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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었다, 새벽이었다 夢を見た、夜明けだった |
꿈이란 것을 그다지 꾸지않는 편인 제가 2005년의 마지막날 그리고 2006년의 첫날 이틀 연거퍼 꿈을 꾸었습니다.
그것이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깨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애써봤지만 생각나지 않았고
지난해 마지막날의 꿈에서는 친구를, 새해 첫날의 꿈에서는 지금은 뵐 수없는「그 분」을 만났다는 '사실'만 뚜렷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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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이사했을 때 정리해두지 않은 채 그저 되는대로 책들을 꽂아두고는 아직까지 그대로인 책꽂이.
2006년 1월 2일 오전, 그 책꽂이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각각의 책들이 가지고있는 추억을 하나둘 끄집어내게 되었습니다. |
여기저기 흩어져 꽂혀있는 시집들을 꺼내 펼쳐보면서 발견하는 '예전의 메모들' ..
그 시집을 제게 선물한 사람의 이름, 날짜.. 또 어떤 시집에는 뒷장 가득한 '나름대로의 독후감'..
가지런히 줄세워 놓으니, 문학과지성사의 ' 문학과지성 시인선' .. 민음사의 '오늘의 시인 총서' .. 창작과 비평사의 '창비 시선' ..
그리고 두터운 부피의, 또는 하드 커버의 전집들. 그러니까 색바랜 서정주, 김수영, 고은 또는 아직 색바래지 않은 오규원 등의 것들. |
이제는 서점에 가도 시집이 꽂혀진 서가를 그냥 지나쳐 버리는데, 아아.. 한때는 거기를 그냥 지나치지 않던 시절도 있었나 봅니다.
문득 지난해 3월 이사하던 그때 재활용품 모으는 곳에 버린 수백권의 책들이 그립습니다.
수차례에 걸쳐 버리는 동안 어떤 책들은 금방 어디론가 사라진 것을 보고는, 이웃의 누군가의 손에 쥐어졌겠구나.. 싶었지요.
그 책들은 아직도 그들의 손에 쥐어져 있을까? 나머지 책들은 어디로 여행하고 있을까? 아직.. 살아있기는 한 것인지.. |
아버지
1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아
아버지 돈 좀 주세요 머라꼬
돈 좀 주 니 집에 와서 슨 돈이 벌쎄 얼맨 줄 아나
8마넌 돈이다 8마넌 돈 돈 좋아요
저도 78년도부텀은 자립하겠음다
자립 니 좋을 대로 이젠 우리도
힘없다 없다 머 팔께 있어야제
자립 78년도부텀 흥 니 좋을 대로
근데 아버님 당장 만 원은
필요한데요 아버님 78년도부터
당장 자립하그라 |
2
뭐요 니기미이 머 어째 애비 보고
니기미라꼬 니기미이 말이
그렇다는 거지요 야아 이
자알 배왔다 논
팔아 올레서 돈 들에 시긴
공부가 게우 그 모양이냐 말이
그렇다는 거지요 예끼 이 천하에
소새끼 같은
아버지 천하에
소새끼 같은 아버지
고정하십시요 야아 이 놈아
아버지 |
3
어젯밤에도 또 아버지 꿈을 꾸었다 아버지는
찬물에 밥을 뚜욱뚝 말아 드시면서 시커멓고 야윈
잔기침을 쿨럭쿨럭 하시면서 마디마디 닳고 망가진
아버지도 젊었을 적에는 굉장한 난봉꾼이셨다는데
꿈속에 또 꿈을 꾸었는데 아 젊은 아버지와
양장을 한 어머니가 참 보기에 좋았다 젊은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한창 애교를 떨고 있었고
아 참 보기에 좋았다 영화처럼 사이좋게
나는 전에 그런 광경을 결코 본 적이 없었다
∼ 박남철의 시집 지상의 인간 中에서 |

지상의 인간 | 십대 후반 그리고 이십대 초반의 제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던 시인들은 황동규, 정현종 등이었습니다.
안재찬이라는 (지금은 류시화로 더 잘 알려진) 젊은 시인은 당시 제 의식을 몽롱하게 만들기도 했구요.
한편 가슴을 아프게 만든 이성복, 황지우, 박남철 등은 젊은 날의 저를 힘들게 만든 시인들이었습니다.
이성복의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황지우의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등과 같은 시집들 때문에.
위 인용한 시는 박남철, 박덕규의 공동 시집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에 수록되었다가
훗날 문학과지성사에서 발간된 박남철의 시집 지상의 인간에 재수록된 시, 아버지입니다.
아마 새해 첫 새벽에 설핏 꾸었던 꿈 때문이었겠지요. 시집을 꺼내 추억에 빠져들다가 잠시 멈춘 이유는.
정초의 몇몇 바쁜 일들을 정리하고「그 분」을 만나러 가야겠습니다. 이제는 뵐 수없는「그 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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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지난해 마지막날 밤에 꾸었던 꿈에서 만났던 친구에게는, 날이 새면 문자메세지라도 보내야겠습니다.
물론.. 그 친구에게「꿈에서 널 만났어!」라는 식의 이야기는 하지 않을 참입니다.
어느 한 장면은 기억나지만, [..] 어떤 식의 흐름이었는지는 이제 기억이 나지않는 꿈이니까요. |

Andrea Bocelli
album Sogno
1999-04-30
track 14
A Mio Padre
(6 Maggio 1992) | A Mio Padre (6 Maggio 1992)
6 Maggio 1992
Caro babbo,
Inutile discutere
D'accordo non saremo mai
Che cosa c'e di strano in cio
Trent'anni ci separano
O forse
C'e il timore in te
Di non trovare piu la forza
D'essere al mio fianco
Se gli ostacoli mi fermano.
Non preoccuparti, ascoltami
Avro problemi
Affronto infami ma
Ninente mi spaventera
Niente mi corrompera
Ninente al mondo
Mi fara scordare che
Posso vincere
E voglio farcela da me.
E voglio farcela da me.
So bene che per te e difficile
Giustificare
Questa smania di combattere
Osare l'impossibile....lo so
Ti sembrera incredibile
Ma piu ci penso piu m'accorgo che
Assomiglio proprio a te
E non sai come vorrei
Che la forza non ti abbandonasse mai
Per averti qui
E non arrendermi
Mai
Ciao babbo,
A presto. | To My Father (May 6, 1992)
May 6, 1992
Dear dad,
It's useless to argue
We'll never agree
There's nothing strange with that
Thirty years separate us
Or maybe
You are afraid
Not to find the strength
To stand by my side
If the obstacles should stop me
Don't worry, listen to me
I may have problems
I may face infamous people but
Nothing shall scare me
Nothing shall corrupt me
Nothing in the world
Will make me forget that
I can win
And I want to make it on my own.
And I want to make it on my own.
I know it's difficult for you
To justify
Such a restless impatience to fight
To dare the impossible
You'll find it incredible
But the more I think about it the more I realize
I am really like you
And you don't know how I wish
Your strength will never leave you
To have you next to me
And never surrender
Never.
Goodbye dad,
See you soon. |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의 '신년맞이 불꽃놀이'를 베란다 창을 통해 쳐다보면서 2006년을 맞이했습니다.
그리고「사랑하는, 나의, 오랜 친구」와 둘이서 한밤중에 나가 시청앞 광장 루미나리에를 배경으로 폴라로이드 사진.
새벽 3시가 맞는지 갸웃거릴 정도로 번잡스러웠던 동대문의 의류상가 근처에서의 에쓰프레소 한잔.
맛있어보이는 김치만두를 사가지고 돌아와 설핏 잠들었다가 꿈 속에서 만났던「그 분」. |
2006년 1월 3일 새벽. 해운대 시가지의 밤풍경을 쳐다보면서 안드레아 보첼리(Andrea Bocelli)의 CD Sogno(꿈)를 듣고있습니다.
처음에는 A Volte il Cuore(가끔 그 가슴에는)라는 곡을 듣고싶어서.. 였습니다. 잘 알려진 곡은 아니지만, 제가 좋아하는 곡이거든요.
그런데 Sogno(꿈)의 첫 트랙부터 듣다가 마지막 트랙에 이르렀을 때, 그러니까 A Mio Padre(나의 아버지에게)가 흘러나오자
새해 첫 새벽의「꿈」그리고 그 꿈에서 만난「그 분」, 둘쨋날 뒤적이던 시집들 중에서「박남철의 시집」이 다시 머릿속에 떠올랐고
.. 그 상념들은 A Mio Padre에서 repeat 버튼을 누르게 하더군요. Ciao babbo, A presto.(Goodbye dad, See you soon.) |
얼마 전, 몇몇 친구들과 함께 또다른 친구의 아버님께서 입원하고 계신 병원에 문병을 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마지막날 오후, 그 친구에게서 문자메세지가 왔습니다.
「나중에 후회라도 없을 듯 해서.. 국립암센터에 가보려한다.」
.
..
... 친구 아버님의 쾌유를, 진심으로 진심으로 바라는, 새벽입니다. | 
国立癌センタ― |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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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1/03 06:02 | 읽기 | trackback (0) | reply (11) |
Tags : Andrea Bocel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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