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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선 사람도 일본 사람도 아닌, 떠다니는 일개 부초다 俺は朝鮮人でも、日本人でもない、ただの根無し草だ
  ゴウ GO

그 때가 아마.. 지금으로부터 일년 쯤 전이었나 봅니다.
친구 중에 일본어를 무척 잘하는 친구가 있는데, 어느 날 그 친구가 제게 소설책 한권을 불쑥 내밀었습니다.

'재일(在日, ざいにち)'를 다룬 소설인데 읽어보니 좋았다면서 제게 선물로 준다더군요.
소설 자체도 마음에 들어서였겠지만, 제게 일본어 공부를 해보라는 독려의 의미도 곁들인 듯 했습니다.

일본어를 못하는 제가 그 책을 받아쥐고는 막연히 '일년 쯤 걸리겠네?' 했더니
친구는 그런 저를 보고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일년 만에?' 하면서 깔깔거렸는데,
일년도 넘게 지난 지금, 그 책 카네시로 카즈키(金城一紀)GO는 책꽂이에 꽂혀있기만 하고
저는 일본어로 된 그 책을 아직도 (당연한 것이지만) 읽어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친구의 짐작대로 저는 그 책을 읽어내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시작도 못한 셈이 되었고
일년 쯤 지난 요즈음, 저는 선물로 받은 책 대신에 김난주의 우리말 번역본으로 읽고 말았습니다.
GO
GO

GO는 출간된 지가 꽤 오래되었고 제가 읽은 김난주의 번역본 역시 2000년에 초판이 나왔으니 저로서는 한참 늦게 읽어본 셈입니다.
그리고 이 소설은 한일 합작으로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니까 혹시 국내에서 개봉된 적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방금 전에 하늘에서 별이 흘렀다. 이 밝은 도쿄의 하늘에서도 또렷하게 보이는 빨간 꼬리를 늘어뜨리고.
사쿠라이의 이마에 깊은 내 천자가 그려졌다.
"재수없어. 남자랑 있으면서 이렇게 부끄러워보긴 처음이야."
"부끄럽다고?"
"유성이잖아. 남자랑 둘이서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유성을 보는 것만큼 부끄러운 일이 어딨어. 그렇지 않니?"
"그런가?"
"그렇지."
"그런가?"
"그렇다니까. 설마 무슨 소원같은 거 빌지 않았겠지?"
나는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그럴 틈, 없었어."
"아아, 다행이다."
사쿠라이의 이마에서 내 천자가 사라졌다. 대신, 아주 부드러운 미소가 온 얼굴에 퍼졌다.
"부끄러우니까, 유성 얘기 아무한테도 하지 마. 우리 둘 만의 비밀이야."
이런 경우, 내가 아닌 남자들은 어떻게 대처할까?

그렇다. 학교는 싫었지만 친구들과 그 안에 있으면 내가 무언가 확실한 것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설사 그것이 아주 조그만 원으로 완결되어 있어 나를 답답하게 옭아매고 있다 해도 그 밖으로 나가기에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다.

나는 소설의 힘을 믿지 않았다. 소설은 그저 재미있기만 할 뿐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한다. 책을 펼치고 덮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단순히 스트레스 해소용 도구다. 내가 그런 말을 하면 정일이는 늘 이렇게 말한다.
"혼자서 묵묵히 소설을 읽는 인간은 집회에 모인 백 명의 인간에 필적하는 힘을 갖고 있어."

나는 말했다.
"애당초 국적 같은 거, 아파트 임대 계약서나 다를 바 없는 거야. 그 아파트가 싫어지면 해약을 하고 나가면 돼."
"일본 헌법으로 말하자면, 제22조 2항에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어. '개인은 외국으로 이주하거나 또는 국적을 이탈할 자유를 침해받지 않는다.' 헌법 조문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조문이야. 멋지자나."

카네시로 카즈키GO 中에서
GO
GO

재일교포 작가로는 김석범(金石範), 양석일(梁石日), 이양지(李良枝), 유미리(柳美里) 등 유명한 작가가 여럿 되지만,
카네시로 카즈키 이전에 제가 읽었던 작가는, 소설 금단의 땅을 쓴 이회성(李恢成) 정도 뿐이었던 듯 싶습니다.
(지난 시절 대학생들의 필독서 중 하나였던 소설 금단의 땅을 처음 읽었던 그 때의 느낌이 아직도 서늘하게 생생합니다.)

제게는 처음이었던 '재일(在日)' 작가 이회성으로부터 한참 뒤에 접하게 되는, 또다른 '재일(在日)' 카네시로 카즈키.
아직은 고작 그의 첫 장편소설 GO 하나를 (그것도 뒤늦게) 읽어봤을 뿐이지만,
소수민족, 한국현대사 그리고 '재일'에 대하여 무겁고 깊게 사색했던 이회성금단의 땅 그리고 유역 등과는 전혀 다르게,
카네시로 카즈키GO는, 뭐랄까요, 산뜻하면서도 느낌이 은근히 그러나 묵직하게 다가오는 소설이었습니다.

사쿠라이는 내가 추천해준 대부분을 '멋있다'고 말해주었다. 부르스 스프링스틴, 루 리드, 지미 헨드릭스, 밥 딜런, 톰 웨이츠, 존 레논, 에릭 클립튼, 매디 워터스, 보디 가이‥‥‥. 그러나 닐 영만은 사쿠라이의 취향에 맞지 않았다. 이유를 물었다.
"참 내, 노래 잘 못하잖아."

나 역시 사쿠라이가 추천해준 대부분을 멋있다고 생각했다. 마일스 데이비스, 빌 에반스, 오스카 피터슨, 세실 테일러, 덱스터 고든, 밀트 잭슨, 엘라 피츠제럴드, 모차르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드뷔시‥‥‥. 하지만 존 콜트레인만큼은 내 취향에 맞지 않았다. 사쿠라이가 이유를 물었다.
"너무 음침하잖아?"

사쿠라이는 잭 니콜슨을 특히 좋아했다. 이유를 물었다.
"좀 독특하고 멋있으니까."

존 어빙과 스티븐 킹, 레이 브래드베리는 내 마음에도 드는 소설가였다. 하지만 내 마음에 딱 드는 작품은 제임스 M 케인의『우편배달부는 벨을 두 번 울린다』와 레이먼드 챈들러의『긴 이별』이었다. 사쿠라이에게 그렇다고 말하자 그녀는 의기양양하게 "틀림없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어."라고 말했다.

카네시로 카즈키GO 中에서
GO
GO

김난주는 그의 남편 양억관과 함께 부부 번역가로도 유명한데, 그 명성에 걸맞지 않게 이 소설에서의 몇몇 부분이 눈에 거슬립니다.

우리에겐 브루스 스프링스틴이란 한글 표기로 익숙한 Bruce Springsteen을 '부르스 스프링스틴'이라고 하는 것은 그렇다치더라도
에릭 클랩튼을 '에릭 클립튼', 무디 워터스 또는 머디 워터스로 익숙한 Muddy Waters를 '매디 워터스'로 표기한 것이 그런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버디 가이라고 한글 표기하는 뮤지션 Buddy Guy도 '보디 가이'라고 했더군요. (128쪽)
친구가 선물해준 책이 있기에 원문을 살펴보니, 원문에는 エリック·クラプトン, マディ·ウォ―タ―ズ, バディ·ガイ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Jimi HendrixStar Spangled Banner를 한글 표기로 '스타 스팽글 버너'라고 한 점 역시 눈에 거슬립니다. (103쪽)
이 경우 원문에는 'スタ―·スパングルド·バナ―'라고 되어있는데 왜 그런 번역을 했는지 갸우뚱해집니다.
소설 속에서 인용되는 사람 이름이나 노래 제목 정도는 번역함에 있어 약간 '틀릴 수도 있다'라고 느슨하게 봐줄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김난주는 전문번역가이기 때문입니다. 말그대로 '전문' 즉 '프로페셔널'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Raymond Chandler의 소설 기나긴 이별(The Long Goodbye)을 '긴 이별'이라고 했는데 (130쪽)
국내에 이미 기나긴 이별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책이 나와있는 마당에 굳이 '긴 이별'이라고 할 필요가 있는지, 싶더군요.

제 눈에 거슬리는 부분은 또 있습니다. '영국에 가서 프리 건의 리더가 되었다느니'라는 부분이 있는데요.
이 부분을 읽다가 '프리 건이 도대체 뭐지?' 싶었는데 이것은 훌리건(hooligan, フ―リガン)의 오역이 아닌가 싶더군요. (78쪽)
월드컵까지 치러본 우리나라이기에 이제 '훌리건'이란 단어는 더이상 낯선 단어도 아닌데 말입니다.

또 하나. '본슈에 살고있는 일본 사람'이란 부분에서는 눈에 거슬리는 것을 넘어, 난감해집니다. (100쪽)
일본문학 전공자인 번역자가 일본 지명의 기초에 속하는 '혼슈(本州)'를 '본슈'라고 표기하다니. OTL..

지난 주 금요일 밤, 심야영화를 보러 나가던 길에 마주친 빗줄기, 오랜만에 내리기 시작한 그 봄비는 토요일까지 이어졌고
화창하게 개인 일요일, 베란다 창 너머로 봄비에 말끔히 씻겨진 초록의 풍경이 너무나 깨끗하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봄나들이 나온 승용차들 때문에 여기저기 가는 곳마다 교통이 혼잡스러울 것이 예상되었지만,
그런 풍경이 눈을 싱그럽게 만들 때에는 만사를 제쳐두고 밖으로 나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On the Beach
Neil Young
On the Beach
1974

Walk On
See the Sky About to Rain
Revolution Blues
For the Turnstiles
Vampire Blues
On the Beach
Motion Pictures
Ambulance Blues
See the Sky About to Rain

See the sky about to rain, broken clouds and rain
Locomotive, pull the train, whistle blowin' through my brain
Signals curlin' on an open plain, rollin' down the track again
See the sky about to rain

Some are bound for happiness, some are bound to glory
some are bound to live with less, who can tell your story?

See the sky about to rain, broken clouds and rain
Locomotive, pull the train, whistle blowin' through my brain
Signals curlin' on an open plain, rollin' down the track again
See the sky about to rain

I was down in Dixie Land, played a silver fiddle
Played it loud and then the man broke it in the middle
See the sky about to rain

잠깐의 남산 드라이브도 좋았지만, 그 날 가장 좋았던 것은 늦은 오후에 들렸던 과천의 국립현대미술관 야외조각공원입니다.
인근의 서울랜드와 서울대공원에서 상춘객들이 봄나들이를 마치고 나오려고 할 즈음에 들어선 야외조각공원.
인근의 놀이공원과는 달리 호젓한 분위기의 야외조각공원. 잔디밭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는 어느 가족.
비록 자동판매기의 것이었지만, 호숫가에서의 커피 타임. 그 호수의 비단잉어들. 그리고 푸른 나뭇잎들 가득.

남산으로 향하면서, 한강을 건너면서, 사당에서 과천으로 넘어가면서 그리고 현대미술관으로 가는 숲속 길을 천천히 오르면서
Govi의 기타 연주, 스핏츠(スピッツ)Bump of Chicken의 노래들, Jesse Cook의 스패니쉬 기타 연주,
그리고 Coldplay의 음반 ParachutesA Rush of Blood to the Head 등을 번갈아가면서 들었습니다.

위에 인용하기도 한, 소설 GO의 어느 대목에서 언급되는 배우, 작가, 뮤지션들을 일별해보면
카네시로 카즈키의 취향과 제 자신의 취향이 함께 만나는 경우도 여러 차례 있었는데
(이를테면 Lou Reed, Jimi Hendrix, Bob Dylan, Eric Clapton, Bill Evans 등.)
그 중에서도 저는 Neil Young에 대한 언급에 특별히 주목되었습니다.
왜냐하면 Neil Young은 제가 무척 오랫동안 좋아했던 뮤지션이기 때문입니다.

카네시로 카즈키는 소설 GO에서 ''의 추천을 통해 Neil Young에 대한 호감을 표시하면서도,
사쿠라이라는 인물을 통해서는 그가 '노래 잘 못하'는 뮤지션이라 자신의 취향이 아니라고도 합니다.
물론 Neil Young은 음역대가 넓지도 않고 음색 또한 록 뮤직 씬에서는 고개가 갸웃거려질 수도 있지요.
Neil Young
Neil Young

하지만 소설 GO에서 언급한 '노래 잘 못하잖아'는 대목의 의미는 아마도 교과서적 의미에서의 그렇다는 것일테고
카네시로 카즈키Neil Young의 보컬에서 느낄 수 있는 풍부한 감성을 반어법(反語法)적으로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Neil Young을 무척 좋아했던 저 마음대로의 생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

어떤가요? 소설 GO의 ''처럼 Neil Young을 좋아하나요?
아니면 사쿠라이처럼 Neil Young은 '노래 잘 못하'는 것 같아서 취향에 맞지 않은가요?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2006/05/14 12:01 | 읽기 | trackback (0) | reply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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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  2006/05/14 12:38 comment | edit/delete
국내에서 개봉했었어요.
영화도 꽤 잘 만들어졌어요. 단지 좀더 스피디하고 뜨거운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여자친구와의 대화장면에서 대사가 별로 인상깊게 들리지 않았어요
하지만 책에센...꽤 멋진 장면이잖아요

그러고 보면 원작소설이 있는 영화는 정말 알수 없게도 불공평할지도 모르겠어요
책이 더 나았다...라는 게 대부분이잖아요

저는 닐영을 좋아하는지 안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잘 들어본적이 없어서..하지만 좋네요.^^;
노래 잘하는 사람은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아니..이럴땐 가창력이라고 표현해야 하는건가?..고음이 잘 올라가는 사람?
히히히...
어쨌든 그거야말로 제 취향이 아니잖아요
가면님도 잘 아실것 같은데.
그리고 저 요즘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있습니다.
꼭 가면님한테 소개시켜주고 싶어요
뭐랄까...가면님 취향의 사람?...가면님과도 친구가 될 것 같은...^^;;;
제 취향의 사람이니까.
나중에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말이죠.

제가 첫리플을 달게 되어서 무한한 기쁨이예요
^^
5월도 중순이고 6월쯔음에 뵙게 될수 있겠네요
         
액션가면ケイ 2006/05/14 14:36 edit/delete
Neil Young의 경우 저는 그의 음반 대부분을 샀을 만큼 좋아했습니다. (했다..라고 과거형 시제를 쓰니 좀 이상하지만)

Neil Young의 My My, Hey Hey, (Out of the Blue)의 노랫말, It's better to burn out than it is to rust
그 노랫말과 Kurt Cobain의 죽음과의 연관성 때문에 뒤늦게 Neil Young을 알게된 사람들도 있나봅니다.
'양양'에겐 Neil Young이 그다지 익숙치 않은 듯 하나본데, 그래도 "좋네요"라고 느낀다니, ^^;; 다행~.

노래 잘하는 사람, 이라고 하면 여러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흠흠.
저는 대중음악에 있어서는 가창력이 좋다, 고음처리가 좋다 등의 것들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음역대가 좁아도, 음색이 탁해도, 뮤지션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감정을 듬뿍 안고 호소력을 가지고 다가오면, 그것이 프로페셔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가창력이 좋은 사람은 노래방의 화장실 들락거리는 순간에도 이방 저방에서 발견되니까요.

요즘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있다구요? 이야~. 그전 정말 기분 좋은 일이군요.
더구나 그 친구가 제 취향? 그래서 나아가 제 친구도 될 것 같은? 이야~, 어떤 친구인지 궁금해지는군요. 더욱.

더블레인 -  2006/05/14 16:17 comment | edit/delete
비록 소설은 못 읽었지만, 영화는 상당히 재밌게 봤습니다.
구보즈카 요스케의 그야말로 '폭발할 것 같은' 눈빛이 기억에 오래 남았었죠.(이 역에 구보즈카만한 적역도 없었을 겁니다) 저는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죽은 친구의 노트에서 '장미는 장미라는 이름이 아니어도 여전히 향기로울 거야'라는 글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는 대목이었습니다. (소설에도 나오는 장면인가요?)
         
액션가면ケイ 2006/05/14 20:37 edit/delete
저는 국내개봉했다는 것도 몰랐는데, 상당히 재미있었다니 늦게라도 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네요.
'죽은 친구'라고 하면 아마 '정일'이라고 불리우는 재일조선인 학생을 말하는듯 싶은데,
더블레인님이 말씀하시는 그 장면, 영화를 보지 못하여 모르겠지만 상상되는 장면이 소설에 있습니다.

먼저, 소설 GO의 서두에 인용된 세익스피어가 쓴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구절이 있습니다.

이름이란 뭐지? 名前ってなに?
장미라 부르는 꽃을 バラと呼んでいる花を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아름다운 그 향기는 변함이 없는 것을 別の名前にしてみても美しい香りはそのまま

그리고, 소설 5장 마지막 부분을 보면 이렇습니다. 다소 길지만 인용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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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방으로 올라갔다. 정일이한테서 빌린 채 돌려주지 못한 소설과 시집과 화집과 사진집과 CD를 책상 위에 쌓았다. 책은 전부 34권이었고, CD는 16장이었다. 정일이가 좋아한 슈베르트「겨울나그네」를 낮게 틀어놓고 책을 전부 죽 훑어보았다.
랭스턴 휴즈의 시집을 훑어보다가 어느 페이지에 메모지가 붙어 있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 페이지에는「조언」이란 짧은 시가 실려 있었다. 그 시를 여기에 옮겨 적지는 않는다. 모두에게 알려지기 전까지는 나만의 시이므로. 아니, 모두가 안다고 해도 나 만의 것이다.
책을 전부 다 훑어보고 나자 이미 날은 완전히 밝아 학교를 땡땡이치기로 했다. 그렇게 마음먹자마자 나는 울었다. 책상 위에 엎드려 한 시간 가까이 울었다. 정말 오랜만에 우는 것이었다.
침대에 들어가 잠들기 전 나는 가슴속으로 정일이에게 잘 자, 라고 말했다.
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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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에는 시나리오를 만들 때 - 인터넷을 뒤져보니 각본을 쓴 사람은 쿠도오 칸쿠로오(宮藤官九郎)라는 사람이군요 -
아마도 카네시로 카즈키가 소설 서두에 인용한 세익스피어를 그 장면에 녹여넣은 듯 싶습니다.

랭스턴 휴즈의「조언」이란 시의 한 구절이 아닐까? 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는데요.
휴즈의 시집이 제겐 없어서 모르긴 하지만, 제 생각에는 그것은 아니고 세익스피어를 적절히 사용한 듯 싶습니다.

어제 날짜 중앙일보에서 소설가 김연수의 칼럼을 보니..
우리 시대 최고의 지식인은 모 포털싸이트의 지식검색이라는 말이 있더군요. (물론 감탄이 아니라 시니컬..이지만.)
네, 그래서 저도 우리 시대 최고의 지식인에게 물어봤습니다. 랭스턴 휴즈의「조언」을.
(말씀하신 그 구절이 혹시 랭스턴 휴즈의 시 한 구절은 아닌가, 이 답글을 써내려가다가 혹시나 불안해서 잠시 멈추고.)
.
.
역시 우리 시대 최고의 지식인이군요. ―.―; 정확히 맞는지 아닌지 크로스체크는 해보지 않았지만..
http://blog.naver.com/benexx?Redirect=Log&logNo=60022830242 참고하십시오.

P.S.
답방을 가니,「페이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의 압박. 크으~ 그러나 금방 찾았습니다.
http://qingsong.cafe24.com/rainrain 맞죠? 아 참, 인사 늦었습니다. 이 곳을 찾아주신 점, 고맙습니다.
게다가 글까지 남겨주신 점, 고마움 두배. ^^;;

더블레인 -  2006/05/14 22:39 comment | edit/delete
아이구, 이런....블로그 주소를 바꾼지 얼마 안 돼서 제 주소를 잘못 기입했었네요--;; 으하하....
일부러 소설에서 비슷한 대목까지 찾아주시고 정말 감사합니다. 'GO' 이 소설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제 홈까지 찾아주시고 댓글까지 남겨주셔서 더욱 감사드려요^^ ) 즐거운 한 주 되시길 기원합니다.
         
액션가면ケイ 2006/05/14 23:02 edit/delete
카네시로 카즈키의 소설 여러 권이 제책방법과 표지장정이 바뀐 모습으로 서점에 많이 깔려 있더군요.
새로 나온 것으로 저희 집에 플라이, 대디, 플라이도 있던데, 책 표지와 같은 디자인의 SACK도 덤으로. ^^;;

네이버 지식iN으로 찾아본 랭스턴 휴즈의「조언」은,
포스트 제목은 그렇게 나와있던데「Mother to Son」이란 영문 제목의 시가 나와 있더군요.
「Mother to Son」이란 시가「조언」이란 시를 말하는 것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英詩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보니, 저는 랭스턴 휴즈라는 시인의 이름도 GO에서 처음 접했습니다.

이제 주말도 몇시간 남지 않았군요. 더블레인님도 잘 마무리하시고 새로운 한주, 상큼하게 시작하시기를!

nightgreen -  2006/05/15 13:51 comment | edit/delete
저도 GO는 영화로밖에 본 적이 없는데... 인용해주신 부분을 보니 소설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영화를 먼저 보고 소설을 읽으면 등장 인물들의 이미지가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 이미지로 자동적으로 고정돼 버리는 부작용이 있기는 합니다만. (인용하신 부분을 읽을 때도 머릿속에서는 쿠보즈카 요스케와 시바사키 코우가 떠들고 있었습니다 =_=;)

김난주 씨나 양억관 씨나 두 분 다 고유명사에서 실수가 잦은 편이더군요.
얼마 전에도 양억관 씨가 번역한 소설을 읽는데 모 연예인의 이름을 틀리게 번역해 놔서 아연실색했던 기억이 있어요. (검색해 봤더니 첫 페이지에 바로 후리가나가 나오더군요. orz)
대부분의 독자들은 고유명사가 틀렸는지 확인해볼 생각도 안하고 읽을 테니... 이런 걸 생각하면 번역은 정말 무서운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더불어 제가 저지른 실수들도 마구 떠오르는군요... 흑흑흑)

닐 영은 영화 Philadelphia의 사운드트랙에 실린 'Philadelphia'라는 노래 하나밖에 접해 본 적이 없어서 노래를 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노래가 무척 마음에 들었던 걸 보면 제 취향에도 맞을지 모르겠네요. (지금 나오고 있는 노래도 좋습니다. ^^)
         
액션가면ケイ 2006/05/16 02:05 edit/delete
오래 전, 류시화가 '안재찬'이라는 본명을 사용하던 시절, 그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페터 한트케의 '귀네비어(Guinivere)의 짧은 편지', 읽어봤어요? 그거 참 좋은데요."
읽어보지 못햇던 저는 한참 나중에 서점에서 책을 사면서 그제서야 알았습니다.
'귀네비어의 짧은 편지'가 아니라 '긴 이별의 짧은 편지'였음을.
'긴 이별'이란 말을 '귀네비어'로 잘못 알아들은 채 한참 지나가버린 셈인데, 그 기억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번역에 있어서 고유명사 부분에서의 실수가 이야기 되다보니, 문득 그 기억이 떠오르는군요. ^^;;

영화 필라델피아, 괜찮은 영화였지요. 당시만 해도 그리 유명하지 않던 안토니오 반데라스도 기억나는군요. ^^;;
영화에 삽입된 음악들도 상당히 가슴에 와닿는 것이었지요.
Bruce Springsteen의 Streets of Philadelphia는, 아마 그 영화 삽입곡 중 가장 유명하겠지요.
영화를 보면서 임팩트가 상당했던 곡으로는, Maria Calas의 La Mamma Morta(어머니는 돌아가시고)입니다.
( 기억을 되살려보려면 ▷ http://blog.naver.com/walden4u?Redirect=Log&logNo=30002033666 )
아마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화 필라델피아의 음악으로는 이 두 곡이 가장 오랫 동안 기억에 남아있겠지요.
그러나, 저는 Neil Young의 Philadephia였습니다.
O.S.T.는 그다지 구매를 하지않는 편이지만, 저는 오로지 이 곡을 듣기 위해 이 영화의 O.S.T.를 샀더랬지요.
(그 즈음의 Neil Young의 정규 앨범에는 이 곡이 수록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도 이유가 되었구요.)

그 당시 영화 필라델피아를 본 사람끼리 이야기를 나눌 때
Neil Young의 Philadephia, 그 곡 어땠냐고 물어보면 모두 그 곡이 언제 나왔냐고 반문했던 기억도 납니다.

nightgreen님은 혹시 기억나시나요?
결국 톰 행크스는 죽고.. 영화가 끝나던 장면, 가족들과의 단란한 모습을 찍은, 오래 전의 홈 무비 장면이 나오던..
영화관 측에서 '싸가지없게' 객석의 불을 일찌감치 켜버려서 관객들이 주섬주섬 일어나서 나가던 그 즈음에 나오던..
그 노래, Neil Young의 Philadephia.

Sometimes I think that I know
What love's all about
And when I see the light
I know I'll be all right.

I've got my friends in the world,
I had my friends
When we were boys and girls
And the secrets came unfurled.

City of brotherly love
Place I call home
Don't turn your back on me
I don't want to be alone
Love lasts forever.

Someone is talking to me,
Calling my name
Tell me I'm not to blame
I won't be ashamed of love.

Philadelphia,
City of brotherly love.
Brotherly love.

Sometimes I think that I know
What love's all about
And when I see the light
I know I'll be all right.
Philadelphia.

필라델피아, 그 영화가 가지고 있는 코드 중의 하나인 동성애를 포함해서,
그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여러가지 것들을 떠올릴 수 있었던 노래로 제 기억 속에 있습니다.

nightgreen님깨서 그동안 유일하게 접했던 Neil Young이 제가 좋아하는 Philadephia였다니. ^^;;

someone -  2006/05/15 16:53 comment | edit/delete
출판사 열림원의 류시화 엮음의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에서,
74페이지에 랭스턴 휴즈의 해당 시가 실려 있습니다.
여기서는 제목이 '엄마가 아들에게 주는 시'라고 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조언'이라고 했나 봅니다.

그리고 형이 좋아하실 만한 밥 딜런의 '바람만이 알고 있지'라는(노래 가사인 듯 합니다만)
시도 68페이지에 실려 있습니다.

리플을 읽다보니 어디서 많이 보던 시라는 생각이 잠시 스침과 동시에 그 시가 실린 시집이
대번에 떠오르는 걸 보니 아직은 제 기억력이 쓸만한가 봅니다.
꽤 오랫동안 펼치지 않았던 시집을 덕분에 한 번 펼쳐 봤습니다.
         
액션가면ケイ 2006/05/16 02:15 edit/delete
이삿짐 중에 책들. 1년 3개월 전 헝클어진 채로 아무렇게나 꽂혀있는 그대로 아직입니다.
그 바람에, 류시화가 엮은「지금 알고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은 어느 구석에 쳐박혀 있는지 알 수가 없군요.
거기에 랭스턴 휴즈라는 시인의「Mother to Son」이란 것이 있다니.푸헐~.

Bob Dylan의 Blowin' in the Wind, 밥 딜런의 음반은 어느 시기까지 것은 모두 사버릴 정도로 좋아했지만,크으.
가장 유명한 이 곡은 개인적으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곡입니다.

어쨌거나, 기억력, 대단합니다. 저는 제 기억력이 꽝이라는 것을, 제법 오래 전부터 100% 수긍하고 있답니다.
흐음.. 날 잡아서, 책꽂이 정리도 하고 CD들도 정리하고 해야 하는데, 정말 정말 시간이 없군요.
그러고보니 사놓고 아직 보지않은 DVD도 쌓여만 가는데. orz.

水波色時~ -  2006/06/19 12:28 comment | edit/delete
이 책,
한국어 초판 나올 때,
아주 우연찮게 서점 나갔다 구해서 읽어보았습니다.

작가의 문체가 마음에 들어,
광화문에서 집까지 전철타고 오면서 다 작파해 버렸다는...

그런데...
영화는 소설만큼 맛은 안 나더군여.

내친 김에,
일본어 판도 그 이듬해인가,
하나 구해서 봤는데
워낙 일본어 실력이 짧아서
5페이지를 못넘겼나????

아직도 장식용으로 꽂혀 있습니다.
번역본은 아마도 아주 오래 전에, 동생에게 줘 버린 것 같고....^^

==============================================================================

이 글은 水波色時~님께서 2006/06/17 21:47에 게시한 글이나,
최근 매일 백수십개씩 등록되는 스팸 댓글을 정리하는 과정 상, 어쩔 수 없이 일단 삭제 후 다시 게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점, 본 글의 작성자인 水波色時~님께 정말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부디 혜량하시기를. 꾸우벅..) - 액션가면ケイ 드림.
         
액션가면ケイ 2006/06/19 12:30 edit/delete
제가 스핏츠(スピッツ)의 ジュテ―ム?을 소재로 하여 글을 쓰기 전에 水波色時~님을 알았더라면.

하카세 타로(葉加瀬太郎)의 Dolce Vita(featuring Jiang Jian-Hua)에서 장지안화(姜建華)이 연주하는 얼후,
스핏츠(スピッツ)의 ジュテ―ム?에서 간지안민(甘建民)이 연주하는 얼후,
토쿠나가 히데아키(徳永英明)의 Vocalist 앨범에 수록된 異邦人에서 지아펭팡(賈鵬芳J)이 연주하는 얼후,
오다 카즈마사(小田和正)의 そうかな 앨범에 수록된 僕らの夏와 僕ら 두 곡에서 장지안화(姜建華)이 연주하는 얼후.

하카세 타로 그리고 스핏츠의 노래는 아마 아실테고,
제가 가지고있는 음반에서는, 토쿠나가 히데아키와 오다 카즈마사의 노래에서도 얼후를 즐길 수 있더군요.

우리나라의 가야금같은 악기도 얼후처럼 친숙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魔女 -  2006/10/17 20:59 comment | edit/delete
大事ですよね。

여러나라 사람들과 섞여 있다 보니까, 가끔, 내가 속해 있는 '한국'이라는 나라는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의식해 보곤 합니다.
간혹 외국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지도를 그리게 되는데요, 저는 아무 생각없이 당연하게 한반도를 다 그립니다. 그러면 어떤 친구는 여기도 '한국'이냐고 북쪽을 가리키며 묻지요.
오늘 알게된 한 친구는 조선족이라고 자신을 알렸습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저는 별 의식 없이 그 말을 접수하고, 다른 친구에게 소개할 때 '한국인'이라고 무심코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친구 '아니요, 저는 한국인이 아니에요. 단지 한국어를 할 수 있다는 것 이지요' 이런 식으로 말하더군요. 네, 맞습니다. 그 친구는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조선족 출신의 '중국인'이었던 거지요. 제가 분명 틀렸습니다. 그런데 그 말이 왜 이리도 꽂히는지.
사실 저는 조선족 출신의 '중국인'을 몇 알고 있습니다. 이미. 교회에서. 그들과 이야기 할 때는 제가 먼저, 당신들은 '중국인이 맞다'라고 합니다. 그랬더니 오히려 그들이 놀라더군요. 그렇게 말하는 한국사람 드물다면서. 새삼스레 의식을 하면 그렇습니다만, 별 생각 없을 때는 저도 별 수 없이 '한국사람'으로 그들을 생각하고 있더군요. 어느쪽이 위선인걸까요.
'민족'이 어떻고, '국민'이 어떻고, 그런거 생각하고 싶지는 않더군요. 5시 30분 깜깜해져서 그녀가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데리고 여기저기 다녔습니다. 전자제품파는 곳, 슈퍼, 잡화점, 동네 한바퀴.
집에 들어와 보고 가라길래, 들여다 봤습니다. 뭐, 이불도 깔려 있고, 밥통도 있고, 옷걸이도 있고, 후라이팬도 있고, 그 정도면 기본 살림은 되는 것이고, 차차 준비해 가면 되겠지요. 외국 생활 오래할 것도 아닌데, 뭐 더 갖출 거 있겠습니까. 빨래 할 것이나, 테레비 보고 싶으면 오라고 했습니다. 다행히 저 있는 곳과 가까워서요. 저는 이미 다 갖추어져 있는 곳에 몸만 들어와서, 사실 이곳에서 살림사는데 어려움이 거의 없었습니다. 행운이죠. (솔직히 '그분' 덕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만)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애매~한 기분입니다.
         
액션가면ケイ 2006/10/18 01:06 edit/delete
저는 민족주의라는 '이즘'에 대하여 은근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가끔 이런 소리를 합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그러나 치약은 더 진하다." (무슨 소리인지 저도 잘 모릅니다만.)

         
魔女 2006/10/18 01:12 edit/delete
이거... 잘 못하면 '핏줄'보다 '돈'이다... 이렇게 들릴 수도 있겠는데요... ^^*

         
액션가면ケイ 2006/10/18 01:16 edit/delete
당연한 말을 목에 핏줄 세워가며 '가르치려' 들다가도,
정작 '돈'이 관련지어지면 애당초의 윤리, 도덕, 명분 기타 등등이 간 곳 없어지는 경우, 가끔 아니 자주 봅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그런 '입에 발린 소리' 하지않고 묵묵히 '손익'만을 따져보는 사람들이 도리어 정직한지도 모릅니다.

         
魔女 2006/10/18 01:31 edit/delete
그건 그렇습니다만...

魔女 -  2006/10/17 23:35 comment | edit/delete
무엇을 '잘 못해서' '싫다'고 하는 사람, 저는 무섭습니다.
잘하고 못하고가 好惡의 기준이 된다면, 저는 좋아할 만한 점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 되는데...
그런데, 소설의 주인공 '나'는 사쿠라이라는 여자를 사랑하는 겁니까?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을 떠 올려도 될런지.

닐 영이 노래를 잘하는지 못하는지는 모르겠지만,(음정, 박자가 어색하지 않은 걸로 봐서 못한다고 할 수는 없는 거 같은데...) 목소리의 느낌은 분명 매력적입니다. 특히 끝부분이 마음에 드는군요. ^^*
         
액션가면ケイ 2006/10/18 01:13 edit/delete
잘하고 못하고를 호오의 기준으로 본다면 스스로는 좋아할만한 점이 하나도 없다고 할지라도,
그저 특정 문화 현상에 대하여 '잘하지 못하니까 싫다'라고 말도 못할 이유는 없다, 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뭐 다들 예수, 부처, 모하메드 처럼 사는 것도 아니구요. 그러니 뭐, 무서워 할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쳐라" .. 는 수준의 상황도 아니고,
뭐 고작해야 어느 가수가 맘에 든다 안든다.. '따위'의 것에 까지
내가 과연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 등을 생각해가면서 살기에는..
(혹시 제가 너무 '때'가 많이 묻는 사람인가요?)

         
魔女 2006/10/18 01:46 edit/delete
때가 있는지는 제가 눈으로 못봐서 잘 모르겠는데요... 때 묻은 걸로 치자면, 더 오래 산 제가 더 많지 않을까 하는데...
저는 저 자신이 판단이 그리 선명하지 못한 편이라,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확' 판단하는 사람은 불편합니다. 솔직히 무서운데, 그건 나도 그렇게 '확' 판단 당할 것 같아서가 아닐까 하는... 특히 말하는 방식에 있어서, 신인가수도 아니고, 나름의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가수'를 '노래를 못한다'는 '나름'의 이유로 싫다고 말 할 수 있는 그 '선명함'. 저 같으면 감당 못했을 것 같습니다. 개인의 취향을 밝히는 차원하고는 좀 다른 것 같은데... '방식'에 있어서요.
박 수근씨 그림을 보고, '그림 못 그려서, 싫어' 그런다면, 속으로, '와, 저 사람은 그림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고 있길래, 저런 소릴 할까. 저 사람 앞에서는 함부로 그림 이야기 못하겠다' 뭐 이런 생각이 들 것 같네요. 주눅들다. 저, 보기보다? 심약합니다.

         
액션가면ケイ 2006/10/19 00:06 edit/delete
미술에 대해서는 문외한인데요. 박수근의 그림은, 그쪽 업계의 평가가 어떻든, 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림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어도 저는 그런 소리를 합니다. 맘에 안드는 걸 뭐 억지로 좋다고 말할 수는 없거든요.
그럼 누구 그림이 좋으냐? 라고 한다면, 임옥상과 오윤을 좋아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음음, 지금은 시들하네요.

         
魔女 2006/10/19 23:22 edit/delete
방점이 '싫어'가 아니라 '잘 못해서' 에 있다는 것이죠. '싫은' 건 '싫은'건데, 왜? 라는 대목에서 '마음에 안들어서'라는 주관적 판단을 보여주는 표현보다, '못해서' 그러니까 '능력이 모자라서'라는 마치 객관적인, 뭔가 근거가 뚜렷이 있다는 식의 언술이 부담스럽다는 겁니다. 뭐, 이거 가지고 더 따져 보자는 건 아니구요.
저야말로 문외한이고, 그저 우연히 접하게 되는 예술품들을 그것도 사진이나 복제품 수준에서 이야기 하는 정도지만, 그리고 감상의 수준이라는 것이 그저 '눈을 뗄 수 없었다' 정도지만, 박수근씨 그림은 제가 눈을 뗄 수 없었던 그림입니다. 그걸 '좋다'라고 표현해야 하는 것이겠지요. 몇 개 안되죠, 그런거 아는게 없으니까. 로댕의 조각, 클림트의 그림, 신윤복의 그림들, 우끼요에, 그리고 지금 당장 생각 안나는 것들도 있겠죠.
저는 언제 부턴가 '확실한' 이유가 없다면, '싫다'라는 표현은 쓰고 싶지가 않습니다. 그렇다고 '싫은 것'이 없는 건 아닙니다만. 특히 사람이나 예술품에 대해서는요. 종교적인 영향이 크다고 봅니다만. 신의 작품인 '인간', 그 인간의 영혼이 담긴 작품들에 대해 '싫다'는 말은 -거기다, '뭘 못해서'라고한다면 더욱더- '실례'인 것 같아서요. 차라리, 좀 부담스러워도, '사랑한다'라는 말이 더 쓰기 편합니다만은.
그렇다고 다른 사람도 그래야 한다는 건 전혀 아닙니다. 제가 그렇다는 거지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정도면 작품에 대한 의사표현은 되지 않겠나 하는 거지요.
물론, 강하게 표현해야 할 때는 그렇게 해야지요.

         
액션가면ケイ 2006/10/19 23:55 edit/delete
뭔가 근거가 있다는 식의 언술이 마치 객관적인 것처럼 들려지기도 하겠지만, 실은 그것 역시 주관적인 판단일 따름이죠.

싫다는 감정이 생기는 것들 중 많은 경우, 저는.. 확실한 이유를 들 것도 없이 그냥 싫은 것 같은데요.
왜 싫으냐? 라고 누가 묻는다면, [그냥 싫은데, 왜 싫은지까지 생각해서 얘기해야 한다니.. 더 싫어진다] 인 듯 싶구요.

         
魔女 2006/10/20 00:03 edit/delete
제가 눈을 뗄 수 없었던 것, '오로라...'의 부클릿, '花 鳥 風 月'의 자켓 사진. 이건 뭐하는 포즈래요?

대학 1년생인 친구가, 책을 무지 읽는 친구가 있는데요, - 전 이것도 좀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그 친구에게 무라카미 하루키는 어떻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자기 하고는 맞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合わない'
이건 어떨까 싶어요.

         
액션가면ケイ 2006/10/20 00:38 edit/delete
그런 것은 취향 아닌가요?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무라카미 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지요.
반면 '남는 것 없다'면서 하루키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테고 '폭력적이라서' 무라카미 류를 싫어할 수도 있구요.
하루키니 류니 해도, 나는 아베 코보가 제일 좋아, 이럴 수도 있는 것이구요.

花鳥風月의 그것. 뭐하는 포우즈.. 라뇨? (_._) 걷고있는 소녀의 다리/발을 클로즈업한 것 아닌가요?

         
魔女 2006/10/20 00:50 edit/delete
맞습니다. 그 말씀이.
그저, 저의 경우는, '좋다' 거나 '싫다'라는 '감정'이 생길 때, '왜 그렇지?' 하고 '생각'해 본다는 거죠. 그래서 별 근거가 없으면, '감정'을 정리하는 편입니다. - 특히 '싫은' 경우.(추가)
그래서 '데자뷰'를 경험하나봐요. 생각이 많으면 그렇다네요. ㅠㅠ;;

이거... 걷고 있는 거... 맞습니까?

이나미미 -  2007/03/15 12:51 comment | edit/delete
"俺は、朝鮮人でもない、日本人でもない、ただの根無し草だ"
이 대사는 일본에 사는 교포들 거의 대부분이 이렇게 생각할겁니다.
물론 저두요ㅎ
전 이 작품 책으로 읽었는데 이 책은 이 한줄 대사에 모든 게 담겨져 있는 것 같아요..
시대마다 교포의 젊은이들도 많이 달라지고 있네요..
우리때와는 또 다른 것을 엿볼 수 있었네요ㅎ
         
액션가면ケイ 2007/03/16 00:08 edit/delete
나는 조선 사람도 일본 사람도 아닌, 떠다니는 일개 부초다 俺は朝鮮人でも、日本人でもない、ただの根無し草だ

저도 이 글의 제목을, 그 소설책의 많은 문장 중 하나인 이것으로 붙였었는데, 저 역시 이나미미님처럼 생각했나 봅니다.
정말 .. 이 한 문장이 '재일(在日)'이란 모습을 담박에 드러내 보여주는 듯 싶더군요.

이나미미님, 반갑습니다. 앞으로 여러모로 잘 부탁드립니다. (방긋) 참, 이나미미님. 그럼 .. '자이니치'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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