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맞아, 남자애들 저 나이 땐 저래!' 라고 공감하면서 킬킬거리며 웃다보니
단번에 열 권 모두 읽고 난 청춘 개그 만화 『폭두백수 타나카(中退アフロ田中)』.
인생은 다음 두 가지로 성립된다.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다.
할 수 있지만 하고 싶지 않다. ∼ 괴테
● 폭두백수 타나카 1권, 열기
만화의 전체 분위기와 달리 난데없이 진지한 '말씀'을 인용하는 컷이 있는 것도 재미있다.
자기계발이니 뭐니 하는 책에서 접했다면 뻔한 잔소리라면서 그냥 지나쳤을테지만
다소 '엽기적'이기도 한 만화에서 '말씀'을 접하게 되니 책장 넘김을 멈칫하게 된다. |
中退アフロ田中 1 |
고등학교도 중퇴했는데 그렇다고 돈 벌기 위해 하는 일은 딱히 없고 그저 방 안에서 뒹굴며 지내는 타나카.
한심해 보이는 설정의 캐릭터이지만 정작 만화를 보다 보면 묘한 동질감까지 느끼게 만드는 백수 타나카는
『폭두백수 타나카』 1권에서 천장을 보며 방안에 드러누워서 괴테의 '말씀'을 곱씹다가 고민에 빠진다.
'나··· 매일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아무 목적도 없이, 아무 행동도 않고, 그저 숨쉬고 밥 먹고 똥만 누는···.'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것으로 이루어진 인생.
또는 할 수 있지만 하고 싶지 않은 것으로 채워진 인생.
괴테가 말하고자 함은, 인생은 그렇게 아이러니해서 이렇든 저렇든 답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전자는 원하는 것을 향한 노력은 하지 않고 욕심만 부리는 경우일테고
후자는 시도해보려고 하지도 않고 의욕마저 없어서 무기력한 경우이니,
길지 않은 인생을 그렇게 보내서는 안된다고 우리에게 경고하고자 함이 '말씀'의 진정한 뜻일 것이다.
그런데 타나카는 (또는 우리들은) 두리번거리기만 할 뿐이다.
아직도, 여전히, 자기 자신에 대해서 확실히 몰라서 말이다. | |
··· 내가 하고 싶은 것이 과연 뭐지?
···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또 뭘까?
타나카는 어떤지 몰라도 적어도 우리들은
일없이 욕심만 과한 것도 아닌 듯 싶고 무기력하게 타성에 빠져 있진 않은 것 같은데.
뭘 하고 싶은 건지 또 잘할 수 있는 게 뭔지 알기만 하면, 한 번 제대로 달려볼텐데.
| 하고 싶은 것. 잘하는 것. 해야만 하는 것.
인간은 이 셋 중 하나로 밥먹고 살아간다는데, 하고 싶은 게 바로 직업이 되면 그게 가장 좋다.
하지만 인생이란 게 말처럼 쉽게 풀리지 않으니 잘하는 걸로 밥먹고 사는 것만도 바람직하다.
그것도 안된다면 싫어도 어쩔 수 없다.
해야만 하는 것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을 하면서 살아갈 수 밖에.
'벌어 먹고 살자니 이거라도···'와 같은 탄식은 정말이지 내뱉고 싶지 않겠지만 말이다.
사소한 실수에도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가 된지도 오랜데.
광속으로 지나가버리는 시간에 어쩔 줄 몰라 허둥대기만 하는데.
미성년 시절에는 하고 싶은 것이 수시로 바뀔 만큼 많았는데 지금은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없고
잘할 수 있는 게 뭐냐고 누군가 정색하고 묻는다면 내세울 만한 것이 없어 우물거릴 것 같다. |
越えて 越えて 越えて行く 命が駆け出す
悩んで 悩んで はじまるよ 必ずここから |
넘어서 넘어서 넘어서 가네 생명이 달리기 시작한다
고민하고 고민하고 시작될 거야 반드시 여기서부터 |
『폭두백수 타나카』에 등장하는 타나카의 친구 네 명 중 한 명 뚱보 이노우에(井上).
그는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다시 고백하기 위해 다이어트를 결심하지만 3주째 몸무게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데
우연히 구한 트럭으로 이동식 라면장사를 시작한 또다른 친구 오오사와(大沢)가
누가 한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말이 있다면서 이노우에에게 다음과 같은 '말씀'을 던진다.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사람'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사람'은··· '할 수 없는 이유'를 찾아낸다··· 라고.
● 폭두백수 타나카 7권, 열기
노리츠케 마사하루(のりつけ雅春)의 만화 『폭두백수 타나카』 7권에서
오오사와를 통해 인용되는 출처불명의 이 '말씀'은
앞서 1권에 나왔던 괴테의 '말씀' 즉,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데
언젠가 연희동의 어느 커피숍 테라스에서 친구와 두서없이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다가
'할 수 있음의 모색'과 '할 수 없음의 핑계'라는 이 얘기를 친구에게 들려준 적이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나왔는지 어떤 맥락에서 꺼내게 되었는지 지금은 기억이 나질 않지만. |
中退アフロ田中 7 |
아무튼 그랬는데.
얼마 뒤 어느날엔가 '초코볼 복근'을 지나 '홈런볼 복근'도 넘어 이젠 '수박 복근'이 되려는 배를 가리키면서
그 친구 앞에서 아무리 해도 뱃살이 빠지지 않는다고 투덜대니, 그 친구는 곁눈으로 씨익 웃으며 내게 물어왔다.
― 누가 나한테 그런 말 했더라?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사람은 할 수 없는 이유를 찾아낸다고 말이야. 응~?!
ⅱ
'말씀'을 고스란히 내게 되돌려 준 그 친구를 한동안 만나지 못했고 보기 힘들어도
메신저 등 소통 수단이 다양한 세상에 살고 있으니 가끔 소식을 주고 받으며 서로 안부를 묻는다.
얼마 전 짧은 여행길의 그가 까만 밤중에 문득 무얼 느꼈는지 나에게 "무섭다"고 했다.
얼굴을 마주 보고 들은 건 아니지만 그에게 그런 말을 듣기는 처음인 듯 해서 조금 놀랬다.
초등학생도 아닌 그가 단지 한밤중의 어둠 그 자체가 무서워서는 아닐테고
그 어둠을 홀로 마주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열정(하고 싶은 것)과 재능(잘할 수 있는 것)의 소재지가 정확히 어딘지
아직 알지 못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을 때 엄습하는 불안감 같은 것. | |
너댓 달 전, 새로운 결정을 앞두고 내게 다소 진지한 이야기를 하던 때의 그가 떠올랐다.
치열하게 해내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전공을 두고 어떡해야 할지 초조함을 보이기도 했고
한두 해 뒤의 자신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할 때면 한밤중의 노젓기 같은지 미간을 좁히기도 했던 그가.
混ざって 混ざって でかすぎる 世界を塗りつぶせ
浮いて 浮いて 浮きまくる 覚悟はできるか |
뒤섞여 뒤섞여 아주 커다란 이 세상을 전부 칠해버려
떠올라 떠올라 마구 떠다니네 각오는 되었는가 |
그 친구는 지금, 강의실과 도서관 그리고 가끔 떠나는 짧은 여행길에서
'뛰어넘고(越えて)', '고민하고(悩んで)', '뒤섞이고(混ざって)' 그리고 '마구 떠다니는(浮きまくる)' 중일 듯 싶다.
그러는 와중에 여태껏 스스로도 모르고 있던 재능이 드러날 것이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열정의 타겟도 보일 것이다.
하고 싶은 것, 잘할 수 있는 것, 해야만 하는 것 중에서 하고 싶은 게 직업이 되면 그게 가장 좋다고,
앞에서 얘기한 바 있는데 사실 그보다 더 좋은 것이 있다. (그걸 손에 쥐기란 물론 쉽지 않지만)
하고 싶은 일인데 마침 잘하기까지 하는 일 즉, 열정과 재능이 함께 발휘되는 일을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어쩌다 그는 무섭다는 생각이 또 들기도 하겠지만 어렵지 않게 두려움을 이겨내리라 믿는다.
새로운 것에의 도전에 대해서는 두려움보다는 호기심과 의욕으로 맞서 부딪히고
일단 방향이 잡히고 나면 입술 앙다물고 의심없이 달리기 시작하는 그의 천성으로 미루어보면
(그리고 만화 캐릭터인 오오사와가 전해주는 '말씀'을 빌려서 말하자면)
그는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어서 목적을 달성하는 사람'이 될 것이 분명하니까.
만약 오늘 그에게 '각오는 되었는지(覚悟はできるか)' 묻는다면
그는 시침 뚝 떼고 언제 "무섭다"고 그랬었냐고,
그런 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각오 정도야 당연하지 않냐고,
아무튼 진작부터 달리고 있었다고, 대답하면서
'말씀'을 내게 되돌려줄 때처럼 곁눈으로 씨익 웃을지도 모른다. |
覚悟はできるか |
그래서, 그 누가 미리 알겠는가?
여러 갈래로 열려있는 미래의 어느 날,
'우뚝 솟은 산 저편에서부터 아침해가 떠오르면(尖った山のむこうから 朝日が昇れば)'
그 친구가 열정과 재능으로 만든 자신만의 물감으로 '이 세상을 전부 칠해버릴(世界を塗りつぶす)'지.
스핏츠(スピッツ)의 신나는 노래, みそか(Misoka, 그믐날) 노랫말처럼.
ⅲ
● みそか(Misoka, 그믐날) 노랫말, 열기
みそか ∼ スピッツ
輝け 不思議なプライド胸に
凍てつく 無情な風の中で
周に合わせない方が良い感じ
誰かが探しに来る前に
君をさらっていこうかな 例え許されないことでも
越えて 越えて 越えて行く 命が駆け出す
悩んで 悩んで はじまるよ 必ずここから
約束 ひとつを抱きしめて
テレパシー 野ざらしあきらめず
尖った山のむこうから 朝日が昇ればすぐに
混ざって 混ざって でかすぎる 世界を塗りつぶせ
浮いて 浮いて 浮きまくる 覚悟はできるか
越えて 越えて 越えて行く 命が駆け出す
悩んで 悩んで はじまるよ 必ずここから
混ざって 混ざって でかすぎる 世界を塗りつぶせ
浮いて 浮いて 浮きまくる 覚悟はできるか
作詞・作曲 ∶ 草野正宗 | 그믐날 ∼ 스핏츠
빛나거라 신비한 프라이드 가슴에
얼어붙은 무정한 바람 속에서
주위에 맞추지 않는 편이 왠지 좋은 느낌
누군가가 찾으러 오기 전에
너를 채어 갈까나 비록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도
넘어서 넘어서 넘어서 가네 생명이 달리기 시작한다
고민하고 고민하고 시작될 거야 반드시 여기서부터
약속 하나를 껴안고
텔레파시 들판에 내버려둔 것 포기치 않고서
우뚝 솟은 산 저편에서부터 아침해가 떠오르면 바로
뒤섞여 뒤섞여 아주 커다란 이 세상을 전부 칠해버려
떠올라 떠올라 마구 떠다니네 각오는 되었는가
넘어서 넘어서 넘어서 가네 생명이 달리기 시작한다
고민하고 고민하고 시작될 거야 반드시 여기서부터
뒤섞여 뒤섞여 아주 커다란 이 세상을 전부 칠해버려
떠올라 떠올라 마구 떠다니네 각오는 되었는가
작사·작곡 ∶ 쿠사노 마사무네 |
● 스핏츠 팬을 위한 덧붙임, 열기
2007년 10월 10일 12번째 정규 앨범 さざなみCD(Sazanami CD, 잔물결 씨디) 발매 후
그해 12월 2일 카와구치(川口)에서 다음해 12월 25일 이와테(岩手)까지 총 67회에 걸쳐
「SPITZ JAMBOREE TOUR 2007-2008 "さざなみOTR(잔물결 OTR)"」이란 타이틀로
스핏츠는 (한국의 서울도 포함하여) 일본 전국 투어를 진행한 바 있다.
대장정의 전국 투어를 마친 후
2009년 1월 토쿄(東京) 인근 사이타마(さいたま)와 오사카(大阪)에서 각각 2회씩 총 4회의,
(공연 타이틀을 다음과 같이 약간 바꾼) 대규모 공연을 팬들에게 선사한 것이다.
「SPITZ JAMBOREE TOUR 2009 "さざなみOTR カスタム(잔물결 OTR 커스텀)"」.
스핏츠는 돔이나 아레나 등 경기장에서의 대규모 공연을 그동안 피해 왔고
이후로도 아마 없을 듯 해서 팬들의 관심이 평소와 크게 달랐던 공연이기도 하다.
게다가 공연 타이틀의 '커스텀'이라는 표현으로 '특별주문' 또는 '맞춤'의 기대도 컸고. |
JAMBOREE TOUR 2009
さざなみOTRカスタム
UPBH-1239 |
그 공연 중 2009년 1월 18일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의 두번째날 공연 실황을 담은 DVD가
2009년 11월 4일 발매의 JAMBOREE TOUR 2009 "Sazanami OTR Custom" @ Saitama Super Arena.
통상 발매 4,800엔(1DVD), 초회 한정 발매 7,800엔(2DVD+2CD+사진집).
초회 한정 발매의 보너스 DVD에는
전국 투어였던 "さざなみOTR(잔물결 OTR)" 공연의 일부가 수록되어 있는데
みそか(Misoka, 그믐날) 라이브 버전의 음원은 그 보너스 DVD에서 추출된 것이다.
이 곡은 2008년 12월 2일 후쿠시마(福島)현 코오리야마(郡山) 시민문화센터에서의 라이브.
스핏츠의 공연을 즐겨본 적이 있는 사람은 이 곡으로 공연의 추억을 되살려보고
아쉽게도 아직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이 곡을 통해 다음번 서울 공연을 기대해보기 바란다.
지난번 앨범의 투어 일정과 비슷하다면 서울 공연은 내년 봄쯤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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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BOREE TOUR 2009
さざなみOTRカスタム
UPBH-9442 |
● '폭두 타나카(アフロ田中)' 시리즈는···, 열기
노리츠케 마사하루의 '폭두 타나카(アフロ田中)' 시리즈는
『폭두고딩 타나카(高校アフロ田中)』 1∼10권,
『폭두백수 타나카(中退アフロ田中)』 1∼10권,
『폭두직딩 타나카(上京アフロ田中)』 1∼10권, 해서 모두 30권이 국내에 완간되어 있으나
'고딩'과 '백수'는 절판되어 구입하려면 중고만화 전문서점을 뒤질 수 밖에 없는데
특히 '고딩' 세트는 구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나도 스무 군데 넘게 뒤져봤지만 모두 품절이고 딱 한군데만 재고가 있었는데
모두 다 합쳐서 '삼종 세트'로 팔지 '고딩' 세트만 따로는 안된다고 해서
이미 뮦여져 있는 그 세트를 만지작거리기만 하다가 아쉽게 포기한 적 있다.
고딩, 백수, 직딩에 이어지는 새로운 시리즈, 『폭두방랑 타나카(さすらいアフロ田中)』.
일본의 주간 만화 잡지 『빅 코믹 스피릿(ビッグコミックスピリッツ)』에서 연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
ビッグコミックスピリッツ
2010年 第26号 |
아프로 헤어 스타일의 고등학생 타나카의 일상을 그린 『폭두고딩 타나카』에서 시작된 '폭두 타나카' 시리즈는
학교를 중퇴한 『폭두백수 타나카』, 토쿄(東京)로 상경한 『폭두직딩 타나카』로 시리즈 이름이 변경되었는데,
2010년 6월 14일자 (발매 5월 31일) 『빅 코믹 스피릿』 제26호부터 연재가 시작된 『폭두방랑 타나카』는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난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타나카가 해외로 여행을 떠난다는 줄거리의 청춘 개그 만화라고 한다.
√ みそか 노랫말(우리말 번역)의 출처는 (c) spitzHAUS 입니다.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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