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눈내리는 계절을 몇 차례나 지나쳤다면 게다가 질풍노도(疾風怒濤)같은 청춘 시절일테니, 그래, 그렇기도 하겠다.
지나온 나날에 함께 했던 것들 중에는 소중하게 그 인연을 계속 이어갈 것도 있지만 그냥 두고 떠나야 하는 것도 있다.
예전 남자친구. 그것은 지난 시공간 속에 남겨둔 채 뒤돌아보지 말고 떠나야 한다. 물론 예전 여자친구의 경우도 마찬가지.
새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그를 만나 둘이서 순대국밥과 테이크아웃 커피로 저녁 시간을 보내고 헤어졌던 날, 그 이틀 뒤.
나는 공교롭게도 그의 예전 남자친구와 하교 시간이 지난 어느 초등학교 교정의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낼 일이 생겼는데
그 초등학교 야구부원들의 연습 장면을 쳐다보고 있던 내게 그의 예전 남자친구가 물었다. 혹시 요즘 걔랑 만나거나 하냐고.
만나는 건 고사하고 문자조차 끊긴 지 오래되었다고 했다. 의외로 거짓말이 쉽게 나왔고 덕분에 그 얘긴 그걸로 끝이었다.
어른스럽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콩깍지' 단계를 넘어 상대에게 신뢰감을 느끼는 사랑. 그런 연애.
그날 밤 그 친구와 나는 그런 연애 즉, '어른스러운 연애'에 대해서 제법 길게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다.
테이크아웃으로 샀던 뜨거운 카페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는 모자라서 귀갓길에 아쉬움을 느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