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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거미줄이 반짝이면 여름휴가 ぬれたクモの巣が光れば夏休み |
夏の魔物 Natsu no Mamono 여름의 마물 |
ⅰ
한밤중에 집앞에서 만나서 동트기 직전까지 자판기 커피만으로 즐겁게 수다를 떨었던 그 친구들.
이번 여름의 휴가는 그들 두 사람이 같이 일본으로 여행 가는 것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해외 출장이 가끔 있는 덕분에 출장을 겸해서 그 여자친구와 함께 나간 적이 한 번 있다고 했는데
일은 잊고 온전히 휴가로만 보내기 위해서 두 사람만의 해외 여행은 올 여름이 처음인 듯 싶었다.
큐슈(九州) 여행으로 여름 휴가를 보내려고 했던 계획을 접고 '설악산 일박'으로 달랜 다음
돈을 더 모아서 다음 번에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친구도 있는데
"같이 갈래?"라고 하는 말에 씨익 웃고 말았지만 속으로는 '그거 재밌겠는데?' 하는 생각이 철없이 들었다.
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라서 체감하는 계절은 지난 유월 초부터 한여름이나 마찬가지긴 했는데
드디어 폭염의 피크, 칠말팔초(七末八初)가 되었다.
바닷가 백사장은 콩나물 시루가 되고 공항의 국제선 출국장 카운터는 도떼기시장이 되어버리는 시즌.
ⅱ
夏の魔物 ∼ スピッツ
古いアパートのベランダに立ち
僕を見おろして少し笑った
なまぬるい風にたなびく白いシーツ
魚もいないドブ川越えて
幾つも越えて行く二人乗りで
折れそうな手でヨロヨロしてさ 追われるように
幼いだけの密かな おきての上で君と見た
夏の魔物に会いたかった
大粒の雨すぐにあがるさ
長くのびた影がおぼれた頃
ぬれたクモの巣が光ってた 泣いてるみたいに
殺してしまえばいいとも思ったけれど 君に似た
夏の魔物に会いたかった
幼いだけの密かな おきての上で君と見た
夏の魔物に会いたかった
僕の呪文も効かなかった
夏の魔物に会いたかった | 여름의 마물 ∼ 스핏츠
낡은 아파트의 베란다에 서서
나를 내려다보고 살짝 웃었다
미지근한 바람에 기다랗게 펄럭이는 흰 시트
물고기도 없는 개골창 건너
몇 개나 건너간다 이인승을 타고
꺾일 듯한 손으로 비틀거리며 말이지 쫓기듯이
유치할 뿐인 은밀한 규칙 위에서 너와 봤던
여름의 마물을 만나고 싶었다
굵은 빗줄기 곧 그칠 거다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물에 빠졌을 즈음
젖은 거미줄이 반짝이고 있었다 울고 있는 것처럼
죽여버리면 좋겠다고도 생각했지만 너를 닮은
여름의 마물을 만나고 싶었다
유치할 뿐인 은밀한 규칙 위에서 너와 봤던
여름의 마물을 만나고 싶었다
나의 주문도 통하지 않았던
여름의 마물을 만나고 싶었다 |
1991-03-25
スピッツ
1991-06-25
夏の魔物
2006-03-25
CYCLE HIT 1991-1997 |
● 夏の魔物 노랫말 (후리가나 표기) 살펴보기
ⅲ
휴대폰 메세지 수신함을 정리하다가 얼마 전에 받았던 멀티 메일 하나를 다시 보게 되었다.
메세지는 읽고 나면 바로 지우는 편이라, 중요한 알림 정도 말고는 굳이 보관하지 않는 편인데
그 메세지에 첨부된 이미지의 색조와 분위기가 왠지 마음에 들어서 지우지 않고 있었다.
타시마 세이조(田島征三)의 그림책 『염소 시즈카(やぎのしずか)』 표지 그림.
나를 닮은 듯 해서 내게 보여주려고 보낸 것이라고 했다.
보니까 나랑 비슷하기도 하고 또 무엇보다 밝은 이미지라서 빙긋 웃음이 지어졌다. | |
메세지 수신함, 어지간한 것은 다 삭제하고 대충 정리했는데
그 멀티 메일만큼은 이번에도 지우지 않고 그대로 남겨두었다.
ⅳ
소나기 그친 후 더 새파래진 하늘과 그림처럼 뭉글뭉글한 뭉게구름의 한여름.
거미줄에 맺힌 빗방울을 통과하면서 찌를 듯이 부서지며 여러 갈래로 반짝이는 햇빛, 그런 노래.
염소와 함께 들판을 뛰노는 모습 그리고 아마도 밀짚모자.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 또래가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 같은 색감과 천진난만의 분위기, 그런 이미지.
칠월 말 팔월 초.
그런 노래와 그런 이미지 같은 휴가를 보낼 수 있다면, 참 좋겠다.
그러니까 짜증나고 골치 아픈 일상사, 적어도 지금 이 시즌만큼은 제발 그만.
ⅴ
● 스핏츠(スピッツ) 팬을 위한 덧붙임, 열기
스핏츠의 메이저 데뷰 앨범, スピッツ(Spitz, 스핏츠).
옅은 파란색 바탕에 중첩된 불가사리가 중앙에 크게 자리한 커버 이미지는
발매된 지 이십 년 가까운 지금 봐도 산뜻하면서도 의미심장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인디 신에서 막 메이저로 올라온 밴드의 도전적인 분위기도 아울러 느낄 수 있다.
그 '불가사리' 커버 사진을 촬영한 작가는 토리이 마사오(鳥居正夫).
그의 작품세계가 궁금하다면,
그의 공식 사이트 ● 토리이 마사오의 작업 파일(鳥居正夫の仕事ファイル) 클릭. |
1991-03-25
スピッツ |
앞뒤 표지를 제외하고는 흔히 '갱지'라고 부르는 질이 낮은 종이로 되어있는 부클릿에는
사진작가 오기소 타케오(小木曽威夫)가 촬영한 흑백 사진 5장이 수록되어 있는데 지금 시점에서 보면 상당히 흥미롭다.
밴드 멤버 각각을 얼굴만 클로즈업해서 찍은 4장의 사진은 마치 '프로필 사진' 같아서 피식 웃음이 나오는데
이 앨범 이후에는 어느 앨범의 부클릿에도 그렇게 크게 얼굴을 보여주는 사진이 없으니 팬들에게는 귀한 것이기도 하다.
특히 보컬리스트 쿠사노 마사무네(草野マサムネ)의 경우,
눈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 뜨고 있는 마사무네를 부감 쇼트로 찍은, '얼짱사진' 각도의 사진이니, 더더욱 드문 사진이기도 하다.
+
다들 휴가 잘 다녀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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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7/31 21:22 | 스핏츠/SINGLE | trackback (0) | reply (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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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에, 어김없이, 우연히 思いがけず、きっと、偶然に |
空も飛べるはず Sora mo Toberuhazu 하늘도 날 수 있을 거다 |
ⅰ : 뜻밖에 스핏츠
언젠가 친구가 길가다가 스핏츠(スピッツ) 노래를 듣고는 반가운 마음에 문자메세지를 보내온 적이 있다.
반포 꽃시장 근처의 어느 편의점 앞을 지나치다가 들었다고 했는데
무슨 노래냐고 물으니 그 친구는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무튼 스핏츠가 맞다고 했고
나중에 음성 통화를 통해 그의 흥얼거림을 들으니 그건 魔法のコトバ(Mahoh no Kotoba, 마법의 말).
뜻밖의 장소에서 좋아하는 밴드의 노래가 흘러 나왔다니 살짝 놀라는 한편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그날의 점원이 자신의 mp3 플레이어와 연결해서 들려주는 걸까 아니면 업소용 유선방송에서 흘러 나오는 걸까.
어떻게 해서 나오게 된 스핏츠인지는 몰라도 입 끝은 살짝 귀밑을 향하고 그것을 화제로 해서 일없이 통화는 길어진다.
누군가의 팬이라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일테다.
나 자신이 비록 멤버들의 생일 하나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어설픈 팬이라 해도 말이다.
ⅱ : 어김없이 스핏츠
한국의 스핏츠 팬들에게는 이미 꽤나 알려져 있는 곳이긴 한데,
명동 사보이 호텔 쪽 유니클로 건너편에 있는 어느 화장품 가게에서는 늘 스핏츠의 노래가 흘러 나온다.
다른 노래는 나오지 않고 스핏츠의 노래만 나온다니 처음엔 믿겨지지 않기도 했는데, 정말 그랬다.
직접 몇 차례 그곳을 가보니 적어도 내가 그 가게 앞을 지나칠 때는 어김없이 스핏츠만 흘러나왔으니까.
그래서, 명동에 나가는 일이 생겨서 그쪽을 걷게 되면 가끔 그 건너편에 서서 노래를 듣고 있기도 한다.
마치 유니클로 명동점 앞을 약속 장소로 정해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인 양,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면서 무심한 듯한 표정으로 있지만 실은 남몰래 스핏츠를 흥얼거리고 있는 것이다. | |
앞서, 예상치 않은 장소에서 좋아하는 밴드의 노래를 듣게 될 때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밴드의 음악이 쉼없이 흘러나온다는 즉,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이 특정 장소에서 일상적으로 연출될 때도 그렇다.
어떤 화장품 매장에서는 언제나 스핏츠의 노래만을 랜덤으로 '네버-엔딩 플레이' 해준다는 것, 이 역시 기분이 좋아질 수 밖에 없다.
이 다음 노래로는 뭐가 나올까 궁금해서, 노래 하나가 끝나갈 즈음에도 발길을 돌려 그 자리를 뜨기가 쉽지 않다.
주인이 스핏츠를 좋아하는 것은 틀림없는데 점원들은 어떨까, 그들도 좋아할까, 적어도 몇몇 멜로디에 익숙해지긴 했겠지.
여러 앨범의 곡들이 랜덤으로 나오는 걸 보면 컴퓨터의 오디오 프로그램을 쓰는 모양인데 그러면 그건 아이튠즈일까 윈앰프일까.
누군가의 팬이라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일테다.
길 가다가도 멈추어 서서 듣고, 쓸데없다고 해도 상관없을 정도의 소소한 것들까지 궁금해지니 말이다.
ⅲ : 우연히 스핏츠
KT&G 상상마당에서 발간하는 매거진 브뤼트(BRUT) 2010년 7월호.
(아마도 연재물인 듯한) 「Private Music List 50」라는 소제목의 기사.
'곰다방오너'라는 음악애호가의 플레이 리스트를 처음엔 건성으로 훑어보다가
나와 비슷한 취향도 여럿 있길래 차근차근 살펴보니
'혼자 산책하며 찌질거리고 싶을 때'라는 카테고리에서 스핏츠의 노래 하나.
空も飛べるはず(Sora mo Toberuhazu, 하늘도 날 수 있을 거다). | |
십여 년 전에 나왔던 노래가 지금도 누군가의 플레이 리스트에 올려져 있는 것을 보면, 또 괜히 반갑다.
포털 사이트에서 '스피츠'라고 검색하면 '애견 검색순위'가 뜰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관심이 멀어진 지 제법 되었지만
오랜 세월이 흘러도 그렇게 어떤 이가 '산책하며' 스핏츠를 듣고 있듯이 나도 십여 년 쯤 듣고 있다.
검색순위에 오를 만큼 당장의 '베스트 셀러'는 아닐지라도 여전히 즐길 수 있는 '스테디 셀러'의 음악을.
혹시 싶어서 검색을 해보니, 그 음악애호가는 홍대앞에서 '커피볶는 곰다방'이라는 이름의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데
특이하게도 음료를 마시면 주는 쿠폰을 15번 찍으면 무료 음료 한 잔이 아니라 책 한 권을 준댄다.
'산책하며' 스핏츠를 즐기는 사람은 어떤 책을 권해줄런지 자못 궁금해져서 조만간 한 번 굳이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렇게 들려서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마침 스핏츠의 노래까지 거기서 흘러나온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을테고.
누군가의 팬이라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일테다.
십여 년 전의 노래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도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스테디'하게 좋아하고 있으니 말이다.
ⅳ : 스핏츠 팬을 위한 덧붙임
2003년 12월 17일 한정 발매된 스핏츠의 DVD 박스.
放浪隼純情双六 LIVE 2000-2003
(Hohroh Hayabusa Junjoh Sugoroku LIVE, 방랑 하야부사 순정 스고로쿠 라이브).
DVD 2매, 사진집 1권.
DVD 두번째 장의 마지막 트랙.
空も飛べるはず(Sora mo Toberuhazu, 하늘도 날 수 있을 거다).
2000년 9월 23일 일본의 토쿄(東京)에 있는 아카사카(赤坂) 블리츠(BLITZ)에서의 라이브.
지금 이 글에 첨부된 BGM은 이 라이브 DVD에서 추출된 것이다. | |
● 空も飛べるはず 노랫말 살펴보기
● 앨범 버전의, 또다른 空も飛べるはず myspitz story .. 바로가기
참고로 (무려 100쪽 분량의) 두툼한 사진집에는 우리나라에서의 스핏츠 모습도 담겨 있다.
2001년 5월 26일 서울에서 5컷.
같은 해 12월 19일 부산에서 5컷, 12월 20일 기차로 이동하면서 3컷, 12월 21일 서울에서 2컷.
2003년 4월 18일 서울에서 5컷, 4월 19일 고속도로휴게소에서 1컷, 4월 20일 부산에서 3컷.
한국에서의 사진이 모두 24컷이나 수록되어 있으니 100쪽 사진집의 1/4에 가까운 분량이다.
이 모든 사진은 사진작가 나이토 준지(内藤順司)의 작품인데 관심이 있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
● JUNJI NAITO PHOTOGRAPHS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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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고맙습니다. 덕분에 브뤼트, 잘 읽었어요.
√ 空も飛べるはず 노랫말(우리말 번역)의 출처는 (c) spitzHAUS 입니다.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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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7/09 01:08 | 스핏츠/DVD | trackback (0) | reply (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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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 남은 재 같은 시절이라도 불타오를 듯한··· 燃えカス時代でも 燃えそうな… |
ⅰ : 청춘
청춘 ∼ 심보선
거울 속 제 얼굴에 위악의 침을 뱉고서 크게 웃었을 때 자랑처럼 산발을 하고 그녀를 앞질러 뛰어갔을 때 분노에 북받쳐 아버지 멱살을 잡았다가 공포에 떨며 바로 놓았을 때 강 건너 모르는 사람들 뚫어지게 노려보며 숱한 결심들을 남발했을 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을 즐겨 제발 욕해달라고 친구에게 빌었을 때 가장 자신 있는 정신의 일부를 떼어내어 완벽한 몸을 빚으려 했을 때 매일 밤 치욕을 우유처럼 벌컥벌컥 들이켜고 잠들면 꿈의 키가 쑥쑥 자랐을 때 그림자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에서 그 그림자들 거느리고 일생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을 때 사랑한다는 것과 완전히 무너진다는 것이 같은 말이었을 때 솔직히 말하자면 아프지 않고 멀쩡한 생을 남몰래 흠모했을 때 그러니까 말하자면 너무너무 살고 싶어서 그냥 콱 죽어버리고 싶었을 때 그때 꽃피는 푸르른 봄이라는 일생에 단 한 번 뿐이라는 청춘이라는 |
슬픔이 없는 십오 초 |
청춘.
꽃피는 푸르른 봄이라는, 청춘.
일생에 단 한 번 뿐이라는, 그 청춘.
ⅱ : 청춘들
청춘 1.
어디서 만날까 물어보니 그는 유엔기념공원 주차장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는 자판기 커피를 두 잔 뽑아 나에게 한 잔을 건네고 벤치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
요즘 담배는 어느 정도 피우냐니까 "하루에 한 갑 정도"라더니 곧바로 "조금 더"라고 고쳐 말했다.
오프라인으로 만난 건 꽤 오랜만이라서 근황을 물으니, 치열한 외로움과 함께 살고 있다고 했다.
치열한 외로움? ··· '치열한' 것이 삶이 아니라 외로움이라니.
외로움은 이겨낼 수 있는 게 아니라 그저 견뎌내는 거라면서
인간 따위가 어찌 감히 외로움을 이길 수 있겠냐는 말도 했다.
그 청춘이 말하는 외로움은 짝이 있다 없다 수준의 문제가 분명 아니다, 라고 느껴졌다. | |
청춘 2.
금요일 저녁, 함께 자주 가는 종로3가의 칼국수집을 거쳐 인사동 거리의 어느 커피숍 테라스 섹션의 테이블.
그와 얘기하다가 우연히 나오게 된 로또 이야기가 잠시 길어지더니 어느새 '당첨 후 계획 및 일정 토의'로 넘어갔다.
향후 이삼 년의 일정을 구체적으로 설계한 다음, 된다면 먼저 기념으로 가볍게(!) 해외여행을 같이 떠나기로 했다.
그가 당첨되면 '항공권 알아봐', 내가 당첨되면 '가방 사러가자'는 전화를 하는 것을 신호로 정하고 로또를 샀다.
아쉽게도(또는 당연하게도) 주말 내내 그에게서 전화가 오지 않았고 나 역시 그에게 전화를 하지 못했다.
앞으로 팔구 개월쯤 지나면 계약직 기한 만료되는 그 청춘.
기한 연장은 없을 거라고 들었는데.
청춘 3.
흔히 '놀이터'라고 부르는, 신촌 현대백화점 뒷편의 창천어린이공원에서 토요일 점심 무렵.
잠시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점심으로 뭘 먹지 싶어서 이런저런 음식 종류를 얘기하다가
입구의 자판기에서 식권을 구입해서 주문하는 일본라멘집을 그가 추천해서 오랜만에 라멘을 먹었다.
학교 생활은 어떠냐니까 (복학 이전을 포함해서 따져서도) 지금이 제일 재미있다고 환하게 웃더니
그런데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곧바로 쓴웃음의 표정을 지어 보였다.
청춘 시절에 누릴 수 있는 것들의 우선순위 그리고 그 각각의 깊이와 폭의 베스트를 정하기란 쉽지 않다.
아무튼 점심으로 먹었던 그 '짬뽕라멘'의 맛은 그에게도 나에게도 그냥 그저 그랬다. | |
청춘 4.
한낮엔 삼십 도를 웃도는 때이른 폭염.
혹시 지금 인터넷 가능하냐고, 학원 근처에서 가까운 병원이 어디 있는지 찾아봐 달라고, 두통으로 힘들다고 했다.
병원에 가보니 냉방병이랬는데 냉방병은 태어나서 처음 겪어봤다고, 나중에 'ㅠ'와 'ㅋ'가 뒤섞인 문자메세지가 왔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스타트 라인을 바꿔 잡으려고 올해 초 '잠수'를 선언했던 그 친구.
종로, 강남역, 노량진, 신림동 등의 학원 강의실에서 종일 공부하다가 자정 무렵 귀가하는 청춘들 중 하나.
청춘 5.
'전나무 길' 사진에 인근에 있는 유명한 절에 가는 길이라는 설명이 붙은 멀티 메일.
뙤약볕 아래에서 일주일 남짓 모내기를 마치고 하루 쉬는 날이라는 친구의 메세지였다.
모내기 철에는 아궁이 앞의 부지깽이도 뛰고 고양이 손도 빌려야 한다고,
모내기라는 걸 그저 속담 속의 표현으로만 알 뿐인 나는, 그런 그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칠월도 안되었는데 엄청나게 덥다고 내가 서울의 근황을 약간 호들갑스럽게 얘기하니까
모내기 할 때는 논에서 찰박찰박 발 담그고 있으니 더운 줄 모르겠더라고 대답하던 그 친구.
며칠 뒤 그는 출국한다.
그가 심은 어린 벼들이 노랗게 익어 갈 즈음 태평양 건너편에서 그 나름대로 영글어 갈 청춘. | |
청춘.
꽃피는 푸르른 봄이라는, 청춘.
일생에 단 한 번 뿐이라는, 그 청춘.
ⅲ : 청춘들을 위한 응원가
시집을 펴들고 읽다가 '잠들면 꿈의 키가 쑥쑥 자랐을 때' 라는 대목에서, 나한테도 그런 때가 있었을까, 싶었다.
스스로 자각해서 꿈을 키웠든 호승심이 생겨서 꿈이 자랐든 아니면 타인을 시기 질투해서 주먹을 불끈 쥐었든,
어쨌거나 내게 그런 시절이 과연 있었는지 지금은 떠오르는 기억이··· 없다.
내 주위에 있는 '청춘'들은 어떨지.
나와는 달리, 그런 때가 있었던 · 있는 · 있을 몇 명의 청춘들을 하나둘 꼽아보며 청춘들을 위한 응원가를 듣는다.
꿈꾸는 것.
찾고 있는 것.
lookin' for.
루킨 포(ルキンフォー).
ルキンフォー ∼ スピッツ
それじゃダマされない ノロマなこの俺も
少しずつだけれど 学んできたよ まだまだ終わらない
疲れた目 こすった先に
探し求めていた 灯りを見た
ルキンフォーどこまでも つづくデコボコの
道をずっと歩いていこう
初めてだらけの 時から時へと
くぐり抜けた心 君につなげたい 届きそうな気がしてる
ダメなことばかりで 折れそうになるけれど
風向きはいきなり 変わることもある ひとりで起き上がる
思い出で 散らかった部屋を
出てゆくよ 言ってたより少し早く
ルキンフォーめずらしい 生き方でもいいよ
誰にもまねできないような
燃えカス時代でも まだ燃えそうなこの
モロく強い心 君につなげたい かないそうな気がしてる
ルキンフォーどこまでも つづくデコボコの
道をずっと歩いていこう
初めてだらけの 時から時へと
くぐり抜けた心 君につなげたい 届きそうな気がしてる
不器用なこの腕で 届きそうな気がしてる
作詞・作曲 ∶ 草野正宗 | 루킨 포 ∼ 스핏츠
그래서는 속지 않아 이 둔감한 나조차도
조금씩이지만 배워왔거든 아직 끝나지 않아
피로해진 눈 비비고 나서
찾아다니고 있었던 불빛을 봤어
루킨 포 끝없이 이어지는 울퉁불퉁한
길을 계속 걸어가자
모든 것이 새로운 시간에서 시간으로
헤쳐나온 마음 너에게 연결하고 싶어 닿을 듯한 기분이 드네
안 되는 일뿐이라서 꺾일 것 같아져도
풍향은 갑자기 바뀌는 일도 있어 혼자서 일어설 거야
추억으로 어질러진 방을
나갈 거야 말했던 것보다 조금 빨리
루킨 포 특이하게 살아가는 것도 괜찮아
아무도 흉내 낼 수 없을 듯한
타고 남은 재 같은 시절이라도 오히려 불타오를 듯한 이
여리면서도 강한 마음 너에게 연결하고 싶어 이루어질 듯한 기분이 드네
루킨 포 끝없이 이어지는 울퉁불퉁한
길을 계속 걸어가자
모든 것이 새로운 시간에서 시간으로
헤쳐나온 마음 너에게 연결하고 싶어 닿을 듯한 기분이 드네
서투른 이 솜씨로 닿을 듯한 기분이 드네
작사·작곡 ∶ 쿠사노 마사무네 |
청춘.
꽃피는 푸르른 봄이라는, 청춘.
일생에 단 한 번 뿐이라는, 그 청춘.
ⅳ : 스핏츠(スピッツ) 팬을 위한 덧붙임
● 열기
스핏츠의 32번째 싱글, ルキンフォー(Lookin' For, 루킨 포).
2007년 4월 18일 발매, 오리콘(オリコン) 차트 주간 최고 순위 3위.
그해 5월 토요타 자동차의 미니밴 아이시스(アイシス) 광고에 타이 업.
produced and arranged by 스핏츠 & 카메다 세이지(亀田誠治)
recorded and mixed by 타카야마 토오루(高山徹)
recorded and mixed at 아오바다이 스튜디오(青葉台 スタヅオ)
mastered by Ted Jensen at STERLING SOUND on February, 2007
art deirection and design CENTRAL 67
illustration 후쿠다 토시유키(福田利之)
artwork coordinator 하가 유미(芳賀祐美) |
2007-04-18
UPCH-5455
ルキンフォー |
토요타 자동차의 미니밴 아이시스 TV 광고 자료가 보고 싶다면 ● 자, 새로운 아이시스에(さあ、新しいアイシスへ) 클릭.
시이나 킷페이(椎名桔平)와 칸노 미호(菅野美穂)가 출연하는 약 30초의 영상인데 유튜브의 자료보다 고화질이다.
일러스트레이터 후쿠다 토시유키에게 관심이 있다면 그의 공식 사이트 ● TOSHIYUKI FUKUDA PORTFOLIO 클릭.
이 음반 말고도 그가 스핏츠의 다른 음반에서 작업했던 일러스트레이션도 몇 작품 더 볼 수 있다.
+
스핏츠의 29번째 싱글 正夢(Masayume, 마사유메)와 이 노래 ルキンフォー(Lookin' For, 루킨 포).
별다르게 의식하지 않고 있을 때 이 두 노래 중의 하나가 흘러나오면
전주 부분이 한참 진행된 이후에도 '이게 마사유메인지 루킨 포인지' 어리둥절할 때가 가끔 있다.
마사무네 탓인지 카메다 탓인지.
이도저도 아니고 아마 내 귀가 둔한 탓인 것 같다.
● 正夢 myspitz story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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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6/13 22:27 | 스핏츠/SINGLE | trackback (0) | reply (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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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하게 흔들리고 있는 현실이 여기에 있지만 不確かにふるえてる現実がここにあるけど |
虹が消えた日 Niji ga Kieta Hi 무지개가 사라졌던 날 |
ⅰ
지난 주에 몇몇 친구들과 늦게까지 담소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그 중의 한 친구는 평소에 저를 포함한 그 멤버들을 '나카마(仲間)'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특히 그 친구와 함께 그렇게 여유있는 시간을 가져 보기는 꽤나 오랜만이었습니다.
저도 그랬지만 그 친구도 그동안 제가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했는지 근황을 묻더군요.
저는 "한마디로 말해서 고난주간(苦難週間)···" 이라고 요약해서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고난주간'이라는 표현을 빌려 쓰다보니 '주간'이라고 했을 뿐이지,
실은 '고난'의 상황이 일주일 정도가 아니라 한달도 넘게 계속되던 중이었습니다.
게다가 상황이 좋은 쪽으로 반전될 기미도 없어서 이래저래 자포자기의 심정에 빠져 있었지요. | |
さよなら昨日の願い 答え探してる今日 明日は風の中
안녕 어제의 소망 답을 찾고 있는 오늘 내일은 바람 속 |
아무튼 '고난주간'이라는 제 말에 카톨릭 신자이기도 한 그는 '부활주일'을 곧바로 떠올렸는지,
지금이 고난주간이라면 부활도 멀지 않았다고, 위로의 덕담을 건네주었습니다.
고난주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은 딱히 아니지만 요즘 다시 밤잠이 없어지는 바람에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더 늦어졌습니다.
그렇다고 늦은 밤 이른 새벽에 특별하게 의미 있는 무언가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매일밤 멍하게(?) 지나갈 뿐입니다.
논조가 다른 몇몇 신문들의 기사를 인터넷로 읽는 정도만 하고 컴퓨터는 끄고 낮시간에 봤던 종이신문을 다시 들추어 본다든지
잠든 가족들이 깨지 않게 조용히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가 층계참에 서서 창문 너머의 거리 풍경을 물끄러미 내려다 본다든지
마루의 탁자에 널브러져 있는, 가족들 각자가 읽다가 만 책들을 뒤적거린다든지 하다 보면 어느덧 신문이 배달되는 네시가 됩니다.
··· 오디오의 볼륨을 최대한 낮추고 요즘 자주 듣는 노래를 반복모드로 해둔 채 탁자의 책 한 권을 집어 들었습니다.
슬로우 푸드의 레시피로 가득한 만화인데 지지난주엔가 빌려서는 이미 가족 모두가 읽어본 것이지만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ⅱ
무언가 실패를 하고 지금까지의 내 자신을 되돌아볼 때마다
난 항상 같은 일로 실패를 하게 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같은 곳을 뱅글뱅글 원을 그리며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어서 침울해지고···
···하지만 난 경험을 많이 해봤으니까 그게 실패건 성공이건 완전히 같은 장소를 헤매는 건 아니겠지
그래서 '원'이 아니라 '나선'이라고 생각했어
맞은편에서 보면 같은 곳을 뱅글뱅글 도는 것처···럼 보여도
분명히 조금씩은 올라갔던지 내려갔던지 했을 거야.
그럼 조금은 더 낫지 않을까···
근데 그것보다도
인간은 '나선' 그 자체일지도 몰라.
같은 곳에서 뱅글뱅글 돌면서 그래도 뭔가 있을 때마다 위로도 아래로도 자랄 수 있고, 물론 옆으로도···
내가 그리는 원도 차츰 크게 부풀고
그렇게 조금씩 '나선'은 커지겠지
그렇게 생각하니까 좀 더 힘을 내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
이가라시 다이스케(五十嵐大介)의 만화 『리틀 포레스트(リトル・フォレスト)』 2권 중에서. | |
이른 새벽, 아파트 비상계단의 층계참에서 창 밖의 풍경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여러가지 생각들을 두서없이 하게 됩니다.
신호대기 중인 자동차의 후미등과 도로정비 차량이 물청소를 하고 지나간 차선의 반짝임.
멀리 남산 꼭대기에서 점멸하는 N서울타워의 불빛과 마치 싸락눈이 내린 듯하게 도로를 하얗게 비추는 가로등.
그런 풍경이 주는 쓸쓸함과 이른 새벽의 고요함에 마음은 가라앉은 채,
「사랑하는, 나의 친구들」을 하나둘 차례차례 떠올렸다가··· 요즈음의 제 자신에 대해서도 되돌아봅니다.
뱅글뱅글. 원. 나선. 조금씩은 올라갔던지 내려갔던지. 위로도 아래로도. 옆으로도. 좀 더 힘을 내야겠···.
ⅲ
'나카마'들과 밤이 늦도록 얘기를 나누었던 그날.
저녁 식사 후 티 타임을 가지기 위해 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기던 중
마침 제 차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던 노래를 듣고는 뒷좌석의 한 친구가 제게 물었습니다.
― 이 노래, 제목 뭐야?
不確かにふるえてる現実がここにあるけど
불확실하게 흔들리고 있는 현실이 여기에 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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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of green mind '09 |
| 일본에서 일 년쯤 살았던 그 친구도 요즘 하타 모토히로(秦基博)의 노래를 좋아하던 참이었습니다.
이 노래, 마음에 들어서 즐겨 들었던 모양인데 그 동안 제목이 정확히 뭔지 몰랐다고 하더군요.
제가 "이 노래, 좋지? 그치?" 라고 하니까,
그 친구는 마치 제 마음을 다 안다는 듯 피식 웃으며 제게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 요즈음···, 딱 이 노래 같은 모양이네? |
語り合う全ての言葉が淀んで聴こえても
서로 이야기하는 모든 말이 머뭇거리듯 들려도 |
네거티브한 것이든 포지티브한 것이든 자신의 속내를 들키게 되면
친구 앞이라고 해도 잠깐이나마 민망한 법.
요즈음, 나? 이 노래 같냐구? ···
그의 말을 인정할 수 밖에 없던 저는 그냥 씨익 웃고 말았습니다. |
ALRIGHT |
ⅳ
● 虹が消えた日(Niji ga Kieta Hi, 무지개가 사라졌던 날) 노랫말, 열기
虹が消えた日 ∼ 秦基博
遠去かる鈍色の雲 街に残る雨の匂い
揺らめく淡い空の向こう あの日見た約束の場所
夢だったの? 虹はもう空から消えた
容赦ない太陽 ちっぽけな影を ただ ありのまま映し出す
僕ら行こう 夢見る頃を過ぎ
不確かにふるえてる現実(いま)がここにあるけど
消えてしまった虹のその先へ
いつか架かる橋をもう一度信じて 歩き始める
君の描いてた世界は ねぇ ここにはなかったんだ
あやふやなあの空の向こう それでも道は続いている
何があるんだろう? 虹はもう空から消えた
辿り着きたいよ あてどない未来に まだ 怯えているけれど
僕ら言うよ 夢見る頃を過ぎ
語り合う全ての言葉が淀んで聴こえても
消えてしまった虹のその先へ
いつか架かる橋をもう一度信じて 僕らは行く
さよなら昨日の願い 答え探してる今日 明日は風の中
滲んでも 色褪せてしまっても そんな変わりゆく景色も受け止めて
僕ら行こう 夢見る頃を過ぎ
不確かにふるえてる現実(いま)がここにあるけど
消えてしまった虹のその先へ
いつか架かる橋をもう一度信じて 歩き続ける
作詞·作曲 ∶ 秦基博 | 무지개가 사라졌던 날 ∼ 하타 모토히로
멀어지는 진회색 구름 거리에 남는 비의 냄새
흔들리는 옅은 하늘의 건너편 그날 보았던 약속의 장소
꿈이었어? 무지개는 이미 하늘에서 사라졌어
봐주지 않는 태양 하찮은 그림자를 그저 있는 그대로 비춘다
우리들은 가자 꿈꾸는 시절을 지나
불확실하게 흔들리고 있는 현실이 여기에 있지만
사라져버린 무지개 그 앞으로
언젠가 놓여질 다리를 한 번 더 믿고 걷기 시작한다
네가 그리고 있던 세계는, 그래, 여기에는 없었던 거야
흐릿한 저 하늘의 건너편 그래도 길은 계속되고 있어
무엇이 있는 걸까? 무지개는 이미 하늘에서 사라졌어
도달하고 싶다구 목표 없는 미래에 아직 무서워하고 있지만
우리들은 말하지 꿈꾸는 시절을 지나
서로 이야기하는 모든 말이 머뭇거리듯 들려도
사라져버린 무지개 그 앞으로
언젠가 놓여질 다리를 한 번 더 믿고 우리들은 간다
안녕 어제의 소망 답을 찾고 있는 오늘 내일은 바람 속
번져도 색이 바래버려도 그렇게 변해가는 풍경도 받아들이고
우리들은 가자 꿈꾸는 시절을 지나
불확실하게 흔들리고 있는 현실이 여기에 있지만
사라져버린 무지개 그 앞으로
언젠가 놓여질 다리를 한 번 더 믿고 계속 걸어간다
작사·작곡 ∶ 하타 모토히로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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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5/31 03:47 | 듣기 | trackback (0) | reply (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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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속 필라멘트가 중얼거려 「이제 가지 않으면 안돼」라고 胸のフィラメントが呟く 「もう行かなくちゃいけないよ」って |
朝が来る前に Asa ga Kuru Maeni 아침이 오기 전에 |
ⅰ
○○님에게.
아마 오늘도 마음 추스르기가 어렵고 부지불식간에 솟아오르는 눈물을 몇 차례 흘리고 있겠지요.
그렇지 않아도 여러모로 힘든 청춘의 나날을 하루하루 꾸려나가고 있던 참인데
가장 가까운 분을 그렇게 급작스럽게 떠나보냈으니.
분향소에서 ○○님은 문상객을 맞이하는 상주이기에 격한 슬픔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었지만
장례식장에서 어쩔 수 없이 나누게 되는 대화 즉, 고인을 떠올릴 수 밖에 없는 이야기 중에
○○님이 애써 짓는 밝은 표정 가운데 언듯언듯 보이던 눈물 그리고 슬픔.
문상을 갔던 그날도 그랬지만 지금도 뭐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ⅱ
평소 즐기는 제이팝 취향의 폭이 넓은 대학 동기를 얼마 전에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는 한동안 '잠수'를 탔던 터라, 오랜만에 연락이 닿게 된 것만으로도 반가워서
메신저에 친구 등록도 다시 하고 내친 김에 저녁도 함께 하고 그랬던 거죠.
그에게서 노래 선물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역시!) 제 취향을 잘 짚어낸 듯 싶더군요.
"강철과 유리로 완성된 음성"이라는 싱어송라이터 하타 모토히로(秦基博)의 노래들이었는데
마침 요즈음 제 주위에 통기타를 배우기 시작한 친구들도 있어서 그런지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의 스타일이 뚜렷한 하타 모토히로의 음악이 더욱 마음에 들었습니다.
○○님의 아버님을 조문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
사호선 지하철 안에서 오랜만에 챙겨 들고 나온 mp3 플레이어를 꺼내어
하타 모토히로의 노래 하나를 반복해서 몇 차례 듣고나니 어느덧 집 앞. |
秦基博
Halation |
띄엄띄엄 들리는 노랫말 몇 부분에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져서 집에 들어와서는 사전을 뒤적거려 봤습니다.
문득 가장 가까웠던 분을 막 떠나보낸 ○○님이 이 노래를 듣는다면 잠깐이나마 마음을 추스릴 수 있지 않을까 싶더군요.
朝が来る前に(Asa ga Kuru Maeni, 아침이 오기 전에).
다시 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ⅲ
● 朝が来る前に(Asa ga Kuru Maeni, 아침이 오기 전에) 노랫말, 열기
朝が来る前に ∼ 秦基博
何が今見えているんだろう それぞれの明日を前に
僕らは空を見上げたまま ずっと何も言えずにいる
突き刺すような冬の匂い 夢から醒めてくみたいだ
「もう行かなくちゃいけないよ」そう胸のフィラメントがつぶやく
止まったままの街 いつもの遊歩道
君がそっと言うよ 「離れたくない」って うん 分かってるけど
朝が来れば僕ら旅立つ 新しい日々の始まりへ
悲しいけど僕は行くよ サヨナラなんだ
ほら 朝がもうそこまで 来ているよ
君がくれたこの温もりに このまま触れていたいけれど
もう後戻りはしないよ そう 胸のフィラメントに正直に
滲んでいく昨日 変わり続ける未来
信じているよ 離ればなれでも つながってるんだ
朝が来るその前に行こう 流れる涙 見えないように
悲しいことも連れて行くよ 悲しみがあるから 今の僕らいるから
朝が来れば僕ら旅立つ 新しい日々の始まりへ
いつかここでまた会えるよ ねぇ そうだろう
朝が来るその前に行こう 流れる涙 見えないように
振り向かないで僕は行くよ 現在(いま)のその先へ 旅立とう
作詞·作曲 ∶ 秦基博 | 아침이 오기 전에 ∼ 하타 모토히로
무엇이 지금 보이고 있는 걸까 저마다의 내일을 앞두고서
우리는 하늘을 올려다 본 채 계속 아무것도 말하지 못하고 있어
깊이 찌르는 듯한 겨울 냄새 꿈에서 깨어나는 것 같아
「이제 가지 않으면 안돼」 그렇게 가슴 속 필라멘트가 중얼거려
멈춰버린 거리 언젠가의 산책길
그대가 조용하게 말하지 「헤어지기 싫어」라고 그래 알고있지만
아침이 오면 우리 여행을 떠나 새로운 날들의 시작으로
슬프지만 나는 갈 거야 안녕인 거야
이봐 아침이 벌써 저기까지 와있어
그대가 준 이 따스함에 이대로 닿아 있고 싶지만
이제 되돌아가지는 않아 그렇게 가슴 속 필라멘트에게 솔직히
번져가는 어제 계속 변해가는 미래
믿고 있어 떨어져있더라도 이어져 있는 거야
아침이 오기 전에 떠나자 흐르는 눈물 보이지 않도록
슬픔도 데리고 가는거야 슬픔이 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거니까
아침이 오면 우리 여행을 떠나 새로운 날들의 시작으로
언젠가 여기서 다시 만날수있어 응, 그렇지?
아침이 오기 전에 떠나자 흐르는 눈물 보이지 않도록
뒤돌아보지 않고 나는 갈거야 지금 저 앞으로 여행을 떠나자
작사·작곡 ∶ 하타 모토히로 |
+
이 글의 BGM, 朝が来る前に(Asa ga Kuru Maeni, 아침이 오기 전에)는
하타 모토히로의 8번째 싱글 Halation에 수록된, 오카야마 르네스 홀(岡山ルネスホール) 라이브 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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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5/09 13:42 | 듣기 | trackback (0) | reply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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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곽, 슈뢰딩거의 고양이, 밤을 내달린다 郭、シュレディンガーの猫、夜を駆ける |
夜を駆ける Yoru wo Kakeru 밤을 내달린다 |
ⅰ : 센(千)은 유곽에서
얼마 전에 흥미로운 논문 한 편을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요.
지난 2월 한국일어일문학회에서 발간한 일어일문학연구 제72집 수록된 논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隠し)'에 나타난 유곽의 메타포』가 그것입니다.
애니메이션의 명작 반열에 오른, 그래서 못본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영화,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隠し)』에 관한 논문인데요.
치히로가 뜻밖의 시련에 맞닥뜨려 스스로의 역경을 헤쳐나가며 정신적으로 성장한다는 이야기를 통해
소녀의 정신적 통과의례, 자연과 인간의 교감, 환경오염에 대한 경고 등의 테마를 보여준 이 영화를 두고
이 눈문은 일본의 전통적 정신세계로의 회귀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데
'아부라야(油屋)'라는 공간 구조와 거기에 등장하는 '고라쿠(後楽)'와 '가이슌(回春)'이라는 단어,
'센(千)'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의미, 목욕보시의 전통, 유나(湯女)의 모습 등을 거론하면서
일본 근세 유곽 문화의 코드로 이 영화를 조명하는 논문이라서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 |
回春 · 千 · 湯婆婆 | 예를 들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주요 배경인 아부라야(油屋)의 공간 구조에서
근세 삼대 유곽 중의 하나였다는 에도(江戸)의 요시와라(吉原)의 공간 구조를 언급하는데요.
즉, 아부라야의 공간으로 등장하는 강, 배, 거리의 상점 등은
요시와라의 해자, 초키부네(猪牙舟), 나카미세(仲見世)에 대응된다고 추측하구요.
치히로(千尋)에서 센(千)으로의 이름 바꿈도 이른바 '겐지나(源氏名)'의 전통에 따른 것인데
원래 궁녀의 이름을 일컫는 '겐지나'는 세월이 흐르자 게이샤(芸者)나 유녀의 명명법이 되었고
오늘날에는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가명을 지칭하는 용어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아부라야의 주인 유바바(湯婆婆)가 치히로(千尋)에게 센(千)이라는 새 이름을 붙여주는 것은
일본의 근세 시대에 유곽의 고급 유녀에게 허용된 '겐지나'의 명명법에 따른 것이라고 합니다. |
그 외에도, 아부라야 현관 벽면에 쓰인 '가이슌(回春)'라는 글씨에 주목하고
남성의 성기를 연상시키는 '다이콘노카미사마(大根の神様)'의 등장을 언급하며
아부라야의 유녀들이 상당히 육감적이고 때로는 관능적인 모습으로 묘사된다는 점,
화장술과 차림새는 카마쿠라(鎌倉)시대의 유녀들인 시라뵤시(白拍子)의 모습이라는 등,
일본의 중세사와 고전문학에 대하여 정통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 의미 또는 상징 코드를 전혀 알지 못한 채 그냥 지나쳤을 장면들을 예시하면서
그것들이 사실은 유곽 문화를 암시적으로 차용한 것이라는 걸 알려주고
아부라야와 근세 유곽의 공통된 메타포를 '재생과 치유의 공간'이라고 말합니다. |
湯女 |
유홍준의 명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서문을 보면
'인간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고, 느낀 만큼 보인다'는 유명한 말이 나오는데, 가끔 그 말이 떠오를 때가 있는데요.
이 논문을 읽고난 다음에도 그랬습니다.
영화 여기저기에 산재해 있는 상징 코드들을 저는 인식하지도 못한 채 그저 '좋다'라고만 느끼면서 영화를 봤을 뿐인데
어떤 이는 8세기의 고묘(光明)황후의 목욕 보시 설화에서 비롯된 일본 고전 문학의 테마까지 떠올렸다는 겁니다.
세상 모든 분야를 다 알 수 없고 또 특정 분야도 깊게 들어가면 그 분야의 전공자/전문가 외에는 모르는 게 당연하긴 합니다만···
다른 시각에서 조명한 논문을 읽으면서 '전체관람가'의 애니메이션에서도 '아는 만큼만 보인다'는 것을 실감한 거죠.
● 이용미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隠し)'에 나타난 유곽의 메타포』 결론, 열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대한 기존의 평가 - 지구 환경오염에 대한 경고, 소녀의 자아 발견 및 정신적 성장기, 다양한 문화의 접목을 지향한 문화다원주의 등 - 와는 달리, 전통 문화로의 회귀 내지 융합이라는 관점에서 논의를 전개하였다. 먼저 영화의 주 무대인 아부라야(油屋)의 공간적 배경과 등장 인물 조형이 근세 유곽의 그것을 차용한 것임을 밝히고 각각의 상징코드를 살펴보았다. 아부라야(油屋)를 둘러싼 강과 배, 그리고 내부의 붉은 색조는 근세 유곽의 공간 구조와 유사성을 지닌다. 또한 고라쿠(後楽), 가이슌(回春) 등의 용어 역시 유곽 문화의 코드로 해석 가능하다. 치히로의 또 다른 이름인 센의 명명법은 겐지나(源氏名)의 전통을 따르고 있으며 영화 속 유나(湯女)들의 역할과 외형도 시라뵤시(白拍子)와 유나(湯女) 등, 전근대 유녀를 모델로 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는 영화의 배경 내지 음화로서 유곽 문화를 차용한 이유, 다시 말하여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유곽의 공통된 미학은 무엇인지에 대하여 고찰하였다. 이부라야(油屋)와 근세 유곽은 재생과 치유, 그리고 신과 소통하는 성(聖)스러운 유토피아라는 상징을 공유한다고 할 수 있다.
∼ 이용미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隠し)'에 나타난 유곽의 메타포』 중에서. |
『千と千尋の神隠し』に
おける郭のメタファー |
ⅱ : 고양이 · 망치 · 약병
그러고보니 몇 년 전엔가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을 실감했던,
또는 '각자의 관심에 따라 눈여겨 보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던, 또 다른 경우가 있었습니다.
츠츠이 야스타카(筒井康隆)의 소설 『시간을 달리는 소녀(時をかける少女)』을 영화화한,
같은 제목의 애니메이션를 CGV상암에서 보고 나오던 길이었는데요.
함께 봤던 「사랑하는, 나의, 오랜 친구들」중 하나가 이렇게 물어보더군요.
"잠깐 스쳐지나가는 장면이긴 했는데 고양이·망치·약병이 담긴 상자가 나오는 장면이 생각나냐"고.
영화 후반부, 여자 주인공이 '타임 리프'의 비밀을 알게 되는 장면 중에 스틸 컷으로 나온댔는데
하필이면 저는 물론 그날 함께 봤던 다른 친구들도 기억이 나지 않던 장면이었습니다. | |
| 그 친구의 설명에 의하면, 감독이 이른바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표현하고 싶었던 모양이라면서
그 장면을 놓친 우리들에게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원리, 슈뢰딩거의 고양이 패러독스,
그리고 영화 내용과 관련지어서 평행우주론(平行宇宙論) 등을 이야기해주더군요.
양자물리학 등에 무지한 저로서는 그 이야기를 온전히 이해하기가 다소 힘들기는 했지만
영화를 만든 호소다 마모루(細田守)라는 감독이 그런 장면을 굳이 삽입했다는 것은
그가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관객들에게 언급하고 싶었던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들었습니다. |
●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궁금하다면, 열기
상자 안에 고양이가 있다. 고양이와 함께 시안산(청산가리) 병, 방사성물질의 원자 하나를 넣어 둔다. 그 원자가 한 시간 안에 붕괴되면 병이 깨져 고양이가 시안산에 중독돼 죽는다. 원자가 그대로 있으면 고양이는 살아남는다. 우리는 상자 속을 알 수 없으므로 확률적으로 고양이는 살아 있으면서 죽은 상태로 여겨진다. 이것이 양자역학 권위자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에어빈 슈뢰딩거가 제기한 고양이 패러독스다.
‘살아 있기도 하고 죽기도 한 고양이’는 미시세계에서 양자가 중첩(重疊)된 상태다. 슈뢰딩거는 그런 고양이는 존재할 수 없다고 설명하기 위해 이런 사고(思考)실험을 제안했다. 기존의 양자역학에서는 입자(粒子)는 파동성(波動性)이 있으므로 한 시점에 한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에 존재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슈뢰딩거는 고양이는 반드시 살아 있거나 죽은 상태, 둘 중 하나이므로 입자는 여러 곳에 퍼져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복잡한 논란이 벌어진 것은 전자의 이상한 특성 때문이다. 요즘엔 중학생만 돼도 아는 사실이지만 전자는 입자와 파동의 두 가지 성질을 띤다. 전자는 평소엔 파동 형태로 존재하지만 관찰자가 눈으로 관찰할 때는 입자로 바뀐다. 그래서 양자이론에선 세상은 관찰자의 개입에 따라 확률적으로 존재하며 여러 차원의 세상이 존재할 수 있다고 본다. 또 다른 내가 다른 시공간에 살고 있다는 SF영화가 이런 배경에서 탄생하는 것이다.
∼ 동아일보 2007년 8월 17일자 정성희 논설위원의 칼럼 『횡설수설/슈뢰딩거의 고양이』 중에서.
● 칼럼 전문 바로가기 |
ⅲ : 카케루(かける)
여담입니다만, 말이 나온 김에 『시간을 달리는 소녀』 이야기를 조금 더 하죠.
공학도인 그 친구가 그 영화에서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놓치지 않았던 한편,
저는 영화 제목 『시간을 달리는 소녀(時をかける少女)』의 표기 방법이 흥미로웠는데
한자를 쓰지않고 굳이 히라가나로 표기한 '카케루(かける)'가 제 눈길을 끌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달리다'라는 의미로 번역된, 제목에서의 '카케루(かける)'는
(영화를 먼저 보고 나중에 읽어본 번역판 소설을 보니 원작소설의 제목에서도 그렇습니다)
상당히 다양한 뜻을 가진 단어라서 그 의미에 따라 여러가지 한자로 표기되는데요.
「掛ける」,「懸ける」,「賭ける」,「駆ける」,「駈ける」,「翔る」,「欠ける」.
이렇게 여러가지 '카케루(かける)'가 있고 또 의미하는 바는 다 외우기 힘들 만큼 많습니다. | |
● '카케루(かける)'의 여러가지 뜻, 열기
「掛ける」 또는 「懸ける」로 표기되는 '카케루(かける)'는
1 (높은 곳에) 걸다 늘어뜨리다 치다, 2 (말을) 붙이다 건네다, 3 얹다 올려놓다, 4 가설하다 세우다 치다 놓다, 5 (의자 따위에) 걸터앉다, 6 (단추 자물쇠 등을) 채우다 잠그다, 7 개의하다 마음을 쓰다, 8 끼얹다 뿌리다 치다, 9 덮다 (몸에) 걸치다, 10 씌우다 입히다, 11 감다 두르다 묶다, 12 잡다 사로잡다 속이다, 13 (희망 등을) 걸다 빌다, 14 (폐나 영향을) 끼치다, 15 (돈·시간·수고 등을) 들이다, 16 (보험에) 들다 가입하다, 17 곱셈하다 곱하다, 18 (높게 달아) 올리다, 19 (마음이나 정 등을) 주다, 20 작용시키다 동작을 취하다, 21 (도구나 기계 등을 움직여) 작동시키다, 22 에누리하다, 23 부과하다, 24 (상금 등을) 걸다, 등 굉장히 많은 뜻을 가지고 있고
「賭ける」로 표기되는 '카케루(かける)'는 (실패하면 잃을 각오로) 걸다 내걸다 내기하다 지르다,
「駆ける」 또는 「駈ける」로 표기되는 '카케루(かける)'는 (말 타고) 달리다 뛰어가다,
「翔る」로 표기되는 '카케루(かける)'는 (하늘 높이) 날다 비상하다, 등의 의미가 있으며
한편 '카케루(かける)'를 「欠ける」라고 표기하면
1 (일부분이) 깨져 떨어지다 귀떨어지다, 2 부족하다 모자라다 없다, 3 (있어야 할 것이) 빠지다 결여되다, 등의 뜻이라고 합니다. |
| 소설가 츠츠이 야스타카는 소설을 쓸 때 이 '카케루(かける)'를 어떤 '카케루'로 생각했을까.
이 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호소다 마모루는 '카케루(かける)'의 뜻으로 무엇을 염두에 두었을까.
'시간을 달리는 소녀'라는 우리말 번역을 생각하면 '달리다'라는 뜻의 '카케루(駆ける)'가 적당할 것 같지만
이 영화의 영어 제목 『The Girl Who Leapt through Time』에서의 'leap(뛰어넘다)'라든지
영화 속 대사 중 '뛰어넘다/건너뛰다'라는 뜻으로 몇차례 사용된 '토비코에루(飛び越える)'에 주목하자면
'날다, 비상하다'는 뜻의 '카케루(翔る)'가 소설가나 감독의 의중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표현인 듯 싶네요.
하지만 작품의 '한줄 요약'이라 할 수 있는 제목에서 굳이 히라가나로 표기한 것을 보면
'카케루(かける)'의 다른 뜻으로도 인식하기를 바란 것은 혹시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
이를테면, '시간을 달리는 소녀' 또는 '시간을 뛰어넘는 소녀'이기도 하겠지만
시간을 되돌린다는 행위가 어떤 결과를 일으킬 지 알 수는 없어도
잘될 거라는 작은 기대을 가지고 '시간을 지르는(賭ける) 소녀'일 수도 있다는 거죠.
또는 시간을 사로잡거나 자신의 의지에 따라 시간을 작동시킨다는 뜻의 '카케루(掛ける)'일 수도 있구요.
여담이라고 해놓고는, 저 혼자 머리를 갸웃거린 이야기를 너무 길게 했군요. 각설하고.
ⅳ : 밤을 내달린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이어지더니
또 거기에서 '카케루(かける)'에 대한 잡념이 시작되고
그 바람에 흥얼거리게 되는 스핏츠(スピッツ)의 노래 하나.
2002년 9월 11일 발매 앨범 三日月ロック(Mikazuki Rock, 초승달 록).
그 첫번째 트랙 '요루오 카케루'.
夜を駆ける(Yoru wo Kakeru, 밤을 내달린다).
그래서, 덕분에, 오랜만에 찾아서 들어봅니다. | |
듣는 이에 따라 노랫말이 담고있는 의미가 여러가지로 해석될 듯한 이 노래.
오 분 남짓의 대중음악일지라도 '각자의 관심에 따라 귀담아 들리는 것이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 어떤가요? 어떻게 들리나요?
● 夜を駆ける(Yoru wo Kakeru, 밤을 내달린다) 노랫말, 열기
夜を駆ける ∼ スピッツ
研がない強がり 嘘で塗りかためた部屋
抜け出して見上げた夜空
よじれた金網を いつものように飛び越えて
硬い鋪道を駆けていく
似てない僕らは 細い糸で繋がっている
よくある赤いやつじゃなく
落ち合った場所は 大きな木も騒めき やんで
二人の呼吸の音だけが浸みていく
君と遊ぶ 誰もいない市街地
目と目が合うたび笑う
夜を駆けていく 今は撃たないで
遠くの灯りの方へ 駆けていく
壁の落書き いつしか止まった時計が
永遠の自由を与える
転がった背中 冷たいコンクリートの感じ
甘くて苦いベロの先 もう一度
でたらめに描いた バラ色の想像図
西に稲妻 光る
夜を駆けていく 今は撃たないで
滅びの定め破って 駆けていく
君と遊ぶ 誰もいない市街地
目と目が合うたび笑う
夜を駆けていく 今は撃たないで
遠くの灯りの方へ 駆けていく | 밤을 내달린다 ∼ 스핏츠
날이 무딘 강한 체 하기 거짓말로 발라 다진 이 방
몰래 빠져나가 올려다본 하늘
비틀어진 철망을 여느 때처럼 뛰어넘어
딱딱한 포장길을 내달려가네
닮지 않은 우리는 가는 실로 이어져 있네
흔히 있는 빨간 녀석이 아니라
합류했던 장소는 커다란 나무도 웅성거리다 그치고
둘의 호흡 소리만이 스며들어 가네
너와 노니네 아무도 없는 시가지
눈과 눈이 마주칠 때 웃네
밤을 내달려가네 지금은 쏘지 말아줘
먼 곳의 등불 쪽으로 내달려가네
벽의 낙서 어느샌가 멈춘 시계가
영원한 자유를 부여하네
굴렀던 등짝 차가운 콘크리트의 느낌
달콤하고 쓴 혀끝 한 번 더
아무렇게나 그린 장밋빛 상상화
서쪽으로 번개 빛나네
밤을 내달려가네 지금은 쏘지 말아줘
멸망의 운명 깨뜨리고 내달려가네
너와 노니네 아무도 없는 시가지
눈과 눈이 마주칠 때 웃네
밤을 내달려가네 지금은 쏘지 말아줘
먼 곳의 등불 쪽으로 내달려가네 |
2002-09-11
三日月ロック
● 夜を駆ける 노랫말
(후리가나 표기) 살펴보기 |
+
셋 다 서로 관련이 없는 영화, 노래들인데 어쩌다 제 머릿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바람에,
글이 두서없이 길어진데다가 '열기/닫기'의 인용문까지 여럿 되는 통에, 읽기가 다소 불편했겠네요. 죄송.
√ 夜を駆ける 노랫말(우리말 번역)의 출처는 (c) spitzHAUS 입니다.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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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4/03 00:36 | 스핏츠/ALBUM | trackback (0) | reply (26) |
Tags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隠し)'에 나타난 유곽의 메타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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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더 스타트 라인 もう一度 スタートライン |
サヨナラCOLOR Sayonara COLOR 사요나라 컬러 |
ⅰ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다 보면 처음 접하는 노래 또는 책 등을 추천받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하지만 취향은 다들 제각각이라, 그런 추천 전부가 '이거 좋다!' 라는 반응을 일으키지는 않지요.
추천하는 사람이 받았던 감동이 (비슷하게라도) 느껴지는 건, 도리어 흔치 않기도 할 겁니다.
만약 누군가로부터 받은 몇 차례의 추천 대부분이 제 취향에도 딱 맞아 떨어진다면
제가 호기심을 가지는 분야나 즐기는 분위기가 어떤 것인지 그가 잘 알고 있다는 것일테고
그러면 추천해준 사람이 저랑 '통한다' 싶은 마음에, 씨익 미소짓게 하는 기쁨까지 뒤따를 겁니다.
지난해 십일월엔가 가볼 만한 공연이 홍대앞에서 있다고 관람 추천을 받은 적이 있는데요.
하나레구미(ハナレグミ)라는 이름의 솔로 유닛이 출연하는 공연이 그것이었는데
공연 관람은 음반이나 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용 지출이 커서 망설인 것도 있었던 데다가
그때까지만 해도 제게 생소한 뮤지션이기도 해서 결국 그냥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뒤늦게나마 하나레구미의 음악이 주는 느낌을 좋아하게 되었고
그렇게 되니 추천해준 사람이 하나레구미를 어떻게 느꼈을까 어렴풋이 알 듯 싶더군요.
더불어 제가 그 음악에서 느끼는 감정은 아마 추천해준 사람의 그것과 같을테고
그래서 여러가지 면에서 '통한다'고 느껴지는 사람이구나 싶어지니, 괜히 좋았습니다. |
すばらしくて
Nice Choice No.7 |
自分をつらぬくことは とても勇気がいるよ
だれも一人ボッチには なりたくないから |
자신을 지켜내는 것은 많은 용기가 필요하지
누구도 외톨이는 되고 싶지 않으니까 |
그렇게 해서 좋아하게 된, 나가즈미 타카시(永積タカシ)의 솔로 유닛 하나레구미의 노래들.
그리고 그가 밴드 슈퍼 버터 독(SUPER BUTTER DOG)의 보컬리스트로 활동하던 시절에 발표했던 노래.
특히, サヨナラCOLOR(Sayonara COLOR, 사요나라 컬러).
ⅱ
지난 일월 일본에 갔다가 이노카시라(井の頭)선 근처의 몇몇 대학에서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는데요.
토쿄(東京)대학의 교양학부가 있다는 코마바(駒場)캠퍼스의 은행나무길을 걷기도 하고
메이지(明治)대학의 문과계열 일이학년이 다닌다는 이즈미(和泉)캠퍼스에도 들렸습니다.
동행했던 한 친구는 토쿄대학에 유학 중인 후배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우연하게 마주치기도 했고
또 다른 친구는 메이지대학 구내의 어느 조형물에 새겨진 글자 「START LINE」에 주목하기도 했지요.
한 친구는 업무차 출장으로, 또 다른 친구는 연수차 일본에 들렸다가
짬을 내어 그날 시간을 함께 하기로 약속했던 것인데 엉겁결에 저까지 동행하게 된 날이었습니다.
번잡한 시내가 아닌 대학 구내에서 호젓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어서, 덕분에 저도 좋았습니다. | |
サヨナラから はじまることが たくさん あるんだよ
本当のことが 見えてるなら その思いを 捨てないで |
작별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많이 있어
진정함이 보인다면 그 느낌을 나에게 보여줘 |
그날 마치 그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인 양 구내를 산책하던 그 두 친구들의 모습.
어제·오늘의 학업·연애를 화제로 담소를 나누고 있었지만 곧 다가올 내일의 성취까지도 설핏 느껴지던.
그 두 친구들과 몇 발자국 떨어져서 마치 그들과 일행이 아닌 듯 걷고 있던 제 눈에는, 그랬습니다.
그래, 이것은 심기일전(心機一轉) 직전의 숨 돌리기.
문득, 막 좋아하기 시작한 노래의 멜로디가 입 안에서 흥얼거려졌습니다.
노랫말을 외우지는 못하지만, サヨナラCOLOR(Sayonara COLOR, 사요나라 컬러).
ⅲ
토요일에 만나자는 문자메세지에 언제? 어디서? 뭐 먹지? 하는 몇 번의 메세지를 한밤중에 주고받다가
홍대앞 어느 편의점에서 점심 때 만나서 '요기'국수집에서 국수를 먹기로, 그 녀석과 약속했습니다.
지난 일월만큼 혹독하지는 않았지만 꽤나 추운 날씨라, 둘다 목도리까지 하고 나와서 만났습니다.
이제 삼월이면 복학을 해서 다시 대학생 신분이 될 그 녀석은
이야기 중에 지난 한 해를 뒤돌아보면서 때늦은 후회를 담은 쓴웃음을 짓기도 했습니다.
며칠 전 관뒀다는 아르바이트 이야기는 곧바로 취업난과 청년실업이라는 화제로 이어졌습니다.
상수역 쪽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다시 홍대앞을 지나 신촌 쪽으로 추위도 잊은 채 걸었습니다.
걷다보니 국수로는 아무래도 모자랐는지 출출해지길래 둘이서 떡볶이, 순대, 튀김을 사먹기도 했지요. | |
신촌까지 간 김에 북오프 신촌점에 들어갔는데 그는 한국에 그런 매장이 있다는 것을 신기해 했습니다.
일본어 전공이긴 해도 일본의 문화에는 관심이 거의 없는 녀석의 취향으로는 당연한 듯 싶었지만
그 바람에 일본 중고서적·음반 매장인 그곳을 '오덕후'들의 집합소로 오인하는 것 아닌가 싶더군요.
그에게는 그런 매장이 처음이라 신기하긴 해도 신기함은 금세 사라지고 지루해 할 것 같아서
아(あ)행부터 히라가나 순서대로 차근차근 훑어보는 평소의 제 방식으로 살펴보기가 부담스러워서
당장 머리에 떠오르는 뮤지션만 찾아봤습니다. 그가 자기는 괜찮으니까 천천히 하라고는 했지만요. | |
サヨナラから はじまることが たくさん あるんだよ
本当のことが 見えてるなら その思いを 僕に見せて |
작별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많이 있어
진정함이 보인다면 그 느낌을 버리지 마 |
그래서 북오프 신촌점에서 중고음반으로 5,500원에 구입한, DVD 포함 두 장짜리 맥시 싱글 음반.
그 녀석과 헤어져 집으로 가던 길, 지하철 안에서 부클릿을 펼쳐보면서 문득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은 누군가가 떠올랐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START LINE」에 주목하던 그 친구에게, サヨナラCOLOR(Sayonara COLOR, 사요나라 컬러).
ⅳ
● 사요나라 컬러 노랫말, 열기
サヨナラCOLOR ∼ SUPER BUTTER DOG
そこから旅立つことは
とても力がいるよ
波風たてられること
きらう人 ばかりで
でも 君はそれでいいの?
楽がしたかっただけなの?
僕をだましてもいいけど
自分はもう だまさないで
サヨナラから はじまることが
たくさん あるんだよ
本当のことが 見えてるなら
その思いを 僕に見せて
自分をつらぬくことは
とても勇気がいるよ
だれも一人ボッチには
なりたくないから
でも 君はそれでいいの?
夢の続きはどうしたの?
僕を忘れても いいけど
自分はもう はなさないで
サヨナラから はじまることが
たくさん あるんだよ
本当のことが 見えてるなら
その思いを 捨てないで
サヨナラから はじまることが
たくさん あるんだよ
本当のことは 見えているんだろ
その思いよ 消えないで
その思いを 僕に見せて
作詞·作曲 ∶ 永積タカシ | 사요나라 컬러 ∼ 슈퍼 버터 독
거기서 여행 떠난다는 건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
풍파 일어나는 것
싫어하는 사람뿐이라서
하지만 너는 그래서 좋아?
편안하고 싶었을 뿐이니?
나를 속여도 괜찮지만
자신은 더 이상 속이지마
작별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많이 있어
진정함이 보인다면
그 느낌을 나에게 보여줘
자신을 지켜내는 것은
많은 용기가 필요하지
누구도 외톨이는
되고 싶지 않으니까
하지만 너는 그걸로 괜찮은 거야?
잇따르던 꿈은 어떻게 했어?
나를 잊어도 괜찮지만
자신은 더 이상 놓지 마
작별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많이 있어
진정함이 보인다면
그 느낌을 버리지 마
작별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믾이 있어
진정함은 보이는 거겠지
그 느낌 사라지지 마
그 느낌을 나에게 보여줘
작사·작곡 ∶ 나가즈미 타카시 |
2005-07-13
サヨナラCOLOR |
ⅴ
● 사요나라 컬러 이야기, 열기
이 노래의 노랫말을 보면, 사귀는 사람에게 이제 헤어지자는 말을 꺼내려고 할 즈음의 심정을 노래하는 듯 한데요.
하지만 이 노래를 작사·작곡한 나가즈미 타카시는 연애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이 노래를 만든 것이 아니라고 했답니다.
사실은 당시 그가 속해있던 밴드인 슈퍼 버터 독의 멤버들에게 당분간 활동을 접고 쉬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하고 고민했던 자신의 심정을 담아서 만든 노래라고 합니다.
유튜브에 이 곡의 라이브 버전을 등록한 사람은 "한걸음 내디딜 때(一歩踏み出すの時)"의 노래라고 설명하기도 했던데요.
연애든 일이든 뭐든, 한 번 더 스타트 라인에서 새출발을 하려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와닿는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본의 유명한 배우·코미디언이자 감독인 타케나카 나오토(竹中直人)는
이 노래를 듣고 영감을 받아 스스로 각본을 쓰고 감독을 맡아서 같은 제목의 영화를 찍었는데요.
바다가 보이는 병원을 무대로 한 이 영화에서 타케나카 나오토는 의사 역할의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그와 친교가 있는 뮤지션들이 여러 명 출연했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이 노래를 만들고 부른 나가즈미 타카시는 입원 환자 중 한 명으로 나오고
제가 두세 번 포스팅했던 사이토 카즈요시(斉藤和義)도 환자 중 한 명으로 모습을 비춘다고 합니다.
스카파라(スカパラ)의 퍼커션 담당 오오모리 하지메(大森はじめ) 역시 환자 중 한 명으로 출연하고,
일본 록계의 전설 이마와노 키요시로(忌野清志郎)는 동창회의 사회자 역할로 출연하는 한편
그가 피처링한 버전의 이 노래가 영화의 엔드 크레딧 장면에서 흘러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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サヨナラCOLOR |
타케나카 나오토는 제가 일본의 배우 중 가장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해서 이 영화를 꼭 보고 싶은데,
다운로드는 제가 전혀 익숙하지 않아서 모르겠고, 오 년 전의 영화라서 그런지 '용산DVD' 쪽에 물어봐도 다들 없다고 그러네요.
√ 이미지의 사용을 허락해주신 ○○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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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2/20 18:51 | 듣기 | trackback (0) | reply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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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왜 만났던 건가 ああ なぜ出会ったのか |
ⅰ
저녁 일곱 시 오십사 분. 오랜만에 그에게서 문자메세지가 왔다.
근처 전철역에 있는데 할 말이 있으니 일 끝나면 연락해달라는 내용이라 서둘러 나갔다.
웬일로 여기까지 굳이 왔냐는 말로 그를 반기자 그는 어색한 미소를 짓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고
주위에 적당한 커피숍이 없는데 어쩌지 하며 머뭇거리는 나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강 쪽으로 가자고.
한강 어디를 가자고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의 말하는 품새가 심상치 않게 느껴져서
따져 묻지 않고 한강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요즘 어떠냐며 별다르지 않을 것이 분명할 그의 근황을 괜히 물었다.
인근의 적당한 한강 시민공원에 차를 주차하고 따뜻한 음료라도 마시면서 무슨 얘긴지 들어보자 싶었는데···
시민공원 쪽 진입 차선을 놓친 이후 자동차 전용도로로 들어서서는 그저 앞차의 후미등을 바라보면서 달리기만 했다.
한강을 몇 차례나 건너면서 강변북로를 그리고 올림픽대로를 오가기만 반복했고
드문드문 그가 건네는 이야기에 강변 야경을 곁눈으로 보며 고개를 주억거리는 정도의 대꾸 밖에 할 수 없었다.
그가 애써 태연한 척하며 툭 내뱉은 한 마디 때문이었다.
···
헤어졌다, 고 했다. | |
ⅱ
ムーンライト ∼ スピッツ
ああ なぜ出会ったのか
ああ 小さな世界でも
あんまり グズグズしてたから
逆回り 季節
ああ チャンスを待ったのは
ああ わけがあったのだ
心残りはあるけれど
表紙をめくったら
ある晴れた夜に君 照らし出す ムーンライト
指からめたのは 気まぐれじゃなく ムーンライト
ああ 無いとわかったのさ
ああ 新しい罰など
暗い袋の内側から
のぞき穴 あけた
ある晴れた夜に君 照らし出す ムーンライト
鼻こすりながら 遠い波を見る ムーンライト
ああ なぜ出会ったのか
ああ 小さな世界でも | 문라이트 ∼ 스핏츠
아아 왜 만났던 건가
아아 자그마한 세계라도
너무 우물쭈물하고 있었기에
거꾸로 도는 계절
아아 찬스를 기다린 것은
아아 이유가 있었던 거다
미련은 있지만
표지를 넘긴다면
어느 갠 밤에 너 비추기 시작하는 문라이트
손가락 건 것은 변덕이 아니라 문라이트
아아 없다고 알았던 거지
아아 새로운 벌(罰) 따위
깜깜한 봉투의 안쪽에서부터
엿볼 구멍 뚫었다
어느 갠 밤에 너 비추기 시작하는 문라이트
코 비비면서 먼 파도를 보는 문라이트
아아 왜 만났던 건가
아아 자그마한 세계라도 |
2000-04-26
ホタル
2004-03-17
色色衣
● ムーンライト 노랫말
(후리가나 표기) 살펴보기 |
ⅲ
그녀에 대하여, 헤어짐에 대하여, 그 이후에 대하여,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긴 했지만
이제 그에게 과거완료형이 된 그 여자친구는 한편 내 친구이기도 해서 이러니저러니 묻기도 곤란했다.
어느덧 대시보드의 액정 표시는 자정을 넘긴 지도 한참이라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지난 시절을 되짚어 본다는 것은 의미가 없기도 했고 앞으로의 이야기를 꺼내기는 너무 빠르기도 했다.
그의 어쩔 수 없는 심정 앞에 나는 그저 이해할 수 있다 정도의 고개짓 이외에는 덧붙일 게 없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지만 주고받은 이야기는 거의 없는 듯 느껴졌다.
한 번 더 돌면 안되겠냐는 그의 말에 이번에는 가양대교를 건너 강변북로에 들어섰다.
한산해진 도로에서 제한속도를 넘기고 달리는 차들은 우리를 추월해서 후미등의 불빛만 길게 남겼고
우리는 멀어지는 그 불빛을 뒤따르며 다시 심야의 한강 이쪽저쪽을 달렸다.
그러기를 또 몇 차례 반복하다가 그를 집까지 데려다주고는 혼자 한강을 건넜다.
···
집에 들어가다 멈춰서서 그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아무 생각말고 그냥 바로 자."
그러겠다, 고 곧바로 답신이 왔다.
휴대폰 액정 화면의 현재 시간은 새벽 두 시를 넘기려고 하고 있었다. | |
√ ムーンライト 노랫말(우리말 번역)의 출처는 (c) spitzHAUS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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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1/30 18:45 | 스핏츠/SINGLE | trackback (0) | reply (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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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놓지 않을래 바람은 차갑지만 もう離さない 風は冷たいけど |
ⅰ : 이제 곧 2010년입니다
2004년 3월 27일 이후 오늘까지,「myspitz story ··· 僕のスピッツ話」에 글을 남겨주신 모든 분들.
[MiN..], ^^, _, 1004ant, 19, aikons, aka, A양, BlissBless, Bohemian, cafeterrace, camomile, celli, cha*ya, CHIBI, chris, Dreaming Blue Sky..., Dyce, EGOISTsoyi, eh, elofwind, elyu, enkoko, FUWA, glucose, h, hansol728, hongng, hyangii, Ichiro, inaba, jinnuri, j-music21, JooJiYeon, josh, jtirnya, kiku, lee_pd, Les Paul, liebemoon, masami, Maya, mazamune, miami, mj, momo, mora, morpho, Mr.Met, Mr.zin, mukku, NEON, Nestari, nightgreen, ninano, noisepia, oo...., Ramones, Rhtn, rurara, san, shakehaze, SOSO, Space Cowboy, sun, SURF, syrup, tomiko Van, Tube, U-ra, VAN, vellica, xeno3002, yoda, Zi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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ありす、とろ、ナカムラ ユエ、はな、みろりん、ロビタ。
(이상 가나다 순, 존칭 생략) |
あけましておめでとう! |
그리고 혹시라도 저의 부주의로 인하여 이 자리에서 닉네임이 언급되지 못한 ○○님(들),
글은 남기진 않았더라도 그동안 이곳을 드나들면서 조금이라도 편안한 시간을 보내셨던 분들,
아울러 오늘 이 곳에 처음 오신 분들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あけましておめでとうございます。
ⅱ : 그것은 아주 슬픈 일이다
연말연시는 해바뀜의 시기라서 그런지 아무래도 '나이'라는 것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되고
그런 생각은 곧바로 '후회'라는 감정을 마치 당연한 듯 끌어옵니다. (연초보다는 특히 연말에 더욱)
그러다 '반성'까지 이끌어내면 좋긴 하겠지만 제 경우 그저 '후회' 정도에서 그치고 흐지부지되어 버리는군요.
자신의 '나이'를 꼽아보면서 상념에 잠기는 모습은, 연말이라면 저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 같은데요.
이곳에 들리시는 분들 역시 연말이 되면 '더 이상 어리지 않다'라든지 '또 한 살 먹는다' 등의 생각을 하게 마련일테고
윗 연배 분들의 면전이 아닌, 또래들끼리의 송년회 자리라면 '늙어 간다'라는 식의 말을 서로 던지고 받기도 하겠지요.
빨리 어른이 되고픈 교복 차림의 미성년이 아닌 밖에야, 나이 먹는 것에 대해서는 다들 씁쓸한 감정을 가지고서 말입니다.
| 나이를 먹는다는 것. 한 번 지나간 시간은 그 누구도 돌이킬 수 없다는 것.
그러하기에 특정 시기나 특정 연령대에 겪어보고 느껴보고 이해해봄 직한 어떤 것들을,
겪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때를 지나쳐 버리게 되면···
(내 것이 될 수 있었던) 어떤 경험, 느낌 그리고 이해의 존재조차도 알지 못한 채 그 나이를 넘겨 버린다는 것.
힘에 부쳐서 그리 됐든 사랑에 눈이 멀어 '정신줄' 놓고 있다가 그랬든 또는 어쩌다보니 놓쳐 버렸든.
어느새 십이월도 다 지나가고 그렇게 나이만 한 살 더 먹게 된다고 생각하니··· 아쉽고 씁쓸합니다. |
지금 제가 하는 이야기와 그 배경은 다르지만, 어느 소설에서도 비슷한 표현이 있더군요.
무언가를 이해하기에 아직 어리다면 언젠가는 이해할 때가 온다.
하지만 무언가를 이해하기에는 너무 늙었다면, 그 사람은 영원히 그것을 이해할 수 없다.
그것은 아주 슬픈 일이다.
아주 아주 슬픈 일이다. |
이즈음에, 그러니까 2009년이라는 시기의 나이에, 겪고 느끼고 이해해야 할 무언가를 그냥 지나치는 바람에···
영원히 그것을 겪을 수도 느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면, 그러기엔 이미 나이 들어서 돌이킬 수 없다면, 그것은 아주 슬픈 일.
ⅲ : 이제 놓지 않을래 바람은 차갑지만
앞서 인용한 어느 소설의 한 대목 덕분에,
마침 그 소설에서 언급되었던 스핏츠(スピッツ)의 옛노래 하나를, 이 글을 쓰는 내내 듣고 있는데요.
이 노래를 듣고 있으니··· 뺨을 타고 흐르던 몇 방울의 겨울비가 기분 좋게 차갑던 얼마 전의 어느 날,
만날 때는 고민으로 조금 불안한 눈빛이더니 헤어질 때는 입을 앙다물고 미소짓던 어느 친구의 얼굴이 생각납니다.
그 친구, 스핏츠의 최근 노래는 제법 아는 친구이기도 한데 이 노래는 꽤나 예전 노래라서 아마 모를테지만.
もう離さない いつまでも
風は冷たいけど |
이제 놓지 않을래 언제까지나
바람은 차갑지만 |
이달 초, 상당히 흐린 날씨여서 혹시 눈발이 날릴지도 모를 어느 날 오후였습니다.
메신저에 온라인으로 떠있던 그 친구가 제게 바쁘냐고 쪽지로 물어보길래 괜찮다고 대답했더니
'갈팡질팡', '흔들리는 마음', '줏대' 등의 표현이 섞인 쪽지를 잇달아 보내왔습니다.
웃는 얼굴을 늘 하고 있지만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마음 속으로는 힘든 구석이 있던 친구인데,
그날 마침 누군가와의 대화가 계기가 되어 '다른 길'을 걷고자 마음먹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진짜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어쩌다보니 기회가 생겨서···.
서너 차례 쪽지가 더 오가다보니 둘 다 이건 메신저로 계속할 얘기가 아니다 싶어졌고
그래서 그날 저녁, 이태원의 어느 칠리버거 식당에서 그 친구와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 |
| "늦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단 말도 있잖아" 라는 식으로 화답할 거라면 쪽지 대화로 충분했겠지요.
'다른 길'을 가겠다는 것이 운전 중에 차선 변경하듯 마음만 먹으면 바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그 친구는 이미 시기를 지나쳐 버린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제 마음 속에 조심스럽게 퍼졌습니다.
'다른 길'이라고는 하지만 실은 지금까지의 것들은 모두 접고 뒤늦게 모든 걸 새로 시작해야 하고
또 '험한 길'이기도 해서 혹시라도 중도에 포기라도 하게 된다면 애당초 안 한만 못할 수도 있기에,
아무리 힘들어도 흐지부지 되지 않고 다 이겨내고 끝까지 해낼 수 있냐고 몇 번이나 되물었습니다.
그의 고민은 엉뚱하게 제 마음 한 구석을 건드려서 자칫 제가 그에게 넋두리를 늘어놓을 뻔하기도 했습니다. |
음···. 난 진작부터 자신없어. '다른 길' 말이야. 그래서 그런가봐. 넌 나랑 다른데 말이지.
그래. 마음 굳게 먹었다니, 그렇다면 죽자고 하는 수 밖에. 2010년엔 자주 보기 힘들 것 같은데? 후훗.
지하철 역으로 가려고 밖으로 나서니 어느새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더군요.
'어쩌지?' 하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는 것도 잠깐, 유쾌하게 "비 좀 맞지 뭐!" 라고 하면서 함께 웃었습니다.
십이월에 내리는 비. 얼굴에 툭 닿더니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방울. 기분 좋게 차가웠습니다.
ⅳ : 참고 도서, 음반 그리고 스핏츠 팬을 위한 덧붙임
● 소설, 열기
무언가를 이해하기에 아직 어리다면 언젠가는 이해할 때가 온다. 하지만 무언가를 이해하기에는 너무 늙었다면, 그 사람은 영원히 그것을 이해할 수 없다. 그것은 아주 슬픈 일이다. 아주 아주 슬픈 일이다.
···
학교에 가는 전철 안에서, 나는 늘 음악을 듣는다. 문과 좌석 사이 틈에 서서 가방을 발치에 내려놓고, 워크맨은 코트 주머니 속에 들어 있다. 목에 둘둘 만 옅은 분홍색 목도리에 입도 코도 파묻히도록 고개를 숙이고 있다. 집에 돌아가는 전철 안에서도 그렇다. 자리가 비어 있어도 앉지 않는다.
그러고 있으면 굉장히 안심이 된다. 주위에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그러고 있으면 나만의 세계에 있는 셈이다. 이어폰에서는 스피츠(Spitz)가, 다시는 놓지 않을 거야, 당신은 내 모든 것, 이라고 내 귀에만 속삭인다.
∼ 에쿠니 카오리(江國香織)의 소설,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いつか記憶からこぼれおちるとしても)』 중에서. |
いつか記憶から こぼれおちるとしても |
● 노래, 열기
魔法 ∼ スピッツ
消えてしまいそうな老いぼれの星も
最後の祈りに耳をすませてる
サビついた自由と偽物の明日
あの河越えれば君と二人きり
もう離さない 君がすべて
風は冷たいけど
胸の谷間からあふれ出た歌は
果てしない闇を切り開く魔法
もう離さない いつまでも
風は冷たいけど | 마법 ∼ 스핏츠
사라져 버릴 듯한 저 오래된 별도
마지막 기도에 귀를 기울이고 있네
녹슨 자유와 가짜인 내일
저 강 넘으면 너와 둘뿐
이제 놓지 않을래 네가 전부
바람은 차갑지만
가슴의 골짜기로부터 넘쳐나왔던 노래는
끝없는 어둠을 갈라 여는 마법
이제 놓지 않을래 언제까지나
바람은 차갑지만
● 魔法 노랫말 (후리가나 표기) 살펴보기 |
1992-04-25
スピッツ
オーロラになれなかった人のために |
● 스핏츠 팬을 위한 덧붙임, 열기
1992년 4월 25일 발매 스핏츠의 미니 앨범
オーロラになれなかった人のために(Aurora ni Narenakatta Hito no Tame ni, 오로라가 될 수 없었던 사람을 위해서).
첫번째 트랙 魔法(Mahoh, 마법).
쿠사노 마사무네(草野マサムネ)
미와 테츠야(三輪テツヤ)
타무라 아키히로(田村明浩)
사키야마 타츠오(崎山龍男) |
Vocals
Guitars
Bass, Backing Vocal
Drums, Percussion, Backing Vocal |
additional musicians
Acoustic Piano, Hammond Organ
Timpani
Trumpet
Trombone
French Horn
Rhythm Arrangement |
라이온 메리(ライオン・メリィ)
아라야 쇼코(新谷祥子)
에릭 미야시로(ERIC MIYASHIRO), 나카자와 켄지(中澤健次)
카기와다 미치오(鍵和田道男), 와타나베 료지(渡辺良二)
타카노 테츠오(高野哲夫), 이이자사 코지(飯笹浩二)
스핏츠 |
recorded at GREEN BIRD SUGINAMI; 24∼30 Jan. 1992.
mixed at SMILE GARAGE; 2∼5 Feb. 1992.
mastered at TOKYU FUN Digital Mastering Room; 7 Feb. 1992.
이 미니 앨범의 커버 이미지가 주는 느낌을 좋아하는 팬들도 제법 많을 듯 싶은데요.
앨범 부클릿의 앞표지에는 과일을 깍고 있는 손을 보여주는 아홉 컷의 이미지,
뒷표지에는 과일을 들고 있는 두 손을 의도적으로 핀트를 맞추지 않고 흐릿하게 잡은 이미지,
그리고 케이스를 열고 씨디를 꺼내면 케이스 안쪽 바닥에 보이는 열두 컷의 손 이미지.
크레딧에는 이 '손' 모델이 아베 쿄코(阿部京子)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구글 일본과 야후! 재팬에서 제 딴엔 제법 꼼꼼하게 검색해봤습니다만···
「スピッツ」와 「阿部京子」,
이 두 검색어가 매치되는 글이 찾아지지 않으니, 어떤 여성인지 통 알 수가 없네요. |
オーロラになれなかった人のために |
+
글 남겨주신 분들 중에서 닉네임을 바꾼 경우, 최근에 사용하시는 것으로 고쳐 쓰기는 했으나
제가 꼼꼼하지 못한 탓에 혹시 예전의 닉네임으로 썼거나 한글/영어/일본어 표기 등이 바뀌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지적해주시면 내년에는 꼭 제대로 쓰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魔法 노랫말(우리말 번역)의 출처는 (c) spitzHAUS 입니다.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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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2/27 13:20 | 스핏츠/ALBUM | trackback (0) | reply (41) |
Tags : ERIC MIYASHIRO,
ライオン・メリィ,
中澤健次,
新谷祥子,
江國香織,
渡辺良二,
鍵和田道男,
阿部京子,
飯笹浩二,
高野哲夫,
나카자와 켄지,
라이온 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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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쿄코,
에릭 미야시로,
에쿠니 카오리,
와타나베 료지,
이이자사 코지,
카기와다 미치오,
타카노 테츠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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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바로 사라질 듯해서 슬플 만큼 자그마한 빛 すぐに消えそうで 悲しいほどささやかな光 |
ⅰ : 올바른 것은 아니라도 잊고 싶지 않은, 그것은 환상
ホタル ∼ スピッツ
時を止めて 君の笑顔が
胸の砂地に 浸み込んでいくよ
闇の途中で やっと気づいた
すぐに消えそうで 悲しいほどささやかな光
なまぬるい 優しさを求め
変わり続ける街の中で
終わりない 欲望埋めるより
懐かしい歌にも似た
甘い言葉 耳に溶かして
僕のすべてを汚して欲しい
正しい物はこれじゃなくても
忘れたくない 鮮やかで短い幻
ひとつずつ バラまいて片づけ
生まれて死ぬまでのノルマから
紙のような 翼ではばたき
どこか遠いところまで
時を止めて 君の笑顔が
胸の砂地に 浸み込んでいくよ
甘い言葉 耳に溶かして
僕のすべてを汚して欲しい
正しい物はこれじゃなくても
忘れたくない 鮮やかで短い幻
それは幻 | 반디 ∼ 스핏츠
시간을 멈춰줘 너의 웃는 얼굴이
마음의 모래밭에 스며들어 간다
어둠의 도중에서 겨우 깨달았네
곧바로 사라질 듯해서 슬플 만큼 자그마한 빛
미적지근한 다정함을 구하고
계속 변하는 거리 속에서
끝없는 욕망 채우는 것보다
그리운 노래도 닮았다
달콤한 말 귀에 녹이고
내 전부를 더럽혔으면 좋겠네
올바른 것은 이것이 아니라도
잊고 싶지 않네 선명하고 짧은 환상
하나씩 흩뿌리고 정리하고
태어나고 죽을 때까지의 할당된 책임량으로부터
종이와 같은 날개로 날갯짓 하고
어딘가 먼 곳까지
시간을 멈춰줘 너의 웃는 얼굴이
마음의 모래밭에 스며들어 간다
달콤한 말 귀에 녹이고
내 전부를 더럽혔으면 좋겠네
올바른 것은 이것이 아니라도
잊고 싶지 않네 선명하고 짧은 환상
그것은 환상
● ホタル 노랫말 (후리가나 표기) 살펴보기 |
2000-04-26
ホタル
2000-07-26
隼
2006-03-25
CYCLE HIT 1997∼2005 |
ⅱ : 나만 아는 신호를 보내는 반딧불 하나, 아무도 모르게 가졌으면
반딧불 ∼ 임영조
내 가슴속 어두운 방에
반딧불 하나 키웠으면 좋겠네
낮에는 풀잎 뒤 이슬로 숨었다가
밤이면 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깨우는
가장 절실하게 빛나는 언어가 되는
더러는 꽃이 되는 원죄가 되는
나 눈 번히 뜨고도 세상 어두워
지척을 분간하지 못할 때
아차! 발 삐끗 미망 속을 헤맬 때
반짝반짝 나만 아는 신호를 보내는
먼 그리움 같은 반딧불 하나
아무도 모르게 가졌으면 좋겠네
내 영혼의 배터리가 다 닳아
삶이 시큰둥 깜박거릴 때
온몸을 짜릿짜릿 충전해주는
그 은밀한 사랑, 그게 혹
황홀한 고통의 마약일지라도
나는 죄짓듯 기꺼이 음독하겠네
손만 대면 확! 뜨겁게 점등하는
알전구처럼 성감대가 민감한
반딧불 하나 환히 켜졌으면 좋겠다
쓸쓸하고 어두운 나의 빈방에. |
임영조
귀로 웃는 집
창비시선 157 |
ⅲ : 스핏츠 팬을 위한 덧붙임
ホタル(Hotaru, 반디)
작사 · 작곡
제작 · 편곡
녹음 · 믹스 |
쿠사노 마사무네(草野正宗)
스핏츠 & 이시다 쇼우키치(石田小吉) from Scudelia Electro
테라다 야스히코(寺田康彦) from Scudelia Electro, THINK SYNC INTEGRAL |
쿠사노 마사무네(草野マサムネ)
미와 테츠야(三輪テツヤ)
타무라 아키히로(田村明浩)
사키야마 타츠오(崎山龍男)
이시다 쇼우키치(石田小吉) |
Vocals, Harmonica
Guitars
Bass Guitar
Drums
Synthesizers, Programming |
assistant engineers
오누키 카즈오(大貫一雄) SCRUM STAFF
이케우치 료(池内亮) SCRUM STAFF
나가야마 유이치(永山雄一) SOUND DALI
recorded at AOBADAI STUDIO, January - February 2000.
mixed at STUDIO SOUND DALI, February 2000.
√ ホタル 노랫말(우리말 번역)의 출처는 (c) spitzHAUS 입니다.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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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2/10 00:04 | 스핏츠/SINGLE | trackback (0) | reply (24) |
Tags : Scudelia Electro,
Spitz,
スピッツ,
大貫一雄,
寺田康彦,
永山雄一,
池内亮,
石田小吉,
나가야마 유이치,
스핏츠,
오누키 카즈오,
이시다 쇼우키치,
이케우치 료,
임영조,
테라다 야스히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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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핏츠 노랫말 색인 スピッツの歌詞 インデック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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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하네모노 스핏츠 変身羽者 スピッツ |
ⅰ : 하네모노
2002년 8월 7일 스핏츠(スピッツ)의 26번째 싱글 ハネモノ(Hanemono, 날개같은 자) 발매.
같은 날 27번째 싱글 水色の街(Mizuiro no Machi, 물빛의 거리) 동시 발매.
2002년 9월 11일 10번째 정규 앨범 三日月ロック(Mikazuki Rock, 초승달 록) 발매.
새로운 싱글과 앨범이 연이어 발매됨에 따라
그 즈음 일본의 대중 음악 잡지 9월호와 10월호에는 스핏츠 관련 기사가 꽤 많이 게재되었습니다.
대중 음악 잡지 중 하나인 WHAT's IN? 역시 그랬는데
거기에는 음악평론가 히라야마 유우이치(平山雄一)의 스핏츠 인터뷰 형식으로
9월호에는 싱글 관련 기사가, 10월호에는 앨범 관련 기사가 각각 게재되어 있습니다. |
2002-09-11
三日月ロック |
ハネモノ
Ukraine | 9월호의 기사를 보면 싱글 ハネモノ(Hanemono, 날개같은 자)에 대해서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음악평론가 히라야마가 "하네모노(ハネモノ)는 파친코 용어"라면서 농을 던지자,
노래를 만든 쿠사노 마사무네(草野マサムネ)는 "파친코를 하지 않아서 몰랐다"고 웃으면서
'하네모노'는 "날개와 같은 생명체(ハネのような生き物)이라는 이미지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덧붙이기를, "원래 이 곡의 타이틀은 「우크라이나」"였다면서
그런 타이틀이 붙은 이유는, 마침 우크라이나와 일본과의 시합을 보고 있었는데
'우크라이나(ウクライナ)'라는 말에 "기분이 들뜨는(ウキウキ) 듯한 이미지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어서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진 금빛 보리밭을 상징하는 우크라이나의 국기를 설명하고는
히라야마에게 "이 노래는 처음에, 그런 목가적인 이미지였다"고 말합니다.
● 우키우키(ウキウキ): '(신이 나서) 기분이 들뜨다'는 의미의 일본어 표현. |
ⅱ : 날개와 같은 생명체
일본어 사전에서 찾아보니 세 가지의 '하네모노'가 나오는데요.
① はねもの(跳ね者) : 엉뚱한 말이나 유별난 짓거리는 하는 사람. 덜렁이 또는 촐랑이.
② はねもの(撥ね者) : 동료들로부터 따돌림받는 사람.
③ はねもの(撥ね物) : (흠이 있어) 불량품으로 제외된 물건.
그리고 사전에 올라와 있는 단어는 아니지만, (음악평론가 히라야마 유우이치)가 언급한 것처럼,
디지털 파친코와 대비되는 파친코 기계의 한 종류로 '하네모노'라는 것도 있나 봅니다.
아무튼 사전에 나오는 표현이든 신조어 또는 특정 업계에서만 주로 쓰는 표현이든
모두 그다지 긍정적인 의미를 가진 표현이라고 하기는 어려운데요. | |
결국 이 노래의 제목으로 쓰인 '하네모노(ハネモノ)'는, 위에 열거한 표현과는 상관없는,
'날개와 같은 생명체(ハネのような生き物)'라는 긍정적인 의미를 가진 마사무네 식 신조어라는 거죠.
노래를 들어보면 후렴부에서 마침 그 표현이 나오기도 합니다.
街を渡る 羽のような
思い通りの生き物に変わる |
거리를 건너는 날개와 같은
생각했던 대로의 생명체로 바꾸네 |
ⅲ : 깨진 글씨
WHAT's IN? 2002년 10월호의 기사에는 앨범 수록곡에 대한 멤버들의 코멘트가 포함되어 있는데요.
ハネモノ(Hanemono, 날개같은 자)에 대해서는,
베이시스트 타무라 아키히로(田村明浩)가 "가사에 '깨진 글씨(文字化け)'라고 나오지 않냐"면서
"그거 혹시 십 년 후에는 '삐삐'처럼 사어(死語)가 되는 걸까, 라고 한순간 생각했다"고 하니까
마사무네는 "십 년 후에는 아무도 모를지도" 모른다고 하면서 "오히려 그게 좋지 않냐"고 웃습니다.
저는 마사무네가 되도록이면 노랫말에 신조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 듯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テクテク(Tekuteku, 터벅터벅)에서 그가 '메일(メール)'이란 단어를 처음 썼을 때
이미 일상화된 표현인 '메일'이 마치 엊그제 생긴 신조어처럼 느껴져 도리어 신선한 느낌을 받았고,
正夢(Masayume, 마사유메)에서 '다이얼 돌리고(ダイヤルまわして)'라는 노랫말을 듣고는
다이얼식 전화기가 사라진 것이 언젯적인데··· 싶어지면서
신조어보다는 도리어 추억의 단어를 선택하는 듯한 느낌에 '역시 마사무네답다'고 생각하지요. |
● ハネモノ 노랫말 살펴보기 |
그런데 이 노래, ハネモノ(Hanemono, 날개같은 자)에서는 제목도 마사무네가 만든 신조어인데다가,
컴퓨터 시대에 만들어진 표현인 '깨진 글씨(文字化け)'라는 신조어도 노랫말에 들어가는 게 흥미롭습니다.
게다가 "십 년 후에는 아무도 모를지도" 모른다면서 "오히려 그게 좋지 않냐"고까지 하니
정말 십 년 후에는 '깨진 글씨(文字化け)'라는 표현이 '다이얼(ダイヤル)'과 같은 느낌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 관련 기사 일본어 원문 발췌, 열기
平山 | ところでさ、「ハネモノ」ってパチンコ用語だよね。 | マサムネ | そうなんですってね。俺、パチンコやらないから、知らなかった(笑)。
ハネのような生き物っていうイメージだったんですけど。
しかも、元々のこの曲のタイトルは”ウクライナ”。ちょうどウクライナと日本代表の試合を観てて。
ウクライナって言葉に、ウキウキするようなイメージがあって。ウクライナの国旗って知ってます? | 平山 | 知らないです。 | マサムネ | 下半分が黄色で、上半分が水色なんですけど。空と麦畑のイメージ。
そういうのって素敵だなあっていうことで。この歌は初め、そういう牧歌的なイメージだったんです。 | 平山 | ”カモミールフレイバー”って歌詞あるけど、これも全然違うじゃん。 | マサムネ | (笑)。 |
WHAT's IN? 2002년 9월호 기사 「밴드의 신기준(バンドの新基準)」중에서 발췌.
田村 | 歌詞に”文字化け”って出てくるじゃないですか。
それってもしかしたら10年後には”ポケベル”みたいに死語になるのかなって一瞬思った。 | マサムネ | それがいいんじゃない、かえって(笑)。10年後には誰も知らないかも。”ゲバボー”みたいに。 |
WHAT's IN? 2002년 10월호 기사 「어둠에 떠오르는 섬광(闇に浮かぶ閃光)」중에서 발췌. |
WHAT's IN?
2002年 10月号 |
ⅳ : 변신 닌자 아라시
싱글 ハネモノ(Hanemono, 날개같은 자)의 프론트 커버 이미지.
가면을 쓰고 있는 어린 소년의 이미지를 담은 낡은 사진인데요.
사진 한 귀퉁이에 있는「COLOR 9 73」라는 작은 글씨와 반팔 티셔츠의 옷차림으로 미루어볼 때
아마 늦여름 분위기의 1973년 9월 초, 어느 소년을 찍은 사진을 스캔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부클릿을 살펴봐도 이 소년의 이미지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이나 정보가 없고
그저 아트 디렉션은 키무라 유타카(木村豊)가, 디자인은 「CENTRAL 67」이 담당했으며
표지 캐릭터 저작권은 「이시모리 프로덕션 토에이(石森プロ・東映)」에 있다고만 되어 있을 뿐인데요.
스핏츠의 다섯번째 앨범 空の飛び方(Sora no Tobikata, 하늘 나는 방법) 이후
이달 초 발매된 라이브 DVD에 이르기까지 모든 음반의 아트 디렉터를 맡고 있는 키무라 유타카.
인터넷에 나와있는 이야기로는,
가면을 쓴 그 소년이 바로 어린 시절의 키무라 유타카라고 합니다. |
2002-08-07
ハネモノ |
変身忍者 嵐 | 그리고 키무라 유타카 소년이 쓰고 있는 그 가면은,
1972년과 1973년에 걸쳐 방영된 특촬 드라마 변신 닌자 아라시(変身忍者 嵐)에서의 가면이라는데요.
토에이(東映) 영화사 제작의 이 텔레비전 드라마 원작자 이름을 보니, 아하···!, 싶었습니다.
부클릿에 나와있는 "표지 캐릭터 저작권「이시모리 프로덕션 토에이」"가 뭔지 몰라서 뜬금없어 보였는데
이 드라마의 원작자가 이시모리 쇼오타로(石森章太郎)라는 만화가라고 하니 고개가 끄덕여지더라구요.
이시모리 쇼오타로. 토에이 영화사. 「이시모리 프로덕션 토에이」. |
이시모리 쇼오타로 또는 이시노모리 쇼오타로(石ノ森章太郎).
특촬물 가면 라이더(仮面ライダー)의 원작자로 유명한 사람이라는데 저는 이런 종류의 영상을 접해본 적이 없다보니 금시초문입니다.
● 혹시 관심이 있으시다면, 이시모리 프로덕션 바로가기
ⅴ : 다시 하네모노
이렇게 '비하인드 스토리'를 쫓아가다 보면, 그 당시 마사무네의 모습이 저절로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합니다.
기타를 퉁기며 새로운 멜로디를 만들고 있던 중 마침 텔레비전에서는 우크라이나와의 시합이 방영되고 있고
문득 '우크라이나'라는 나라 이름에서 느낌이 '우키우키'해져서는 즉, 들뜨는 듯한 기분이 되면서
거기서 상념은 푸른 하늘과 노란 보리밭의 우크라이나 국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니까
그 맑은 하늘과 풍요로운 대지의 이미지를 멜로디에 담으려고 오선지에 음표를 써나가는··· 그런 모습의 마사무네.
心地良い耳鳴り 文字化けの中にも 輝く運命を知る
無理矢理晴れた日 始まった物語 僕らはここにいる |
기분 좋은 귀울음 깨진 글씨 안에도 빛나는 운명을 알 거네
억지로 갠 날 시작된 이야기 우리는 여기에 있네 |
그렇게 만들어진 멜로디에 마사무네는 노랫말을 입혀서 흥얼거립니다.
'빛나는 운명(輝く運命)'을 엿보는 통로를 표현함에 있어, 언젠가 사어가 될 듯한 '깨진 글씨(文字化け)'라는 단어을 구사하기도 하고
'하네모노(ハネモノ)'라는 자기 식의 신조어를 만들어서는 '날개와 같은 생명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그걸 제목으로 붙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그렇게 해서 만들어졌을 노래, ハネモノ(Hanemono, 날개같은 자).
이 노래를 싱글로 발매하기로 결정하고 커버 디자인을 어떻게 할 것인가 토의하던 즈음,
「CENTRAL 67」의 아트 디렉터 키무라 유타카는 이 노래를 듣고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요?
과연 어떤 느낌이 그에게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뒤져서 찾아 꺼내게 했는지.
'돌아가는 계절(巡る季節)'을 '뒤쫓아가(追いかけていく)'고 싶은 심정이 생겨서 그랬던 걸까.
아니면 고개를 좌우로 까딱거리며 손뼉을 치고 싶게 만드는 리듬감이 그를 자극했던 걸까. |
CENTRAL 67 |
木村豊 ? | '우크라이나'에서 시작해서 '날개와 같은 생명체'로 맺어지는 상상력. 그 남다른 상상력.
노래를 만드는 마사무네의 그러한 재능을 보통 사람인 제가 가늠할 수 없듯이
이미지를 만드는 키무라 유타카의 그것 또한 저는 제대로 헤아리기 어렵고 그저 흥미롭기만 한데요.
싱글 발매 한 달쯤 뒤에 발매된 앨범 三日月ロック(Mikazuki Rock, 초승달 록)의 부클릿을 펼쳐보면
그 첫 페이지에, 사람들이 줄서있는 어딘가에서 뭔가 투정을 부리는 듯한 어린이의 모습이 나옵니다.
세피아 톤 분위기의 사진에 나오는 이 어린이도 키무라 유타카의 어릴 때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
일본 쪽 인터넷에 나와있는 이야기로는, 이 앨범 부클릿에도 그의 어린 시절 사진이 있다는데
부클릿의 여러 사진 중에 어린이는 바로 이 이미지에만 있으니 그가 지금의 아트 디렉터 키무라 유타카인 듯 싶다는 거죠.
近づいて 抱き上げて
ノドを鳴らす 子猫のような
望み通りの生き物に変わる |
가까이 가서 안아 올리고
목청을 울리는 새끼고양이 같은
희망했던 대로의 생명체로 바꾸네 |
√ WHAT's IN? 2002年 10月号 이미지를 구해주신 ○○님께 감사드립니다.
√ ハネモノ 노랫말(우리말 번역)의 출처는 (c) spitzHAUS 입니다.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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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1/14 04:08 | 스핏츠/SINGLE | trackback (0) | reply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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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처음으로 자기만의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ねこは はじめて 自分の ねこに なりました |
猫になりたい Neko ni Naritai 고양이가 되고 싶어 |
ⅰ : 100만 번 산 고양이
제 경우 신간 도서에 대한 정보는 주로 일간신문의 서평을 통해서 얻게 되는데
구미가 당긴다 싶으면 일단 인터넷 서점의 '보관함' 또는 '마이리스트'에 담아둡니다.
하지만 그렇게 챙겨본들, 구매를 위한 클릭으로는 거의 연결되지 않고
인터넷 서점 사이트의 어느 한 구석에서 장기 휴면 상태의 데이타로만 남아 잊혀져 갑니다.
그렇지 않아도 책을 가까이 하는 시간이 예전에 비해 확 줄어들었는데
책 읽기는 고사하고 관심조차도 그렇게 잠깐 주의를 기울이는 정도로 끝나고 마는 거죠.
어쩌다 책을 손에 쥐긴 해도 대체로 도서관 스티커가 붙은 책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
어느 날 문득 생각나서 인터넷 서점의 보관 목록을 들추어보고는 혼자 피식 웃게 됩니다.
관심이 구매로 연결되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주저앉아 버린 것들의 목록이란···.
훑어보니 의외로 경제학 관련이라든지 '실용'적인 분야의 서적이 많이 있고
그 중에는 지금은 시의성(時宜性)을 잃었거나 관심으로부터도 멀어진 것도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은 책들을 떠올려도 엇비슷한 느낌의 헛웃음이 나옵니다.
도서관의 서가에는 '000총류'부터 '900역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의 책들이 다 있는데도
제가 훑어보는 서가는 주로 '800문학' 쪽이고 뽑아드는 책들은 거의 모두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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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관심 영역이라는 게 알고보면 어지간히도 좁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게 되는 장면입니다.
눈길이 갔을 정도에 머물렀을 뿐 아직 사서 읽지 않은 탓에 '관심 영역'이라고 말하기도 곤란한 분야의 책이라든지
읽었다고는 해도 전문적인 관심이나 남다른 필요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그저 여가를 즐기는 방편으로 읽은 소설뿐이니.
최근에 책을 한 권 선물 받았습니다.
어떤 것이냐에 따라 부담스러운 것도 있는 게 선물인데, 저한테 책은 늘 좋은 느낌의 선물입니다.
더구나 특별한 날도 아닌데, 그냥 주고 싶어서 제게 선물한다는 책이라서 더욱 기쁘고 고마웠습니다.
사노 요코(佐野洋子)의 그림 동화 『100만 번 산 고양이(100万回生きたねこ)』, 비룡소 간행.
특별히 제게 그 책을 주고 싶었다는 깊은 뜻을 알 듯 말 듯 하기도 했지만
그가 '동화'라는 조금은 특별한 장르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마음 속으로 조금 놀랍기도 했습니다.
한편 사람들의 관심 분야는 제각각이라는 당연한 사실과 제 경우 그것의 협소함을 새삼 느끼기도 했구요. |
100万回生きたねこ |
30쪽 정도의 분량이라 일독하는 것은 금방입니다만, 그렇게 한 번 보고 바로 덮어지지 않는 것이 또 동화책입니다.
백만 번이나 죽고 백만 번이나 살았던 얼룩무늬 고양이.
그 고양이가 죽었을 때 백만 명의 사람들이 울었지만 정작 스스로는 단 한 번도 울지 않았던 고양이.
도둑고양이가 되면서 처음으로 자기만의 고양이가 되어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된 얼룩 고양이.
그런 그를 좋아하지 않는 하얀 고양이를 사랑하게 된 얼룩무늬 고양이.
그제서야 기쁜 일과 슬픈 일을 알게 되고 겪게 되는 얼룩무늬 도둑 고양이.
새끼 고양이들도 생기고 하얀 고양이와 함께 오래 오래 살고 싶었지만···
하얀 고양이는 죽고 밤낮으로 백만 번이나 울던 그도 결국 죽고 "그리고 두 번 다시 되살아나지 않았"다는 고양이.
특정 텍스트를 읽고 느끼는 감동은 제각각이겠지만 넓은 범주에서 보자면 엇비슷하게 공통으로 느끼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위 지문의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다음 중 어느 것이냐'라는 문제가
중고교 국어 시험에 나올 수 있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 느낄 수 있는 무언가가 그 텍스트에 있기 때문일테지요.
아마도 동화의 경우는 다른 장르의 책보다는 그러한 공통의 느낌이 상대적으로 많은 텍스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어린이' 시절만 벗어나면 굳이 눈길을 주지 않는 장르의 책이 되어버리는지도 모르지요.
뻔한 전개와 당연히 짐작되는 결말이라든지 권선징악 등 교훈적인 주제 등으로 인해서 말입니다.
사노 요코가 글과 그림을 통해 독자들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것은 여러 가지 있는 것 같은데
제가 주목하고 되풀이해서 읽은 부분은, 이 동화의 핵심 '주제'가 묘사된 대목은 분명히 아닌, 16쪽의 글과 17쪽의 그림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뭐, 요즘 인기있다는 네이버 웹툰 『실질객관동화』처럼 동화를 읽었다는 것은 아니구요, 후훗.)
한때 고양이는 누구의 고양이도 아니었습니다.
도둑고양이였던 것이죠.
고양이는 처음으로 자기만의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고양이는 자기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어쨌든 고양이는 멋진 얼룩 고양이였으므로, 멋진 얼룩무늬 도둑고양이가 되었습니다.
∼ 사노 요코의 그림 동화 『100만 번 산 고양이』 중 16쪽. |
17쪽 |
얼룩 고양이가 진정한 사랑, 기쁨 등을 알게 되는 것은 하얀 고양이를 만나서 함께 한 이후가 되겠지요.
하지만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하게 되고 오랜 시간을 함께 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진정한 사랑이나 기쁨 등의 감정은 그 누구라도 경험할 수 있는 감정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감정 자체는 특별한 것이지만 누구라도 그것을 경험하는 사람은 될 수 있는, 그러니까 크게 남다를 것 없는.
제가 주목하고 되풀이해서 읽던 16쪽의 글(단 네 줄의 다섯 문장)과 17쪽의 그림을 통해 제가 떠올린 것은
'자긍심(自矜心)' 그리고 '자중자애(自重自愛)'라는 두 단어였는데요.
동화에서는 이 장면이 자기 자신만을 좋아하고 타자(他者)를 사랑할 줄 모르는 단계의 장면으로 묘사되는데
거기서 저는, 그 대목에서 작가의 의도야 어떻든, 이런 생각이 든 겁니다.
자기 자신을 좋아하는, 자기만의, 멋진 얼룩무늬 도둑고양이와는 달리
··· '스스로에게 긍지를 가지는 마음'인 자긍심(自矜心)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는지.
··· '자신을 소중히 하고 제 몸을 스스로 아낀다'는 자중자애(自重自愛)를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 지나치게 자신감이 넘쳐흘러 주위로부터 왕자병, 공주병이라는 수군거림을 듣는 사람이거나
가만히 있어도 시쳇말로 '엄친아' 또는 '엄친딸'로 대접받는 사람에게는 전혀 무관한 이야기겠지만,
이십대 청춘의 친구들에게서 문득문득 이런 느낌을 받아서 괜히 제 마음이 묵직해질 때가 있습니다.
"왜 스스로의 가능성을 애써 무시하고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걸까?"
철든 이후 스스로든 남보기에든 그럴싸한 성과를 단 한 번도 거두어 본 적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요.
몇 번 도전해봤지만 좌절만 맛본 탓에 두려워서 이젠 문고리를 잡았다 놓았다만 반복할 수도 있구요. |
| 그런 청춘과는 약간 다르지만 한편으로··· 또 다른 모습의 청춘도 마음을 가라앉힙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스스로도 대견한 결과를 도출해낸 적이 있어 어깨 펴고 자긍심을 가지게 되었지만
거기까지 오는데 너무 힘들었기에 잠시 쉰다는 것이 그만, 그 당장의 달콤함에 오랫동안 취해버린 바람에,
스르르 눈꺼풀이 내려앉아 잠든 동안 자긍심이 녹슬어 가고 있는 것을 아마 느끼지 못하는 듯한··· 청춘.
절차탁마(切磋琢磨), '톱으로 자르고 줄로 쓸고 끌로 쪼며 숫돌에 간다'는 말처럼
배우고 갈고 닦는 것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자긍심도 자긍심답고 자중자애의 마음가짐도 의미가 있을진대. |
도전다운 도전을 해본 적이 없어서 막상 뭔가 해보려니 자신없다는 생각만 드는지.
열려고 들 때마다 잠긴 채 열리지 않는 대문만을 겪은 탓에 지금 문 앞에서 주저하고 있는지.
쉼과 멈춤의 편안함에 저도 몰래 익숙해져서··· 어딘가 무뎌져가는 듯한 느낌이 혹시 들지 않는지.
얼마 전 제가 선물로 받았던 동화책 『100만 번 산 고양이』는,
처음에는 평소 제 관심 영역이 얼마나 좁은지를 한 번 더 일깨워주더니
두어 차례 읽고난 후에는 '자긍심'과 '자중자애'라는 표현과 함께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백만 번이나 '그냥' 사는 것보다, 그래, 그런 것 말고.
먼저 또는 다시 한 번 더, 그 어느 날의 "멋진 얼룩무늬 도둑고양이"처럼 살기를. | |
ⅱ : 고양이가 되고 싶어
사노 요코의 그림 동화 『100만 번 산 고양이』와는 아무 상관없는 노래이긴 한데,
덧붙이는 노래는 스핏츠(スピッツ)의 猫になりたい(Neko ni Naritai, 고양이가 되고 싶어)입니다.
The Great Jamboree '97 みちのく夕焼け兄弟 (더 그레이트 잼보리 '97 미치노쿠 저녁놀 형제).
1997년 8월 24일, 스핏츠는 이와테(岩手)현 코이와이(小岩井)농장 특설회장에서
위와 같은 타이틀의 야외 공연을 치렀는데, 그날 연주된 곡은 앵콜 포함 모두 스물두 곡이었다고 합니다.
앵콜 곡을 제외한 그날의 세트 리스트 마지막 곡이 지금 라이브 버전으로 듣는 바로 이 곡입니다. |
ジャンボリー 2 |
이 라이브 버전은 1999년 4월 7일 발매 비디오 ジャンボリー(Jamboree 2, 잼보리 2)에 수록되었다가
2001년 6월 6일 발매 DVD ジャンボリー・デラックス(Jamboree DeLuxe, 잼보리 디럭스)에 재수록됩니다.
● YouTube에 있는 猫になりたい 라이브 영상 보기
참고로, 1994년에 녹음된 원곡에서 키보드를 연주했던 사람은 후지이 리오(藤井理央)라는 뮤지션인데
1997년의 라이브에서는 아카시 토시코(明石敏子)라는 뮤지션이 백그라운드 보컬과 키보드를 연주합니다.
이 뮤지션은 1995년부터 1998년까지 스핏츠의 공연에서 키보드 서포터로 활동했다고 하네요. |
ジャンボリー・デラックス |
● 猫になりたい 노랫말 살펴보기
● 오래된 글이긴 하지만, 또다른 猫になりたい myspitz story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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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책 선물, 고맙습니다.
√ 猫になりたい 노랫말(우리말 번역)의 출처는 (c) spitzHAUS 입니다.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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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0/28 00:08 | 스핏츠/VIDEO | trackback (0) | reply (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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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어 이 쓸쓸함을 どうしようもない この寂しさを |
後悔シャッフル Koukai Shuffle 후회 셔플 |
ⅰ : 닿게 해, 부탁이야
지난 여름 어느 작은 영화관에서 열 명 남짓 되는 관객들과 띄엄띄엄 자리잡고 영화를 봤다.
영화, 괜찮았다. 아니, 좋았다.
『피쉬 스토리(フィッシュストーリー)』
감독 나카무라 요시히로(中村義洋)
주연 이토 아츠시(伊藤淳史)
음악 사이토 카즈요시(斉藤和義)
엔딩 곡과 함께 엔드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객석에 앉아 있었다.
원작 소설이 궁금해져서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어보니 그리 길지 않은 중편 소설.
몇몇 소재와 전개 그리고 인물 등이 영화에서는 조금 다르게 묘사되기도 했던데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문장으로 다시 만나는 재미도 쏠쏠했다.
예상치 않은 덤이기도 했던, 그런 장면들 중 하나. |
arthouse MOMO |
"오카자키(岡崎) 씨" 하고 고로(五郎)가 마이크를 향해 입을 여는 바람에 나는 깜짝 놀랐다. 연주 중, 그것도 녹음 중인데 고로가 말을 꺼낸 것이다. 실전이라는 사실을 까먹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었기에 우리는 연주를 계속했다. 료지(亮二)도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었지만 손가락을 멈추지는 않았다.
"오카자키 씨. 이 노래가 누구에게 가서 닿을까." 고로는 노래하는 것도 한탄하는 것도 아닌 태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말이야. 누가, 듣고 있냐고. 지금 이 앨범을 듣고 있는 녀석이 있다면 가르쳐줘. 닿고 있는 거야?"
내 위치에서는 마이크를 쥔 고로의 뒷모습, 그것도 간신히 왼쪽 귀만 보일 뿐이었기 때문에 어떤 표정으로 말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여느 때와 다름없는 온화한 말투이기는 했다.
"이거 좋은 노랜데, 아무한테도 닿지 않는 거야? 거짓말이지. 오카자키 씨. 누구에게든 닿게 해. 우리는 다했어. 하고 싶은 걸 했고 즐거웠지만 여기까지였어. 닿게 해. 누구에게든." 고로는 그렇게 말하더니 시원한 목소리로 웃었다. "부탁이야."
간주가 끝나자 고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 이사카 코타로(伊坂幸太郎)의 소설 『피쉬 스토리(フィッシュストーリー)』 중에서. |
フィッシュストーリー |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되겠는데, 나는 몇몇 가까운 사람들을 두고 그가 이러저러한 사람이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애정을 느끼고 있는 사람에게 특별한 기대를 가지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보편적인 감정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네가 이런 사람이 되었으면 해" 라고, 그러한 소망을 직접 표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로는 쉬운 일이 아닌 정도를 넘어 자칫하면 예상치 않은 역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경우도 있으니 그럴 땐 난감하기조차 하다.
그래서, 혹시 이런 식으로 그에게 내 마음이 전해진다면 그거 좋겠다···, 라고 상상한다.
어느날 그가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버스 안에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다가, 갤러리에서 사진 작품을 둘러보다가,
문득 "아! 이건 내 이야기야!" 라고 느낄 수 있다면, 나의 소망이 그렇게 에둘러 그에게 닿을 수 있다면, 말이다.
『피쉬 스토리』에 등장하는 펑크록 밴드 '게키린(逆鱗)'의 보컬리스트가 마지막 레코딩에서 그렇게 '부탁'하듯이.
아, 물론 그가 "이건 내 얘기!"라는 느낌을 받을 책, 음악 또는 사진 작품 등은 평소에 내가 넌지시 권했던 것일테고.
ⅱ : 너에게 닿았으면
점심 먹으러 나오는 길, 더 높아지고 더 새파래진 가을 하늘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스산해진 귀갓길, 지하철 계단으로 종종걸음 치는 발 끝으로 시선을 떨어뜨리다가
의왕·과천 고속화도로에서 자정 무렵, 반복되는 후렴부에 감정이 고조되는 노래를 듣다가
이즈음의 너를 떠올렸다.
··· 잘하고 있으리라 믿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걱정이 여전히 남아있다.
바뀐 계절 탓인지 아니면. | |
"닿지 않는 거야? 우리는 다했어. 하고 싶은 걸 했고 즐거웠지만 여기까지였어. 닿게 해. 부탁이야."
네가 이러저러하기를 바라다가도 이건 아니다 싶어서 고개를 가로 젓는다.
그러다가 그것도 잠깐, 나는 거듭하여 다시 바라기 시작한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또는 말로는 하지 못하고 그저 마음 속으로만 바랄 뿐이지만
이런 마음이 너에게 닿았으면 좋겠다, 고 생각한다.
··· 잘하고 있으리라 믿고 싶다, 는 생각이 드는데 괜히 마음 한구석이 쓸쓸해진다.
갑자기 다가온 가을 탓인지 아니면. | |
"저기 말이야. 누가, 듣고 있냐고. 지금 듣고 있는 녀석이 있다면 가르쳐줘. 닿고 있는 거야?"
ⅲ : 나, 쓸쓸하다
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라 시월에 들어서서 맞이한 추석 연휴 때만 하더라도 반팔 차림이 편했는데
아침에 기지개 펴기 전에 저도 몰래 어깨를 움츠리게 되는 걸 보면 계절은 역시 진작부터 가을인 거다.
마지막 분기의 실적을 걱정하기 시작한 직장인의 머리 안에서의 계절은 벌써 겨울이기도 할테지만.
| 뜻한 바가 있어서 올해 봄부터 '잠수탔던' 대학 동기가 잠깐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더니
지난 달에 발매된 사이토 카즈요시의 새 앨범을 선물로 주고는 다시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며칠 전에는 대학에 있는 친구들이 대구탕을 먹자고 해서 함께 국방부 근처의 대구탕 골목으로 갔다.
가을 학기 시간표 얘기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중간고사 기간이란다. 시간 정말 무섭게 빨리 가는군.
사이토 카즈요시의 음악 그리고 얼큰한 대구매운탕.
그러고보니 둘 다 깊어가는 가을에 어울리는 것들이라는 생각도 든다. |
| 만나본 지 꽤 된 친구에게서 문자메세지가 왔고 몇 차례 답신을 주고 받았다.
그는 전공자의 관심으로 '이차전지(二次電池)'를 언급했고 나는 경제 토픽의 테마로 그것을 거론했다.
지난 여름 어느날엔가 그는 내게 가을을 타냐고 묻길래 그런 것 같다고 대답했는데
혹시 지금 다시 그렇게 묻는다면 그런 것 같다 정도가 아니라 분명히 그렇다, 고 말하겠다.
나, 쓸쓸하다.
가을 탓인지 아니면···. |
ⅳ : 後悔シャッフル(Koukai Shuffle, 후회 셔플) 노랫말 그리고
● 약간의 덧붙임, 열기
● 사이토 카즈요시 팬들을 위한 덧붙임
사이토 카즈요시의 13번째 스튜디오 앨범 月が昇れば(Tsuki ga Noboreba, 달이 뜨면)에는
이 글에 백업되는 노래, 後悔シャッフル(Koukai Shuffle, 후회 셔플) 말고도
지난해 연말 제50회 일본 레코드 대상에서 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명곡 やぁ 無情(Yah Mujou, 아 무정),
일본의 록음악과 젊은이들의 서브 컬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뮤지션,
지난 5월에 타계한 이마와노 키요시로(忌野清志郎)에 대한 애도를 표시한 곡 Phoenix,
그리고 앞서 언급한 영화 『피쉬 스토리』의 엔딩 곡인 Summer Days 등,
모두 12곡이 수록되어 있다. |
斉藤和義
月が昇れば
2009-09-16 |
後悔シャッフル
あの時ああすれば 今でもここは…
あの時ああすれば 笑いに溢れ…
あの時ああすれば ああすれば 馬鹿な想像
あの時ああすれば 今でもここで…
あの時ああすれば キミの唇が…
あの時ああすれば ああすれば 無駄な妄想
もうやめられない 止まらない くだらない事ってわかっていても
どうしようもない 埋められないんだ ひとりっきりのリビングルーム
情けない 男らしくない 虚しいだけってわかっていても
どうしようもない 埋められないんだ 他の誰かじゃ
コーヒーを煎れても キミの顔が…
テレビをつけても キミの顔が…
車飛ばしても ギターを弾いても キミが…
もうやめられない 止まらない くだらない事ってわかっていても
どうしようもない 埋められないんだ ひとりっきりのダブルベッド
情けない 男らしくない もう戻れないってわかっていても
どうしようもない 埋められないんだ この寂しさを
あの時ああすれば それを言うなよ
あの時ああすれば 馬鹿はやめな!
あの時ああすれば わかってるさ そんなこと
ビールを飲んでも キミの顔が…
靴を履く時も キミの顔が…
誰かを抱いても 星を眺めても
カーテンを開けても 歯を磨いてても
音楽聞いても 歌を唄っても
タバコ吸っても アメを舐めても
映画を観ても 自転車こいでも
誰かと話をしている時も
猫がひざの上に乗ってきても 笑っていても
馬鹿な妄想 無駄な想像
夢の中にも 朝起きても…
コーヒー煎れても テレビつけても あぁ…
作詞·作曲·歌 ∶ 斉藤和義 | 후회 셔플
그때 그랬더라면 지금도 여기는···
그때 그랬더라면 웃음으로 넘치고···
그때 그랬더라면 그랬더라면 쓸데없는 상상
그때 그랬더라면 지금도 여기서···
그때 그랬더라면 너의 입술이···
그때 그랬더라면 그랬더라면 헛된 망상
정말 그만둘 수 없어 멈추지 않아 쓸데없는 일이란 걸 알아도
어쩔 수 없어 메울 수 없는 거야 혼자만의 리빙 룸
한심해 남자답지 않아 헛될 뿐이라는 걸 알아도
어쩔 수 없어 메울 수 없는 거야 다른 누군가로는
커피를 끓여도 너의 얼굴이···
텔레비전을 켜도 너의 얼굴이···
차를 몰아도 기타를 퉁겨도 네가···
정말 그만둘 수 없어 멈추지 않아 쓸데없는 일이란 걸 알아도
어쩔 수 없어 메울 수 없는 거야 혼자만의 더블 베드
한심해 남자답지 않아 이제 되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아도
어쩔 수 없어 메울 수 없는 거야 이 쓸쓸함을
그때 그랬더라면 그런 말하지마
그때 그랬더라면 바보짓은 그만둬!
그때 그랬더라면 알고 있다구 그런 것
맥주를 마셔도 너의 얼굴이···
구두를 신을 때도 너의 얼굴이···
누군가를 안아도 별을 바라봐도
커튼을 열어도 이를 닦고 있어도
음악을 들어도 노래를 불러도
담배를 피워도 사탕을 먹어도
영화를 봐도 자전거를 타도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도
고양이가 무릎 위에 올라와도 웃고 있어도
쓸데없는 망상 헛된 상상
꿈속에서도 아침에 일어나도···
커피를 끓여도 텔레비전을 켜도 아아···
작사·작곡·노래 ∶ 사이토 카즈요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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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0/12 02:39 | 듣기 | trackback (0) | reply (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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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바다, 호시즈나에 담은 사랑 僕らの海、星砂に閉じこめた恋 |
ⅰ : 좋았던 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아, 걔하고는
― 남자친구 생겼어.
연락이 아주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잠수 탔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 그를 만났던 어느 날.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나의 첫마디에 그는 부끄러운 듯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고
호들갑의 몸짓을 조금 섞어 어떤 사람이냐고 물어보니 그는 휴대폰 사진 폴더를 넘기기 시작했다.
아마 제일 괜찮다 싶은 사진을 골랐는지 내게 휴대폰을 건네주면서 어떠냐고 물었다.
화면에는 느낌 좋아보이는 한 남자가 음료수를 마시고 있는 모습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 |
그 사진 앞뒤를 뒤적거려보니 동해안 바닷가에서 그리고 경상북도 어딘가에서 찍었다는 사진들이 이어졌는데
둘만의 사진도 보이고 여럿이 있는 것도 나오는 걸 보니 아마도 다른 친구들과 함께 지난 여름에 놀러가서 찍은 듯 싶었다.
남자 쪽이 아까워 보인다고 농담조로 그의 남자친구를 품평해주었고 그는 그 말이 싫지는 않은 듯 눈을 흘기며 웃었다.
飾らずに 君のすべてと 混ざり合えそうさ 今さらね
恋人と 呼べる時間を 星砂ひとつに閉じこめた |
꾸미지 않고 너의 전부와 서로 섞일 수 있을 듯해 지금 와서 말이야
연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시간을 호시즈나(星砂) 한 개에 가두었다 |
― 걔 말이야, ○○이라고··· 했던가?
― 어? 그게 언제적 일이라구, 아직 이름까지 기억하네?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다거나 집은 서울 남쪽의 수도권에 있어서 서로 사는 곳이 멀다든지
한다리 건너 들으면 사소할 수도 있는 얘깃거리, 새로 사귄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고
그 사이사이에 그의 예전 남자친구들 이야기도 뒤섞여 들어왔다가 잦아들곤 했는데
그의 예전 남자친구들과의 에피소드를 약간은 알고 있는 내가 그들 중 한 명의 이름을 기억해내어 되묻자
당사자인 본인은 마치 오래전에 그들의 이름조차 잊었다는 듯한 표정으로 도리어 내가 신기한 듯 웃었다. | |
이미 눈내리는 계절을 몇 차례나 지나쳤다면 게다가 질풍노도(疾風怒濤)같은 청춘 시절일테니, 그래, 그렇기도 하겠다.
지나온 나날에 함께 했던 것들 중에는 소중하게 그 인연을 계속 이어갈 것도 있지만 그냥 두고 떠나야 하는 것도 있다.
예전 남자친구. 그것은 지난 시공간 속에 남겨둔 채 뒤돌아보지 말고 떠나야 한다. 물론 예전 여자친구의 경우도 마찬가지.
くり返す波の声 冷たい陽とさまよう
ふるえる肩を抱いて どこにも戻らない |
되풀이하는 파도의 목소리 차가운 태양과 방황하네
떨리는 어깨를 안고서 어디에도 되돌아가지 않을래 |
― 좋았던 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아. 걔하고는. 나빴던 것만 기억 나.
좋았던 기억도 분명 남아있어야 할텐데 이상하게도 언젠가부터 생각나는 게 하나도 없다고 했다.
나빴던 기억조차도 이렇게 날 만나서 얘기를 하니까 떠오를 뿐이라고 쓴웃음을 지으며 화제를 돌렸다.
수년 전 그와 헤어졌지만 나랑은 요즘도 가끔 만나곤 하는 그의 또다른 예전 남자친구의 얼굴이 떠올랐다.
문득 궁금해졌다. 그 예전의 남자친구는 어떨지.
좋았던 기억과 나빴던 기억. 어떤 기억이 남아있고 어떤 기억이 희미해졌을까. | |
새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그를 만나 둘이서 순대국밥과 테이크아웃 커피로 저녁 시간을 보내고 헤어졌던 날, 그 이틀 뒤.
나는 공교롭게도 그의 예전 남자친구와 하교 시간이 지난 어느 초등학교 교정의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낼 일이 생겼는데
그 초등학교 야구부원들의 연습 장면을 쳐다보고 있던 내게 그의 예전 남자친구가 물었다. 혹시 요즘 걔랑 만나거나 하냐고.
만나는 건 고사하고 문자조차 끊긴 지 오래되었다고 했다. 의외로 거짓말이 쉽게 나왔고 덕분에 그 얘긴 그걸로 끝이었다.
隠された・・・ 言葉じゃなく・・・
二人がまだ 出会う前からの |
숨겨졌던··· 말이 아니라···
둘이 아직 만나기 전부터의 |
ⅱ :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지금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꽤 오래 전 어느 자리에선가 '사랑의 유효기간'에 대해서 잠깐 얘기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도파민, 페닐에틸아민, 옥시토신 등 낯선 단어가 언급되는 등 사랑의 생물학적 의미도 얘기되는 자리였다.
듣기만 하다 말 자리가 아니라서 어줍잖지만 내 의견을 말하게 되었는데 대충 기억을 되살리면 이런 얘기를 한 것 같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감정 과잉 상태가 된다는 것인데 경우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그 기간은 육개월 정도이지 않을까,
그래서 과잉 상태가 잦아들어 감정이 적정 상태가 되면 그 때부터 관계를 이어가는 것은 사랑이라고 느끼는 신뢰일테고
이후에도 오래도록 좋은 관계가 유지된다면 아마 그 신뢰가 도덕으로 작용해서 그렇지 않을까, 내 생각은 그렇다고 했다.
덧붙이자면, 여기서 신뢰(信賴)라 함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하는 낮은 정도의 것이 아니라
신의(信義 ), 성실(誠實) 등의 단어를 연상하게 하는 높은 정도의 것을 되겠다. 사랑이라고 느낄 정도의 것이니.
|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지난 날을 떠올려봐도 "좋았던 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아"라고 말한 그는
예전의 남자친구를 향해 처음에는 도파민과 페닐에틸아민이 넘치는 감정 과잉 상태였지만
몇달 지나면서 적정 상태로 감정이 안정되고 다시금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을 때
당시의 관계를 계속 이어가게 해줄 신뢰감을 상대방에게서 느낄 수 없게 되고 그렇게 됨에 따라
눈에 콩깍지를 씌우는 도파민과 상대를 소유하고 싶은 페닐에틸아민의 분비가 급격히 줄어든 건 아닐까.
···.
그러다가 끝내는 한때 그렇게도 강렬했던 사랑의 기억마저도 사라져 버린 게 아닐까.
요시다 슈이치(吉田修一)의 어느 소설에 잠깐 묘사되는 풍경처럼 말이지. |
마데이라 섬에서 돌아온 후에도 야마모토는 내 남자 친구 구실을 했다. 전화가 오면 만나러 나갔고, 전화가 없으면 왠지 찜찜해서 내가 걸었다.
9월에는 주말마다 만났다. 10월에는 한 번 줄었고, 11월에는 연휴에 이틀을 잇달아 만나고 끝이었다. 신기한 일인데, 당시 야마모토와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지금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
서로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게 되고부터 딱 한 번 거리에서 야마모토를 본 적이 있다. 그도 취직을 했는지 새 양복을 입은 모습으로 카메라점 카운터에서 사진 현상을 맡기고 있었다. 그때 문득 야마모토의 사진을 한 장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아니 마데이라 섬에서 모두 함께 찍은 사진은 있는데, 신기하게도 나와 야마모토가 같이 찍은 사진은 없었다.
∼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 『7월 24일 거리(7月24日通り)』 중에서. |
7月24日通り |
ⅲ : 어른스러운 게 좋아
이 글에서는 옆길로 빠져 그의 예전 남자친구에게서 비롯된 이야기가 잠시 끼어들었는데
그날 그가 얼굴 가득히 미소를 담고 내게 말했던 것은 새로 사귄 남자친구 이야기였다.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냐니까 "어른스러운 게 좋아"라고 대답하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른스러운 게 좋아, 라니. 그렇다면 누군 애야? 너도 애가 아니라 어른이잖아. 후훗.
물론 그가 어떤 의미로 그런 대답을 했는지 내가 모르는 바 아니다.
어른스럽다는 것.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신뢰감을 준다는 것. | |
어른스럽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콩깍지' 단계를 넘어 상대에게 신뢰감을 느끼는 사랑. 그런 연애.
그날 밤 그 친구와 나는 그런 연애 즉, '어른스러운 연애'에 대해서 제법 길게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다.
테이크아웃으로 샀던 뜨거운 카페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는 모자라서 귀갓길에 아쉬움을 느꼈으니까 말이다.
この海は 僕らの海さ
隠された 世界とつなぐ |
이 바다는 우리들의 바다야
숨겨졌던 세계와 잇네 |
ⅳ : 숨겨졌던 세계와 이어지길 바래
그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쯤 새로 사귄 남자친구와 함께 일본에서 일자리를 얻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게 마음먹은대로 쉽게 이루어질 일은 아니라는 것 쯤은 알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으니
요즈음 그는 일본어 공부도 상당히 열심히 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가깝게는 12월의 일본어능력시험(JLPT) 1급을 향하여 또는 내년 초 새로운 삶을 향하여.
멀리는 그것이 씨앗이 되어 상상 이상의 열매를 맺게 될 자신의 미래를 향하여.
그래, 열심히 하길 바래.
그러면 꽁꽁 '숨겨졌던 세계(隠された 世界)' 즉, 미래가 저절로 드러날테니. | |
ⅴ : 스핏츠 팬들을 위한 덧붙임
● 덧붙임으로는 꽤나 길지만,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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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9/29 02:51 | 스핏츠/ALBUM | trackback (0) | reply (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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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이치,
쿠지 히로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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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잎이 무성해질 즈음에 네가 모르는 길을 걸어가기 시작한다 若葉の繁る頃に 君の知らない道を歩き始める |
ⅰ : 지난 오월의 부음(訃音)
개인적으로 알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먼 발치에서 바라본 적조차 없는 사람이라 해도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인물이 돌아가셨다는 뉴스를 접할 때면
그 분이 저의 가족이나 친지가 아닌데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예를 들면 많은 이들에게는 얼마 전 연이어 세상을 뜬 두 분의 전직 대통령들의 경우가 그러했겠지요.
| 올들어 접한 부음 중에 제 가슴을 휑하니 만들었던 것은 김수환 추기경과 장영희 선생의 부음이었습니다.
두 분 중 장영희 선생은, 뉴스 밸류만으로 따지자면 추기경이나 두 전직 대통령 만큼은 아니었으니
지난 오월에 접했던 그 분의 부음에 별다른 관심없이 지나쳤거나 이름조차 생소한 사람도 많겠으나,
어릴 때부터 소아마비 장애를 가진 채 살아왔으며 세 종류의 암과 투병 끝에 세상을 등졌는데도 불구하고
도리어 우리에게 차근차근한 어투와 따뜻한 느낌으로 희망의 메세지를 건네주고 떠난 장영희 선생의 부음은
제 경우, 전직 대통령 두 분의 부음보다 묵직하게 다가와 가슴을 휑하게 만드는 부음이었습니다. |
에세이로 분류되는 책은 제가 그다지 선호하지 않아서 서점에 가도 그쪽 서가는 그냥 지나쳐 버리는데요.
하지만 저희 집 책꽂이에는 장영희 선생이 쓴 에세이, 세 권이 나란히 꽂혀 있습니다.
『내 생애 단 한번』, 『문학의 숲을 거닐다』 그리고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세 권에 수록된 글 모두가 각각 쉽게 읽히면서도 울림은 가슴에 오래 남는데,
아마 어린 시절부터 안고 온 신체적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우리에게는 긍정의 메세지를 전해주는 그의 글을 통해서
그동안 모르고 지나쳤던 우리 자신의 정신적 장애 즉, 마음가짐의 장애를 독자들에게 발견하게 만들어서 그런 듯 싶습니다.
그런데 저는 은근히 '삐딱선'을 탄 구석이 많아서 '구구절절 옳은 말씀'을 접할 때면 일단 액면 그대로 그걸 수긍하기보다는
'난 그렇게 깨끗한 놈이 애당초 아니고 앞으로도 그렇지 못할테니 적어도 내 입으론 그런 말을 하고 싶지 않아'라든지
'말로는 쉽게 할 수 있지만 다들 그렇게 살지 않잖아 너부터도 사실은 그렇지 않으면서 뭘···'이라면서 속으로 외면하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장영희 선생이 평범한 일상의 일화를 통해 조곤조곤하게 건네는 '옳은 말씀'에는 고개를 외로 꼰 채로 있기가 어렵거니와
제 마음가짐에 사실은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슬그머니 드러나게 해서는 스스로 알아채도록 만드니 은근히 불편하기까지 합니다.
ⅱ : 사랑없는 돈, 돈 없는 사랑
"중요한 것은 누구와 함께 있는가이지. 무엇을 먹고 어디를 가는가는 중요하지 않단다. 사랑하는 사람과 있으면 무엇을 하든, 어디를 가든 언제나 행복할 수 있을 거야. 오직 돈 때문에 지금 남자 친구와 헤어지면 먼 훗날 후회하게 될 거야. 돈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니니까."
이것이 수미의 질문 밑에 써놓은 나의 답이었다. 마치 영원한 진리라는 듯, 단어 하나하나가 굵고 힘 있는 필체로 쓰여 있었다.
···
'사랑이냐 돈이냐' ― 무슨 신파극 제목 같지만, 따지고 보면 사랑과 돈은 영원불멸의 인생 주제이다. 선생으로서, 아니 인생 선배로서 수미에게 어떤 대답을 해줄 수 있을까. 수미에게 자신 있게 말했듯이, 나는 정말 돈 없이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가?
···
마치 머리에 더듬이가 달린듯, 누구나 돈이 있느냐 없느냐를 즉각 감지하고 그에 따라 상대방에 대한 태도를 정하는 이런 세상에서, 앞문으로 들어오는 가난에 밀려 사랑이 옆문으로 새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
"수미야, 한번 가정해 보자. 아주 돈이 많지만 널 별로 사랑하지 않는 사람, 돈은 없지만 널 정말 좋아하는 사람, 즉 돈 없는 사랑, 사랑 없는 돈 중에서 어느 쪽을 택하겠니?"
물론 돈과 사랑, 둘 다 있으면 좋겠지만 내 경험으로 보아 인생은 '이것 아니면 저것'의 선택일 뿐 결코 '둘 다'가 아니다.
내가 수미라면 그래도 나는 사랑없는 돈보다는 돈 없는 사랑 쪽을 택하겠다.
∼ 장영희의 에세이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중에서. |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서강대학교 영미어문학 전공 교수였던 장영희 선생은 영작 시간의 과제로 학생들에게 영어 일기를 쓰게 했는데
'남자친구가 있다, 둘 다 너무 가난하다, 가난이 싫어서 헤어질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는,
어느 학생의 일기를 소재로 한 「돈이냐, 사랑이냐」이라는 제목의 글 중에서 몇몇 부분을 따온 것이 위에 인용한 글입니다.
··· 어떻게 생각하나요?
돈이라는 물질보다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강조점을 찍는 어드바이스에,
원론적으로는 당연히 동의하지만··· 저는 묘한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이 불편함은 앞서 말한, 장영희 선생의 글을 읽으면 제 마음가짐의 장애를 새삼 자각하게 해준다는,
그 긍정적인 자각에서 비롯되는 기분 좋은 불편함과는··· 다른 불편함이었습니다.
| "아주 돈이 많지만 널 별로 사랑하지 않는 사람, 돈은 없지만 널 정말 좋아하는 사람"
'수미'가 뽑을 수 있는 것은 그렇게 양 극단에 위치한 선택지, 오로지 그 두 가지 말고는 없는 것일까요?
가난이 너무 싫어서 헤어질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는 '수미'에게
서로 대척점(對蹠點)에 있지도 않는 두 가지의 가치를 병치(竝置)함으로써
(원래 '사랑'과 '돈'은 함께 할 수 없거나 또는 둘 다 가질 수는 없다고 생각하게 할 배치를 통하여
의도하진 않았다 하더라도 '돈없는 사랑'은 고고함, '사랑없는 돈'은 천박함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 채)
둘 중 하나를 뽑아보라고 하지만 실은 '수미'에게 '돈없는 사랑'이라는 선택지만 길게 내미는 것은 아닌지. |
만약 지금의 남자친구와 헤어진다면, 이후 '수미' 앞에 등장 가능한 캐릭터로 왜 '사랑없는 돈'만 예상하는 것인지.
살면서 만나서 부대끼고 좋아하고 사랑하고 때론 다투기도 하는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그 양 극단의 중간에 있을텐데.
경제 능력은 전혀 없고 사랑 밖에 모르는 사람이든, 재테크에는 능하지만 사랑의 감정엔 무덤덤한 사람이든,
어느 쪽이든 그렇게 양 극단에 자리한 사람을 '수미'가 새로운 남자친구로 만날 확률은 도리어 흔치 않을 일일텐데.
'오직 사랑뿐'이라는 태도는 혹시 이미 물질적 토대를 갖추고 있어서 물질적 결핍의 절박함을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돈이 너무 없어서 가난에 진절머리가 나는 사람에게 '돈없는 사랑'이란 헛웃음만 나오는 '감정의 사치'일 수도 있는데.
'수미'를 아끼고 사랑하고 (큰부자는 아니더라도) 경제적으로 궁핍하다는 말까지는 아마 듣지 않을 사람.
'수미'가 새롭게 뽑게 될 선택지에 적힌 사람은 이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 않을까? 선택지가 몇 장이든.
"돈과 사랑, 둘 다 있으면 좋겠지만 ··· 인생은 '이것 아니면 저것'의 선택일 뿐 결코 '둘 다'가 아니다.
내가 수미라면 그래도 나는 사랑없는 돈보다는 돈 없는 사랑 쪽을 택하겠다."
가난이 싫어 남자친구와 헤어지려는 '수미'에게 주는 장영희 선생의 어드바이스는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인생은 '이것 아니면 저것'의 선택일 뿐 결코 '둘 다'가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는 저도 충분히 동의하지만
돈과 사랑, 이 둘은 서로 하나를 가지면 다른 하나를 온전히 잃어야 하는, 그런 건 아니지 않을까요?
빈곤함과 함께 해야 '순수한 사랑'이고 부유함이 뒤따르면 '때묻은 사랑'일까요?
돈과 사랑은 서로 밀쳐내는 반댓말이 아닌데.
따지고 보자면 부유함의 대척점에는 사랑이 아니라 빈곤함이,
사랑의 대척점에는 돈이 아니라 증오 또는 무관심이 자리하고 있을 뿐인데. | |
| '수미'에게 자신있게 말했다는 질문, 하지만 장영희 선생은 스스로에게도 되묻습니다.
"나는 정말 돈 없이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가?"
어떤가요? 이 껄끄러운 질문에 자신있게 '믿지! 당연하잖아?'라고 대답할 수 있나요?
낮은 목소리로 우리에게 긍정과 희망을 이야기해주면서 맑게만 살다 간 장영희 선생조차도
이 세상을 경제능력에 따라 "상대방에 대한 태도를 정하는 세상"으로 (어쩔 도리 없이) 받아들이고
위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되묻고 있는 바에야···, 저같은 사람에겐 되묻고 어쩌구조차 필요없지요. |
"나는 정말 돈 없이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가?"
그래요, 저는 돈 없이 행복할 수 있다고 믿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누군가와 '함께' 하는 삶이라면 더욱 믿기 어렵습니다.
장영희 선생이 '수미'에게 건네는 어드바이스에 원론적으로는 동의하면서도
그리고 돈보다는 사랑이 우선이라는 것을 강조하고자 그렇게 양 극단의 선택지를 제시했을 거라고 어림짐작하면서도
제가 묘한 불편함을 느꼈던 것은··· 바로 앞서 얘기한 그런 상념들이 머릿속에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 어떤가요?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혹시 자신의 연애가 '수미'와 비슷한 상황이라서 힘들어 했던 적이 있나요?
그 고민의 해결책은 어떤 것이었나요?
힘들지만 함께 '오직 사랑뿐'으로 이겨나가고 있는 중인지 아니면 다른 선택지를 뽑게 되었는지.
···
ⅲ : 지금 네가 모르는 길을 걸어가기 시작한다
이 글을 쓰는 내내 제가 반복해서 듣고 있던 노래는
스핏츠(スピッツ)가 지난 해 발매한 싱글인 若葉(Wakaba, 새잎)입니다.
스핏츠의 노래는 모두 쿠사노 마사무네(草野正宗)가 노랫말을 쓰고 있는데
그의 유려한 노랫말은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사람에 따라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되기도 해서
스핏츠를 들을 때면 이들의 노래는 되풀이해서 읽고 싶은 한편의 시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혹시 이전부터 이 노래를 알고 있었다면, 若葉(Wakaba, 새잎)에서 어떤 느낌을 받았나요?
저는 이 곡에서 받은 느낌 중의 하나가 「헤어짐 그리고 새출발」인데요.
제 주위의 청춘들이 고민하는 모습을 떠올리자 (비록 고민의 배경은 서로 다를지라도)
또다른 '수미'들이라고 할 수 있는 그들에게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2008-11-05
スピッツ
若葉 |
若葉
優しい光に 照らされながら あたり前のように歩いてた
扉の向こう 目を凝らしても 深い霧で何も見えなかった
ずっと続くんだと 思い込んでいたけど
指のすき間から こぼれていった
思い出せる いろんなこと
花咲き誇る頃に 君の笑顔で晴れた 街の空
涼しい風 鳥の歌声 並んで感じていた
つなぐ糸の細さに 気づかぬままで
忘れたことも 忘れるほどの 無邪気でにぎやかな時ん中
いつもとちがう マジメな君の 「怖い」ってつぶやきが解んなかった
暖めるための 火を絶やさないように
大事な物まで 燃やすところだった
思い出せる いろんなこと
花咲き誇る頃に 可愛い話ばかり 転がってた
裸足になって かけ出す痛み それさえも心地良く
一人よがりの意味も 知らないフリして
思い出せる すみずみまで
若葉の繁る頃に 予測できない雨に とまどってた
泣きたいほど 懐しいけど ひとまずカギをかけて
少しでも近づくよ バカげた夢に
今君の知らない道を歩き始める | 새잎
부드러운 빛에 비치며 여느 때처럼 걷고 있었다
문의 저쪽 응시하여도 깊은 안개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쭉 계속될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지만
손가락 틈새로부터 흩어져 떨어져 갔다
떠올릴 수 있다 여러 가지 일들
꽃피움을 뽐낼 즈음에 너의 웃는 얼굴로 맑아진 거리의 하늘
차가운 바람 새들의 노랫소리 나란히 느끼고 있었다
이어진 실의 가늚에 눈치 채지 못한 채
잊어버린 것도 잊을 정도로 천진난만하게 흥청거리는 시간 속
여느 때와 달리 진지한 너의 '무서워'라는 혼잣말을 이해 못했다
포근히 감싸주려고 불을 꺼지지 않게 하려고
중요한 것까지 태워버릴 참이었다
떠올릴 수 있다 여러 가지 일들
꽃피움을 뽐낼 즈음에 귀여운 이야기들만 굴러가고 있었다
맨발이 되어 내달리기 시작한 아픔 그것조차도 기분이 좋고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자의 의미도 모른 척하고
떠올릴 수 있다 구석구석까지
새잎이 무성해질 즈음에 예측할 수 없는 비에 당황하고 있었다
울고 싶을 정도로 그립지만 우선 열쇠를 채우고
조금이라도 다가갈 거야 터무니없는 꿈으로
지금 네가 모르는 길을 걸어가기 시작한다 |
| 아픔조차도 기분이 좋고(痛みさえも心地良く) 중요한 것까지 태워버릴(大事な物まで 燃やす) 만큼
천진난만하게 흥청거리는 시간 속(無邪気でにぎやかな時ん中) ··· 그와의 사랑.
쭉 계속될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지만(ずっと続くんだと 思い込んでいたけど)
도리어 부서지기 쉬워서 손가락 틈새로부터 흩어져 떨어져(指のすき間から こぼれて) 가는 것이
청춘 시절의 사랑이라는 걸 알게 되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
| 그와 나 사이를 이어주고 있던 굵은 끈도 어느샌가 실처럼 가늘어져(つなぐ糸の細さ) 버릴테고
어느날 예상치 않게 쏟아지던 비에 당황하던(予測できない雨に とまどってた) 그 순간, 문득 깨닫습니다.
아 ···
새잎이 무성해지는 시절(若葉の繁る頃)이 다가왔다는 것을.
그리고 다름아닌 나 자신, '수미'가 바로 그 '새잎(若葉)'이라는 것을.
그리하여 지금부터 네가 모르는 길을 걸어가기 시작한다(今君の知らない道を歩き始める)는 것을. |
ⅳ : 스핏츠 팬들을 위한 덧붙임
이 노래, 若葉(Wakaba, 새잎)를 만든 사람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작사 · 작곡
제작 · 편곡
녹음 · 믹스 |
쿠사노 마사무네
스핏츠, 카메다 세이지(亀田誠治)
타카야마 토오루(高山徹) |
쿠사노 마사무네(草野マサムネ)
미와 테츠야(三輪テツヤ)
타무라 아키히로(田村明浩)
사키야마 타츠오(崎山龍男)
미나가와 마코토(皆川真人) |
보컬, 기타
기타, 만돌린
베이스
드럼
오르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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皆川真人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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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르간 연주를 서포트한 미나가와 마코토 이야기가 있는, 또다른 myspitz story .. 바로가기
√ 若葉 노랫말(우리말 번역)의 출처는 (c) spitzHAUS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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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9/18 04:02 | 스핏츠/SINGLE | trackback (0) | reply (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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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단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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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라구, 무적의 비너스 さよなら、無敵のビーナス |
不死身のビーナス Fujimi no Venus 불사신의 비너스 |
ⅰ : 떠난 여자 (또는 남자일 수도)
좀더 나아질 미래가 예정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금이 별다르게 힘든 나날도 아니고
그저 비슷한 일상을 하루하루 이어갈 뿐인 청춘들, 어쩌다 함께 살게 된 다섯 명의 청춘들.
그들의 의사 소통 부재, 적정 거리 이상의 관계 맺기에 대한 두려움 등을 감각적으로 묘사하는 소설.
얼핏 가벼워 보이는 일상의 에피소드가 경쾌한 필치로 이어지다가 충격적인 결말로 마감하는,
요시다 슈이치(吉田修一)의 첫 장편 소설 『퍼레이드(パレード)』.
그 소설에 등장하는 다섯 남녀 캐릭터 중 한 인물인 코토미(琴美)의 장(章)에서 읽었던 대목.
흔히 볼 수 있음직 한 헤어짐의 어떤 모습. 떠나버린 여자가 조금은 미안한 마음으로 하는 혼잣말.
결국 나는 그에게서 도망친 거였다. '그'라는 말에 어폐가 있다면 그를 둘러싼 환경을 버리고 달아난 거라고 해도 관계없다.
···
다음날 아침 일찍 전화가 왔다. "어제는 미안했어"라고 사과하는 마루야마(丸山)에게 나는 "괜찮아,사과할 것 없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밀리언셀러가 될 것 같던 드라마 주제가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
헤어지자는 말을 먼저 꺼낸 건 그였지만, 그 말을 하게 만든 사람은 나였다. 그 무렵 나는 갓 스물이 된 여대생으로 사람들을 만나 웃고 싶었고, 삶을 최대한 즐기고 싶었다. 그때는 천사의 분신, 악마의 분신 구분 없이 내 주위를 떠돌며 "다음엔 뭐하고 놀 거야? 다음에는? 그 다음에는?"이라며 부추겼고, 나 역시 그저 들뜬 기분으로 멋대로 살고 싶었을 뿐이다.
∼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 『퍼레이드』 중에서. |
吉田修一
パレード |
ⅱ : 남겨진 남자 (또는 여자일 수도)
다 지난 이야기는 꺼내봤자(物語を取り出そう) 스스로에게 부끄러울(恥ずかしい) 따름이다.
떠나고 있는 너를 붙잡고 둘이서(二人で) 그러든 너의 뒷모습을 망연히 바라보며 혼자서 그러든.
등 두들겨(背中たたかれて) 맞듯이 뒷통수를 맞은 셈인데도
아무 것도 모른 채 행복(幸せ)하다고 느꼈으니, 그런 멍청이(バカ)가 세상에 나말고 또 어디 있을까.
그러니까 갈테면 가라구, 잘 가라구(さよなら).
그런데 말이지, 그런데도 나는 왜
저질인 너(最低の君)에 대해서 사람들이 수군대는 온갖 말(うわさ)들을 아직도 믿지 않고(信じない)
게다가, 한때 커플로 꼈던 반지(指輪)를 빼버리지도 못하고 있으니, 나라는 녀석은 도대체 뭔지.
너는 떠나버렸으면 그만이지, 왜 내 마음 속에서 죽지 않고 여전히 살아 있는(不死身) 거냐구, 응?
어느새 아침이고 비는 오는데 캔맥주(缶ビール)는 미지근하고(生ぬるい)···, 울컥해지잖아.
스핏츠(スピッツ)의 노래 不死身のビーナス(Fujimi no Venus, 불사신의 비너스)에서 들을 수 있는,
흔히 볼 수 있음직 한 헤어짐의 어떤 모습. 남겨진 남자가 여전히 미련을 가진 채 투덜대는 혼잣말.
不死身のビーナス
雨降り朝まで もう絶対泣かないで
知らないどこかへ 行っちゃうその前に
二人で取り出そう 恥ずかしい物語を
ひたすら 背中たたかれて バカな幸せ
最低の君を忘れない おもちゃの指輪もはずさない
不死身のビーナス いつでも傷だらけ
疲れた目と目で いっぱい混ぜ合って
矢印通りに 本気で抱き合って
さよなら
飲みほそう 生ぬるい缶ビールを
あくびが終わる勢いでドアを蹴飛ばす
最低の君を忘れない 悲しいうわさは信じない
不死身のビーナス 明日も風まかせ
二人で取り出そう 恥ずかしい物語を
ひたすら 背中たたかれて バカな幸せ
最低の君を忘れない おもちゃの指輪もはずさない
不死身のビーナス いつでも傷だらけ
最低の君を忘れない 悲しいうわさは信じない
不死身のビーナス ネズミの街
さびしい目で 遠くを見てた
不死身のビーナス 明日も風まかせ | 불사신의 비너스
비 내리는 아침까지 더 이상 절대 울지마
모르는 어딘가로 가버리기 그 전에
둘이서 꺼내 보자 부끄러운 이야기를
단지 등 두들겨 맞고 어리석은 행복
저질인 너를 잊지 않아 장난감 반지도 빼지 않아
불사신의 비너스 항상 상처투성이
피로한 눈과 눈으로 가득 서로 뒤섞고
화살표대로 진심으로 서로 안으며
안녕
다 마시자 미지근한 캔맥주를
하품이 끝나는 기세로 문을 걷어찬다
저질인 너를 잊지 않아 슬픈 소문은 믿지 않아
불사신의 비너스 내일도 바람 부는 대로
둘이서 꺼내 보자 부끄러운 이야기를
단지 등 두들겨 맞고 어리석은 행복
저질인 너를 잊지 않아 장난감 반지도 빼지 않아
불사신의 비너스 항상 상처투성이
저질인 너를 잊지 않아 슬픈 소문은 믿지 않아
불사신의 비너스 쥐의 거리
쓸쓸한 눈으로 먼 곳을 보고 있었다
불사신의 비너스 내일도 바람 부는 대로
● 不死身のビーナス 노랫말 (후리가나 표기) 살펴보기 |
1994-09-21
スピッツ
空の飛び方 |
ⅲ : 떠나거나 혹은 남겨지거나
한때는 죽고 못 살 만큼 서로 좋아했어도 더 이상 그 사람을 좋아할 수 없게 되면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 사람 자체는 괜찮지만 '그를 둘러싼 환경'을 감당하기 너무 힘들어서 헤어지는 경우도 제법 될 거다.
그 사람에 대한 애정이 식어버린 경우도 냉정히 따져보면 그 까닭이 '그를 둘러싼 환경'에서 비롯된 경우도 많을테고.
사랑 하나만 있으면 나머지는 어떻게든 다 이겨낸다는 순애(殉愛)의 장면은 영화나 노래에서만 보고 들을 수 있을 뿐,
그러한 감정의 과잉 상태에서 벗어나면 결국 그를 둘러싼 환경이 자신에게 알맞는지를 헤아리게 되는 것이 현실이지 않을까.
끝나버린 사랑을 들추어봤자 씁쓸한 기분만 들 뿐이니 굳이 떠올리고 싶진 않겠지만··· 그래도 한 번 돌이켜 본다면.
사랑의 전개 과정이라는 것 그 전부가 '마땅히 그래야 한다/된다'는 당위(當爲)의 틀 안에만 있으면 좋을텐데,
깨져버린 사랑이라는 것은 어느 때부터인가 불타오르던 시절의 처음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던가.
그 '어느 때'는 내가 '그를 둘러싼 환경'을 의식하고 그것이 나에게 알맞는지 앞뒤를 재어보기 시작하던 때는 아니었는지.
또는 그 '어느 때'는 그가 '나를 둘러싼 환경'을 살펴보고 그것이 그에게 걸맞는지 나 몰래 견주어 보던 때는 혹시 아니었는지.
내가 그를 둘러싼 환경을 또는 그가 나를 둘러싼 환경을, 결국 그렇게 버리고 달아난 것은 아니었는지···, 돌이켜 보면 말이다.
그 '어느 때'가 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그 자체다' 등의 '구구절절 옳은 말씀'은
'충분히 힘들었어 어떡하라구 이제는 어쩔 도리 없어'라는 '처세'라든지
'중요한 게 뭔지 모르지 않지만 사랑이 밥 먹여주는 건 아니잖아'라는 '상식'에게
맥없이 지고 말기도 한다.
좀 서글픈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게 자주, 그렇다.
잘잘못을 따져봤자 그 즈음에는 부질없는 짓이 되기 일쑤다.
떠나버리는 쪽엔 미안한 마음이 있긴 해도 그게 상황을 되돌려 놓을 만큼은 아니고
남겨지는 쪽은 애써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바꾸려 해본들 그게 더딜 수 밖에 없어서
떠나는 쪽의 미안함은 짜증으로, 남겨지는 쪽의 노력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변하기 쉽기 때문이다. |
|
사랑이라는 것, 옳다 그르다는 식으로는 결코 해답을 낼 수 없다는 것,
그제서야 뒤늦게나마 깨닫는다.
(안타깝게도 남겨지는 쪽의 누군가는 여전히 깨닫지 못하기도 한다)
| 이렇게 말할 때가 또는 이런 말을 들을 때가 있(었)을 지도 모른다.
이제서야 눈에서 콩깍지가 벗겨졌다고.
앞서 얘기한 그 '어느 때'라는 것도 눈에서 콩깍지가 벗겨지는 여러 경우 중의 하나일텐데,
그렇다면 눈에서 콩깍지가 먼저 벗겨자는 사람은 언제나 떠나는 쪽일 것이다.
그런데 만약, 내가 남겨지는 쪽이라면··· 어떡하란 말인가.
스핏츠는 노래한다.
「문을 걷어차고(ドアを蹴飛ばす)」 나가라고.
흐음. 쉽지는 않겠지만··· 그게 최선일 것 같다. |
ⅳ : 스핏츠 팬들을 위한 덧붙임
● 무적의 비너스, 열기
잡지 아레나써티세븐(ARENA37°C) 1996년 4월호의 권두대특집 기사에 의하면,
스핏츠의 베이시스트 타무라 아키히로(田村明浩)는 이 노래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처음에는 無敵のビーナス(Muteki no Venus, 무적의 비너스)라는 제목이었으나
고-뱅스(ゴーバンズ, GO-BANG'S)에게 제목이 같은 곡이 있어서 '불사신(不死身)'으로 바꾼 거죠.
이 곡은 막힘이 없었어요.
'스핏츠답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곡이라 생각해요.
꼭 '답다'라는 부분이 다양한 관점에서 숨바꼭질을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의식하지 않아도 그 '다움'이라는 게 완성되어 버렸던 곡이라고나 할까요? |
|
田村明浩 |
グレイテスト・ビーナス | 타무라 때문에, 고-뱅스는 뭔지 '불사신'이 아닌 '무적'의 비너스는 또 뭔지, 싶어 잠깐 뒤져보니
고-뱅스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활동했던 일본의 록 밴드인데
메이저 데뷰 시 세 명으로 활동했던 밴드 멤버 전원이 홋카이도(北海道) 출신의 여성들이었다고 한다.
타무라가 언급한 노래 無敵のビーナス(Muteki no Venus, 무적의 비너스)는
오리콘(オリコン) 차트 1위에 올랐던 앨범 グレイテスト・ビーナス(Greatest Venus)에 수록된 노래인데
영화 홍콩 파라다이스(香港パラダイス)의 주제가로 1990년 4월에 싱글 커트되어서는 차트 8위까지 올랐다. |
이 노래에 영향을 받아서 나오게 되었다는 같은 제목의 만화들이 여럿 있다는데
그런 제목으로 국내 간행된 적이 있는 것으로는 시이나 아유미(椎名あゆみ)라는 만화가의 작품이 있고
또 사립여자고등학교 야구부를 소재로 한 이케다 케이(池田恵)라는 만화가의 작품도 있다.
그렇잖아도 만화에는 문외한인데다가 둘 다 읽어본 적이 없는 만화라서
이 만화들이 고-뱅스의 노래에 영향을 받은 그 만화들인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맞을 듯 싶다.
아무튼 다시 스핏츠로 돌아와서 '무적의 비너스'가 아닌,
不死身のビーナス(Fujimi no Venus, 불사신의 비너스) 이야기를 하자면,
빠른 템포의 이 노래는 라이브로 연주하면 공연장의 분위기를 업(up)시키는데 적절한 노래이기도 한데
보컬리스트 쿠사노 마사무네(草野マサムネ)는 맨 마지막 후렴부의 노랫말 중
「쥐의 거리(ネズミの街)」에서 「쥐(ネズミ)」 부분을 공연 개최 장소 이름으로 바꾸어 부른다고 한다.
이를테면 「서울의 거리(ソウルの街)」와 같은 식으로. |
池田恵
無敵のビーナス |
最低の君を忘れない 悲しいうわさは信じない
不死身のビーナス ソウルの街
さびしい目で 遠くを見てた
不死身のビーナス 明日も風まかせ |
저질인 너를 잊지 않아 슬픈 소문은 믿지 않아
불사신의 비너스 서울의 거리
쓸쓸한 눈으로 먼 곳을 보고 있었다
불사신의 비너스 내일도 바람 부는 대로 |
이렇게 말하고 나니, 서울에서의 공연에서 이 노래를 들어보고 싶은데··· 스핏츠, 언제 또 오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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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8/09 16:15 | 스핏츠/ALBUM | trackback (0) | reply (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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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너는 어떻게 생각해? ねぇ、君はどう思う? |
ⅰ : 연애의 끝, 헤어짐을 겪는 감정이란
눈에 콩깍지가 씐 남녀에게 '그 사람, 어디가 그렇게 좋아?'라고 물어본들
입 끝을 귀 밑에 건 채 '그냥, 다 좋아!'라고 하는 바람에 덩달아 웃을 수 밖에 없기도 하고
'말수가 적어서 좋다'든지 '웃는 모습이 좋다'든지 하면서 구체적으로 말한다고 해도
알고보면 은근히 말 많은 사람일 수도 있고 또 웃는 모습 좋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으니
그게 결국 '눈에 콩깍지 씐 남녀' 그들만의 느낌일 뿐 백퍼센트 공감을 받지 못할 수도 있지요.
또, 헤어지는 남녀들은 어떤 이유로 그렇게 되었어야 하는지를 들어봐도 그렇습니다.
상황 별로 각자 어떤 잘잘못이 있었는지는 그다지 어렵지 않게 이해가 된다 해도
별다른 큰 문제 없던 연애가 왜 파국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었는지는 요령부득일 경우도 있습니다.
남녀가 서로 좋아하고 또 싫어지는 감정은 애당초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되는 것이기도 해서 그럴테지요. | |
| 연애의 감정, 스스로도 통제가 되지 않는 그 감정은 이성이나 합리 등의 개념을 손쉽게 마비시킨 채
앞뒤 재지 않고 열정으로 달려 나가서는 여기저기 생채기가 나도 개의치 않고 기뻐하기만 하는가 하면
한편 그 뜨거운 마음은 언제 그랬냐는 듯 간곳 없이 무관심으로 변해버린 것을 어느날 문득 느끼기도 하고
심지어는 외곬의 마음이나 미움이 되어 스스로 만들어낸 지옥 속에서 매일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합니다.
그리고 만남의 과정에서 드러나는 감정은 다소 유치해도 기껏해야 주위에 '닭살' 정도만 돋게 할 뿐이지만
헤어짐의 과정에서 보여지는 감정의 몇몇 모습은 때로 주위의 가까운 사람들도 외면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
그런데 헤어짐을, 특히 남녀 관계에서의 그것을, 대중 음악의 노랫말에서는 왜 아름답게만, 멋있게만 묘사되는지.
늘 그렇게 아름답고 멋있지만은 않을텐데. 아니, 도리어 구질구질한 경우가 더 많은 듯 싶은데 말이지요.
보통은 눈물이 날 때도, 영화에서의 여배우처럼 우아하게 눈시울을 적시지 못하고, 코까지 풀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더 이상 오지 않는 문자메세지를 기다리느라 휴대폰을 손에서 놓질 못하다가 짜증만 내고 결국 또 절망하는데.
메신저에서 자신이 차단된 줄도 모른 채 오프라인 모드로 숨어서 기다리다가 지쳐서 잠들어버리기를 거듭하고 있는데.
남녀가 만나서 서로 좋아하게 되고 또 그러다가 마음이 변해서 결국엔 헤어지고 마는 일련의 과정은
스스로 '콩깍지'가 되면 자연히 겪게 마련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소설, 영화, 대중 음악 등을 통해서 쉽게 추체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직접 체험의 전자는 상대방보다는 자신의 입장에서 그 과정을 뒤돌아보게 마련이니 자신 위주로 미화되기 쉽고
추체험의 후자는 소설, 영화, 대중 음악의 속성 상 연애의 과정에도 당연히 있는 너절한 일상과 구질구질함은 슬쩍 비껴갑니다.
특히 대중 음악에서의 그 묘사는 너절하고 구질구질한 현실의 모습은 더더욱 비껴가기 일쑤여서
정리되지 못한 앙금으로 불안정한 자신의 모습보다는 다른 사람이 품 안에서의 행복까지 빌어주는 순애보,
떠나간 사람을 향한 혼자 된 사람의 원망보다는 함께 하던 시절에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회한 등으로만 가득합니다.
특히 남성이 화자(話者)인 시점으로 노래되는 대중 음악은 거의 모두가 그런 것 같습니다.
斉藤和義 | 대중 음악이 대중 문화의 상품으로 제대로 소비되려면
헤어짐이라는 재료도 그런 분위기로 가공되어 제품화되는 게 당연하다는 걸 알면서도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대면서 제가 괜히 심술궂게 딴죽을 걸고 싶은 심정이 되는 이유는,
이런 말을 해대는 제가 요즘 되풀이해서 듣는 노래 중의 하나가 바로 그런 노래,
적당히 쿨(cool)한 분위기로 헤어짐을 노래하는, 홀로 남게 된 남자의 노래라서 그렇습니다.
헤어짐 이후 남겨진 사람의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 되어 질척거리는 게 보통의 모습일텐데
어찌 노래에서는 그런 모습마저 이타(利他)적으로까지 느껴질 정도로 묘사되는지 투덜대면서도
그런 분위기의 노래에 어느새 깊게 감정이입된 제 자신에게 괜한 도리질을 하는 것일테지요. |
사이토 카즈요시(斉藤和義)의 발라드, 彼女(Kanojo, 그녀) 싱글 버전.
해질 녘 홀로 옥상에 올라가 엎드려 저녁달에게 건네는, 지나가버린 사랑의 이야기.
지금도 그녀를 좋아한다고. 어떻게 생각하냐고.
그때 좀 더 다정하게 대해주었더라면 아직 내 곁에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녀의 눈물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무심했다니.
그날의 '안녕'을 애써 부정하고 싶지만 이미 그 시절은 추억이 되어 흔들리고.
···
와인에 취해 붉어지는 나. 새벽녘이 되어 붉어지는 달.
어느덧 날은 밝아오는데 아직 다 이야기 못한 '그녀'와의 지난 날.
그래서 또 잠 못 이루게 될 오늘밤 그리고 또 내일밤도.
··· |
彼女 PV |
노랫말을 거듭 되새기며 노래를 듣고 있으니, 마치 얼마 전에 제가 헤어짐을 겪기라도 한 듯한 느낌도 잠깐 듭니다.
그리고 노랫말에 그려진 연애의 모습에서, 그 연애의 '미처 전해 듣지 못한 다른 모습'이 제 마음대로 상상되기도 하구요.
그 바람에, '그녀가 눈물 짓던 것을 눈치채지 못했었다'는 노래 속의 어느 분위기가 저에게 포개어져서는
제가 무심결에 내뱉은 몇 마디 말이, 지금에 와서는 제가 기억조차 못하는 거센말이
좋아하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눈물 흘리게 했을 거라는 생각도 떠올라···, 괜히 마음 한 구석이 묵직하게 됩니다.
···
헤어짐을 노래하는 분위기는 왜 다들 아름답고 멋있기만 하냐는 저의 투덜거림은 어느새 슬그머니 사라지구요.
ⅱ : 나에게는 들리지 않아 그날의 안녕이 들리지 않아
彼女
屋上に寝そべって 月と話しをしてた
もうすぐよく見えるよ 夕暮れに囁いた
君に聞きたい事が 一つあるけどいいかい?
「今も彼女が好きだ…」 ねぇ、君はどう思う?
毎日ため息ばかり ついて暮らしてた
気付かなかった 彼女涙してた事
君のようにやさしく 照らしてあげてたら
まだ僕のそばに居たかなぁ
少し寒くなったね 上着を取ってくるよ
さっき買ったばかりの ワインも一緒に
僕には聞こえない あの日のさよならが 聞こえない
毎日ため息ばかり ついて暮らしてた
気付かなかった 彼女涙してた事
君のようにやさしく 照らしてあげてたら
まだ僕の胸に居たかなぁ
少ししゃべりすぎたね 君も少し紅いね
屋上の片隅で 想い出が揺れてる
もうすぐ夜が明けるよ 君も消えてしまうね
今夜は楽しい事 話せたらいいね… | 그녀
옥상에 엎드려 달과 이야기를 했어
이제 곧 잘 보이겠지 해질 녘에 속삭였어
너에게 묻고 싶은 것이 하나 있는데 괜찮으려나?
「지금도 그녀가 좋아···」 있잖아, 넌 어떻게 생각해?
매일 한숨만 쉬며 살았어
눈치채지 못했어 그녀가 눈물짓던 것
너처럼 다정하게 비춰주고 있었으면
지금껏 내 곁에 있었을까나
조금 추워졌네 윗도리를 가져와야겠어
방금 전에 샀던 와인도 함께
나에게는 들리지 않아 그날의 안녕이 들리지 않아
매일 한숨만 쉬며 살았어
눈치채지 못했어 그녀가 눈물짓던 것
너처럼 다정하게 비춰주고 있었으면
지금껏 내 가슴에 있었을까나
조금 많이 지껄였네 너도 약간 발그레하네
옥상의 한구석에서 추억이 흔들리고 있어
이제 곧 날이 밝아올테지 너도 사라져 버리네
오늘 밤은 즐거운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어··· |
斉藤和義
彼女
1994-09-24
斉藤和義
歌うたい15
SINGLES BEST
1993~2007
2008-08-06
|
논리, 합리, 이성 등의 잣대를 갖다대봤자 해답을 찾을 길이 없고 스스로의 속내조차도 알 길 없는 감정으로 가득찬 연애.
··· 생채기가 나도 아픈 줄 모르고 둘이서 앞으로 달려나가기만 하던 시절에도 그들에게 시시한 일상은 분명 있었을텐데
··· 결국 둘 중 한 사람의 마음이 먼저 떠나면서 권태를 느끼고 다른 쪽은 지옥을 겪으면서 헤어짐에 이르는 너절함도 있는데
노래들은 시시하고 너절하고 구질구질한 시공간을 다 지워버리고 오로지 불꽃같던 순간들만 들려줍니다.
언애의 끝인 헤어짐은 물론 헤어짐 이후 오랜 시간이 흐른 뒤의 모습까지도 그렇게만 묘사합니다.
따져보면 앞서 제가 노래를 두고 이러니저러니 딴죽을 걸고 싶은 심정이었다는 것도 공연한 심정인지 모릅니다.
설명이 되지 않는 연애를 하는 것도, 지우고 싶은 것은 애써 잊고 특정한 기억만 취사선택하여 추억으로 남기려는 것도,
노래가 아니라 우리들일테고, 노래는 그저 우리 뒤를 따라와서 지난 날 연애의 이모저모를 한 번 더 보여줄 따름인지도 몰라서요.
ⅲ : 사이토 카즈요시 팬들을 위한 덧붙임
● 덧붙임으로는 조금 길지만, 열기
토치기(栃木)현 시모츠가(下都賀)군 출신. 야마나시가쿠인(山梨学院)대학 중퇴. 1993년 데뷔.
2009년 7월 현재 36장의 싱글, 12장의 정규 앨범을 포함 25장의 앨범, 3장의 비디오, 7장의 DVD 발매.
(8월 5일 뉴 싱글 발매 예정, 9월 16일 뉴 앨범 발매 예정)
사이토 카즈요시는 「셋짱(せっちゃん)」이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데 그 유래가 재미있는 것이,
그가 대학 시절 「섹스하고 싶다(セックスしたい)」고 떠벌리고 다녔던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그는 고양이를 무척 좋아해서 여섯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산다고 하는데
2002년 발매의 22번째 싱글 음반 커버에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를 직접 촬영한 사진을 쓰기도 했습니다. |
やわらかな日
2002-11-20 |
그는 일본어 랩에 대해서 「시시한 익살(ダジャレ)」이라고 하면서 연령적으로 자신의 피에는 없는 장르라고 말한 적이 있다는데
그의 幸福な朝食 退屈な夕食(Koufukuna Choushoku Taikutsuna Yuushoku, 행복한 아침식사 따분한 저녁식사)를 들어보면
사이토 카즈요시가 정말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나 싶어집니다.
그가 1997년에 발표한 14번째 싱글인 그 노래는 록 밴드 분위기의 연주를 백업으로 한, 제게는 아주 멋진 랩 넘버라서요.
아무튼, 다시 彼女(Kanojo, 그녀) 싱글 버전으로 돌아와서 이 노래를 만든 뮤지션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작사 · 작곡
편곡 |
사이토 카즈요시
사이토 카즈요시, 마츠오 카즈히코(松尾一彦) |
사이토 카즈요시
오쿠보 아츠오(大久保敦夫)
에미 나오야(恵美直也)
이시자카 카즈히로(石坂和弘)
타나카 아츠시(田中厚)
Everything She Wants |
보컬, 코러스, 어쿠스틱 기타, 피아노
드럼, 퍼커션
일렉트릭 베이스
일렉트릭 기타
키보드
코러스 |
제이팝에 대해서 밝은 사람이라면 혹시 편곡에 이름 올려진 마츠오 카즈히코에 주목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칠팔십년대의 일본의 대중 음악계를 풍미했던 밴드 오프 코스(オフコース)의 기타리스트, 마츠오 카즈히코이거든요.
그리고 코러스의 담당했다는 Everything She Wants도
마츠오 카즈히코가 여성 보컬리스트인 후쿠다 야스코(福田康子)와 둘이 함께 했던 보컬 유닛이라는데
이 노래가 발표되었던 1994년에 결성해서 앨범도 제작한 바 있지만 얼마 있지 않아 해산했다고 합니다.
사이토 카즈요시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하나 더 굳이(!) 덧붙이자면,
2007년에 발매된 紅盤(Kouban, 빨강 음반)이라는 타이틀의 컨셉트 앨범에서 그는
하마다 쇼고(浜田省吾)의 君に会うまでは(Kimi ni Au madewa, 너를 만날 때까지는)라는 곡을 커버했는데
그 인연으로 2008년 6월부터 소속사를 하마다 쇼고가 소속된 '로드 앤드 스카이'로 이적했다고 합니다.
사이토 카즈요시가 소속사를 어디로 옮겼느냐 하는 자질구레한 것을 제가 왜 언급하는지
[myspitz story ···]를 자주 방문하시는 분들 중 스핏츠(スピッツ) '광'팬들께서는 아마 짐작하실 겁니다.
'로드 앤드 스카이(Road & Sky Group)'는 스핏츠 팬들에게도 익숙한 이름의 회사거든요. :) |
紅盤
2007-03-21 |
● YouTube에 있는 彼女 애니메이션 PV 보기
● 사이토 카즈요시 이야기가 있는, 또다른 myspitz story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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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쏙 드는 뮤지션을 추천해준 バキちゃん、한 번 더 고마워!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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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7/24 00:48 | 듣기 | trackback (0) | reply (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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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했던 이상으로 떠들썩한 미래가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想像した以上に 騒がしい未来が君を待ってる |
ⅰ : 언젠가 '상상 이상의 미래'를 맞이할 너에게
하고 싶은 일이나 갖고 싶은 물건은 그렇게 생각한 바로 그 때 시작하거나 손에 넣으려 노력하지 않으면,
반드시 어느 샌가 자신에게서 사라져 버린다. |
무라카미 류(村上龍)의 소설 『러브 & 팝 (ラブ&ポップ トパーズⅡ)』에서의 한 문장,
이 문장에서 나는 문득 너를 떠올린다.
명치 어딘가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이기지 못해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던 그날의 너를.
물론 무라카미 류가 이 문장을 통해 묘사하고자 한 것은 내가 떠올리는 너의 모습과 무관하고
게다가 '끝까지 가는 원조교제'를 하기로 마음먹은 여고생을 소재로 한 소설에서의 문장이라서
생뚱맞기까지 하지만···, 나는 이 문장에서 그날의 너를 떠올린다.
나름대로 쉼없이 노력해왔지만 목표하고 있는 것을 성취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 불안감이 아마 극에 달했던 듯한 그날의 너를. 그래서 울컥했던 너를.
··· |
チェリー |
지금 당장 해내지 않으면 절대로 안된다든지 오늘이 아니면 두 번 다시 돌이킬 수 없다든지, 그런 경우는 사실 흔치 않아.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나중'이라는 대책이 없지 않으니 걷고 있던 발걸음이라면 서둘러 뛰기만 하면 될테고
굳이 오늘이 아니더라도 마음을 제대로 고쳐 먹고 주먹 불끈 쥐면 '내일'이라는 기회를 잡아 만회하기도 하니까.
하지만 '지금'을 지나쳐버린 무심함은 '나중'이라는 대책이 있어도 그것 역시 지나치기 일쑤이고
'오늘'을 넘겨버리는 게으름은 '내일'이라는 기회가 다시 와도 잡지 않고 흘려 보내버리기 쉽지.
다행스럽게 또 다른 대책과 다시 찾아온 기회를 잡아도 이전의 그것들에 비해 몇 배의 땀을 흘려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러기에 다들, 세상의 일이란 다 때가 있는 법이라고, 그렇게 말하는 지도 몰라.
얼마 전 잠깐의 이야기를 통해 이즈음 너의 주요 관심사는 네가 나아갈 길 즉, '진로'라고 들었어.
다음 번에 기회가 생긴다면 비록 내가 상식선의 의견에서 그리 멀리 나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네가 나아갈 길에 대해서 진지하게 논의하는 자리를 언제 한 번 함께 하고 싶어.
다만 지금은 그 논의는 뒤로 미루고 이 여름에는, 일단 달리자, 라고 너에게 말하고 싶은 거야.
매일 매 시간 매 분초가 모두 소중하겠지만
내가 보기에 이번 여름은 너에게 특히 중요한 나날이기 때문이지. | |
'하고 싶은' 그리고 '갖고 싶은' 무언가를 '손에 넣으'려면 적어도 한 번 이상은 숨이 턱에 닿도록 달려야 할 필요가 있는데
그 계절이 바로 이번 여름이니까. 그렇게 전력 질주한 여름이 도움닫기가 되어 구름판을 딛고 높이 멀리 뛰어 오를테니까.
지금은 뿌옇게 가리워진 길이거나 또는 한 갈래로만 보이는 길이라서 다소 자신없기도 하고 이 길이 맞는지 불안하지만
전력 질주의 끝에 구름판을 딛고 뛰어 오르는 네 앞에는, 네가 나아갈 길이 여러 갈래로 그리고 뚜렷하게 펼쳐져 있지 않을까?
무라카미 류의 그 소설에는 일본의 록 밴드 스핏츠(スピッツ)의 노래 하나가 나오는데
노랫말 거의 전부가 소설의 일부로 인용된 곡, チェリー(Cherry, 체리)에는 때마침 이런 표현이 있다.
きっと 想像した以上に 騒がしい未来が僕を待ってる
틀림없이 상상했던 이상으로 떠들썩한 미래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
이번 여름이 여느 해와 여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여름이 되고 말지
아니면 앞으로 다가올 어느 날에 '지금'의 이 여름을 가슴 뿌듯하게 돌이켜 볼지는
지금의 너에게 달려 있어. | |
| 언제나 그랬듯이, 나는 너를 믿고 있어.
그날 네가 흘렸던 그 눈물을 나는 잊지 않고 있다.
이번 여름, 너는 힘껏 달려서 구름판을 딛고 뛰어오를테고
언젠가 '상상했던 것 이상의 떠들썩한 미래'를 당연하게 맞이할 거야.
그날의 눈물 이후 너는 더 이상 흔들림 없이 성큼성큼 나아가고 있으니까. |
스핏츠의 쿠사노 마사무네(草野マサムネ)는 チェリー(Cherry, 체리)에서 이렇게 노래하면서 끝맺는다.
いつかまた この場所で 君とめぐり会いたい 언젠가 다시 이 장소에서 너와 우연히 만나고 싶어 |
| 초급 수준의 일본어는 예전에 끝낸 적이 있는 너니까
'우연한 만남'이라는 뜻을 가진 「めぐりあい」라는 표현은 한자 표기에 따라 어감이 다소 달라지긴 해도
그것이 '우연한 듯 싶지만 운명적인 만남'이라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아마 알고 있을테지.
언젠가 '상상했던 것 이상의 미래'를 맞이할 너를, 마치 우연인 듯 (운명처럼) 만날 거라고,
그래, 스핏츠가 노래하는 것처럼 그렇게 예정되어 있다고 나는 믿고 있어.
그러니까 머잖아 너에게 다가올 '떠들썩한' 그날을 기대하면서 이번 여름을 멋지게 달려주기를.
알지? 오늘도 나는 너를 응원하고 있어. 힘내! |
ⅱ : 러브 & 팝
● 소설책, 펴기
소중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빨리 손에 넣거나, 경험하거나 하는 수 밖에 없다. 하룻밤이나 두 밤 정도만 지나면 이미 평범한 것으로 변질되고 만다. 그렇게 되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프라다 체인백을 사기 위해 맥도널드 같은 데서 반 년씩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고생은 없다.
···
센터 거리의 커피숍 마이아미 위에 있는 노래방에 갔다. 아저씨가 먼저 SPITZ 노래를 해서 히로미(裕美) 사총사는 조금 놀랐다.
너를 잊지 않을 거야, 구불구불한 길을 가, 방금 태어난 태양과 꿈을 건너는 노란색 모래, 두 번 다시 돌아 올 수 없어, 서로의 맘을 흔들며 지내던 날들, 분명히 상상했던 것 이상의 떠들썩한 미래가 나를 기다리고 있어, 사랑한다는 떨림만으로 강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자그마한 기쁨을 부서질 정도로 꼭 껴안고, 넘칠 듯한 추억을 지저분한 손으로 써 내려갔던, 그 편지는 빨리 버렸으면 좋겠다고 했으면서도, 조금 졸려, 차가운 물로 억지로 깨워 지금 재촉하듯 날려버리는 것처럼 지나가 버려.
아저씨는 처음엔 원곡대로 노래하다가 고음 처리가 안 되자, 재빨리 한 옥타브를 내렸다. 좀 무리하고 있다고 나오가 히로미에게 말했다. 이런 아저씨들 꽤 많아.
잔꾀를 부리든, 진실되게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언젠가 이 장소에서 너와 우연히 만나고 싶어.
 앙코르, 앙코르 하고 치사(知佐)가 박수를 쳤다. 이런 곡도 다 알고 계시네요, 치에코(千惠子)가 박수를 치면서 칭찬했다.
···
어떻게 반지를 살 거냐고 아무도 묻지 않았다. 원조교제 이외엔 방법이 없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엄마한테 받은 수영복 값에서 1만엔 정도 남아 있었기 때문에 반지를 사기 위해서는 앞으로 85,500엔. 오늘 사지 않으면 분명히 그 반지에 대해서는 잊어 버리고 말거라고 히로미는 생각했다. 치사가 댄스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히로미는 같이 배우고 싶었다. 언젠가는 시작해야지 생각하고 있던 중에 어느 샌가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하고 싶은 일이나 갖고 싶은 물건은 그렇게 생각한 바로 그 때 시작하거나 손에 넣으려 노력하지 않으면, 반드시 어느 샌가 자신에게서 사라져 버린다.
∼ 무라카미 류의 소설 『러브 & 팝』 중에서. |
ラブ&ポップ トパーズⅡ |
참고로, 스핏츠의 チェリー(Cherry, 체리) 싱글은 1996년 4월 10일, 수록된 앨범은 같은 해 10월 23일에 발매되었고
무라카미 류의 소설 『러브 & 팝』은 같은 해 11월에 주로 문예 서적을 간행하는 출판사 겐토샤(幻冬舎)에서 발간되었다.
ⅲ : 스핏츠 팬들을 위한 덧붙임
● CD 부클릿, 펴기
1996년 4월 10일 발매 스핏츠의 열세 번째 싱글 チェリー(Cherry, 체리).
작사 작곡 : 쿠사노 마사무네(草野正宗)
편곡 : 사사지 마사노리(笹路正徳) & 스핏츠
엔지니어 : 사카모토 아츠히로(坂本充弘)
연주 시간 : 4분 19초.
가제(假題) : びわ(Biwa, 비파)
처음에는 다른 리듬 패턴으로 레코딩되었다가 믹스 다운 후 리듬 트랙만 다시 레코딩했다고 하며
메인 보컬은 물론 코러스까지, 보컬 파트는 모두 보컬리스트 마사무네의 것이라고 한다. |
チェリー
バニーガール |
1996-10-23
インディゴ地平線 | 싱글 커버를 보면 스핏츠 멤버 네 명의 옆 얼굴이 나와있는 스탬프가 줄지어 있는데
같은 모습의 넉 장 그리고 한 장의 웃는 모습으로 해서, 멤버 별로 각각 다섯 장씩으로 이루어져 있다.
왼쪽 위에서부터 헤아려 내려오자면 마사무네는 네 번째, 기타리스트 미와 테츠야(三輪テツヤ)는 첫번째,
베이시스트 타무라 아키히로(田村明浩)는 세 번째, 드러머 사키야마 타츠오(崎山龍男)는 다섯 번째가
한 장의 다른 그림 즉, 웃는 모습의 일러스트레이션이다.
초회 한정 싱글의 경우 우표 모양의 스탬프가 직접 커버에 붙여져 있었다고 하는데
이 곡이 수록된 インディゴ地平線(Indigo Chiheisen, 인디고 지평선) 앨범의 오렌지색 트레이를 열어서
뒷쪽 표지를 꺼내 보면 엽서가 거기에 인쇄되어 있고 스탬프를 붙일 공간도 표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Cherry Stamp Here!' 라는 오렌지 색 문구가 그 공간을 가리키고 있는 걸 보면,
아마 초회 한정 싱글에 첨부되어 있는 스탬프를 그 네모 칸의 공간에 붙여보라는 의미인 듯.
● チェリー 노랫말 살펴보기 |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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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7/13 02:22 | 스핏츠/SINGLE | trackback (0) | reply (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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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핏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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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어디로 갈지 우리들은 생각하지 明日の行く先を僕等は考える |
何処へ行こう Doko e Yukou 어디로 가겠지 |
ⅰ : 비정규직, 삼학년 그리고 휴학생
'저녁에 돈부리(丼) 어때?'라고 청하는 그의 전화에, 둘이서 홍대앞의 어느 덮밥집으로 갔습니다.
일본식 덮밥인 '돈부리'를 즐기는 그 친구와 저는 밥과 소스를 추가 요금없이 더 청할 수 있는 그 가게를 가끔 들리는데요.
튀김덮밥인 '텐동(天丼)'을 주문한 그날도 둘 다 밥은 몰론 장국까지 추가로 청해서는,
오동통한 새우 튀김을 먹을 때의 아삭한 느낌과 텐동 소스의 맛은 물론 충분히 배부르다는 포만감까지 즐겼습니다.
곧바로 커피숍으로 들어가기에는 배가 너무 불러서 홍대앞 골목을 어슬렁거리며 배를 꺼뜨리다가
군에서 제대한 후 내년 봄에 졸업반으로 복학을 앞두고 있는 녀석 한 명을 만나서 잠깐 얘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비가 내릴 기색은 없어도 젖은 바람이 불어 시원한 느낌의 그날 밤,
우리 둘은 그 일본식 덮밥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도너츠 가게로 자리를 옮겨 테라스 쪽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그가 다니는 직장에서의 이런저런 일들, 우리 두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또 다른 친구의 근황 등을 얘기하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특단의 사정이 생기지 않는 한, 앞으로 일 년 육 개월 쯤 지나면 이 친구도 저 친구도 어떤 전환점에 서게 된다는 것을요.
올해 삼월부터 어느 대학의 '비정규직'으로 취업한 그는 내년 연말이면 이 년의 계약 기간 만료를 앞두고 새 직장을 알아봐야 할 테고
지금 대학 '삼학년'인 또 다른 친구도 그 즈음이 되면 취업이라는 여러 갈래 길에서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목을 찾아야 할 테고
홍대앞 어느 주점에서 야간 알바를 하던 그 '휴학생' 녀석도 그때쯤엔 졸업식만 남긴 복학생으로 자기소개서를 고쳐 쓰고 있을 테니.
그러니까 앞으로 일 년 육 개월 쯤 지났을 즈음,
그들 세 사람이 각자 새롭게 들어설 길목은 어떤 길의 초입일런지.
그 즈음에 이르러서도 어디로 들어서야 할지 두리번거리는 모색 단계를 넘지 못하는 것은 아닐지.
아니, 여전히 컴컴한 밤중 같은 시절이 계속되는 바람에 막힌 골목길 앞에서 허둥대지나 않을지.
잠시 한눈 팔면 곧 닥칠 미래를 두고 희망적인 관측은 쉽지 않고 어쩌다 걱정 쪽이 더 큰데
그것은 지금 우리가 지나치고 있는 이 시절이 몹시 힘들기 때문에 그럴테지요. | |
몇 발자국 떨어져서 그들을 바라보면, 그 동안의 페이스대로 꾸준히 나아가기만 하면 기본 이상은 해낼 듯 싶기도 한데
말이 쉬워서 페이스를 유지한다는 것이지 사실은 만만찮고 실제로는 '아무 일 없는 지금'에 안주하고 있는 측면도 있지요.
明日の行く先を僕等は考える
誰もが誰よりも一番悩んでる |
내일 어디로 갈지 우리들은 생각하지
누구나가 누구보다도 먼저 고민하고 있지 |
'비정규직'인 그 친구.
취업 환경이 좋아질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데다가 취업에 필요한 '스펙'도 상대적으로 모자란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그는
지금 직장 이후를 생각할라치면 말수가 줄어들고 그의 손 끝에서는 푸르스름한 담배 연기가 길게 피어오르지만
방학 중에는 퇴근 시간이 당겨지니까 이른 저녁엔 학원에 다니면서 약한 부분을 보강하겠다는 등, 신발끈을 다시 조이는 모습.
'삼학년'인 또 다른 친구.
자격증·어학연수·토익·공모전·인턴십, 소위 취업 5종 세트 중 한두 개의 어학 자격증을 제외하면 아직 제대로 갖춘 게 없다지만
아마 그 친구 스스로도 모르고 있을 자신의 '캐파' 즉, 수용 역량(capacity)이 제대로 발휘된다면 그런 걱정은 없어지겠지요.
가이드 맵만 제대로 주어지면 자가발전이 가능한 그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자신의 역량을 모른 채 지레 지치지 않기를 바랄 뿐.
'휴학생'인 그 녀석.
군에서 제대를 하고 나와 복학하기까지의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그가 깨닫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은 듯 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도면은 여태 다 그리지도 못했는데 계절은 바뀌고 있습니다.
그래도 지금 이 시점에서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뭔지 느꼈는지 야간 알바를 관두고 주간 알바를 찾고있다니, 그것은 청신호.
ⅱ : 지금이 인터미션이라면 너무 길어. 이제 그만.
"그럴 때마다 내가 떠나지 못한 건 역시 용기가 없어서일거야."
점장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하긴 떠나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지만, 조용히 남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지. 어딘가로 가려고 결정하면 장래가 불안해지고, 남겠다고 결심하면 나중에 떠나지 못한 걸 후회하게 될 것 같아 또 불안해지더군. 미무라(三村) 군처럼 젊은 나이에는 모든 일을 스스로 결정해야 된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아, 아니 이런 고리타분한 얘기를 꺼낼 생각이 아니었는데 미안, 미안."
···
···
슌(駿)이 점장의 등에 대고, "뭡니까? 아까 하시다가 만 얘기가?" 하고 물었다.
"아까 얘기?"
뒤를 돌아보는 점장에게 "예, 아까 하시려던 얘기"라고 슌이 중얼거렸다.
"아, 젊었을 때는 무슨 일이든 스스로 결정하지 않으면 왠지 인생에서 진 것 같은 패배감이 드는데, 실제로는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더라는 말이지. 이봐, 내 말 같은 건 신경 쓸 필요 없어. 미무라 군이라면 뭐든 잘 해낼 수 있을테니까."
∼ 요시다 슈이치(吉田修一)의 소설 나가사키(長崎乱楽坂) 중에서. |
長崎乱楽坂 |
그래요, 저도 그랬습니다. 저는 그때 떠나지 못했습니다.
소설 속 인물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듯, 제가 그때 떠나지 못했던 것은 저 역시 '용기가 없어서' 였을 겁니다.
···
'비정규직'과 '삼학년' 그리고 '휴학생', 그들의 내일을 생각하고 있으니,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에서 젊은 날의 용기와 결정을 언급하는 어느 대목을 떠올리며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더군요.
일 년 육 개월 뒤 그들 셋은 각자 지금과는 다른 어느 길목으로 들어서려 할텐데, 그렇다면 나는? ···
저금통장의 잔액이 조금 불었거나 또는 제법 줄었거나 정도일 뿐, 아마 지금과 그다지 다를 바 없지 않을까? ···
일이 년 전을 돌이켜 봐도, 지금 나는 그때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나날들을 살고 있는데. 일이 년이 뭐야, 더 그렇지. ···
그런 생각이 들자, 제 삶이라는 것도 알고 보니 오래 전에, 일찌감치 인터미션에 들어가서는
다음 단락으로 진행되지 않은 채 오늘에 이르게 되고 또 내일로 이어지려는 건 아닌지, 싶었습니다.
소설 속의 '미무라 군'에게서 '비정규직'과 '삼학년' 그리고 '휴학생', 이들 세 사람이 스쳐 보였고
'용기가 없어서'라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점장'에게서는 제 모습이 오버랩되었습니다.
그들 세 사람이 '뭐든 잘 해낼 수 있을' 캐릭터로 느껴진 것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제가 '왠지 인생에서 진 것 같은 패배감'을 느끼고 싶지는 않은데. 뭐···, 아무튼. | |
そのうち忘れてしまうさ
忘れちゃいけないことまで |
멀지 않아 잊어버리고 말지
잊어서는 안되는 것까지 |
그렇다고 제가 여태껏 걸어오던 길을 벗어나 (이제 와서 한참이나 뒤늦게) 다른 길을 찾아 나설 형편은 못됩니다.
지금은 적어도 '용기'의 문제까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제가 지켜야 할 가치는 지금 제가 서있는 이 길 안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뭔가 개운하지 않는 것이···, 앞서 얘기한대로 '점장'의 모습에서 저 자신의 어느 일면이 느껴져서일테죠.
ⅲ : 이러니 저러니 에둘러 얘기했지만 사실은 제 자신을 향한 자극
으음··· 그래요, '비정규직'인 그 친구니 '삼학년'인 또 다른 친구니 '휴학생'인 그 녀석이니 하며 에둘러 얘기했습니다.
그들의 내일은 어떨까 걱정하는 것은 그들을 향한 제 감정의 한 모습인 한편 제 자신을 향한 은근한 자극이기도 합니다.
'떠나는 정도까지는 아니라도 말이야, 성취감 같은 것을 작게라도 느껴보고 싶지 않아?'라면서 제 옆구리를 툭 치는 듯한.
안정적인 생활을 위한 경제 활동과는 별도로, 그러니까 돈을 벌어주는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에게는 의미가 있는 것.
주위 사람들에게는 비록 치기어린 짓거리로 보여지겠지만 스스로는 가슴 뿌듯하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것.
다른 사람들 보기에 가당찮고 스스로에게도 대단찮은 것이라도 작으나마 의미가 있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면
이참에 남몰래 「그래, 그거 한 번 해보자」 싶습니다. 은근한 자극을 받은 덕분에 말입니다.
'비정규직'과 '삼학년' 그리고 '휴학생' 그들이 각자 원하는 길목으로 들어설 즈음
조금 쑥스럽기는 하겠지만 어깨를 으쓱 추어올리면서 '나, 이런 거 이 정도는 해'라고 말할 수 있도록.
ⅳ : 내일 어디로 갈지 우리들은 생각하지
● 덧붙인 음악에 대한 이야기, 열기
칸쟈니 에이토(関ジャニ∞) 같은 아이돌 그룹도 좋아하고 소울풀한 스가 시카오(スガシカオ)도 즐기는 등,
음악 취향의 스펙트럼도 넓고 TV 예능 프로그램도 즐겨 보는, 일본의 대중 문화에 익숙한 대학 동기가
제게 사이토 카즈요시(斉藤和義)라는 뮤지션을 두어 차례 강력하게 추천한 적이 있었는데
얼마 전 북오프 서울역점에 들리니 진열된 중고CD 중에 마침 그의 앨범이 한 장 있길래 바로 샀습니다.
1996년 2월 28일 발매 사이토 카즈요시의 4번째 스튜디오 앨범, FIRE DOG.
귀에 제일 먼저 들어온 곡이 바로 이 곡, 何処へ行こう(Doko e yukou, 어디로 가겠지) 입니다.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트릭 기타 각각의 리듬 스트로크 등이 잘 어우러진 업 템포의 곡인데
만약 제가 악기 연주를 잘 할 수 있다면 밴드 합주로 연주하면 멋지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
이 노래는 싱글로 발매된 적도 없으며 일본의 노래반주기에도 없다고 하니 일본에서도 많이 알려진 곡은 아닌 모양인데요.
일본어 사전을 들고 부클릿을 펼쳐서 노랫말이 어떤 내용인지 더듬더듬 살펴보니까 시니컬하게 느껴지는 대목도 여러군데 있고
제 수준에서는 몇 번을 다시 읽어도 난해하기만 해서 알쏭달쏭한 대목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내용입니다.
偉い人よりも賢くうまくリンゴを食べる |
훌륭한 사람보다도 영리하고 맛있게 사과를 먹는다 |
'사과(リンゴ)'라는 표현에 제가 모르는 메타포가 숨어있나··· 갸웃거려도 봤지만, 아무튼 노랫말 전체는 다음과 같습니다.
何処へ行こう
明日の行く先を僕等は考える
それより誰よりも今夜を楽しもう
人の噂よりも早く うまく夜空を泳ぐ
そしてまた忘れてしまう 嗚呼
明日の行く先を僕等は考える
誰もが誰よりも一番悩んでる
偉い人達は賢く光の中を泳ぐ
そしてまた忘れてしまう | 僕等は愛とか恋とか 勝った負けたで忙しい
誰かが涙流したら 僕も泣いてる振りをする
そのうち忘れてしまうさ
忘れちゃいけないことまで
誰かが何とかするだろう
そしてあなたは何処へ行く?
偉い人よりも賢くうまくリンゴを食べる
そしてまた忘れてしまう 嗚呼
明日の行く先を僕等は考える
誰もが誰よりも一番悩んでる |
斉藤和義
FIRE DOG
1996-02-28 |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 사이토 카즈요시의 팬이 혹시 있다면 도움 될까 해서, 부클릿에 나와있는 퍼스넬을 덧붙입니다.
작사 · 작곡
편곡 |
사이토 카즈요시
사이토 카즈요시, 미야우치 카즈유키(宮内和之) |
사이토 카즈요시
오쿠보 아츠오(大久保敦夫)
오가와 신지(小川真司)
이시자카 카즈히로(石坂和弘)
노자키 타카로(野崎貴朗) |
보컬, 어쿠스틱 기타, 커팅 기타, 피아노, 오르간
드럼
일렉트릭 베이스
리드 기타
오르간, 컴퓨터 프로그래밍 |
+
이 곡은 최근 제가 가장 즐겨 듣던 노래 중의 하나이기도 하고
(마음에 쏙 드는 뮤지션을 추천해준 バキちゃん、고마워!)
'비정규직'과 '삼학년' 그리고 '휴학생' 그들과 제 자신의 내일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기회를 주기도 해서
오랜만에 스핏츠(スピッツ) 관련 포스팅을 잠깐 멈추고 이 글에 덧붙여 봤는데, 마음에 드셨으면! 싶네요.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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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6/24 17:24 | 듣기 | trackback (0) | reply (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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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인 너는 イルカの君は |
ドルフィン・ラヴ Dolphin Love 돌핀 러브 |
ⅰ : 민감 또는 둔감
얼마 전 메신저에서 만난 그 친구에게 뾰로통한 기색이 비치는 듯 해서 왜 그런지 싶어 이야기를 나눠보니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은 남자 친구와 별 것도 아닌 것으로 마음이 상하면서 티격태격했는데
남자 친구도 남자 친구지만 사소한 것이 발단이 되어 그렇게까지 되어버린 자신에게도 은근히 짜증이 난다고 하더군요.
그들 두 사람 간의 티격태격, 그 전말을 세세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괜히 글만 일없이 길어질테니 관두고
남자 친구와 문자메세지를 주고받던 와중에 일어난 그 사소한 티격태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랬습니다.
「여자의 심리를 세심하게 헤아리지 못한 남자의 무심한 말 한마디에서 비롯된 티격태격.」
메신저 대화창을 통해 전해오는 그의 이야기를, 저는 적당한 대꾸와 추임새로 공감해주면서 듣다가 혼자 빙긋 웃었습니다.
그건, 이제 막 사랑에 빠진 청춘남녀 각자가 드러내는 감정의 과잉이 맞부딪히면서 빚어지는, 전형적인 장면 중의 하나라서요.
남자 친구와 티격태격했다는 친구 앞에서는 적절한 수준의 동조와 고개를 끄덕여주는 이해가 필요한 것이지
뾰로통해진 당사자보다 더 나서서 그의 남자 친구를 성토하려 들거나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저는
그가 '그 때 나만이라도 그러지 말 것을···'과 같은 자책의 감정을 내비칠 때 즈음에야, 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둘이 사귀고 있으니까 서로 '민감'해져서 그런 것이지 만약 아직도 그냥 친구 사이라면 그 정도의 말에는 '둔감'할 것」이라고.
'민감과 '둔감'이란 두 단어에 작은따옴표까지 붙여서 얘기하니 공감하는 바가 생겼는지 그의 뾰로통한 기색도 조금 줄어든 듯 했습니다.
아무튼 그 다음 날엔가 남자 친구가 찾아와서 사과하는 것으로 그 '티격태격'은 싱겁게(?) - 그래서 다행스럽게 - 끝이 났습니다.
눈에서 콩깍지가 벗겨지려면 아직은 한참 세월을 보내야 하는 초보 연인의 사랑싸움이라는 것이 많은 경우 그러하듯이. ^^
ⅱ : 여자가 읽어야 하는 남자의 생각
다들 그런 건 아니지만 보통은, 이성 친구가 생기면 가까운 친구들에게 그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고
또 그러다 보면 그 친구들에게 '이런 경우는 어떻게 생각해?' 라든가 '저럴 때는 어떡하지?' 등으로
'디테일'하게 조언을 - 사실은 조언이 아니라 동조와 이해일지도 모르지만 - 구하기도 하는데
그런 얘기가 나오는 자리를 함께 하는 친구들은 아무래도 동성의 친구일 경우가 많겠지요.
그럴 때 친구들의 반응은 동성의 친구들과 다른 성(gender)의 친구들이 서로 다를 수 있는데
아무래도 동성의 친구들이 당사자에 대한 동조와 이해의 폭이 상대적으로 넓을테고
만약 얘기를 꺼내는 쪽이 여자 쪽이고 듣는 친구들도 동성인 같은 여자들끼리라면
막 사랑에 빠진 친구에 대한 동조와 이해는 남자들에 비할 바가 아닐 만큼 클 거라고 생각되는데요. | |
그런데 앞서 얘기한 그 친구와 저는 서로 속내를 보여줄 수 있는 친구이긴 해도 하필이면 동성이 아니라서 그런지,
앞서의 경우에서는 제가 적절한 수준의 동조와 이해에서 멈추고 한줄 요약 정도의 코멘트를 하는 것으로 그쳤지만
'이럴 땐 어쩌지?' 하는 또 다른 경우에는 '해결' 쪽으로 논리 회로를 작동시켜 보려는 반응을 저도 몰래 나타내기도 합니다.
「여자의 심리를 세심하게 헤아리지 못한 남자의 무심한 말 한마디에서 비롯된 티격태격」의 상황,
즉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의 서로 다른 특징에서 비롯된 감정의 꼬임.
그리고 동조와 이해에 그치지 않고 때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주려 하기도 하는,
스스로는 긴가민가하지만 출신 지역이 아마도 화성으로 추정되는 제 자신을 함께 묶어보니
문득 인터넷 어딘가에서 읽었던 유머 글 하나가 떠오르게 되더군요.
● 「여자가 읽어야 하는 남자의 생각」 읽어보기
이런 우스개 글이 대부분 그렇듯, 이 글도 남성의 특징을 일반화시켜서 읽는 이에게 재미를 주는데
공감이 가는 부분도 여럿 있고 어떤 대목에서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맛을 느끼게도 해줍니다. | |
남자들은 원래 이러저러하니 여자들은 그렇게 알고 있으라는 식의 단정적인 표현이라 여성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 수도 있는데
여성에 비해 단순하고 우악스럽고 이따금 무지하기까지 한 남성의 심리을 그런 어법으로 요약한 것이려니···, 했으면 싶네요.
일반적인 남성들의 시각으로 보자면 적어도 서너 개 정도 이상은 제대로 공감할 만한 내용이기도 해서
남성들의 심리는 과연 어떠한 것인지를, 여성들이 엿볼 수 있는 단초가 되는 유머 글로 여겨지기도 하더라구요.
'그래, 맞아! 남자들에게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가끔 있지' 하면서
저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대목 중에서 하나를 꼽아보자면, 이런 것입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요청해라. 그것도 명확히!
은근한 힌트로는 부족하다!! 보통 힌트로도 충분하지 않다! 절대적인 힌트도 안된다! 그냥 말을 해라! |
여자들은 미리 똑 부러지게 말하지 않고 있다가 나중에 가서야 '그걸 굳이 꼭 말로 해야 알아?' 하면서
핀잔을 주거나 섭섭하다는 표정을 짓는 바람에 남자들이 난감할 때가 많거든요.
게다가 여자의 마음이 그런 식으로 상하고 말았는데 상황을 돌이켜 바로잡을 방법도 없을 때···,
비록 드러내놓고 말하진 않겠지만 남자들은 마음 속으로 위와 같이 투덜대고 있는지 모릅니다. | |
여자와 남자는 서로 말을 건네고 이야기를 듣고 그럴 때, 일상의 대화에서는 그다지 심각한 엇갈림이 없는 것 같은데
서로에게 빠져든 청춘남녀 간의 대화에서는 왜 감정이 꼬여서 삐걱대는 일이 생길까요? 더구나 별 거 아니다 싶은 것 가지고.
'둔감'한 사이끼리의 대화에서는 별 오해가 없는데, '민감'한 상대와는 원래 그런 걸까요? 잠깐 동안 뾰로통해졌던 제 친구처럼?
여성들은 평소와 달리 그러니까 '둔감'의 사람들하고 있을 때와는 달리, 누군가와 '민감'한 사이가 되면,
혹시··· 평소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건 아닐까요? 이를테면 돌고래들처럼 다른 주파수의 언어를.
사랑의 감정이 담뿍 담긴 여성들만이 낼 수 있는 특정 주파수의 언어를. 아이러니하게도 남성들은 청취가 불가능한.
ⅲ : 여성의 언어는 아주 풍부한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
돌고래의 뼈대를 조사해보면, 지느러미 안에 길쭉한 손가락 뼈가 아직 들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육지 생활의 마지막 흔적이다. 그 부분의 변화가 돌고래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는지도 모른다. 손이 지느러미로 바뀜으로써 돌고래는 물 속에서 대단히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었겠지만, 그 대신 더 이상 도구를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우리 기관의 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도구를 만들어 내는 데 그토록 열을 올렸던 것은, 우리 환경이 우리에게 그다지 적합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일 수도 있다. 물 속에서 행복을 되찾은 돌고래는 자동차나 텔레비전, 총, 컴퓨터 따위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언어의 필요성까지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돌고래들은 자기들 고유의 언어를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시킨 듯 하다. 그들의 언어는 소리를 통해 교신하는 음향 언어이다. 돌고래가 내는 소리는 음역이 대단히 넓다. 사람의 음성 언어는 주파수 1백 헤르츠에서 5천 헤르츠 사이에서 소통되지만, 돌고래의 교신은 3천 헤르츠에서 12만 헤르츠에 이르는 넓은 범위에서 이루어진다. 돌고래의 음향 언어는 아주 풍부한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
나자렛 베이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소장인 존 릴리 박사의 견해에 따르면, 돌고래들은 오래 전부터 우리와 교신하기를 갈망해 온 듯하다고 한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해변에 있는 사람들과 우리 선박들에 다가와서는, 마치 우리에게 알려줄 게 있다는 듯이 펄쩍 뛰어오르기도 하며, 어떤 몸짓을 하기도 하고,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돌고래들은 우리가 자기들을 이해하지 못할 때면, 이따금 역정을 내기도 하는 것 같다>라고 존 릴리 박사는 말한다. 우리에게 뭔가를 <가르치고 싶어하는> 그런 행동은 동물 세계 전체를 통틀어 오직 돌고래에게서만 찾아 볼 수 있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가 쓰고, 기욤 아르토(Guillaume Aretos)가 그린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Le Livre Secret Des Fourmis) 중에서. |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
책장에서 베르베르의 책 한 권을 꺼내서 '돌고래'에 대해서 기술한 부분을 찾아 펼친 다음
거기서 몇몇 문장에 나와있는 '돌고래'라는 부분을 '여성'으로 치환하고 거기에 맞추어 약간 고쳐서 다시 읽어봅니다.
···
여성의 언어는 아주 풍부한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
여성들은 오래 전부터 우리와 교신하기를 갈망해 온 듯하다고 한다.
그들은 마치 우리에게 알려줄 게 있다는 듯이 펄쩍 뛰어오르기도 하며, 어떤 몸짓을 하기도 하고,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여성들은 우리가 자기들을 이해하지 못할 때면, 이따금 역정을 내기도 하는 것 같다.
···
사랑의 감정으로 가슴이 한껏 부풀어 올라 '민감'해진 여자들은
평소보다 훨씬 넓은 대역(帶域)의 언어로 말을 건네고, 특별한 몸짓과 신호를 남자들에게 보내고 있는데
단순하고 우악스럽고 때론 여성에 대해 무지하기까지 한데다가 사랑에 빠져도 여전히 '둔감'한 남자들은
여자가 말을 건네도 놓쳐버리기 일쑤고 몸짓과 신호를 몇 번이나 보내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ⅳ : DNA 게놈(genome) 구조의 차이?
그렇다면 남성과 여성, 그 둘은 도대체 어디가 얼마나 다르기에
몇몇 육체적 특징을 넘어 심리 구조까지 그렇게 다른 걸까요?
며칠 전 어느 신문의 경제 섹션에서 '차별화 마케팅 전략의 포인트'에 관한 칼럼을 읽은 적이 있는데요.
필자는 그걸 두고 '제품의 작은 차이, 특징을 살려 두드러진 차이로 인식시키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 했는데
경제 기사라는 것이 자주 그렇듯, 필자가 그 칼럼을 통해 말하려는 주제는 제 머릿속에 남지 않고
주제로 들어가기 위해 필자가 서두에 잠깐 꺼낸 이야기만 기억에 남았는데, 그건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유전자 염색체인 DNA 게놈의 구조를 보면··· 여자와 남자의 차이는 놀랍게도 0.1%가 채 안 된다.' | |
0.1%도 채 못되는 DNA 게놈 구조의 차이가 남녀 간의 심리를 화성과 금성의 거리 만큼이나 갈라놓다니.
인체의 신비에 놀라는 한편 마음의 작용과 의식의 상태는 또 얼마나 오묘한 것인지 새삼 되짚어보게 되는데요.
아무튼 친구에게 남자 친구가 생기고, 눈에다 콩깍지를 몇 꺼풀 얹은 그들의 '별 것 아닌 티격태격'을 전해 들은 저는
거기다가 제 마음대로 '돌고래의 언어'에 연결지으며 혼자 빙긋 웃고, 'DNA 게놈 구조'를 떠올리며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인답니다.
ⅴ : 스핏츠(スピッツ) 팬들을 위한 덧붙임
1993년 9월 26일 발매 스핏츠의 통산 네 번째 정규 앨범,
Crispy!(Crispy!, 크리스피!)의 다섯 번째 트랙.
ドルフィン・ラヴ(Dolphin Love, 돌핀 러브).
작사 작곡 : 쿠사노 마사무네(草野正宗)
편곡 : 사사지 마사노리(笹路正徳) & 스핏츠
연주 시간 : 4분 6초.
가제(假題) : ジミヘン(Jimi Hendrix, 지미 헨드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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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spy! |
√ ドルフィン・ラヴ 노랫말(우리말 번역)의 출처는 (c) spitzHAUS 입니다.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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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6/05 02:28 | 스핏츠/ALBUM | trackback (0) | reply (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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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을 마구 칠했다, 너의 찌찌는 세계최고 泥をぬりたくった、君のおっぱいは世界一 |
ⅰ : 젖, 젖가슴, 젖무덤, 유방 또는 찌찌에 관한 세 가지 인용
첫번째 인용. 동물 행태에서 출발하여 인간 행태를 전공하게 된 어느 영국인 동물학 박사의 서술 중 「가슴」에서.
두번째 인용. 1989년 12월 레코딩 당시 스물두 살 또래였던 일본의 어느 인디 밴드가 부른 노래 중 「찌찌」에서.
세번째 인용. 예찬보다 더 좋은 것은 없고 그것이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어느 프랑스 작가의 서술 중 「젖」에서.
ⅱ : 여성의 돌출한 유방은 원초적 성적 신호를 전달하고 남성은 거기에 반응한다
책제목 _ 바디워칭(Body Watching)
펴낸날 _ 1986년 6월 25일
펴낸곳 _ (주)범양사출판부
글쓴이 _ 데즈먼드 모리스(Desmond Morris)
옮긴이 _ 이규범
이처럼 확대된 젖가슴은 두 가지 생물학적 기능을 갖게 되었는데, 그것은 모체(parential) 기능이고 다른 하나는 성적(sexual) 기능이었다. 모체라는 면에서 그들은 거대한 땀샘이 되어 우리들이 젖이라고 부르는 변질된 땀을 만들어 낸다. 젖을 만들어 내는 선 조직(glandular tissues)은 임신 중에 확장되어 젖가슴을 평상시보다 약간 커지게 한다.
···
유방의 해부학적 얼개를 면밀히 살펴보면 그 부피의 태반이 지방 조직으로 이루어진 반면, 아주 작은 부분만이 젖 생산과 연관이 있는 선 조직이다. 유방의 반구형은 모체로서의 발달 결과가 아니다. 그와는 달리 성적 신호작용(sexual signaling)에 관계된다. 이로 미루어 남자 어른들이 여성의 유방에 관심을 갖는 것은 '유아적(infantile)'이거나 '퇴행적(regressive)'이라는 주장들은 근거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처녀나 젖 분비를 하지 않는 여성의 돌출한 유방에 호응하는 남성은 인류의 원초적인 성 신호에 반응을 하고 있다.
···
네발로 기어다니는 다른 영장류들과는 다르다. 그녀는 꼿꼿이 서 있으며, 대부분의 사회적인 맥락에서는 앞쪽을 맞대고 만나게 된다. 그녀가 어느 남성과 얼굴을 맞대고 서면, 그녀의 궁둥이 신호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의 가슴에 한 쌍의 모방적 궁둥이(mimic-buttocks)가 진화함에 따라 그녀의 상대에게 등을 돌리지 않더라도 원초적인 성 신호를 계속해서 전달할 수 있게 된다.
∼ 데즈먼드 모리스의 바디워칭 : 신비로운 인체의 모든 것 중에서. |
바디워칭 |
ⅲ : 인디 시절의 스핏츠(スピッツ)는 「너의 찌찌는 세계최고」라고 노래한다
おっぱい
やっとひとつわかりあえた
そんな気がしていた
急ぎ過ぎても仕方ないし
ずっと続けたいな
痛みのない時間が来て
涙をなめあった
僕は君の身体じゅうに
泥をぬりたくった
泥をぬりたくった
君のおっぱいは世界一
君のおっぱいは世界一
もうこれ以上の
生きることの喜びなんか要らない
あしたもここで君と会えたらいいな
甘いにおいでフワフワで
かすかに光っていた
誰の言葉も聞こえなくて
ひとり悩んでいた
ひとり悩んでいた
君のおっぱいは世界一
君のおっぱいは世界一
もうこれ以上の
生きることの喜びなんか要らない
あしたもここで君と会えたらいいな | 찌찌
겨우 하나 서로 알 수 있었던
그런 느낌이 들었었다
부산스러워도 어쩔 수 없고
쭉 계속하고 싶구나
고통이 없는 시간이 오고
눈물을 서로 핥아주었네
나는 너의 온몸에
진흙을 마구 칠했다
진흙을 마구 칠했다
너의 찌찌는 세계최고
너의 찌찌는 세계최고
이제 이 이상의
사는 것의 기쁨 따위 필요 없네
내일도 여기에서 너와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
달콤한 냄새로 둥실둥실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누구의 말도 들리지 않고
혼자 고민하고 있었다
혼자 고민하고 있었다
너의 찌찌는 세계최고
너의 찌찌는 세계최고
이제 이 이상의
사는 것의 기쁨 따위 필요 없네
내일도 여기에서 너와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
● おっぱい 노랫말 (ふりがな 표기) 살펴보기 |
1990-03-21
indie album
ヒバリのこころ
1999-03-25
b-sides album
花鳥風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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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 생명을 유지시켜줄 뿐만 아니라 거기에는 따뜻한 체온과 애정 그리고 관능까지 추가되어 있다
책제목 _ 예찬(Célébrations)
펴낸날 _ 2000년 10월 20일
펴낸곳 _ (주)현대문학
글쓴이 _ 미셸 투르니에(Michel Tournier)
옮긴이 _ 김화영
다음은 모파상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이고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지금부터 백 년 전 제노아에서 마르세이유까지의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작은 기차 안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떤 열차간에 한 남자와 여자 두 승객이 앉아 있었다. 둘다 이탈리아의 피에몬테 사람들로 프랑스에 일자리를 얻으러 가는 길이었다. 깡마르고 단단한 체구로 햇볕에 검게 그을린 사내는 토목인부였다. 부드럽고 뚱뚱하고 모성적인 인상의 여자는 프로방스의 어느 부유한 가정에 유모로 채용되어 가고 있었다.
그들은 처음에는 서로 말을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여자가 차츰차츰 혼자서, 그리고 남자를 향해서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여자의 몸에서 젖이 오르는 것이었다. 그때문에 여자는 어쩔 줄을 몰라 허둥댔다. 괴롭기 짝이 없었다. 금방 병이라도 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남자도 보고만 있을 수 없게 되었다.
"혹시 어떻게 도와줄 수는 없을까요?"
"어떻게요?"하고 여자가 물었다.
"아니 어떻게든 젖을 짜 내야죠···."
그리하여 기막힌 광경이 벌어졌다. 남자가 여자의 뚱뚱한 무릎 사이에 쭈그리고 앉았다. 여자가 그 풍만한 젖을 이쪽 저쪽 차례로 꺼냈다. 그리고 흙일 밖에 모르는 깡마르고 햇빛에 그을린 그 사내가 아기처럼 젖을 빤다. 결국 남자쪽에서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사실 지난 하루 동안 꼬박 아무것도 못 먹었거든요."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것은 여자의 젖을 빠는 사내와 그녀의 젖을 먹어야 할 마땅할 아기 사이의 강한 대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자신의 젖을 주어서 죽어가는 노인들의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아프리카의 어떤 종족들을 연상하게 된다(그들의 이런 행동은 '술는 늙은이들의 젖이다'라는 저 유명한 속담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실제로 여기서 젖은 더 이상 갓난아기만 먹는 양식이 아니라 만인이 나누어 먹을 수 있는 양식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생명을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될 전형적인 영양제일 뿐만 아니라 거기에는 따뜻한 체온과 애정, 그리고 여성의 젖 이미지에서 느껴지는 관능까지 추가되어 있는 것이다.
∼ 미셸 투르니에의 산문집 예찬 중에서. |
예찬 |
ⅴ : 스핏츠 팬들을 위한 덧붙임
스핏츠의 おっぱい(Oppai, 찌찌)는 1990년 3월 21일에 발매된, 인디 시절의 앨범에 수록된 곡인데
그 음반은 일찌감치 희귀 음반이 되어 고가에 거래되는 컬렉터즈 아이템이라서 오랫동안 제대로 들어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인디 시절 앨범 발매 후 약 9년이 지난 뒤 발매된 b-sides 앨범에 이 곡이 재수록되는 덕분에,
인디 시절 당시의 풋풋한 느낌 그대로, 이 곡을 다시 들을 수 있게 되었는데요.
바로 그 앨범, 1999년 3월 25일 발매된 b-sides 앨범 花鳥風月(Kachofugetsu, 꽃 새 바람 달) 초회 한정판에는
스핏츠 멤버들이 수록곡들에 대해서 나눈 '특별대담'이 실려있는 부클릿이 따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 おっぱい(Oppai, 찌찌)에 대해서는 드러머 사키야마 타츠오(崎山龍男)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
보컬리스트 쿠사노 마사무네(草野マサムネ), 기타리스트 미와 테츠야(三輪テツヤ), 베이시스트 타무라 아키히로(田村明浩),
이렇게 세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데 멤버들이 서로 주고받은 대담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특별대담 중 '찌찌'에 대해서, 열기
마사무네 | 인디 시절 ヒバリのこころ(Hibari no Kokoro, 종달새의 마음)라는 6곡이 든 미니앨범이 있었는데,
トゲトゲの木(Togetoge no Ki, 가시나무)도 그렇습니다만,
おっぱい(Oppai, 찌찌)를 듣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 CD가 중고시장에서 이상하게 가격이 올라버리는 일도 있고, 그런 요망에 답해보자 해서. | 타무라 | 하지만, 젖가슴(おっぱい)이라고 들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어. 야하지 않았어. |
테츠야 | 젖가슴(おっぱい)이라고 하는 말보다, 멜로디가 좋았으니까 자연히 빠져들게 된다는 것이 있었지. |
마사무네 | 데뷔하고 1,2년은 부끄럽다고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죠. 10년 전이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기도 하고. |
타무라 | 노리지 않았는데. 당시, 밴드 붐이 있어서, 노랫말이라든가 곡도 겨냥하고 있는 밴드가 많았고.
그런 곡이었다면 위화감 가졌겠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
마사무네 | 젖가슴(おっぱい)이라고 바로 말해버리는 게 거꾸로 전혀 야하지 않게 되지.
에둘러 말하는 방법이 야하기도 해. 오히려 건전하게 들려, 지금 들으면. |
타무라 | 우리들의 목표가 로프트(ロフト)에서 라이브를 하는 것과 인디즈 음반을 내는 것이었는데,
그것은 이루어졌지만, 그래도 팔리지 않았어. (웃음) |
마사무네 | 2천장 만들어서 남았는걸, 뭐. Jun Sky Walker(s)라든지 굉장히 팔리고 있어서 말이야. 쓸쓸했어. (웃음) |
테츠야 | CD가 가게 앞에 나와 있는지 보러갔었지. |
타무라 | 토쿄 변두리(府中)의 중고음반 가게에 있었던 때는 슬펐어. |
마사무네 | 그것도, 하(ハ)행에.
스핏츠(スピッツ)가 아니라 ヒバリのこころ(Hibari no Kokoro, 종달새의 마음)로 놓여져 있었던 거지. (웃음) |
부클릿에 의하면, 이 곡에서 베이시스트 타무라 아키히로가 사용하는 악기는 '8 Strings Bass Guitar'라고 되어 있습니다.
흔히 '8현 베이스'라고 하는 이 악기가 베이시스트들에게도 일상적인 것은 아닐텐데, 타무라의 경우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스핏츠의 공연을 그렇게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공연 중에 타무라가 '8현 베이스'를 연주하는 것을 제가 본 적이 없고
이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여러 앨범 부클릿에서도 타무라라는 이름 뒤에 '8현 베이스'가 적힌 것을 본 적이 없는 듯 싶은데요.
그래서 그런지 이어폰을 끼고 집중해서 이 노래를 듣는다든지 하면, 괜스레 베이스 사운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듣게 됩니다.
√ おっぱい 노랫말(우리말 번역)의 출처는 (c) spitzHAUS 입니다.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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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5/15 02:38 | 스핏츠/INDIE | trackback (0) | reply (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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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그것은 사랑이었다 ハナ、見とれた あれは恋だった |
ⅰ : 나는
이것은 특별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흔한 이야기라고 말하자니 그렇게까진 아닌 듯 싶고, 그렇다고 드문 사랑의 이야기도 아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 정도의 이야기 쯤은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 꽤 있을테니까.
그리고 흥미진진한 사랑 이야기도 아니다.
도입부가 영화의 한 장면 같다거나 드라마틱한 전개가 있는 사랑 이야기라면
나에게는 이것 말고도 여럿 있다.
하지만, 어쩌면 밋밋하게 들릴 수 있고 그다지 재미도 없을 듯한 사랑 이야기를,
게다가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랑 이야기일 뿐이라서
갈등이나 위기 같은 것은 고사하고 별다른 전개조차도 없는 사랑 이야기를, 나는 하고 싶다. |
フェイクファー |
이 이야기에 나오는 두 사람이 서로 처음 알게 되었을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나는 많은 시간을 그들과 함께 했는데
그러는 동안, 두 사람의 스침에 내가 괜히 안타까워 했고 그들의 엇갈림에 때로는 나까지 한숨을 내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마 그래서, 그 두 사람 말고는 그리 특별하지도 궁금하지도 않을 듯한 이 사랑 이야기를 내가 꺼내고 싶은 것 같다.
ⅱ : 여자는
그를 이성으로 좋아한 것은 정말 오래 전의 일이었다.
드라마나 영화처럼 특별한 계기가 있었거나 첫눈에 반했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던 듯 싶은데
그래도 이성으로 느끼기 시작한 것은 그를 알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던 것 같다.
같은 강의실에서 그와 함께 수업을 듣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어느 늦봄,
교내 행사로 교정이 북적이던 그 즈음에 이르러서는 주위의 가까운 친구들도 알았을 정도니까.
'그를 이성으로 좋아한다'는 것을.
이쪽에서 미소를 보내면 그는 아이처럼 환하게 화답의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그래서 거기까지였다. 더 이상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 |
게다가 그 즈음 그의 시선은 다른 사람을 향해버렸고 그런 채로 계절은 여름을 지나치고 가을을 보내고 또 한 해를 넘기고 있었다.
따지고보면 이쪽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난 것이 없었다. 속을 태웠다고 해도 그냥 혼자 그러다 만 것일 뿐 아무도 몰랐다.
그가 시선를 다른 사람과 마주하고 있는 동안, 아마 '이제 더 이상은 아냐'라고 생각했는지도 몰랐다. 아무튼 아무 일도 없었던 셈이었다.
다시 새학기가 되었을 때 강의실에서는 더 이상 그를 볼 수 없었다.
그해 사월, 그가 논산훈련소에 입소하던 날.
그에겐 알리지 않은 채 환송 '서프라이즈'를 하려고 친구들과 함께 아침 일찍 논산으로 갔다.
거기까지 올 거라고는 생각치 않은 친구들을 보게 된 그는 놀라워했고 고마워했다.
깎아 놓은 밤톨 같은 머리의 그를 중심으로 모두 함께 폴라로이드 사진도 찍었다.
입소 행사가 끝나자 행진 대열 끝에 있던 그는 연병장을 벗어나 시야에서 사라졌고
이쪽은 여전히 클래스메이트 또는 좋은 동생인 채로 서울로 돌아왔다. | |
가끔 그와 콜렉트콜 통화를 하는 친구가 간간히 그의 소식을 전해주었다. 처음에는 이병 ○○○, 곧 일병 ○○○이 된 그의 소식을.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대 배치받은 그를 보려고 언젠가 한 번 친구들과 함께 면회를 간 적도 있는데
군대 얘기 밖에 할 줄 모르던 그 시절의 그 앞에서 재미있는 듯 깔깔대기도 하고 군부대 안의 식당에서 함께 삼겹살도 먹었다.
그에게 있어 이쪽은 아직도 클래스메이트 또는 좋은 동생이었고, 그 즈음에 와서는 이쪽 스스로도 이미 그랬는지도 몰랐다.
그는 그냥 클래스메이트 또는 친남매처럼 편안한 오빠일 뿐. 이미 그렇게 바뀌었는지도.
아니면, 그가 어떻든지 이쪽은 '처음 그 마음 그대로'일 수도 있었다.
그가 다른 사람과 시선을 마주하고 거기에 몰두하기 시작하자, 이쪽은 이제 더 이상 특별한 감정이 남아 있지 않는 듯 보이기도 했다.
그와 함께 하는 자리든 다른 친구들이 그를 언급하는 자리든, 장난기 섞인 대꾸를 하거나 별 관심없는 듯 했으니까.
하지만 그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주위의 친구들에게 보여지는 모습만 그랬을 뿐, 스스로의 마음 속은··· 과연 어땠는지.
그러니까 이쪽은 스핏츠(スピッツ)의 노랫말과 같은 심정일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아마 두 사람 다 들어본 적이 없는 노래였겠지만.
いつも仲良しで いいよねって言われて
でもどこか ブルーになってた あれは恋だった |
언제나 친구로 지내도 되지 라는 말을 듣고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우울해졌었다 그것은 사랑이었다 |
ⅲ : 남자는
그가 남몰래 시선을 주었던 사람도 있었고 한편 그가 누군가로부터 고백을 받는 경우도 몇 차례 있었다.
비록 잠깐이긴 했지만 누군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혼자만 마음 아파서 어쩔 줄 몰라 하기도 했고
또 다른 누군가로부터 거의 공개적이다시피 한, 적극적인 고백을 받고 사귀기도 했지만
사랑이라는 것이 언제나 그렇듯, 결국에는 마음의 상처를 입고 한동안 힘들어 하기도 했다.
예상치 않은 고백으로 만남이 이루어졌다가 급작스럽고 일방적인 헤어짐으로 망연한 경우도 있었다.
그가 누군가를 사귀고 있지 않은 나날도 있긴 했지만 누군가가 그의 곁에 있는 날이 더 많았다. | |
꽃이 피고 세상이 초록으로 가득했다가 가을이 오고 나뭇잎이 떨어지고 눈이 내리고, 그러기를 거듭해서 또 눈이 내리고 그랬다.
한편 그는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고 휴학을 하고 또 누군가를 만났다가 군인이 되고 휴가를 나오고 헤어지고 그러다가 제대했다.
군복무를 하는 동안 다른 동기들과 함께 면회도 오고 편지도 몇 차례 보내준 클래스메이트 여학생이 있었는데
고맙기는 했지만 그에게는 다른 동기들보다는 편하게 말 건넬 수 있는 여학생, 착하고 재미난 동생 정도일 뿐이었다.
특별한 감정이 생기거나 그러진 않았다. 예전에도 그랬고 그 당시도 여전히 그에게는 그랬다.
| 몇 해 전이었던가, 그 여학생이 자신을 이성으로 좋아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낀 적도 있었고
단짝처럼 함께 다니던 동기에게서 '쟤, 너 좋아하는 것 맞다니까! 넌 쟤 어때?' 하는 말을 듣기도 했다.
일과가 없는 주말 오후의 군부대에서 통화를 할 때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바깥 소식 중에는
그 여학생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가 항상 있었던 것 같다.
얘기를 전해주는 동기가 그 여학생과 친하니까 그랬을 거라고 당연한 듯 생각했는데, 아무튼 그랬다.
그런데도 그 여학생은 여전히 동생 같았다.
함께 면회도 와주고 했던, 친하게 지내는 또래의 다른 여학생과 똑같은 느낌은···, 분명 아닌 듯 했지만. |
何度も口の中 つぶやいてみた
かすかなイメージだけを 追い求めてた |
몇 번이나 입안 중얼거려 봤던
희미한 이미지만을 추구하고 있었다 |
막 제대한 참이라 제 딴에는 각오가 서있던 어느 날 그리고 일자리가 만만치 않다는 걸 느끼며 면접을 보러갔던 어느 날.
군에 있던 시절 콜렉트콜 통화를 늘 받아주던 동기에게 이런 얘기를 들었다.
「공부, 여자친구, 일해서 돈 버는 거··· 그거 각각 따로따로가 아냐, 하나를 손에 쥐기 위해 다른 하나를 미뤄두고, 그런 게 아냐」
하지만 지갑을 펼치면 '군필자'임을 굳이 증명해주는, 그저 기념품에 지나지 않는 전역증 한 장 뿐이었다.
금융위기니 뭐니 해서 세상이 어려워졌다고들 하는데 잘 모르긴 해도 일자리 잡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틀림없었고
돌이켜보면 변변한 자격증 하나도 제대로 갖춘 게 없었고 조만간 성취하겠다고 설정해둔 구체적인 목표 같은 것도 딱히 없었다.
그저 막연히 공부를 하긴 해야겠다는 생각, 그리고 무엇보다 돈을 빨리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 정도 뿐이었다.
여자친구도 사귀고 싶었지만 주머니 사정도 여의치 않은데 여자친구 사귀는 것은 좀 아니지 않나··· 싶었다.
그랬는데.
ⅳ : 그들은
그랬는데, 갑자기 정말 느닷없이, 시작되었다.
불꽃 일어난 것이 누구의 가슴인지 그 불꽃이 어떻게 옮겨 붙었는지를 따져보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남자는 이랬다.
알고 지낸 지 이미 몇 해나 되는 클래스메이트, 군인 시절에 면회를 와주고 편지를 보내주었던 그 여학생.
편안하고 착하고 재미나고 친동생 같기도 하던 그 여학생에게, 특별한 감정이 생겨났다.
여자는 이랬다.
한때 이성으로 느껴져서 좋아했던 적은 있지만 오래 전에 그런 감정이 다 사라졌다고 생각되었던 그.
그를 향한 특별한 감정이 사라졌다가 다시 살아난 것인지 아니면 그동안 꾹꾹 누르고 기다려온 것인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 문자메세지가 오가고 몇 차례 전화를 주고받고 단둘이 직접 만난 것은 두 번 정도, 그 뿐인데
그리고 그런 소통의 날짜를 꼽아봐도 고작 일주일 정도 밖에 안되는데
게다가 그 정도의 문자메세지, 통화, 만나서의 대화 정도는 이번이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던 것 같는데.
그런데 이번에는 무엇인가 느낌이 달랐다.
누가 먼저 문자를 보냈는지 어느 쪽이 먼저 전화했는지 어땠는지, 그런 것까지 꼽아보기 시작했고
문자메세지의 응답 속도에 짜증을 내기도 하고 한편 스스로는 가슴 졸이며 그 속도를 조절하기도 했다. |
중간고사, 집안 일, 공부, 일자리 알아보기··· 평소에 우선 순위로 두고 있던 것들이 뒤죽박죽되는 듯 했고
나머지 세상사에는 잠시 관심의 스위치가 꺼졌다. 아니, 세상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두 사람 다.
ⅴ : 사랑은
사랑의 시작은 그런 것이기도 하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그런 것들이 모호한 것이기도 하다.
그냥 넋을 잃는 것이다.
그렇게 넋을 잃게 되는데는 일주일이면 충분한 만큼 엉뚱한 것이기도 하다.
그것이 사랑이다.
サンダル履きの 足指に見とれた
小さな花さかせた あれは恋だった |
샌들 신은 발가락을 넋 잃고 봤었다
자그마한 꽃 피웠다 그것은 사랑이었다 |
|
● 仲良し 노랫말 살펴보기 |
스핏츠도 이렇게 노래하지 않는가.
샌들의 트인 앞코에 가지런히 드러난 발가락을 무심코 내려다보다가도 넋을 잃고
그 발가락이 살짝 꼬무락거리기라도 할라치면 그 순간 활짝 피어나는 꽃을 느낀다고.
사랑에 빠진다는 것, 그런 것이다.
ⅵ : 그래서 나는
아마 그들이 사랑이라는 감정의 과잉 상태에 급격히 빠져들던 그 일주일의 어느 날이었던 것 같다.
그들 사이에 있던 나는 약간의 시차를 두고 양쪽으로부터 재미있는 (놀랍게도 비슷하기도 한!) 문자메세지를 받았다.
여자는 나한테서 그를 「빌려가면 안될까···」라는 문자메세지를, 그럴듯하게 수줍음을 꾸민 듯한 뉘앙스를 담아 보냈고
남자는 나한테서 걔를「빼앗는 게 아니다ㅋ」는 문자메세지를, 폭소의 이모티콘을 앞뒤로 가득 섞어서 보냈다.
우리 세 사람끼리의 말장난을 빌려서 말하자면,
나는 '여자가 나한테서 그를 빌려가는 편'보다 '남자가 나한테서 걔를 빼앗아가는 편'이 더 좋았다.
굳이 고백하는 장면의 모양새를 따져볼 것도 없이, 남자가 여자에게 먼저 고백하는 것이 훨씬 멋진 장면이니까.
그래서 - 어떤 식으로든 이제 막 시작될 그들의 사랑이긴 하지만 - 내가 잠시만 살짝, 조심스럽게 끼어들기로 했다.
.
.
드디어 오늘, 남자가, 좋아한다고 사귀자고, 여자에게, 고백을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다행스럽게도(!) 여자가 빌려간 것이 아니라 남자가 빼앗아간 것이다. ^^ 그렇게 사랑이 시작되었다. ♡
ⅶ : 스핏츠 팬들을 위한 덧붙임
● 열기
運命の人
仲良し | 仲良し(Nakayoshi, 친구).
연주시간 2분 41초. (싱글 부클릿 표기는 2분 40초)
1997년 11월 27일 발매, 2000년 6월 28일 맥시 싱글 재발매.
17번째 싱글 運命の人(Unmei no Hito, 운명의 사람) 커플링 곡.
1998년 3월 25일 발매, 2002년 10월 16일 리마스터링 재발매.
8번째 정규 앨범 フェイクファー(Fake Fur, 페이크 퍼) 5번째 트랙.
쿠사노 마사무네(草野正宗) 작사 작곡.
스핏츠 & 타나야 유우이치(棚谷祐一) 편곡.
타나야 유우이치 어쿠스틱 피아노. |
フェイクファー |
앨범 수록곡은 먼저 발매된 싱글 수록곡과 같긴 하지만 기타 사운드의 채널을 좌우 반대로 배치했다고 한다.
1997년 발매의 싱글과 1998년 발매의 앨범에 수록된 仲良し(Nakayoshi, 친구)의 기타 사운드.
이어폰을 끼고 싱글과 앨범을 번갈아 들어보면 정말로 그 좌우가 반대로 되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00년과 2002년의 재발매 음반의 경우는, 음반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미확인)
혹시 레코딩 엔지니어 미야지마 테츠히로(宮島哲博)의 실수였던 것은 아닌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사실은 특별한 이유 없이 그저 단순히 '놀이' 삼아 그렇게 채널 좌우를 반대로 배치해본 것이라고 한다.
지금 이 글에 백업되는 것은 앨범에 수록된 곡인데 이어폰 좌우를 반대로 끼고 듣는다고 생각하면 싱글 음반과 똑같은 사운드다.
√ 仲良し 노랫말(우리말 번역)의 출처는 (c) spitzHAUS 입니다.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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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4/29 22:52 | 스핏츠/SINGLE | trackback (0) | reply (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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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얼 것 같아도 거품이 되더라도, 블루 凍りつきそうでも 泡にされようとも、ブルー |
インディゴ地平線 Indigo Chiheisen 인디고 지평선 |
ⅰ : 뭐야 이거 좀비잖아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처럼 아이맥스(IMAX)용 프린트로 상영되는 영화는 물론
대형 화면과 사운드를 즐길 만한 영화라면 저는 되도록 아이맥스관에서 관람하기를 즐기는 편인데요.
아이맥스관에서 다크 나이트를 보셨거나 아이맥스용 다크 나이트 예고편이라도 보신 적이 있다면
일반상영관에서의 그것과는 비교가 안되게 임팩트 넘치는 화면과 사운드를 기억하실 겁니다.
그런 느낌을 즐기기 위해서 저는 이삼천 원을 더 주고서라도 아이맥스관을 선호하는 것이지요.
2007년 겨울엔가 윌 스미스(Will Smith) 주연의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가 개봉되었을 때
제가 그 영화를 CGV용산 아이맥스관에서 관람하기로 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는데요.
폐허 또는 정글처럼 변해버린 도심 속에 야생동물들이 뛰어다니는 풍경이라든지
버려진 항공모함에서 골프를 치는 장면 등 기억에 남을 만한 인상적인 장면이 여럿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반부의 분위기와는 너무 동떨어지게 후반부에 집중된 액션 신이 주는 위화감,
해피 엔드로 급하게 몰아가는 결말의 어이없음 등이 제가 실망한 이유였는데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같이 본 친구에게 '뭐야, 이거? 좀비영화잖아?'라고 중얼거리게 되더군요. |
나는 전설이다 |
이 영화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그저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사이언스 픽션'이거니 대충 짐작했던 정도였지,
흡혈귀, 뱀파이어와 유사한 느낌의 좀비들과 일당백의 사투를 벌이는 호러 무비인 줄은 보기 전에는 생각치도 못했거든요.
사실 저는 호러라든지 좀비라든지 그런 쪽 장르는 그다지 즐기지 않는 편입니다.
영화 나는 전설이다가 제게 별로였던 것도 (읽어보진 않았지만, 원작 소설은 좋다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더군요)
'역시 좀비 영화는 별로야, 좀비 영화인 줄 알았다면 보러오지 않았을텐데' 같은 생각이 들어서였는지도 모릅니다.
스웨덴의 뱀파이어 영화 렛 미 인(Lat Den Ratte Komma In)은 지난 해 봤던 영화 중 제가 꼽는 베스트에 들어가고
칠백 페이지 가깝게 두꺼워도 브램 스토커(Bram Stoker)의 드라큘라(Dracula)는 주위에 일독을 권하고 싶은 소설이지만
영화나 책 광고의 한줄 카피에 흡혈귀, 뱀파이어, 공포, 호러, 하드고어, 스플래터, 슬래셔 그리고 좀비 등의 단어가 있으면
그런 영화나 소설은 '일단 다음에…' 하면서 뒤로 미루거나 또는 그렇게 미뤄두고는 잊고 지나가기 일쑤입니다.
ⅱ : 좀비 전쟁의 구술 기록
이런, 딴소리가 너무 길어졌습니다.
얼마 전에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면 엔간해서는 손에서 책을 놓기가 쉽지 않은 소설을 한 편 읽었습니다.
맥스 브룩스(Max Brooks)의 소설 세계대전 Z(World War Z: An Oral History of the Zombie War).
자칫했으면 앞서 얘기한 것처럼 '일단 다음에…' 정도로 뒤로 미뤄두고는 결국 잊고 지나갈 뻔 했던 소설인데요.
'세계대전' 어쩌구 하는 제목부터 (번역판 제목만 그런 줄 알았는데 원제까지도) 코웃음이 나왔는데,
게다가… '좀비'라니!
그래서 책 표지도 넘기지 않고 지나칠 뻔 했는데 부제에 있는 'Oral History'라는 표현에 눈길이 가더군요.
Oral History? 구술 기록? 역사적 증언?
전지구적으로 벌어진 좀비와의 전쟁이 거의 끝난 후 생존자와의 인터뷰 기록이라는 형식으로
인터뷰어의 질문과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있는 세계 각국의 인터뷰이들의 답변으로만 이루어진 이 소설은,
그 개체수가 수억으로까지 불어나서 땅과 바다는 물론 심지어 바다밑에도 우글거리는 좀비들과의 전쟁을 소재로 하는데
좀비 자체에 대한 생물학적 특성이나 좀비와의 전투 장면의 묘사보다는 그런 사태가 발생했을 때 인간이 대응하는 모습이나
인간이 의지하고 있던 문명과 문화를 송두리째 바꿔야 할 때 개인과 사회가 맞닥뜨려야 하는 상황 그리고 사회의 변모 등을
다양한 관점에서 마치 실제인 듯 묘사해서, 호러 소설이라기보다는 좀비를 내세운 대체역사 소설을 읽고난 기분이 듭니다.
좀비들이 창궐하는 세상이 되면 우리의 일상이 어떻게 변할 건지 여러 관점에서 보여주는 다방면의 지식도 상당한데
그것이 단순한 상상력의 결과로 그치지 않고 충분히 그럴싸해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작가의 재능이 놀라웠습니다.
또한 소설의 모든 상황이 '좀비'라는 비현실적 존재와의 전쟁을 기본 배경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좀비'스러운 상황과 자주 마주해야 하는 현실의 인간사, 세상사를 돌이켜 보게 하는 소설이라
호러 소설 또는 공포 문학 등과 같은 장르적 명칭에 묶어두기에는 상당히 아쉬운 소설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예를 들자면, 아래 인용한 대목도 그렇습니다.
작가가 호의적으로 묘사한 캐릭터는 아니지만 아무튼 그 캐릭터를 통해 '경제'에 대한 생각의 어느 한 갈래를 이렇게 드러내는데요.
굳이 좀비와의 전쟁이라는 비현실적 장치를 배경으로 하지 않아도 고개가 끄덕거려질 만한 '경제에 대한 어떤 관점'이 느껴집니다.
선생은 경제에 대해 좀 아시오? 내 말은 전쟁 전 알짜배기인 글로벌 자본주의에 대해 좀 아냐 말이오. 그 경제란 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시오? 난 그런 거 잘 모르고, 안다고 떠들어 대는 놈들은 모두 헛소리를 하는 거요. 경제에는 어떤 규칙도 없고, 과학적으로 절대적인 사실도 없소. 돈을 따는 것도 잃는 것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노름과 같은 거지. 그나마 납득이 갔던 유일한 규칙은 워튼 경영대학원의 경제학 교수가 아니라 역사학 교수에게서 배운 거요. 그 양반이 그러더군. '두려움.'
"두려움이야말로 지구상에서 가장 고가의 상품이다."
그 한 방에 나는 그냥 맛이 갔지.
"텔레비전을 켜 봐."
교수님이 그러셨소.
"뭐가 보이나? 사람들이 자기 물건을 팔아먹는 거? 아니야. 사람들은 제군들에게 자신의 상품이 없으면 살 수 없다는 두려움을 팔아먹고 있는 거야."
우라지게 정곡을 찌른 말씀이었소. 늙는 게 두렵고, 외로울까봐 두렵고, 가난해질까 두렵고, 실패할까봐 두려운 것. 두려움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감정이지. 두려움이 바로 핵심이라는 거요. 인간의 두려움만 건드리면 뭐든 팔아먹을 수 있다. 그게 내 영혼의 진언이었소.
"두려움을 자극하면 팔린다."
∼ 맥스 브룩스의 소설 세계대전 Z 중에서. |
세계대전 Z |
ⅲ : 두렵고 두렵고 두렵고 두려워
마음의 여유도 없이 사느라 소식이 서로 뜸했던 친구에게서 안부의 문자메세지가 오고,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던 문자메세지는 그날 밤 메신저의 대화창으로 이어졌습니다.
객쩍은 소리가 오가던 중, 지금 뭐하냐고 물으니 그는 아르바이트 사이트를 뒤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던 일을 접었다는 얘기를, 대화창에서의 '근황 토크' 중에 들은 적이 없는데,
이 무슨…, 생뚱맞은 소리지?
공연 쪽에 관계된 일을 하는 그는 지난 연말 이후 일거리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했고
현재 일정이 잡혀있는 것은 오월에 하나 정돈데 그것조차도 '돈 안되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 |
우리나라 남의 나라 할 것 없이 엔간한 나라들 모두 끝이 안보이는 위기 상황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금,
여기저기서 다들 감원이다 감봉이다 긴축이다 해서 하루 뒤를 알 수 없으니 당장 생존과 직결되는 비용이 아니면 다 줄이는 판에
없어도 먹고 사는데 별지장이 없는 '볼거리' 쪽의 일감이야 줄어들기는 제일 먼저고 다시 생기기는 맨 끝이 되기는 하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두세달 넘도록 일거리가 단 한 건도 없다니! 이 친구가 그 바닥에서 보낸 세월이 얼만데.
문득 맥스 브룩스의 소설 세계대전 Z, 앞서 인용했던 부분이 떠올랐습니다.
'사람들은 … 자신의 상품이 없으면 살 수 없다는 두려움을 팔아먹고 있는 거'라고 하면서
인간은 '늙는 게 두렵고, 외로울까봐 두렵고, 가난해질까 두렵고, 실패할까봐 두려'워 하기 때문에
'인간의 두려움만 건드리면 뭐든 팔아먹을 수 있다'고.
그렇다면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까지 바뀌어가는 동안 단 한 건의 일거리도 없는 제 친구의 경우는,
제 친구가 팔고 있는 상품이 없으면 살 수 없다는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모두 사라져버렸다는 얘기가 되는 것인지.
그러니까 금융 위기가 덮쳤던 지난 겨울을 지나오면서 우리는 변했다는 것이겠지요.
'먹거리'가 위협받는 마당에 '볼거리'와 같은 상품은 더이상 구매하기 않아도 두렵지 않게 되었다는.
다시 말하면 그런 문화 상품의 구매는 이제 사치스러운 소비로 또는 눈쌀 찌푸리게 하는 낭비로 치부될 수 있다는.
| 진부한 표현이 되겠지만 보고 듣고 읽고 하는 것들을 '마음의 양식'이라고 하던데
그러니까 '볼거리'나 '읽을거리' 같은 것은 마음의 생존에 꼭 필요한 '먹거리'라는 말인데,
몸이 원하는 '먹거리'만 필요하고 마음이 원하는 그것은 더이상 필요치 않다면
지금의 우리가 바로 그 '좀비'들과 다를 게 뭐 있겠냐…,
알고보니 우리가 다름아닌 바로 그 '좀비'들이잖냐…,
어쩌면 얼토당토않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쓴웃음을 짓게 되더군요.
메신저 대화창을 사이에 두고,
저도 그 친구처럼 「알바몬」이라는 이름의 그 사이트 여기저기를 클릭하면서 말입니다. |
ⅳ : 꽁꽁 얼 것 같아도 거품이 되더라도
공연이나 전시회는 고사하고, 책 한 권을 제대로 읽는 것도 왠지 마음을 다잡아야 가능할 듯한 요즈음.
새벽이 될 때까지 말똥말똥한 채 있다가 네 시가 지나면 문을 열고 엘리베이터 층을 표시하는 램프를 쳐다보는 날이 잦아졌습니다.
어차피 잠도 오지 않고 하니까, 차라리 그 시간이면 배달되는 조간신문을 기다렸다가 배달되자마자 그거나 펼쳐보기 위해서죠.
그렇게 괜한 고민으로 수면시간이 불규칙하게 되고 마음만 뒤숭숭한 요즈음, 새로운 느낌을 받은 노래가 있습니다.
스핏츠(スピッツ)의 일곱 번째 정규 앨범에 수록된 곡, インディゴ地平線(Indigo Chiheisen, 인디고 지평선).
한동안 잊고 지냈던 노래였는데, 얼마 전 오랜만에 다시 듣게 되었을 때 노랫말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들었는데요.
노랫말에는 신경쓰지 않고 그저 흥얼거리면서 들었을 때는 몰랐던 묘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위로해주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하려니… 그 만큼은 아니고, '처진 어깨를 툭 쳐주는 듯한 정도의 다독거림'이라고 하면 맞으려나?
아무튼.
● 스핏츠의 インディゴ地平線(Indigo Chiheisen, 인디고 지평선), 열기
インディゴ地平線
君と地平線まで 遠い記憶の場所へ
溜め息の後の インディゴ・ブルーの果て
つまずくふりして そっと背中に触れた
切ない心を かんで飲み込むにがみ
逆風に向かい 手を広げて
壊れてみよう 僕達は希望のクズだから
歪みを消された 病んだ地獄の街を
切れそうなロープで やっと逃げ出す夜明け
寂しく長ぃ道をそれて
時を止めよう 骨だけの翼 眠らせて
凍りつきそうでも 泡にされようとも
君に見せたいのさ あのブルー
君と地平線まで 遠い記憶の場所へ
溜め息の後の インディゴ・ブルーの果て
逆風に向かい 手を広げて
壊れてみよう 僕達は希望のクズだから
凍りつきそうでも 泡にされようとも
君に見せたいのさ あのブルー
少し苦しいのは 少し苦しいのは
なぜか嬉しいのは あのブルー | 인디고 지평선
너와 지평선까지 먼 기억의 장소로
한숨 쉰 후의 인디고 블루의 끝
발이 걸려 넘어질 뻔한 척하며 살짝 등에 닿았다
안타까운 마음을 깨물어 삼키는 씁쓸한 맛
역풍을 향해 손을 벌리고
부서져 보자 우리들은 희망의 부스러기니까
뒤틀림이 지워졌던 병든 지옥의 거리를
끊어질 듯한 로프로 간신히 도망치기 시작한 새벽
외롭고 긴 길을 벗어나서
시간을 멈추자 뼈 뿐인 날개 잠재우고
꽁꽁 얼 것 같아도 거품이 되더라도
너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지 저 블루
너와 지평선까지 먼 기억의 장소로
한숨 쉰 후의 인디고 블루의 끝
역풍을 향해 손을 벌리고
부서져 보자 우리들은 희망의 부스러기니까
꽁꽁 얼 것 같아도 거품이 되더라도
너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지 저 블루
조금 힘겨운 것은 조금 힘겨운 것은
왠지 고마운 것은 저 블루
● インディゴ地平線 노랫말 (ふりがな 표기) |
POCH-1605
1996-10-23
スピッツ
7th album
インディゴ地平線
track 03
インディゴ地平線 |
며칠 후 지하철 공덕역 출구에서 그 친구를 만나서는 마포 공덕시장에 들어가 고등어김치찜과 계란찜으로 점심을 같이 했습니다.
메신저로 얘기 나누던 그날 밤, 차라리 이렇게 일 없을 때 느긋하게 얼굴 한 번 보자고 하길래 말난 김에 바로 약속을 잡았던 거죠.
점심을 먹고난 후 우리는 청계천 초입에 있는 어느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는데
얼마 전 자살한 여배우 얘기라든지 우리네 살림살이와 무관한 얘기를 주고받을 즈음, 이제 슬슬 일어날 시간이구나 싶더군요.
그 친구는 '단기 알바' 일거리가 생길 것 같다면서 논현역 쪽에 있는 어느 회사에 가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금 본업인 일 말고도 가외로 웹사이트 제작에 재능을 가진 그에게 때마침 그 방면으로 단기간의 일감이 들어오나 봅니다.
바람까지 몹시 불어대는 꽃샘추위에 우리는 둘 다 어깨를 움츠린 채 지하철 광화문역으로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힘겨운 시절은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 언제쯤이면 끝이 날까요?
그리고 딱히 그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말하긴 힘들지만…, 스핏츠가 노래하는 그 '블루'는 언제 볼 수 있을까요?
우 리 들 은 희 망 의 부 스 러 기 . 간 신 히 도 망 치 기 시 작 한 새 벽 . 외 롭 고 긴 길 .
꽁 꽁 얼 것 같 아 도 거 품 이 되 더 라 도. 너 에 게 보 여 주 고 싶 은 것 . 저 블 루 .
조 금 힘 겨 운 것 은 저 블 루 . 왠 지 고 마 운 것 은 저 블 루 . 블 루 . 인 디 고 블 루 의 끝 .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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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4/03 01:05 | 스핏츠/ALBUM | trackback (0) | reply (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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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다가왔다 저 언덕길을 뛰어올라 다가왔다 君はやって来た あの坂道を 駆けのぼってやって来た |
旅の途中 Tabi no Tochuu 여행 도중 |
ⅰ : 첫 마주침에 대한 기억은 없어도
가볍게 읽을 만한 것으로 혹시 뭐 없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책꽂이에 가지런히 꽂힌 책들을 맨 윗칸에서부터 찬찬히 훑어 내려갔습니다.
권말에 있는 김화영의 저자 인터뷰를 빼고 나면, 삼백 쪽이 조금 못되는 분량의 산문집 한 권.
이거 적당한데, 싶어서 꺼내어 펴들었고 곧 소파에 기대어 편한 자세로 책장을 넘겼습니다.
내가 텔레비젼에서 '한눈에 반하기'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 나자, 가수 기 베아르(Guy Beart)가 나에게 편지를 보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인데도 만나면 금방 그를 알아볼 때, 운명적인 사랑이 생기는 것입니다. 노래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처음 듣는 노래인데 이미 아는 노래인 것만 같이 느껴질 때 큰 감동을 주는 것입니다."
∼ 미셸 투르니에(Michel Tournier)의 산문집 외면일기(Journal Extime)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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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일기 |
그런 노래?
저한테 스핏츠(スピッツ)의 노래 중에서 골라보라고 하면, 지금 당장 떠오르는 건 이 노래입니다.
CD를 사서 처음 들었을 때 그전까지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도 이미 아는 노래 같았고,
듣자마자 바로 ― 아…, 정말 좋다! ― 싶었던 노래, 旅の途中(Tabi no Tochuu, 여행 도중).
正気な言葉をポケットに入れて
진심인 말을 호주머니에 넣고
たまにはふり返る 旅の途中
가끔씩은 돌아다본다 여행 도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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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日月ロック |
노래는 잠깐만 생각해봐도 이 노래 말고도 여럿 떠오를 것 같은데, 사람의 경우는… 어떤가요?
| 한 번도 본 적 없던 사람인데 시야에 처음 들어온 그 순간, '이 사람이다!' 싶어 심장이 쿵쾅거린 적이 있나요?
그를 특정지어 소개받거나 한 것도 아니고 우연히 그와 마주쳤거나 또는 먼 발치에서 눈에 띄었을 뿐인데.
그렇게 시작된 '운명적인 사랑'을 해본 적이 있거나…, 혹시 지금 그런 사랑을 하고 있나요?
이성을 향한 '운명적인 사랑' 말고 다른 경우의 사람도 있겠지요.
학교나 직장에서 또는 늘 다니는 길목에서 처음 마주친 누군가에게서
조만간 그와 가까워질 것 같다는 느낌을 (특별한 이유도 없는데도) 강하게 받았던 적이 있나요?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처음 마주쳤던 그때 그 느낌 그대로 그 사람과 친해져서
지금은 그 사람이,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힘들 때 위안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선생님이,
따끔하지만 진심 어린 충고를 해주는 선배가, 또는 당장은 어설퍼도 미래가 기대되는 후배가 되어있나요?
그런 '운명적인 사랑'이, 또는 그렇게 시작되었기에 특별한 의미를 가진 친구, 선생님, 선후배가 있나요? |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인데도 만나면 금방 그를 알아볼 때, 운명적인 사랑이 생기는 것입니다.」
철없던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 돌이켜 봐도 그런 장면 떠오르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
저는 그렇게 첫 마주침부터 '운명적인 사랑'은 겪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이성을 향한 사랑 말고라도, 이 사람은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느낌을,
첫 마주침에서 바로 가져본 경우의 만남도 없는 듯 싶구요.
보통은 대부분 저처럼 그럴 거라고 생각듭니다.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그런 만남은 그리 흔치 않을테니까요.
미셸 투르니에의 책이 꽂혀있는 책꽂이의 주인인 「사랑하는, 나의, 오랜 친구」의 경우를 떠올려보면,
제가 그 친구를 처음 본 날이 언제인지 대충은 기억하지만, 그날 그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 전혀 생각나지 않습니다.
사실 그날이 언제인지 조차도 그 친구와는 무관하게 그 즈음의 다른 기억 덕분에 대충이나마 기억할 정도니까요.
하지만 그 친구를 이성으로 느끼기 시작한 어느 날의 이미지는 세월이 꽤 지났어도 머릿속에 또렷하게 그려집니다.
서로 통성명을 하고 말을 트고 지낸 것이 봄이었는데, 그 해 겨울 들어서려던 즈음의 어느 날,
서류 제출를 위해 복도에서 줄 서있었을 때 한 사람 건너 제 앞에 있던 그 친구의 뒷모습. 그의 긴 머리칼. 얼굴의 옆선 약간.
「사랑하는, 나의, 오랜 친구」와의 첫 마주침에 대한 기억은 없어도
그래서 그날 그 복도에서의 이미지가 마치 첫 마주침처럼 느껴지는 저에게, 그 친구는 '운명적인 사랑'이나 다름없습니다.
腕からませた 弱いぬくもりで
팔 휘감기게 했던 약한 따스함으로
冬が終わる気がした
겨울이 끝나는 느낌이 들었다 |
두 해 전엔가 제가 '절친'이라는 신조어를 언급하면서 썼던 글에서 얘기한 친구의 경우를 떠올려 보면,
그 녀석하고는 처음 한동안, 엘리베이터 같은 곳에서 마주쳐도 서로 눈인사만 주고받을 정도의 데면데면한 사이였습니다.
누군가가 굳이 나서서 소개해주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서로의 이름 정도는 일찌감치 알게 되는 환경이었는데
한편, 도리어 그런 환경 속에 있었던 바람에 어쩌다 시간이 흘러버리고 나면 자칫 친해질 기회가 사라질 수도 있었지요.
알게 된 세월로 꼽아보면 제게는 가장 최근의 친구에 속하는 그 친구와 지금처럼 이렇게 친하게 될 줄, 그 때는 짐작도 못했습니다.
합정역에서 지하철을 환승해서 한강을 건너가던 그 당시 제 귀갓길에서의 어느 이미지 하나가 제 기억 속에 있습니다.
합정역 지나 지상 구간으로 올라온 전차의 차창 너머가 환해져서 문득 눈길을 돌릴 때, 가끔 눈에 띄던 그 녀석.
전차의 출입문 근처에 기대서서 차창 밖의 한강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그 친구의 옆모습. 말갛게 느껴지던 무표정.
'절친' 즉, 「더할 나위 없이 아주 친한 친구」인 그 친구와의 첫 마주침에 대한 기억은 없어도
그래서 그날 전철 안에서의 이미지가 마치 첫 마주침처럼 느껴지는 저에게, 그 친구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 친구입니다.
ⅱ : 스핏츠 팬들을 위한 덧붙임
스핏츠의 노랫말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대목이 둘 있는데요.
그 중 하나는 プール(Pool, 풀)의 첫 대목이구요.
君に会えた 夏蜘蛛になった 널 만날 수 있었다 여름거미가 되었다 |
또 하나는 바로 이 노래, 旅の途中(Tabi no Tochuu, 여행 도중)의 첫 대목입니다.
君はやって来た あの坂道を 너는 다가왔다 저 언덕길을 |
각각의 노랫말 전체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야 어떻든
저는 이 두 노랫말의 맨처음 한 줄 만으로도 괜히 가슴이 두근거려집니다.
プール(Pool, 풀)의 그 대목에서는 '내가 너에게 다가가는 기쁨'을,
旅の途中(Tabi no Tochuu, 여행 도중)의 그 대목에서는 '네가 나에게 다가오는 기쁨'을,
강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지요. |
名前をつけてやる
放浪隼純情双六 Live 2000-2003 |
대중 음악의 형식을 주부, 후렴부 등의 배치를 두고 살펴보면 보통 'A A B A'의 형식일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경우 곡 중간의 간주 부분은, 후렴부에 해당하는 'B' 다음에 'A'의 멜로디로,
또는 보컬 파트까지 포함해서 'A A B A'를 한 번 마치고 다시 'A'의 멜로디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A A B A'의 형식인 이 노래, 旅の途中(Tabi no Tochuu, 여행 도중) 역시 그렇습니다.
전주가 나온 다음 보컬이 포함된 'A A B A'가 연주되고 'A'에 해당하는 간주, 다시 보컬이 함께 하는 'B A' 그리고 마지막 후주.
이렇게 진행되는 이 노래, 보컬이 잠시 쉬어가는 간주 부분에서 여느 노래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 나는데요.
대부분의 노래는 이 간주 부분에서 주로 기타 파트가 주된 역할을 합니다. 기본적인 포맷의 록밴드의 경우는 거의 다 그렇지요.
피아노 등 건반 악기가 전면에 나서는 경우도 제법 있는데, 아무튼 간주 부분에서는 멜로디 악기가 주된 역할을 하는 거죠.
하지만 旅の途中(Tabi no Tochuu, 여행 도중)의 간주에서는 특정 멜로디 악기가 전면에 나선다는 느낌이 없습니다.
아르페지오 연주의 기타라든지 멜로디 악기들의 연주가 보컬 파트가 나오는 부분에서의 백업 연주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데
그 바람에 간주가 마치 전주 부분처럼 느껴지면서 그냥 지나치기 쉽고 도리어 리듬 악기인 베이스 연주가 돋보입니다.
君はやって来た あの坂道を
너는 다가왔다 저 언덕길을
駆けのぼってやって来た
뛰어올라 다가왔다 |
네가 나에게 다가오는 기쁨.
그 두근거림.
간주의 후반, 그 몇 초 되지 않은 짧은 순간.
하이 프렛으로 짚어 올라가는 베이시스트 타무라 아키히로(田村明浩)의 연주.
마치 우리를 향해 빙긋 웃으며 눈짓으로 이런 말을 해주는 듯한 베이스.
'두근거림, 그것은 이를테면 이런 것이지?'라고. | |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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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3/19 23:52 | 스핏츠/ALBUM | trackback (0) | reply (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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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이는 아지랑이의 저편으로부터 네가 손을 뻗는다면 ゆらめく陽炎の 向こうから 君が手を伸ばしたら |
ⅰ : 고맙습니다
지난 해 십이월, 오랜만에 스핏츠(スピッツ) 팬 카페의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저는 온라인으로도 활동이 부실한 회원이고 오프라인 모임도 (마음과 달리) 참석이 뜸한 편인데
그날은 한해를 마감하는 송년 모임이라서 제 딴에는 '이번 만큼은 꼭'이라는 마음으로 참석했지요.
그런데 그날 그 모임에서 저는 어느 참석 회원으로부터 뜻밖의 선물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양방언, 일본에서는 료 쿠니히코(梁邦彦)라고 불리는 피아니스트의 싱글,
スカーレット(Scarlet, 스칼렛)이 그것입니다.
스핏츠의 쿠사노 마사무네(草野正宗)가 만든 곡을 뉴에이지 풍으로 연주한 피아노 곡인데
Riverside Version, Snowflake Version 이라는 두 가지 버전으로 들을 수 있고
그리고 또 다른 곡 하나를 포함해서, 모두 세 곡이 수록된 싱글이더군요.
스핏츠 관련 컬렉션이기도 한 그 싱글은 요즘은 구하기 거의 힘든 '레어(!)'아이템이기에
선물 포장을 벗기는 제 손은 오랜만에 소위 '득템'의 촉감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더구나 저는 그날 이전까지 그 분을 뵌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처음 얼굴을 대하는 저에게 그런 귀한 선물을 주신 그 분에 대한 고마움이 더욱 특별했습니다. |
梁邦彦
スカーレット |
해와 달·나무와 장욱진 | 그리고 2008년의 마지막 날, 뜻밖의 선물을 받는 기쁨을 한 번 더 누렸습니다.
우편으로 받은 그것은 절판되어 쉽게 구할 수 없는 장욱진의 화집, 해와 달·나무와 장욱진이었는데요.
앞서의 싱글CD가 그랬듯이 이 화집 역시 제가 받을 만한 '특별한' 이유나 자격은 없다고 생각들었기에,
게다가 굳이 우편으로 보내주시는 수고까지 끼쳐드린 것 같아 고마움은 물론 죄송한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장욱진 화백의 화집을 선물한 그 분은 표지 안쪽에 '왠지…' 라는 표현이 포함된 문구를 남겨주셨더군요.
왠지…. 왜 그런지 모르게…. 뚜렷한 이유도 없이 그냥….
그러고 싶어서 누군가에게 '선물'을 보내신 그 분의 마음 씀씀이를 떠올리면
그저 받기만 했던 제 마음보가 염치없이 느껴져 스스로 부끄러워지기까지 하네요. |
피아노로 듣는 スカーレット(Scarlet, 스칼렛).
어쩌다 일본에 갈 기회가 있을 때면 중고음반 매장에 들려서 이 음반을 찾아본 적이 여러 차례였어요.
하지만 싱글도 이른바 '맥시싱글'이라는 형태로 바뀐 지 오래라서
이 싱글과 같은 '8센티미터 싱글'은 매장의 구석으로 밀려나서 뒤져보기도 만만찮아졌지요.
그러다 결국 구하기를 포기한 지도 꽤나 오래되었는데
○○○님 덕분에 이제 CDP에 로딩시켜서 좋은 음질로, 제대로 감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게 귀한 선물을 건네주신 ○○○님. 고맙습니다. | |
장욱진
가로수 | 자화상 (종이에 유채. 14.8×10.8cm. 1951).
가로수 (캔버스에 유채. 30.0×40.0cm. 1978).
밤과 노인 (캔버스에 유채. 41.5×29.0cm. 1990).
… 마음을 맑게 만들어주는 여러 그림들.
장욱진 화백이 남긴 작품들은 작은 치수의 작품들이 많다고 하던데, 그 덕분에
저는 화집의 도판으로 즐겨도 마치 원본을 즐기는 듯한 느낌이라, 참 좋습니다.
일반 서점에는 없을테고 아마 갤러리 쪽에 문의를 한다든지, 구하느라 무척 애쓰셨을 것 같아요.
제게 귀한 선물을 보내주신 ○○님. 고맙습니다. |
ⅱ : 스핏츠 팬들을 위한 덧붙임
대중적으로 알려지기로 하면 한국에서는 스핏츠와 양방언 중에서 누가 더 윗길인지 모르겠지만
일본에서의 인지도로 따져보면 료 쿠니히코 보다는 스핏츠가 분명히 더 높다는 점,
그리고 쿠사노 마사무네가 만든 곡이고 스핏츠의 히트 넘버 중 하나라는 점 등으로 미루어 짐작하면
료 쿠니히코의 スカーレット(Scarlet, 스칼렛) 피아노 연주곡은
스핏츠의 '오리지날' 곡이 히트한 이후에 나온 '인스트루멘탈 리메이크'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그런 짐작과는 달리, 료 쿠니히코의 スカーレット 싱글은 스핏츠 히트곡의 리메이크가 아닙니다.
료 쿠니히코의 スカーレット 싱글과 스핏츠의 スカーレット 싱글,
둘 다 같은 날인 1997년 1월29일에 발매되었으니 굳이 따지자면 둘 다 '오리지날'인 셈이지요.
각각의 싱글 자켓을 힐끗 보기만 해도 색조만 다를 뿐,
같은 컨셉트의 디자인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누가 봐도 한눈에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다만 곡 제목인 '스칼렛(scarlet)'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뜻 중에서
'주홍색/진홍색'이라는 의미를 염두에 두고 본다면
스핏츠의 싱글 자켓에 눈길이 먼저 가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요.
(료 쿠니히코 또는 양방언의 팬들에게는 죄송하지만, 후훗!) |
スピッツ
スカーレット |
이 글에 백업되는 곡은 선물받은 싱글의 첫번째 곡인 スカーレット(Scarlet, 스칼렛), Riverside Version 입니다.
찬 바람이 가끔 불긴 해도 삼월 들어선지 일주일이나 됐으니 '스노우플레이크' 보다는 아무래도 '리버사이드' 쪽으로 손이 나가네요.
혹시 료 쿠니히코의 건반 연주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메인 멜로디를 들려주는 플루트 음률에 귀를 기울이는 분이 계시나요?
스튜디오 뮤지션인 플루트 연주자 소마 미츠루(相馬充)라는, 마음씨 넉넉한 할아버지 같이 생긴 분이더군요.
부클릿에 영문으로 표기되어있는 이 뮤지션 이름의 한자 표기가 어떻게 되는지 한참 헤매는 통에, 여기까지만.
● 스핏츠의 スカーレット Album Mix 이야기가 있는, 또다른 myspitz story .. 바로가기
+
글 제목은 마사무네가 쓴 スカーレット(Scarlet, 스칼렛) 노랫말 중에서 한 부분을 골랐는데…, 특별한 의미는 없습니다. ^^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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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3/06 23:21 | 스핏츠/OTHERS | trackback (0) | reply (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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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하면 틀림없이 된다 黙ってやれば確かにできる |
ⅰ : 요즘 즐겨 듣는 노래
최근에 어느 포털 싸이트의 모 카페에 가입한 적이 있습니다.
근데 가입은 했어도 저같은 신입회원은 등급이 워낙 낮아 최소한의 둘러보기조차 안되는 통에
부랴부랴 관리자에게 회원 등급의 레벨 업을 요청하는 글을 해당 게시판에 남기게 되었는데요.
그 요청 문건의 양식에 '좋아하는 노래가 무엇인지'를 쓰는 항목이 있더군요.
잠깐 생각하다가, 스핏츠(スピッツ)의 노래 夕焼け(Yuuyake, 저녁놀)를 좋아한다고 썼습니다.
'요즘 어떤 노래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제가 받는다면
(이 곳을 자주 방문하시는 분은 아마 그리 어렵지 않게 짐작하시겠지만)
'그 질문을 받을 당시의 [myspitz story]에서 최신 글로 등록된 글에 언급된 노래',
그게 저의 대답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을 듯 싶은데요.
그 카페에서 요청의 글을 남길 때, 그 당시 이 곳의 최신 글을 백업한 노래가 그 노래였습니다. |
NAVER CAFE |
그런데 만약에 그런 질문을 요즈음 받는다면 대답으로 그 노래가 아니라 바로 이 노래를 언급할 것 같습니다.
얼마 전부터 저는 春の歌(Haru no Uta, 봄의 노래)를 자주 듣고 있습니다.
이 노래 역시 스핏츠 노래이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제가 매일 스핏츠 노래만(!) 듣는 것은 아닙니다.
이를테면 바비 킴의 It's Alright, It's Allgood (Feat. 윤미래)와 Maybe도 요즘 자주 듣는 노래 중의 하나입니다. 아무튼.
春の歌 愛と希望より前に響く
聞こえるか? 遠い空に映る君にも
봄의 노래 사랑과 희망보다 먼저 울려 퍼진다
들리니? 먼 하늘에 비치는 너에게도 |
ⅱ : 닥치고 하면 너는 틀림없이 된다
지난 1월 17일 점심 즈음, 토쿄(東京) 외곽 사이타마(埼玉)현의 사이타마신토신(さいたま新都心)역.
개찰구 앞 커피숍 도토루(ドトール)에 홀로 앉아서 두서없이 이런저런 상념에 빠졌습니다.
그렇게 제 머릿속을 오가던 상념들.
그 중 하나를 꼽자면 이런 것.
그 주말부터 본격적으로 줄지어 있던 대학 편입학 시험을 치러야 했던 친구들.
그 시즌을 자조적인 말투로 '죽음의 레이스'라고 부르던 그 친구들의 결과 또는 성과는 어떨지.
스핏츠의 첫 아레나 공연, 2009 さざなみOTR カスタム(2009 잔물결 OTR 커스텀).
저녁 6시가 되면 공연이 시작될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가 창 너머로 보이는 커피숍에서‥, 그랬습니다. |
さざなみOTR カスタム |
| 다시 서울. 설날 연휴. 일월의 마지막 주.
잇달아 치러지던 그들의 시험은 설날 연휴에 잠깐 멈추었다가 연휴가 끝나자마자 다시 시작되었는데
'막판 스퍼트'가 절실하던 그 때, 이차 전공면접를 치르고 나오는 그들을 잠시 만났습니다.
면접이라는 것이 흔히 그렇듯, 예상치 못한 질문에 허둥대기도 했다고 낙심한 표정을 짓더군요.
‥ ‥
영어시험이든 전공면접이든, 잘 치렀든 아니든, 매일같이 치러지던 시험들은 아무튼 그렇게 끝났답니다. |
重い足でぬかるむ道を来た トゲのある藪をかき分けてきた
食べられそうな全てを食べた
무거운 발걸음으로 질퍽거리는 길을 왔다 가시덤불을 헤치고 왔다
먹을 수 있을 듯한 것은 모두 먹었다 |
| 그리고 드디어 대학별로 드문드문 또는 한꺼번에 합격자 발표가 있던 이월 초순.
당사자인 그 친구들은 당연히 말그대로 '매일 피를 말리는 나날'을 보냈을텐데
발표가 시작되기 직전 하루이틀은 괜스레 저까지도 불안해지고 입 안이 마르는 듯했습니다.
실은 대학 편입학 시험을 치른 그 친구들 중 한 명의 경우,
「닥치고 하면 너는 틀림없이 된다」고 제가 그 친구에게 격하게 권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서
만에 하나라도 혹시 기대한 만큼의 좋은 결과가 나오지 못한다면
제가 그 친구의 형편과 사정을 알지도 못하면서 그저 '부추기기만 한 꼴'이 될까봐 두려웠나 봅니다. |
ⅲ : 너는 이렇게 달라졌다
학창 시절에는 대학생이 된다든지 학년이 올라간다든지 해서 뭔가 달라지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은데
사회인이 된 다음에는 해를 거듭해서 넘겨도 '나는 이렇게 달라졌다'고 자신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세상이라는 것이 '대문 나서면 어디든 지옥, 눈뜨면 배신의 연속'으로 다가오는 사회생활 속에서
이리 부대끼고 저리 치이다 보니 그저 하루하루 넘기는 것조차 숨이 차서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실천이나 의지는 고사하고 도리어 매일 다운그레이드되는 듯 해서 더욱 그렇겠지요.
ukulele | 사회생활을 한 지도 이제 제법 되는, 또 다른 친구가 제게 이런 이야기를 한두 번 했던 적이 있습니다.
나이는 자꾸 먹어가는데 몇 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다지 달라진 게 없다고.
달라졌다고 해봐야 그것은 직위 같은 겉모습 정도일 뿐 속은 그대로인 것 같다고 말하는 듯 했는데요.
「이렇게 달라졌다」라고 하는 것은 어쩌면 본인보다는 주위에서 더 쉽게 느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하와이에 출장을 다녀와서는 제게 선물이라며 우쿨렐레(ukulele)를 쓱 내밀던 그 친구가
몇 년 전과 비교해볼 때 꽤 많이 달라졌다는 느낌을 주위 사람들에게 주거든요. 제가 보기에는요.
그래서 그런지 예전에 비해 여유있어 보여서도 좋구요. 그 친구 스스로는 그렇지 않다고 해도 말이죠. |
물론 그 친구가 어느 때 할 것 없이 마냥 좋아보이고 그랬던 것만은 아닙니다.
기대와 각오를 가지고 그가 추진하던 일이, 어떻게 보면 '추진한다는 이야기로만 벌써 몇 년째인지' 싶기도 해서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저로서는 저렇게 시간만 흘러가고 혹시 흐지부지되면 또 얼마나 상처가 클까 하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그의 차분한 목소리가 주는 안도감이나 듬직한 몸집이 주는 신뢰감과는 다르게 내심 그렇게 조마조마한 심정도 때론 생겼다는 거죠.
ⅳ : 소리치고 싶은데도 애써 미소 지었다
며칠 전, 앞서 얘기한 친구가 평소와 달리 달뜬 목소리로 제게 전화를 했습니다.
「닥치고 하면 너는 틀림없이 된다」고 제가 여러 차례 다그쳤다던 그 친구가 말입니다.
― 나, 합격했어!
같은 날, 메신저에서 만난 또 다른 친구에게서도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우쿨렐레'의 그 친구는 '드디어 19일에 오픈하니까 그날 꼭 놀러오라'고 하더군요.
해를 거듭 넘겨가며 진행해왔던 그의 아웃도어레포츠 프로젝트가 드디어 결실을 맺은 겁니다. | |
'닥치고 하면'의 그 친구는 시험 시즌이 임박했던 지난 일월, 몸살감기을 심하게 앓으면서 눈물을 흘렸던 적이 있었는데
온몸이 쑤시고 떨리고 이러다가 앉은 채로 정신을 잃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눈물은 그 고통 때문이 아니라,
일 년 가까이 준비해왔는데 막판에 한 번의 몸살감기로 어이없이 무너질까봐 그게 너무 분해서 눈물이 나왔다고 하더군요.
「닥치고 하면 너는 틀림없이 된다」는 다그침을 「닥치고 하면 나도 틀림없이 된다」는 자신감으로 자기최면을 걸면서
'막판 스퍼트'에 젖 먹은 힘까지 다 내던 때였으니, 그 분을 삭이지 못해 쏟아지던 눈물은 또 얼마나 서러웠을지‥.
平気な顔でかなり無理してたこと 叫びたいのに懸命に微笑んだこと
朝の光にさらされていく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꽤나 무리하고 있었던 것 소리치고 싶은데도 애써 미소 지었던 것
아침 햇빛을 맞으며 간다 |
창작의 성취감, 창작물이 주는 감동, 하면 보통은 문학, 미술, 음악 등의 예술적 창작물을 떠올리는 것이 보통이겠지요.
물론 보통은 그렇겠지만, 저는 '우쿨렐레'의 그 친구도 그런 느낌과 거의 다를 바 없는 성취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이룬 결실이 예술적 창작물은 아니라서 비록 불특정 다수의 타인들과 그 감동을 쉽게 나누기는 어렵겠지만,
당사자 본인이 느끼는 성취감, 그것 하나 만을 두고 보자면
그것은 두툼한 두께의 장편소설, 200호 정도 크기의 그림, 제대로 된 한 장의 음악CD를 만들어냈을 때와 다를 바가 없지 않을까요?
春の歌 愛も希望もつくりはじめる
遮るな 何処までも続くこの道を
봄의 노래 사랑도 희망도 만들기 시작한다
가로막지마 끝없이 이어지는 이 길을 |
ⅴ : 마음은 벌써부터 봄
며칠 전까지는 낮에는 따뜻해서 '입춘 지났으니 이제는 봄'이란 생각을 들게 하더니
마치 여름 장마비같던 굵은 빗줄기의 비가 내리고 나자 다시 추워졌습니다.
하지만 잠깐 춥다해도 마음은 벌써부터 봄입니다, 봄 봄.
그래서 더욱 스핏츠의 春の歌(Haru no Uta, 봄의 노래)입니다.
사 년 전 スーベニア(Sourvenir, 기념품) 앨범이 발매되었을 때부터 좋아하게 된 노래이긴 하지만
지금 이 계절에 듣는 만큼 이렇게 가슴에 확 다가오는 노래가 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닥치고 하면'의 그 친구 그리고 '우쿨렐레'의 그 친구.
그 친구들은 둘 다 이제 각자의 청춘, 그 어느 지점에서 맞이한 새로운 전환점에 서있습니다.
그것은 주먹 불끈 쥐고 신발끈을 조여 매는, 다시 부여받은 기회의 출발선이라 말할 수도 있지요. |
スピッツ
スーベニア
2005-01-12 |
長いトンネルをくぐり抜けた時 見慣れない色に包まれていった
実はまだ始まったとこだった
긴 터널을 빠져나갔을 때 낯선 빛깔에 둘러싸여 갔다
사실은 겨우 시작되었던 참이었다 |
'닥치고 하면'의 그 친구와 '우쿨렐레'의 그 친구, 두 사람의 소식에 제가 기뻐할 때 마침 자주 듣던 노래여서 그런지 몰라도
春の歌(Haru no Uta, 봄의 노래), 이 노래의 노랫말이 마치 그들의 이야기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저에게만 그런 것이겠지만요.
그래서 아마 앞으로 저에게는 이 노래가 「그 친구들의 의지, 성취 그리고 자신감」 등을 자연스럽게 추억하는 노래가 될 것 같습니다.
ⅵ : 낮달을 바라보며 나는
정월 대보름을 하루 앞둔, 이월의 두번째 일요일 오후.
자전거를 타러 나가기에는 꽤 늦어버린 오후였지만 문득 마음 먹은 김에 오랜만에 페달을 밟았습니다.
중랑천으로 접어들면서 하늘을 보니 동그란 낮달이 이미 떠있었습니다.
그 친구에게 「닥치고 하면 너는 틀림없이 된다」고 다그치기만 했지, 정작 저 자신은 어떤가 싶더군요.
몇 년을 두고도 고작 이삼 킬로그램 정도의 체중 감량도 해내지 못했으니
결국 '닥치고' 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저 자신인 셈이지요. 그래서 쓴웃음, 씨익. | |
군자교였나 중랑교였나 아무튼 다리를 몇 개 지나치며 한참을 달리다가 약간 맵고 싸한 냄새에 갑자기 허기를 느꼈습니다.
알고보니 대보름을 앞두고 천변의 마른풀을 태우는 냄새였습니다. 이런‥, 그런 냄새에까지 허기를 느끼면서 다이어트라니. 쯧.
ⅶ : 그리고
오늘 지하철역에서 도보 십 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병원에 병문안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고작 십 분 정도 걷는데도 바람도 은근히 불어서 그런지 꽤 춥더군요.
이 꽃샘추위가 며칠 계속되는 건 아닌지 조금 걱정됩니다.
'우쿨렐레'의 그 친구, 오픈 행사는 분명 '아웃도어'에서 치러질텐데‥,
그 전에 날씨가 확 풀려서 그 날은 정말 봄날처럼 따뜻하면 좋겠습니다.
'닥치고 하면'의 그 친구는 첫 합격 이후에도 합격 소식이 계속 이어지더니
무려 여섯 군데 대학의 최초합격자 명단에 이름이 올랐습니다.
이제는 제가 「닥치고 다이어트!」, 「문제는 의지박약!」이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것 아닌지.
삼월부터는 지하철 이호선 노선에 위치한 어느 명문대학교에 다닐 그 친구에게 말입니다. ^^ | |
ⅷ : 스핏츠 팬들을 위한 덧붙임
● 하나 둘 셋 넷, 열기
+ 1
일본어 초급 수준을 벗어난 사람이라면 아시는 내용이긴 합니다만,
일본어에서 '가다'라는 뜻의 동사(動詞)인 '行く'는 일반적으로 'いく(iku)'라고 발음하는데요.
하지만 '更け行く(fukeyuku, 밤이 깊어가다)'와 같은 문장어(文章語)적인 단어라든지
시(詩) 또는 노랫말 같은 운문에서는 '行く'를 'ゆく(yuku)'라고 발음합니다.
불쑥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이 노래에도 이런 표현이 있는 구절이 몇 군데 나오는데
보컬리스트 쿠사노 마사무네(草野マサムネ)가 'ゆく(yuku)'라고 노래하는 부분이
앨범과 싱글의 부클릿에 나와있는 노랫말에는 'いく(iku)'로 인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즉, 마사무네는 '朝の光にさらされていく'로 표기된 노랫말을 '朝の光にさらされてゆく'로,
'歩いていくよ サルのままで孤り'로 표기된 노랫말을 '歩いてゆくよ サルのままで孤り'로,
'幻じゃなく 歩いていく'로 표기된 노랫말을 '幻じゃなく 歩いてゆく'로 노래합니다.
● 春の歌 노랫말 살펴보기 |
竜馬がゆく |
ソラトビデオ 4 | + 2
春の歌(Haru no Uta, 봄의 노래)가 수록된 음반은 다음과 같습니다.
2005년 1월 12일 발매 앨범
スーベニア(Sourvenir, 기념품).
2005년 4월 20일 발매 싱글
春の歌 / テクテク (Haru no Uta / Tekuteku, 봄의 노래 / 터벅터벅).
2005년 8월 3일 발매 DVD
ソラトビデオ 4(Sora to Video, 하늘과 비디오).
2006년 3월 25일 발매 앨범
CYCLE HIT 1997-2005. |
春の歌 / テクテク
CYCLE HIT 1997-2005 |
+ 3
앞서 스핏츠의 첫 아레나 공연, 2009 さざなみOTR カスタム(2009 잔물결 OTR 커스텀) 얘기를 잠깐 했었는데요.
제가 봤던 2009년 1월 17일의 공연에서는 아쉽게도 이 노래, 春の歌(Haru no Uta, 봄의 노래)가 연주되지는 않았습니다.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さいたまスーパーアリーナ) 공연 두번째 날인 1월 18일 공연의 앵콜곡으로,
오사카성 홀(大阪城ホール) 공연에서도 두번째 날인 1월 25일의 앵콜곡으로 이 노래가 연주되었다고 합니다.
+ 4
이 노래는 인트로부터 곡 전반에 걸쳐 기타 스트로크 사운드가 인상적인 곡인데
마사무네의 어쿠스틱 기타와 미와 테츠야(三輪テツヤ)의 일렉트릭 기타가 함께 어우러지는 기타 스트로크 중에서
두번째 후렴부가 끝난 다음의 브릿지,
특히 '歩いていくよ サルのままで孤り'에서 '幻じゃなく 歩いていく'로 넘어가는 부분에서
마이너 코드의 리듬 스트로크가 뭐랄까‥, 제게는 비장하게(!) 느껴질 만큼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歩いていくよ サルのままで孤り
幻じゃなく 歩いていく
걸어서 갈 거야 원숭이인 채로 혼자
환상이 아니라 걸어서 갈 거다 |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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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2/15 22:38 | 스핏츠/SINGLE | trackback (0) | reply (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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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하게 말할 수 없는 느낌, 나도 위로받고 싶은 거다 ハッキリ言えない感じ、僕も慰められたいのだ |
ⅰ
― 지금 바쁜 거, 아니지? 프린트할 거 있는데. 나중에 그 쪽으로 갈게.
마침 프린트할 게 있으니 그 김에 한 번 보자고,
때로는 문자메세지로 때로는 전화로 말은 그렇게 하지만 사실 그것은 그냥 내세우는 말일 뿐,
그는 그런 식으로 잠시 짬을 내어서 나를 만난다. 지난 해 내내 그랬다.
얼마 전에 만났을 때도 그랬다.
인터넷으로 접수한 몇몇 대학에 우편으로 보낼 편입학 관련 서류를 출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고보니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시험만 연거푸 치르고 나면 그의 오랜 '심해잠수'도 끝나겠군.
그에게 필요한 프린트를 끝내고 내가 하던 일도 대충 접고 그와 함께 저녁 먹으러 가던 길.
그는 생뚱맞게 내게 이런 말을 했다.
― 서류 한 번 내봐. 편입해서 같이 다니자. 흐핫! | |
학사 편입이라 해도 경쟁률이 두 자리나 되는 편입을 두고 식전의 애피타이저 메뉴 골라보라는 듯 쉽게 말하는 것도 웃겼는데
그 생뚱맞은 말에, 너랑 같이 다닌다 해도 공부는 이제 못하겠고 록밴드나 결성하고 싶다고, 나도 덩달아 추임새를 넣는 바람에
얘기는 급진전, 나 뿐만 아니라 그 친구까지 가상의 밴드 포지션이 정해지는 등, 그렇게 둘이서 한참을 낄낄거렸다.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하거나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는 것의 허용 범위를 아무리 느슨하고 너르게 잡아본다 해도‥,
'한 번 더 대학생'이나 '록밴드 결성'은 나한테 얼토당토않은 소리다.
설령 그는 진심이라고 해도 나는 그저 웃자고 하는 소리고 기껏해야 잠깐의 백일몽이다. 하지만.
실제로 록밴드를 결성할 일은 절대로 없을 거라고 해도, 당치도 않은 나에게 함께 밴드를 하자고 말하는 그가 있어, 즐거웠다.
ⅱ
「떨어져 있는데도 이어져 있는 듯한 느낌」의 친구. 며칠 전 그가 보고 싶어졌다. 몹시.
오백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친구가 '몹시' 보고 싶어지면 어쩔 수 없다. 전화라도 걸어야 한다.
무언가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할 때, 까닭 없이 친구를 만나고 싶어진다. 변치 않는 친구. 언제 만난다 해도 어제 만났던 것 같은 얼굴로 만날 수 있는 친구. 항상 내가 먼저 연락을 하지만 그것도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는 친구. 나는 구마이 노조무(熊井望)에게 전화를 건다.
∼ 이토야마 아키코(絲山秋子)의 소설 더티 워크(ダーティ・ワーク) 중에서. |
하지만 신호음만 오랫동안 계속되었고 그와는 연결되지 못했다. 두어 시간 뒤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 미안. 초상집에 와있는데 소란스러워서 진동을 못느꼈다.
왜 전화했었냐고 그가 나에게 묻지는 않았지만 아무 말 하지 않으면 왠지 궁금해 할 듯 싶어서
'특별한 일은 없고 그냥 한 번 걸어봤다'고 얘기했더니 그는 웃으며 경상도 억양으로 이렇게 말했다.
― 다음에도, 그냥, 자주, 전화해라. 응? ^^ |
ダーティ・ワーク |
오백 킬로미터쯤 떨어져 있는 그가 나를 향해 환하게 웃고 있는 것이, 휴대폰 너머로 느껴져서, ‥ 콧등이 잠깐 시큰거렸다.
ⅲ
빅뱅의 하루하루 그리고 태양의 나만 바라봐, 이 두 곡은 요즘 내가 자주 듣는 노래다.
「사랑하는, 나의, 오랜 친구」가 멜론에서 320Kbps의 고음질로 다운로드해준 덕분에,
어딘가를 다니다가 또는 집에서 TV를 통해 스치듯 들었던 그 노래들을 이제 제대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럭저럭 참아볼 만해 그럭저럭 견뎌낼 만해
넌 그럴수록 행복해야 돼 하루하루 무뎌져 가네 |
빅뱅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힙합 분위기의 손동작과 몸짓을 섞어 춤을 추는 그의 모습을 볼 때가 있다.
백팔십 센티미터가 넘는 키의 그가 리듬을 타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면,
뭐라고 표현해야 적당할까‥, 그런 그를 쳐다보는 것 만으로 내가 위로를 받는 느낌? 그런 게 생긴다. |
빅뱅 |
아무튼 내게는 그가 태양이나 G-드래곤보다 훨씬 멋있는 '아이돌'인데, 그냥 그가 내 곁에 있다는 느낌 만으로도, ‥ 기쁘다.
ⅳ
아주 오래 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몇 페이지 읽다가 그만 둔 이후로 나는 공지영의 책을 펼쳐 본 적이 없다.
그러니까 작년에 나온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역시 읽은 적이 없다.
아마 앞으로도 읽을 일이 없을텐데 이 책 제목 만큼은 자꾸 떠오른다.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삶에 본보기가 되고 도움이 되는 말 또는 힘을 북돋워 주는 말은, 사실 너무 쉽게 접할 수 있는 탓에 그냥 지나치기 일쑤다.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플랫폼의 벽면에서도 서점에서 책을 살 때 끼워준 북마크에서도 그런 말들을 자주 만나는데
고속도로 휴게소의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볼 때는, 말그대로 '정면으로' 그것들과 마주할 수 밖에 없을 정도다.
그렇게 쉽게 마주치다 보니, 곱씹어볼 만한 어구임에도 그냥 지나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평소에 그렇게 그냥 지나치는 경구(警句)나 금언(金言)과 그다지 다르지 않고
게다가 내가 관심을 전혀 두지 않는 공지영의 책 제목에 불과한데
왜 이 말은 내가 몇 번이고 입 안에서 되뇌고 있게 되는 걸까?
‥
‥
그래, 나도 그런 말을 듣고 싶은 거다. ‥ 위로받고 싶은 거다. |
ⅴ
같이 '한 번 더 대학생'이 되자던 그 친구에게서 며칠 전에 전화가 왔다.
그는 두어 차례의 학사편입 시험을 치렀던 참이었는데
주말에 치렀던 시험을 생각보다 못쳤다고 하면서 안타까워했다.
전화를 마치기 전에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 나, 할 수 있지? 나, 할 수 있는 거지?
그 전과는 달리, 그 날 저녁에는 내가 그에게로 갔다.
먹골역 근처의 어느 메기매운탕집을 찾아가 둘이서 저녁을 먹었다.
'메기가 상당히 큰놈인데? 수제비도 좋아! 마지막에 라면사리 추가까지 아주 좋았어! 그치?'
만나서 저녁 먹고 헤어질 때까지 한 시간 남짓, 그와 나는 메기매운탕 이야기만 했다.
그것으로 족했다. | |
같이 '한 번 더 대학생'이 되어서는 '록밴드 결성'이 어떠냐는 친구의 황당한 제의에서 비롯되는 잠깐의 즐거움.
「떨어져 있는데도 이어져 있는 듯한 느낌」의 친구에게 그냥 전화 해봤다가 오백 킬로미터 건너편에서 받게 되는 작은 감동.
그리고 나의 '아이돌' 「사랑하는, 나의, 오랜 친구」가 빅뱅을 흥얼거리며 리듬을 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느끼는 기쁨.
이 셋 모두 사소한 것들이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사소한 만큼 흔한 감정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그렇지 않다.
사소하지만 귀한 감정이다.
나는 그 사소한 것에서 위로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 날의 메기매운탕이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스핏츠(スピッツ)의 노래 夕焼け(Yuuyake, 저녁놀)를 들을 때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처럼.
‥
‥
그래, 나도 위로받고 싶은 거다. ‥ 너에게. |
群青
● 夕焼け 노랫말 살펴보기 |
ⅵ
● 스핏츠 팬들을 위한 덧붙임, 열기 CLICK
2007년 8월 1일에 발매된 스핏츠의 33번째 싱글 群青(Gunjoh, 군청)의 커플링 곡, 夕焼け(Yuuyake, 저녁놀).
타카야마 토오루(高山徹)의 레코딩, 마키노 에이지(牧野英司)의 믹스다운, 연주시간 5분 17초.
몽롱하고 따뜻한 느낌의 건반악기 월리처(wurlitzer) 연주에는 미나가와 마코토(皆川真人).
특히 간주의 끝, 그러니까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미와 테츠야(三輪テツヤ)의 기타 연주가 몰아친 다음,
그 일렉트릭 기타의 잔향이 사라지지 않을 듯한 그 순간에 가슴에 화악 퍼지는 월리처 사운드의 따뜻함이란!
그 몇 초 되지도 않는 짧은 순간에 피아노의 음률이 건네주는 위로의 따뜻함은‥, 말로는 표현할 길이 없다.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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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1/16 00:41 | 스핏츠/SINGLE | trackback (0) | reply (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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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마키노 에이지,
미나가와 마코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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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리처,
이토야마 아키코,
타카야마 토오루,
태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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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을 것은 더 이상 없어, 우리들은 失うものはもうない、僕らは |
限りなく僕らは Kagirinaku Bokura wa 한없이 우리들은 |
ⅰ :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MiN..], ^^, _, 1004ant, 19, aikons, aka, BlissBless, Bohemian, cafeterrace, camomile, celli, cha*ya, chris, Dreaming Blue Sky..., Dyce, EGOISTsoyi, eh, elofwind, elyu, enkoko, FUWA, glucose, h, hansol728, hongng, hyangii, Ichiro, inaba, jinnuri, j-music21, JooJiYeon, josh, jtirnya, kiku, lee_pd, Les Paul, liebemoon, masami, Maya, mazamune, miami, mj, momo, mora, Mr.Met, Mr.zin, mukku, NEON, Nestari, newmeca, nightgreen, noisepia, oo...., Ramones, Rhtn, rurara, san, Shakehaze, someone, SOSO, Space Cowboy, SURF, syrup, tomiko Van, Tube, vellica, xeno3002, yoda, Zikk,
가나, 가을이, 가을하늘™, 感, 감정생활, 강동현, 강민재, 개념, 거짓말, 검은새, 桂銀晶, 光, 궁극미중년, 궁금, 그녀, 나미, 냐옹이, 늑돌이, 더블레인, 드리프트, 똥개오리, 라디오키즈, 로라걸, 류동협, 류사부, 魔女, 마사무네, 메이, 모운, 물빛도시, 미도, 미도리, 미루키, 미미씨, 미키군, 밀크티, 바다거북, 바라미, 방랑마녀, 방문자, 배창완, 버트, 보리차, 보조개, 분랑, 블루, 비틀즈, 상큼토끼, 샤르르, 샤리반, 서희, 솔잎추출물, 수안, 水波色時~, 스이유, 시크리엘, 씨리얼, 아오리, 애인이다, 앰플, 야네크, 어웅, 여우비, 오디, 우태욱, 욱병이, 원명희, 유상병, 유우, 은향비, 이나미미, 이무기, 이시태, 이즈미, 작은시다모, 재희, 조나쓰, 좋은친구, 중딩칭구, 지미키튼, 짜짜라, 天漁, 초류향, 친구, 七色, 칼라, 태양을 삼킨 새, 틸, 파페, 피아, 하츠, 함경완, 호루라기~, 홍경, 황용호, 후이, 희미,
ありす、とろ、ナカムラ ユエ、はな、みろりん、ロビタ。
그리고 아직까지는(!) 비공개로만 글을 남겨주신 ○○님(들). (알파베트, 가나다, カナ 순 : 존칭 생략함을 혜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福多き年がきた!! |
2004년 3월 27일 이후 오늘까지,「myspitz story .. 僕のスピッツ話」에 글을 남겨주신 모든 분들,
그리고 글은 남기진 않았더라도 그동안 이곳을 드나들면서 조금이라도 편안한 시간을 보내셨던 분들,
아울러 오늘 이 곳에 처음 오신 분들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あけましておめでとうございます。
ⅱ : 언 땅 밑에서 풀냄새는 멀었다
좋아하는 국내 소설가들 중에서 문체를 두고 꼽자면, (‥이라고 제가 말하기엔 소설책을 자주, 제대로 읽지도 않지만)
제 취향으로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조세희와 남한산성의 김훈입니다.
우리말을 다루는 솜씨로는 최일남, 오정희, 이야기꾼으로는 성석제도 있지만 문체 하나만 두고 보면 제 취향이 그렇다는 것인데요.
언젠가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을 읽다가 어느 대목에서 가슴이 저려와 잠시 멈추고 그 부분을 몇 차례 반복해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연민의 감정은 없이 무심한 듯 그러나 그렇기에 도리어 무심하지 않은, 그의 아름다운 문장을 인용하자면 이렇습니다.
주린 말들은 묶어 두지 않아도 멀리 가지 못했다. 말들은 모여 있어도 제가끔 따로따로인 것처럼 보였다. 말들은 주려도 보채지 않았다. 먹을 때나 굶을 때나 늘 조용했다. 말들은 고개를 숙여서 눈 덮인 땅에 코를 박았다. 그러고는 앞발로 눈을 헤치고 흙을 긁었다. 말들은 흙냄새 속에서 아직 돋아나지 않은 풀냄새를 더듬었다. 말들의 뼈 위로 헐렁한 가죽이 늘어져 있었다. 언 땅 밑에서 풀냄새는 멀었다. 말들은 혀를 내밀어서 풀뿌리를 핥았고, 서로의 꼬랑지를 빨아먹었다. 주저앉은 말들은 갈비뼈가 드러난 옆구리로 가늘게 숨을 쉬었다. 말들은 주저앉아서도 코를 땅에 박고 풀냄새를 찾았다. 말들은 가끔씩 가죽을 씰룩거려서 등허리에 쌓이는 눈을 털어 냈다. 주저앉은 말들은 하루나 이틀이 지나면 옆으로 쓰러졌고, 쓰러진 말들은 앞다리를 뻗어 눈을 긁었다. 뱃가죽을 보이며 발랑 뒤집힌 말도 있었다. 자지가 오그라진 수말들이 네 다리를 들어서 허공을 긁었다. 말 다리는 곧 땅 위로 늘어졌다. 말들의 죽음은 느리고 고요했다. 말들은 천천히 죽었고 질기게 숨쉬었다. 옆으로 쓰러져 네 다리를 길게 뻗은 말들도 사나흘씩 옆구리를 벌럭거리며 숨을 쉬었다. 숨이 다한 직후에 묵은똥이 비어져 나오고 오줌이 흘러내리는 소리 외에는, 말들은 죽을 때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 중에서. | |
실천 불가능한 정의와 실천 가능한 치욕을 두고 피할 수 없는 선택, 그 고통의 아수라를 묘사한 소설 남한산성은,
17세기 중반 조선, 고립무원이던 남한산성에서의 참담했던 40여일간의 기록을 담고있는데
김훈은 주전파 김상헌, 주화파 최명길 등 실존 인물을 비롯, 대장장이 서날쇠, 송파나루의 뱃사공 등 소설 속 인물을 통하여
죽어서 아름다울 것인지 아니면 살아서 더러울 것인지를 그리고 조국의 치욕스러운 운명 앞에 내던져진 민초들의 삶을 보여줍니다.
첫 페이지부터 읽는 이의 마음을 스산하게 만드는 이 소설은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내내 독자의 마음을 허허롭게 만드는데요.
김상헌이 송파나루의 뱃사공을 칼로 베는 장면을 비롯, 독자들이 남한산성에서 강하고 깊은 인상을 받았을 장면들이 꽤 많겠지만
그런 여러 장면에서의 묘사보다 제 가슴을 훨씬 더 서늘하게 만들었던 김훈의 묘사는, 바로 위에 인용한 부분입니다.
새해 맞이 '연하장' 포스트를 쓰면서 '언 땅 밑에서 풀냄새는 멀었다'는 등, 신산스러운 표현을 인용해서 죄송합니다만
제가 '한밤 중에 노젓기' 같은 시절 속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으니, 남한산성에서의 한 대목이 자꾸 머리에 떠올라서요.
하필이면 그것도 긍정적인 무언가로 주먹 불끈!의 분위기를 잡아야 할 연말연시에 말입니다.
지난 가을, 몸이 느끼는 계절은 분명 가을인데 마음이 받아들이는 계절은 왜 이리 으슬으슬하나 싶다가
그런 갸웃거림도 잠깐, 늦가을인지 초겨울인지 싶던 그 환절기에 살림살이는 날씨보다 먼저 혹독한 겨울이 되어 얼어붙었습니다.
저라고 예외일 리 없습니다. 제대로 겨울이 오기도 전부터 주저앉았고 그렇게 얼어붙은 바닥에서‥ 2009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ⅲ : 잃을 것은 더 이상 없어
限りなく僕らは
作詞 作曲 : 徳永英明
昨日までの悲しみを
数え始めたとしたら
僕は何てことのない顔をして
よく生きているなと思うかな?
理想を追いかけるほど
いくつも失敗をして
気がつけば君が隣にいたんだ
何もかも失くしていた頃に
君が今側にいなければ
僕の昨日もこの部屋の香りも色も
存在はしない
幸せが欲しいならば
心の傷に聞くがいい
目の前のことをどうこうするより
君が君であればそれでいい
失うものはもうない
そう思えばどんなに強くいられるだろう
限りなく僕らは
君が今側にいなければ
僕の昨日もこの部屋の香りも色も
存在はしない
失うものはもうない
そう思えばどんなに強くいられるだろう
限りなく僕らは
| 한없이 우리들은
작사 작곡 : 토쿠나가 히데아키
어제까지의 슬픔을
손꼽아 보기 시작했다고 하면
나는 아무 일도 없다는 얼굴을 하고
잘 살고 있지 라고 생각하려나?
이상을 뒤쫓아갈수록
몇 번이고 실패를 하고
정신이 들고 보니 네가 곁에 있었던 거지
이도 저도 다 잃고 있던 시절에
네가 지금 곁에 없으면
나의 어제도 이 방의 향기도 빛깔도
존재하지 않아
행복을 갖고 싶다면
마음의 상처에 받아들이는 것이 좋아
눈 앞의 것을 따르는 것보다
네가 너라면 그걸로 된 거야
잃을 것은 더 이상 없어
그렇게 생각하면 얼마나 강하게 있을 수 있을까
한없이 우리들은
네가 지금 곁에 없으면
나의 어제도 이 방의 향기도 빛깔도
존재하지 않아
잃을 것은 더 이상 없어
그렇게 생각하면 얼마나 강하게 있을 수 있을까
한없이 우리들은 |
徳永英明
honesto
1999-06-02
KICS730
king records
track 09
限りなく僕らは |
ⅳ : 눈내리던 그 밤의 우리들은
지난 12월 어느 날 홍대앞 주차장 골목의 어느 퓨전 일식 주점에서 또래 친구 셋이서 만나 조촐한 송년회를 치렀습니다.
어릴 때부터 서로 볼 것 안 볼 것 다 보고 자랐던 친구들이라서 다른 사람에겐 할 수 없는 이야기도 어렵지 않게 나눌 수 있었습니다.
뒷통수를 맞는다고 하는 표현에 어울릴 만한 사건들이 수시로 터져서 지난 삼 년간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았다는 친구,
그는 지난 11월, 12월에 겪었던 황당한 사건을, 그 일이 다 처리될 때까지는 그 누구에게도 말못하고 지냈던 일을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문득 그가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진심을 담아서 그에게 부럽다고 했습니다. 아마 대충 이렇게 말했던 듯 싶어요.
「여기저기서 치고받고 안팎으로 치이고 살아도, 그럴 수 있는 '정체성'을 가진 네가 나는 정말 부럽다」고.
또다른 친구와는 '우울'이라는 힘든 감정을, 아직도 찌꺼기처럼 남아 가끔 자신을 괴롭히는 그것을 두고, 공감했습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서 다행이다‥ 하는 안도감, 말도 되지않는 안도감에 약간은 기뻐하기까지 하면서 말입니다. ‥ ‥.
자리를 분식집으로 옮겨서는 라면 그릇을 앞에 두고 철없던 시절을 떠올리며 시시덕거리고나니 어느덧 지하철은 끊긴 시간.
밖으로 나오니, 진작부터 내리던 함박눈은 골목에 주차되어 있던 차들을 하얗게 뒤덮고도 모자란 듯 여전히 펑펑 내리고 있더군요.
| 새해를 맞이하면서 그 밤을 다시 생각합니다.
어느새 길은 여기저기 얼어붙어서 차들은 엉금엉금 기어가기 시작하던 그 밤,
'광고쟁이' 친구, '분장사' 친구 그리고 나, 셋이 함께 홍대앞에서 이대앞, 아현동고개를 지나던 그 밤을.
그리고 한없이 내릴 듯이 함박눈이 흩날리던 그 밤의 우리들을 다시 생각합니다.
그렇게 함께 있는 것 만으로도 따뜻한 위로가 되어 이제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듯하던 우리들을. |
失うものはもうない
そう思えばどんなに強くいられるだろう
限りなく僕らは
잃을 것은 더 이상 없어
그렇게 생각하면 얼마나 강하게 있을 수 있을까
한없이 우리들은 |
+
글 남겨주신 분들 중에서 닉네임을 바꾼 경우, 최근에 사용하시는 것으로 고쳐 쓰기는 했으나
제가 꼼꼼하지 못한 탓에 혹시 예전의 닉네임으로 했거나 한글/영문 표기 등이 바뀌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지적해주시면 내년에는 꼭 제대로 쓰겠습니다.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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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1/01 00:04 | 그리고 | trackback (0) | reply (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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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적셨던 눈물이 넓고 넓은 바다로 흐르면 夢を濡らした涙が 海原へ流れたら |
空も飛べるはず Album ver.Sora mo Toberuhazu Album ver. 하늘도 날 수 있을 거야 앨범 버전 |
ⅰ
세월이 흐르고 나면 상황만 기억에 남고 당시의 감정 상태는 잊혀져서 '그 때 내가 그렇게나 고민했었나?' 싶을 수도 있겠지만
대학 입학 원서를 쓸 때라든지 입사를 위한 제반 서류를 챙길 때라든지, 그런 때의 심정은 참으로 복잡다단하지 않던가요?
일본으로 떠난 뒤 계절이 세 번쯤 바뀐 제 친구 하나는 요즘은 주로 메신저의 대화창으로 만나게 되는데 가끔 이런 말을 합니다.
―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 진정 하고 싶은 것이 뭔지 아직도 모르겠어.
어떤 학과에 응시를 할 것인지, 대학 진학을 준비하면서 어떤 전공을 선택할까 고민하다가 제게 툭 던지는 얘긴데요.
대학 진학을 준비한다지만 그가 '고교 졸업 예정'의 미성년도 아니고 국내 대학의 졸업장도 이미 받은 적 있는 친구라서 그런지
그런 말에 딱히 어떻게 대답해줘야 할지 난감해서 뭐라고 운을 떼보는 것 조차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껏 건네준 말이라는 게 고작 이랬던 것 같습니다.
― 너만 그런 건 아냐. 그런 사람 많을 거야. 나도 그런데 뭐. 아직도 그렇다구. 아직도‥.
지난 11월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잘 치렀는지 궁금한 녀석도 하나 있었는데 이렇다저렇다 연락이 없어서 괜한 걱정이 커지고 있었는데
수능 치른 지 한 달 쯤 지났을 때 그에게서 전화를 받고는 '혹시 마킹 실수?'와 같은 최악의 상상에서 벗어나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그 녀석 또래들은 이미 대학을 졸업했거나 대학 고학년인 나이라서 그에게는 이번 수능이 사실상 마지막 도전이나 다름없습니다.
전라북도 전주에서 자란 그 녀석과의 통화에서는 전공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이 주로 '어느 대학이냐'에 대한 말이 오갔는데
'서울대 빼고 어떤 대학이든' 지원 가능한 성적이 나온 그는 이제 서울 소재 대학이냐 지방 소재 대학이냐가 첫번째 고민거리였습니다.
전공 선택의 고민에 더해서 최근 급등한 환율 때문에 일본에서의 학업 자체가 걱정스러운 친구,
태어나서 여태껏 자라온 집 근처의 교육대학이냐 아니면 서울의 명문 대학이냐로 고민하는 녀석,
그들 말고도 '조금 늦었지만 또다른 출발'을 시도하려는 친구들이 제 주위에 또 있습니다.
이미 학사 학위를 취득했지만 뜻한 바가 있어 다른 대학으로 학사 편입를 준비해왔던 친구들인데요.
정작 편입학 시즌이 다가오자, 원하던 전공보다는 편입학이 가능한 대학 쪽으로 고민의 중심이 움직입니다.
얼마 전 어느 깊은 밤, 그 친구 중 하나는 제게 이런 문자메세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
ⅱ
제 주위에 그런 녀석, 그런 친구들이 있으니 12월이라는 시즌이 다른 해의 12월과는 다르게 묵직하게 지나가는 듯 싶고
또 심심파적으로 읽던 소설책에서 마주치는 몇몇 단어, 표현들도 예사롭지 않게 느껴져 잠시 멈칫합니다.
그리고 그런 대목에서 어느새 그들을 하나둘 떠올리게 됩니다. 그들이 처해 있는 상황과 제가 읽는 소설의 장면은 서로 다르지만.
처음에는 보이지도 않았던 골인 지점. 뒤를 돌아보면 출발 지점은 아득히 멀어 이미 보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 자기 세계를 넓혀간다는 기분. 세계가 달라져 보이는 경험. 그 순간에 내 안의 뭔가가 달라지고‥.
분명히 소타(草太)도 이런 기분이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보이지도 않았던 골인 지점이 보이고, 그곳에 자기 힘으로 도달할 수 있었다. 뒤를 돌아보면 출발 지점은 아득히 멀어 이미 보이지 않았다.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고, 페달을 밟아 자기 세계를 넓혀간다는 기분이 들었다.
어렸을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바다까지 자전거 타고 가자고 했을 때, 소타는 먼 곳까지 가면 거기까지가 자기 영역처럼 된다고 했다. 나도 그 말에 납득했기 때문에 제안에 응한 것이었다. 그때는 둘이 달렸지만, 스무 살이 된 우리는 각각 다른 길을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자기 세계를 넓혀간다는 마음은 아마 그 무렵과 조금도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 ‥ ‥
어떤 시점을 경계로 세계가 달라져 보이는 경험은 인생에 몇 번쯤 있을까.
나도 지금까지 그런 순간을 경험한 적이 몇 번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전거를 탔을 때에는 갑자기 세계가 넓어진 것 같았고, 새벽 바다에서 벌거숭이가 돼서 헤엄치던 때에는 파도와 바람과 하나가 된 느낌을 맛볼 수 있었다. 그 순간에 내 안의 뭔가가 달라지고 세계의 뭔가가 달라졌다.
∼ 타케우치 마코토(竹内真)의 소설 자전거 소년기(自転車少年記) 중에서. |
自転車少年記 |
| 하고 싶은 것이 과연 무엇인지, 어렴풋하게라도 '나의 길'을 찾았는지 궁금한, 일본의 그 친구.
살아온 곳 아니면 서울, 어느 쪽이든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전라북도 전주의 그 녀석.
그리고 편입 학원이 있던 그 지긋지긋한 거리에는 두 번 다시 발을 디디고 싶지 않다는 그 친구들.
그들의 고민은 아마, 모두 제각각 낮잠 베개로 써도 될 만큼 두툼한 두께의 소설책 같을텐데
아무튼 이제는 소신, 안전, 모험 등 나름대로의 선택지를 적절하게 배분하여 고른 다음,
필기시험을 치러 면접을 보러 또는 그 둘 다 치르기 위해 고사장으로 향해야 하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
ⅲ
그 동안 제가 스핏츠(スピッツ)의 노래를 글 소재로 또는 배경음악으로 하면서도
싱글 커트된 곡 특히 그 중에서도 크게 히트한 곡들은 될 수 있으면 피해왔던 경향이 있습니다.
(제 기준이긴 합니다만) 스핏츠의 노래 중에는 싱글 커트된 곡 말고도 좋은 곡이 너무나 많기에
기왕이면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노래를 통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였지요.
하지만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a, 스핏츠의 히트곡 중 고전에 속하는 노래,
空も飛べるはず(Sora mo Toberuhazu, 하늘도 날 수 있을 거야)입니다.
왜냐하면 그 녀석, 그 친구들에게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제게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스핏츠는 물론 이 곳의 존재 조차도 모르거나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 볼 여유도 없어서
이 글을 통해 이 노래를 들을 사람이 거의 없긴 하지만‥, 그저 제 마음으로라도. |
1994-09-21
スピッツ
空の飛び方 |
きっと今は自由に空も飛べるはず 분명히 지금은 자유롭게 하늘도 날 수 있을 거야
夢を濡らした涙が 海原へ流れたら 꿈을 적셨던 눈물이 넓고 넓은 바다로 흐르면 |
● 空も飛べるはず 노랫말 살펴보기
지금 이 글을 읽고계신 분들 중에서 혹시 그들처럼 이 계절에 유학, 상급학교로의 진학, 편입학을 앞둔 분들이 계신가요?
혹은 졸업(예정)증명서, 자기소개서 등을 챙기며 취업활동에 열중하는 동시에 각종 어학시험 등 소위 '스펙'을 올리고 계신 중인가요?
지난 일 년간의 땀과 '꿈을 적셨던 눈물(夢を濡らした涙)'이 보상을 받을 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비록 또래들에 비해 '조금 늦었지만 또다른 출발'이라서 초조하기도 하겠지만 그리고 느닷없이 혹독해져버린 취업전선이지만
멈춤없이 끝까지 정진하여 2009년에는 '내 안의 뭔가가 달라지고 세계의 뭔가가 달라'지는 기분을 부디 맛보기 바랍니다.
(○○, ○○, ○○ 그리고 ○○ちゃん도 꼭 그러길 바래!)
ⅳ
● 스핏츠 팬들을 위한 덧붙임, 열기
결혼 축하 노래라고 하면 이적의 다행이다 또는 유리상자의 신부에게 등이 곧바로 떠오르듯이
결혼식, 크리스마스와 같은 특별한 날이나 특정 시즌이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습니다.
空も飛べるはず(Sora mo Toberuhazu, 하늘도 날 수 있을 거야)도 그런 노래 중 하나라고 하는데요.
노래말 중에 '졸업'이라는 단어도 들을 수 없고 정든 친구와의 헤어짐을 직설적으로 노래하지도 않지만,
1996년에 방영된 학원청춘물 하쿠센나가시(白線流し)라는 TV드라마의 주제가로 사용된 이후
일본에서는 이 노래가 졸업을 모티브로 한 노래로 인식되어 졸업식 시즌에 자주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
土方隆行 |
흔히 '일드 베스트 텐' 중의 하나로 꼽는 그 드라마를 저는 본 적이 없는데요.
이 드라마를 통해서 흘러나왔던 空も飛べるはず는 싱글 버전이 아니라 앨범 버전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글을 백업하는 BGM도 (싱글 버전과 쉽게 구분될 만큼의 차이는 그다지 없지만) 앨범 버전으로 했습니다.
참, 오른쪽 위의 이미지는, 이 노래의 프로듀싱과 어레인지먼트를 맡았던 기타리스트 히지카타 타카유키(土方隆行)인데요.
스핏츠가 이 노래를 레코딩할 당시에 원래의 프로듀서였던 사사지 마사노리(笹路正徳)와는 스케줄이 맞지 않아
사사지 대신에 히지카타가 프로듀싱을 담당하게 되었는데, 이 곡이 스핏츠의 싱글로서는 최초의 오리콘 차트 1위의 곡이 됩니다.
나중에 앨범을 레코딩할 때에는 사사지가 다시 복귀하여 보컬 테이크를 다시 녹음하고 리믹스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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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空も飛べるはず 노랫말(우리말 번역)의 출처는 (c) spitzHAUS 입니다.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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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12/17 17:12 | 스핏츠/ALBUM | trackback (0) | reply (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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