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어때?
― 알면서 뭘 물어?
― 아니 그래도 뭐··· 혹시 달라진 것 있나 해서.
잠시 뜸을 들이더니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거 알지? 고스톱을 쳐야 하는데 말이지. 근데 깔판이 없는 거야.
맨바닥에서는 아니잖아? 모양새도 그렇고 치는 맛도 나질 않고.
군용 담요까진 아니더라도 암튼 뭐든 깔판이 있어줘야 화투장이 짝짝 붙을 거 아냐.
지금 고스톱을 쳐야 하는 장면인데 패조차 돌리지도 못하고 있는 거지.
요즘 딱 그거야.
잠시 말수가 드문드문해졌다.
그의 구체적인 현재 상황에 대하여 다시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그의 말에도 나의 대꾸에도 쌍욕이 간투사처럼 섞이기 시작했다.
매조, 흑싸리, 공산 열끗 짜리 '고도리' 패를 다 들고 흐뭇한 마음으로 치든
하필이면 들어온 패가 이도 저도 아닌 난초 석 장이라 어쩔 도리없이 치든
기왕에 벌어진 판, 적극적으로 고를 불러서 적어도 '중박' 이상을 노려보든
판마다 스톱으로 짧게 치면서 잰걸음으로 가든, 그런 것들은 제쳐두고서라도.
돈을 따고 잃는 것까지도 일단 몇 차례 판이 돌고난 다음에나 따져볼 문제고.
일단 패부터 돌아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래, 한밤중에 노젓기 같은 요즘 형편에 '국방색' 담요는 사치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이깨나 먹고 어른 행세하는 문지방을 넘어섰으니 관둘 수도 없는 고스톱 판,
하다못해 재활용 신문지라도 깔판으로 해서 화투패는 받아봐야 할 것 아닌가.
'밑장빼기'에 당하든 '오링'으로 나가 떨어지든 그것도 판이 돌아가야 하는 거지.
그래야 나중에 깨진다 해도 그나마 덜 억울할 거 아니냐고.
그가 뭐 대단한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스핏츠(スピッツ)의 노랫말을 빌리자면
傷つけられず静かに 食べる分だけ耕すような生活
상처받지 않고 조용히 먹을 몫만 일구는 것과 같은 생활
그저 믿었던 거다 순진하게 램프 아래에서
사람은 모두 좀더 자유롭게 살수 있는 존재라고
상처받지 않고 조용히 먹을 몫만
일구는 것과 같은 생활은 손가락으로 사라졌어
뒤처지는 것은 바라던 바이지만
그런데도 살아가는 이유가 또 하나
너를 만나고 싶으니까 아무리 멀리까지라도
걸어서 갈 거야 생명의 불이 켜져 있는 한
거리에 흘러 나오는 노래 누군가를 찾고 있어
시시하다고 말하면서도 마찬가지야
너를 만나고 싶으니까 버릴 수 있어 그 밖의 것들은
무지개가 뜰 것 같은 빌딩 골짜기를 올려다 보고 있지
너를 만나고 싶으니까 아무리 멀리까지라도
걸어서 갈 거야 생명의 불이 켜져 있는 한
그저 믿었던 거다 순진하게 램프 아래에서
사람은 모두 좀더 자유롭게 살수 있는 존재라고
작사·작곡 ∶ 쿠사노 마사무네
2013-09-11
小さな生き物
ⅲ
● 스핏츠 팬을 위한 덧붙임, 열기
ランプ(Lamp, 램프).
지지난달에 발매된 스핏츠의 14번째 정규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앨범 부클릿에 의하면 스핏츠 멤버 제외한 이 노래의 퍼스넬은 아래와 같다.
사이토 유타(斉藤有太)
이노우에 토시츠구(井上俊次)
토요타 야스타카(豊田泰孝)
organ
fagotto
manipulation
먼저 사이토 유타.
스핏츠의 12번째 정규 앨범에 수록된 砂漠の花(Sabaku no Hana, 사막의 꽃)에서
가슴을 치는 드러밍에 멜로디를 얹은 어쿠스틱 피아노 사운드를 들려줬던 뮤지션이다.
이 곡에서는 1분 45초 쯤부터 프런트로 나서는 오르간 연주가 그의 것이다.
斉藤有太
그리고 저음의 목관 악기 파곳을 연주해주는 뮤지션 이노우에 토시츠구.
2006년 이후 요미우리 닛폰 교향악단(読売日本交響楽団)의 관악 파트 수석 연주자다.
이 노래를 들을 때 우리를 감싸는 따뜻한 기운은 그의 파곳 사운드에서 비롯된다.
마지막으로 1986년생의 사운드 크리에이터 토요타 야스타카.
'매니퓰레이션'은 시퀀서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사운드 프로그래밍을 말하는데
음반 부클릿에 흔히들 '프로그래밍'으로 나오는 것과 같은 파트라고 보면 된다.
스핏츠와는 とげまる(Togemaru, 뾰족동글) 앨범에서 이미 함께 작업을 한 바 있는데
다른 글에서 이미 쓴 바 있듯이 카메다 세이지(亀田誠治)가 연결고리인 것 같다.
11살 때 이미 작곡을 시작했고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한 토요타 야스타카는
대학 졸업 후 카메다 세이지의 '마코토야(誠屋)'에 합류하여
프로듀싱 팀의 사운드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井上俊次
√ 스트리밍되고 있는 음악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님께. 주말은 잘 지내고 있나요?
저는 오늘 서점에 잠시 들려 소설책을 한권 샀습니다.
이곳의 다른 포스트에서 잠시 언급했던 적이 있는 소설가의 신간 소설집인데요.
귀가해서 컴퓨터를 켜고 ○○님이 쓴 비공개 글을 읽으면서
문득 그 소설가와 스핏츠의 마사무네가 서로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님의 글에서 그런 생각이 든 것도 사실 뜬금없고
또 현재 문학계의 아이돌 같은 그 소설가와 마사무네와 비슷하다는 생각도 뜬금없는 얘긴데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설명하라면 설명 못하지만 여전히 그렇다는 생각이 드네요.
각설하고.
ただ信じてたんだ無邪気に ランプの下で
人は皆もっと自由で いられるものだと
그저 믿었던 거다 순진하게 램프 아래에서
사람은 모두 좀더 자유롭게 살수 있는 존재라고
이 첫부분, 참 쓸쓸한 이야기지요.
그리고 피할 도리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 밖는 얘기지요.
요즘 저는 주위의 여러 '청춘'에게 위 노랫말의 '인식'과 닿아있는 얘기를 가끔 하게 됩니다.
그 얘기는 예사로 쌍욕을 섞은 막말과 독설이기 일쑤입니다.
(그런 날, 헤어져서 귀가할 때까지 아니 귀가하고 나서도 계속 후회합니다만.)
아, 얘기가 길어질 듯합니다.
줄이겠습니다.
다음 기회에 다른 글에서 얘기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만.
토요일. 좋은 사람과 즐겁고 신나는 토요일밤이 되기를 바랍니다.
오랜만에 들렀어요. 잘 지내시죠? ^^
이 음악은 올해 앨범인가봐요. 제가 스피츠를 좋아하지만 얄팍하게 스피츠를 하는 팬으로서 내가 알던 것보다 좀 새롭다랄까. 위에서 언급하신 대로 좀 쓸쓸한 느낌이 든달까. 반대로 위안을 주는 듯한 느낌이랄까...
암튼 좋네요. 이런 느낌일때면 카이님께 항상 감사의 마음을 가집니다.
뜬금없는 말이지만 오늘 엄마를 도와 김장을 하고 반쯤 감긴 눈으로 감상하고 있습니다. 들어오길 참 잘했다. 이리 생각하며 말이지...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주로 인터넷을 이용하다 보니 myspitz를 열어도 음악이 들리지 않아서 부러 pc환경에서 찾지 않으면 이 귀한 음악을 들을 수 없네요. <자주 못 온 변명>
고맙습니다.
잘 듣고 가겠습니다.
지우님. 오랜만에 뵙게 되는군요. ^^ 잘 지내시죠?
네, 그래요. 이번에 나온 새 앨범에 수록된 곡이랍니다.
싱글 커트된 곡은 아니지만 스핏츠의 노래는 싱글 커트 여부와 상관없이 다 좋잖아요! 후훗~
지우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시작은 쓸쓸하나 나중엔 위안을 주는 노래지요.
고맙습니다!
김장을 하셨군요.
요즘 김장을 하지 않는 집도 있고 또 한다 해도 온전히 '엄마'의 몫인 집도 많아서 그런지
김장하는 걸 도와드렸다니 괜히 제가 방긋방긋해집니다.
요즘은 다들 그렇더라구요. 완전히 세상이 모바일 중심으로 옮겨간 것 같아요.
아직도 구형 피처폰 쓰는 저 역시도
아이패드다 갤럭시탭이다 해서 어쨌거나 모바일 환경에 녹아들어가고 있으니까요.
그런데도 '마이스핏츠'는 모바일로는 배경음악을 지원하지도 못하고
또 화면 구성도 컴퓨터 화면에 최적화되어 있어서 매일매일 '구닥다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가끔 찾아주시니 저는 지우님께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고맙습니다!
이 노래를 들었을 때, 하루를 신중하게 시작할 수 있을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제겐 이 가사가 3.11이후 잃어버리게 된 절망적인 무엇인가..아니 위에 언급하신것처럼 인생판을 보여주는듯해서 ...
그리고 '그런데도 살아가는 이유'라든가 '너를 만나고 싶으니까 아무리 멀리까지라도' 이부분에서...희망의 메세지와 "아! 이번에는 원정을 꼭 가봐야겠다!"라는 굳은 결의를 굳히게 만든..^^;;
그래서 가게된 공연이었습죠.
현상태의 파악과 회한과 희망이 어우러진...
마사무네님은 정말...멋진 사람같아요.
숨어있는 이런 멋진 사람들 한 분씩 알게되는게 삶의 재미같네요...
아! 또 보고싶어집니다~ 무한 소녀감성으로 이끌어 주시는 마삼은혜님~~~
모두들 건강하시길~!
얼마 전, 이 포스트에 등장한 저 친구를 만난 자리에서
"요즘 어때?" 했더니
"장난 아냐. 밥 먹고나서 따로 얘기해. 이거 생계 문제야. 생계." 그러더군요.
구체적인 얘기를 여기서 하긴 좀 그런데요.
회사가 어려우면 마른 수건을 또 짜는 식으로 비용절감을 외치는 거야 자주 듣지만
실천 불가능한 미션(?)을 직원들에게 회사가 요구하는 것에는
평소에 '엔간하면 닥치고 해내야지 어쩌겠니'라고 말하는 저도
"딴 회사 알아봐야겠다"는 말이 곧바로 나왔습니다.
그 다음 날, 회사도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는지
다행히도 '없던 일로 되었다'는 전화를 그에게 받긴 했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