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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찾는 남자, 과거가 없는 남자 過去を捜す男、過去のない男 |
ブロ―クン·フラワ―ズ & 過去のない男 Broken Flowers & The Man without a Past 브로큰 플라워 & 과거가 없는 남자 |
얼마전 굉장히 재미있는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지루하거나 별 재미없을 수도 있는) 영화 두편을 보았습니다.
두편 모두 저에게는 무척 좋았던 영화라서 기회가 되면 한번 보라고 주위에 권하고픈 영화지만,
영화관에 오래 머물 영화가 아니라서 이제는 DVD 등 다른 방법으로 볼 수 밖에 없는 영화일 듯 싶네요. |
이 영화들은 두편 다 대강의 줄거리와 인물들의 성격 등을 미리 알고 본다해도 그 재미가 줄어드는 영화가 아닌 듯 싶습니다.
출연 인물들이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 등, 화면을 통해 직접 봐야 이들 영화가 관객에게 주려고하는 느낌을 알 수 있으니까요. |
ⅰ
브로큰 플라워(Broken Flowers)
감독 : Jim Jarmusch
2005년. 106분. COLOR
Bill Murray, Jeffrey Wright
Julie Delpy, Sharon Stone, Frances Conroy, Jessica Lange, Tilda Swinton
이를테면 '오는 여자 막지않고 가는 여자 잡지않는' 중년의 사내 Bill Murray.
자신에게 19세의 아들이 있고 그를 찾아 떠났다는, 발신인 불명의 분홍색 편지.
이웃 친구 Jeffrey Wright의 부추김으로 20년 전의 여자친구를 찾아 떠나는 여행.
네사람의 옛 여자친구 그리고 이제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옛 여자친구의 묘지.
그것은 자신의 과거를 향한 여행 또는 한때 자신과 마주쳤던 다른 인생에의 느닷없는 방문.
보는 내내 웃음을 짓게 만든 코미디 그러나 사실은 쓸쓸함이 왈칵 닥쳐오는 영화. | 
Broken Flowers |
무료함과 나른함의 일상을 너무나 잘 드러내주는 Bill Murray의 무표정 그리고 짤막한 한두마디의 대답 정도로 일관하는 그의 대사.
옛 여자친구들의 이십년 전과 지금이 보여주는 부조화 그리고 그것들보다 더욱 부조화스럽게 진행되는 Bill Murray의 여정.
여행 전과 여행 도중 그리고 여행 이후에도 그다지 다를 바 없어보이는 그의 표정.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달라져있는 Bill Murray.
엔딩 크레딧을 물끄러미 볼 때 슬그머니 피어오르던 상념.「중년에 들어선 사내의 곁에 아무도 없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
여행에서 돌아오던 날 공항에서 봤던 젊은이를 동네에서 다시 마주치게 되고
혹시 그가 '아들'이 아닐까 생각한 Bill Murray가 그에게 말을 건네던 장면.
영화 종반부에 이르렀으니 드디어 '이십년 만의 부자상봉' 으로 짐작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네 삶이란 것이 그렇게 '영화처럼' 극적이지 않다는 것을 아는 Jim Jarmusch는,
그런 결말을 혹시라도 은근히 짐작하는 관객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삶이라는 것이 그렇게 드라마틱하지 않아'라고 얘기해주려는 듯,
Bill Murray를 동네 교차로의 텅빈 길바닥에 내버려두는 장면으로 영화를 끝냅니다.
눈두덩에 반창고를 붙인 채 '츄리닝' 바람으로 후줄근하게 서있는 그를,
마침 교차로를 지나던 차 안의 젊은이가 한심한 듯 쳐다보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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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ken Flowers |
영화가 그렇게 끝이 나고 관객들은 하나 둘 영화관을 빠져나가는데, 화면에는 두루마리 화장지 풀어지듯 엔딩 크렛딧이 이어집니다.
등장 순서대로 출연 배우들의 이름이, Bill Murray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장면의 그 '차 안의 젊은이'의 이름까지 나옵니다.
Sharon Stone의 (헤어 누드로 등장하는) 이상야릇한 딸의 극중 이름이 '로리타(Lolita)'로 설정되어 있다든지
Frances Conroy 부부와의 어색한 저녁식사 장면이라든지, 영화를 보는 내내 슬그머니 웃음이 배어나오는 장면이 많은데
Jim Jarmusch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도 '삶의 아이러니'랄까, 뭐 그런 것을 보여주는 장치를 넣어 두었는데요.
아마 영화를 보는 도중에는 관객들이 알아내기 거의 힘든 Jarmusch적 유머입니다. (저 역시 영화를 보고나와서도 몰랐습니다.)
그것의 힌트는 엔딩 크레딧에 있는데, 거기에 '차 안의 젊은이'으로 잠깐 등장했던 사람의 이름이 Homer Murray라고 나온답니다.
이름에서 혹시..하고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그 장면에서 스쳐 지나가는 '차 안의 젊은이'는, Bill Murray의 '실제' 아들이라고 하네요. |
ⅱ
과거가 없는 남자(Mies vailla menneisyyttä)
감독 : 아키 카우리스마키(Aki Kaurismäki)
2002년. 97분. COLOR
마르꾸 펠톨라(Markku Peltola), 카티 오우티넨(Kati Outinen)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핀란드 삼부작' 중 두번째라는 영화.
야간열차를 타고 헬싱키에 도착한 첫날 사고를 당해 기억을 상실한 남자.
구세군에서 일하면서 그 '과거가 없는 남자'를 도와주다가 사랑에 빠지는 여자.
과거는 기억할 수 없어도 지금의 소박한 생활에 기쁨을 느끼던 남자의 과거가 밝혀지는데..
마르꾸 펠톨라의 냉소 가득한 무표정 그리고 그 간단명료한 대사의 황당함.
사랑에 빠진 여자의 표정 중 아마도 가장 무뚝뚝한 표정을 보여준 카티 오우티넨. | 
Mies vailla menneisyyttä |
예전에 비디오로 봤던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미국으로 가다(Leningrad Cowboys Meet Moses)를 만든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영화.
어느날 오후 해운대의 시네마테크에서 관객이라고는 달랑 나 혼자 객석에 앉아서 봤던, 정말 황당한 경험도 함께 기억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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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미국으로 가다에서도 그랬듯이, 과거가 없는 남자에서도
아키 카우리스마키는 올디스 스타일의 록큰롤을 심심치 않게 들려주는데요.
이 영화에서 구세군 직원으로 이루어진 밴드가 록큰롤을 연주하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 이들은 핀란드에서 1997년에 결성되어 활동 중인 밴드로서
마르코 하비스토 & 푸타호카트(Marko Haavisto & Poutahaukat)라는 밴드입니다.
그들이 어떻게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게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는
그들의 오피셜 싸이트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 마르코 하비스토 & 푸타호카트 오피셜 싸이트 바로가기
지금 이 글의 BGM으로 나오는 옛날 분위기의 록큰롤은
과거가 없는 남자에서 그들이 연주하는 곡들 중 하나인 Stay라는 곡입니다. | 
Marko Haavisto & Poutahaukat
in the movie, Mies vailla menneisyyttä |
표정과 액션을 함께 하는 유머라든지 소도구 등 제반 장치가 동원되는 코미디라든지 '웃찾사'식 속사포 개그 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마르꾸 펠톨라를 비롯하여 출연하는 모든 배우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주고받는 짤막한 대사들이 지루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컨테이너 박스에 살고있는 마르꾸 펠톨라가 카티 오우티넨를 초대하여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장면에서
'도와주지 않아도 괜찮아요?'하는 여자에게 '벌써 다 망친 것 같소.'라는 남자의 대답과 같은 다이얼로그 등은
뭔가 핀트가 맞지않는 듯 하지만 그냥 지나쳐도 될 만한 일상적인 대화일 수도 있는데, 저에게는 무척이나 웃기는 장면이었습니다. |
ⅲ
브로큰 플라워에는, Jeffrey Wright의 이디오피아 출신 이민자 캐릭터 때문에, 이디오피아 노래가 자주 흘러나옵니다.
Jeffrey Wright는, 여행 중에 들으라고 Bill Murray에게 이디오피아 노래가 담긴 CD를 구워주는데
옛 여자친구를 찾아가는 Bill Murray는 렌트카의 카오디오에 그 '홈메이드 CD'를 로딩시키면서 길 떠납니다.
과거가 없는 남자에서는 앞서 언급한 마르코 하비스토 & 푸타호카트 말고도
안니키 타티(Annikki Tähti)라는 여자가 연기도 하고 노래도 하는데, 이 사람은 핀란드의 유명한 가수라는군요.
남자가 기억을 되찾고 집으로 가는 기차의 식당칸에서는 난데없이 일본노래가 나오기도 합니다. (핀란드의 기차에서?) |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비하면 이런 영화를 봤을 사람은 분명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과거가 없는 남자는 더욱.)
게다가 - 흔히 말하는 '제삼세계 음악'도 자주 접하기 어려운 마당에 - 이디오피아와 핀란드 노래라니.
이디오피아 사람이 브로큰 플라워를, 핀란드 사람이 과거가 없는 남자를 볼 때라면 어떨지 몰라도,
그런 음악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들 영화에서 그런 음악들은 귀에 설어서 그런지 다소 생뚱맞기도 합니다. |
하지만 바로 그 '생뚱맞음' 덕분에 도리어 그러한 음악 선택이 매우 적절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핀트가 약간 어긋난 듯한 다이얼로그나 지나온 날과 지금과의 부조화와 같은 것을 보여주는 코미디에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들어도 그만, 듣지않아도 그만인 삽입곡 하나를 과거가 없는 남자에서 골라서 BGM으로 붙여봤습니다. |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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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12/20 02:03 | 보기 | trackback (0) | reply (24) |
Tags : Aki Kaurismä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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