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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진 신발을 버리고 라라라 まだらの靴を捨てて ラララ |
魔女旅に出る Majo Tabi ni Deru 마녀 여행을 떠나다 |
ⅰ : 김연수의 글
스페인의 살라망카라는 곳에 갔어요. 그 도시에 아는 사람이라고는 제가 쓰려는 소설 속의 등장인물. 불행하게도 벌써 몇백 년 전에 죽었죠. 인터넷으로 한 호스텔을 예약했습니다. 밤이 깊어 도착하니,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없더군요. 간신히 찾아가니, 그건 다 쓰러져가는, 말하자면 여인숙. 냄새나는 방에 들어가 아마도 그날의 손님은 나 혼자뿐이라고 생각하며 지갑을 잘 챙겨두려는데, 갑자기, 아무런 맥락없이 벽 너머에서 남녀의 교성이 들리더군요. 혼자는 아니구나, 그런 안도감은 전혀 들지 않고 왠지 울고 싶더군요. 해서 바로 나와 거리를 걸었습니다. 얼마쯤 걸어가니 광장이 나오더군요. 거기 앉아 있다가 다시 호스텔로 돌아오니 사랑이 끝난 뒤의 침묵뿐. 어쨌든 잘 잤습니다. 자라고 만든 곳이니까. 다음 날 나와보니 바로 눈앞에 대성당. 그것도 구성당과 신성당, 두 개가 있더군요. 어떻게 그걸 몰랐을까? 어제 외로웠나?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 김연수의 산문집 『우리가 보낸 순간 : 시 - 날마다 읽고 쓴다는 것』 중에서. |
우리가 보낸 순간 |
남아공, 함부르크, 노르웨이의 베르겐, 스페인의 살라망카, 필리핀의 마닐라, 포르투칼의 리스본, 연해주.
자투리 시간에 읽기 편한 책으로 김연수의 책을 펴들었다가 그가 슬쩍 부러워진다.
몇 해 전 그의 다른 책 『여행할 권리』을 읽고 그가 나라 밖 여러 군데를 다녔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번 책을 통해 그가 중국, 일본, 미국 말고도 꽤나 많은 곳을 다녔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다.
김연수는 지중해를 바라보는 스페인의 어느 해변에서 혼자 지낸 적도 있다고 했는데
"하루는 하도 심심해서" 해변으로 난 길을 걷고 해변에 앉아 파도를 봤다는 그의 이야기.
일상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 그렇게 느슨한 감정을 넉넉하게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 특히 부럽다.
Salamanca, Spain | 남부 유럽의 지명 그 이름만으로도 괜히 가슴이 설레는 로망을 가지고 있는 나는
김연수가 묘사하는 살라망카의 어느 날 풍경에 나를 대입시키고 공상에 빠진다.
마드리드에서 며칠 머물다가 기차로 넘어온 살라망카.
역에 내렸을 때는 이미 늦은 밤, 잠깐 두리번거리는 사이에 인적 드물어진 광장.
여행을 떠나기 전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해둔 숙소를 물어물어 찾아 들어가니
아무런 맥락없이 벽 너머에서 남녀의 교성, "Quiero echar un polvo ya···."
아···, 괜찮아. 나는 김연수와 다르니까.
그렇다고 울고 싶기는 무슨, 그런 장면 앞에서 외롭기는 무슨, 무슨 그런 말씀을. 후훗. |
글 한 줄을 읽고 여행을 떠나야겠다는 감정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그 말, 괜한 말이 아닌 것 같다.
김연수가 여행에서 느꼈던 감정에 나 자신의 이미지를 입혀서 상상하니, 불쑥 나라 밖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하지만 언젠가 살라망카 또는 지중해 연안의 어느 도시에 가게 된다면 나는 김연수처럼 그러지는 않을 듯 싶다.
왠지 울고 싶을 정도의 까닭 모를 슬픔에 빠지거나 한밤중에 외로움에 잠기다든지 그러진 않을 듯 싶단 말이다.
"아무런 맥락없이 벽 너머에서 남녀의 교성", 도리어 나는 그것도 예상치 않은 '19금' 분위기의 덤으로 여길 것이고
어둠 속의 성당 풍경을 외로움에 잠겨 놓치기는 커녕 여행지에서 한낮에 들떴던 마음을 진정시키는 호젓함으로 받아들일테니까.
ⅱ : 스핏츠(スピッツ)의 노래
魔女旅に出る ∼ スピッツ
ほらいちごの味に似てるよ
もう迷うこともない
僕は一人いのりながら
旅立つ君を見てるよ
手を離したならすぐ
猫の顔でうたってやる
ラララ 泣かないで
ラララ 行かなくちゃ
いつでもここにいるからね
今 ガラスの星が消えても
空高く書いた文字
いつか君を照らすだろう
歪んだ鏡の向うに
忘れてた道がある
さあ まだらの靴を捨てて
ラララ 泣かないで
ラララ 行かなくちゃ
いつでもここにいるからね | 마녀 여행을 떠나다 ∼ 스핏츠
봐라 딸기 맛을 닮았어
이제 방황하는 일도 없을 거야
나는 혼자 기도하면서
여행을 떠나는 너를 보고 있지
손을 놓았더라면 바로
고양이의 얼굴로 노래해줄 거네
라라라 울지 마라
라라라 가야만 하네
언제라도 여기에 있을 테니까
지금 유리의 별이 사라져도
하늘 높이 썼던 문자
언젠가 너를 비추겠지
일그러진 거울의 저편에
잊고 있었던 길이 있네
자 얼룩진 신발을 버리고
라라라 울지 마라
라라라 가야만 하네
언제라도 여기에 있을 테니까
● 魔女旅に出る 노랫말 (후리가나 표기) 살펴보기 |
1991-10-25
魔女旅に出る
1991-11-25
名前をつけてやる
2006-03-25
Spitz complete
single collection |
魔女旅に出る(Majo Tabi ni Deru, 마녀 여행을 떠나다).
노랫말을 살펴보면 이 노래는 이별 노래가 분명하지만 헤어져서 슬프기만 하다는 분위기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눈물은 나지만 미소를 지으며 떠나보낼 수 있는, 왠지 가슴 벅찬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 듯한 느낌까지 드는 노래다.
게다가 '유리의 별(ガラスの星)'이라든지 '일그러진 거울(歪んだ鏡)'과 같은 알쏭달쏭한 표현은
이 노래를 듣는 사람 제각각에게 개인적인 사연과 연결된 해석도 가능하게 해서 더욱 그런 듯 싶다.
이를테면 나는 오랫동안 곁에 있던 친구가 새로운 세계를 향해 떠나갈 때 내가 느낄 심정을 미리 체험하는 기분도 든다.
어느 날 친구가 유학을 간다거나 해외로 취업을 했다거나 또는 결혼을 하게 될 때 느끼는 심정 같은 것.
원한다면 언제라도 또는 당장은 아니라도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서로 믿고 있는 헤어짐이랄까, 그런 것.
그러니까 이 노래는 연인들의 이별만을 소재로 한 노래로 한정지을 것이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가 도약과 새로움을 향해 나아가려고 할 때의 헤어짐도 떠올릴 수 있는 노래라는 것이다.
Andalusia, Spain | 그리고, 처음 들었을 때부터 그랬지만 지금도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어김없이 이런 생각이 든다.
"이 노래, 정말 아름답다!"고.
그래서 들을 때마다 하던 일을 멈추게 되고 노래가 마칠 즈음이면 반복 버튼을 꼭 누르게 된다.
오늘은 김연수 때문에(또는 덕분에), 평소 이 노래에서 느끼던 것은 잠깐 접어두고,
즉 '도약과 새로움을 위한 헤어짐'이란 느낌 말고 '여행'만을 상상하며 이 노래를 듣는다.
스페인 여행길에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안달루시아 지방의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볼 때
이어폰을 타고 핸덤 플레이로 들려오던 스핏츠의 노래들 중에서 마침 이 노래.
랜덤 플레이를 잠시 멈추고 반복 버튼을 누른 다음 나즈막히 허밍하기 시작한다 ∼,는 상상을. |
김연수의 글에서 비롯되고 스핏츠의 노래에서도 이어지는 상상.
음···, 상상만으로는 안되겠다. 남부 유럽 어딘가로 가야겠다, 올해 안에 꼭.
ⅲ : 스핏츠 팬을 위한 덧붙임
● 열기
1991년 가을에 발매된 스핏츠의 세 번째 싱글이자
두 번째 앨범 名前をつけてやる(Namae wo Tsuketeyaru, 이름을 붙여주마)의 마지막 트랙.
魔女旅に出る(Majo Tabi ni Deru, 마녀 여행을 떠나다).
작사·작곡
제작
편곡
오케스트레이션 |
쿠사노 마사무네(草野正宗)
스핏츠, 타카하시 노부히코(高橋信彦)
스핏츠
하세가와 토모키(長谷川智樹) |
additional musicians
Strings
Trombone
French Horn
Piccolo
Glockenspiel |
토모다 그룹(友田グループ)
히라우치 야스오(平内保夫), 오카다 스미오(岡田澄雄)
미나미 히로유키(南浩之), 후지타 오토히코(藤田乙比古)
아사히 타카시(旭孝)
아라야 쇼코(新谷祥子) |
이 노래의 사운드를 아름답게 만드는데 큰 몫을 한 하세가와 토모키는
바이올린, 피아노, 기타 등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1958년생의 편곡·작곡가이자 제작자인데
영화, TV 드라마, 애니메이션, 광고 등 인접 분야에서도 폭넓게 음악 활동을 하고있는 뮤지션이다.
그는 이 노래가 계기가 되어 그 이듬해에 발매되는 스핏츠의 미니 앨범을 공동 제작하게 되고
스핏츠의 세 번째 앨범에서는 멋진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기도 한다.
● 하세가와 토모키의 피아노 연주를 들을 수 있는, 또다른 myspitz story ··· 바로가기
토모다 그룹은 바이올리니스트 토모다 요시아키(友田啓明)가 이끄는 현악 합주단인데
야자와 에이키치(矢沢永吉)의 투어, 나가부치 츠요시(長渕剛)의 앨범 등,
톱 클래스 뮤지션의 작업에도 참여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다 소화하는 현악 합주단이다.
피콜로를 연주하는 아사히 타카시는
플루트, 리코더, 팬파이프, 틴 휘슬 그리고 직접 만든 피리 등 다양한 종류의 관악기를 연주하는데
현재 일흔이 넘은 나이인데도 현역의 스튜디오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의 음악과 함께 취미인 '아마추어 무선'을 소개하는 소박한 분위기의 웹 사이트도 운영하고 있다.
● 아사히 타카시의 웹 사이트, 「무선과 피리의 페이지」 바로가기
'글로켄스피엘'이라는 낯선 이름의 악기와 이를 연주하는 아라야 쇼코에 대해서는
예전에 썼던 글이 있는데 혹시 관심이 생긴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
● 아라야 쇼코 이야기가 있는, 또다른 myspitz story ··· 바로가기 |
長谷川智樹
新谷祥子 |
그리고 앨범 부클릿을 보면 프렌치 호른 주자 중 한 명을 「藤田之比古」로 표기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후지타 유키히코'라고 읽어야 할 것 같은데 그런 이름의 뮤지션은 검색이 안된다)
이것은 호른 주자 후지타 오토히코의 이름인 「藤田乙比古」가 잘못 표기된 것으로 추정된다.
√ 魔女旅に出る 노랫말(우리말 번역)의 출처는 (c) spitzHAUS 입니다.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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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2/27 18:11 | 스핏츠/SINGLE | trackback (0) | reply (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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