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창 밖으로 내려다 보이는 운동장에서는 유니폼을 제대로 갖춰 입은 학생들이 추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 축구 시합을 하고 있었습니다.
연일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다가 조금 풀렸다고는 하지만 점심 먹을 나절에도 여전히 영하의 기온이었던 엊그제,
저를 포함해서 세 사람은 경영대학 옆 건물 3층의 식당에 들어가 그런 풍경의 창가 테이블에서 점심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 지난 해 어느 날, 제 친구는 걸려온 전화를 통해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주고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끊어졌다 다시 이어지고 하면서 통화가 여러 차례 계속되던 그 때 그 자리에 마침 저도 같이 있던 바람에
어쩌다가 저까지 통화를 하게 되었고 그 통화 말미에 '다음에 한번 저녁이라도 같이 먹자'라고 했는데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난 엊그제, 어느 대학 구내 식당에서 그를 만나서 점심을 같이 하게 되었던 겁니다.
친구에게 그에 대한 얘기를 약간 들은 바도 있고 지난 해 저와도 그 한 차례의 통화가 있어서 그랬는지
처음 만나는 사람끼리의 어색함은 그다지 오래 가지 않았고 편안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
지난 번 통화에서의 '고민'은 더 이상 얘기되지 않았습니다.
모르긴 해도, 그 당시의 고민은 이제 그의 가슴에 남아있지 않은 듯 싶었습니다.
그는 다른 이야기를 했습니다. _ '다시 한번 더 도전'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하더군요.
목표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함께 자리했던 친구도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었기에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스로 '다시 한번 더 도전'하기로 그가 이미 결심했기에
저는 도전의 긍정적인 면에만 방향을 맞추어 그의 의지를 북돋아주는 쪽으로 얘기를 건넸습니다. | |
| 또래 친구들은 올해 2월에 대학을 졸업하기도 하는데 내년 입학을 목표로 '다시 한번 더 도전'하려는 그.
솔직히 제 마음 한 구석엔 떨쳐내기 어려운 걱정도 생겼지만, 그렇다고 그걸 입 밖으로 말하진 않았습니다.
저로서는 그 날이 그와 처음 만나는 날이었는데, 그런 날에 걱정이나 우려를 말하는 것은 무례한 일이니까요.
처음부터 '다시 한번 더 도전'해보겠다는 그와 그리고 마침 요즈음 여러가지 면에서 '전환점'을 맞이한 제가
(더불어 '새로운 도전'에 주먹을 불끈 쥔 제 친구도) 비록 맞닥뜨린 사정은 서로 제각각이라 할지라도,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그의 (사실은 우리의!) 의지 박약을 걱정하는 것보다는
지금부터 굳게 이어갈 (또는 이어가야 할) 그의 (또는 우리의) 의지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낫기도 하구요. |
ⅱ
未来飛行
作詞 / 作曲 : 徳永英明
歩く足元を見ながら答え捜してた
別に不器用な生き方したわけじゃないさ
愛が僕らを生み出している 笑顔の中に溢れてる
いつのまにか大人になって
次の場所に駆けてくだけで
心休めて空を きれいと言えない
時が僕に教えたものは
忙しさに負けちゃいけない
だから今を迎えて あなたにありがとう
遠い昔なら僕らの小さな瞳が
ひまわりみたいなスマイル投げていたんだろう
そして僕らに託したんだろう 愛の深さに気づいてさ |
いいか君も大人になって
素敵な夢叶えてくれと
期待を込めて僕を 抱いてる写真が………
全てそこに答えはあるよ
生きることをなまけちゃいけない
だから今を迎えて あなたにありがとう
そして僕らは未来を描くよ
プロペラのない飛行機でも動かせてみせるよ
いつのまにか大人になって
次の場所に駆けてくだけで
心休めて空を きれいと言えない
時が僕に教えたものは
忙しさに負けちゃいけない
だから今を迎えて あなたにありがとう |
徳永英明
太陽の少年
1995-12-08 |
ⅲ
지난 해 연말, 한 친구가 일본으로 떠났습니다.
며칠 전 어느 늦은 밤, 메신저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 힘들어 했습니다.
특별히 삶의 방식같은 게 서툰 것도 아니고(別に不器用な生き方したわけじゃないさ)
천성적으로 밝기만 한 그 친구를 힘들게 만드는 '환경'이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올해 3월말이나 4월초에 또 한 명의 친구도 일본으로 떠날 예정입니다.
그러고보면 다들, 어느덧 어른이 되어(いつのまにか大人になって)
중간 쉼표를 찍고, 다음의 장소로 달려가고 있습니다.(次の場所に駆けてく) | |
| 앞서 얘기한 점심 식사 자리를 함께 했던 그 친구. 그 친구까지 어디론가 떠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친구도 '새로운 도전'을 위하여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어딘가에 스스로를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그 친구, 다음 달이면 대학을 졸업하기 때문에 3월부터는 더 이상 어디에도 속하지 않게 됩니다.
흔히 얘기하듯 '○○대학 학생이다'라든지 '○○회사에 다닌다'라고 하는 식의 '신분'의 자리매김이 아닌,
스스로든 타인에게든 지금까지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자리매김을, 스스로에게 해야 하는 거죠. |
그동안은 굳이 '삶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生きることをなまけちゃいけない)'고 마음을 굳게 다잡지 않아도 괜찮았을 겁니다.
지금까지 그 친구의 자리매김은 대학에 다니는 학생이었으니까요.
길잡이가 되어주는 선생님이 계시는, 앞서거니 뒷서거니 함께 나아가는 친구가 있는 학교에서는
게을러지기는 커녕 '져서는 안된다(負けちゃいけない)'는, 좋은 의미의 호승심(好勝心)까지 뒷받침되기도 하니 괜찮았겠지요.
이제는 더 이상 학생 신분이 아닌 그 친구 그리고 '다시 한번 더 도전'하는 그, 두 사람 모두 새로운 자리매김을 어떻게 할지 궁금합니다.
그 어떤 수식어도 없이 그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이름 석자로만 세상에 드러나는 것은 외롭고 떨리는 일이기도 한데요.
그들이 2008년의 자기자신을 어떻게 자리매김할지 저는 잘 모르긴 하지만, 적어도 이름 석자만으로 두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학생 ○○○'도 아니고 '직장인 ○○○'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저 '○○○'만으로 자신을 자리매김 하지는 않을 겁니다.
そして僕らは未来を描くよ 그리고 우리들은 미래를 그리지
プロペラのない飛行機でも動かせてみせるよ 프로펠러가 없는 비행기라도 움직이게 해보겠어 |
혹시 가까운 친구에게조차 얘기하지 않았는지 모릅니다. 다가올 미래에 자신이 어떤 모습을 하고 싶은지를.
그리고 그 모습을 꼭 이루기 위하여 지난 밤에도 남몰래 아랫입술 깨물고 다짐에 다짐을 거듭했다는 것을.
이루고 싶은 꿈을 위하여 정진하는 자신의 노력이 얼마나 힘든지, 앞으로 흘려야 할 땀방울도 또 여전하다는 것을.
그래서 그들은 올해의 자신을 그냥 '○○○'(으)로 두지 않고 '무언가를 해낼 ○○○'(으)로 자리매김할지도 모릅니다.
그 '무언가'를 '원하는 대학의 09학번'과 같이 구체적인 것으로 설정해도 상관없겠지요.
(아니, 구체적이기에 어떤 면에서는 더욱 좋을 수도 있겠지요.)
아무튼 그 '무언가'가 '○○대 09학번'이든 '비행기라도 움직이게 해보겠다(飛行機でも動かせてみせるよ)'는 것이든 뭐든
그것을 해낼 거라는 다짐으로 자신을 자리매김하고 정진한다면, 그 때부터 떨림은 멈추고 외로움도 사라지게 될테니까요.
ⅳ
BGM으로 사용한 노래는 토쿠나가 히데아키(徳永英明)의 未来飛行(Mirai Hikou, 미래 비행)입니다.
이 노래는 1995년 11월 1일에 그의 20번째 싱글로 발매되었으며,
1995년 12월 8일에 발매된 9번째 정규 앨범인 太陽の少年(Taiyo no Shonen, 태양의 소년) 수록곡이기도 합니다.
이 노래의 P/V가 혹시 있나 싶어 살펴봤더니, 마침 며칠 전에 YouTube에 올라 왔더군요.
● YouTube에 있는 未来飛行 P/V 보기
혹시 이 글에 첨부되어 있는 토쿠나가 히데아키의 음악이 마음에 드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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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내내 내리던 눈도 이제는 그친 듯 싶고 날씨도 많이 풀린 듯 싶지만, 응달진 곳은 빙판길 되기 쉽겠더군요. 조심하십시오.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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