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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겹게 만난 우리였는데.. 혼자서 바다를 바라본다 やっと 会えた二人だったが‥ 一人で 海を 眺める |
渚 Album Ver. Nagisa Album Ver. 해변 앨범 버전 |
비록 대문 바로 앞에 바닷가를 두고 살지는 않지만, 저는 차타고 5분 안에 해변을 거닐 수 있는 곳에 삽니다.
이런 곳에 이사왔던 때가 1997년 들어서면서부터니까.. 제가 해변을 가까이하면서 지낸지도 이제 꽤 오랜 세월이 흘렀군요.
그러다보니 시내 쪽으로 나갈 때도 당연히 해변도로를 끼고 갈 때가 많고
휴일을 맞아 어디 나가고싶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을 때면 쉽게 바닷가를 향하기도 합니다. |

海雲台 | 날이 갈수록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는 탓에 자주는 커녕 가끔도 그러지 못하지만,
해질녘 바닷가 모래밭에서, 바닷가 카페에 앉아 혹은
바닷가에 차를 세우고 차창 너머 수평선을 바라봅니다.
그럴 즈음 해질녘 바다가 하늘과 함께 보여주는 그라데이션(gradation),
그 색조의 농담과 명암의 미묘한 변화는, 뭐랄까요..
'피하고싶은 쓸쓸함'이 아니라 '기꺼이 받아들이고픈 쓸쓸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
다시 말하자면 (들어맞는 표현이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COOL~한 쓸쓸함'으로 기분좋게 마음이 가라앉게된다는 것이지요. |
대중음악에서 장소로서의 바다, 계절로서의 여름을 소재로 한 노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우리네 대중음악에서 저에게 여름/바다가 당장 떠오르는 노래로는 듀스(DEUX)의 여름 안에서입니다.
'들을만한' 곡이 없다고 지레짐작해서 평소 그다지 제가 가까이하지 않던,
그당시 우리네 댄스/테크노 뮤직 씬(scene)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게 만들었던 곡이기도 하지요.
(딴 소리지만, 자신들을 'DEUCE'라고 하지않고 'DEUX'라고 명명하면서, 우리말로 표기할 때는
왜 프랑스어의 원래 발음인 [dø]와 동떨어진 '듀스'라고 표기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 
Rhythm Light Beat Back |
또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히트곡은 아니었지만 흥겨운 록 넘버로 제가 좋아했던 김종서의 '82 여름,
그리고 DJ.DOC의 여름 이야기와 해변으로 가요도 있고 박명수의 바다의 왕자도 있습니다.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않은 뮤지션이지만 김승기의 가슴에는 바다라는 곡도 제가 (아마도 저만?) 가끔 즐기는 노래구요. |
쿨(Cool)의 경우, 그들의 특정한 노래를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여름과 바다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마치 일본의 유명한 밴드 チューブ(Tube, 튜브)가 그런 것처럼 말입니다. |
우리네 연주곡으로 여름/바다 이미지가 떠오르는 곡으로는 기타리스트 이병우의 쥬브(tube) 수영이란 곡도 생각나고
아울러 봄여름가을겨을의 데뷰 앨범에 수록된 명곡 거리의 악사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이 곡의 부제가 '여름'입니다.) |
제가 좋아하는 '바다' 노래 중에서 또다른 곡을 언급하자면,
1995년 발매된 일기예보 2집에 수록된 바다 끝에서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2003년 러브홀릭(Loveholic)을 결성하여 동명의 곡을 히트시킨 강현민,
2001년 디슨 펠라스(Decent Fellas)을 결성했던 박영열(예명:나들)에 비해
처음에 3명으로 출발한 일기예보 초기 멤버 중에서,
1993년의 1집과 1995년의 2집까지만 함께 활동하다 탈퇴했기에
그다지 주목을 받지못한 멤버였던 정구련이 만든 노래입니다.
(오른쪽 일기예보 2집 커버 이미지 맨 아래가 정구련입니다.)
노래 역시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고 지나가버렸지만,
끝나버린 사랑을 강렬하게 대비되는 노랫말로 표현하고
정구련의 보이스 컬러(voice color)가 매력적인 이 곡을
저는 가끔 찾아 듣곤 합니다.
여름날을 지나서, 흔히들 얘기하는 '철지난' 바닷가에 있노라면,
아마도 지난 여름날 또는 지난 날의 사랑을 떠올리기 쉬운 듯 싶고
또 그래서 많은 뮤지션들이 그런 분위기의 '바다' 노래를
만들게되는지도 모르지요. | 
일기예보 2집
바다 끝에서 - 일기예보
내가 왔어 너를 찾아서 머나먼 저 곳 하늘 끝에서
네가 왔어 나를 찾아서 신비한 저 곳 바다 끝에서
그토록 힘겹게 만난 우리였는데
이리 쉽게 헤어질 수 있는지
수평선 저 끝만 바라보네
내가 왔어 너를 찾아서 머나먼 저 곳 동튼 곳에서
네가 왔어 나를 찾아서 신비한 저 곳 황혼 속에서
이토록 아름답게 만난 우리였는데
그리 쉽게 헤어질 수 있는지
수평선 저 끝만 바라보네 |
바다, 여름, 해변 등을 그리고 '기꺼이 받아들이고픈 쓸쓸함'을 떠올리면서
스핏츠(スピッツ)의 渚(Nagisa, 해변) 앨범 버전을 들어봅니다.
柔らかい日日が波の音に染まる 幻よ 醒めないで
부드러운 날들이 파도 소리에 물드네 환상이여 깨지말아라 |
비록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리고 다 지나간 사랑일지라도,
그 추억 만큼은 파도소리에 물들어 해변에 영원히 남아있기를 바라는 마음.. | 
インディゴ地平線 |
그렇듯 다시 찾은 해변에서, 스핏츠는 달콤했던 지난 날의 추억들을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소리에 물들이고
그리고 일기예보는 수평선 저 끝만큼 멀어져버린 사랑을 홀로 더듬어보기도 합니다. |
2005년 4월 8일과 10일의 내한공연에서 저에게 가장 감동적이었던 곡이 바로 이 渚입니다.
이 곡을 공연을 통해 들을 수 있을 거라고는 예상도 하지 못했기에 그랬기도 했지만,
특히 제가 이곡에서 좋아하는 연주, 사키야마 타츠오(崎山龍男)의 드러밍을 눈앞에서 보면서 즐긴다는 것, 그것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
바다, 위가 아닌 아래, 그것도 수면에서 그리 깊지않은 바다 아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인트로가 지난 후,
경쾌한 기타 사운드와 함께 규칙적으로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를 느끼게 해주는 듯한 사키야마 타츠오의 균일한 드러밍이 시작됩니다.
風のような歌 屆けたいよ
바람과 같은 노래 보내주고프네 | 일절 후반부에 들어서는 이 부분에서 드럼의 각 파트 중 아마도 가장 중요한 파트인 스네어 드럼(snare drum) 사운드가
듣는 이의 가슴을 건드리면서 곡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시작합니다.
柔らかい日日が波の音に染まる 幻よ 醒めないで
부드러운 날들이 파도소리에 물드네 환상이여 깨지말아라 | 이어지는 후렴부, 바로 이 부분을 마치자마자 사키야마 타츠오의 '탐탐(tom tom)' 플레이가 시작됨에 따라
앞서 슬그머니 고조된 분위기가 이제는 좀더 액티브하게 변하면서 쿠사노 마사무네(草野マサムネ)의 이절을 기다립니다.
어쩌면 그냥 하이햇으로 연주해도 될 부분을 탐탐으로 연주함으로써
하이햇 보다는 상대적으로 둔중한 음의 탐탐으로 해변의 일렁이는 파도의 이미지를 좀더 '묵직하게' 표현해주는 듯 합니다. |
흔히 '탐탐 플레이'라고 부르는 연주기법은,
하이햇 심벌(hi-hat cymbal) 16비트를 치는 패턴으로 탐탐 드럼을 하이 탐, 미들 탐, 로우 탐을 연이어 치면서
하이햇 16비트와 같은 진행을 하는 연주를 말합니다.
이 곡, 渚(Nagisa, 해변)에서 사키야마 타츠오가 정확히 어떤 탐탐 드럼을 연주하는지는 모르지만,
그 즈음 사키야마 타츠오가 두대의 탐탐과 한대의 플로어 탐(floor tom)으로 세팅하는 경우가 잦았던 것으로 미루어보면
아마도 하이, 로우 그리고 조금 높게 세팅한 플로어 탐, 이런 방식으로 탐탐 플레이를 들려준다고 짐작됩니다. |
탐탐 플레이로 한껏 고조된 분위기는 이절과 또한번의 후렴부를 그대로 이어가고,
브릿지에 해당하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는, 아래 부분을 지나면서 탐탐 플레이의 패턴이 약간 달라집니다.
輝いて‥ 輝いて‥
눈부시게 빛나고.. 눈부시게 빛나고.. |
즉, 그동안 정박자로 진행하던 드러밍이 자연스럽게 엇박자를 사용하면서,
하이 탐, 로우 탐, 플로어 탐 각각의 음 높낮이의 차이를 이용한 싱코페이션 효과와 함께 클라이막스를 향해 내달립니다. |
渚에서 들을 수 있는 이 탐탐 플레이는, 예를 들어 U2의 명반 The Joshua Tree에 수록된 곡
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에서도 들을 수 있는데요.
The Edge가 연주하는 긴장감 속의 기타 스트로크를, 긴장감 그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은
바로 탐탐 플레이의 드러밍입니다.
드러밍의 강도로 곡의 힘을 조절하고 있는 탐탐 플레이는
The Edge의 기타 스트로크와 Bono의 보컬과 어우러져 이 곡을 명곡의 반열에 올려놓는 것이지요. | 
The Joshua Tree |
귀를 통해 들어와 순식간에 가슴 전체를 쿵쾅거리게 만드는 음악을 말로 이야기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장황하게 얘기하는 것은.. 지난 2005년 4월의 공연, 그날의 스핏츠가 아직도 제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기 때문입니다. |
渚(Nagisa, 해변)의 첫 후렴부가 시작되기 전, 일절 후반부에 이런 노랫말이 나오더군요.
風のような歌 屆けたいよ 野生の残り火
바람과 같은 노래 보내주고프네 야생의 타다남은 불
抱いて 素足で走れば
안고서 맨발로 달리면 |
● 渚 노랫말 살펴보기 |

村上春樹 | 1979년 군조(群像)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던 소설,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처녀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風の歌を聴け, Kaze no Uta wo Kike)가 떠오릅니다.
비록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스핏츠의 노래 渚(Nagisa, 해변)와는 무관하겠지만,
좌절과 상실을 경험할 수 밖에 없는 이십대의 청춘을
1970년 8월이라는 시간적 배경을 통하여 보여주는 이 소설은
간간히 '바다' 풍경을 앞에 두고 The Beach Boys의 California Girls를 배경으로
되뇌이고싶은 아포리즘(aphorism)같은 구절을 들려주는데,
왠지모르게 오늘.. 그 몇몇 구절을 스핏츠의 노래 渚을 배경음악으로 하여 다시 읽어보고싶습니다. |
여름 향기를 느낀 것은 오랜만이다.
바닷바람, 먼 기적 소리, 여자아이의 피부의 감촉, 헤어 린스의 레몬향, 석양의 바람, 옅은 희망,
그리고 여름의 꿈......
그러나 그것은 꼭 어긋난 트레이싱 페이퍼처럼,
모든 것이 조금씩, 그러나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옛날하고는 달라져 있었다.
....
모든 것은 지나간다. 아무도 그걸 붙잡을 수는 없다.
우리들은 그렇게 살아간다.
....
행복해?라고 누가 묻는다면은 그렇겠지,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
꿈이란 결국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
나는 여름이 되어서 고향에 가면 항상 그녀와 걸었던 같은 길을 걷고,
창고의 돌계단에 걸터앉아서 혼자서 바다를 바라본다.
울고싶다고 느낄 때는 으례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
그런 것이다.
-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風の歌を聴け) 35장, 38장, 39장 中에서 | 
風の歌を聴け |
아쉬워 붙잡으려해도 모든 것은 손아귀에서 슬그머니 빠져나가버리고 우리는 결국 그렇게 살아갑니다.
그리고 정말 마음은 울고싶지만 하필이면 그럴 때 몸은 응답을 하지않아 눈물이 나오지 않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처럼, 우리들의 삶도 행복도 추억도.. 결국 '그런 것'이지요.
'해변(渚)'은 '눈부시게 빛나고.. 눈부시게 빛나고..(輝いて‥ 輝いて‥)' 있는데도 말입니다. |
일기예보의 정구련이 노래하듯,
그토록 힘겹게 만난 우리였는데
이리 쉽게 헤어질 수 있는지 |
'해변(渚)'은 '눈부시게 빛나고.. 눈부시게 빛나고..(輝いて‥ 輝いて‥)' 있는데. |
울고싶다고 느낄 때는 으례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
그런 것이다. |
앨범 ハチミツ(Hachimitsu, 벌꿀) 이후 최근 앨범 ス―ベニア(Souvenir, 기념품)까지 스핏츠의 앨범 아트 디렉터였던
키무라 유타카(木村豊)의 디자인으로 2003년 10월, 스핏츠의 오피셜 싸이트가 대폭 리뉴얼(renewal)되었는데요.
리뉴얼 이전의 스핏츠의 오피셜 싸이트를 방문한 적이 있다면 당시 늘 들을 수 있었던 사운드를 기억할 수 있을 겁니다.
그것이 바로 渚 Album Ver.의 인트로(intro)였었지요. (참고로, 스핏츠의 14번째 싱글인 渚에는 이 인트로가 없습니다.)
이 인트로를 포함해서, 渚의 사운드를 풍부하게 만들어준 뮤지션은,
이 앨범의 프로듀서이면서 키보드를 연주한 사사지 마사노리(笹路正徳) 그리고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담당한 요코야마 츠요시(橫山剛)입니다.
요코야마 츠요시는 이 곡 이전에도 스핏츠 곡의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담당한 적이 있는데,
1995년 4월 25일 발매 싱글 ロビンソン(Robinson, 로빈슨)의 B-SIDE 俺のすべて(Ore no Subete, 나의 전부)가 그것입니다.
● 스핏츠 오피셜 싸이트 바로가기 |
√ 渚 노랫말(우리말 번역)의 출처는 (c) spitzHAUS 입니다.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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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9/21 04:51 | 스핏츠/ALBUM | trackback (0) | reply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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