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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28일 토요일, 예술의 전당에 있는 국립예술자료원의 감상실.
스핏츠(スピッツ)의 TOGEMARU20102011 영상회에 다녀왔습니다.
이 영상이 담긴 DVD를 이미 구입한 바 있어도 이런 모임에 가는 것은 즐겁습니다.
주최자가 한글 자막까지 준비해준 영상을 작은 영화관 같은 곳에서 보는 것도 좋지만
같은 취향의 사람들끼리 뒷풀이에서 마음껏 스핏츠를 이야기하는 즐거움이 크거든요.
식사와 커피 타임으로 이어진 이번 모임의 뒷풀이에서도 오직 스핏츠만을 주제로 삼아
'담소화락에 흠벙덤벙'하는 분위기였는데, 오랜만의 그 분위기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영상회에서는 잠깐의 인터미션을 사이에 두고 모두 27곡의 공연 영상을 봤는데요.
저는 그 중에서 海とピンク(Umi to Pink, 바다와 핑크)가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  |
海とピンク ∼ スピッツ
ほらピンクのまんまる 空いっぱい広がる
キラキラが隠されてた
繰り返し遊んだら すぐそばで笑ってた
毒入りのケーキのカケラ
しんしんと花びらも
指先で冷たくふるえてる
小さな玉砂利が
足の裏くすぐる海岸で
ちょっと君を見て 海を見て
あくびして
プラスチックでがっかり 言葉だけ無邪気になる
ほらまた だまされてた
いらないものばっかり 大事なものばっかり
持ち上げてキョロキョロして
とんがったゴミの中
かたくなる身体をよせ合って
がんばって嘘つきで
それでいてまじめな告白に
ちょっと君を見て 海を見て
あくびして
作詞・作曲 : 草野正宗 | 바다와 핑크 ∼ 스핏츠
이봐 핑크의 동그란 모양 하늘 가득 펼쳐진다
반짝반짝이 숨겨져 있었다
반복해서 놀고 있으면 바로 옆에서 웃고 있었다
독이 든 케이크 조각
촘촘히 난 꽃잎도
손가락 끝에서 차갑게 떨고 있다
자그마한 자갈이
발바닥 간지럽히는 해안에서
잠시 너를 보고 바다를 보고
하품하고
그럴싸할 뿐 애매한 말에 실망, 말만 순진해진다
거봐 또 속고 있었다
필요없는 것뿐 소중한 것뿐
고개를 들고 두리번거리고
토라진 쓰레기 속
굳어지는 몸을 서로 기대고
우기고 거짓말쟁이고
그렇게 있다가 진지한 고백에
잠시 너를 보고 바다를 보고
하품하고
작사·작곡 : 쿠사노 마사무네 | 
1991-03-25
スピッツ
track 02
海とピンク |
ⅱ
이 노래는 셀프 타이틀로 발매된 스핏츠의 데뷰 엘범에 수록된 곡이니 꼽아보면 무려 이십 년이 넘은 곡인데요.
제가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인트로 첫부분의 어쿠스틱 기타 스트로크 사운드 그리고 전체적인 리듬에서
제가 좋아하는 노래인 폴 사이먼(Paul Simon)의 Me and Julio Down by the Schoolyard가 연상되어서
쿠사노 마사무네(草野正宗)도 그 노래를 좋아할 거라고 마음대로 상상하면서 괜히 반가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무튼, 이번 영상회에서 이 노래가 특히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요즘엔 자주 듣지 않던 초기 음반 수록곡을 공연 버전으로, 그것도 최근 영상으로 즐길 수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일절과 이절 각각의 후반부에 나오는 쿠사노 마사무네의 스캣(scat)이 새삼스럽게 와닿아서입니다.
부클릿의 노랫말에는 표기되어 있지 않지만 '츄우츄···(チュウチュ・・・)' 이렇게 노래하는 부분 말이지요.
요즘 십대 이십대들의 신조어를 빌려서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밀당'을 소재로 한,
즉 연인 사이인 두 사람이 서로 '밀고 당기는' 모습을 묘사한 듯한 이 노래는
노랫말이 '하품한다(あくびする)' 또는 '하픔했다(あくびした)'로 끝나지 않고
'하품하고(あくびして)' 라고 한 다음 앞서 얘기한 스캣이 이어집니다.
즉, '한다(する)' 또는 '했다(した)'라는 종결형 어미를 쓰지 않고
'하고(して)' 라는 연결형 어미로 노랫말을 끝냈다는 것은
'하고(して)' 다음에 이어지는 스캣에도 전달하고픈 의미가 있다는 것인데,
그래서 쿠사노 마사무네는 그 전달하고픈 것을 스캣으로 표현하면서
(굳이 드러내놓고 표현하지 않은) 그 의미를 듣는 이들이 각자 상상해보라고
열어둔 것이 아닌가··· 싶더라구요. | 
恋も柔道も押し引きが大事よ |
그래서 제 마음대로의 상상을 해보자면 (또는 마사무네가 숨겨두었을 만한 의미를 짐작하자면),
'잠시 너를 보고 바다를 보고 하품하고' 하는 식의 '밀당' 다음에는 두 사람의 입맞춤이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즉, 서로 상대의 마음을 (나아가 자신의 마음까지도) 확인, 재확인하는 '밀당'의 단계가 지나면
입맞춤으로 상징되는 '몸의 사랑'이 시작됨을, 마사무네는 은근히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거죠.
제가 그 근거로 삼는 것은 스캣이 흔한 '라라라···' 또는 '디비디비딥' 같은 것이 아니라 '츄우츄···'라는 점입니다.
일본어서는 젊은이들 사이에 폭넓게 사용되는 속어 중 하나로,
의성어에서 비롯된 '츄우(チュウ、ちゅう、チュー)'라는 단어가 있는데
이는 입술끼리의 입맞춤은 물론 입술을 무언가에 접촉하는 행위를 일반적으로 뜻한다고 합니다.
마사무네의 스캣하고는 상관없는 옛날 이야기가 되겠지만
에도(江戸)시대에 입맞춤의 의태어로 '치우치우(ちうちう)'라는 표현도 있었다고 하구요.
오른쪽의 고양이 입맞춤 이미지도 「チュウ」를 검색어로 해서 구글에서 찾은 겁니다.
(비록 '지미 추' 하이힐 이미지가 더 많이 나오긴 하지만 입맞춤 이미지가 꽤 나오더군요) |  |
제 짐작은 (또는 지나친 상상은) 이렇습니다.
이 노래에서 '라라라···' 같은 흔한 스캣을 하지 않고 굳이 '츄우츄···' 라는 스캣을 사용한 이유는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입맞춤을 연상하게 하는 장치로 의도된 것이 아닌지.
나아가 (딱히 노랫말 그 어디에도 표현된 바 없지만) '몸의 사랑'도 덧붙이고 싶어서가 아닌지.
ⅲ
스핏츠의 海とピンク(Umi to Pink, 바다와 핑크)에서 '입맞춤'이 떠오르는 바람에
연이어 일본어에서의 '입맞춤'에 대하여 언급한 어느 소설의 한 대목도 함께 생각나서
(이 노래와는 아무런 상관없지만) 곁다리로 그 글을 소개하니 혹시 일본어에 관심있다면 클릭.
● 청춘, 덴데케데케데케~, 열기
입맞춤을 영어로 '키스'라고 한다. 독일어로는 '쿠스'. 동사형은 '퀴센'. 그 울림이나 발음하는 입 모양으로 추측컨대, 틀림없이 영어를 쓰는 사람은 입맞춤 때 입을 옆으로 벌릴 것이고, 독일어를 쓰는 사람은 입을 뾰족하게 내밀 것이다. 프랑스어로는 '베제'라는데, 입을 맞출 때 입 안에 고여 있던 침이 흘러내릴 것 같아서 왠지 지저분한 느낌이다. 이탈리아어로는 '바초'. 아마 경쾌한 소리를 내며 힘차게 입을 맞추는 모양이다.
그런데 우리 일본어에서는 그 짓을 '셋푼(接物)' ('시엣푼'이라고 발음하는 지방도 있다고 한다) 혹은 요즘은 '구치즈케'라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구치즈케'는 보통 한자보다는 가나로 쓴다. 한자로는 '口付'라고 쓰는데, 이렇게 써놓으면 무슨 뜻인지 금방 감이 오지 않는다.
일찍이 문호 모리 오가이(森鴎外)가 독일어 '쿠스'의 번역어로 '신시(親嘴)'라는 말을 만들어 썼다는 내용을 어디선가 읽었거나 들었던 기억이 난다. '시(嘴)'란 '부리', '주둥이'를 뜻하므로, 요컨대 물고기의 행동에 비유한 셈이다. 해학적이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그런데 입맞춤이란 행위는 메이지유신 이후 물리학이나 자유민권 따위와 함께 서구에서 우리나라로 물을 건너온 것으로, 그 이전의 일본인은 그런 행동을 한 적이 없었다고, 얼마 전까지 나는 믿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실제로 그 행동을 가리키는 말이 에도시대부터 엄연히 존재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 조상님들은 세련되게도 '로노지(呂の字)'라는 말로 표현했다(여(呂)자를 보면 입 구(口)자 두 개가 포개진 꼴이다 - 옮긴이). '오사시미'(생선회 - 옮긴이)처럼 조금 묘한 말도 있었던 것 같다. '구치아쓰카이'(입술 놀리기 - 옮긴이)라는 노골적인 말도 있었다.
어느 단어나 다 맛이 독특하지만, 아무튼 뭐가 되었든 좋으니 한 번만 해봤으면 좋겠다. 빨리 해 보고 싶다고 밤낮으로 열망해 마지않는 것이 남자 고교생들이다. 아마 여학생들도 그렇지 않을까 짐작은 되지만, 내가 여자가 못 돼 놔서 단언은 못하겠다. 어쨌든 고등학생 남학생에게 첫 키스라는 것은 그야말로 '인륜지대사'나 다름없다. 하고 난 뒤보다는 하기 전이 특히 그렇다. 하기 전에는 장차 겪을 이 대사를 놓고 온종일 망상을 품고 산다. 망상하는데 돈 드는 것도 아니므로 이 여자 저 여자 온갖 여자와 첫 키스를 하는 장면을 몽롱하게 상상하는 것이다.
∼ 아시하라 스나오(芦原すなお)의 소설 『청춘, 덴데케데케데케~(青春デンデケデケデケ)』 중에서. | 
青春デンデケデケデケ |
√ 스트리밍되고 있는 음악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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