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마치 그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인 양 구내를 산책하던 그 두 친구들의 모습.
어제·오늘의 학업·연애를 화제로 담소를 나누고 있었지만 곧 다가올 내일의 성취까지도 설핏 느껴지던.
그 두 친구들과 몇 발자국 떨어져서 마치 그들과 일행이 아닌 듯 걷고 있던 제 눈에는, 그랬습니다.
그래, 이것은 심기일전(心機一轉) 직전의 숨 돌리기.
문득, 막 좋아하기 시작한 노래의 멜로디가 입 안에서 흥얼거려졌습니다.
노랫말을 외우지는 못하지만, サヨナラCOLOR(Sayonara COLOR, 사요나라 컬러).
그래서 북오프 신촌점에서 중고음반으로 5,500원에 구입한, DVD 포함 두 장짜리 맥시 싱글 음반.
그 녀석과 헤어져 집으로 가던 길, 지하철 안에서 부클릿을 펼쳐보면서 문득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은 누군가가 떠올랐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START LINE」에 주목하던 그 친구에게, サヨナラCOLOR(Sayonara COLOR, 사요나라 컬러).
이 노래의 노랫말을 보면, 사귀는 사람에게 이제 헤어지자는 말을 꺼내려고 할 즈음의 심정을 노래하는 듯 한데요.
하지만 이 노래를 작사·작곡한 나가즈미 타카시는 연애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이 노래를 만든 것이 아니라고 했답니다.
사실은 당시 그가 속해있던 밴드인 슈퍼 버터 독의 멤버들에게 당분간 활동을 접고 쉬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하고 고민했던 자신의 심정을 담아서 만든 노래라고 합니다.
유튜브에 이 곡의 라이브 버전을 등록한 사람은 "한걸음 내디딜 때(一歩踏み出すの時)"의 노래라고 설명하기도 했던데요.
연애든 일이든 뭐든, 한 번 더 스타트 라인에서 새출발을 하려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와닿는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본의 유명한 배우·코미디언이자 감독인 타케나카 나오토(竹中直人)는
이 노래를 듣고 영감을 받아 스스로 각본을 쓰고 감독을 맡아서 같은 제목의 영화를 찍었는데요.
바다가 보이는 병원을 무대로 한 이 영화에서 타케나카 나오토는 의사 역할의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그와 친교가 있는 뮤지션들이 여러 명 출연했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이 노래를 만들고 부른 나가즈미 타카시는 입원 환자 중 한 명으로 나오고
제가 두세 번 포스팅했던 사이토 카즈요시(斉藤和義)도 환자 중 한 명으로 모습을 비춘다고 합니다.
스카파라(スカパラ)의 퍼커션 담당 오오모리 하지메(大森はじめ) 역시 환자 중 한 명으로 출연하고,
일본 록계의 전설 이마와노 키요시로(忌野清志郎)는 동창회의 사회자 역할로 출연하는 한편
그가 피처링한 버전의 이 노래가 영화의 엔드 크레딧 장면에서 흘러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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サヨナラCOLOR |
타케나카 나오토는 제가 일본의 배우 중 가장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해서 이 영화를 꼭 보고 싶은데,
다운로드는 제가 전혀 익숙하지 않아서 모르겠고, 오 년 전의 영화라서 그런지 '용산DVD' 쪽에 물어봐도 다들 없다고 그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