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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과 같은 눈썹 三日月の眉根
  三日月ロック その3 Mikazuki Rock Sono San 초승달 록 3

흔히 그렇듯 그들도 메이저 데뷰 앨범은 밴드 이름과 같은 셀프 타이틀이었지만
스핏츠(スピッツ)는 앨범을 발매할 때 그 앨범의 타이틀을 뭐라고 할지 나름 고심할 것이다.
지난 앨범들의 타이틀을 보면 해당 앨범의 수록 곡 중 하나와 같게 또는 비슷하게 하기도 한다.
5번째 앨범 空の飛び方(Sora no Tobikata, 하늘을 나는 방법) 경우가 그렇다.
또는 첫번째 B-SIDE 모음집 花鳥風月 (Kachofugetsu, 꽃 새 바람 달)처럼
해당 앨범을 듣는 이에게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콘셉트를 은유적으로 제시하기도 해서
그런 수사적 표현에서 비롯된 제각각의 해석이 가능하여 때로는 모호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10번째 앨범인 三日月ロック(Mikazuki Rock, 초승달 록)의 경우가 거기에 해당한다.
이 앨범 타이틀은 은유적인 표현을 내세운 다른 앨범보다 더 의미 파악이 쉽지 않은데
그 이유는 이 단정적인 표현이 앨범의 음악적 경향을 선언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다.
좀 더 넓게 보자면 '스핏츠가 지향하는 음악은 이런 것이다' 일지도 모르니 더욱 그렇다.

그런데 펑크 록, 얼터너티브 록 등과 같이 우리 귀에 익은 록이 아니라 '초승달 록'이라니.
그렇다면 여기서 초승달은 무엇을 의미하며 또 초승달 록은 과연 어떤 록일까.
앨범을 샀을 때부터 그런 의문이 생겼으나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초승달, 초승달 록.
三日月ロック
2002-09-11
三日月ロック


'초승달(三日月)'이란 단어는 정작 이 앨범에 수록된 열세 곡의 노랫말 어디에도 나오지 않지만
스핏츠의 노래 대부분을 만드는 쿠사노 마사무네(草野正宗)는 이 단어를 꽤 좋아하는지
이전에 발표된 노래 중에는 '초승달'이란 단어를 포함하여 만든 노랫말이 여럿 있다.

먼저 1993년의 4번째 앨범에 수록된 ドルフィン・ラヴ(Dolfin Love, 돌핀 러브).
朝もやに溶け出す 三日月追いかける
아침 안개에 녹기 시작하네 초승달 뒤쫓아가네

1995년의 11번째 싱글이자 메가 히트곡 ロビンソン(Robinson, 로빈슨).
うす汚れてる ぎりぎりの三日月も僕を見てた
조금 더러워져 있다 사라질 듯한 초승달도 나를 보고 있었다

2002년에 발매된 26번째 싱글의 커플링 곡 SUGINAMI MELODY(스기나미 멜로디).
三日月に想いはせる
초승달에 생각을 달린다

그리고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2002년의 10번째 정규 앨범에 이르러서는
아예 '초승달 록'이라는 조어를 음악 장르의 한 갈래처럼 해서 앨범 타이틀로 사용하고
2004년 1월 21일 스핏츠는 28번째 싱글의 커플링 곡으로
三日月ロック その3(Mikazuki Rock Sono 3, 초승달 록 3)을 내놓는다.
すぐに暖めて 冷やされて 三日月 夜は続く
いつか跳ねたいな 二人して 三日月 夜は続く

바로 따뜻하게 하고 식혀지고 초승달 밤은 계속되네
언젠가 뛰어오르고 싶구나 둘이서 초승달 밤은 계속되네

초승달 록 그 3번째, 바로 이 곡이다.
Crispy!

ロビンソン

ハネモノ

スターゲイザー

● 노랫말, 열기


며칠 전 일본 고전문학을 전공하는 친구와 점심을 같이 하는 자리에서 책 네 권을 선물 받았다.
세 권은 소설 책, 나머지 한 권은 시집으로 일본의 고전문학인 만엽집(万葉集)의 일부를 번역한 것이었다.
일본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시가집인 만엽집에는 총 4,500여 수의 시가가 수록되어 있는데
번역자는 그 중에서 주로 남녀 간의 사랑을 노래한 것만 70여 수를 고른 다음
그것들을 다시 만남·짝사랑·동침·기다림·파경이라는 사랑의 과정을 순서로 정해서 책을 꾸몄다.
그러니까 1,300여 년 전의 시가를 통해서 당시 일본인의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그 중에 눈길을 끄는 작품이 한 편 있어서 이 글에 인용하고자 한다.

권6. 993 오토모노사카노우에노 이라쓰메(大伴坂上郎女)

한국어역:
달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그 초승달과 같은
눈썹을 그저 긁고 목을 길게 하고 애타게 기다렸던
당신을 겨우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한자가나혼합문:
月立ちて ただ三日月の 眉根掻き 日長く恋ひし 君に逢へるかも

원문:
月立而 直三日月之 眉根掻 氣長戀之 君尓相有鴨

 고대 일본에서는 중국 문화의 영향을 받아 눈썹을 밀고 그 대신 눈썹을 그리는 것도 유행했던 것 같다. 당시의 일본 여성은 가느다란 눈썹을 동경했던 것이다. 그래서 버드나무와 같은 가느다란 눈썹, 초승달과 같은 눈썹이라는 표현이 『만엽집』에도 보인다.
 이 작품의 작가인 오토모노사카노우에노 이라쓰메도 초승달과 같이 그린 눈썹을 하고 있었다. 즉, 이 노래에는 초승달이라면 눈썹, 눈썹을 긁으면 애인이 온다는 속신이 나타나 있다.

박상현의 『일본인의 사랑의 문화사···만엽집』 중에서.

일본인의 사랑의 문화사···만엽집
일본인의 사랑의 문화사
만엽집


어쩌다보니 제멋대로 거짓말도 하게 되고 또 그것을 들키고
그래서 숨어버렸다가 벚꽃이 피는 계절에나 다시 나타나고 싶고
이런 자신의 마음을 네가 알아줄런지 궁금하고
그러다보니 혹시 다음 번에 너를 만날 수 있을런지 걱정도 되고
그때 그때 모양새만 바뀔 뿐 널 생각할 때마다 두근거림은 늘 새로운데
너 덕분에 가슴이 따뜻해졌다가 또 너 때문에 얼음장처럼 차가워지기도 하고
그렇게 좋든 싫든 세월이 지나면 결국 잊어버릴 거라고 중얼거리다가도
당장은 너와 둘이 함께이고 싶은 마음에 그저 애타게 기다리기만 하는데
하지만 지금은 외로운 초승달의 밤만 계속된다고 노래하는,
스핏츠三日月ロック その3(Mikazuki Rock Sono San, 초승달 록 3).

그리고.

초승달이 모습을 드러내는 밤
그 초승달 같은 눈썹을 마치 빗질 하듯 문지르면
애타게 기다렸던 그대를 만날 수 있다는 소망을 노래하는,
1,300여 년 전 어느 가인이 노래한 기다림의 노래 한 편.





어떨지 모르겠다.
8세기 경의 시가 한 편과 21세기의 어느 대중음악 사이에 서로 정서가 맞닿아 있는 어떤 지점이 있다고 느낀다면
그리고 그 지점이 스핏츠의 '초승달 록', 그 의미를 미루어 추측할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내가 심하게 '오버'하는 것일까?


● 스핏츠 팬을 위한 덧붙임, 열기


ドルフィン・ラヴ, SUGINAMI MELODY, 三日月ロック その3 노랫말(우리말 번역)의 출처는 (c) spitzHAUS 입니다.
스트리밍되고 있는 음악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2013/07/15 20:54 | 스핏츠/SINGLE | trackback (0) | reply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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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o -  2013/07/20 15:20 comment | edit/delete

어쩌다가 습관처럼, 즐겨찾기를 누르니까 신나는 스핏츠의 노래가 나옵니다. 한동안 노래가 나오지 않는 포스팅을 읽었는데. 제 컴퓨터 탓인지, 아니면 포스팅자체가 그렇게 된 것인지 확인조차 안할만큼 게을렀습니다.
더위를 먹은건지, 몸이 안좋아진건지 아침8시부터 일을 시작하고 나면 꼭 점심이 되서 지쳐 침대위로 돌진합니다. 낮잠을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고, 미칠듯한 더위앞에 멍... 하다보면 또 사람 북적거리는 저녁이 되지요. 어제는 카페에서 웬 손님이 한동안 조용히 앉아서 컴퓨터를 하다가 일어나더니, 미스터칠드런 노래를 좋아하냐면서 (우연하게도 제가 선곡해놓은 노래중에 그들의 노래가 있었어요. 엠넷정기이용권을 쓰는데, 카페때문에요. 그런데 거기엔 스핏츠가 없지요) 좋아한다니까 돌아가더군요. 그러더니 집에 갔다가 선물로 집에 있었던 미스터칠드런 씨디를 선물로 주고갔어요. 아이고. 그래서 힘이 난다고 해야 할까.

초승달 하니 생각나는데 어제, 탈각고라는 예술종합밴드가 게하에 방문해주었어요. 인도악기와 핸드..어쩌구 하는 정확히 이름모르지만, 솥뚜껑처럼 생겼는데 손가락으로 두드리니까 신기한 소리가 나더군요. 그런 음악을 연주해주었는데 마침 하늘을 보니 초승달이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맞아요. 떠다니고 있었어요. 이리저리 휘청휘청 움직이는 것 같았습니다 ㅎㅎ 액션님의 포스팅을 보면
언제나 잊고 있었던 그리운 것들이 생각나요. 가령, 글쓰기라던가 독서라던가. 혼자 끄적이는 모든 것들.

오늘도 충분히 잘 힐링하다 갑니다 ^^
         
Kei 2013/07/22 21:32 edit/delete
mio님, 답글이 늦었습니다. 죄송!
비가 너무 오는군요. 그쪽 동네도 그런가요? (오늘은 세탁기까지 고장나는 통에...)

한동안 노래가 나오지 않는 포스팅을 읽으셨다는 말씀에 갸웃? 했습니다.
앨범 리스트, 싱글 리스트, DVD 리스트 등 인덱스 관련 포스팅을 제외하고는
노래가 나오지 않는 포스팅은 극히 드물거든요.

노래가 첨부되어 있어도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
이곳은 MS의 익스플로러에 최적화되어 있다보니
애플의 사파리로 억세스를 하거나 모바일로 억세스를 하면 노래가 나오지 않긴 합니다.
(이 부분을 어떻게 해결해보고 싶지만 제 능력 밖이라 일찌감치 포기했습니다)
컴퓨터로 하더라도 크롬을 열어서 들어오면 또 되지 않구요. 휴...
아무튼 그런 경우들이 아니라면, 즉 (매킨토시가 아닌 보통의) 컴퓨터로
거의 대부분의 사용자가 쓰는 MS의 익스플로러를 통해서 들어오면 노래가 나오는데요.
mio님이 노래를 못들으셨다니 아쉽습니다.
사실 제 글은 볼품없고 그저 노래에 기대어 있다보니 더욱 그렇습니다.

미스터칠드런을 선물해주신 그 손님, 정말 멋진 분이시군요.
제 주위에도 mio님과 비슷한 업을 하고 있는 녀석이 하나 있는데요.
서울 시내 한복판이라서 mio님의 경우처럼 그런 뭐랄까, 영화 같은 장면은 없을 것 같아요.

'게하'가 뭐지? 무슨 말이지? 했다가 검색을 해보고는 아하! 했습니다.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악기라니 뭔지 몰라도 핸드드럼의 일종인 듯 싶네요.

제 글이 슬쩍 mio님을 건드려서 잊고 있었던 것이 생각난다니, 기쁩니다.
어쭙잖은 글이 (비록 서울은 아닐지라도) 같은 시공간 안에 있는 어떤 분과 '공감'한다 싶어서요.

늘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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