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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무서워'라는 혼잣말을 이해 못했다 君の「怖い」ってつぶやきが解んなかった
  若葉 Wakaba 새잎

누군가를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면 직장 이야기가 나올 때가 자주 있는데
그 상대가 나보다 나이가 어린 친구인 경우에는 이따금 그런 화제가 상담으로 바뀌기도 한다.

대학원에 적을 두긴 했어도 그건 일시적인 '도망'에 불과한 취업준비생의 아득한 심정.
나보다 '대학 스펙'만 좋을 뿐인 후임이 조만간 나를 타고 넘어갈 것이 자명할 때 느끼는 서글픔.
번듯한 '타이틀'의 회사엔 입사가 어려워서 변변찮은 회사에 적을 둔 채 매일매일 쌓여가는 자괴감.
스카우트 제의는 받았지만 경력직에 걸맞게 품고 갈 거래처가 마땅치 않을 때의 어정쩡한 스탠스.
남들은 다들 어떻게 맞춰가는지 신기하기만 하고 스스로는 적응하기가 만만찮은 직장문화의 불편함.
부모 도움 없이 요즘 '시세'의 결혼 비용 마련은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일 신입의 재테크 방법까지.

― 경기 침체가 어디 그리 오래가겠니?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보자.
― 시스템이 잘못됐다면 그 부당함때문이라도 조만간 시스템이 바뀔 거야.
― 지금은 힘들어도 성실하게 열심히 하면 해나가면 잘 될 거야.
― 옮기자니 거래처가 따라오질 않고 눌러앉자니 마음은 반쯤 떠버렸고, 그것 참.
― 회사라는 게 아직도 그런 점에선 여전하네. 소통이 안되는 듯 싶지만 결국 진심은 통해.
― 사람 구실 하자니 매달 빠듯하고 빡세게 살자니 왜 사냐 싶고··· 힘들지?

이런 식으로 응대해주면서 토닥거릴 수도 있지만
나 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는 희망적 관측이나 잘못된 사회적 풍토 등에 대한 막연한 '지적질'은
당장 듣기에는 좋을런지 몰라도 기실 그건 당의정 같은 위로일 뿐,
헤어질 때의 인사와 함께 허공에 흩어져 버리고 마는 말의 조각에 불과하기 일쑤다.

세상의 일이란 것이, 생활인으로서의 직장인이 겪는 일이란 것이,
'옳다/그르다'로 방향성이 제시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이냐는 것을 기준으로 매사의 전후좌우가 정해지는 사회생활에서
'옳다/그르다'는 간 곳 없고 (굳이 드러내진 않아도) '좋다/싫다'가 기준점이 되기가 보통이다.
그 기준점을 정하는 것은 갑의 몫이고 갑이 정하는 '좋다/싫다'는 곧 '옳다/그르다'로 치환된다.

앞서 언급한 아득함, 서글픔, 자괴감, 어정쩡함, 불편함 등을 나에게 토로하는 그들.
안타깝게도 그들은 빠짐없이 모두 을이다.
갑일 때도 있겠지만 그건 잠시일 뿐이거나 기껏해야 부서 안에서의 골목대장 수준일 터,
적어도 서른 중반까지는 근무 시간 내내 을일 수 밖에 없는 그들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그들의 사정을 듣고나서 내가 얘기할 차례가 돌아오면
가타부타 얘기하기 전에 갑과 을의 높낮이 차이부터 새삼 힘주어 전제해두거나
그들이 굳이 겉으로 드러내고자 하지 않는 개인적인 취향, 행동양식, 성격 등을 들추어내서는
거기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보려고도 한다.
물론 그들의 취향, 행동양식, 성격 등은 그저 약간 남다른 것이거나 개인적인 것일테지만
갑 앞에 선 을의 입장에서는 그것들이 단점 또는 약점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많기에 그렇다.


며칠 전 자정을 한참 넘긴 시간에 메세지가 왔다.
주고받는 메세지의 시간차로 인한 약간의 어긋남과 압축해서 표현해야 하는 불편함에
늦은 시간이지만 직접 통화로 얘기하자 했던 것이 그만 새벽 세 시 반까지 이어졌다.

그 야심한 시각에 혹시 작은 위로라도 받고자 나에게 얘기를 꺼냈을지도 모르는 그에게
나는 그의 약점을 굳이 운위하면서 "그따위 약해빠진 생각은 이제 버리라"고 하자,
그의 약점을 알고 있는 내가 그것에서 비롯되는 사회생활의 불편함을 이해해주기는 커녕
'그따위'라는 거친 말본새로 받아치는 것에 그는 격해지는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나아가 도움말을 구하려는 그에게 "개인적인 사정을 무기로 삼지마라"고까지 말했다.

난들 어디 그렇게 막말을 뱉어내고 싶었겠는가.

하지만 세상이라는 것이 허점투성이의 초년 직장인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닐진대,
중심은 커녕 변방도 한참 변방에서 간신히 구심점을 시야에서 놓치지 않고자 애써야 할 판에,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는 없는 법이다.
입술을 깨물게 되는 말이지만···, 고작 '을'밖에 못되는 주제에 말이다.
그러니 무엇보다도 밥 먹고 똥 싸는 것을 먼저 선순위에 둘 수 밖에 없다.
그 문제부터 해결을 해야 하고 그러자면 감내해야 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
깊은 밤 장시간 계속되던 통화는 결국 배터리가 방전되는 바람에 끝맺을 수 밖에 없었는데
나중에 메세지로 그는 그날 밤의 나를 "세속에 찌든 전도사 캐릭터"라고 표현했다.

새벽 녘 잠자리에 들면서 나는 그가 맞는 말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나는 그날 밤 "세속에 찌든 전도사"였다.
정글과 다름없는 세속에 들어오면서 나보다 어린 그가
어리다보니 어리숙하게 또는 어리석게 세속에 매몰되기를 바라지 않던 탓에
'당신 같이 세파에 찌든 사람들에게 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를 악물겠다'고,
그런 나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여기기를 바랬던 것 같다.

그와 통화했던 그날 밤을 떠올리면서 지금 나는 그에게 이렇게 바라고 있다.
토끼를 이기는 거북이가 되라고.

거북이가 성실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토끼에게 이길 수 있었던 것이 아니다.
토끼가 자만에 빠져 낮잠을 잤다는 행운이 겹쳐서? 그것도 아니다.
그런 와중에 혹시라도 토끼가 잠을 깰까 사주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아서 이긴 거다.

정글에서는 다리가 짧다는 거북이의 '개인적인 특성'을 고려해서 출발선상을 당겨주지 않는다.
순진하게 그런 특성을 고려해달라고 하면 오히려 그걸 이용해먹으려는 것이 정글의 본성이다.


 ···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처럼 거북이가 한 걸음 한 걸음 열심히 앞으로 나갔기 때문에 이긴 게 아니라, 한 걸음 한 걸음 기어가는 모습을 토끼에게 들키지 않았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던 것이다.

요시다 슈이치(吉田修一)의 소설 『퍼레이드(パレード)』 중에서.

パレード
퍼레이드


● 덧붙임, 열기


若葉 노랫말(우리말 번역)의 출처는 (c) spitzHAUS 입니다.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2013/10/26 02:16 | 스핏츠/DVD | trackback (0) | reply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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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0/29 21:04 comment | edit/delete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Kei 2013/10/29 23:58 edit/delete
○○님. 힘내요.

若葉の繁る頃に 予測できない雨に とまどってた
새잎이 무성해질 즈음에 예측할 수 없는 비에 당황하고 있었다

지우 -  2013/11/25 02:16 comment | edit/delete
공감입니다. 찔리는 구석도 있고.
         
Kei 2013/11/25 15:32 edit/delete
본문에서 얘기한 몇몇 모습들.
아득함. 서글픔. 자괴감. 어정쩡함. 불편함 같은 것들.

또는
(사람마다 틀리긴 해도) 얼추 삼십대 중반까지는 늘 '을'일 수 밖에 없는 사회생활.

지우님께서 공감하신다는 부분이 제 글의 어디쯤인지는 몰라도
아마도 방금 다시 언급한 그런 모습들 중 하나거나 그게 다 뭉뚱거려진 '을' 얘기에서겠지요.

어렵습니다.
빠릿빠릿한(!) 능력자들이 자리를 거의 다 메꾸어둔 정글에서
독립적인 사회인으로서 발을 내디딘 지 고작해야 십년차 안쪽인 청춘들에게는 말이지요.

지우님. 힘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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