는데
그것도 이 노래의 일절 부분을 다 마친 직후가 되어서야 (1분 32초 경과 후) 나온다.
게다가 빠른 편집의 M/V 영상 특성 상,
잠깐잠깐 비추고 지나가고 하필이면 다른 멤버들과 달리 사키야마는 대부분 뒷모습이다.
단독 샷으로 모두 16번 나오는데 그 중 뒷모습만 14번이나 되고
정면이든 측면이든 사키야마의 얼굴이 나오는 건 고작 2번에 불과하다.
사키야마의 팬들에게는 이런 식의 영상 편집이 무척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내가 이 영상에 주목하는 점이 바로 거기에 있다.
단순히 그런 장면들이 여타 M/V 또는 라이브에서의 드러머 영상과 달라서가 아니라
타케우치 테츠로(竹内鉄郎) 감독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들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곡의 매력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을 하나 꼽자면 바로 사키야마의 '탐탐 플레이'인데
그것이 시작되는 지점이 바로 이 영상에서 사키야마가 처음 등장하는 지점이다.
타케우치 감독은 흔한 정면 샷이나 측면 클로즈업이 아니라 뒷모습을 통해
우리들이 사키야마의 탐탐 플레이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즉 타케우치 감독는 10번도 넘게 반복해서 보여주는 탐탐 플레이 장면을 통해서
이 곡에서 특히 귀를 기울여야 할 대목이 무엇인가를 영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竹内鉄郎
스핏츠의 노래 중에 어느 곡이 가장 좋은가는 그때그때 다르지만
나는 渚(Nagisa, 해변) 이 곡을 언제나 다섯손가락 안에 꼽는다.
그래서 그런지 이 글 이전에도 이 노래를 두고 쓴 글이 세 편이나 더 있는데
마침 그 중 한 편에 탐탐 플레이에 대한 좀 더 상세한 설명이 있으니
탐탐 플레이가 어떤 것인지 궁금한 사람은 그 글을 참고하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